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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세훈] 악덕 오세훈 사장님 2 | 인스티즈

 

 

 

악덕 오세훈 사장님 

 

 

 

 

 

'너 우리 백화점에서 일 할래?'

 

 

그의 말이 설령 진심이었다고 한들, 나는 그의 선의를 받을 생각이 없었다. 과한 선의는 화를 불러오기 마련이다. 과도한 동정심과 그로 인한 선처. 그는 왜 그런 걸까. 그 날 처음 만난 낯선 아저씨와 낯선 여자애라는 애매한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내 많은 것을 알았고, 나는 그에게 많은 비밀을 빼앗긴 대신 도움을 받았다. 그래,  그렇게 며칠 째 계속 된 합리화는 나를 비참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내 형편을 팔고 다니는 일이 이렇게 낯선 사람이 받기엔 너무나도 벅찬 도움을 줄 만큼 괜찮구나 싶기도 하다가도, 금세 왜 그런 걸까. 하는 의문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 갔다. 그 인간은 예상 외로 오랫동안 내 머릿속에 머물렀다. 일주일. 길다면 길고 짧으면 짧게 느껴지는 그 시간들 동안 나는 계속해서 아저씨의 제안을 떠올렸고, 뭉게뭉게 피어 오르는 욕심을 휘휘 저 멀리 던져 버리며 잊어 갔다. 먼저 연락을 안 하면 될 거라는 바보 같은 내 생각은 너무나도 쉽게 그것이 아님을 증명 해 버렸고.

 

'2월 14일 태운 백화점 압구정점 별관 2층 2시. 복장은 검정 계통 스커트, 하얀 색 블라우스, 검정색 재킷, 헤어 스타일은 그대로면 되겠다.'

 

 

나는 또 다시 남자에게 온 단지 아무 것도 아닌 문자로 인해 흔들린다.

 

 

 

 

 

 

 

악덕 오세훈 사장님 

 

 

 

 

 

 

 

 

 

 

"여보세요."

 

"응, 뭐 할 말 있니?"

 

"저…, 아저씨. 죄송한데 저 면접 안 봐요. 차라리 능력 있고 경력도 짱짱한 분으로…."

 

 

"강남 일대에서 능력 있고 경력 짱짱한 애들이 얼마나 일 열심히 할 것 같냐."

 

 

"네…?"

 

 

"너 같이 볼품 없는 원룸 하나 얻어서 사는 애들하고, 졸부 돼서 떵떵거리면서 사는 애들하고, 지 능력 믿고 대충 설치는 아무나하고 같을까?"

 

이 사람은 항상 처음 만난 날부터 그래 왔다. 오만함, 그리고 다른 사람의 처지와 형편을 아무렇지 않게 입에 오르락 내리락 거리며 논하는 재수 없는 저 태도. 그리고 나도 똑같다. 처음 만난 날부터 계속해서 욱하고 발끈하는 성질을 잠재우지 못하는 나도

 

"그래서 안 하겠다구요. 검정 계통 스커트. 하얀 색 블라우스. 검정색 재킷. 그거 살 돈도 없어요 저는. 면접 봐도 붙을 지 안 붙을지 어떻게 알아요 제가. 떵떵거리면서 사는 사람들 분수에 맞게 그 자리 드리면 되겠네요. 당신 그 잘나가는 태운 백화점 임원 비서라고. 그래서 볼품 없는 저는 분수에 안 맞으니 안 하겠다구요."

 

"분수? 내가 지금 논하자는 게 그게 아니잖…."

 

"알아요, 저 그 정도 얘기도 못 알아 먹을 만큼 융통성 없는 애 아니에요. 그러니까 아저씨 말씀은 제가 더 열심히 할 것 같다는 말씀이잖아요. 악착같이, 개처럼 벌어서 허리띠 졸라매고 사는 사람이니까."

 

"ㅇㅇ아."

