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택 침입사건 신고 후 살인사건 발생.
부부 둘 다 사망한 채 발견됐습니다. 강력팀 출동 바랍니다.
현장에는 늦은밤인데도 꽤나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집들이 빽빽히 들어선 주택가에 경찰차들이 몰려오고 노란 폴리스라인이 시선을 집중시키니 누구든 궁금해서 기웃거리기엔 충분한 이슈거리였다.
그덕에 파출소에서 지원나온 순경들이 그를 제지하느라 애를 먹고 있었지만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아직 기자들은 찾아오지 않았다.
반장님을 따라 모든 팀원들이 차에서 내려 삭막함이 베어나오는 집을 향했다. 문을 여는 순간부터 피로 가득한 현장이라며 미리 귀띔을 해준 순경들이 우리가 문을 여는 틈에 구경하는 사람들이 현장을 보지않게 줄지어 몸으로 시선을 막아섰다.
모두가 현장을 회손하지 않게 손에 하얀 장갑을 착용하고 마지막으로 반장님이 조심스럽게 문고리를 당겼다.
눈앞에 보이는 장면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행복한듯 웃고 있는 가족사진이 걸린 집안은 온통 핏빛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곳에 쓰러져있는 싸늘한 두형체가 힘없이 늘어져있었다.
끔찍한건 그 현장만이 아니라 시체도 마찬가지였다.
먼저 벽에 기대듯 쓰러져있는 남자의 몸에는 깊이 베인 상처가 많아 그 주위가 피로 가득했다. 허벅지, 팔뚝, 배 그리고 심장 주변에서 상당한 양의 피를 뿜어냈는지 남자의 시체는 창백해져있었다.
그렇게 굵직한 상처가 사망의 원인으로 보이는 남자에 비해 여자의 시체는 눈뜨고 보기 힘들만큼이나 잔인하게 훼손되어 있었다.
마치 몸에 장난이라도 치듯 아무것도 걸치지않은 상체엔 가로로 빼곡하게 칼로 긁힌 상처가 가득했고, 다리에는 칼에 찔린 상처가 여기저기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이 피를 흘리면서 많은 곳을 돌아다녔는지 온 집안이 피로 뒤덥혀 있었다. 출혈의 양이 어찌나 많은지 식탁에 고여서 아직 마르지않은 피가 바닥으로 뚝뚝 떨어져내리고 있었다.
그 잔인함과 코를 찌르는 피 비릿내에 절로 고개가 돌아가며 뒷걸음질 쳐졌다.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얼굴표정이 찡그려졌다. 몇년간 많은 살인사건을 담당해왔을 형사님들도 이렇게 잔인한 사건은 없었다며 쉽게 집안에 발을 들이지 못했다.
“으,으읍”
비릿내가 싫어 해산물도 먹지 못할 정도로 비위가 약한편인 성우는 그 처참한 장면을 보자마자 손으로 입을 가렸다. 최대한으로 버텨보려했지만 역시 무리였는지 결국 터져나오는 구역질을 손으로 막으며 집밖으로 벗어났다.
그리고 한명이 헛구역질을 시작하자 전염병처럼 꾹 참고 있던 하형사님도 결국 밖으로 뛰쳐갔다. 하형사님같은 베테랑도 버티기 힘들 정도로 현장은 매우 잔인했다.
우리중에 가장 겁이 많아 늘 겁쟁이 소리를 듣고 사는 윤형사님은 현장을 보자마자 몸을 뒤로 돌려버렸고 “어떡해.” 라는 말만 반복하며 내손을 잡아왔다.
그리고 그런 우리둘을 두고 반장님과 황형사님이 천천히 시체에게 다가갔다. 그들이 걸음을 옮길 때 마다 바닥에 고인 피들이 참방거리는 소리를 냈다.
감식반이 오려면 적어도 내일 아침은 되어야했다. 그렇기에 두사람이 먼저 눈대중으로 시체를 확인했다.
“미친놈짓이야. 아주 사람을 가지고 놀았어.”
여자의 몸에 일부로 남긴듯한 상처들을 살피며 반장님이 낮게 욕을 내뱉었다. 이 두사람이 얼마나 고통스럽게 죽음을 맞이했을지 모두 알 수는 없지만 그 고통이 어느정도는 짐작되어서 표정을 펼 수가 없었다.
시체를 살피는 일 대신 혹시 범인이 남긴 흔적은 없을까 천천히 집안을 둘러보던 중
‘카톡’
멀리서 희미하게 휴대폰 알림음 소리가 들렸다.
