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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exorable

─ 멈출 수 없는,




 

 

병원에서만 있어야 하는 지루한 일상 속에서도, 학연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의사에게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는 그 말을 듣고서도, 학연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게 그저 웃고 있는 그 모습

 

 

*

한 달 밖에 남지 않았다는 말을 들어서 인지, 학연에게는 하루하루가 짧게 느껴졌다. 창가 너머로 밖을 보며 학연은 누군가를 기다리는지 쉴틈없이 빠르게 눈동자를 굴러댔다. 찾아도 보이지 않자 이내 포기한 건지 학연은 밖을 보고 있던 시선을 떼고선 꽉 막힌 병실안의 풍경과 이젠 지겨울 정도로 익숙해진 병원 복을 바라보았다. 이러다 정말 얼마 남지 않은 생을 병원 밖 한번 나가보지 못하고 끝나는 거는 아닌지 싶었다. 드르륵─ 병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학연은 활짝 미소를 지어보였지만, 이내 그 표정을 감추고서는 고개를 숙였다. 들어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거 같았다. 이 홍빈, 그의 애인이 틀림없었다. 날마다 얼굴 한 가득 늘어나는 상처에 며칠째 학연은 토라져 입을 꾹 닫고 있었다. 걱정이 되 무슨 말을 해봐도 괜히 시선을 피하며 말을 돌려버리는 그의 행동이 학연의 신경을 거들어버린거였다.  

 

"형, 나 왔어."

"…"

"오늘 또 내 얼굴 안 볼 거야?"

 

 숙여있는 학연의 고개에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형이 좋아하는 거 사왔는데 나 그냥 들고갈까요? 학연은 그 말을 듣고도 눈 한번 꿈쩍 하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꽤나 당황한 홍빈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학연을 바라보며 한참을 서있었다. 오랫동안 움직임 없이 한 자리에 계속 서있을려니 홍빈도 꽤나 힘들어보였다. 그렇게 좋지도 않은 몸으로써 애써 웃고 있는 홍빈의 얼굴이 어딘가 모르게 왠지 슬퍼보였다. 자신의 다리를 툭툭 치며 홍빈은 어린아이마냥 학연에게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형, 나 다리 아픈데. 언제쯤이면 내 얼굴 볼래요? 나 진짜 다리 아픈데, 좀 앉아도 될까요? 아, 형. 학연이형. 되도 않는 애교를 다 부려가며 찡찡대고 있으니 학연이 또 그 말에 걱정이 된 모양인지 여태껏 한 번도 홍빈에게 보이지 않던 앞모습을 들어냈다. 다리 아팠다는 말은 언제 했다는 듯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해맑게 웃고 있는 홍빈의 얼굴을 보니 학연은 가볍게 꿀밤을 먹였다.

 

"아! 아프잖아요."

"그럼 이건 안 아파?"

"형이 만지면 아픈 게 아니라 다 낫는 기분이에요."

 

홍빈의 볼에 붙여져 있는 데일밴드를 만지작거리며 학연은 자신이 아픈 것 마냥 미간을 찌푸렸다. 그걸 본 홍빈은 자신도 모르게 따라서 인상을 썼지만 이내 다 괜찮다는 식으로 학연의 눈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마음을 안 학연은 괜히 마음만 더 쓰라리는거 같았다. 도대체 어디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몰래 뒤따라가서라도 알고 싶은 학연이었다. 항상 다쳐오는 그의 얼굴에 아프다는 말 한번 없으니 마냥 병실에만 박혀있는 학연의 마음은 편할 리가 없었다. 찬찬히 홍빈의 얼굴을 살펴보고 있으니 언제 눈에 또 멍이 든 건지 한쪽 눈이 퉁퉁 부워 보이지가 않았다. 그 모습에 학연은 눈물이 날것만 같아 그만 고개를 돌려버렸다.

 

“다리 아프지?” 

 

자신이 앉아있는 침대 옆자리를 손으로 툭툭 치며 학연은 홍빈에게 눈짓을 해보였다. 그걸 알아들은 홍빈은 강아지마냥 쪼르르 학연 곁에 가서 앉았다. 주위를 이리저리 둘러보던 홍빈의 눈에 시들어 버린 장미꽃이 보였다. 병실이 너무 축 처져있는거 같다고 말하면서 사준 기억이 어렴풋이 스쳐지나갔다. 가을이 지나 겨울이 된 이 시점에서 꽃병주위에는 무수히 떨어져있는 장미 꽃잎이 그저 홍빈의 눈에 거슬리기만 했다. 자신의 생을 다해 시들어 버린 장미를 보니 꼭 학연 같아 보였다. 그래서 인지 장미를 더는 볼 수 없어 학연의 얼굴을 쳐다봤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학연을 쳐다봤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였나보다. 이미 홍빈의 생각을 다 읽은 듯 한 학연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뭐라 말하려 입을 달싹였을 때는 이미 학연은 홍빈의 눈을 피한 채 검은 봉지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어, 뚱바다! 뚱바"

