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현)
문 밖에 편의점 음식들이 한 봉투에 버려져있는걸 보니 틀림없이 범인이 이 방안에서 지냈음이 분명했다.
숨을 죽이고 문틈에 귀를 가져다대면, 깊은 밤에 잠이라도 들었는지 안에서는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 방에서 밖으로 나갈만한 곳은 유일하게 이 문이었기 때문에 한결 편해진 마음으로 혹시나 하며 문고리를 돌렸다.
예상치 못하게 문고리는 편안하게 돌아가 집안을 활짝 열었고, 그 안에 우리가 찾던 범인은 보이지 않았다. 작은 공간이지만 분명 쇼파와 전등 등이 있는걸로 봐선 이곳에 있었던게 분명한데...
밖에는 사람이 사용했던 쓰레기가 있지만 안의 짐들은 모두 사라져 있던걸로 보아, 아무래도 우리가 접근하는 동안 어디선가 눈치를 채고 빠르게 도망친것 같았다.
제기랄, 도대체 어떤 놈이길래 경찰보다 한발 앞서 움직이는건지. 보통 놈이 아님은 분명했지만 대한민국의 경찰을 쥐락펴락 하고 있다는 사실에 나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언제까지 이곳에 있었을까, 밖에 놓여진 쓰레기들을 봤을땐 얼마 되지 않은것 같아서 조심스럽게 천장의 전등에 손을 가져다댔다.
“앗,뜨거.”
손을 데자마자 화끈 하게 올라오는 열에 급하게 손을 떼어냈다. 형광등이 아니라 전구를 사용하는 전등이기 때문에 이토록 뜨겁다면, 얼마전까지 불을 켜두었다는 뜻이고 그 의미는 분명 얼마전에 이곳을 빠져나갔다는 의미였다.
게다가 짐을 모두 가지고 도망간거라면 이곳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을 계획일테고, 그렇다면 ....인질을 무사히 놔둘리가 없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여주의 꿈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던 지훈이의 상태와, 혼자서 그런 지훈이에게 갔을 여주가 걱정되었다.
그 마음에 여태컷 조심히 올라왔던 계단을 두,세개씩 건너뛰어 내려갔을땐, 여주는 온데간데 없고 굳게 닫힌 지하실만 문만 보였다.
지하실의 창문은 검게 칠해져있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아는 여주라면, 범인을 봤다고 지금 이상황에 무리해서 쫒아갈 아이도 아니었고 우리의 목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아이었다.
그렇기에 망설임없이 지하실 문 앞에 다가섰다. 바깥쪽에서만 열고, 닫을 수 있는 큰 문이 소름끼치는 쇠 마찰음 소리를 내며 힘겹게 열렸다.
“김여주!!”
그리고 그 안에는 피를 흘린채 여주의 품에 안겨 의식을 잃어가는 지훈이와, 그런 지훈이가 의식의 끈을 놓지않게 계속해서 지훈이를 부르며 자신의 옷으로 배를 지혈하고 있는 여주가 보였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지훈이에게 달려갔다. 딱봐도 상당한 양의 피를 흘렸기에 빨리 병원으로 가야했다.
"박지훈....니..."
내 소리를 듣고 달려온건지, 어느새 지하실 문앞에 서있는 다니엘은 그토록 그리던 지훈이가 곧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모습으로 있자 적잖이 충격을 받았는지 멍하게 서있기만 했다.
하지만 그런 두사람의 감동적인 재회보다 중요한건 지훈이의 상태였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휴대폰으로 신고를 하면 그 기록이 조회되어 우리가 여기 왔음을 알리는 꼴이 되는게 뻔했다.
이럴땐 어떻게 하면 좋지. 모든 경우의 수를 동원하기 위해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지만 번뜩 생각이 떠오르질 않았다.
"다니엘, 교회 옆에 공중전화 있었어. 너 인거 티 안나게 119에 지훈이 상태 이야기하고,"
그런 나와 다니엘을 움직이는건 여주였다.
늘 그랬다. 본인 또한 충격받고 약해져있으면서, 누군가 충격이나 위험에 빠지면 그 어떤 때 보다 침착해지고 이성적으로 변해 상황판단을 했다. 이번에도 용케 교회 옆에 공중전화 박스가 있었다는걸 기억해낸 여주가 다니엘에게 그 기억을 상기시켰고, 그덕에 이성을 되찾은 다니엘은 여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알겠다는듯 먼저 움직였다.
