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라고 불려도 좋아.
W .참새의 겨털
"저..그럼 내일은.."
"미안, 단아. 내일은 내가 좀 바쁠 거 같네."
넌 매일 바쁘잖아. 강다니엘은 아무감정 없어보이는 김여주의 눈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거두고 우물쭈물 거렸음.
그녀의 눈만 보면 항상 그랬음. 그는. 하고 싶은 말도 꾹꾹 누를 수 밖에 없었음.
그런 그를 보더니 입꼬리를 한 쪽 씨익 올리는 여주였음. 그리고 그의 얼굴 앞에 바짝 다가갔음.
다니엘은 갑자기 훅 다가오는 여주 덕에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약간 뒤로 뺐음.
여주가 입에 물고있는 츄파춥스 딸기우유 맛 향이 코 끝을 살짝 간지럽힐 때 즈음.
"옷 사준거 잘 입을게."
"응, 데려다 줄.."
여주는 자기가 먹던 사탕을 쪽- 소리 나게 빼서 그의 입에 집어 넣음으로 말을 끊어먹었음.
강다니엘은 목 끝 부분부터 점점 빨개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입에 물린 사탕을 빼서 온 몸으로 당황함을 표출했을 듯.
여주는 그런 그를 보며 특유의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뒤 돌아서 백화점을 나갔음.
강다니엘은 김여주가 백화점 앞에 세워진 검은 차에 올라타는 것을 빤히 쳐다보다가, 제 손에 들린 사탕으로 시선을 거두고
베시시 웃었음. 호구 마냥.
"야, 너 또 김여주 만났지."
"응."
"걔 만나지 말라니까. 걔 아무리 생각해도 어장관리 하는 거 같애."
"웃기지마. 우리 여주는 안 그래."
"우리 여주?! 미쳤구나 너."
강다니엘의 동거남. 김재환은 집에 들어올 때 부터 휴대폰만 들여다보며 헤실헤실 거리고 있는 강다니엘에게 한 마디했음.
저런지도 어언 세 달이 넘었음. 다니엘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김재환은.
썸타는 사람이 생겼다며 조만간 사귈지도 모른다고 설레하며 말하던 강다니엘을 기억하고있었음.
하지만 벌써 세 달이나 지났고, 저번에 강다니엘과 함께 있던 김여주를 봤을 때, 겉 모습만 봐선 전혀 좋은 여자로 보이지 않았음.
딱 봐도 가식적으로 보이는 헤픈 눈웃음 짓는 거 하며, 단정이라곤 찾아볼 수 조차 없는 옷 차림.
몇 일간 연락이 두절돼서 강다니엘을 밤마다 끙끙 앓게 한다던가,
오늘도 연락 두절이던 그녀가 옷 사주겠다던 강다니엘의 카톡에 바로 답장이 온 걸 김재환은 알고 있었음.
"너 도대체 걔가 왜 좋냐? 난 진짜 아무리 봐도 별로던데."
"여주가 얼마나 착하고, 배려심 깊은데."
"착하다고? 확실하냐?"
"당연하지, 엄청 시크하고 도도해 보이는 겉 모습이랑은 다르게 가까이 가면 엄청 달달한 향기 나."
"너 변태새끼냐? 걔 어제는 너 몰래 클럽 간 거 같다며."
"응, 근데 여주는 내가 그거 아는지도 모를만큼 꽤 순수해."
김재환은 기가 차다는 듯 허, 하고 웃더니 개호구새끼야 정신 좀 차려! 하고 소리질렀음.
강다니엘은 아직도 휴대폰에서 손 놓을 생각을 하지도 않았음.
재환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제 방으로 들어가버렸을 듯.
강다니엘은 나쁜여자 김여주를 좋아하는, 아니 어쩌면 사랑하고 있을지도 모를 호구임.
"여주야!"
"왔어?"
"헐, 오늘 왜이렇게 예뻐."
"뭐래."
지금 시각은 새벽 1시. 친구들과 술 마시고 논다는 여주의 카톡을 받자마자, 데리러 가겠다고 한 강다니엘이었음.
여주는 그의 카톡을 보고 피식하고 웃으며 마음대로 하라고 자기가 있는 술집을 알려주었음.
