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가 들고있던 봉지를 가지고 들어와 그 안에 담긴 과자들을 뜯어 늘어놓았다. 그러자 드럼을 치다말고 다가오는 브래드.
“뭘 이렇게 많이 사왔어?”
“아, 김형태가 아무거나 막 담은 거 같아요.”
“그래?그런데 형태는 왜 안 들어와?”
“열나서 바람쐬고 오라고 했어요.”
“둘이 무슨일 있었구나?”
능글맞게 웃으면서 과자를 냠냠 집어먹는 브래드. 그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김형태가 있으면 또 난리를 칠 게 뻔하니 지금 속시원하게 말해야겠다. 그가 좋아하는 게 내가 맞는지.
“브래드.”
“응?”
“나, 좋아하는 거.. 아직도에요?”
브래드는 대답을 하지못하고 잠시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더니 곧 물론, 이라며 대답한다.
“그런데, 그건 왜?”
“브래드가 오해를 하고 있는 거 같아서요. 나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냥..동생으로 아끼는 거, 아닌가요?”
“...범준, 난 널 보면 심장에서 기분좋은 울림이 나. 그리고 너와 있을때면 항상 설레이고 내가 실수를 하면 어쩌나.
초조해한게 한 두번이 아니야, 동생한테 느끼는 감정이라기에는 너무 깊어.”
내 앞머리를 정돈해주며 낮게 읊조리는 브래드. 꼭 울 것 같은 얼굴이라 나도 모르게 그의 얼굴을 살짝 쓸어주었다.
그러자 옅은 미소를 짓는 브래드. 나랑 있으면 항상 설레인다고...브래드가 말한 것들이 모두 내가 김형태에게 느끼는 것들만 같다.
브래드와 있으면 뭐든지 다 해주는 브래드에게 든든함을 느끼고 나에 대한 감정에 미안함을 느끼지만 설레임을 느낀 적은..없다.
씁쓸한 마음에 가만히 그를 올려다보고 있자, 김형태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다.
“둘이 뭐해요!”
“아,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 것 같은데..”
의심스럽다는 눈초리로 나를 훑어보는 김형태에게 과자나 먹으라며 핀잔을 주고 곰곰히 브래드에 대해 생각했다.
브래드는 분명히 든든한 형이고 날 받쳐주는 고마운 받침목이지만 그와 그렇고 그런짓을 한다거나 키스를 한다는 건 상상조차 되지않는다.
그럼 김형태랑은...? 엑, 갑자기 김형태가 강제로 키스했던 거북한 기억이 떠오른다. 그 때에 비하면 지금은 많이 순해졌구나.
“형은 안머거여?”
입안에 과자를 잔뜩 넣어놓고 우적우적 씹어대는 김형태. 목 막히지도 않는지. 때마침 브래드가 오렌지 주스를 가져와 그의 앞에 내려놓는다.
“그러다가 체해, 천천히 먹어.”
“엉, 거마워여”
잔에 가득 담긴 주스를 원샷하고 캬아, 탄성소리를 내며 입술을 닦는 김형태. 입가에 아직 남아있는 오렌지 주스를 냅킨을 뽑아 닦아줬다.
그러자 김형태의 얼굴이 다시 빨갛게 변하려고 한다. 이미 빨개져버린 볼을 살짝 눌러주고 김형태의 옆에 앉았다.
누군가 한 명의 마음은 받아들일 수가 없다. 둘 다 너무 내게 소중한 사람들임에 분명한데.... 둘에게 상처를 주고 싶진 않다.
“김형태.”
“왜, 왜요”
“나, 많이 좋아해?”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이 김형태는 내가 좋다는 티를 팍팍 내고 있었지만 어쩐지 의구심이 들어 김형태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김형태는 브래드의 눈치를 살짝 보는가 싶더니, 당당하게 그럼요! 하고 대답한다. 씩씩한 그가 마음에 들어 그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어줬다.
수줍은 듯 작게 웃는 김형태. 난, 나는 아무래도 김형태가 좋은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브래드는?
복잡한 심정 때문에 담배갑에 남아있던 담배 한개피가 생각난다. 이러다가 금연한 것도 다 소용없게 되겠구나.
“나, 나갔다올게.”
“어디가는데요?”
“담배.”
담배피는 시늉을 김형태에게 보여주고는 연습실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문득 내가 없으면 둘은 무슨 얘기를 나눌까 궁금해졌다.
방음이 되있어서 잘 들리지 않았지만 귀를 기울여 그들의 대화를 들어보니 치열한 접전이 이뤄지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 김형태 혼자만 열올리는 것 같다
“브래드는 형이 왜 좋아요?”
“음, 그냥..그러는 형태는 범준이 왜 좋아?”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내 취향이니까. 어리벙벙한 성격도 좋고 내가 안 챙겨주면 항상 뭘 빼먹는 것도 좋고..”
그 뒤에도 한참인가 내가 좋은 점들을 나열하더니, 대뜸 선전포고를 하는 김형태. 아, 오글거린다. 손발이 펴지질 않는군.
“범준 형 내꺼에요! 내가 먼저 좋아했으니까”
“뭐?”
김형태의 당당한 개소리에 브래드의 표정이 어떨지 다 보이는 것 같다. 분명히 귀엽다는 눈빛으로 김형태를 바라보고 있겠지.
브래드한테 김형태는 또 버럭할거구..너무 오래지내다보니 이젠 예상행동까지 바로바로 눈에 보인다.
생각을 정리하려고 나온건데. 어째 더 복잡해지기만 하는구나. 이제 없어져버린 마지막 담배를 지져끄고 연습실로 들어왔다.
자기 주장을 마구 펼치고 있던 김형태는 내가 들어오자 당황했는지 갑자기 말이 없어진다.
“브래드”
“..응”
“우리 나가서 이야기할래요?”
그도 내가 어떤 선택을 할거란 걸 예상이나 한 듯이 씁쓸한 미소를 지어보이고 내 손을 잡아 밖으로 함께 나왔다.
자신을 따돌리는거냐며 절규하는 김형태를 뒤로하고 연습실에서 떨어진 골목에서 브래드에게 상처를 줄 말을 꺼냈다.
“미안해요. 브래드 마음 모르는 거 아닌데..하지만,”
“...왜 울어, 차이는 건 난데.”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나 김형태가 좋은 거 같아요 브래드.”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실제로 들으니까 더 아픈데?”
내 눈가에 고여버린 눈물을 닦아주는 브래드. 항상 나를 챙겨줬던 고마운 형. 그의 마음이 새까맣게 타들어갈 걸 알지만
난 아직도 그가 나에게 좋은 형으로만 남아줬으면 좋겠다. 그에게 너무 아픈 말을 건네놓고서는 너무도 이기적이게.
“쉽지 않겠지만..내 마음, 접을게.”
“...”
“그 대신, 한번만 안아봐도 될까? 그래준다면 너무 기쁠 것 같은데..”
말 끝을 흐리는 그의 품에 기다렸다는 듯 안겼다. 내가 그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위로.
그의 품은 너무 따뜻했다. 그의 넓고 따뜻한 마음씨처럼. 브래드도 좋은 사람 만나요, 또 나같은 바보 만나서 고생하지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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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커플링이 좀 잡혔네요. 으왕ㅠㅠ쓴 것도 별로 없는데 벌써 슬럼프라니ㅋ
여러분이 리플로 제게 힘을 좀 주세용!!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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