[세준] The Game Is On W. 칸타타 원작 셜록과 bbc 셜록을 보고 썼습니다. 셜록= 세훈 왓슨= 준면 끼익- 깔끔한 택시 한 대가 베이커 가를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현재 오후 9시 5분. 지나가는 사람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둑어둑해져 하늘에는 둥근 달이 떠 있었다. 꽤 늦은 시간이었기 때문일까, 베이커가 주택의 불빛들은 대부분 꺼져 있었으며 그저 수명을 다한 듯 1분에 한 두 번씩 깜빡이는 희미한 가로등들과 고요한 정적만이 거리를 지키고 있었을 뿐이었다. "잔돈은 됐습니다." 준면이 돈 계산을 하며 택시에서 내렸다. 하얀 니트와 청바지에 까만 코트를 깔끔하게 입은 준면은 옷매무새를 다시 한 번 만졌다. 그는 조금은 아담한 키와 까만 머리, 하얀 피부, 쌍꺼풀 진 큰 눈을 가지고 있었다. 준면은 작은 몸집에 불편해 보일 정도로 큰 캐리어를 트렁크에서 힘겹게 꺼냈다. 여기가 맞나? 택시가 떠나자 무거운 캐리어를 잠시 바닥에 내려놓고 코트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주소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베이커가 221b. Speedy's sandwitch 옆.」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펴보니 길 건너편에 speedy's sandwitch라고 쓰여 있는 간판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sandwitch bar & coffee라고 적혀있는 와인색 간판의 깔끔한 가게였다. 내일 점심은 저곳에서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준면은 초록 불이 되길 기다렸지만, 곧 고장난 신호등이 주황빛으로 계속 해서 깜빡이며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곤 캐리어를 질질 끌며 길을 건넜다. 드르륵- 바닥에 굴러가는 캐리어의 작은 바퀴 소리가 경쾌했다. 지잉- 221b라고 적혀있는 짙은 초록색 문 옆 초인종을 눌렀다. 버튼을 누른지 채 얼마 되었을까. 곧 문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열렸다. 오. 준면씨군요. 준면을 반갑게 맞이한 늙은 여자는 집주인인 허드슨 부인이었다. 그녀는 잘 준비를 하려 했던 듯 분홍색 헤어밴드와 분홍색 레이스 잠옷을 입고 있었다. 허드슨 부인은 문을 활짝 열며 준면에게 들어오라 손짓했다. 그녀와 분홍색 레이스 잠옷이 정말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며 멋쩍은 미소를 짓던 준면은 캐리어를 질질 끌며 문 안쪽으로 천천히 들어왔다. 짙은 초록색에 하얀색 문양이 그려져 있는 벽지로 도배된 집안은 전통적인 영국식이었다. 엔틱한 액자들과 접시들은 벽에 걸려 있었으며 청소를 한 지 좀 오래된 듯 집안 곳곳에 먼지가 쌓여 있었다. 짧은 복도 끝에는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이 있었고 1층은 허드슨 부인의 공간이었다. "준면씨 반가워요. 시간이 좀 늦긴 했지만." "죄송합니다. 그런데 제 룸메이트는 어디 있나요?" " 아 위층에 있어요. 어찌나 까다롭고 이상한지. 게다가 그는 지금 무척이나 예민하니 조심하도록 해요. 이 주전에는 괴상망측한 실험을 한다고 사람 손가락을 테이블 위에 널어놨지 뭐에요? 얼마나 놀랐는지. 또 한 달 전에는...." " 감사합니다." 허드슨 부인의 말이 점점 길어지기 시작하자 슬슬 걱정된 준면은 그녀의 말을 자연스럽게 끊고 상냥하게 웃었다. 그리곤 캐리어를 챙기고 성큼성큼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삐그덕거리는 나무 계단 소리가 집안에 울렸다. 똑똑- 준면이 조그맣게 주먹을 말아쥐고 노크를 했다. 