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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전정국] 뒷골목 11(정국 번외下) | 인스티즈

뒷골목 11

 

 

 

“저어 쪽 애들이 하는 거 말이야.”

 

핏물이 흘러나오는 스테이크를 썰며 홍식이 말했다. 정국이 홍식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홍식이 정국을 향해 고개를 까닥였다.

 

 

“기환이 앞세워서 하고 있는 거.”

“우리 쪽으로 가져올까요.”

 

홍식이 대충 이 정도만 말해도 정국은 홍식의 의도를 파악했다. 홍식은 정국의 이런 점을 아주 마음에 들어했다. 마약 밀매는 홍식이 전부터 눈독 들이던 사업이었다. 그걸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다른 일에 비해 어마어마하다고. 물론 위험 부담이 훨씬 큰 것도 사실이지만.

 

홍록파에서 마약 밀매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들이 취급하는 약물은 종류가 한정적이다. 때문에 김기환이 속해 있는 중역파에서 새로운 종류를 데려오자 홍록파에서 약물을 구하는 자들이 급격히 줄었다.

 

 

“우리가 중역이한테 밀려서야 쓰긋냐.”

“처리하겠습니다.”

“기환이 그거도 좀 같이 처리하고. 애새끼 나한테 갚을 빚이 얼만데 말이야.”

 

 

그 날부터 정국은 야근을 했다. 중역파 놈들이 마약을 밀매한다는 장소는 익히 들어 알고있었다. 경찰의 눈을 피해 밀매를 하느라 꽤 머리를 썼는 지 예상한 세 장소 모두 아니었다. 서울에서 좀 벗어난 지대가 높은 달동네. 마약을 구하는 척 뒷거래를 하며 알아낸 장소였다. 경찰들에게 들키지 않을 만도 했다. 암거래를 행할 정도로 어두운 곳은 아니다. 불법이 만연히 일어나는 곳보다는 동네 양아치들이 허세를 부리며 모이는 장소에 가까웠다. 머리 좀 썼네. 정국이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딸랑이 세 개.”

“그걸로 되겠어? 하나 더 하면 싸게 해줄게.”

 

 

전정국이란 이름은 유명했으나 애초에 정국의 얼굴을 아는 놈은 몇 없었다. 이런 짓을 업으로 삼는 놈이 얼굴을 들키는 순간 무조건 감옥행이었으니 정국은 얼굴을 철저히 숨겼다. 김기환은 정국을 그저 약에 꼴아 더 쎈 것을 찾아 저를 찾아온 약쟁이로 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정국은 살짝 풀린 눈에 새는 발음까지 해가며 약에 취한 행세를 꽤 잘했다. 어릴 적 옛 형님들의 꼬라지가 그러했기에. 흉내내는 건 일도 아니었다.

 

 

“일단 해 보고. 잘 맞으면.”

“에이. 우리 꺼 한 번하면 뿅 간다니까아.”

“하나 더 얹어.”

“오케이.”

 

 

정국이 받은 가루는 극소량이었다. 받자마자 저들이 양으로 사기를 쳤음을 알았으나 정국은 넘어갔다. 어쨌든 이곳에서 거래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았으니 됐다. 정국이 산 가루는 홍식의 손에 쥐여졌다. 홍식이 가루를 흡입하기 전에 정국은 자리를 떴다. 그런 정국을 보며 홍식은 쯧쯧 거렸다. 여기서 몸 구르는 놈이 쓸데 없이 이런 데에 약하다고. 홍식은 종종 정국에게 착해서 탈이라는 얘길 했다.

 

착한 심성 때문은 아니고 그저 싫을 뿐이었다. 이유는 스스로도 몰랐다.

 

 












 

 

 

[방탄소년단/전정국] 뒷골목 11(정국 번외下) | 인스티즈

뒷골목 11

 

 

 

이후 정국은 매일같이 그곳에 숨어들었다. 김기환을 감시하기에 딱 좋은 자리를 찾았다. 가로등이 없고 어두운 자리. 조용한 이 달동네에서 가장 조용한 곳. 한 가지 눈살이 찌푸려지는 점은 올 때마다 담배 꽁초가 가득하다는 점이었다. 동네 양아치들이 담배 피우는 곳으로 점 찍어 두기라도 한 건지. 정국이 주로 찾는 동이 트기 전의 새벽에는 이곳을 찾는 자들이 없었다. 양아치들을 쫓는 귀찮은 짓은 덜은 셈이었다.

