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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징어] 구름밤, 초아『一』 | 인스티즈











구름밤, 초아











* 이 글은 역사적 사실이 절반, 픽션이 절반인 구성으로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 아닙니다.











 누각을 내려온 징어는 아버지를 따라 혼마치를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눈에 확연히 들어오던 거리의 모습은 지금의 징어에게는 전혀 신경쓰이지 않았다. 단지 김준면, 이라고 한 남자의 말에 대한 생각만이 머리에 가득 차 있었다. 기모노의 불편함도, 게다의 거추장스러운 또각또각 소리도 개의치 않았다.



 "…징어야."

 "…아, 네 아버지."



 징어가 그렇게 생각에 잠길 무렵 그녀의 아버지가 조용히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깊게 생각에 빠질 즈음이었던 징어는 그런 아버지의 부름에 생각을 잠시 지워버리고 아버지의 말에 대답했다. 그러나 그녀의 아버지는 징어를 불러놓고서 한참 동안 말을 잇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내 이름을 부른 것일까, 하고 징어는 의아해했지만 그의 말이 이어지기를 차분히 기다렸다.



 "…누각에 있던 사내, 누구라고 하더냐?"

 "…김준석 중추원 고문님의 자제분이시라고 하시더군요."



 뜻밖에도 그녀의 아버지가 징어에게 물어오는 건 그녀와 잠시 있었던 그 사내였다. 방 안에서 내 앞에 앉아있던 사내인데, 아버지가 그 사내를 못 보셨을리가 없었을텐데. 결국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은 징어에게 의도적으로 묻는 말임에 틀림없었다. 징어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김준석 중추원 고문님의 자제분, 이라고 간략하게 대답했다.



 "그렇구만. 그 사내, 참 똑부러지게 잘생겼더구나. 아직 미혼이라고도 하고."

 "……."

 "우리 징어와도 잘 어울릴 것 같은데, 한 번 혼수담을 부탁해볼까? 허허허."



 아무래도 그녀의 아버지는 그 사내가 마음에 든 듯 했다. 그는 혼수담을 부탁해볼까, 라고 농담 삼아 넌지시 혼잣말을 하듯 그녀에게 물으며 너털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녀는 그 말이 농담이라는 것을 알기에 억지로 미소를 지었지만 기분이 말이 아니었다. 혼인? 지금은 생각할 때가 아닌데다가 생각조차 해 보고 싶지 않았다. 해 봤자 결국에는 또 다른 친일파 세력과 묶이게 되는 계기가 될 텐데. 그런 건 싫었다. 그녀의 아버지도 10대 중반에는 엄청나게 많이 쏟아져 들어오는 혼수담들을 가지고 징어에게 혼인을 슬그머니 요구했지만 그녀는 끝까지 거절했고 23살인 지금, 이제는 거의 포기를 한 듯 싶었다.



 "너가 원하지 않는다면 강요할 생각은 없다. 느이 동생도 그래서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간 거니까."

 "…고마워요 아버지."



 징어가 억지로 웃었다는 걸 알아챈 듯 웃음을 멈추고 강요할 생각은 없다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긋나긋하게 말해오는 그녀의 아버지에게 징어는 고맙다고 대답했다. 물론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리고 그녀의 동생에게도, 그녀의 아버지는 결혼하라는 강요를 하지 않았다. 아마 자신이 결혼하지 않는 모습을 보았으니 동생도 결혼을 하겠다는 결심이 서지 않아서 일듯했다. 덕분에 그녀의 동생은 일본에 유학을 갈 수 있는 시간을 얻었다. 그리고 지금은 조선에 다시 돌아왔지만.



 "어서 돌아가도록 하자. 아무래도 너의 차림새가 많이 불편해 보이는구나. 다음부터는 모던 걸로 준비해달라고 해야겠다."

 "…네."