다니엘이 신고를 할 동안 우리는 지훈이를 지하실 밖으로 데려가야만 했다. 피를 많이 흘린 상태라 의식을 붙잡는것 조차도 힘들어 보였던 지훈이도 여주의 "조금만 버텨줘." 라는 말을 제대로 들어주는 건지 조금은 수월하게 지훈이를 밖으로 데려나와 벽에 기대게 앉혔다.
손으로는 배를 막고, 벽에 기대어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지훈이의 눈이 촉촉하게 차올랐다. 지훈이에게는 몇일만에 보는 밤하늘이, 시원한 공기가, 드디어 벗어났음을 말해주는 증표였다.
어느새 새어나온 피들이 여주의 흰 옷을 빨갛게 적셔 물들어 가면, 멀지 않았던 거리를 뛰어갔다온 다니엘이 돌아왔다.
그토록 그리고, 그렸던 지훈이가 자신의 눈앞에 있는데도 다니엘은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지훈이를 바라만 볼뿐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롤러코스터를 탈 때 정말 무서우면 비명소리조차 나지 않는것처럼, 간절히 바랬던만큼 그 벅참이 너무 커서 다니엘은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 어떤 말보다 지훈이의 어깨를 토닥이는 다니엘의 손길과 눈빛이 감정을 그대로 전달했다.
"형... 내가 안죽였어요, 나는..."
"말하지마라, 다 안다. 내가 니를 모르겠나."
힘들게 한마디, 한마디를 말해오는 지훈이를 다니엘이 가차 없이 끊어버렸다. 하지만 틱틱거리는 다니엘의 말에 무엇보다 애정이 묻어나있음을 지훈이도 아는지 이제야 안심이라는듯 힘없이 살짝 웃어보였다.
지훈이의 그 웃음에 이젠 정말 웃을일만 남았다는듯 멀리서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제 지훈이만을 남겨두고 우리는 몸을 숨겨야한다는 의미가 되기도 했다.
"박지훈, 단디 들어라. 오늘 우리는 여기에 온적이 없는거다, 범인이 니를 찌르고 도망갔고 문이 열려있어서 니가 스스로 탈출한거다. 알겠나, 내 믿고 그것만 기억해라. 이유는 치료받고 이야기해줄게."
다니엘은 그 말을 끝으로 지훈이의 손에 들려있던 여주의 옷을 들고는 가차없이 뒤돌아서 차로 향했다. 지훈이를 위해 일부러 더 강하게 행동하는듯 했지만 가장 먼저 차에타서는 단 한순간도 지훈이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증거가 남지 않게 공중전화로 신고도 했고, 지훈이의 상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구급차도 거의 도착했다. 지훈이의 부상이외에는 모든 작전이 다 순조롭게 흘러간터라 그제야 숨이 트였다.
"여주야."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지훈이의 구조 소식이 경찰서에 알려지기전에 먼저 경찰서에 도착하는 일 뿐이라, 아까부터 신경쓰였던 여주에게 입고있던 점퍼를 내밀었다.
"아...."
여주 본인도 그제야 자기의 옷차림을 인지한건지 빠르게 옷을 받아들었다.
지훈이의 배를 지혈하기 위에 천을 가져다댄건 분명 칭찬받을 일이었다. 하지만 모든 상황을 다 떠나서 내 여자가 나시 하나만 입고 몸을 드러내고 있다는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그동안 사촌관계라서 애써 이해하려 했던 다니엘의 행동들이 더욱 경계가 되어버린 지금, 이 상황에 이러면 안된다는걸 알지만 어쨌든 신경쓰이는건 신경쓰이는 일이었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훈이를 한번, 저 멀리 다가오는 구급차를 한번, 번갈아 보느라 제대로 지퍼도 채우지 못하고 있는 여주였다.
"이리 줘."
더군다나 사이즈가 큰 옷이라 소매 밖으로 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 낑낑거리고 있는 여주를 대신해 지퍼를 목 끝까지 올리고 조수석의 문을 열었다.
타이밍 좋게 차가 출발했고, 멀어져가는 모습뒤로 지훈이가 탄 구급차가 출발하는것 까지 확인했다. 내내 몸을 돌려 뒤를 바라보던 다니엘이 그제야 편하게 웃으며 앞을 바라봤다.
"아마도 이 근처 대학병원으로 이송될거야, 그 앞에 내려줄게. 보호자 필요하다고 연락들어오면 바로 병원으로 들어가."
"네. 황형사님, 누나 진짜 고마워요."
어떻게 보면 경찰로서 당연한 일임에도 다니엘은 끊임없이 고마움을 표현했다.
