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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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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의자 전체글ll조회 930


학연이 늦은 시간 사무실을 찾았을 때, 학연은 사무실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 시간까지 야근을 하던 사람은 회사에 분명 저 혼자였는데. 그리고 조심스럽게 사무실로 들어섰을 때, 웬 낯선 남자 한 명이 제 자리에 앉아 식은땀을 흘려가며 잔무를 보고 있었다. 언뜻 보기에도 스물 서 넛 이나 되었을까. 그리고 학연이 가까이 다가가 남자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자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소스라치게 놀라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학연 자신을 향해 허리를 90도로 굽히며 인사를 해 왔다.

“아..안녕하십니까! 이번에 Luve 첫 출근 하게 된 한상혁이라고 합니다, 선배님.”
“첫 출근? 근데, 여기 내 자린데.”
“차학연 선배님 맞으시죠? 선배님이 전속 맡게 되신 5주간 제가 선배님 빈자리를 채우게 됐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무래도 사무실의 거의 모든 잔무를 도맡던 학연이 전속을 맡게 되며 사무실에서 5주 간 자리를 비우게 되자 마감도 얼마 남지 않은 잡지사가 제대로 돌아갈 리 만무하였다. 그렇다고 고새 신입을 들였단 말이야? 나한테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언뜻 보기에도 군기가 바짝 들어있는 이십대 초반. 꼭 자신의 3년 전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아무것도 몰랐기에 바닥부터 시작했던 학연은 항상 이렇게 군기가 들어있었고 선후배간 예절이 중요시하게 여겨지는 언론사에서 미운 털이 박혔다간 다른 부서를 가도 그 어느 곳보다 빨리 소문이 퍼지는 곳이 바로 이 곳이었다. 누가 기자들 아니랄까봐 어찌 그렇게들 입이 가벼우신지.

언뜻 보기에도 쌓여있는 업무량. 벌써 11시가 다 되어 가는데 자리를 펴고 앉은 것 보면 새벽을 지낼 모양인 듯. 어차피 자진 야근을 하기 위해 사무실로 온 학연은 혼자가 아니라 심심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하며 옆자리에 겉옷을 벗어두고 앉았다. 여러 인터뷰 원고들을 펼쳐놓고 아무렇게나 뒤죽박죽 섞어놓은 모양새에 한숨부터 쉬어진다.

“이걸 이렇게 늘어놓으면 나중에 너 큰일 나. 원고 옮길 때 다 섞여.”
“안 그래도 지금 조금 섞여서..다시 맞추고 있었습니다.”
“어디 봐. 아..그래도 다행이네. 나 선우진씨 인터뷰 원고 자주 봤었거든. 이 분 스타일은 다 꿰고 있으니까 다시 추릴 수 있어.”
“..죄송합니다. 괜히 제가 선배님 귀찮게 해드리는 것 같아서.”

괜히 먼저 쫄기는. 실수 조금 했다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에 학연은 작게 웃으며 괜찮다고 말하곤 상혁의 등을 몇 번 두들겼다. 사실 학연은 처음 Luve에 들어왔을 때 이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큰 스케일의 사고를 종종 치곤 했다. 마감 바로 직전 아예 다른 원고를 추려놓기도 하고, 잠시 다른 생각을 하다 머릿속에 있던 말들을 그대로 타자기에 옮겨 놓기도 하는 등. 학연이 그렇게 온갖 사고를 칠 때 마다 당시 팀장이 아닌 그저 학연의 선배들 중 한명에 불과했던 홍빈은 그 누구보다도 홍빈이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물론 홍빈의 소개로 회사에 들어오게 되었기 때문에 학연이 실수를 하면 은연중에 홍빈에 대한 이야기까지 선배들 입을 오르락 거렸기에 그랬던 점도 있지만 홍빈은 원체 사람 자체가 따뜻한 사람이었다. 이미 친 사고, 혼내 봐야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홍빈은 일부러 학연에게 화를 내지 않고 더 따뜻하게 실수한 점을 짚어주었다. 그리고 고마워하는 학연에게 ‘그럼 이제 원식이 만나 줄 거지?’ 라는 말들을 뒤따라 붙여오곤 했었다.