 

그 날은 기다림이 꽤 길어지는 날이었다. 김기환이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지겨움에 한숨을 토하자 추울 날씨에 입김이 퍼졌다. 옆으로 인기척이 났다. 고작 무지티 한 장만을 걸친 여자가 벽에 기대더니 담배를 꺼내들었다. 담배 냄새가 코를 스쳤다. 담배 냄새는 질색이었다. 여자의 입에 물린 담배를 빼냈다. 내 행동에 여자가 격하게 반응했다. 골초인가. 담배갑과 라이터를 던져 버리니 지갑에서 담배값이랍시고 수표를 하나 꺼내갔다. 처음 보는 사이였지만 깡 하나는 알아줘야했다. 면전에 침까지 뱉어주고 가더라.

 

 

 

김기환이 그 곳을 더 이상 찾지 않은 건 냄새를 맡은 탓이었다. 홍록파 놈들이 눈독들이고 있다는 소문이 귀에 들어간 듯했다. 그래서 장소를 옮겼다고. 이쪽 바닥의 의리는 종이 한 장짜리였다. 지갑에 있는 종이 한 장만 꺼내 쥐여주면 좋다고 장소를 읊어대는 놈 천지다.

 

그리고 하필 김기환이 바꾼 장소가 짭새들이 잠복 중이던 장소였다.

 

 

“우리 친구 어딜 그렇게 급히 가실까아?”

 

그 여자다.

 

정국은 주아를 자세히 살폈다. 170까지는 살짝 못 미치는 큰 키. 익숙한 분위기가 풍겼다. 담고 있는 이야기가 많은 눈이 정국을 바라보았다. 그 눈을 마주하자 알 수 있었다. 은희와 닮은 이목구비. 설마라는 단어가 뇌리를 스쳤다. 정국이 태어나 처음으로 우연이라는 단어를 곱씹은 날이었다.

 

 

 

 













 

[방탄소년단/전정국] 뒷골목 11(정국 번외下) | 인스티즈

뒷골목 11

 

 

 

이주아. 강동 경찰서 형사과 강력 1팀. 그리고 내가 빚을 진 분의 딸. 경찰이 김기환 패거리들의 밀매 장소를 습격했다는 소식은 정국에게도 퍼졌다. 은희의 딸은 경찰이었다. 주아를 다시 한 번 제 눈으로 확인하게 위해 정국이 쓴 방법은 과격하고 무식한 방법이었다. 요 전 날 수금을 하러 갔더니 다들 죽상이 되어 있길래 정국은 깊은 생각 없이 물었다. 뭔 일이냐고. 이유를 듣자하니 저쪽에서 부동산을 하는 영감이 사람들에게 사기를 치며 등골을 빼먹는다 그런다. 가만, 그 쪽 부동산이면. 강동 경찰서 관할 지역이다. 정국은 무작정 부딪히는 방법을 택했다.

 

홍식은 정국에게 깡패 새끼답지 않다는 소릴 해댔지만 정국은 저도 어쩔 수 없는 깡패임을 여실히 느꼈다. 그 이주아가 그 이주아인지 알아보기 위해 정국은 부동산 영감을 무식하게 때리는 방법을 택했다. 나름대로 힘을 뺐음에도 엄청 아파했다. 과정이야 어찌됐든 정국은 목표를 달성했다.

 

 

추운 날씨에 얇게 입어 놓고는 오들오들 떨던 저 여자는.

 

은희의 딸이 맞았다.

 

 

다만 놓친 경우의 수는. 주아가 형사라는 것.

 

 

 

주아의 곁을 맴도는 내내 정국은 입이 썼다. 주아가 걷는 길이 자신과는 다른 길임을 매번 뼈에 사무치게 느꼈다. 김기환의 자살은 정국의 지시로 행해진 일이었고 김기환이 죽은 후 넘겨받은 약물 거래를 위해 가는 장소는 주아의 동네였다. 여기서 그만하자고 몇 번이나 되뇌었음에도 쉽게 끊어지지 않았다. 어딜 가나 주아가 눈에 밟혔다.

