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백] 새벽의 노래 W. 칸타타 BGM - Mad Soul Child - 숨결 해가 뜨고 있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을 뚫고 힘겹게 해가 하늘을 불그스름하게 물들였다.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떴다. 곧 조막막한 창문사이로 해가 슬며시 고개를 내밀었다. 해가, 잡아 먹을듯 뱀처럼 새빨간 혀를 날름거리며 해가 떴다. 아아. 내래 오늘도 죽지 않고 살았구나.왈칵- 눈물이 나올 것 같아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이윽고 칼로 온몸을 도려내는 것처럼 시린 바람이 좁디좁은 창문 사이로 괴롭혀왔다. 차갑다. 앙상한 뼈 마디마디가 얼어 부서질 듯한 추위에 절로 이가 딱딱- 부딪히며 온몸이 떨리는 고통이 계속되었다. 정신 차리자. 살아야 한다. 힘없이 떠지는 두눈을 억지로 벌렸다. 누더기 같은 옷가지를 정리하며 최대한 추위를 느끼지않게 온몸을 웅크렸다. 얼추 봐도 사람 두 명이 겨우 누을 수 있을 좁은 방. 벌레 마냥 더러운 바닥 위에 웅크린 꼴이 우스웠다. "0112 도경수." 언제 만들어졌는지도 모르겠는 녹슨 쇠창살보다 더 듣기 싫은 목소리가 방안에 울렸다. 0112 도경수 팔 내밀라우. 역겨운 목소리. 손발이 불안정하게 덜덜 떨려왔다. 더이상 배고픔을 참을 수 없어 앙상한 오른쪽 팔을 창살 바깥쪽으로 내밀었다. 이윽고 혈관을 타고 올라오는 액체에 정신이 흐릿해져갔다. 뾰족한 주사바늘이 혈관을 빠져나오자 손발이 심하게 떨리고 눈앞엔 색색의 환각들이 펼쳐졌다. " 자 배식받으라우. " 액체가 무사히 내 몸속 안으로 다 들어오는 것을 확인하자 배식이 지급되었다. 며칠만의 식사인가. 나는 토기가 올라오는 것을 간신히 억누르며 창살안으로 대충 밀어 넣어진 배식을 받았다. 먹은 것도 없는데 토기가 올라오다니 내래 신기하구나. 속으로 중얼거리며 물에 가까울 정도로 심하게 묽은 죽 한 숟가락을 입속에 쑤셔 넣었다. 허기진 뱃속이 오랜만에 들어온 음식물에 먹을것을 더넣어달라고 아우성을 쳐댔다. 세 숟갈 채 들었을까, 얄밉게도 죽그릇은 바닥을 드러낸 후였다. "간나새끼. 문제나 마저 풀어." 간수가 바닥을 들어낸 배식 그릇을 거칠게 빼앗으며 누런 이를 씩 들어냈다. 퉤- 얼굴에 더러운 무엇인가가 잔뜩 묻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지 않아 얼른 문질러 닦아냈다. 더럽다. 쿵쾅거리며 다음 죄수 방으로 걸음을 바삐 옮기는 발걸음이 차가운 복도에 무겁게 울렸다. 20살의 겨울. 21살의 또 다른 겨울. 이곳 수용소로 들어온 지 딱 1년이 되었다. 전부터 좁디좁은 수용소에 갇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광산에서의 노동, 며칠 동안 주사를 거부하는것. 주사를 맞고 수학문제를 푸는 것. 그리고 무기력하게 당하는 것이 다였다. 나는 방구석에 처박혀있던 작은 종이책을 조용히 꺼냈다. 28×14, 54×8, 36×12, 54×9..간단한 산수문제였다. 저 주사는 분명 검증 안 된 약품임에 틀림없었다. 그걸 맞으며 실험용이 돼버린 나는 인간 모르모토인셈이였다. 아니 인간도 아니었기에 그냥 모르모토인지도 모르겠다. 무엇인지도 모른 채 혈관속 으로 주입되는 주사를 맞은 지는 오늘로써 거의 한 달째. 나와 같은 방을 쓰던 동무, 준면이는 주사를 맞은지 석 달쯤 되었을 때 죽었다. 준면이 어떻게 죽었더라. 꽤 오래된 기억에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해냈다. 그의 아버지가 탈북을 시도한것이 발각되어 준면과 그 가족들이 단체로 끌려왔었다. 아버지는 수용소에 들어오자마자 몽둥이질에 죽고 어머니는 뱃속의 아이와 물고문을 당하다 죽었다고 들었다. 어릴 때부터 못 먹고 자라 몸이 허약한 준면은 작은 충격에도 뼈가 쉽게 부러지고 정신을 놓아버리곤 했다. 아마 그 몸뚱어리로는 약을 견디기 힘들었겠지. 그나마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만 정신이 온전할 때는 가끔 그의 정인에 대해 떠들어 대곤 했다. 오세훈이였나. 그는 옆 동네서 농사하며 살아가는 반듯한 사내라 했었다. 「....꽃반지 하나를 주더네? 노오란 개나리꽃으로 만든 거였네. 향이 달큰했지. 