 

 

ㅇㅇ아. 처음으로 내 이름을 불러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뉘앙스가 낯설지 않다. 욱신거리는 심장 한 켠에 내가 왜 이러지, 하며 침을 꼴깍 삼켰다. 관자 놀이를 누르며 네. 하고 대답을 하자 아저씨는 내가 생각 치도 못한 말을 내뱉는다.

 

"내 도움이 그렇게 불편하고 낯설어?"

 

"…."

 

그랬다. 나는 당신의 도움이 불편하고 낯설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알고 싶었다. 터무니 없는 도움의 까닭을 알고 싶었다.

 

"그럼, 너 면접 보지 말자. 그냥 내가 뽑을게."

 

"그게 무슨…."

 

"내가 방금 수행비서 하나 잘랐거든."

 

"…."

 

"난 네가 이거로도 충분히 일 할 이유 생겼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한숨을 쉬었다. 맞다. 모든 게 쉬운 사람이었지. 이 사람은.

 

"넌 어떻게 생각하니."

 

 

대체 나한테 이렇게까지 친절을 베푸는 이유가 무엇 일까. 그 오만함에 자꾸만 오기가 생기다가도, 나는 이 알다가도 모를 어마어마한 재력가 집안의 남자가 무섭다.〈o:p

 

 

 

 

 

 

 

 

악덕 오세훈 사장님 

 

 

 

 

 

 

 

 

 

 

 

"커피 한 잔 할래?"

 

"아뇨."

 

"그럼, 음료수? 아이스크림?"

 

"아니요, 둘 다 싫어요."

 

"넌 대체 좋은 게 뭐냐."

 

"글쎄요."

 

"네가 면접 보겠다며. 이렇게까지 여기서 일 하고 싶지 않다며. 좀 그렇다며, 그래서 이렇게까지 했잖아. 뭐가 불만이니, 대체."

 

아메리카노 잔에 담긴 얼음을 빨대로 빙빙 돌리던 아저씨는 내게 뭐가 그렇게 불만이냐며 사나운 눈빛으로 말했다.

 

"아저씨."

 

"응."

 

"아저씨 저 좋아해요?"

 

아저씨는 마시고 있던 아메리카노를 조심스레 내려 놓았다. 연갈색 냅킨을 슬며시 들어 입가를 닦고는 아주 우습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뭐?"

 

"저 좋아 하냐구요."

 

"대체 뭐라는 거야."

 

"전 아저씨하고 제가 이런 도움 주고 받을 사이만큼 돈독한 관계는 아니라고 느끼는데, 아저씨는 어떠세요."

 

"…."

 

 

"제가 너무 돌려 말했나요? 제가 불쌍해서 이러시는 거면 너무 과하다는 거 아저씨도 아시잖아요. 왜 이러는지 설명 해 주세요."

 

아저씨는 자신의 입가를 닦은 냅킨으로 종이 접기 하듯 계속해서 장난만 쳐댔다. 시큰둥한 눈빛으로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내 도움이 그렇게 불편하고 낯설어?"

 

"…"

 

"너는 바보같이 모르는 구나. 내가 좋아하려면 적어도 어느 정도 급이 되야 하는지."

 

 

 

"…."

 

 

"그래, 나 너 불쌍해. 불쌍해도 너무 불쌍해. 막 가여워. 나도 내가 미친놈 같은데 네가 너무 불쌍해."

 

 

 

"…."

 

"그냥 어떤 바보같이 미친놈 하나가 너 구제해 줬다고 생각 하면 안되는 거야?"

 

 

 

나는 계속해서 무너진다. 이젠 무너 질 것도 없어 계속해서 낭떠러지 아래로 추락하는 중이다. 난 왜 이 남자 앞에서만은 한없이 약해지고 추해지고 볼품 없이…. 그렇게 구질구질해지는 건지. 내가 불쌍하단다. 그 말에 코끝이 찡해오고 눈가가 뜨거워 지는 나도 참 미친년이지. 내가 정말로 불쌍했으면 좋아해서 그런다고. 나 너한테 관심 있어서 그런 거라고 거짓말이라도 좀 쳐 주지. 아무 감정 없는 사람에게 기대를 하는 것 만큼 바보 같은 일도 없다.