 

주아를 만날 때마다 보이는 시커먼 자식을 발견한 이후로는 증세가 더 심해졌다. 해코지라도 할 목적으로 주아를 미행하고 조용히 따라다니는데 직업이 형사라는 이주아는 그걸 눈치도 못 채고 있었다. 원한을 산 거냐는 물음은 그저 웃어 넘기는 주아였다.

 

 

주아를 외면하려고 마음 먹은 날 정국은 또 시커먼 그 놈을 목격했다. 그 날따라 놈의 눈빛이 심상치 않은 게 무슨 일이 날 것만 같았다. 그게 왜. 뭐 어때서. 이주아는 경찰이다. 엮이면 작살나는. 그곳이 마약 거래가 이루어지는 장소인지도 모르는 주아는 어린 아이를 데리고 나타났다.

 

 

“너 뭐야.”

 

그 물음에 자신은 영원히 대답할 수 없음을 정국은 느꼈다.

 

 

그 날 거래를 마치고 돌아가려던 발은 결국 반대 방향을 향했다. 주아의 곁을 얼쩡대는 시커먼 놈이 마음에 걸렸다. 주아가 사는 빌라 일 층에서 정국은 그 시커먼 놈을 잡았다. 놈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너 뭐하는 새끼야.”

 

정국에게 멱살을 잡힌 놈은 켁켁대기만할 뿐 답이 없었다. 정국이 멱살을 쥔 손에 힘을 더 주었다. 주아를 볼 때마다 항상 멀리서 곁을 따라다닌 시커먼 놈이 맞았다. 정국과 초면인 것으로 보아 정국과 관련이 있는 놈은 아니었다. 주아를 목적으로 따라다니는 놈이다. 정국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놈의 점퍼 주머니에서 튀어 나와 매섭게 반짝이는 것을 보았기에.

 

 

“시발, 진짜.”

 

멱살을 쥔 반대쪽 손으로 정국이 그것을 빼어냈다. 칼이었다. 날이 시퍼렇게 선 칼. 칼을 내던진 정국이 놈에게 발길질을 했다. 덮쳐오는 타격에 놈은 정국의 발 아래에서 죽어가는 신음을 냈다. 정국은 뒷세계에서 딱 죽지 않을 만큼만 때리는 법을 터득했다. 정국의 등이 땀으로 물들어갔다.

 

 

“이주아 한 번 더 건들면 그 땐 진짜 뒤질 줄 알아.”

“...너는 뭐야..”

 

아래의 남자가 고통에 찬 목소리를 냈다. 정국이 입꼬리를 말았다. 휘청이는 놈을 보며 정국이 입을 열었다.

 

 

“나는 알 거 없고.”

“......”

“이주아는.”

“......”

“내 우주.”

 

우리 주아.

 

 

 

그 길로 곧장 주아가 사는 삼층으로 뜀박질을 했다. 뛰면서 맡은 담배 냄새가 그렇게나 반가운 건 처음이었다.

 

 

 

“야, 너 그거 존나 위험한 거다.”

 

아침에 카페 오픈 준비를 하는 호석이 정국에게 한 말이었다. 딱 봐도 느껴진다며 둘 다 험한 꼴 나기 전에 그만두라는 충고를 곁들였다. 이미 호석은 겪어본 적이 있었다. 정국이 호석에게 장난을 섞으며 말했다.

 

 

“형이 몰래 카페하는 거 들키면 그 때 더 험한 꼴 날 걸요.”

 

가볍게 넘기려고 꺼낸 말을 하면서도 뭐가 계속 걸렸다.

 

 

“어쨌든 이제 그만 놀아줘라. 그 형사랑.”

“이미 그만 노는 중이에요. 이제 안 놀아.”

 

 











 

 

 

[방탄소년단/전정국] 뒷골목 11(정국 번외下) | 인스티즈

뒷골목 11

 

 

 

“고마워요.”

