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d movie
Written by. 세모론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이별을 통보하던, 이제는 '전' 여자친구가 되어버린 그녀의 고운 목소리도, 그녀의 목소리 뒤로 들리던 낯썬 남자의 목소리도, 아직 모두 다 저를 떠나가지 못하고 미련스럽게 귓가 주위를 빙빙 맴돌고 있다.
[사실 이런 얘기는 직접 마주보면서 하고 싶었는데, 동우야...절대 변명이 아니야, 너 누나가 얼마나 구질구질한 거 싫어하는 지 알지?]
엄마처럼 부드럽고 조용한 목소리에 나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나는 가끔 전화로 누나가 무엇을 물어보면 대답없이 보이지도 않을 고개짓만 하며 긍정을 표했다. 누나는 그런 나의 행동을 알고 있어서 침묵하는 나를 향해 살짝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어주었다. 나는, 그녀의 목소리에서 풍겨나오는 분위기가 평소와는 달라 전화기를 쥔 손에 힘을 줬다.
[동우아, 저......그러니깐 말이야, 우리.]
딸만 둘인 저희 집에서 간신히 낳은 아들이 바로 저, 장동우였다. 그래서 금이야 옥이야 하며 가족들의 예쁨에 한 몸에 받으며 살았고 성격도 사랑을 많이 받은 자 특유의 정이 넘치고 주위사람을 잘 챙기며 밝아, 친구들에게나 이웃주민들에게도 사랑받고 살았다. 그 것은 어쩌면 당연한 거 였다. 하지만 여자친구만큼은, 제가 보호해주고 사랑 줄 수 있는 연하나 귀여운 여자친구를 갖길 원했다. 사랑받는 것은 이제 조금 진절머리가 나니 제가 받은 사랑만큼 주고싶게 만드는 그런 여자. 정말 이상형.
그러나, 막상 자신이 사귀게 되고 사랑에 빠지게 되는 여성은 모두, 연상에다가 부드럽고 엄마같은, 저를 이끌어주는 여성들이었다. 그런 여성들에서 지금 자기가 만나고 있던 이 수화기 넘어의 여자는 최상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자기에겐 너무 과분한 여자. 그런 여자가 심심해서 그리고 궁금해서 연하를 사귀고 있던 것 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곧 저가 진심으로 사랑하면 그녀도 곧 자신을 사랑할 거라고 믿었다. 최근, 뜸해진 전화나 카톡을 무시하고.
[우리, 헤어지는 게 좋겠어.]
그 말에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한 번쯤은 상상도 해봤을 이 상황을, 그녀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나와있는 이 영화관에서, 주인을 잃어버린 영화티켓표 하나, 나의 것 하나를 들고, 한 사람이 절대 먹지 못할 커플 세트의 팝콘을 들고서 이별을 맞이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리고 그녀의 목소리 뒤로 들리는 낯선 남자의 자기야, 오늘은 뭐 먹으러 갈까? 하는 목소리. 이럴 순 없었다. 너무 비참했다.
[동우야, 듣고 있니?]
현실을 받아드리라는 누나의 목소리에 나는 막히는 목을 애써 가다듬으며 바보같이 대답을 했다.
[.......응]
[미안해, 전화로 이런 말 하게 되서. 혹시 영화관인 건 아니지?][어...어. 아니야, 나 이제 막 얘들 춤 다 가르치고 학원 정리하는 중이야.][그래, 그럼......더 좋은 여자 만나, 동우야.][어, 누나도.][그래, 끊을께.]
나는 쏜살같이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흐릿해지는 시야를 바로잡으며 영화관으로 향했다.
#
"으헝...헝...으흑!"
사람들의 신경질 적인 눈초리가 느껴져서 나는 손에 얼굴을 묻고 또 다시 울음을 터트렸다. 왜 하필 로맨틱 코미디의 영화를 고른 줄 모르겠다. 슬픈 영화라면 그냥 울어도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을텐데. 눈물 때문에 잔뜩 일렁이는 시야로 커다란 스크린이, 그 안에서 여주와 남주가 키스를 하는 게 보이자 나는 또 다시 큰 울음소리를 냈다. 아무리 재밌는 개그 영화였어도 실연당한 나에겐 모든 내용이 다 그저 슬프다. 다시는 여기 못 오겠다.
