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 아주버님 그리고 제수씨
(부제 : 정신병자)
3
잠이 오질 않지만 나름 다정하게 팔베게를 해준 김명수에게 감사함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언제부터 이런 더러운 생활을 보냈는지모른다. 단지 돈때문이였다. 내가 하고싶은 것을 못했을때의 그 허탈감, 돈이란 벽앞에서 주저앉았을때의 그 자괴감을 동생과 가족에게 물려주고싶지않았다. 그래서 김명수를 선택했을뿐이고, 이런 후진 인생을 살아가고있다. 볼을 김명수안쪽 팔뚝에 지분거리며 손끝으로 김명수의 뒷목을 어루어만지며 어리광을 부렸다. 내게 쌍욕을 뱉어대던 김명수는 어디가고, 아기를 어르는 다정한 김명수가 내 옆에 누워있는 이 현실이, 무섭다.
“ 미안해 “
“ … “
“ 다른남자, 아니 다른사람하고 눈도 마주치지마. 숨도섞지마 “
“ …. “
“ 대답해 “
“ 네.. “
“ 특히 남우현시발새끼하고는 더. “
“ … “
아무대답없이 크게 한숨을 쉬어내니 내 이마에 입술을 살짝 맞추더니, 그대로 눈을 감았다. 눈을 감아도 여전히 남아있는 진한 김명수의 상커풀선을 가만히 보다가, 나도 따라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내일 아침이 안왔으면 좋겠다고 항상생각했다.
*
어느때와같이 지긋지긋한 아침을 보냈다. 김명수를 모닝키스와 함께 깨운후, 5인분의 아침거리, 왜 항상 배추김치만 나와있냐는 시어머니의 구박, 신문하나 빨리 못가져오냐는 아버님의 잔소리, 그리고 김명수의 거짓된 친절까지. 모두 지긋지긋했지만 어쩔수없었다. 이게 내 결혼생활의 평범한 아침이여왔고, 앞으로도 쭉, 이어질거니까. 어머니, 아버지, 김명수까지 밖으로 나간 이집안에는 오늘 오전진료가 없으니 깨우지말라달라는 메모를 남긴채 여전히 주무시고계시는 아주버님과, 나. 어제의 상처가 아직도 그대로 남아있다. 화장실에서 조금은 민망한자세로 찢겨진부분에 연고를 바르고, 파스여러개를 허리부근에 무식하게 붙였다. 어째 목도 뻐근한것같아서 목뒤에도 붙일까했지만 파스냄세가 너무 독해서 조금 참기로했다. 화장실을 나와 거실쇼파쪽으로 걸음을 옮기니 언제 일어나셨는지 빵과 오렌지주스를 번갈아 여유롭게 먹는 아주버님이 눈에 띄어서 후다닥 달려가 안녕히 주무셨냐며 인사를 꾸벅, 하고 했다.
“ 아, 일어났어요? 아침못먹었죠? “
“ 네? 아..아니예요. 저 원래 아침 잘 안먹.. “
내 입에 빵조각을 쑤셔넣곤 장난스레 웃는 아주버님의 유치한장난에 나도모르게 웃음이 터져나왔다. 나중에 이런 친절한남자와 결혼하는 여자는 정말 행복할거라고 생각하니 내 처지가 불쌍해 약간 쓴 웃음을 마음속으로 지었다.
“ 주제넘는 말일지도 모르지만, 우리 잠깐 얘기좀 할까요?
환자와 의사관계로. “
“ 환자요? “
“ 잠깐이면 괜찮은데. “
아주버님의 반대편에 앉았다. 내게 오렌지주스를 건네는 아주버님께 괜찮다며 고개를 저었다. 무안하게 오렌지 주스가 담긴 컵을 탁자위에 올려놓으시더니 힘들게 입을여셨다.
