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가 사랑할 때 A |
남자가 사랑할 때 A Written by. 세모론 나란 비루한 생명체는 태어날 때부터 운이라곤 지지리도 없는 비극의 여주인공마냥 박복한 운명의 주인공이었던 게 분명했다. 그러지 않고 서야 태어나자마자 부모님의 손에 의해 쓰레기 더미에 버려지고 아동학대가 취미인 고아원 원장의 눈에 우연히 뜨여 고아원에 들어가 폭력과 배고픔과 추위가 끝없이 악순환 되는 어린 시절을 보냈을 리가 없다. 또 한 간신히 16살쯤에 고아원을 탈출해 좀 사람답게 살기 위해 온갖 쓰레기 짓을 하며 하루살이처럼 살아온 나에게 지금 내 앞에 앉아있는 의사가, 정말 이렇게 말 할 수는 없었다. “지금 뭐라는…….” “두통이 심하지 않았나요? 이 정도로 종양이 컸으면 저녁에 두통 때문에 자다가도 깨어났을 정도일 텐데.” “아…….” 멍청하게 탄성이나 내뱉고 있는 나의 한심한 입이 급격하게 바싹바싹 말라온다. 의사가 하는 말이 다 맞았다. 요즘의 나는 두통에 시달려 잠도 못 잤고 가끔씩 시야가 흐릿하게 보여 휘청거렸으며 먹은 것도 없는 데 내 속의 무언 가를 뱉어내게 만드는 헛구역질 때문에 쓰디쓴 위액과 피를 토해내었다. 무엇인지 알면 죽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증오했던 내 몸속의 무엇이 종양이었단다. 뇌종양. 또 다시 어디서 나온 탄식일지 모를 멍청한 소리가 나의 목구멍을 넘어 입술을 가르고 나왔다. “맞는 거 같아요……. 그래서 찾아 왔는데…….” “……너무 늦었군요.” 남자의 모습 없이 오로지 소리만 존재하는 목소리가 나의 심장을 꿰뚫고 지나가는 느낌에 나는 작게 주먹을 말아 쥐었다. 당신 지금 나한테 무슨 말을 한 거야……. 늦었다니. 늦어버렸다니.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의사가 쓰고 있는 쇠뿔대안경과 입고 있는 새하얀 의사가운이 나의 숨통을 조였다. 머리가 또 다시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 말은……제가, 내가…….” 하수구로 물이 빠져가 듯이 나의 사고들은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 모습을 감추어버렸다. 그 덕에 머릿속이 새하얗게 비어졌다. 아무것도 이해할 수도 받아드릴 수도 없다, 나는. 인정할 수도. 그 때 의사가 나에게 보여주는 나의 뇌사진. 흑백사진처럼 오로지 하얀색과 검정색이 뒤엉켜 뇌모습을 하고 있는 이상하고 역겨운 모습. 그 모습에 불쑥 새하얀 내 머리 속으로 튀어나오는 절망에 짖겨진 검은 단어들. 뇌종양. 죽음. 의사. 나의 심신을 뒤흔드는 충격. 의사는 나에게 뇌사진을 보여주고 아무렇지 않게 다시 차트를 뒤적이다가 손을 멈추더니 나를 빤히 쳐다봤다. 당장 기절이라고 하고 싶은 심정이다. “가망성은 희박하지만 일단은……입원하세요.” 의사가 입원이라는 말을 꺼냈을 때 무심코 고개를 끄덕일 뻔 했다. 살고 싶어서. 그러나 나에게는 입원할 만큼의 큰돈이 없다. 매일 저녁이면 다음날 아침을 보기 위해 돈을 모았고 그 돈마저 변변치 않아 간신히 입에 풀칠할 정도로 살았던 나는 내 자신이 너무나도 하루살이 같고 벼룩 같고 모기 같아서 내 자신을 비웃었지 않은가. 그렇게 내 자신을 혐오하고 안타깝게 여기며 살지 않았는가. 나는 고개를 절래 절래 저었다. 그러자 의사는 미간을 좁히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나같이 돈 없는 사람들을 많이 본 모양이다. “저, 얼마나 살 수 있죠?” “보통 드라마에서나 영화에서 보면 한 3개월쯤은 살지만, 그건 드라마 일 뿐이죠. 당신의 종양 크기는 보통보다 훨씬 커서 많아봐야 한 달일 겁니다.”