정적을 깨는 그 소리에 깜짝 놀라 곧바로 고개를 들었다. 황형사님도 이 소리를 들은듯 나와 동시에 고개를 들었지만 너무 희미한 소리라서 그랬을까 반장님과 윤형사님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잘못듣기라도 한걸까, 그 자리에 서서 황형사님과 눈을 맞추면 한번더 저 방에서 희미하게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카톡’
한번 더 들리는 그소리에 빠르게 허리춤 뒤에 있는 총을 빼들고 그 방문의 벽에 기대어섰다. 나보다 더 멀리 있던 황형사님도 어느새 다가와 다른쪽 벽으로 붙었다.
우리 두사람 다 총을 위로 향하게 들고 얼굴 가까이 댄채 호흡을 가다듬었다. 황형사님이 먼저 자신이 먼저 들어가겠다는 수신호를 보내왔다. 내가 고개를 끄덕여보이자 황형사님이 조용히 총을 앞으로 향하게 들고는 문고리에 손을 올렸다. 그러면 나는 황형사님이 보기 힘든 옆쪽을 먼저 주시하기 위해 황형사님의 뒤로 따라붙었다.
3,
2,
1
황형사님이 손가락으로 수신호를 보내왔고 숫자의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빠르게 문을 열었다.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황형사님은 오른쪽을 향해, 나는 왼쪽을 향해 바라보며 서로 등을 맞대었다.
경계자세를 취하며 방안을 확인했지만 방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방안에 사람이 숨을 법한 옷장이나 문뒤까지 확인을 마친 후 총을 다시 집어 넣었다.
“이상 없습니다.”
귀에 꼽고있는 무전기를 통해 황형사님이 이상이 없음을 보고 했다. 특이사항이 발견된 점은 없지만, 범인은 이곳까지 발을 들였었다. 여기저기 피들이 덕지덕지 묻어있고 몸싸움이 있었는지 방안이 난장판이 되어있었다. 그 모습에 마치 내 머릿속까지도 난장판이 될것만 같았다.
“여주야.”
“네?”
“힘들면 힘들다고 이야기해도 돼.”
단 둘뿐인 방안에서 황형사님이 조심스럽게 어깨를 잡고 이야기해왔다. 그래, 사실 아까부터 그 피로 물든 현장이 머리속에서 떠나가질 않았다. 눈이라도 감으면 까만 세상이 그곳처럼 온통 핏빛으로 변해버리진않을까, 눈을 감는것도 혼자 있는것도 너무 두려웠다.
하지만 약해보이긴 싫어서, 무능력하고 연약한 경찰이 되기 싫어서 애써 떨려오는 손에 주먹을 꽉쥐고 이를 악물고 있었다. 그렇게 몸에 힘이라도 주고있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져 나올것 같았다.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그렇게 잔인하게 죽일 수가 있어요? 애써 감춰왔던 마음을 한번 들키니 그 틈 사이로 꽁꽁 가둬둔 감정들이 새어나가기로 한듯 다시 몸이 떨려왔다. 걱정스럽게 나를 바라보는 황형사님을 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무서워요. 너무 끔찍하고 잔인해서, 하, 약해지고 싶지 않은데...흐읍.”
“괜찮아, 괜찮아.”
결국 터져버린 울음에 황형사님이 조심스럽게 나를 안아왔다. 마치 아이를 달래듯 따뜻한 손이 등을 토닥였다.
“충격받고 힘든게 당연한거야. 이런 사건 현장 보고나면 심리치료 받는 사람들도 많아. 그러니까 여주 네가 약한게 아니야.”
“.........”
“그리고 약한 모습 좀 보이면 어때, 내 앞이잖아.
내 앞에선 힘들어해도 돼, 그래야 내가 이렇게 위로해주지.”
황형사님의 품에 안기자, 눈 앞을 가득 채우던 피들이 보이지 않았다. 나의 울음기 섞인 호흡이 조금 줄어들 때 까지 등을 토닥여주던 황형사님은 “대신, 다른 남자한테 이렇게 위로받으면 안 된다?” “어, 왜 대답을 안해?” 하는 귀여운 말들로 다시 나를 웃음짓게 만들었다.
‘2층에서 혼자 있는 아이 발견, 지원 바랍니다.’
이 상황에서 서로에게 기대어 있는 우리를 떨어지게 한건 무전이었다. 죄라도 지은것처럼 무전이 들려옴과 동시에 빠르게 서로에게서 멀어졌다. 누군가 방안으로 들어온것도 아니고 무전이 들려올 뿐인데 급하게 서로 멀어지며 다른일을 하는척 괜히 물건을 집어 들었다 내려 놓았다.