내래 좋아서 계집년처럼 좋아했었다우.」 「...」 「그리고 닷새 있다 간첩으로 몰려서 총살당했네. 얼굴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총알 자국이 많았다우. 열 두발이였나. 꽃반지가 채 시들지도 않았는데 말이네.」 세훈을 떠올리는지 준면이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 다 부르터서 퉁퉁부은 손가락으로 입 주위를 가리며 새색시처럼 수줍게 웃었다. 세훈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듯 방긋방긋 웃는 준면의 모습은 섬뜩했다. 팔에 나 있는 주사 자국을 매만지면서 곧 만날 거라며 중얼거리는 모습은 미쳐서 정신이 나간 것 같았다. 그때 무엇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면 지금 준면은 살아있었을까. 다음날 해도 뜨지 않은 새벽, 방구석에 있던 녹슨 쇠못을 몰래 주워 먹고 죽은 준면이 발견되었다. 그는 자살했다. 고통에 몸부림쳐 팔다리가 꺾여 널브러져있던 모습이 행복해 보였던 것은 착각일까. 그곳에선 꽃반지를 끼고 세훈과 함께하고 있을까. 나는 가슴속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무언가를 조용히 눌러 삼켰다. 부디 거기선 행복하시여라. 내가 생각에 잠겨 구석에 앉아 간단한 산수문제를 풀고 있을때, 쿵쿵거리는 혐오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조용한 복도에 가득 울렸다. 식사시간도 아닌데 무엇 때문일까. 고문은 아닐까. 불안감에 온몸이 움츠려들었다. 끼익 - 곧 쇠창살 문이 열리더니 조그마한 남자아이가 던져지듯이 차가운 바닥으로 처박혔다. 아이는 이미 기절했는지 신음소리조차도 내지 않았다. 누런 이의 간수는 더는 그 아이를 위해 시간을 쓰기 아까운듯 빠르게 말을 덧붙였다. "0506 변백현." 독한새끼. 험악한 욕을 더 씨부렁거리다 간수는 빠르게 사라졌다. 문이 다시 잠기고 난 후에도 백현은 처박힌 그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 채 그대로 쓰러져있었다. 교복을 보아하니 고등학생이어라. 고문을 당하다 왔는지 입고 온 검정 교복은 군데군데 찢어져 핏물로 범벅되어있었다. 목 끝까지 채워져 있어야 할 단추는 두세 개가 다 떨어져 있었으며, 허벅지에는 고문기구에 눌려 터져 흐르던 피가 말라붙어있었다. 바닥에 똑바로 눕히기 위해 안은 어깨가 한 품에 다 들어왔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으로 눕혀놓은 백현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예쁘네." 예쁘다.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어놓고 있었다. 고등학생 답지 않게 하얗고 떡처럼 말랑해 보이는 피부, 옅은 쌍꺼풀과 동그란 눈매가 귀엽다. 다 부르텄지만 아기 새처럼 작은 부리같은 입술도 예뻤다. 너무 예뻐서 혹시 너는 내게 내려진 천사는 아닐까 라는 쓸모없는 생각도 들었다. 순간 감겨있던 두 눈이 떠지며 커다란 네 동공에 놀란듯 병신같은 표정의 내가 비치는, 그 순간. 쿵쾅쿵쾅. 점점 빨라지는, 커지는 심장 소리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아까 맞은 주사때문일것이여라. 나는 말도 안 되는 핑곗거리를 늘어놓으며 너의 가는 팔을 움켜쥔 두 손을 놓지 못했다. " 뭘 보네?" 퉁명스러운 네 말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백현은 손을 뿌리치며 다 해진 교복을 애써 고쳐 입었다. 툭툭- 여기저기 묻어있는 먼지를 엉성하게 털어내는 손길이 마냥 갓 태어난 병아리 같아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구경났네? 낮은 목소리로 인상을 쓰며 중얼거리는 모습이 하나도 겁나지 않았다. 괜히 말을 더 붙이고 싶어 이름을 한 번 더 물었다. " 이름은? " " 변백현. " " 올해 몇 살 먹었네? " " .....열여덟. " " 아가네. " " 내래 무시하지 말라요. 이 쌍갓나새ㄲ......!! " 아아. 백현이 흥분해 벌떡 일어나다 허벅지 상처의 고통에 다시 주저앉았다. 움직일 때마다 다시 상처가 뜯어지는 고통이 참기 힘든듯 미간에 주름이 잔뜩 잡혔다. 