그래도 확실히 어려서 그런지 타자 속도는 진짜 빠르네. 순식간에 여러 장의 원고를 타이핑한 상혁이 학연의 자리에 있던 원고를 가져갔고, 학연은 상혁에게 조심해야 할 점을 꼼꼼하게 일러주었다. 마치 3년 전 홍빈이 제게 가르쳐 주었던 것처럼. 자상한 학연의 모습에 상혁은 금세 학연에게 마음을 열고 살갑게 굴어왔고 처음으로 들어 온 후배에 학연 역시 퍽 귀여운 상혁이 마음에 드는 것 같았다.

“어째 일은 안 하고 친목만 다지는 것 같네요?”

그리고 갑자기 뒤에서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에 학연은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았고 그엔 정장 차림의 홍빈이 커피 잔을 든 채 서 있었다.

“팀장님 퇴근 안 하셨어요?”
“신입 들어와서 첫날부터 야근이니까 모르는 것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라고 했죠.”
“그럼 좀 도와주시지 그러셨어요. 애가 완전 혼자서 쩔쩔매고 있더구만.”
“그래요? 상혁씨 왜 얘기 안 했어요. 힘들면 물어보라고 했더니.”
“첫 출근 날부터 팀장님이 편하겠어요? 나 같아도 못 물어보겠다.”

장난스러운 학연의 목소리에 홍빈이 샐쭉거리며 커피를 홀짝였다. 그리곤 바쁘다며 손사래로 홍빈을 쫓아내는 학연의 손길에 꽤나 상처받은 표정을 지어 보인다. 저게 이제 머리가 컸다고 팀장을 막 대하네.

“근데 사무실 안 나와도 되잖아요. 갑자기 왜 왔어요?”
“그냥..심심하기도 하고, 나 없이 잘 돌아가나 궁금하기도 하고.”
“잘 됐네요. 나 학연씨한테 할 말 있었는데.”

어쩐지 홍빈이 저렇게 진지해져 올 때면 뭔가 모르게 불안해진다.

“상혁씨 오늘 수고 했는데 이만 퇴근하죠.”
“네? 저, 그런데 아직 일이 안 끝났는데..”
“걱정 마요. 나랑 학연씨 있으니까. 내가 첫날부터 신입을 너무 부려먹은 것 같아서 그래요.”
“그럼 이만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내일 뵐게요, 팀장님. 차선배님도 나중에 봬요.”

저게..들어가란다고 진짜 쏙 빠져?! 일이 이렇게 많이 남았는데..안 그래도 오죽 힘이 들었는지 상혁은 홍빈이 그만 퇴근하라는 소리에 반색을 하더니 한 번 튕겨주는 센스와 함께 다시 붙들리기 전에 얼른 짐을 챙겨 인사를 후다닥 하곤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와..다리도 되게 기네. 몇 걸음 걷지도 않았는데 벌써 나갔어. 아마 홍빈이 상혁을 미리 보낸 이유를 학연은 안다. 홍빈은 학연에게 상혁이 들어서는 안 될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분명했다. 뭐, 김원식을 진지하게 만나보라는 이야기라 던지..

“학연씨.”
“알아요, 알아. 원식이는 제가 알아서 잘 할..”
“정택운씨랑, 아는 사이였다면서.”

그리고 예상치 못하게 홍빈의 입에서 흘러나온 택운의 이름에 학연은 눈에 띄게 멈칫하였다.

“그리고 학연씨 첫사랑이라면서.”

학연은 쥐고 있던 펜을 떨어뜨렸다.