대답이 없자 준면은 문을 조심스레 열며 방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자 바로 보이는 거실은 꽤 아늑한 공간이었다. 연한 녹색벽지로 도배된 벽에 커다란 창문 두 개와 붉은색 커튼들, 가운데에는 진짜 사슴 머리 같은 장식품과 액자가 걸려있었다. 불이 타오르고 있는 벽난로와 tv, 먼지가 잔뜩 쌓인 책들이 들어있는 책장, 거실 한가운데 있는 붉은 까펫위에는 1인용 빨간색 검은색 소파들, 이것저것이 잔뜩 올려진 너저분한 책상과 의자도 있었다. 오른쪽에는 하얀색에 검정 문양이 그려진 독특한 벽지로 되어있었는데 손님용으로 보이는 검은색 소파가 있었다. "좋은데." 준면은 뚫어져라 거실을 쳐다보며 한 발자국 더 들어왔다. 준면이 한걸음 움직일 때마다 거실바닥이 약하게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 정도 가격이라면 이 정도 방은 나름 만족스럽다고 판단한 준면이 슬쩍 웃었다. "반가워요."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준면이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 확인했다. 뒤쪽에 있는 주방의 테이블에서 실험 중인 세훈이였다. 그는 검은색 긴 코트와 큰 키, 금발에 날카로운 턱선과 높은 코를 가지고 있는 꽤나 잘생긴 얼굴이었다. 외모에 감탄하기도 전에 분명 식사를 위해 사용해야 할 테이블 위에 책들과 샬레, 비커들로 가득한 걸로 보아 그가 평범한 성격을 가지고 있지않단걸 알 수 있었다. 세훈은 전혀 반갑지 않은 표정으로 고글을 쓰고 준면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로 시험에 열중하였다. "아.. 반가워요. 물론 그쪽은 그렇게 반가워 보이진 않지만." 크흠흠. 대답에 미동도 하지 않은 채로 스포이트로 비커에 초록색 액체를 떨어뜨리는 세훈에 민망해진 준면은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준면은 목에 두른 빨간 목도리를 푸르며 근처 의자위에 걸어두었다. 목도리를 다 걸어 놓고 의자에 앉았음에도 아무런 대답 없이 실험을 하고 있는 세훈에 심심해진 준면은 그가 실험하고 있는 것들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저기... 이건 눈알?" "사람 눈을 이용한 실험이죠. 신경 쓸 거 없습니다." 실핏줄이 잔뜩 서 있는 동그란 하얀 눈알 두 개가 비커 위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우웩. 토할 것 같아. 두 눈알과 눈이 마주친것 같은 착각에 준면은 헛구역질이 나오는 것을 간신히 밀어 넣었다. "제이름은..." 현미경으로 샬레 속을 유심히 들여다보던 세훈이 고개를 들어 준면을 힐끗 보곤 다시 실험에 열중했다. "김준면. 그것도 최근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군의관." 빠르고 담담하게 먼저 말하는 세훈에 준면이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다시 물었다. "누구한테 들으셨어요?" "그 '누구'한테는 들은 적 없습니다. 단지 당신을 보았고, 보이는 걸 읽었을 뿐이죠." "읽었다고요? 어떻게요?" 궁금해하며 고개를 내밀어 물어오는 준면에 귀찮은 듯 세훈은 쓰고 있던 고글을 내려놓으며 실험을 멈추었다. "자 거실로 가시죠. 전 검은색 소파가 좋거든요." 의자에서 일어난 세훈은 코트 깃을 정리하며 거실 쪽으로 움직였다. 곧 세훈은 푹신한 검정소파에 긴 다리를 꼬며 앉았다. 준면도 눈치를 보다 반대쪽 빨간 소파에 앉았다. 벽난로 속 불이 약하게 타올랐다. 짧은 정적 속 준면은 세훈이 무슨 말을 할까 긴장한 듯 두 손을 가만히 두지 못한 채 만지작거렸다.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두 손을 맞대고 있던 세훈은 잠시 깊은 생각에 빠져있다 깨어난 것처럼 고개를 들었다. "매운콩요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죄송합니다만, 뭐라고요?" "전 매운콩요리를 싫어합니다." "저도 싫어해요." "싫어한다니 그것참 다행이군요. 