“아닙니다.”

 

정국은 은희에게 거짓말을 반쯤 섞어 주아의 소식을 전했다. 옆에서 보아하니 꼬라지가 딱히 잘 사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말하는 모양새도 그렇고. 그렇다고 그걸 그대로 전해주면 아픈 사람한테 괜한 짐만 쥐여주는 것같아 말을 아꼈다.

 

 

“혼자서도 잘 자라준 것같아서 다행이네요.”

 

은희의 독백이 정국의 귀에 닿았다. 정국이 주아를 떠올렸다. 밥은 제대로 먹긴 하는 지 의문이 드는 마른 몸에 한 마디도 지지 않는 성격까지. 전부터 신경 쓰이던 낡아빠진 컨버스는 이제 보이지 않아 다행이었다. 틱틱대면서도 사준 운동화는 곧잘 신고 다녔다. 그 생각에 미소가 번졌다. 항상 머리를 질끈 묶고 다니는 것도 생각이 났다. 다음엔 실수인 척하며 머리를 풀어보면 어쩌려나. 또 욕을 한 바가지는 먹겠지.

 

 

“어떻게 자랐으려나. 어릴 땐 정말 예뻤는데.”

 

담배는 좀 줄였으면 싶었다. 물론 신기하게 주아한테서 나는 담배 냄새는 싫지 않았다. 일 전에 이 말을 들은 호석이 정국에게 미쳤다며 길길이 날뛰어댔다. 사실인데 어쩌라고. 정국이 호석에게 그렇게 답했다. 잔잔한 웃음을 지으며 정국이 건넨 주아의 명함을 받은 은희에게 정국이 말했다.

 

 

“지금도 예쁩니다.”

 

은희가 정국을 보며 웃었다.

 

 

“고마워요. 서방.”

 

분명 은희가 정국에게 쓰는 호칭은 기둥 서방을 뜻하는 의미였다. 그러나 정국에게 언젠가부터 자꾸 그 말이 왜곡되어 들려왔다. 기둥대신 전은 어떤가 하는. 그런 생각과 함께.

 

정국은 마지막으로 은희에게 의미 모를 숫자 네 개를 들었다. 말해주는 은희는 그저 꼭 기억해달라는 말만을 남겼다. 죽음을 앞 둔 은희를 향해 정국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알겠다는 말 밖에는 없었다.

 










 

 

 

 

[방탄소년단/전정국] 뒷골목 11(정국 번외下) | 인스티즈

뒷골목 11

 

 

 

은희는 결국 눈을 감았다. 다시 깰 수 없는 잠이 든 은희를 본 정국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은희가 가기 전에 주아를 봐서 그래도 다행이라고. 꼭 보여주고 싶었다. 정국에게 돈과 함께 부탁을 받은 간호사는 은희를 친절히 정형외과 외래로 데려가 주었다. 은희가 어떤 젊은 여자 분을 빤히 바라보았다는 말만 간호사에게 전해 들었다. 그 젊은 여자가 주아였을 거라고. 정국은 믿었다. 이제 정말 주아와는 끝이라고 자꾸 자꾸 되뇌었다.

 

 

 

“딸인 거 확실해? 악 쓰는 게 지 어미랑은 딴 판이더만.”

“몇 번이고 확인했는데 맞습니다.”

“하여튼 빌린 건 지들이면서 내놔라하면 지랄들이에요. 지랄들이.”

 

대부 일을 하는 자들의 대화였다. 낌새를 느낀 정국이 그들 중 하나를 불러 세웠다.

 

그 창녀 있잖아요. 수금한 돈 들고간 거 자기라고 말 한 그 늙은 여자. 형님이랑 호석 형님 홍식 형님한테 완전.. 으. 뭐, 그거 하시던 날에요. 몇 번 손 봐주고 곱게 보내줬더니 다음날 새벽에 토낀 여자. 쥐 잡듯이 찾아서 찾아냈더니 뒤져버렸다네요? 어쩌긴 뭘 어째요. 딸이 갚아야지. 딸한테 갔다왔어요. 근데 무슨 딸이 그렇게 깡따구가 쎈지. 어우. 다 쓰러져 가는 집에서 살더만 무슨. 언제 다 갚으려나 몰라.

