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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남순 환자분."
내 옆에서 자고있는 흥수를 쳐다보며 대답했다. 오늘은 의사랑 레지던트 두명만 왔네. 퇴원하려고 눈을 뜨던 참에 의사가 왔다. 오늘도 손에는 어김없이 차트파일을
손에 들고서는 내게 말을 건냈다.
"오늘 제대로 검사를 받아보시는게 좋을것같습니다…."
"네? 저 오늘 퇴원해도 된다고 하시지않았어요?"
"어제 쓰신 건강설문지 받고 드리는 말씀이에요. 최근들어 구토도 자주하시고 두통이 심하시다고 하셨죠?"
"맞아요. 근데 그게 왜요? 스트레스 받으면 그럴 수 있는거 아닌가요?"
"자세한 말씀은 일단 정밀검사부터 받아보시고 들어보시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뒤에 서있던 레지던트 의사는 안내받는곳으로 따라오세요.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흥수를 바라보며 최대한 인기척없이 움직여 의사를 따라 나섰다. 각종 검사와
MRI, CT까지 난생처음 받아보는 검사를 받고나서야 진단실로 갈수가 있었다.
"환자분…. 마음의 준비 하시고 들으세요."
손에서 진동이 울렸다. 「 어디야? 」 흥수의 문자였다. 「 화장실. 」진단실에 있다고 말하기엔 서늘한 기분이 들어 나는 괜히 거짓말을 쳤다.
"교모세포종인것 같습니다…. 쉽게 말해서 뇌종양이에요. 확실한건 아직모르겠지만 뇌출혈까지 의심되는 상황입니다. 이번에 의식잃으신것도 뇌종양과 함께 겹쳐서 트라우마로 일어난것 같아요. 아직 나이가 어리시고 뇌종양 크기도 아직까진 작아보이지만 환자분의 종양은 다른 환자의 두배이상의 속도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어요. 종양크기가 작다보니 증상도 미약했지만 우습게 봐서는 안될것같습니다."
위잉, 손에서 반복되는 진동의 전화가 울렸다. 나는 그저 멍하니 휴대폰만 바라보며 할말을 잃었다. 꿈이겠지. 하고 생각하고싶었다. 아니, 꿈이기를 빌고 바라고싶다.
이런 말씀드리게 되서 정말 유감입니다…. 의사도 고개를 숙였다. 그런 표정 짓지마요. 더 낭떠러지에 몰아가는 그 표정….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되요?"
"더 큰 병원으로 일단 옮기셔야될 것 같아요…."
나는 대답도 하지않은채 방에서 나와버렸다. 휴대폰에는 여전히 박흥수. 라는 이름이 깜박거리며 진동이 울리고만 있었다. 나는 병실로 돌아와 침대에 멍하니 앉아
창밖만을 바라보며 고개를 떨구었다. 흥수는 아마 나를 찾으러 나간 듯 보이지않았다. 난 한마디 말도 없이 짐을 챙겨서 병원 밖을 나와 집으로 돌아갔다. 인기척없이
차갑게 식은 채로 압류딱지가 널려있는 작은 방안에서 홀로 서있는 지금의 나. 그동안 내가 살아왔던 수많은 날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내 뇌리 깊게 파고들었다.
애쓰며 참아왔던 눈물이 이렇게 차가운 바닥위에서 떨어졌다. 그 누구도, 나는 원망할수도 없이 이 잔인한 벼랑 끝에서 수도없이 내몰리며 삶을 되삼켜야만 했다.
신이 내게 준 딱 하나. 흥수. 이제 그 하나마저 저 지옥에서 버려져야만 한다. 우리 엄마를 피아노와 함께 모독하며 버리고, 아빠를 그렇게 비참하게 만들어 놓고 이제
나까지 그 절망속에 던져버리는게 신의 영역인가 싶었다. 참아왔던 눈물이 절규를 넘실대며 몰려왔다. 나는 널부려진 압류딱지들 사이의 탁자들과 의자를 엎어버리며
날 세상에서 떨쳐내려는 그들에게 발악했다. 빛 한줄기도 들어오지않는 이 어둑한 방안에는 아무것도 할수있는게 없었다. 엄마도, 아버지도…. 창가위에 걸터앉아 저
아래를 내다보며 눈을감자 부슬부슬 비가 내리며 내 발등에 닿았다. 저 비가되어 내린다면 네가 보고싶을때마다 이렇게 내려와 널 자유롭게 만날 수 있을텐데. 신의
미움을 받으며 너에게 아픔을 떠넘기지 않을 수 있을텐데…. 나는 창가에서 내려와 계속 울리는 전화를 수신거부하고 이이경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 "
수화기의 건너편에서는 여보세요. 하고 수십번 되묻는 그의 목소리가 빗소리와 함께 젖어들었다. 나, 암이래.
"뭐?"
뇌종양…. 나는 더 말을 이어갈수가 없었다. 저 가슴 끝에서부터 치오르는 의문모를 울음이 내 말문을 막아버렸다. 휴대폰은 적막한 정적이 흐르다 이경의 목소리가
그 정적을 깨고서 말했다. 어디야? 축 가라앉은 어두워진 그의 목소리가 날 더 비참하게 만들었다. 지훈이랑 흥수 데리고 갈게. 자꾸만 그의 목소리가 내 귓가를 뱅뱅
돌았다. 아니. 박흥수 걔한텐 말하지마. 나는 울며 말을 이어갔다. 니들이 말한 그 소문. 그래, 그거 맞아. 그래도 박흥수 걔 미워하고 그러지마. 내가 말하자 이경은
한숨을 쉬었다.
"언제까지 말안하고 피하려고."
그게 더 박흥수한텐 안좋은거 몰라? 다그치듯이 묻는 그의 말에 난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전화를 끊고서 나는 찬 바닥에 누웠다. 걔한테 내가 해줄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어. 다시 울리는 진동에 머리가 울려 전원을 꺼버리고서 눈을 감았고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만 내 주위를 뱀처럼 배회하며 목을 조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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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막장...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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