가만히 있어라. 나는 조용히 상체를 숙여 가까이 다가갔다. 두 손으로 백현의 목에 감겨있던 빨간색 스카프를 풀렀다. 그리곤 백현의 오른쪽 다리를 세우고 왼쪽 다리를 일자로 뻗게 한 후 왼쪽 허벅지에 스카프를 천천히 감아 상처를 압박했다. " ..아..아!! " " 쉿. 조용히 하라우. " 질끈 감기는 두 눈. 이를 악물며 고통을 참아내는 백현이 안쓰러웠다. 마지막 매듭까지 꼼꼼히 다 지었을 땐 신음소리를 낼 힘도 없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죽은 듯 누워있었다. "도경수야." ".." "내이름." 백현은 끝내 대답하지 않았다. 언제나 똑같았다. 오전 6시 기상 및 주사. 오전 7시 반 근처 광산으로 강제노동. 오후 1시 식사배급. 다시 강제노동. 오후 8시 식사배급. 다시 강제노동. 오전 2시 취침. 중간중간 배급되는 식사도 계획량을 채우지 못하면 배급되지 않았다. 가끔 잠을 자다 어렴풋이 들리는 비명은 고문을 받는 죄수들의 것이었다. 백현도 이 끔찍한 환경에 점점 적응해갔다. 피를 쏟아내던 허벅지에는 새살이 돋았으며, 울부짖는 비명에 밤새워 뒤척이던 것은 이미 옛날 일이 되있었다. 고맙네 동무. 무뚝뚝하게 내게 처음 한 그 말은 그가 나와 같은 방을 쓴지 일주일이나 지나고 나서였다. 고마우면 그만 아프라우. 일주일 동안 네 목소리를 기다리던 내가 처음으로 말한 대답이었다. 그 뒤로 우리는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친밀해졌다. 나와 백현 둘 다 말이 많은 편이 아니기에 대화를 자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눈인사를 건네는 정도. 슬쩍 아는 척을 해오는 제게 무뚝뚝하게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를 하는 백현은 열여덟 답지 않게 어른스러웠다. 다 자란 어린아이. 괴로운 고문과 강제 노동, 또래보다 조금 빨리 알게 된 냉정한 현실 때문일까. 그러나 가끔 별들이 시커먼 밤하늘을 수놓을 때면 그는 구석에서 남몰래 숨죽여 울곤 했다. 그는 항상 울음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갈까 아랫입술을 지그시 눌러 소리를 삼켰다. 입술이 그의 울음을 숨겼다. 지독하게 어두운 어둠 속에서 혼자 눈이 멀어버릴 듯 빛나고 있어서 나는 눈을 뜰 수가 없었다. 귓가에 박혀오는 울음소리를 애써 모르는척하며 말을 건넸다. 백현아. " 자?" " ..안잔다." "하늘이 새카맣다. 어서자라우." ".......동무는 내래 왜 수용소에 오게된지아네?" "..모른다." "백희. 내 동생." 동생이 있었구나. 의외의 대답에 놀라 무슨 말을 이을까 가만히 숨을 죽였다. " 9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네. 아버지는 광산으로 끌려가서서 소식조차 듣기 어려웠고. 가뜩이나 좋지 않은 집안 사정이 더 나빠졌어. 씻지도 먹지도 못했고 더럽다고 손가락질 받는 건 당연했고. 내가 가지고 있는 거라곤 이제 갓 여섯살난 내 동생 백희밖에 없었어. " " ...." " 근데 내가 삼일을 배를 곯아도 그 계집년이 못 먹어서 얼굴이 누렇게 뜬걸 보면 가슴이 미어져서 눈물이 나는거야. 그래서 이를 악물었네. 내 동생만은 부모 없는 자식이라는 소리 안 듣게 키우려고. 우리 백희 똑똑하고 예쁜 아이라는 소리 듣게 하려고 말이네. " 그의 눈가에 번져있는 울음이 어둠 속에서 속삭이고 있었다. " 언젠가부터 백희가 자꾸 노래를 흥얼거리는 거야. 내래 놀랬지. " " ..." " ....가사가 우리말이 아니었거든. 남조선말이었네. 너무 놀래서 병신같이 서 있으니까 백희가 와서 귓속말로 내게 말하더네? " 백현은 내게 귀를 가까이 대라는 시늉을 가며 다가왔다. 어둠 속에서 백현의 입술이 반짝였다. 뭐라도 홀린 듯 나도 모르게 그의 입가에 내 귀를 가까이 대었고 이윽고 소리가 귓속에 박혔다. " 오라버니. 내래 일주일 뒤에 남조선으로 떠날 것이네. 자유로운 남조선으로. " " 백희가 남조선으로 떠난다는데도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네. 내가 바라던 것은 그년의 행복과 자유였거든. 남은 가족은 수용소로 처박힌다는 말은 꺼낼 수도 없었어.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무사히 남한으로 도착하길 기도하는 것과 수용소로 들어갈 준비뿐이었어. " 아. " 백희가 탈출을 하고 열흘 뒤 수용소로 끌려왔다우. 