매운콩요리는 냄새부터 고약하죠." 세훈이 마치 눈앞에 매운콩요리가 있는 것처럼 두 손가락으로 코를 쥐고 인상을 써댔다. 끔찍해. 그 모습을 보며 준면이 이상하다는 듯 두 눈을 깜빡였다. "..그런데 그게 중요한가요?" 세훈은 장난꾸러기처럼 억지로 얼굴을 찡그려 웃는 시늉을 하더니 곧 표정을 지우곤 무표정한 상태로 준면을 쳐다보았다. "오. 일반 사람들은 그런걸 묻지 않나? 룸메이트의 싫어하는 점을 알아 두는게 좋다고 생각하니까." 준면이 바보 같은 표정을 지으며 세훈을 쳐다보았다. 그 시선이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 듯 세훈은 아랑곳 하지않고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화학약품을 이용해 수시로 실험을 하지. 가끔 벽에 총을 쏘아대기도 하고 종종 생각에 잠기면 며칠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기도 하고.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 화가 나거나 풀리지 않는 일이 있어서 그럴 테니까. 그래도 괜찮나?" "벽에 구멍이 나는걸 허드슨 부인은 좋아하지 않겠지만, 뭐. 전 괜찮습니다." "뭐, 군의관 출신이니 그 정도는 상관 없을 줄 알고 있었어." 무심하게 대답한 세훈의 말에 문득 생각난 듯 준면이 눈을 번쩍 뜨며 물었다. " 그건 도대체 어떻게 안 건가? 이름부터 아프가니스탄에서 왔다는 사실 모두다?" 궁금하다는 듯 동그랗게 커진 준면의 눈에 세훈이 슬쩍 웃음을 지었다. 마치 자랑하고 싶어하는 아이처럼 그는 입을 빠르게 열었다. "간단해." 세훈은 준면의 동그란 눈을 응시하다 그의 검은 머리카락 끝부터 갈색 신발 끝까지 천천히 훑어보았다. 마치 보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읽는 것처럼. "말 그대로 보이는 걸 읽는 거네. 정보가 빽빽하게 적혀있는 백과사전 읽듯이." 뚫어지게 쳐다 보는 세훈에 준면이 긴장한 듯 침을 삼켰다. 꿀꺽- 침을 삼키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짧은 머리.' "어디까지나 다 내 추측이야. 자. 여기에 의사 같은 느낌의 사람이 있네. 짧은 머리는 자네가 군인이라는 걸 알려주지. 그렇다면 자네는 군의관이라는 소리군." '와이셔츠 소매. ' "얼굴이 좀 타 있지만, 와이셔츠 소매 밑으로 보이는 피부는 굉장히 하얗군. 그건 선탠을 했다는 게 아니라 파병을 갔다는 거고 열대 지방에서 돌아왔다는 거지. 그렇다면 최근에 있었던 격전지는 어디인가? 아프가니스탄이지. 그럼으로써 자네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군의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네." 대단해. 준면이 놀라워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자 세훈이 거만하게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두 손을 비볐다. "그것참 멋진걸." "그 정도는 아네. 그게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꽤나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사실 정도는." "자네가 입을 조금만 다물어 주었다면 더 매력적이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 그런데 내 이름은 어떻게 안 건가?" "이건 너무 간단해. 지루할 정도라고. 한 달 전 내 블로그의 룸메이트를 구한다는 글에 적은 자네의 댓글을 보았어. 대부분 사람들은 아이디에 자신의 생일 또는 이름을 넣어 만들곤 하지. 자네가 남긴 아이디가 kjunmyum0522. K로 시작되는 성은 '김'일 확률이 높아. 