“내가 갈게.”
귀에 손을 가져다대며 무전에 답한 황형사님은 빠르게 방문을 열고 나가 성큼성큼 집안의 2층 계단을 올라갔다. 그 뒤를 따라가 살짝 열려있는 방문을 열면, 하형사님과 황형사님, 그리고 혼자 있는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볼에는 눈물자국이 그대로 말라붙어있는 아이는 혼자 잠이 들었었는지 잠이 덜깬 얼굴로 눈을 비볐다.
“아저씨들은 누구에요? 우리 아빠 친구에요?”
“응, 아빠 친구야. 우리 잘생긴 왕자님은 이름이 뭐였더라?”
“현우에요. 박현우.”
“현우야. 지금 아저씨들이랑 숨바꼭질을 해야하는데, 우리 현우 아저씨한테 안겨서 눈 꼭 감고 안뜰 수 있어요?”
“응!!”
아이는 그저 숨바꼭질이라는 말에 신이 났는지 곧바로 팔을 벌리며 황형사님의 품에 안겨들었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눈을 꼭 감게 한 황형사님은 중간에 아이가 눈을 뜨지 않도록 품에 꼬옥 안고는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갔다.
한걸음 한걸음 계단을 내려갈수록 피로 물든 거실이 가까워졌고 그 곳에는 불과 몇시간 전까지만 해도 함께 웃음을 나눴을 엄마, 아빠가 처참한 모습으로 차갑게 바닥에 누워있었다.
그런 상황을 전혀 알리가 없는 아이는 해맑게 “형아, 나 잘하죠!” 하고 물어왔다. 바로 옆에는 부모님이 쓰러져있는데, 황형사님의 품에 안겨 아무것도 모른채로 아이는 해맑은 웃음을 흘렸다.
마음이 미어졌다. 아직 부모의 죽음이란걸 실감할 수 있는 나이도 아닐텐데, 저 어린 아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이런 시련을 주는걸까.
정적을 맴도는 아이의 가슴아픈 웃음소리에 현우를 안고가던 황형사님도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가 한번 더 현우를 꼭 끌어안고 현관을 향해갔다.
“우리 현우, 잘하네.”
그 누구보다 침착해보이던 황형사님의 목소리도 흔들렸다. 현우는 그저 칭찬을 들어 기분이 좋은듯 황형사님의 품에 얼굴을 묻은채 안겨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며 발을 까닥거렸다.
그 모습에 현장에 있던 모두가 고개를 숙였다. 나도 더이상 그 모습을 볼 수 없어 등을 돌려버렸다. 거실에 차갑게 죽음을 맞이한 부모와 그 바로 옆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해맑게 노래를 부르고 있는 아이라니. 잔인해도 너무 잔인했다.
“불이야, 불이야-!”
“저안에 우리 엄마,아빠가 있어요. 누가 좀 구해주세요-“
아득한 옛 기억 사이로 자꾸만 잊고 싶은 장면들이 떠올랐다. 붉게 타오르는 집과 집을 바라보며 둘러싼 사람들, 그리고 그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눈물만 흘리며 도와달라고 외치는 나.
그 어린시절 외침이 생생하게 귓가를 타고 들려왔다.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잃고 홀로 세상에 남겨지게 될 현우를 바라봐서 일까, 나름 머리가 큰 뒤로 이런적은 없었는데 자꾸 끔찍한 그 때의 모습이 떠오르고 괴로움에 찬 어린 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굵은 눈물 방울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아무것도 모르는 저 아이가 겪게 될 운명이 너무나도 가혹했다. 한번쯤 나만 두고 떠나버린 부모님 원망도 하고, 나 혼자만 불행한것 같은 느낌도 느끼고, 그 누구도 공감하지 못할 외로움도 겪게되겠지.
그 슬픈 현실이 너무 눈앞에 놓여져있어서 닦아도 닦아도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그렇게 혼자 벽을 보고 손으로 눈을 벅벅 닦아내고 있으면 어느새 다가온 성우가 어깨를 토닥여왔다.
쉽사리 진정되지 않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주위를 둘러보았을 땐 감정이 휩싸인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현우를 밖으로 내 보내고 다시 들어온 황형사님은 문에 기대어 천장을 바라보며 마음을 추스르고 있었고, 하형사님은 2층으로 가는 계단에 쪼그려 앉아 무릎에 팔을 올려 이마를 짚고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눈물이 많은 윤형사님은 이미 눈이 부을정도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렇게 확 가라앉은 분위기를 다잡는건 역시나 반장님의 몫이었다. 늘상 하는 말이지만 현우를 위해서라도, 현우의 부모님을 편히 보내드리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범인을 잡아야한다고. 그렇기에 우리가 슬퍼할 시간은 뒤로 미뤄야한다고.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모두가 제 위치로 돌아갔다. 아까 황형사님과 함께 있던 그 방을 다시 조사하기 시작했다.