그년이 잘 도착했는지 수용소에 갇혔는지는 소식조차 들어본 적이 없네. 그게다야 내 십팔년 동안의 좆같은 이야기. "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외로웠을까. 목구멍 끝까지 차오르는 말을 차마 꺼내지 못하고 말없이 백현을 안았다. 엄마가 갓난아이를 안아주듯 말없이. 그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말없이 안아주는 것. 그게 다였다. 숨죽여 울음을 참던 백현은 결국 열여덟의 소년처럼 엉엉 울어버렸다. " .....백희가 보고싶어. "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 날씨가 풀렸다. 꽁꽁 얼어버릴 듯한 추위의 공포가 사라지고 따뜻한 봄의 기운이 느껴지는 듯했다. 나는 초조함에 무의식적으로 뭉뚝한 손톱 끝을 잘근잘근 씹고 있었다. 왜 소식이 없는 걸까. 벌써 이곳에 들어온 지 2년. 백현은 아직 광산에서 계획량을 채우지 못해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고 나는 반 그릇도 채 안 되는 멀건 죽을 목구멍에 쑤셔 넣으며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릇을 막 비웠을 즈음, 간수 한 명이 나타났다. 두툼한 현금 봉투를 챙겼는지 삐죽 튀어나온 주머니가 신경 쓰인다. 거드름 피우는 표정으로 주머니를 뒤적이다 누런 종이 봉투를 철장 사이로 건넸다. "어이, 도경수. 편지네." 실로 단단히 여민 누런 봉투였다. 빠르게 봉투를 건네받고 서둘러 풀렀다. 실을 푸를 때마다 긴장이 되어 손은 땀으로 흥건했다. 마침내 봉투 속 편지를 열었을 땐 급하게 휘갈긴 듯 엉망인 글씨체로 적혀있었다. 「 경수야 아비다. 」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 그곳 요덕 수용소 폐지로 인해 내일 수감자들이 개천 수용소로 보내진다. 이동을 위해 오전 10시 행 열차를 타게 될 거다. 열차 탑승 직전 반대쪽에 3호 열차가 한 대 더 있을 테니 무작정 달려라. 붉은색 코트를 입은 브로커를 만나 기차에 탑승해야 한다. 울지말아라. 부디 살아남아라. 못난 아비가 북에서 해줄 수 있는 거라곤 이게 다인 것 같아 미안하다. 」 미안하다. 울음을 삼켰다. 뜨거운 목구멍 안에서 미안하다는 말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목구멍을 벌리기 고통스러워 꺽꺽거리며 주저앉았다. 가슴이 터질 것같이 차오르는 슬픔에 가슴이 답답했다. 아. 아버지. 아버지 말씀대로 울지 않겠습니다. 악착같이 살아남겠습니다. 두 눈을 감자 이곳에 남아 결국은 수용소로 끌려가게 될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입안에 아버지라는 단어가 고여 삼킬 수가 없었다. 아버지. 생각만 해도 얼마나 가슴이 먹먹해 오는 단어인가. 나는 터질 것 같은 울음을 가슴속 깊이 묻었다. * "동무 왜 그러네." "조용히 하라우." 밥도 먹지 않고 구석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내가 이상했는지 백현이 말을 걸어왔다. 눈치를 보며 슬쩍 물어보는 모습이 귀여워 손가락으로 집게를 만들어 작은 입술을 집었다. 병아리 부리 같네. 아이 취급이라 생각했는지 미간에 옅은 주름이 잡혔다. 그마저도 귀여워 보이는 것은 내 머리가 돌아버린 게 틀림없었다. " 내일 오전 열시 행 열차를 타고 개천 수용소로 이동하게 될거야." "아...아니...그러면 여기는 어떻게 되는 거네?" 의외의 대답에 놀랐는지 작은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더듬거리며 말하는 모습은 이곳에 온 뒤 처음이었다. "폐지되는 거지." "아." 멍청하긴. 귀엽게. " 내일 열차 타기 전에 내가 신호를 주면 무조건 달려야하네. 붉은 옷을 입은 브로커가 있는 반대편 열차로. " "왜 날 도와주는거네?" "..... 동생 보고싶다 하지않았나?" 그러게.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네. 내가 왜 널 도와주고 있는 걸까. 나도 알 수 없는 생각에 머리가 아파왔다. 나는 도대체 왜 널 왜 도와주고 있는, 싶은 걸까. 나도 모르겠다. 