그래서 자네 이름이 김준면이라는 사실을 추측한 거네. 생일이 5월22일이라는 사실도 포함해서 말이야." " 그렇게 사소한 것까지 기억하고 있을 줄 몰랐어." 더 크게 박수를 쳐대는 준면에 별것 아니라는 듯 코웃음 치는 세훈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아마도 세훈은 그를 놀라워하는 준면의 모습이 좋았거나 오늘 저녁 식사에 매운콩요리가 나오지 않았음에 틀림없었다. 전자일 확률이 높겠지만. 세훈은 만족스레 웃으며 검지로 자신의 머리를 톡톡 쳤다. "난 내가 본 사실은 모두 기억할 수 있네. 마인드 팰리스를 이용해서 말이야. 공간을 만들어 내가 기억해야 할 것들을 이미지화해서 그 공간에 배치하는 기억술이지. 아주 사소한 일들도 저장할 수 있어. 자전거의 바퀴가 42종류라거나, 나폴레옹의 키가 사실은 컸다는 사실 같은 거 말이야." "놀랍군." "보통 사람들은 그렇게 대답하지 않던데." "뭐라 하는데?" "사-이코패스. 하지만 난 사-이코패스가 아니야. 머리속엔 온통 쓰레기밖에 없는 멍청이들 같으니라고. 조언 전문탐정 고기능 소시오패스지. 물론 조언 전문탐정이라는 직업은 처음 들어봤을 거야. 내가 만든 거니까. 오. 자네 코트를 보니 더 알 수 있을것 같군" 두 손을 비비며 혼잣말하듯 중얼거리던 세훈은 의자에 걸려있던 준면의 코트를 보자 두눈을 빛냈다. 코트를 읽으려는 듯 유심히, 그리고 천천히 코트를 응시하였다. '"오늘 아침 에딘버러에서 기차를 타고 왔군. 식사는 맛이 없었고, 커피 한 잔을 했네. 반대편 통로에 앉아 있던 이성이 당신을 마음에 들어 했고." "그건 어떻게 알았나?" 준면이 묻자 세훈이 손가락을 튕기며 말을 이었다. '기차티켓' '냅킨' "자네 주머니에 들어 있는 기차티켓과 커피를 닦은 기차냅킨. 얼룩으로 봐서는 우유가 아니라는 건 자네도 알 테고." '입술' '소매' "입술과 소매에 약간의 케첩이 묻어있네. 그건 기차에서 주는 샌드위치라는 소리지." "별로였다는 건 어떻게 안 건가?" "기차 안에서 주는 샌드위치가 맛이 있을 리가 없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 기차 샌드위치는 끔찍해." "이성에 대한 것은?" '냅킨 위 전화번호' "아주 간단해. 냅킨에 적힌 전화번호가 반듯하고 여성스러운 글씨체로 적혀있다는 걸 보면 여성 이라는걸 알수있어. 글씨 각도를 보면 자네 반대편에 있었군. 여성이 내린 후에 흘린 커피를 닦기 위해 냅킨을 사용한 걸 보니 자네는 그 여성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거지. 다른 냅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거나 집어서 사용했다는 거니까. 고로 자네가 좋아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는 사실도 추측할 수 있네." 어벙한 표정으로 세훈의 말을 곰곰이 듣고 있던 준면은 그의 마지막 말에 흥미로운 듯 동그란 두 눈을 빛냈다. 준면은 기대고 있던 소파에서 허리를 앞으로 숙이며 다시 세훈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그 사람'이 누군지도 알겠어?" 세훈이 꼬고 잇던 오른쪽 다리를 풀며 말했다. "물론이지." 그는 소파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뚜벅뚜벅- 걷는 구두 소리가 거실에 울렸다. 발걸음의 끝은 준면이었다. 세훈은 마주 보고 앉아있는 준면의 다리 사이를 파고들며 고개를 숙여 준면의 눈앞까지 다가왔다. 갑자기 다가온 세훈에 준면이 놀라 숙이고 있던 허리를 뻣뻣하게 세웠다. 최대한 뒤로 가려 애써도 세훈과의 거리는 무척이나 가까웠다. 긴장한 듯 조금 거칠어진 준면의 숨소리가 선명하게 들릴 만큼. 검은 눈동자와 짙은 회색 눈동자가 마주쳤다. 당황한 듯 준면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세훈이 고개를 더 숙여 턱 끝부터 머리끝까지 집요하게 훑었다. "자네는 내가 누군지 알고 있었어. 