죽는 다는 소리를 들은 이상 뭘 더 충격받겠냐만은 나는 나에게 주어진 삶이 한 달 밖에 남지 않았다는 소리를 듣고 또 다시 충격을 먹었다. 한 달……. 일주일로 따지면 5주, 혹은 4주. 30일 또는 31일. 살 날을 세어보니 갑자기 내 자신이 너무나도 처연하게 느껴졌다. 행복하게 산 것도 아니고 언젠가는 나아지겠지 하며 애써 시궁창 같은 삶을 무시하며 살았는데, 해본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는 불행한 삶을 살았는데, 울어본 적도 웃어본 적도 없이 사람같이 살지 못 했는데, 왜 나에게 이런 일이. 황급히 담배를 꺼내 물었다. 언제나 그랬듯 나를 위로해주는 건 오직 담배밖에 없다. 두서없이 담배에 불을 붙이고 회색연기를 뱉어내니 그제야 의사양반이 보였다. 여기 금연일 텐데, 하는 생각에 미간을 좁히며 입에 물려있던 담배를 손으로 가져가 담배를 끌까 말까 고민하는 사이 의사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창문 쪽으로 다가가 창문을 활짝 열었다. 탁해 보이는 의사의 눈과 마주쳤을 때, 나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저절로 땅바닥으로 향하는 고개에서 힘을 뺐다. 오늘따라 유난히 독하고 매운 담배 때문에 눈물이 줄줄 흘렀다. 연한 핑크색의 간호사복을 입은 여자들이 담배냄새를 풀풀 풍기며 울음기가 잔뜩 묻어있는 나의 얼굴에 너도나도 시선을 던졌다. 어리석게도 나는 그런 시선을 느끼며 아직 살아있구나라고 멍청한 안심을 했다. 병신 같은 새끼가 고작 죽는다는 소리 듣고 벌써부터 꼴깝을 떨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죽음 앞에서 나는 무너지고 말았다. 남들보다 더 불행하고 더 힘들게 살아서 더 강할 줄 알았던 나는, 죽음 앞에서는 한 없이 약해지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이었다. 곧바로 집에 가지 않고 그냥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갔다. 거기는 1인실과 2인실의 입원실이 모여져 있는 곳인 데 어차피 가지도 못할 거 한 번 보자는 심산으로, 그렇게 돈 쳐 바른 데 있는 인간들은 얼마나 아프냐 싶은 꼬인 심정으로 올라간 거였다. 그러나 나를 3층으로 올려놓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나를 반 긴 건 황급히 오른쪽 복도를 향해 뛰어다니는 간호사 무리들이였다. 누가 죽는 건가 싶었다.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지내고 있어도 죽을 사람들은 죽구나. 죽으면 다 소용없는 게, 맞는 말이지. 나는 뛰어가는 간호사를 뒤따라갔다. 죽는 사람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사실 어이없기도 하지만 나는 내가 어떤 모습으로 죽을 지 몹시 궁금했다. 죽는 이의 모습. 그 것은 나에게 또 어떤 충격을 줄까. 그러나 모퉁이를 돌자 들리는 건 황급한 의사나 간호사의 목소리가 아니라 남자의 악에 바친 고함소리와 무언가가 깨지는 파편음이었다. 뭘까. 호기심이 동해 나는 내가 따라온 간호사를 따라 1인실로 들어갈려다가, 그냥 1인실 앞에 서서 안의 광경을 찬찬히 살폈다. 1인실 방문은 열려져 있어 들어가서 보나 여기서 보다 다를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빼빼마르고 잘생긴 남자애가 링커 병을 집어 들며 간호사들은 위협하고 있었다. 그 밑에는 이미 깨져 산산 조각난 꽃병과 녀석의 발에 의해 짓밟혀 죽은 이름 모를 노란 꽃. 너도 죽었구나. 나는 곧 죽는 다는데. 내가 하늘나라로 가면 가지런히 꽃병에 꽂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을 너를 볼 수 있을 까. “씨발, 존나 아파서 하기 싫다고! 어차피 나를 이 곳에다 가둔 엄마새끼나 아빠새끼나 나는 관심도 없으니깐 당장 꺼져, 차라리 죽는 게 나!!” “김명수 환자, 링커 병 내려놓으세요!! 안정을 취해야 해요!” “씨발, 꺼지란 말이야!! 아픈 건 이제 진절머리가 난다고! 이렇게 아플 바엔 죽는 게 나아!!” 목청도 큰 소년은 링커 병을 들은 채로 갑자기 1인실을 나와 내 앞에 잠깐 멈춰 섰다. 딱 봐도 도망가려고 하는 폼이 길래, 나는 그냥 작게 조소했다. 명수라던 소년은 자신의 병실 앞에 처음 보는 내가 서 있으니 의아했는지 또 다시 간호사에게 소리를 지르려다가 나에게 고개를 돌렸다. “넌 뭐야?” 온 몸에 자기가 던져버린 꽃병의 조각을 꽂아 넣었는지 날카롭기 그지없다. 나는 녀석을 향해 웃어보였다. 그러자 녀석은 눈썹을 구겼다. “넌 아프지……난 곧 죽는 데. 참……엿 같은 세상이야, 그렇지?” 녀석의 눈동자가 나의 말에 흔들리며 동요했다. 뭔가 엄청나게 놀랐다는 표정을 지은 녀석의 그 모습을 눈에 세기며 나는 그대로 녀석을 지나쳐 내가 걸어왔던 다시 복도를 걸었다. 뻥 뚫린 창문으로 어둠이 밀려온다. 그러고 보니 햇빛을 본지 오래됐던 거 같다. 내가 못 본 것일 까 아니면 태양이 나에게만 햇볕을 비춰주지 않은 걸까. 차가운 금속 덩어리에 올라서며 눈을 감았다. 죽을 때 이렇게 편하면 바랄 게 없는 데. 언제나처럼 하늘은 나의 이런 사소한 소원도 들어주지 않겠지. 볼 안쪽을 피가 날 정도로 세게 깨물었다. |
애증이가 나바를 계속 안 써서 기다리다가 지쳐서...그냥 글답지도 않는 글을 올립니다. 나는 여러분을 보고 싶었거든요!! 더 드뎌 스마트폰 유저됬으요~!! 축하해 주세요 히응히응 스아실 나바가 쓰는 데 시간도 오래걸리고 그래서 현명으로 여러분을 못 찾아뵐 줄 알았는 데 이렇게 찾아오게 되니 정말 기쁘네요!! 호오옥시 저의 글을 사랑해주시는 대천사같은 님들은 조심스럽게 신작 알림을 해도 되여...되는 데 하는 사람이 있을까여?ㅋㅋㅋㅋ
시한부 우현과 환자 명수를 쓰고 싶었어요. 요즘 메모장에 끄적이는 게 다 시한부에 기억상실증이라서..왜 그러는 지는 저도 모르공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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