“원식이가..팀장님한테 그런 소리를 해요?”
“원식이 뭐라고 하지 마요. 하도 학연씨가 원식이 안 만나주니까 내가 궁금해서 캐물어 본거니까.”
“…저 이만 가 볼 게요, 팀장님.”
“학연씨 나한테 거짓말 했던 거 다 들켰어요.”

학연은 멍하니 홍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팀장님께 무슨 거짓말을 했었기에..

“처음에 나한테 이성애자라서 원식이 못 만나준다고 했던 거 벌써 잊었어요?”
“……”
“내가 세상에서 제일 아끼는 후배 두 명이 동성애자라는 건 별로 신경 안 써요.”
“……”
“그런데 학연씨가 나를 속였다는 게 제일 억울하네요.”
“..죄송해요, 고의는 아니었어요.”

홍빈은 들고 있던 커피 잔으로 학연의 머리를 갑자기 콩 때렸다. 제 머리를 때려오는 홍빈에 학연이 당황한 눈초리로 홍빈을 바라보자 홍빈은 학연을 향해 씩 미소 지었다.

“그리고 학연씨 커피도 못 마신다면서요.”
“아..그게, 위가 좀 안 좋아서..”
“지금까지 나를 속인 게 한두 가지가 아닌 거 알아요?”
“그거 다 고의는 아니었어요.”
“내가 학연씨 야근 할 때마다 커피 몇 잔을 먹였는데. 바보같이 그걸 왜 넙죽넙죽 다 받아먹었어요?”
“걱정 마세요. 제가 먼저 마실 때도 있었으니까.”

학연은 아마 자신의 남은 회사 생활 동안, 홍빈과 같은 사람은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학연이 아는 한 그 어떤 팀장들보다 젠틀하고, 재치 있었다. 자칫하면 심각해질 수 있는 상황을 아무렇지 않게 능글거리며 구렁이 담 넘듯 넘어가는 홍빈의 모습에 학연은 혀를 내둘렀다.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홍빈에게 ‘들켰다’ 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었다. 홍빈은 여전히 학연을 ‘동성애자 후배’ 가 아닌 평소와 같은 후배로서 대하고 있었고, 학연은 여전히 그를 믿음직한 팀장으로서 신뢰했다.

“그럼 이제 말해 봐요.”
“……?”
“어째서 정택운씨 전속을 자진한 거 에요? 이미 헤어졌을 텐데 껄끄럽지 않아요?”
“그건 원식이가 말 안 해줬죠? 더 이상 알려고 하지 말라는 뜻이었을 거 에요.”
“이게 학연씨한테 실례되는 질문이라는 건 나도 아는데, 도무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있어야죠.”

학연은 손가락을 데스크 위에서 꼼지락거렸다. 그리고 문득 10년 전의 택운을 떠올렸다. 자상하고, 따뜻하고, 다정했던 택운.

“..오해가 좀 있어요.”
“무슨 오해요?”
“그것까지 말하기는 좀 곤란해요. 사적인 거라서.”
“그럼 오해를 풀고 싶어서 택운씨를 다시 만나려고 하는 거 에요?”
“꼭 그렇다기보다는..그냥..”
“…그냥?”

이내 학연은 홍빈과 시선을 마주하였다. 홍빈의 올곧은 시선이 오로지 제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백퍼센트 저 때문에 헤어진 거 에요.”
“학연씨.”
“처음엔 오해를 풀고 싶어서 만나려는 의도였는데, 지금은 그냥 이렇게 같은 나라에, 같은 하늘 아래에서 발붙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요.”
“……”
“저는 택운씨, 아니, 택운이…아직도 많이 사랑해요.”
“……”
“그런데 제가 택운이를 두고 떠났거든요. 말도 없이 갑자기 미국으로. 택운이는 제가 자기를 버렸다고 생각할 거 에요, 아마.”