 

 

"너야 말로 그런 얘기 꺼낼 정도인 거 보면 나한테 관심…. 뭐 이런 거 있는 것 같은데."

 

 

 

"…."

 

 

한 없이 무너져 내리는 내가 참 가엾다.

 

 

 

"네 말대로 우리 몇 주 전에 처음 만났어. 그것도 네가 엎지른 캔맥주가 내 파티 의상에 묻었고. 그거 갚기 위해서 우린 첫 대화를 했고 나는 너에 대해 굳이 알지 않아도 되는…. 그런 범위까지 알았어. 그런 감정 가지고 있는 거? 이해 해 줄 게. 첫눈에 반했고 연예인에게 가슴이 뛰고. 나 그런 거 이해 되게 잘 해."

 

 

 

"…."

 

"하지만 이거 하나는 제대로 알자. 너한테는 이 도움이 받기엔 너무너무 벅차서 쓰러질 것만 같겠지만,"

 

"…."

 

"나한텐 그냥 불우한 어린 친구에게 나눠 줄 수 있는 선심 정도 같은 거야."

 

 

 

 

나는 남자를 좋아하지 않았다. 스물 하나 될 때 까지 남자 하나 만나 본 적 없었고, 모두가 내게 손가락질하며 야유를 던질 때, 그래도 내게 이런 도움 하나 주는 사람은 있구나. 하는 마음에 고마움이 하늘을 찔렀다. 그래. 눈물 겹게 고마웠다. 다만 좋아한 건 아니었다. 그런데 자꾸만 울컥울컥 치미는 감정의 동요와 눈물이 얘기해준다.〈o:p>〈/o:p>

 

 

 

 

너 이 남자 어쩌면 좋아 하고 있을 수도 있겠다.

 

나는 곧장 일어나 그 때처럼 라운지를 떠났다. 행여나 넘어질까 무서워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레, 그리고 천천히 움직였고, 전번처럼 울지도 않았다. 그래, 이런 아무 것도 아닌 남자에게 무언가를 기대한다는 것 만큼 미친 일도 없었겠지. 4층. 여성의류 매장에 다다랐을 때야 내 손목을 급하게 붙잡는 누군가의 묵직한 손길이 느껴졌다. 그래, 내 예상대로 그것은 아저씨였다. 기대 때문에 방금 전 확인사살까지 당하고 와르르 무너져 내렸던 나는 또 다시 한 번 기대를 했다. 바보 소리 듣고 사는 이유는 바로 이게 아닐까 싶다. 미련하고 멍청하다 싶을 정도의 바보 같음.

 

"너 지금 내가 그 말 했다고 이러는 거야?"

 

"아니요."

 

예, 라고 외칠까 했지만 나는 계속해서 감추고 감춘다. 아저씨는 내 손목을 우악스럽게 끌고 갔다. 나는 터덜터덜 거리며 넘어 질 것만 같은 걸음걸이로 따라 잡으려 애썼고, 아저씨는 그것에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여성의류 매장 안에 들어간 아저씨는 속속들이 옷을 골라 내게 거세게 쥐어주었고, 손에 걸친 옷들이 무거워 넘어 질 것만 같을 때서야 멈췄다.

 

"뭐 하시는 거에요?"

 

 

손에 들린 옷들을 전부 카운터에 가져간 아저씨는 나보다 당황스러운 표정을 한 직원에게 카드를 휙 던져 버렸고, 오백사십칠만오천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계산을 재촉하며 인상을 썼다. 부랴부랴 쇼핑백에 어림 잡아 스물 일곱 벌 정도. 그 많은 옷들을 담던 직원은 정리 하지 말고 아무렇게나 넣으라는 아저씨의 말에 움직임을 더욱 재촉하며 옷과 구두를 구겨 넣었고, 그것을 받아 들은 아저씨는 계속해서 내 손을 끌고 움직였다. 각양각색의 금,은과 보석들이 가득한 쥬얼리 매장에서 멈춘 아저씨는 또 다시 이거, 이거, 이거, 이거…. 미친 듯이 고르기 시작한 악세사리들에 아까마냥 입을 헉 다물지 못하던 직원은 그 많던 악세사리들을 빨리 빨리 계산 하라는 아저씨의 말에 계속해서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하더니, 금세 이천 만원이라는 금액을 아무렇지 않게 계산하는 아저씨를 보고는 또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나는 이해가 가지 않는 아저씨의 행동들에 눈썹을 꿈틀거렸고, 와르르 곧 쏟아질 것만 같은 쥬얼리 케이스들과 쇼핑백들을 내게 거칠게 떠넘겼다. 덕분에 밀쳐진 나는 뒷걸음질을 쳐댔고, 아저씨는 무서운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뭐 해. 가서 갈아 입고 와."