나는 그저 너와 함께 남조선으로 가고 싶을 뿐. 이유는 정말 모르겠다. 아무런 생각 없이 그의 머리를 쓱 쓰다듬자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창가 쪽으로 가 날씨가 덥다며 두 팔을 퍼덕거리는 백현의 붉어진 귀가 사랑스러웠다. 한참 동안 창밖을 쳐다보던 백현이 뒤를 돌아 나를 응시했다. 천천히 돌아 똑바로 나를 쳐다보는 두 눈은 강렬했다. 하늘에 떠 있는 두 개의 달처럼. 무엇인가 할 말이 있는 듯 망설이며 살짝 깨문 입술에 왠지 모르게 긴장이 되어 침을 꿀꺽 삼켰다. 창문 틈으로 새어나온 달빛이 그의 얼굴을 선명하게 했다. 무슨 말을 할까. 조그마한 입술이 이윽고 떨어졌을 때, 나는 숨소리도 내지 못했다. " 그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 그대를 바라볼 수 있는 것만으로 그대의 음성을 듣는 것만으로도 기쁨을 느낄 수 있었던 그날들. " 귓가를 달콤히 적셔오던것은 " 그대는 기억조차 못하겠지만 이렇듯 소식조차 알 수 없지만 그대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흐르곤 했었던 그날들- " "...." " 잊어야 한다면 잊혀지면 좋겠어 부질없는 아픔과 이별할 수 있도록 잊어야 한다면 잊혀지면 좋겠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대를- " 백현의 노래였다. 찬 공기 속에 울린 백현의 노랫소리에 나는 멍청히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 노래가 처음 들어보는 노래여서가 아니었다. 그 노래가 남조선 말이어서도 더더욱 아니었다. 예뻤다. 그 고운 음색도, 부르는 그의 모습도. 두 눈을 감고 살짝 인상을 쓰고 부르는 그 모습은 내 눈속에 박혔고 그 고운 노랫소리는 내 가슴으로 와 박혔다. "왜 말이 없네?" "...못 부르네." 일부러 퉁명스럽게 대답하자 사과처럼 붉게 변했다. 목 아래부터 이마 끝까지 붉어지는 모습은 꼭 만화 속 주인공 같았다. ".... 남조선 노래라 놀랬네? 보답." "노래는 좋네." 노래에 관심이 없는 척 무심하게 자리에 누웠다. 행여나 그가 눈치라도 챌까 입 모양으로 나타내지 않고 속으로 제목을 곱씹었다. 그날들이라. 잊어버리지 않으려는 듯이 한 번. 그리고 두 번 세 번 더. * 아침이 밝았다.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 설렘과 긴장감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평소와 다르지 않은척하며 이부자리를 정리했다. 고개를 들어 백현과 눈이 마주친 순간. 나는 알 수 있었다. 아. 그도 나와 같다는 것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느낌. 살거나 혹은 죽거나가 결정되는 그 10분의 끝없는 기다림. 2년간 기다려온 그 순간이면서 막상 때가 되니 긴장감에 압도되어 몸이 움츠려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예상대로 복도 끝 낡은 스피커에서 지직거리는 소음과 함께 딱딱한 목소리가 수용소 안에 울렸다. "집합." 이윽고 조용한 복도 밖 다른 방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달그락- 발목에 채여 있는 족쇄의 부딪힘이 경쾌하다. 앉아있던 백현을 일으켜 내 뒤에 세우고 방문 앞 창살 앞에 한 줄로 나란히 섰다. 나가고 싶은 열망을 대신하듯 오른손으로는 창살을 붙잡고 왼손으로는 백현의 손을 붙잡았다. 그의 손이 내 손바닥 안에 있음을 깨닫게 된 백현의 얼굴이 붉어졌다. 붉어진 그의 얼굴에 너도 나와 같은 마음이냐고. 그에게 물어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임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그의 마음이 나와 다르다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나는 그 사실을 인정하기에 너무 슬퍼질 것이 분명했기 때문일까. 모르는 척 이대로 넘기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멍청이 같은 생각을 한 나는 결국 애써 꺼내올린 마지막 용기를 목구멍으로 다시 집어삼켰다. 