오해가 또 다른 오해를 낳고, 그 오해는 또 다른 오해와 불신을 낳는다는 것을 학연이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학연은 자신이 택운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절대 택운에게 말할 수 없었다.

“난 죽어서도 택운이한테 그 이유를 말 안 해줄 거 에요. 말 못 해요, 절대.”
“……”
“택운이가 저를 경멸하는 눈빛으로 보는 게 너무 마음 아파서, 요즘엔 하루에도 몇 십 번씩 그냥 다 말해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
“그래도 10년이나 참았는데..이제 와서 말하기엔, 우린 너무 멀리 와버렸어요.”

처연한 학연의 목소리. 홍빈은 이제야 왜 그렇게 학연이 원식을 만날 수 없다며 거절해 왔는지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을 8년간이나 줄창 따라다니며 짝사랑하고 있는 원식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이해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다들 사랑에 앞서 제정신들은 아님이 틀림없다.

“팀장님, 저 이제 게이인거 아셨으면 자꾸 그런 잘생긴 얼굴 들이대지 말아요. 확 뽀뽀해버릴 테니까.”

그리고 이내 다시 장난스러워지는 학연의 목소리에 홍빈은 가볍게 학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리사이틀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택운은 하루 종일 에이전시 연습실에 틀어박혀 연습실 밖으로는 얼굴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한국에서는 공연을 할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었지만 막상 한국에서의 첫 공연이고, 모든 언론의 이목이 집중되는 만큼 연습을 소홀히 할 수 없었기에 더욱 자신을 채찍질해가며 연주에만 몰두했다.

아니, 몰두하려고 했다.

‘그동안 보고 싶었어요.’
‘……’
‘정택운씨 공연 말이에요.’

귓가에서 맴도는 학연의 목소리. 택운은 며칠 째 마치 환청에 시달리는 사람처럼 학연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기분에 도저히 연주에 집중할 수 없었다. 어디서든, 어떻게든 택운을 괴롭게 만드는 장본인. 10년간이나 학연이 자신을 떠나는 악몽에 시달리면서도 잊지 못했던 사람. 스톡홀름 리사이틀과 플랜이 똑같은 곡들임에도 불구하고 택운은 몇 번이고 같은 구간을 도돌이표처럼 연주했다. 어째서 이렇게 괴로운 것일까. 택운은 결국 피아노 위에 있던 머그잔을 바닥에 집어 던졌다. 안에 들어있던 커피와 깨진 파편이 한데 뒤섞이고 갑자기 연습실에서 들려오는 큰 소리에 놀란 재환이 얼른 문을 열고 들어왔지만 재환은 머리를 감싸고 있는 택운에 그가 일부러 컵을 집어던진 것임을 알아차렸다.

“왜 이렇게 집중을 못해요.”
“……”
“손가락이 잘 안 풀려요?”

종종 있는 일이기에 익숙하게 빗자루로 유리 조각들을 쓸어 담는 재환. 공연이 며칠 남지 않으면 항상 극도로 예민해져 있는 택운이기에 웬만해선 택운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편이 좋았다. 하지만 요즘의 택운은 유달리 히스테릭하다. 하루 종일 물만 마시며 피아노만 붙들고 있질 않나, 저렇게 아무 잘못 없는 컵들을 박살내질 않나. 사실 재환 역시 이유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택운이 10년간이나 한국에 발을 들이지 않았던 이유인 첫사랑이 바로 학연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뒤, 분명 학연 때문에 저렇게 날카로워져 있다는 건 짐작하겠는데 그럼 그냥 처음부터 인터뷰어를 갈아달라고 했을 것이지 하겠다고 결정까지 해놓고 저러는 건 또 뭐람.

“내가 너무 한심해서.”
“갑자기 무슨 소리에요?”
“유치하고, 바보 같아서. 도저히 집중이 안 돼.”