 

"그니까! 제가 왜요!"

 

"너 기억 안나? 네가 이런 거 살 돈도 없다며, 면접은 봐야지. 불우한 동생이 면접때 입을 옷도 없어서 이렇게 쩔쩔 매고 있는데. 이런 거 하나 못 해주겠어?"

 

더 이상 떨어질 나락도 없는 내게, 당신은 왜 자꾸 추락을 권유하는 걸까. 끝내 버티다 버티다 못해 왈칵 쏟아진 눈물에 한숨을 쉬었다. 너 까짓 거한테 이런 도움 베푸는 건 아무 것도 아니라고, 감히 네가 좋아해도 될 사람 같냐는 물음 같은 그 무언의 행동들에 나는 속이 썩어 문드러지는 듯 했다.

 

 

"너 진짜 답답해. 내가 너 처음 만난 날. 그리고 라운지에서 한 번. 오늘 세 번 봤지? 세 번 본 나도 알겠다. 네 성격이 얼마나 답답하고 우직한 지."

 

"…."

 

"이거 봐. 또 울잖아."

 

"…."

 

"내가 잘못을 했으면 네가 속이 상하고 우는 게 아니라 나한테 화를 내고 나를 질타하는 게 맞는 거지. 그것도 악다구니를 써 가면서. 뺨이라도 때렸어야지. 내가 이러고 있는데."

 

"…."

 

"넌 그 날 화장품 매장에서도 그랬구나. 개념 없는 여자 한 명 만나서 머리채 잡히고, 아무 말도 못하고 끙끙대고 있었잖아, 너."

 

 

끅끅 대며 우는 나와 그런 나에게 온갖 힐난을 하는 아저씨. 사람들은 신기하다는 듯 한 번씩 훑어 보고 지나 갔고, 나는 그런 시선들과 이젠 조금이나마 고마워 했던 사람에게 듣는 힐난이 무서워 고개를 푹 떨구고만 있어야 했다. 하지만 그것 또한 나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에 미련이란 가시가 자꾸만 나를 파고 들었다. 남자는 마치 올무같다. 무섭고 사납게 하는 힐난 마저 나를 위함이었으니, 나는 이 상황에 어떻게 대처 해야 할 지 모르겠다. 그저 자꾸 커져가는 고마움. 나는 그를 향한 관심과 모든 생각을 그것으로 치부하련다.

 

 

"면접 안 봐? 내가 뭐 하러 두 시간이나 일찍 불렀는데. 얼른 세수 하고, 옷 갈아 입고. 화장도 좀 하고 그래."

 

 

 

"고맙…습니다."

'

 

"그니까, 고마우면 뚝 그치라고, 좀."

 

 

 

악덕 오세훈 사장님 

 

 

 

 

 

 

 

 

 

 

"ㅇㅇㅇ씨?"

 

"예. 접니다."

 

"학력 사항…. 자격증, 그리고 면허증 사항. 어학 시험 모두 빈 칸이네요?"

 

인자한 척 가소롭다는 듯 비소를 짓는 면접관의 말이 끝나자 마자 사람들의 고개와 시선이 모두 내 쪽으로 향했다. 나는 항상 이게 불편했다. 또한 가장 비참하게 느껴지는 것은 대가리 무식하고 천박한 취급 당할 처지냐, 아님 고개 빳빳하게 들고 다녀도 괜찮냐.가 이런 서류 몇 개로 판단 된다는 게. 내가 고개를 바닥에 처박아도 모자라 얼굴까지 붉혀야 된다는 처지라는 게. 귀천이 꼭 이런 하찮은 종이쪼가리에서 갈린다는 게.