"야! 거기!!"
갈수록 감정은 격해지고 그 것에 비례해 울음은 더 커지고 사람들의 눈총도 한층 더 심해져 결국 나는 영화가 잘 상영되고 있는 도중 영화관에서 빠져나왔다. 뒤에서 누군가가 누가 울고 지랄이냐고 큰소리로 욕하는 걸 듣고 바로 나온 거 였다.
으허엉....누나!...흑, 소매로 눈물을 쓱쓱 닦으며 힘겹게 걸었다. 진짜 심장이 허 하니 아려온다. 나 정말 누나 좋아했는데...누나는...어떻게...나에게...,진짜로 서러웠다.
"서 보라니깐."
누군가가 나의 어깨를 강하게 뒤로 잡아당겨 나는 휙, 그 쪽으로 중심을 잃고 당겨져 그대로 쓰러질 뻔 했지만 오른쪽 팔목을 강하게 잡으며 중심을 잡아주는 다부진 손 때문에 간신히 제자리에 설 수 있었다. 빠르게 스쳐지나가 미처 다 알아차리기도 힘든 시야의 마지막에 담긴 것은 잘생긴 남자의 얼굴이었다. 내 시야 조금 위에 위치한 남자의 얼굴. 놀라서 눈물은 멈추었지만 남아있는 물기 때문에 흐릿해 보이는 남자의 얼굴이었다. 또 다시 눈물을 닦았다.
"생각보다 걸음 빠르네."
"누구세요? 흐끅!"
딸꾹질이 나와서 가슴을 주먹을 말아진 손으로 팡팡 쳤다. 근데, 남자가 손으로 입을 가리더니 피식, 웃었다.
"왜 웃어요?"
"귀여워서."
흐익!! 뭐라는 거야, 남자한테! 내가 인상을 쓰자 남자는 더 크게 웃었다. 슬슬 기분이 나빠져 오기 시작했다. 귀엽다는 농담이 나를 놀릴려고 하는 지는 알겠는데, 그렇게 재밌다는 듯이 웃으면 내가 뭐가 돼. 짜증나.
근데, 남자의 웃는 모습이 정말 멋있다. 잘생기면 웃는 것도 멋있나보다. 누나는, 그래서 이렇게 나보다 잘생기고 멋있는 남자를 만났을까? 또, 슬퍼졌다.
"또 울 것 같은 얼굴이다."
"뭔 상관이에요. 저리 가요.""싫어.""아씨!""내 이름은 이호원. 지금 W회사에 막 들어간 신입원이야. 나이는 26.""뭐야, 너 나보다 어린 주제에 반말 했어?!""몇 살인데?""27살. 너 얼른 존댓말해.""진짜? 나는 너가 나보다 어려보여서 그런거지. 좀 많이 동안이다, 너?"
싱글싱글 웃는 얼굴. 뭔가 꺼림직한데...
"왜 잡은 거야."
"아, 사실은 너 영화보고 울 때부터 지켜보고 있었어."".......쪽팔리니깐 저리 가.""왜 울었어?""있어, 그런게.""차였지?""......매너없이 한 번에 맞추냐.""아오!!"
그렇게 실연당한 게 티났나 싶어 우울한데 호원이 갑자기 포효한다. 왜 이래, 무섭게.
"왜 그래, 갑자기."
"너 이름 뭐야.""왜.""빨리.""그러니깐 왜.""빨리. 궁금해서 그래.""......장동우.""그래, 동우야. 너 왜 이렇게 귀엽냐."".......?""아오, 울면 진짜 잡아먹고 싶을 정도로 예쁘고!""변태야?""아니, 지극히 정상인데?"