하루의 휴식처였을 부부의 침실은 어느새 끔찍함을 간직하고 있는 공간으로 바뀌어버렸다. 그리고 그곳에서 최대한 범인의 흔적을 찾아내야 했다.
거친 몸싸움이 있었는지 모서리 부분이 부서져있는 나무로 만들어진 서랍장.
바닥에 떨어져 피에 젖어있는 옷들과 그 옆의 벽면으로 튀어있는 피들.
피가 튄 위치와 방향을 생각했을 때, 칼같이 날카로운 흉기에 배 부분을 찔렸음이 예상되었다. 옆으로 많이 튀지않고 아래로 흘러내린 혈은 자국으로 봤을 땐 서있는 자세로 정면에서 칼을 맞은듯 했다.
"여주야."
유일한 목격자 일수도 있는 아이의 방에서 하형사님과 함께 조사를 담당하던 황형사님이 잠시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디까지 정리했어?"
"아무래도 이곳에서 범인과 몸싸움이 있었던것으로 보입니다. 그 과정에서 벽면에 걸려있던 옷들이 바닥에 떨어졌고, 저 서랍장이 부서졌습니다. 그리고 벽의 혈흔 자국으로 보았을 때, 꽤 치열한 몸싸움 끝에 범인이 벽을 등지고 피해자의 배 부분을 칼로 찌른것 같습니다. 정면에서 찔렀기 때문에 벽에는 조금의 혈흔만 튀었고 나머지는 범인에게 묻었을것으로 예상됩니다."
진지한 눈빛으로 나의 보고를 듣는 황형사님은 이야기와 함께 현장을 주시하며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나갔다.
"그런것 같아. 그리고 칼에 찔린 뒤에 이 침대에서도 몸싸움이 있었어."
벽의 피를 신경쓰느라 아직 침대의 피까지 생각지못한 나 대신 황형사님이 침대를 찬찬히 훑어보았다. 황형사님의 말대로 피의 양으로 보았을 때, 누군가 벽에서 칼에 찔린 후 침대에 눕혀졌고 그상태로 몸싸움이 있어보였다.
"피가 위에서 떨어진 방향으로 보면, 칼에 찔리고 나서 크게 반항을 하진 못한것 같아. 범인의 몸에 묻어 있던걸로 보여지는 피가 사방으로 떨어진게 아니라 사정거리 안에 다 있는걸 보면."
"참고 하겠습니다."
침대에 떨어진 피 만으로도 상황을 척척 파악해내는 황형사님의 말들을 열심히 수첩에 적고 있으면, 차갑던 황형사님의 눈이 작게 찌푸려지다 이내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친절하게도 범인이 흔적을 남겨주고 갔네."
자켓 안쪽 주머니에서 작은 비닐 지퍼백을 꺼내든 황형사님이 하얀 장갑을 낀 손으로 침대에 있던 머리카락을 집어들었다.
머리카락의 길이는 남자의 머리카락으로 보였으며, 피해자의 검은 머리와는 다르게 갈색을 띄고 있는 염색모였다. 그렇기에 범인이 실수로 흘려버린 머리카락이 희망의 실마리가 되었다.
황형사님은 조심스럽게 머리카락을 지퍼백안에 넣고 밀봉 시켰다. 그리고 그 겉에 '증거물 1호' 라는 글자도 적어 넣었다.
그 어떤 이유로도 조작될 수 없는 DNA 이기에 범인을 밝혀내는데 한걸음 정확히 다가섰다.
"아까 울리던 휴대전화는 찾았어?"
"아직, 못찾았습니다."
"몸싸움이 있던 저기 아니면 여기 주위에 있을텐데, 저쪽에 없다면 이 주위가 아닐까?"
아직은 척척 풀려가는 수사에 황형사님이 제법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꺼냈다. 그리고 나의 끄덕임과 동시에 우리 두사람의 시선이 침대 밑으로 향했다. 그러면 그 생각이 정확하다는듯 침대 밑 어두운곳에 까만 휴대전화가 떨어져있었다.
황형사님이 다시 한번 자켓에서 증거물을 담을 봉투를 꺼내는 동안 얼른 휴대전화를 집어들었다. 몸싸움으로 인해 액정의 화면은 산산조각 나듯 금이 가 있었다.