  징어의 움직임이 많이 불편해 보였는지 어서 돌아가자며 배려를 하는 그녀의 아버지. 하지만 징어는 이런 배려가 너무나도 싫었다. 자신의 아버지가, 일본에 협력하고 조선 사람들을 그렇게 내치는 모습과 지금 자신과 가족들을 챙기는 모습이 너무나도 모순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주변에서 나라를 팔아먹은 역적의 가족, 이라는 말이 들려올 때마다 징어는 꼭 자신이 잘못한 듯한 죄책감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오히려 당당하게 활보하고 다녔다. 도대체 무슨 배짱인지 알 수가 없었다.


 징어는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빨리 했다. 잠시라도 자신의 아버지와 떨어져 있고 싶었다.






-






 집에 돌아오자마자 바로 기모노를 벗어 던져버리고 편한 한복으로 갈아입고선 크게 숨을 내쉬었다. 살 것만 같았다. 일본인의 세상에서 집 안에서는 조금이라도 조선인처럼 행동하고 한복을 입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징어는 조그만 기쁨이고 행복이었다. 일본인처럼 행동해라, 되도록이면 일본말을 써라. 그런 자신의 아버지가 내세운 규칙이 있었지만 징어는 그것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이 나라는 엄연히 조선인데, 우리나라 말을 쓰고 우리나라 방식대로 살아야 되지 않겠는가?


 바닥에 조심스럽게 앉아 징어는 아까 전 있었던 그 사내와의 만남을 다시 생각해보았다. 자신의 표정에서, 자신의 행동에서 모든 걸 알아내던 그 사내. 김준면이라던 그 사내는 처음 만난 그 시간에 도대체 자신에 대해 얼마나 많은 걸 캐낸 것일까. 단지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소문? 자신에 대한 소문에 의해서? 아니면 잠시의 그 순간에서?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생각하고 있을 무렵, 방 밖에서 마님! 하고 외치는, 살림을 도와주는 여자아이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 징어는 생각을 그만두고 방문을 밀고 마루로 나섰다. 지금은 어머니가 계시지 않고 동생도 나갔고 아버지도 집에 들렸다 바로 나가신 듯 해서, 집 안에는 자신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무슨 일이에요?"

 "아, 아가씨! 저 좀 도와주실래요?"

 "…세훈아!"



 마루로 나와 징어가 무슨 일이냐고 그녀에게 묻자 징어를 발견한 듯한 여자아이가 자신을 도와달라며 간신히 부축하고 있는 상대를 조심스럽게 자신에게 넘겼다. 넘기면서 그를 바라보는 순간, 징어는 자기도 모르게 세훈아! 라고 외쳤다. 자신의 동생이었다.



 "낮부터 술을 잡수신 것 같아요. 도련님 방으로 옮길게요."

 "네. 그래요."



 정말로 낮부터 술을 먹은건지, 세훈이의 몸에서는 술 냄새가 펄펄 나 징어는 저절로 인상이 찡그려졌다. 오늘도 친구를 만난걸까. 그렇게 생각하며 징어는 여자아이와 함께 세훈이의 방으로 조심스레 옮겨 눕혔다.


 일본에서 유학을 하고 돌아온 세훈이는 틈만 나면 술을 마시고 들어왔다. 친구를 만난다며 나가고선 술에 온 몸이 취하도록 마시고 와서 징어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무슨 생각이 있어서 그러는 걸까 싶어 계속 지켜보고는 있지만 아무런 행동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냥 저 나이가 되면, 저렇게 친구들과 노는 게 일상인걸까, 남자들에게는. 징어는 그렇게 혼자 생각하고선 아무런 혼도 내지 않았다. 그런 생각은 그녀의 아버지도, 어머니도 마찬가지인 듯 했다.



 "감사합니다 아가씨. 나가볼게요."

 "네. 수고했어요."



 징어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선 세훈이의 방에서 나가는 여자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다시 세훈이에게 시선을 옮겼다. 잠시 세훈이의 방에 쭈그려 앉아있다가 에휴, 하고 조그맣게 한숨을 내쉰 징어는 세훈이가 자는 모양인 듯 해 그대로 일어나서 그의 방을 나서려고 했다.