 

"그렇습니다."

 

"아무리 수행비서라도 그렇지 이건 좀 심하지 않나요?"

 

심하지 않냐. 무엇이. 대체 무엇이 심하다는 건지 나는 도통 이해를 할 수가 없다. 내가 대학을 못 다니고 부모가 없고…. 배운 것도 없고 능력도 없지만 저런 속물들 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다니. 내가 대체 뭘 잘못해서 심하다는 소리를 들어야 될까. 나는 면접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어야 했다. 걸치고 있는 값 비싼 정장들과 다르게 몸뚱아리의 주인은 이런 천대나 받고 있으니. 이 얼마나 씁쓸한가. 면접관들의 질문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향했다. 그리고 나는 면접을 마치고 별관을 나오는 내내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먼지가 묻고 기름 냄새가 나는 공장 작업복. 그것 보다 더러운 것은 아마 이 반짝이는 건물 안에 있지 않을까 한 번 쯤은 생각 해본다. 구두를 신어 뒷꿈치가 까끌까끌 쓰려오기 시작했다. 거기다 얼마 전 다친 발목까지. 나는 한 쪽 발을 절뚝거리며 캔 음료 자판기 앞에 서 과일 음료를 꺼내 들었고, 한 모금을 들이키는 동안 내 앞에 나타난 사람 때문에 휘둥그레진 눈을 어찌 할 바 없이 이리 저리 굴려야 했다.

 

"면접 잘 봤어?"

 

"아니요…."

 

"못 봤어?"

 

"글쎄요, 저한텐 아무도 질문을 하지 않으시던데요."

 

"그래."

 

아저씨는 그 이후로 나에게 아무 것도 묻지 않으셨다. 아직도 안 나았냐는 물음과 함께 절뚝거리는 다리를 보고 어서 구두를 벗으라며 운동화를 건네는 것 이외에는. 바래다 주겠다는 아저씨의 말씀에 나는 흔쾌히 조수석에 타 안전벨트를 맸고, 한참 동안이나 착잡한 마음으로 면접관의 비소와 말을 떠올렸다.

 

'아무리 수행비서라도 그렇지 이건 좀 심하지 않나요?'

 

난생 처음으로 심하다는 말을 들어 봤다. 부모가 없으니까. 배운 것 하나 없어서. 불쾌한 수식어를 붙여가며 입에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게 싫어 21년 동안 남들에게 피해는 안 주자며 고개만 숙이고 지냈다. 그런데 어딜 가든 배운 게 없다고, 머리에 든 게 없다고 무시 당하는 꼴은 똑같다. 학창 시절 때도 그랬다. 좋은 기억 하나 없는 학창 시절 때도, 다들 나를 대놓고 깔보고 무시하진 않았지만, 무언의 잣대질과 수근 거림이 느껴 졌다. 그것 때문에 정신병자같이 피해의식을 느끼곤 한다. 아저씨를 두 번째로 만났던 저번처럼.

 

"있잖아."

 

 

"네."

 

"너 면접 안 붙어도 우리 친하게는 지내자"

 

"…."

 

 

"가끔 연락 하고. 그냥 나이 많은 친구라고 생각해."

 

 

"…."

 

나는 차마 자신이 없어 예. 라고 대답하지 못했다. 아무 말 없이 그럴 수 있을까요. 하는 눈빛으로 그의 뒤통수만 쳐다 볼 뿐이었다.

 

"ㅇㅇ아."

 

 

"예."

 

 

"사람들은 다 제 약점을 가지고 있어. 너만 그런 것도 아니고."

 

"…."

 

"그게 학력에 대한 약점이든, 재력에 대한 약점이든, 나 같이 사고에 대한 트라우마던."

 

"사고요?"

