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운아, 네가 그랬잖아. 우리 딱 5년만 고생해 보고, 그 때도 아닌 거 같으면 깔끔하게 그만 두자고. 그치만 그 전까지는 무엇을 위해서도 아닌 그냥 열심히 달리자고, 해 보자고, 그랬잖아. 그래서 나 처음으로 캔들도 만들어 보고 슬픈 영화를 본 것도 아닌데 펑펑 울어도 보고 곧 쓰러질 거 같은데 뭐에 홀린 것처럼 음악에 맞춰서 춤추고 있고 노래를 배우고 있고, 다른 언어도 공부하고 더 예뻐 보이고 싶어서 손도 가꾸고 그랬어. 근데 점점 상상하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을 때, 막막했어. 예전 모습들을 찍은 사진도 보고 그랬는데도 웃음도 안 나오고 망했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무작정 네 품에 안겨서 엉엉 울었는데, 네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괜찮다고 해 줬잖아. 당연한 거니까 울어도 된다고, 난 널 이해한다면서, 네가 울면 내 마음 찢어질 거 같다고. 너가 막 그렇게 말했잖아. “팬들은 뭔 소리야, 할 거 같은데.” 아니야. 이제부터가 핵심이야. 그래서 내가 너한테 나 지켜 달라고 했더니 네가 나한테 입 맞추면서 좋아해, 차학연. 이라고 말하면서 고백했잖아. 그 때 우리 숙소에 짐 갖다 놓는 창고에서, 거기 보일러도 안 틀어 놔서 엄청 추워야 하는데 하나도 안 추웠고 오히려 따뜻했는데. 내가 기억력이 좋지를 못 해서 웬만한 거 다 잊어먹고 사는데 그 말만은, 그 순간만은 영원히 여기, 마음에 박혀있어서 잊지 못 해. “입 맞췄다는 게 좀...” “아! 진짜 너 자꾸 그럴 거야?” “조금... 현실성 있게 얘기를 해야지, 뭔...” “됐어. 너랑 말 안 해.” 택운은 황급히 학연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그게 아니구, 네가 너무 이것저것 말하니까 핵심이 뭔지 모르겠잖아. 하나의 주제를 정해 놓고 말하는 건데 부연설명이 기니까. “그럼, 네가 설명해.” 처음에, 아니 처음부터 내가 많이 좋아했고, 근데 티를 낼 수가 없었지. 애들이 전부 너 몰아가는 거 재밌어했지만 나만이라도 중립을 지키고 있으면 너가 진심으로 상처를 받을 때 나한테 위로를 구하러 올까, 싶어서. 데뷔하고 조금 지나서 너가 인터넷에 올라온 어떤 글 보고 울었을 때 내 마음이 더 아팠고, 그와 동시에 널 지켜 주고 싶은 그런 생각이 들어서 그냥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고백이나 해야지, 했다고. “고백이나? 말을 또 왜 그렇게 하냐?” “아, 몰라. 힘들어...” 고백을 해야지, 마음 먹게 됐고 나한테 고백했다고. 그렇게 연인이 됐고 사실 아직까지도 이해를 못 하는 사람들은 훨씬 많지만 그에 반해 우리 둘은 너무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고 있다고. 이렇게 얘기를 해야지! “그래, 너 다 해.” “그냥 원래대로 가는 게 낫겠어.” “네, 우리 연이 하고 싶은 거 다- 하세요.” 학연의 볼에 택운의 입이 살짝 닿았다가 떼어졌다. 학연은 게슴츠레 택운을 바라 보고는 품에 안겼다. “그냥 사랑한다고만 말하면 될 거 같기는 해.” “...그래, 그게 정답이잖아.” “으응, 사랑해, 택운아.” “나두, 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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