 "…누님."

 "어? …안 자고 있었어?"

 


 하지만 자는 건 아니었는지 세훈이의 목소리가 나서려는 그녀의 발목을 붙잡았다. 놀란 징어는 다시 되돌아서 누워있는 세훈이 곁에 쭈그리고 앉아 안 자고 있었냐며 물었다.



 "…누님은 어떻게 생각해요?"

 "…무슨…."

 "이 나라를, 이 세상을, 이 삶을, 그리고 지금을…."



 갑자기 뜬금없이 어떻게 생각해요? 라고 물어오는 세훈이에게 무슨 말을 하려는건지, 어서 자 라고 말하려던 징어는 그가 이어서 한 말에 그대로 굳어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 사내가 했던 말에 이어 정곡을 찌르는 말이었다. 세훈이의 목소리는 술에 취한 목소리였지만 그 말만은 이상하게도 뚜렷하게 들려왔다. 술에 취한 것 같지가 않아 세훈이의 얼굴을 살펴봤지만 그는 눈을 감고 중얼중얼대기만 할 뿐이었다.



 "…세훈아, 많이 취했다. 내일 아침에 고생하지 말고 어서 자."

 "…얼렁뚱땅 넘어가려고요? 또?"



 징어는 당황함을 애써 숨기고 그에게 많이 취했다고 말하고선 다시 일어났다. 걸음이 비틀거릴까봐 빨리 방을 벗어나려고 뒤돌아선 그녀에게 세훈은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거냐며, 다시 그녀가 멈칫하고 서 있게 만들었다. 취중진담일까.



 "…난요, 일본 가서 뭐 했는지 알아요?"

 "……."

 "일본어로 수업 듣고, 일본식 교육을 받고. …모든 걸 일본식으로 했어요."

 "……."

 "내가 일본인이에요? 난 엄연한 조선인이라구요. …근데 왜, 일본의 정신을 강요하게 만들었냐구요."

 


 하지만 징어는 세훈이의 연달아 하는 말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게 현실이었다. 참혹하고 차가운 현실. 일본의 지배를 받고 있는 우리의 현실.


 

 "…미안해 세훈아. 내일 이야기하자."



 그리고 그녀는 변명하듯이 그에게 내일 이야기하자, 라고 말하고 그 방을 도망치듯 나와 무언가에 쫓기는 것처럼 자신의 방으로 황급히 향했다.















[EXO/징어] 구름밤, 초아『一』 | 인스티즈

[EXO/징어] 구름밤, 초아『一』 | 인스티즈










추후 문체 수정




암호닉은 나중에 정리해서 받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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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우와ㅏ..내용대박인듯해요..개인적으로이런거너무좋다
앞으로어떻게될지잘모르겠네요앞으로도계속열심히볼게요허허

10년 전
구름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10년 전
독자2
준짱맨이에요! 언뜻보면 무책임한 아버지지만 뭔가의 속뜻이 있어보여요 으앙! 준짱맨 궁그매쥬금!ㅇ<-<
10년 전
구름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ㅎㅎㅎ
10년 전
독자3
재밌게 읽고가요!!!~ 다음편이 기대되네요!!! 앞으로 어떻게 전개가 될지...(설렘) ㅋㅋㅋㅋㅋ 다음편 언능 가지고오이소~ :) ㅎㅎㅎㅎㅎㅎㅎ
10년 전
구름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0년 전
독자4
이리오세훈이예요! ㅠㅠㅠ세훈이가 친동생인거예요?ㅜㅜㅜㅠㅠㅠㅠㅠㅠ 케미.....ㅠㅠㅠㅠㅠ 과연 남주는 누구일까여..궁금궁금 근데참 일본식으로 배우고 일본식으로 강요받고 그생각을 하니 되게 씁쓸하네여.....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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