 

 

 

며칠 내내 고민한 정국은 장례식장 앞에서 매번 걸음을 돌렸다. 역시 한참을 서 있다가 돌아갈 때였다.

 

 

“누나 지금 취해서 잠들었어요.”

 

경찰서에서 주아 옆에 있던 동료. 정국이 지민을 말 없이 응시했다. 지민은 말을 덧붙이지 않고 정국을 지나쳤다. 지나가는 지민에게서도 옅은 술 냄새가 풍겼다. 잠시 후 정국이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고른 숨소리를 내며 주아는 엎드려 있었다. 정국은 제 겉옷을 주아의 위에 덮어 주었다. 한 번은 말하려고 했던 말이 있었다. 따뜻하게 옷을 입고 다니면 안 되겠냐고. 끝 내 하지 못 한 말로 남아있다. 옆에 널브러진 소주병을 조심스럽게 치웠다. 혹여나 소리가 나면 깰까봐 소리가 나지 않게 신경썼다. 한 손에 병을 두 개씩 드니 병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결국 하나 씩 병을 옮기며 치웠다.

 

좁은 장례식장 한 구석에 방석을 늘어 놓았다. 늘어 놓은 방석 위에 방석을 하나 씩 더 엎었다. 그러곤 담요를 덮어 놓았다. 이 정도면 딱딱하지 않겠지. 정국이 담요가 덮인 방석을 꾹 눌렀다. 손가락 자국이 났다. 엎드려 있는 주아를 조심스레 안아 들었다.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방석 위로 주아를 눕혔다. 주아가 인상을 썼다. 혹시나 완전히 깨어버릴까 정국이 서툰 손길을 내밀었다.

 

토닥 토닥.

 

 

그러고 있으니 점차 고른 숨소리가 정적을 비췄다. 정국이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얼굴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건 또 처음이다. 얼굴이 상했다. 마음이 아렸다. 굳게 다물린 입술께로 시선을 내렸다. 정국이 제 입술을 안으로 말아 넣었다. 잘 모르겠다. 가까이 가면 안 된다고 몇 번이나 말하면서도 그게 왜 안 되는 지. 이주아가 내 곁을 맴도는 걸까. 아니면 내가 네 곁에 있고 싶은 걸까. 살아오면서 한 번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마음을 써 본 적이 없었다. 살면서 처음 해 본 짓인데 이것도 나름. 나쁘지 않더라.

 

마음이 가는 건. 스스로 조절하기 힘들었다. 그래도 그만해야지. 그만해야지. 오늘이 정말 마지막이라고. 정국은 혼잣말을 했다. 새벽 내내 마구잡이로 엉켜있는 주아의 머리카락을 애달픈 손가락으로 풀어주었다. 나는 그냥.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내 우주가 행복하다면 나도 행복하겠지.

 

 












 

 

 

[방탄소년단/전정국] 뒷골목 11(정국 번외下) | 인스티즈

뒷골목 11

 

 

 

정국의 입에서 피가 섞인 침이 튀어 나왔다. 뒷골목,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는 몇 시간 째 폭력이 이어지고 있었다. 항상 폭력이 비켜가질 않는 골목이었으나 오늘은 그 대상이 조금 달랐다. 정국이 제게로 쏟아지는 검은 구두를 그대로 받아냈다. 변명을 들어주겠다해도 정국은 입을 다물었다. 그저 맞고만 있는 정국의 태도에 홍식은 더 화를 냈다. 거둬줬더니 은혜를 모른다며 막말을 퍼부었다.

 

 

“거기 있는 게 다 내 재산이야. 감히, 내 재산을 빼돌려? 몰래!”

 

시간이 지날수록 홍식의 언성은 높아졌다. 걷어 차인 곳을 또 차였다. 찾아드는 고통에 얼굴을 찡그렸다. 제 아무리 맷집이 좋다해도 몇 시간이나 계속되는 무자비한 폭력을 받아낼 재간은 없었다. 터진 입술에서 흐르는 피가 입 안을 적셨다. 비린 맛이 감돌았다. 이 굴레는 죽어야 끝나려나 싶었다. 날 때부터 이곳에서 태어났음을 죄로 삼아야했다. 얼굴도 모르는 부모를 원망하기엔 정국은 부모에게 아무런 감정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몇 시간 전 호석이 다급하게 정국을 불렀다.