밀걸레로 바닥을 닦고 재환은 택운의 피아노 옆에 앉았다. 그러고 보니 연습실에 제법 한기가 돈다. 택운은 평소에도 추위를 즐겼다. 그래서 저렇게 피부가 새하얀가. 택운이 입고 있는 니트 위로 드러난 목덜미가 유난히 희다.

“맞아요. 형 원래 유치해요. 그걸 이제 알았어요?”
“어. 나는 내가 되게 쿨하고 멋있는 놈 인줄 알고 살아왔거든.”
“밥이나 좀 먹어요. 실장님이 걱정하세요.”
“재환아.”

택운의 목소리가 무척이나 아팠다. 그저 그 목소리를 듣고 있을 뿐임에도, 재환은 누군가 제 마음을 바늘로 콕콕 찌르는 것 마냥 느껴졌다. 재환은 택운과 꽤 오랜 시간 함께했다. 택운이 에이전시와 계약을 하게 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되면서 자신이 택운의 첫 매니저가 되었고 그동안 둘 사이에 충돌도 많고 여러 가지 탈도 많았지만 택운은 사실 재환이 아닌 다른 매니저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둘은 서로에게 익숙해져 있었다. 낯을 많이 가리고 사교적이지 못한 성격의 택운에게 성격 좋고 쾌활한 재환은 궁합이 잘 맞는 파트너나 다름없었기 때문.

하지만 재환은 그 오랜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타인 때문에 아파하는 택운을 본 기억이 없었다. 택운은 언제나 꼿꼿했다. 그 어떤 사람들이 택운에게 상처를 주려한 대도 택운이라는 사람은 마치 얼음장 같았다. 마치 태어날 때부터 상처라곤 단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사람처럼. 그리고 자존심이 무척 강하고 ‘피아니스트 정택운’ 이라는 네임밸류를 하기 위해 프라이드가 굉장했던 사람이었다. 그랬던 그가 자신을 힐난하고 자책하고 있다. 그것도 고작 한 사람 때문에.

“나 그냥 이대로 콱 죽어버릴까.”

그가 건반 위로 얼굴을 가져다대자 피아노의 청아한 소리가 한데 뒤섞여 연습실을 울린다. 재환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택운을 일으켰다.

“죽거든 리사이틀이나 마치고 죽길 바래요.”
“……”
“나와요. 얼른 밥 먹게.”
“..개새끼.”

연습실을 먼저 나서는 재환의 뒷모습을 보며 택운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뒤따랐다. 하긴. 내가 죽어버리면 에이전시 손해가 만만치 않지. 택운은 작게 웃으며 문 옆 옷걸이에 걸려있던 가디건을 걸치고 연습실 문을 잠갔다. 어쩐지 갑작스럽게 허기가 몰려왔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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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으아아아아ㅏ이번편도 너무 재밌어요ㅠㅠ학연이와 택운이의 감정이 답답하면서도 흥미롭고 속터지는데 재밌어요ㅠㅠㅠ다음편도 기대하고 있을께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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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아이고 ㅠ ㅠㅠㅠ 둘이 그냥 답답할뿐이고.ㅠㅠㅠㅠㅠ 서로좋아하눈데 서로피하는건 참 안타까운일이네여퓨ㅠㅠㅠㅠㅜㅜㅜ그래도 주위에 둘다 좋은사람들이 있다니 찬 ㄷ다행힙니다 아구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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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아ㅜㅜㅠㅜㅠㅠㅠㅠ둘이 잘됐으면 돟겠다ㅜㅠㅠㅜㅠㅠㅜㅠㅠㅠㅠ아 ㅜㅜㅠㅜㅠㅠ잘되라ㅜㅠㅠㅜㅠㅠㅠㅠㅜ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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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헝 이제야 읽게되었네여
아직까지는 아련하고 마음을콕콕찌르는 소설인데
언젠가는 좀 풀리겟죠 사르르
어떻게 왜꼬인건지 정말 궁금하네요
앞으로도 기대할게용 재밋는글읽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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