 

항상 학연이 즐겨 마셨던 바나나 우유. 유일하게 학연이 홍빈 만큼이나 좋아하는 거였다. 마트를 가든 어디를 가든 제일 먼저 찾는 게 이 바나나 우유 이었다. 그래서 홍빈은 기억을 할 수밖에 없었다. 머릿속에 가득했던 복잡한 생각을 집어치우고 바나나우유를 마시는 학연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저 바나나 우유를 보니까 홍빈은 옛 생각이 생각나 작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형, 내가 이 바나나우유때문에 질투 한적 있었잖아요."

"음"

"기억 안나요? 나는 다 기억나는데"

"아, 기억나. 기억나! 그게 왜 기억안나겠어."

"억지로 생각해낼필요없어요."

 

항상 홍빈이 오면 학연은 홍빈의 얼굴을 보는 것보다 검은봉지안에든 내용물이 뭔지 더 궁금해 했다. 자꾸만 그러는 학연의 행동이 왠지 모르게 홍빈의 신경을 건들이기도 했다. 고작 이 바나나 우유 때문에 싸웠던 옛날을 생각하니 그저 웃음만 나왔다. 그게 한 달 전 일인데도 왜 이렇게 멀게만 느껴지는지 홍빈의 웃음은 그렇게 행복해 보이지만은 않았다. 내면에 감춰진 슬픔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맛있어요?"

"응, 응!"

"웃으니까 예쁘다."

"자, 너도 하나 마셔봐."

 

바나나우유를 건네주는 손길에 별로 마시고 싶지는 않았지만 거절할 수 없어 홍빈은 일단 바나나우유를 건내봤고 말았다. 뭐가 그리 행복한지 실실 웃고 있는 학연에 그만 넘어 가버린 셈이었다. 내가 또, 저 웃음에 넘어가버렸네. 홍빈은 바나나 우유를 손에 쥔 채로 다시 학연을 쳐다봤다. 아무런 말이 오가지는 않지만, 서로만큼은 느낄 수 있었다. 학연은 계속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홍빈의 시선에 볼이 서서히 달아올랐고 귀는 이미 새빨개져 있었다. 꽤 오랜 시간을 연애 하면서도 학연은 항상 홍빈의 시선을 부끄러워했고 좋아했다. 아직도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는 마음이 변치 않았다는 거에 홍빈은 이런 학연의 반응도, 행동도, 그저 좋았다. 

 

"마시라니까, 왜 안 마셔?"

"별로 땡기지가 않는데"

"그럼, 나줘. 내가 대신 마실게. 나는 지금 이게 엄청 떙기거든."

 

손에 쥐고 있던 바나나우유를 재빠르게 가져간 학연은 꿀꺽 잘도 마셔댔다.

 

"오늘은 아무것도 안 물어보네?"

"어차피 대답도 안해줄거잖아."

""

"그리고 안 묻는 게 아니라 기다리는 거야 네가 말해줄때까지."

 

살살 머리를 쓰담는 홍빈의 손길에 학연은 기분이 좋은 듯 미소를 지어보였다. 조심스럽게 홍빈의 어깨에 기댄 학연의 머리가 홍빈에게는 그저 가볍게만 느껴졌다. 몇 시간 전만해도 어깨가 쑤셔왔는데, 지금은 그 아픔이 언제 있었다는 듯이 느껴지지 않았다. 같이 있기만 해도 이렇게 서로를 너무나 사랑하고 있는 둘의 모습이, 예뻐 보였다. 다투고 싸우는 그 시간이 서로에게는 너무 아깝게만 느껴졌다. 사랑한다는 말만 해도 아까운 이 시간에 학연은 적어도 홍빈에게만큼은 예쁜 추억만 남겨주고 떠날 생각이었다.

 

"오늘은 일찍가봐야 하는데."

"왜?"

"이것저것 집에 정리할게 좀 많아서"

"그래? 그래, 그럼"

 

피곤해서 집에서 좀 쉰다는 말은 못하고 괜히 홍빈은 엉뚱한 말만 뱉어냈다. 걱정 가득한 학연의 목소리에 괜한 거짓말만 한거같아 마음 한켠이 찔려왔지만 어쩔 수 없었다. 피곤하다는 말만 하면 이것보다 더 걱정할게 뻔 할 테니까 

 

"그럼 병원로비까지만 내가 데려다줄게"

"몸도 아픈데 왜, 그냥 여기 있어."