 

 

“정국아. 네가 그 은희라는 여자 빼돌렸어?”

 

구두까지 벗어 던지며 안으로 들어온 호석이었다. 정국의 뒤로 불길한 기운이 뻗쳤다.

 

 

“대부 쪽 일하는 새끼들이 그 여자 병원비 대준 놈이 너라는 거 알아낸 모양이던데.”

 

빨리 도망가라는 호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랫것들이 들이닥쳤다. 무방비하게 몰아치는 폭력을 받아냈다. 날 때부터 뒷세계에서 구른 것 치고는 이토록 무식한 주먹질을 당해본 적이 별로 없었다. 그렇다고 생소한 것도 아니었다. 폭력을 당하는 이들을 보며 정국이 한 생각은 나도 저렇게 당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었으니까. 그 생각이 현실이 된 게 조금 늦어졌을 뿐이다.

 

 

문득 억울하다는 감정이 들었다. 조금만 일찍 오지. 주아를 만나기 전에 들켰다면 편히 눈을 감을 수도 있었는데. 미련도 없는 삶이지 않나. 반쯤 눈을 감은 정국은 주아를 그렸다. 하필 지금 떠올려보니 더럽게 예쁘다.

 

 

“대충 끝내라.”

 

홍식의 말이 떨어지자 정국의 위로 떨어지는 발들이 차츰 멎었다.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통증을 마지막으로 정국은 몸에 힘을 완전히 뺐다. 다 사라진 상황에서 그래도 생각나는 하나가 있다는 게 이토록 좋은 일이었나. 정국이 입매를 올렸다. 이주아. 보고 싶다.

 

정국이 감은 눈을 천천히 떴다. 풀 하나가 정국의 시야에 가장 먼저 들어왔다. 칙칙한 곳에서 홀로 싹을 틔운 놈이. 자세히 보니 이미 꺾인 채였다. 팔을 뻗어 그것을 잡았다. 잎이 세 개였다. 몰려오는 졸음에 다시 눈을 감았다.

 

 

 

조금 뒤 눈을 번쩍 뜬 정국이 비틀대며 몸을 일으켰다. 끝이라 생각하니 분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죽을 거면 그 얼굴을 마지막으로 보고 죽어야겠다는 생각에. 예쁜 입술에서 튀어나오는 험한 욕을 들으며 눈을 감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마음에.

 

 

피투성이인 정국이 발을 질질 끌었다. 안간힘을 쓰며 계단을 올라가는 걸음이 아주 느렸다. 간헐적으로 들리는 기침 소리에서 고통이 느껴졌다. 정말 죽을 것 같은 데도 꿋꿋이 계단을 오르는 저 자신이 정국도 신기했다. 한 칸. 두 칸.

 

혹시 아직 경찰서에 있으려나. 이주아 집에 들어오는 거 싫어 하는데. 여기 없으면 영영 못 보려나. 그렇다고 경찰서에 가기에는. 정국이 계단 하나를 더 올랐다. 순간 힘이 풀리려는 다리에 난간을 붙잡았다. 힘을 준 손이 파르르 떨렸다. 조금만 더 가면.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방음 하나 되지 않는 옆집에 사는 여섯 살짜리 찬희의 잠을 깨우지도 못할 만큼 작은 소리였다. 두드림은 얼마 안 가 그쳤다. 정국의 손이 축 늘어졌다.

 

 

“이주아..”

 

문에 대고 정국이 소리쳤다. 한 번만 보자. 진짜 마지막이면 어쩌려고. 이것도 욕심이라면 정말 어떡하라고.

 

 

거짓말처럼 문이 열렸다. 꿈일까. 몸에 힘이 빠진 정국의 눈이 스르르 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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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문라이트 입니다 대박이에요ㅜㅜㅜ우주라니ㅜㅜㅜㅜ
6년 전
비회원31.49
와...........