이상한 사람이다. 확실히 처음보는 사람한테 이렇게 말 걸고 자기 먼저 말 트는 건,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짓은 아니었다. 나는 녀석의 손에 붙잡혀 있는 팔을 비틀어 빼냈고 호원을 피해 한 발짝 물러섰다. 그러자 호원은 녀석의 고운 미간을 단번에 좁혔다.
"뭐야?"
"나 진짜 슬프거든? 건들지 말고 네 갈 길이나 가.""야."
녀석이 나를 붙잡기 전에, 나는 얼른 뒤돌아서 도망치려 했으나, 아까와 같이 강한 힘이 나를 돌려 세워 강제로 녀석을 마주보게 됬다.
"아씨!! 신고해버리기 전해 놔, 이거!!"
"내가 위로 해 줄까?""엉?""내가 너 차버린 여자, 다신 생각도 안 나게 해줄까?"
호원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녀석이 왜 갑자기 나에게 그런 말을 했는 지,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한건 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 순간 정말로 호원이 그렇게 해주길 바랬다. 나는 나를 슬프게 하는 그녀를 벌써부터 잊고 싶었다. 게다가 이, 이호원이라는 놈은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유별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거 같으니 나를 즐겁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살짝 기대했다.
"응? 해줄까 말까."
"해 줘.""진짜?""응."
녀석이 잘 아는 술집에 가 말이나 오순도순 할 꺼라고 생각한 나는, 병신이었다. 호원은 내 대답에 씩 웃었다. 아주 환하게. 그리고.
"읍?......!"
나의 머리 뒤로 한 손을 넣어 감싸고 다른 한쪽 손으로는 나의 허리를 끌어 안더니 나를 확 잡아당겼다. 그리고 내가 느낀 건 뜨겁고 물컹한 무언가가 내 입술에 닿았다는 거였다. 뭐지 이건? 뭐냐고?!! 설마, 이호원이 나에게 뽀뽀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겠지? 내 입술을 가르고 아주 뜨겁고 젤리같이 뭉툭한 것이 들어왔다. 지금 이 것이 이호원의 혀는 아니겠지? 우리는 지금 뽀뽀하고 있는 게 아니겠지? 이호원 이 자식은 위로 해 준다면서 왜 키스하고 난리야? 근데......이 자식 왤케 키스 잘 하는 고냥...온 몸이 나른하게 녹을 것 같네......나 게이도 아닌데 왤케 기분이 좋은 거지? 미쳤나봐.....누나랑도 안 해본 키스를....내가 얘랑....누나랑도 안 해본...누나랑...도...
"사실 너 울 때, 그 때 내가 너보고 반해ㅆ......야, 너 울어?"
"으허허허헝, 난 누나랑 키스도 안 해봤는데! 으허허엉,으아,으힝헝!!""야야야, 왜 갑자기 울어?!""몰라몰라, 난 누나랑도 키스 안 해 봤는 데, 내가 너같은 거랑! 흐어어어엉!! 누나, 누나! 내가 잘못했어, 엉엉엉!""야, 정신 차려!!""엉엉엉, 흐끕! 아아앙!! 으허허헝......."
나는 미친 척 그냥 서럽게 울어 제겼다.
누나, 내가 누나랑도 안해 본 키스를 처음 본 남자랑 했어. 서러워 미칠 것 같아. 누나, 설마 누나는 이렇게 키스 잘 하는 얘랑 사귀는 건 아니지? 누나, 나 누나 진짜 보고 싶어. 으헝, 이호원같은 자식아 꺼져버려, 엉엉.
@.
글은 아주 나중에 쓰려고 했는데 나바를 기다리시는 분들께 너무 죄송해서 올립니다. 저는 컴퓨터>핸드폰>공책 이렇게 잘 쓰는 정도가 다른데 어제부터 틈틈히 핸드폰으로 쓴 거라 그런 지 거지 같네요. 하핫^^;;새드뮤비라고 옛날 팝송있는데 엄마가 그 노래의 내용을 알려준 것에 삘 받아서 쓴거에요.구몬쌤 내일 오는데 하나도 안 했드아...댓글 기다리는 십분동안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그대, 댓글 안 쓰고 어디가영♥♥조금만 기다리다가 댓글 써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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