"침실에서 범인 또는 남자 피해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휴대전화 발견."
'피해자 휴대전화는 이미 확보 후 확인 완료.'
황형사님이 무전을 보내자마자 곧바로 반장님의 목소리가 무전을 타고 들려왔다. 그렇다면 이 휴대전화를 정황상 범인의 휴대전화일 가능성이 매우 컸다.
살짝 흥분한듯했던 반장님의 목소리 이후에 '대박','대포폰만 아니면 사건 종결이네' 하는 다른 형사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DNA는 부인할 수 없는 증거이지만 범인이 전과가 없어서 우리가 그 DNA 기록을 갖고 있지 않는다면 뚜렷하게 범인을 알아내기 힘들었다. 하지만 휴대전화는 당장 서로 돌아가서도 추적이 가능했고 몇번의 마우스 클릭이면 누구의 휴대전화인지 알아낼 수 있었다. 그렇기에 모두가 흥분한듯 한마디씩 감탄사를 내 뱉었다.
연이어 발견한 커다란 증거에 안도가 되는듯 웃음이 지어졌다. 입가에 살짝 미소를 걸치고 황형사님을 바라보면, 마주친 눈빛에 황형사님이 살짝 웃으며 손에 든 볼펜으로 내 입술을 툭툭 건들였다.
자꾸만 내 입술을 건드리는 볼펜의 뚜껑에 장난스럽게 쪽 하고 입술을 가져다대자, 동그랗게 눈을 뜨던 황형사님이 볼펜과 나를 번갈아 바라보더니 빠르게 자신의 입술에 볼펜뚜껑을 가져다댔다.
그러면서도 지긋이 뽀뽀를 하던 눈이 천천히 떠지자 뿌듯하게 볼펜을 주머니에 다시 넣었다. 그리고 이내 장난스러운 표정을 하고는 옆으로 눈을 흘겨 보았다.
"다음에는 간접적으로 말고 직접적으로 해줘."
순식간에 풀려버린 긴장과 함께 찾아온 핑크빛 분위기에 괜히 황형사님의 팔을 때리듯 밀었다. 그러면 그런 내 장난을 받아주듯 황형사님은 웃으며 옆으로 밀려났다.
♩♪♪♪-
함께 웃음짓던 우리의 웃음이 동시에 놀람으로 바뀔 만큼 이질적이게도 내 손에 들린 범인의 휴대폰에서 전화 벨소리가 울렸다.
'다니엘 형'
그리고 깨져버린 액정 사이로 힘겹게 떠있는 '다니엘 형' 이라는 네 글자가 순식간에 내 표정을 싸늘하게 만들었다.
에이, 이 세상에 다니엘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몇인데. 설마 그럴리가 없잖아.
가늘게 떨려오는 손과는 다르게 '아닐꺼야' 라는 믿음을 애써 더 강하게 내보이고 싶은지 나도 모르게 입가에 억지웃음이 걸렸다.
하지만 설마 하는 무서움에 천천히 황형사님을 바라보면 다시 진지한 눈빛으로 돌아온 황형사님이 전화를 받아보라는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번의 큰 쉼호흡과 함께 천천히 휴대전화에 올려진 손가락이 전화버튼을 옆으로 밀었다. 목소리가 들려오는 그 기다림속에 무서운 정적이 찾아왔다.
「여보세요?」
"........"
「마, 박지훈. 니 어딘데, 와이리 연락이 안되노.」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듯 손에 들린 휴대전화가 바닥으로 쿵 떨어졌다. 머리속의 사고회로가 정지된듯 멍하게 아무생각도 들지 않았다. 숨쉬는 법도 잊은 사람처럼 멍하게 바닥에 떨어진 휴대전화를 바라보았다.
「니 훈련 안나올끼가, ......여보세요, 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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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그동안 우리 함께 달달했나요?
하지만, 달달하기만 하면 꿈.만.황이 아니잖아요!
사실 저번사건이 너무 커서 그 사건을 따라갈 수 있을만한 긴장감 가득한 사건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
여러분의 애간장을 태우고, 뒷통수를 한대 치는것같은 사건이 왔네요 ㅎㅎ
마지막을 보았을 때, 범인의 휴대전화로 보이던 휴대전화가 지훈이 휴대전화인거 같죠? 그 다니엘은 진짜 우리 다니엘이구요!
이게 도대체 무슨일일지. 잠깐 저번에 출연하고 사라졌던 우리 지훈이가 범인으로 돌아오다니!
저는 말을 아낄게요.
여러분 오늘도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