 

"나 15년 전에 교통 사고가 난 적이 있었어. 지금은 서른 살 아저씨니까 열 다섯 살 때지."

 

"…."

 

"난 기억이 없는데, 이상하게 자꾸 운전대만 잡으면 숨이 가빠지고 맥박이 빨리 뛰는 거야."

 

"…"

 

"그래서 스물 다섯 살 때 까지 운전 면허 시험도 못 봤어. 나 원래 운전도 잘 안 해. 기사 없으면 못 다녀."

 

 

우리는 이게 비정상적이었다. 단기간에 너무 많은 걸 떠넘긴다. 그게 제 제일 무거운 비밀이던, 취약한 콤플렉스던. 그리고 자신이 상대에게 기대를 하고 관심을 갖는다는 마음 까지도. 어쩌면 나도, 아저씨도, 그 책임 때문에 이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 해 본다.

 

"근데 지금은 다른 거 때문에 떨리네."

 

마지막 말이 내 심장을 철렁이게 했다.

 

"자꾸 철렁거려."

 

"..."

 

"네 이름 부를 때 마다."

 

심장이 철렁. 좋은 뜻을 의미하는 걸까. 아님 나쁜 뜻을 의미하는 걸까. 이름을 부를 때 마다…. 신기하게도 그와 내겐 공통점이 생겼다. 물론, 입장 차이는 분명히 있겠지만

 

저도요. 하고 나만 들릴 만큼 조용히 속삭였던 것은 그와 나의 공통점에 대한 승복이었다.

 

 오세훈 아저씨, 나도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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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오세훈ㅜㅡ여기서너무멋있어요ㅜ완전 능력남ㅜ
작가님 꺼읽을때마다 빠져드네요ㅜ앞으로가 어떻게될지 기대되요!

10년 전
독자2
우와....대박.. 진쩌ㅠㅠㅠ완전 ㅇㅇ이의 감정을 이렇개 잘표현해내다니ㅠㅠㅠㅠ정말 댜단하세요ㅠㅠㅠ작가님 징짜 짱이에요ㅠㅠㅠ
10년 전
독자3
와.....진심...작가님사랑해여♥♥♥ㅋㅋㅋㅋㄲ완전취향저격!!탕탕!!
10년 전
독자4
어머나어머낳ㅎㅎㅎㅎㅎㅎㅎㅎㅎ
10년 전
독자5
허류ㅠㅠ제발 빨리 서로 기억하면 좋겠다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7
아....ㅠㅠㅠㅠ어렸을때 교통사고 당했구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ㅠㅠㅠㅠㅠㅠ세훈아ㅠㅠㅠㅠㅠㅠㅠ여주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8
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분랭쩐다진짜ㅠㅠㅠㅠㅜㅠㅠㅠㅠㅠㅠ사랑해여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9
와씨.....나 진짜 욕하기 싫은데 욕나오게 하네 세훈이가 우리반에 어떤 막말 잘하는 말랑 비슷해서 조굼 짜증은 나지만 그래도 저게 세훈이 성격인것같으니까...흥..뭐...재밌네여...지금 저 못자고 있우니까 작거님도 자지마여. 나보다 먼저자면...음..............혼낼꺼야
9년 전
독자10
와나.ㅋㅋㅋㅋㅋㅋ오세훈뭔데왜케멋잇어요? 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11
세훈아 ㅠㅠㅠㅠㅜㅠㅠㅠㅠ 너무멋있어서 눈물날라 그래 ㅜㅜ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12
철커유ㅠㅠㅠㅠㅠ나는 그냥 철커유ㅠㅠㅠㅠ세훙아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13
그래서 그때이후로 못왓구나ㅠㅠㅜㅜㅜㅜㅜㅠㅠㅠㅜㅜㅜㅜㅜㅠㅠㅜ운명인가보오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14
ㅠㅠㅠㅠ멋있다ㅠㅠㅠㅠㅠㅠ츤데레같아... 세훈이가 사고났었구나ㅠㅠㅠㅠㅠㅠㅠ애잔데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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