“ 기분나빠말아요. “
“ … ? “
“ 음.. 내가 어제 봤는데 공포증같은거있어요? “
“ 네? “
“ 요즘내가 리포트를 쓰는데 그게 공포증에 관한거여서 그쪽에대해서 많이 알게됬는데, 제수씨가 겹치는게 상당히 있는것같아서 걱정되서 그러는거예요. 간혹 진료받으러 오는 사람들보면 특정한 물체를 보면 극심한 정신적 경련이온다던지, 숨이 멎는다던지 하는 사례가 종종있거든요. “
피. 내게 그 특정한물체는 피였다. 아주버님께 이런이야기 까지 해도될까 싶었지만 천천히 입을 열었다. 벌써부터 울음이 나올것같나올 것 꾹꾹 눌러담곤 한숨을 깊게 내쉬곤 차근차근 말을 읆조렸다.
“ 형이 있었어요. 김성준. 그형은 나처럼 눈이 작지도안았고, 나처럼 말르지도 않았어요. 나처럼 어디아픈사람마냥 피부가 허옇지도않고, 키도 컸어요. “
“ 더 천천히, 차분하게 말해도 괜찮아요. 시간은 많으니까. “
“부모님은 건강한 형을, 나랑 동생보다 훨씬 더 좋아했어요. 형은 축구부에 들어서 중학교서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전국대회, 국제대회까지 나가고그랬어요. 그런데, 형한테 유학제의가 들어왔어요. 근데, 그 때가 우리 아빠가 사기를 당했을때니까, 당연히 포기했어요. “
“ 그래서요 “
“ 그런데도 형은 계속 축구했어요. 부모님은 시장바닥에서 빌빌거리는데, 꿈이니 뭐니 좆같은걸 꼭 이루겠다고하면서 없는돈 있는돈 탈탈털어서. 막내는 어린나이에 사촌집에서 눈치보면서 살고, 난 “
“ 제수씨는요 ? “
“ 할짓못할짓 다했는데. 신문돌리는것부터 돼지토사물같이 더러운인간들 정액도 받아주는것까지. 근데 웃긴게 뭔줄알아요? 형이, 꿈이네 뭐네 지랄하던 형이, 내앞에서 죽었어요. 자기가 힘들대요. 하. 나는. 나는. 몇푼이라도 더벌어볼려고 엄마몰래 창녀촌, 게이바는 다 들쑤시면서 다니는데 허구헛날 공만차대는 새끼가. 힘들대요. “
“ 괜찮아요, 거기까지말해요 힘들면..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
“ 형한테 피가 났는데, 그색이 빨갰는데 더럽게 빨갰는데. 그 지독한 비린내도 더럽게 진하고 “
형에대해 말하는 순간부터 난 제정신이아니였다. 내의지와는 상관없이 나가는 욕설과 주체할수없는 울음이섞여서 혼란스럽다. 어제 같은 증상이 또 오는것같아 지레 겁을 먹곤 벌떡일어서선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 추잡한 현실. 난 아직도 형이 내앞에서 자살할것에대해 슬프거나, 하지않는다. 단지 짜증나고 헛구역질이 날뿐이였다. 데자뷰같았다. 날 진정시키려는 아주버님이 내앞에서 자살하던 나의 형의 광기어린 눈빛같아서 치를 떨며 뒷걸음질 쳤고, 아주버님은그런나를 더 붙잡아세우려고 했다. 평화로운아침에 고통속에서 몸부림치는 더러운 생물체를 치유해주려는 햇살. 그러니까 그 더러운생물이 나고, 햇살이 아주버님이고. 내가 생각해도 좋은비유였다. 이런 미친생각속에서 어디선가 나는 비린내에 욱, 하고 역겨운 헛구역질을 하니 아주버님이 놀라 날 일으켜 세우곤 진정하라며 내 손을 토닥거렸다.
“ 내가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괜한 소리를 해서. “
아주버님은 내게 연신사과를했다.
-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우현은 그렇게 생각했다.
김성규는 사이코라고.
연하디 연한 하얀 시냇물에 독물을 부으면 미친듯이 독물이 퍼져나가듯이
여린 김성규에게 상처가 퍼져나가 극심한 피공포증, 그리고 애정결핍이 똘똘뭉쳐 김성규의 마음을 가득채우고있었다.
그러면서도 남우현은 김성규를 치료해주고, 보살펴주고싶다는 생각을했고, 그런생각을하는 자신이 미쳤다고 생각했지만
오늘부터 그 미친생각이 더 심해질것같다는 예측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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