나는 앞으로 다시 돌린 고개를 끝내 뒤로 돌리지 못했다. " 1번 방부터 차례로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나온다. 실시" 딱딱한 목소리가 귓가에 낮게 울렸다. 나는 열리는 쇠창살 문에 쥐고 있던 작은 손을 놓고 조용히 한발을 내디뎠다. 햇빛은 강렬했다. 오랜만에 밖으로 나온 탓일까. 햇빛에 눈을 뜰 수가 없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족쇄에서 풀려 자유로워진 발목 대신 두 팔에 채워진 수갑의 감촉이 차갑다. 슬쩍 뒤를 돌아보니 백현도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비틀거리며 걷고 있었다. " 쓸모도 없는 호로새끼. 정신차려!! " 딱딱한 몽둥이의 강한 충격이 뒤통수로 느껴졌다. 애써 아픔을 삼키며 기차를 찾아 주변을 둘러보았다. 서둘러라. 아버지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꿀꺽-. 다시 찾아온 긴장감에 침을 크게 삼켰다. 역시. 예상대로 걷고 있던 길의 끝에는 1호 2호 열차가, 반대쪽 꽤 먼 거리에 3호라고 적혀있는 회색빛 열차가 있었다. 저것이구나. 언뜻 붉은 옷을 입은 사람이 보인 것 같기도했다. 드디어 앞쪽 좌수들이 열차 앞에 도달했는지 행렬을 멈췄다. 눈치를 보다 슬쩍 한 발짝 뒤로 가 백현의 귀에 속삭였다. "내래 뛰라고 하면 무조건 저쪽으로 달려야 하네. 알겠나?" 굳은 표정으로 백현이 작게 끄덕였다. 긴장되었는지 작은 두 손을 바들바들 떨었다. 손에 있던 작은 실핀 두 개 중 하나를 그에게 건넸다. 구멍에 넣어서 풀어. 최대한 빠르게 해야 되네. 놀란듯한 백현의 표정을 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다시 고개를 돌려 탑승을 시작한 열차 쪽으로 한 발자국씩 걸었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긴장감에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왔다. 험악하던 간수들은 마지막 차례가 다가오자 죄수들을 기다리기 슬슬 귀찮은지 뒤쪽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한두 명씩 기차에 미리 탑승하기 시작했다. 주먹을 쥐어 숨기고 있던 실핀을 수갑 구멍에 넣어 마구 쑤셨다. 긴장감에 손이 떨려 잘 열리지 않았다. 앞쪽으로 열 명, 아니 이제 다섯 명.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다. 달칵. 열렸다. 안도의 한숨과 동시에 입안이 바싹바싹 말라왔다. 쿵쾅쿵쾅. 세 명. 두 명. 쿵쾅쿵쾅. 한 명. 한 명. 누군가 시간을 비디오 테이프를 늘어뜨린것처럼 천천히 흘렀다. 느릿하게 고개를 돌리며 백현을 똑바로 바라봤다. 두 눈이 마주쳤다. 깜빡임조차 없었다. 숨이 막혀왔다. 쿵쾅쿵쾅.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은 시한폭탄처럼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 뛰어!! " 갈리지는 목소리가 공간에 울렸다. 앞에 있던 간수를 어깨로 강하게 밀치며 그의 오른쪽 주머니에 들어있던 총을 꺼냈다. 탕탕-! 터지는 총성과 함께 그 옆에 서 있던 간수의 몸뚱어리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깨끗하던 자갈들이 붉은 피로 물들었다. 벙쪄있는 백현의 손을 붙잡고 반대편 열차 쪽으로 무작정 달렸다. 열차 안에 있던 간수들이 주춤거리다 이내 정신을 차린 듯 열차 밖으로 뛰쳐나왔다. "간나 새끼들!" 탕탕-! 온갖 욕설과 총소리가 들렸다. 뒤에서 느껴지는 공포감에도 달리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까끌까끌한 돌멩이들에 베어 발바닥에 피가 맺혔지만 신경 쓰이지 않았다. 끝없는 길을 달리는 것 같은 착각에 정신이 아찔했다. 약을 한 것처럼 공간이 춤을 추고 웅웅거리는 시끄러운 소리가 귀에 울렸다. 하지만 아픔과 공포감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겹쳐진 손과 쿵쿵뛰는 심장 소리. 그것이 나를 지배하는 모든 것이자 전부였다. 마치 흑백사진 속 백현과 저. 단둘만 숨쉬고 있는 것 같은 묘한 느낌에 숨이 막혀왔다. "동무 다 왔네. 정신차리라요!" 눈앞에 신기루처럼 3호 열차가 있었다. 