우주.....내우주...........

둘다 더이상 아프지말자ㅜㅜ

6년 전
비회원8.143
새글입니다ㅠㅠㅠㅠ 어쩜 이렇게 잘 쓰시는 거예여ㅠㅠㅠ 정국이 대사도 다 미쳐버리겎네진짜ㅠㅠㅠ 전서방 떠올려보는 전정국은 귀엽고 내 우주=주아 인 것도 너무 좋은데 눈 감더라도 주아보고 감겠다는 정국이가 너무 안쓰러워여ㅠㅠㅠ 왜이렇게 주인공들 다 안쓰럽냐아...
6년 전
독자2
난나누우에요!
오늘 이야기 읽다가 정말 제대로 된 친구나 가족 사람이 없는 정국이를 보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여주도 마찬가지 이겠지만 얼른 행복해져서 둘이 잘 지냈으면좋겠네요 ㅠㅠㅠ 이번편도 너무 잘 보고 갑니다! 다음편이 궁금해지네요!! 글써주셔서 감사해요... 사랑합니다 작가님❤️

6년 전
독자3
돌하르방이에요 미쳤냐고 전정구규ㅠㅠㅠㅠㅠㅠㅠㅠ 죽을리없디만 죽지마ㅠㅠㅠㅠㅠㅠ 하필만나도 형사와 조폭이라니ㅠㅠㅠㅠㅠ 진짜 서로 눈물나고 짠내나고 니네가 다해라ㅠㅠㅠㅠㅠㅠ 그리고 나도 가져가..ㅠ 이제 2부인건가요ㅠㅠ? 2부도 기대하겠습니다ㅠㅠ!
6년 전
비회원181.176
세상에ㅠㅠㅠㅠ 우연히 보게됐는데 방금 정주행했어요ㅠㅠㅠ 암호닉 혹시 다 마감하셨나요????ㅠㅠ
6년 전
퍄파퍙
아니에요! 신청해주세요.
6년 전
독자4
이슬이예요!!!!!
아 세상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 우주ㅠㅠㅠㅠㅠㅠㅠ명대사 탄생했습니다 작가니뮤ㅠㅠㅠㅠ주아랑 잘되길 바라면 제가 나쁜건가요ㅠㅠㅠㅠㅠㅠㅠㅠ
오늘도 너무 재밌어요💜💜💜💜

6년 전
독자5
바다코끼리에여
내 우주...넘나 로맨틱하네요.....
오늘도 글 잘보고 갑니다!!!

6년 전
독자6
쿠키입니다! 내 우주... 내 우주라니 ㅠㅠㅠㅠ 여기서 발려서 주거씀니다,,, 주아랑 꾸기 좀 행복하게 냅둬라 엉엉 8ㅅ8
6년 전
독자7
[10041230]으로 암호닉 신청하고 갑니당! 잘 읽고 가요!❤️❤️ 완전 재밌어요 흑흑
6년 전
비회원24.220
새벽에 정주행해서 1편부터 11편까지 본 건데 너무 재밌고 작가님 글 보게 돼서 기뻐요ㅠㅠㅠ 글 진짜 잘 쓰셔서 한편 한편이 드라마 보는 것 같고 그래요.. 암호닉 받으신다면 [뽀작] 으로 신청할게요!
6년 전
비회원128.177
비회원이여서 눈팅하는데 남겨요 자까님 2부많이남았져??? 그져?서글픈 인생살았는데 마지막까지 서글프기 있기없기....ㅜㅠ 암호닉 신청해두될까요! [베네딕션]으로 신청합니다 작가님글은 최고예요 따봉♡
6년 전
독자8
세상에ㅔ 정주행하고 왔어요!! [롸아미]로 암호닉 신청하구가요 작가님글 너무 재밌어요ㅠㅠㅠ
6년 전
독자9
위키입니다. 둘 다 힘들 게 살아간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직업이 너무나 달라서... 그게 안타깝네요. 주아가 행복하면 자기도 행복하지 않겠냐는 정국이지만, 둘이 같이 있으면서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욕심이라도ㅠㅠㅠㅠ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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