그 많은 룸메이트를 구한다는 글 중에 검색을 해도 찾기 힘든 내 블로그의 글을 보았으니까. 혹은 우연히 찾았다고 해도 내 블로그를 조금만 본다면 일반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든 괴짜라는 것쯤은 금방 알 수 있었을 거야. 그렇다면 왜 하필 이 괴짜의 룸메이트가 되겠다고 했을까? " 입안이 바짝 마른 준면이 침을 삼키는 소리가 났다. 꿀꺽. 그 모습을 보며 옅게 웃은 세훈이 두 손으로 준면의 뺨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내 직업이 탐정이라는 건 알고 있었어 자네는. 오. 물론 좀 전 자네의 놀란 모습도 거짓이라 말하는 건 아니야. 실제로 내가 추리를 하는 모습을 본건 처음이니까 말이야." 감싸 쥔 준면의 두 뺨을 어루만지다 키스를 할 듯 더욱더 가까이 얼굴을 밀착했다. 살짝 꺾어진 세훈의 얼굴은 준면의 입술과 닿기 직전이었다. 쿵쾅쿵쾅. 준면은 눈앞에 보이는 말랑한 입술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정신없이 뛰는 심장 소리가 준면을 미치게 했다. "사랑이라는 화학반응은 굉장히 흥미로워. 정말이지 기가 막히게 간단하고 파괴적이지." 천천히 말을 이어가던 세훈은 갑자기 고개를 숙여 준면의 가는 팔목을 잡았다. 한 줌에 잡히는 팔목을 더욱더 세게 움켜쥐었다. 맥박체크. "김준면, 이건 당신의 심장이야. 정신없이 뛰고 있어. 동공은 확장되었고. 자네가 날 「사랑」한다는 명백한 증거지. 내 말이 틀렸나? " 세훈이 자신이 이겼다는 걸 알았는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준면에게 물었다. "아니. 틀리지 않았어." 체념한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준면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그리곤 천천히 일어나 자신의 소파로 가 앉았다, 아니 앉으려고 했다. "그런데 자네는 내게 한가지 말하지 않은 사실이 있네." "내가 말하지 않은 사실이 있다고?" 세훈이 일어나 반대편 소파로 가다 고개를 휙 돌리며 준면을 쳐다보았다. 다시 방긋 웃고 있는 준면은 망연자실한 표정의 세훈의 두 눈을 다시 한 번 똑바로 바라보았다. "동공이 확장된 건 나뿐만이 아니라는 거 말이야." 아. 세훈이 슬그머니 다시 미소를 지었다. " 제법 영리한데. " 세훈은 다시 몸을 뒤돌려 준면에게 빠르게 뛰어갔다. 다시 한 번 준면의 다리 사이를 파고들며 동시에 준면의 뺨을 다시 움켜쥐었다. 거칠게 뺨을 잡은 세훈의 몸짓에 준면이 앉아있던 붉은색 소파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살짝 뒤로 밀렸다. 가만히 앉아있던 준면이 다리가 세훈의 다리를 슬쩍 감은 것 같기도 했다. 거칠게 잡은 손길과 달리 부드럽게 세훈은 준면의 입술에 입맞춤했다. 말캉한 입술이 포개졌다. 입술과 입술 사이로 끈적한 액체가 붙었다 떼어졌다. 감각적인 전율이 둘의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조금은 거칠어진 세기에 세훈의 코가 살짝 눌렸지만 아무렴 상관없었다. 세훈이 항상 하는 집요한 추리도, 허드슨 부인의 어울리지 않는 분홍색 레이스 잠옷도, 매일 밤마다 준면의 꿈속에서 들리는 전쟁터의 시끄러운 총알 소리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아무것도 들리지도, 듣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간단하고 파괴적인 화학반응이 세훈과 준면을 지배했을 뿐. 어쩌면 둘 사이에 이미 게임이 시작됬을지도 몰랐다. 끝을 알 수 없는 달콤한 게임. The Game Is On. 세준행쇼하트♥ㅋㅋㅋㅋㅋㅋ + 1501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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