"싫어."

 

계속해서 투정부리는 학연을 이기는 건 역부족이었다. 내가 형을 어떻게 이기겠어, 하며 미소를 지어보이는 홍빈은 학연에게 손을 내밀었다. 내 손 꼭 붙잡고 가요. 넘어지면 큰일 나니까. 이런저런 잔소리를 해오는 홍빈의 입을 툭 치고선 그의 부축을 받으며 이 지긋지긋한 병실 밖을 간신히 탈출할 수 있었다. 여태껏 병실 한번 못 나왔던 학연은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도대체 왜 날 자꾸 병실 안에만 가둬두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학연이었다. 하지만 1분도 지나지 않자 왜 그랬는지 알 수 있었다. 몇 걸음 걷지 못해 다리 힘이 풀려 그만 자리에 주저앉아버린 학연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었다.

 

"아프면 그냥 들어가자. 나 혼자가도 괜찮아."

"너 데려다 주고 싶은데"

"하여튼, 고집은"

 

학연과 눈높이를 맞추며 따라 앉은 홍빈은 학연에게 등을 내보였다. 그럼, 업혀. 이렇게 해서 어떻게 데려다주겠다는거야. 어서, 학연은 괜히 자신이 짐만 되는 것만 같아 미안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어서 업히래도? 재촉하는 홍빈에 학연은 업히고서는 작게 미안하다는 말을 중얼거렸다. 그 말을 못 들은 척 홍빈은 급하게 하지 않아도 될 말을 꺼내었다.

 

"형, 저번보다 더 가벼워 진거 같네."

""

"미안해하지마요 나도 형이 데려다 주는 거 좋아서 이러는 거니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벌써 병원로비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까보다 훨씬 느려진 홍빈의 발걸음에 혹시 힘든가 싶어 학연이 이제 내려돌라고 입을 열려고 할 때 홍빈은 또 그걸 어떻게 귀신처럼 안건지 먼저 선수 쳐 말을 했다.

 

"안 힘들어요. 하나도,"

 

얼마 안 있어 병원로비에 결국 도착했고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이별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조심히 홍빈의 등에서 내려온 학연은 예쁘게 웃어 보이며 홍빈을 올려다보았다. 이제 그만 들어가 보라는 홍빈의 말에도 학연은 아무런 움직임 없이 똑같은 미소만을 홍빈에게 보여주고만 있었다. 

 

"그래, 내가 먼저 가야지 형이 들어가지."

"운전조심하고, 잘 가."

"응, 형도 조심해서 올라가. 또 바보같이 가다가 넘어지지 말고"

 

뒤돌아 걸어가는 홍빈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며 학연은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 모습에 따라서 웃어 보이는 홍빈은 학연과 같이 손을 흔들어 보였다. 오랜만에 보는 기분 좋은 웃음에 마음이 한결 편해진 홍빈은 주차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작게 귀에 스쳐지나간 문자음에 홍빈은 혹시나 학연인가 싶어 확인해보았다.

 

[돈은 통장으로 붙였으니까 확인해보고. ㅇㅇ병원. 이름 차학연. 찾아서 처리하는 대로 전화줘.] 

 

믿을 수 없는 일이 홍빈에게 벌어지고야 말았다. 

 

 

 

* * *

좋은소재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꾸벅) 

제가 너무 늦게 왔죠ㅠㅠㅠㅠㅠㅠ계속 쓸려고 해도 잘 안써져서ㅠㅠㅠㅠㅠㅠㅠ여러번 수정에 거쳐서 드디어 다 완성이되었네요ㅠㅠ

그럼, 우리 中편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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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앙대여!! ㅠㅠㅠㅠㅠㅠ뭐에요ㅠㅠ 처리라니.. 제가 생각하는 그거 맞나요... 아니라고 답해주세요ㅠㅠㅠㅠㅠㅠ 신알신 해놓고 다음편 기다립니다..
11년 전
대표 사진
독자2
연이) 헐..요니랑콩이너무이쁘당..ㅠㅅㅠ수줍어하는요니도이쁘고..애교부리는콩이두귀엽구..♥근데....마지막..요니를죽여야된다니..그럴수가!!!청천벽력같은소리다냐ㅜㅜ왜왜그럼안되지!!!!ㅜㅜㅠ이럴수가ㅜㅜㅜㅜ우엉잉엉엉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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