30분이 채 되지도 않아 한 걸음에 달려와선 땀이 송글송글 맺힌 이마를 보고, 그리고 자기를 보며 진심으로 벙진 표정으로 바라보는 그를 보며.
여주는 속으로 생각했음. 재밌는 애네.
김여주는 빼어난 외모와 몸매로 숱 한 많은 남자들을 만나왔음. 그리고 어딘지 모르게 묘하게 흐르는 색기때문에 남자들이 사죽을 못 쓰고 달려들었을 듯.
어렸을 때 이혼하신 부모님, 툭하면 술 마시고 들어오는 알코올 중독 아버지.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를 어머니.
어렸을 때 사랑받지 못하고 큰 여주는, 자기를 사랑해주는 많은 남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만족해왔음.
물론 좋은 의도를 가지고 다가오는 남자들은 몇 없었음. 거의 대 다수가 여주의 외모와 몸을 보고 다가와서, 계속해서 잠자리만 원한다거나,
목적을 두고 연락을 해왔을 듯. 그래서 김여주는 거의 세 달 가까이 가지고 놀 듯 만나왔는데도 자기 좋다고 꼬리 살랑거리면서 제 앞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솔직하게 좋아하고 있는 마음 표현해주는 강다니엘이 흥미로울 수 밖에.
"그 코트 잘 어울리네."
"응? 뭐라고?"
"너 그거 입고있는 거, 잘 어울린다고."
"헐."
고작 이런 말 하나에 목 끝까지 빨개져선 부끄러워하는 것 하며, 산만한 덩치와는 비교되게 꽤나 순수한 웃음을 짓는 것도.
여주는 아직도 쑥쓰러워하며 코트 주머니에 제 손을 쑤셔놓고 여주의 발걸음을 맞춰주고 있는 그를 빤히 쳐다보다가,
주머니 속에있는 그의 손을 꺼내다가 덥석 잡았음. 강다니엘은 깜짝 놀라서 여주를 쳐다봤겠지.
눈이 딱 마주쳤는데,
다니엘은 되려 자기가 당황해서 빠르게 눈알을 굴려 시선을 피했음.
"여주야, 손이 되게 차네."
그러다가 걸음을 멈추고 여주의 손을 잡아들어 호-하고 따뜻한 입김을 불어 차가운 여주의 손을 녹여주었음.
"단아."
"어,어?..왜?"
"너 내가 왜 좋아?"
숨이 턱 막히는 기분, 심장이 뛰는게 느껴지는 기분. 강다니엘은 여주의 말에 대답대신 불던 입김을 멈추고 눈썹 하나를 꿈틀거렸음.
여주는 말해달라는 눈빛으로 다니엘 앞에 가까이 다가서서 눈을 깜빡 거렸음.
강다니엘은 괜히 마른 침을 한 번 꼴깍 심키고는 입을 열었음.
"착하잖아.."
"뭐라고?"
"착하잖아.. 그런데 예쁘기까지 하고."
내가 착하다고? 여주는 의외의 대답에 놀라, 제 머리를 감싸고 나 지금 엄청 부끄러워요 하는 표정으로 어쩔 줄 몰라하는
강다니엘을 의아하게 바라봤음. 착해서 좋아한다는 남자는 처음이었음.
"내가 왜 착하다고 생각해? 나 너 연락 일부러 씹는 거 몰라?"
"알아, 그래도 너 착한 건 알아."
"그러니까 왜."
"너 저번에 저 쪽 카페 앞에 비오는 날, 쭈그려 앉아서 버려진 고양이들 비 안 맞게 우산 들어주고 있는 거 다 봤어."
"뭐?"
"넌 모르겠지만 그 날 너 처음 본 날이야. 그 때부터 좋아했어."
여주는 당황하면서 한마디도 지지않고 대답하는 강다니엘에게서 몇 발자국 떨어졌음.
여주의 집 들어오는 골목쪽에 있는 카페. 그 날은 술을 진탕마시고 들어온 아버지와 실랑이를 한 후. 버려진
고양이 처럼 자기도 집에서 쫓겨난 상황이었음. 그래서 나랑 같구나 하는 생각에 잠깐 고양이들에게 우산을 씌워준 것 뿐이었는데.