"근데, 누나 내 쫌 두렵다. 이제 지훈이한테 꿈에서 봤다고 이야기 해줘야 하잖아요, 근데 내 이제 지훈이랑 떨어져 지내야 하거든요. 멀어져도 지훈이가 그걸 이해해줄까요?"
새벽이라 도로에 차 하나 없어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차 안에서 다니엘은 진지한 고민을 여주에게 털어놨다. 분명 둘 사이엔 내가 알 수 없는 유대감과 더 많은 이야기들이 있기에 함부로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런 점 들은 충분히 존중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장 이해할 수 없는건 바로 이 순간에도 이유 모를 질투심이 타오르는 내 자신이었다.
다른것도 아니고, 그저 답답한듯 옷의 지퍼를 가슴까지 내려서 여주의 목주변이 훤히 드러난게 신경이 쓰인다는게. 그리고 그런 여주의 옆에 바짝 붙어 고개를 내밀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다니엘이 신경 쓰인다는게.
황민현. 왜그러냐 진짜. 이렇게 보수적이고, 답답하고 꽉 막힌 그런 사람 아니잖아, 너.
속으로 하는 말과는 전혀 다르게 시간이 지날수록 바짝 말라오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후. 황민현, 너 그런사람 맞아.
결국 빨간불에 멈춰서자 마자 최대한 자연스럽게 여주의 지퍼를 목 끝까지 올렸다. 물론 어색하지 않게 "감기 걸려." 라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그 뒤로 백미러를 통해 느껴지는 다니엘의 웃음을 애써 피했다는건 비밀이다.
***
중간에 다니엘이 내리고 차는 빠르게 달려 지훈이의 소식보다 먼저 경찰서에 도착했다.
새벽 5시를 넘어선 시간이라, 경찰서 안은 그야말로 쥐죽은듯 조용했다.
씻거나 할 틈도 없이, 바로 숙직실로 살금살금 걸어들어갔다. 평소 황깔끔이라 불리는 황형사님도 세수와 손, 발 정도만 씻고 금세 침대에 누웠다.
내일은 눈이라도 붙일 수 있을지 걱정이 되는 상황이라 지금이라도 잠을 선택해야 했다.
생각은 나중에 하자, 지금은 잠만 자도 부족한 시간이야.
애써 머리에 가득한 지훈이의 일을 뒤로 미루고 푹식푹신한 이불에 얼굴을 묻었다.
"모두 기상. 방금 실종되었던 박지훈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내용이 들어왔다."
침대에 눕자마자, 기다렸다는듯 문을 열고 들어와 방안에 환한 불을 키는 반장님이었다.
하, 그래. 12시가 지났지, 잠은 못잔다는건 내일이 아니라 오늘이었다.
우리가 다니엘을 병원에 내려주고 경찰서로 오는 동안 지훈이는 가까운 병원에서 긴급수술을 받았다.
범행현장에서 한번, 감금된 지하실에서 한번. 총 두번이나 배에 칼을 맞았지만 다행스럽게 처음의 상처는 깊게 찔리지않아 스스로 지혈되었고, 두번째 상처도 내부의 장기를 건드리지 않아 꼬매기만 하는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 진행되었다고 했다.
워낙 젊고 건강한 운동선수라 남다르긴 한건지 수술이 끝나자마자 바로 우리 지역 병원으로 이송되어 지금은 마취에서 깨어나고 있다고 했다.
"알겠는데, 내 방에 다 자러 왔냐고요."
새벽부터 시작된 강제 기상에 지훈이가 깨어나기를 기다리던 형사님들은 결국 모두 익숙하게 우진이의 병실을 찾았고, 이곳은 어느새 수면실이 되어 있었다.
처음엔 그 누구보다 낯을 가리던 우진이는 '네가 여주를 살려준 멋진 친구?' 라는 타이틀을 주며 몇번 병문안을 왔던 형사님들과 금세 친해져버렸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시작되며 바쁘다는 핑계아닌 핑계로 우진이의 병문안을 아무도 갈 수 없었다.
그렇게 뜸 하던 사람들이 오랜만에 와서는 모두 쓰러지듯 잠만 자는게 서운한건지 우진이의 입은 참새부리처럼 툭 튀어나와 들어갈 줄 몰랐다.
하지만 우진이의 입이 참새부리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래서 휴게실에서 시비가 붙었는데, 맨날 자기가 권투인가 복싱인가 그 선수라던 아저씨가 바로 내한테 주먹을 날리는 거에요. 근데 내는 또 이유없이 사람 안 때리거든요. 누나, 듣고 있어요?"