열차 문 앞에는 붉은색 옷을 입은 브로커가 다급한 표정으로 빨리 탑승하라는 듯 손짓하고 있었다. 급하게 뛰어가던 백현의 손을 조용히 놓았다. 가만히 그를 바라봤다. 강아지 같은 둥근 눈이 귀엽다. 놓인 손에 당황한 백현이 무슨 헛짓거리를 하는 거냐며 다시 내 손을 잡아 열차 쪽으로 이끌었다. 슬쩍 뒤를 도니 간수들이 꽤 근접해있었다. 어림잡아 3분. 시간이 없었다. 다시 잡은 그의 손을 억지로 떼어냈다.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백현의 눈동자에 목이 막혀와 억지로 목구멍을 열었다. 백현아 - 백현아. 열차는 한자리야. 미안해. " ....내래 주사를 맞아서 몸이 점점 마비되어가고 있네. 열차를 타봤자 살아서 남조선으로 나갈 수 없다우. " 이게 거짓말이라는것 쯤은 너도 알고있겠지. " 시간이 없어. 뛰라우. 당장." ".. 이건 아니야.... " " 대답해." " ...제발 그러지말아.... 제발..." 붉어진 눈가를 애써 모른척하고 대화를 끝냈다는 눈짓을 하자 초조한 표정을 짓던 브로커는 백현의 팔을 거칠게 잡아끌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손을 덜덜 떨던 백현은 거세게 저항을 했다. " 이거 놓아라! 놔! " 악을 쓰던 소리가 울음으로 바뀌는 것이 들렸다. 눈물범벅이 된 백현이 악을 쓰며 오열하고 있었다. 울지 말아라. 들리지 않을 것을 알면서 조용히 속삭였다. 열차에 태워지는 백현이 사라질 때까지 똑바로 그곳을 응시했다. 마치 두 눈에 그 모습을 크게 담으려는 듯이. " 도경수, 경수야!!- " 다시 열차를 뛰쳐나오며 내 이름을 부르짖는 모습에 눈을 감을 수 밖에 없었다. 뺨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 백현의 목소리가 가슴 속에서 메아리가 되었다. 그가 처음 불러준 내 이름에 벅차오르는 가슴을 억누를 수 없어 나는 결국 울음을 참지 못했다. " 이 호로새끼- " 털썩- 두팔이 꺾어지며 땅바닥 위로 처박혔다. 달칵- 다시 손목에 채워진 수갑에 자유로웠던 몸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등위에 눌리는 간수의 군화에 땅끝까지 추락할 듯 눌려 숨구멍이 막혀왔다. 아. 온몸으로 느껴지는 돌멩이의 날카로움.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느껴지는 뒤통수의 아픔에 절로 소리를 내질렀다. 으윽-! 몽둥이와 거친 발길질에 고통스러워 흐릿해지는 눈앞에 저 멀리 3호 열차가 터널로 사라지고 있었다. 그와 함께 열차는 큰 기적 소리를 내며 터널로 사라졌다. 너는 괜찮은 걸까. 안도의 한숨과 함께 나는 정신을 잃었다. 「 제 1조 1항 도주시 즉시 총살한다. 제 2조 1항 담당 보위원 선생님의 승인없이 다른 지역으로 무단 이동할 경우 즉시 총살한다. 제 3조 1항 무기류를 도둑질하거나 소지하고있는자는 즉시 총살한다. 제 4조 1항 담당 보위원 선생님에게 불만을 품거나 구타를 했을경우 즉시 총살한다. 제 4조 2항 담당 보위원 선생님의 지시에 불성실한자, 불복종한자는 즉시 총살한다. 제 10조 1항 관리소의 법과 규정을 어겼을경우 즉시 총살한다. 」 "이 좆같은 새끼. 요 간나 이래 규정을 많이 여겨서 쓰나?" 쏴아- 차가운 물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갑작스러운 추위에 몸이 으슬으슬 떨려왔다. 흐릿한 백열등의 깜빡임. 지하로 추정되는 어두운 방안 속, 딱딱한 나무의자에 팔다리가 밧줄로 고정되어있었다. 손발을 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갑갑함에 짜증이 올라왔다. 옆으로 흔들리는 백열등 밑으로 붉은색 넥타이를 정리하는 간수의 몸뚱어리가 언뜻 보였다. " 내래 이 간나, 그냥 쳐죽이지 않을 거네. 그냥 죽일 순 없다. 최대한 고통스럽게 죽여 앞으로 허튼 생각을 맘먹고 있는 호로새끼들의 모범이 되도록 할 거네. " "......." " 0112 도경수. 23발 총살이라우. " 총살이라. 그 말을 한 번 더 곱씹어보기도 전에 뒤에서 누군가 내가 고정되어있는 의자를 발로 차 쓰러트렸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충격을 온몸으로 흡수한 탓에 온몸이 얼얼했다. 차가운 바닥. 힘겹게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펴보았을 땐 몽둥이를 든 남자 서넛이 주위를 에워싸고 있었다. 