비도 오고, 울적한 마음이었을 때 가장 비참했을 자기 모습을 보고 좋아하기 시작했다니.
괜히 심술이 나서 여주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었음.
"나 너 어장관리 하는건데."
"... ..."
그제서야 말이 없는 다니엘이었음. 살짝 상처받았는지 눈꼬리가 한 껏 쳐져있었음.
여주는 한 숨을 쉬더니 앞머리를 한 번 쓸어넘겼음.
그리고 아직도 여주의 손을 꼭 잡고있는 강다니엘의 손을 쳐냈음.
"여기서부터 알아서 갈게."
여주는 강다니엘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발걸음을 옮겨 집 쪽으로 향했음.
얼마 못가 다니엘의 손에 붙잡혔지만.
"그래도 좋아."
"뭐?"
"어장관리하는거여도 좋다고."
여태 본 적 없는 진지한 모습이었음. 강다니엘의 강아지같은 웃음은 온데간데 없고, 정색하며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말하는 그의 모습은, 새벽공기와 어두운 골목 가로등의 조명 덕에 무척이나 잘생겨보이기까지 했음.
그렇게 둘은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고있었음.
그 침묵을 깬 건 여주였음. 여주는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정신이없었음.
그래서 선택한건 이 상황에서 벗어나는 거였음.
여주는 말 없이 다니엘의 손을 뿌리치고 다시 집 쪽으로 발걸음을 돌려 뒤 돌아 가버렸음.
행여 다시 잡히기라도 할까 조금 빠른 걸음으로 도망치듯 그 골목을 빠져나왔음.
여주는 자기 얼굴이 달아오름을 느꼈음.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음.
화도 나는 듯 했음. 내가 남자따위에 이런 감정을 느끼다니.
물론 그 남자가 강다니엘이라는 사실이 조금 다르긴 했음.
다른 남자들과는 다르게 목적없이 자신을 좋아해주는 남자.
여주는 자기가 오히려 저런 남자는 더 좋은 여자를 만나야한다 라고 생각하며 자신을 낮추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음.
하지만 그가 집에 들어갈 때 까지 자기 몰래 뒤에서 따라오고 있던 것 까지는 몰랐을 듯.
그리고 여주의 집안에 불이 켜지는 것을 확인하고 한참을 바라보다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혼자 집에 돌아간 것도.
"아니 이 밤에 어딜 갔다 와, 미쳤냐?"
"아 깜짝이야. 넌 안자고 뭐하는데?"
"아니 새벽에 쳐 나가는새끼가 그렇게 차려입고 가? 잠만, 그거 내 코트 아님?"
"시끄럽다, 소리 좀 낮춰."
"설마 김여주 만나고 왔다거나, 김여주 술 마시는데 데리러 갔다거나, 그런 호구같은 미친짓을 하고 온 건 아니지?"
"맞는데?"
"그런 거지같은 짓 하고 왔으면 집에 발을 들이지 마라. 제발."
다니엘은 그냥 가볍게 웃으며 코트를 벗고 방으로 들어갔음.
그리고 침대에 던진 휴대폰에 진동이 울리면서 어두운 방이 불빛으로 가득찼음.
[내가 그렇게 좋으면 한 번 만나보던가, 호구같은놈아.
- 여주 ♥]
다니엘은 입술 사이로 비집고 세어나오는 웃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입을 틀어막았음.
그리고 누구보다 신난 손놀림으로 답장을 보냈음.
좋아.
아니 마무리가...!!! 망했네요 그냥!!!!!!!!!! 그래도... 나쁜여자한테 쩔쩔매며 사랑구걸하는 넬깅이가 보고싶어서ㅎㅎㅎㅎ
길고 길었던 어쩌면 짧았을 수도 있는 한 주가 끝이났네요 ㅎㅎ!
여러분들 건강하게 잘 지내셨나요?
저는 이 번주에 아파서 한의원에가서 침 맞고 부황떴답니다..크흑..
건강이 짱이에요.. 아프지마요 내님들 ㅜㅜ ♥
제 글 읽으시고 즐거운 불금 보내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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