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연 (잠길 인 湮 아름다움 연 嬿) : 아름다움에 잠기다
평양의 한 폐공장, 그 곳엔 열명 남짓 보이는 남자들이 가운데 한 여자를 의자에 묶어놓은 상태로 둘러싸고 있다. 여자의 표정은 두려움, 두려움 그 자체였다. 눈물은 얼마나 흘렸는지 가늠하기 힘들정도다. 머리도 산발이 되어있지만, 다행히도 몸은 다친곳 하나 없이 온전해보인다.
"리한영이 어디갔는지 빨리 말하라우. 이번에도 그 입 꼭 다 물고 있으면 더이상은 니 몸도 안전하지 않을거라우."
"......"
"니가 감히 조국을 배신하고도 살아 남을거라 생각했나? 하, 그래도 동무 꼴도 말이 아니구려, 조국을 배신하다 조국에도 버림받고, 그 독한 어미 리한영이한테도 버림받고."
"하, 하하.. 엄마는 날 버리지 않았어."
"눈앞에 지 딸을 두고 혼자 살겠다고 도망치는거 동무도 봤잖우, 빨리 어디로 갔는지 말하라우."
"내 목에 칼이 들어와도, 내 머리에 총을 내밀어도 말 안해!! 최소한의 인권도, 국민들이 모든 권리 없이 살아가는 이곳에서, 그렇게 비열하게 김정성이 시키는대로 양심도 없이 살고싶나? 너넨 사람도 아니야, 사람이라면 그러지 말았어야지!!! 엄마는 이 곳을 구하기 위해 떠났어, 날 버린게 아니야. "
"쥐방울 같은 년이 말이 많군."
남자는 여자의 양 옆을 지키고 있던 남자들에게 눈짓을 한다, 그 눈짓에 고개를 끄덕이던 남자들은 여자에게 다가간다. 한 남자가 피고 있던 담배를 훤히 드러난 여자의 어깨에 가져댄다.
"악!!!!!!!!!!"
여자의 외마디 비명이 폐공장을 채운다. 담뱃불로 여자의 어깨를 지지던 남자가 말한다.
"그냥 순순히 말하라우. 그럼 얌전히 위원장님 기쁨조로 보내줄테니. 흐흐"
주변의 남자들도 모두 웃는다.
여자는 남자들을 죽일듯이 노려보더니 담뱃불을 든 남자의 얼굴에 침을 뱉는다. 남자의 얼굴이 순식간에 구겨지더니 칼을 꺼내든다.
"이 미친년이 돌았나보군!"
칼을 든 남자의 손이 여자를 향할 때였다.
"윽!!"
칼을 든 남자가, 비명을 지르며 순식간에 쓰러졌다. 주변의 남자들이 모두 놀라며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으윽!"
또 다시, 한명의 남자가 더 쓰러졌다.
"누구야!!!"
타악-
폐공장의 2층 창문을 통해 뛰어 내린 한 남자.
"7명 남았군."
남자는 예리한 눈빛으로 여자를 둘러싼 남자들을 보더니, 거침없이 달려나간다. 남자들은 칼과 총을 꺼내들고 맞섰지만, 상대는 민첩하고 예리했다. 먼저 달려나온 남자를 가볍게 제압하고서는 총을 뺏어 다가오던 두 명을 향해 쐈고, 뒤에서 자신을 칼로 찌르려던 남자의 급소를 때려 쓰러뜨렸다. 그리고 자신의 정면에서 총을 겨누는 남자를 보고서는 똑같이 총을 겨누었다. 상대는 사람을 죽여본 적은 없는 듯 보였고, 망설이는 사이에 남자가 먼저 총구를 당겼다, 그리고 한발 늦게 총구를 당긴 상대는 먼저 총에 맞고 쓰러졌고, 쓰러지며 나간 총알은 가볍게 남자를 지나쳐 뒤에 있던 상대를 향해 날아갔다. 순식간에 여섯명을 제압했다. 일곱 중 여섯이었다.
"하아..."
"이년이 죽는걸 보고싶지 않다면, 총 내려노라우."
순식간의 자신의 편을 다 제압한 것을 본 대장으로 보이는 남자는, 혼잡한 사이 여자의 뒤에서 여자의 목에 칼을 겨누고 있었다.
"너무 뻔한 패턴 아니야? 재미없군."
"총 안내려놔? 이여자가 죽는꼴을 보고싶은가보군!"
남자는 총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한발짝 다가갔다.
"가까이 오지도마!"
그 말에 남자가 멈춰섰다. 폐공장에는 오직 세사람의 숨소리만이 들렸다.
"늦어서 미안해. 김탄소."
"..전..정국..? 저.. 정국이야..?"
"응.. 미안해, 이제와서.."
"흐.. 정국아...."
"뭐하는거야 지금!! 둘다 죽고싶나?! 악!!"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여자가 남자의 손을 깨물었다. 전혀 생각치 못한 공격을 당한 남자는 칼을 떨어뜨렸고, 그 순간 여자는 남자의 손에 벗어나 앞으로 달려나왔다. 당황한 남자는 도망가는 여자의 머리채를 잡아당겼다. 여자는 중심이 뒤로 쏠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탕-소리와 함께 도망가는 여자에게만 집중한 남자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총알을 보지 못한 채 그대로 당해버렸다.
"흐...흐윽..."
"괜찮아?!"
정국이 여자를 향해 달려와 여자를 한 가득 품에 앉았다.
"많이 무서웠지.. 미안해 탄소야.."
정국은 그녀의 얼굴을 붙잡고는 눈, 코, 입을 놓치지 않고 애달프게 바라본다. 그리고 그의 눈을 붙잡은 것은 담뱃불로 지져진 어깨. 정국은 그녀의 어깨에 조심스레 입술을 가져댄다. 여자는 그런 정국을 끌어안고는 한없이 눈물흘린다.
"보고싶었어.. 정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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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이쁘게 흩날리던 계절이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정국은 인생이 지루하단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고있었다. 종소리가 울렸고,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온다.
"오늘은 전학생이 있어. ..조금.. 특별한 친구니까 우리 착한 8반친구들 잘 해줄 수 있지?"
선생님은 마치 어린아이들을 대하듯이 반아이들에게 일러두었다.
"탄소 들어오세요. "
교실 문을 통해 들어온 탄소는 모든 아이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아이들은 생각했다, 벚꽃을 사람으로 표현한다면 그건 탄소일 것이라고. 새하얀 피부에, 분홍빛으로 발그스레 물든 볼과 입술. 새하얀 피부와 대조되게 밤하늘처럼 까마득한 검정빛을 내는 머리카락을 보니, 백설공주 같기도 했다. 밝은 갈색 빛을 내는 그녀의 눈동자는 그녀를 더욱 신비롭게 하기에 충분했다.
"안녕. 나는 ..평..양 에서 온.. 김탄소라고해. 남한으로 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잘 모르는 것도 많은데.. 잘 부탁해.."
탄소는 모든 것이 조심스러워 보였다. 또한 약간의 두려움도 가지고 있어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빛을 내고 있었다. 봄이 오면 봄의 시작을 알리는 벚꽃들로 세상이 환해지고, 따뜻해지듯이. 그녀로 인해 정국의 주변은 환해지고, 따뜻해지고 있었다.
정말 봄이었다.
정국의 첫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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