비명만 속으로 삼킬 뿐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아픔을 참아낼 수밖에 없었다. 해도 뜨지 않은 새벽이였다. 멀리 언덕 위로 보이는 푸르스름한 하늘 속 새하얀 달빛이 제 빛을 강렬히 뿜어냈다. 손에 묶인 밧줄을 앞으로 끄는 손길이 거칠다. 빨리오라우. 푸르스름한 하늘을 날아다는 새카만 까마귀의 기분 나쁜 울음소리가 울렸다. 까아아악- 무엇인가 파먹을 것이 생긴다는 걸 안다는 듯 총살용 나무주위를 빙빙 도는 꼴이 역겨웠다. 핏자국이 채 닦이지도 않은 나무와 내 몸뚱어리가 하나로 묶여지기 시작했다. 몇 번을 감았을까. 가슴부터 허리까지 단단하게 묶인 굵은 밧줄에 벌써 숨이 막혔다. 튼튼하게 묶었는지 확인하던 간수가 한심한 표정을 지었다. 쯧쯧 불쌍한 새끼. 고개를 들어 두 눈을 크게 떴다. 마지막으로 보게 될 하늘을 두 눈에 다 담으려는 듯이. "총알 장전." 철컥- 그리고 너를 떠올렸다. 노래를 부르던 너의 모습을. 혹시 내게 내려진 천사가 아닐까 착각할 만큼 예뻤던 너의 모습을. 빛나던 입술을. 아아. 네가 부르던 노래를 부르고 싶어져 메마른 입술을 간신히 벌렸다. ".....그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 그대를 바라볼 수 있는 것만으로. 그대의 음성을 듣는 것만으로도. 기쁨을 느낄 수 있었던 그날들." 백현아. 아마도 네가 남조선에 도착하게 된다면 말이다. 너는 백희도 만나게 될 거고 너만큼 사랑스러운 아내, 너를 닮은 아이를 가지게 되겠지. 그 아이가 한명이 될지 두 명이 될지 사내일지 계집일지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나는 그저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눈물이 날 정도로, 이곳에서의 아픔이 털끝만큼도 생각나지 않을 만큼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탕탕탕- "그대는 기억조차 못하겠지....만. 이렇듯 소식조차 알 수 없지만. 그대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흐르곤 했었던 그날들." 그래. 시간이 지나면 다 잊혀지겠지. 그래도 먼 훗날에 말이야. 정말이지 아주 가끔 떠올려줬으면 좋겠다. 밤하늘의 빛나던 별들. 푸르스름한 새벽의 달빛. 좁은 창문 사이의 옅은 바람. 눈을 찌푸리게 만들 만큼 강렬하던 햇살. 붙잡은 두 손. 공기 속 섞여 있는 모래의 까칠함. 미친 듯 뛰던 심장 소리를. 조금 더 바라는 것이 있다면 너와 함께하던 나를 떠올려줬으면 한다. 도경수라는 사람이 네 옆에 있었노라고. 손과 발이 없어진다 해도 기어서 네게 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너를 위해선 모든 걸 포기할수 있는 사람이 있었노라고. 탕탕탕- "......잊어야 한다면 잊혀지면 좋겠어. 부질없...는 아픔과 이별할 수 있도록. 잊어야 한다면 잊혀지면 좋겠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대를." 어쩌면 네가 해준 노래가 정답일지도 모른다. 잊어야 한다면 잊혀지는게 더 좋은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욕심을 부려본다. 나를 ...잊지 않아 줬으면 좋겠노라고. 가끔만, 아주 가끔 나를 떠올려달라고. 네게 펼쳐질 미래의 그날들 속 한순간만 나를 떠올려달라고. 내 진심을 말할 용기를 다시 꺼내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워 울음으로 번졌다. 아이처럼 엉엉 울며 눈을 감아 마지막 용기를 쥐어짜 냈다. 백현아. 너는 알까. 너를 향한 내 마음이 단순한 것이 아니었음을. 너를 향한 내 마음은 사랑이었음을. 탕탕탕- 이윽고 스물세 발의 총성이 모두 울렸다. +1501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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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아 앞머리 + 똥머리 처음봐 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