그래, 이야기 조금 들어주다가 나도 쉬어야지. 라고 생각했던 나의 착각은 아주 큰 착각이었다.
우진이의 입은 참새처럼 짹짹 거리며 멈출생각을 하지 않았고 그래서인가 자꾸만 머리가 아팠다.
가만히 앉아있어도 하늘이 핑 도는듯 어지럽다가도, 속이 울렁거리는게 몸이 정상은 아닌듯했다.
"여주야, 너도 눈 좀 붙혀."
역시 내맘을 알아주는건 황형사님 뿐인듯, 황형사님은 자연스럽게 내 자리에 앉아 우진이의 말을 들어주었다.
황형사님 특유의 다정함으로 초롱초롱한 눈빛에 고개 끄덕임의 리액션이 더해지자 우진이는 더 신이나서 그 상황을 재연까지 해가며 신나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드르륵-
"민현이형!!"
엎친데 덮친격으로 보기만 해도 시끌시끌, 재환쌤까지 문을 열고 들어오자 더이상 버틸순 없다는듯 머리가 핑- 돌았다.
울렁거리는게 내 속인지, 바닥인지, 하늘인지 분간하지도 못할만큼 세상이 빙빙 돌았다.
그렇게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어느새 재환쌤과 작은 방에 앉아 CT사진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내 옆에 앉은 황형사님이 걱정되는 표정으로 손을 주무르고 있었다.
"그래서 범인이랑 싸우다가..."
"싸우다가?"
"거기서 부터 기억이 좀 흐려요... 아, 그래. 범인이 주짓수가 몸에 베여있는것 같았어요. 지훈이가 당한것도 그렇고, 분명 보통 사람은 아니에요."
"야. 내가 의사지, 경찰이냐? 범인 말고 니 상태를 말하라고."
아차차, 이것도 직업병이다. 흐릿하지만 차츰 떠오르는 기억에 곧바로 범인의 특징부터 잡아내버렸다.
같은 경찰인 황형사님도 직업병은 어쩔수 없는지 범인의 특징을 진지하게 듣다가 나와 같이 "아..."하는 바보같은 소리를 내며 다시 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싸우다가... 곧바로 제압당했어요. 그리고나서 지하실로 밀쳐졌는데 그때 벽에 머리를 쎄게 부딫힌것 같아요."
제압당했다는 말을 듣자, 황형사님이 손을 주무르는 행동을 멈추었고, 벽에 머리를 부딫혔다고 이야기하자 자신도 모르게 손에 힘을 꽉 주었다.
"저... 황형사님, 아파요."
"아, 미안해."
매번 같이 장난만 치는 친구같은 오빠이던 재환쌤이 간만에 진지한 표정으로 내 증상을 종이에 받아적었다.
"머리도 아프고, 어지러워요. 속도 메스껍고."
"아마 머리에 충격때문에 뇌진탕 증상이 온것같아. 이명도 없고, 팔 다리도 잘 움직여지니까 심각한건 아니고 그냥 하루,이틀정도 머리아프고, 어지러울거야."
진짜 김여주, 하다 하다 별결 다 하는구나. 안그래도 나쁜 머리 더 나빠질것도 없는데...
하지만 몸이 아프긴한듯 축 쳐지고 무기력한 탓에, 황형사님이 "재환아, 여주 다친거랑 이유 좀 비밀로 해줘." 하며 수습하는 동안 그저 멍하니 앉아있기만 했다.
게다가 피곤까지 겹치니, 아무래도 오늘 하루가 걱정이다.
"아, 맞다. 그 박지훈 환자 일어났다더라? 근데 보호자가 다니엘이던데?"
***
드르륵-
"어, 누나!!"
"둘이 뭐했길래, 이렇게 늦었데?"
"죄송해요, 제가 몸이 안좋아서 재환쌤이랑 있었어요."
정말로 지훈이가 깨어난지 꽤 시간이 흐른건지 지훈이와 다니엘도 다른 형사님들도 어느새 익숙하게 병실에 앉아있었다.
그치만 아무리 오래걸렸다고 해도 방금 수술을 마치고 일어난 애가 어떻게 저렇게 생글생글 거리고 웃을수가 있지.
아무래도 이건, 젊음의 차이인게 분명하다.
"지훈이 찾는라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안반갑냐? 보자마자 난리칠 줄 알았는데."
아차차, 그래. 난 지금 지훈이를 처음 본거지.
허를 찌르는 성우의 말에 그제야 지훈이에게 달려가 놀라운척, 반가운척 연기아닌 연기를 했더랬다.
"아, 네가 지훈이구나. 처,처음 보네."
물론 어색한 황형사님의 발연기까지.
반가운척 물어본 지훈이의 안부는 다행히 좋았다. 수술도 잘 되었으니 이렇게 생기가 넘쳤고, 수술 이후 컨디션도 좋아서 또 이렇게 생글생글 웃고 있고.
그럼 이제 지훈이에게 그 동안의 이야기들을 들을 차례인데 라고 생각하면, 내 표정을 읽은 듯 수첩을 바라보며 윤형사님이 입을 열었다.
"민현이가 추리한 그대로였어. 우리는 다 듣고 정리했는데, 너희한테는 지훈이가 직접 이야기하고 싶다네."
그 말에 다니엘에게 다들리는 귓속말로 "진짜 잘생긴 경찰이라더니, 어마무시하게 잘생겼네. 형은 쨉도 안되겠다." 라고 말하던 지훈이가 화들짝 놀라며 황형사님에게 귀여운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생각하신대로 저는 그 날 그 집앞을 지나가다가 살려달라는 소리를 들었어요. 간간히 비명소리도 들렸구요. 그래서 집에 들어갔더니 이미 집안은 온통 피투성이더라구요. 그리고 범인은 집을 뒤지면서 현우를 찾고 있었어요. 그래서 일단 신고하려는데 범인이랑 마주쳤고, 몸싸움이 시작됐어요.
그 사람, 분명 운동을 전공한 사람같았어요. 제가 바로 밀렸거든요. 그 과정에서 으, 배에 칼도 찔리고.. 근데 범인도 제 등장은 예상못한건지 당황해서 저를 죽이려다가 말더라구요, 엄청 소름끼치게 웃으면서."
지훈이는 아직도 그 장면이 생생한듯 손으로 양팔을 비볐다.
그리고 그 다음말은 윤형사님이 다시 이어갔다.
"예상대로 범인은 지훈이한테 모든걸 다 덮어씌울 생각으로 현장을 조작하고 지훈이를 데려갔어. 그리고 지하실에 가둔채 죽기를 기다렸대. 근데 이놈이 몸이 좋은건지, 맷집이 좋은건지 그 어두운 지하실에서도 버텼어.
그래서 아무래도 안되겠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지훈이를 칼로 찌르고 도망갔다더라구, 그리고 그 틈에 지훈이도 지하실에서 빠져나왔대. 그 새벽에 누가 지훈이를 발견해서 공중전화로 신고를 해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어휴."
그래도 지훈이가 다니엘이 시키는대로 잘 말했구나. 덕분에 완벽한 시나리오 구성대로 진술이 만들어졌다.
아직도 상상만으로 아찔한지 윤형사님이 눈을 질끈 감았다. 물론, 병실안에서 4사람만이 어색한 눈빛을 주고 받았다.
윤형사님은 그런 지훈이가 기특한지 계속해서 지훈이의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그런 지훈이에게서 얻은 범인의 단서는 꽤 있었다.
범인이 모자를 푹 눌러써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몸은 굉장히 다부졌고 키도 컸다고 했다.
내가 예상한대로, 지훈이도 분명 운동을 전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범인은 "나약한 경찰새끼들", "경찰주제에." 라는 말을 늘 달고 살았다고 했다.
그 피해가 경찰인것을 고려해 범인은 분명 경찰에게 안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고, 어쩌면 범행의 대상이 경찰일지도 몰랐다.
여기까지 모든 내용이 정리되자 형사님들이 하나, 둘씩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두가 다시 달릴 준비를 하고 있었고 그 신호탄을 손에 든 반장님이 사기를 돋구듯, 크게 박수를 두어번 쳤다.
"자, 이제 다시 시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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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쨔님들, 보고싶었어요!!
사실 그동안 혐생에 시달려서 글에도, 댓글에도 많이 신경을 못썼는데 오늘은 오랜만의 주말업뎃이라서 우리 귀요미들 짤도 많이 넣으려 노력했답니다아...ㅎㅎ
이번 사건은 유독 전개가 더딘거같죠?ㅎㅎ 아마도... 가장 큰 사건이기때문에 그런가 싶어요.
하지만 우리 독쨔님들 모두 끝까지 형사님들과 함께 해주셔야해요!! 제 혐생의 유일한 활력소가 우리 독쨔님들 이니까요><
다들 이제 봄이 왔는데, 모두에게 봄꽃이 활짝 피기를 바랄게요♥
❤️소중한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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