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나의 집 |
"저 내일이면 고등학교 들어가요."
축하한다. 수화기로 들려오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작아 수화기를 귀에 바싹 붙인 경수의 귀가 하얗게 질렸다. 거실 탁자에 놓인 전화기를 제 쪽으로 끌어온 경수는 아무도 없는 거실을 몆 번이나 훑으며 아버지의 목소리를 되짚은 경수는 꽤 길어진 앞머리를 손으로 훑다 더 이상 들리지 않는 목소리에 수화기를 내려놨다. 다정한 아버지의 말투는 못 본 사이에도 변한 것이 없었다. 이제 제 눈보다 오히려 아버지의 목소리에 물기가 어린 거 같아 경수는 이미 끊긴 수화기를 다시 들었다. 이어지는 신호음이 번호를 재촉하고 있었다. 제 예상이 맞을까 하루에도 수십번 누르던 그 숫자들을 도저히 다시 누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결국 또 다시 수화기를 내려 놓은 경수는 전화기 옆에 놓인 낡은 종이를 손에 쥐었다. 이미 외울 만큼 외운 번호지만 경수는 종이를 버리지도 그렇다고 서랍 깊숙한 곳에 보관하지도 않았다. 아버지의 주소와 번호가 아버지의 글씨로 적혀 있어서 흔한 휴대폰으로 도저히 걸 수도 없었다. 지금도 주머니에 든 제 휴대폰에 그런 이유로 아버지의 번호를 저장하지 못한 경수는 전화를 걸 때 마다 아랫층 거실로 내려와 전화기 옆에 조금은 낡은 종이를 내려놨다. 그리고 매번 걸 때 마다 처음 보는 숫자 나열처럼 종이를 뚫어져라 훑으며 번호 하나하나를 눌렀다. 그래야 나중에 아버지를 보게 되더라도 변한 자신의 모습에서 조금이나마 어릴 적 제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거 같은 경수는 그 횟수가 늘수록 종이를 더 빤히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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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수는 차분히 아무도 없는 거실을 눈으로 빠르게 훑곤 계단을 하나씩 밟아 올라갔다. 찬열과 준면 없이는 끙끙대며 올랐던 계단인데 이젠 눈을 감고 올라도 자연스러울만큼 적응이 되었다. 가끔씩 덜컥거리는 방 문고리도 적응이 되었고 부모님이라고 따로 칭할 분들이 계시는 것도. 아버지와 저를 하나로 묶을 수 없는 것도 어느새 인정하고 있었다. 처음 그것을 알게 된 날 몇일 밤을 새워 고열을 앓았던 게 기억나 경수는 계단을 오르며 고갤 저었다. 오히려 창피한 기억이 되버렸다. 변한 것이 많은 만큼 인정해야 할 것도 많았다. 제 이름이 온전한 도경수가 될 수 없는 것도. 그러나 인정하는 것이 늘수록 따가운 시선과 비웃음이 부러움과 선망으로 바뀌었다. 다른 집 애면 뭐 어때 잘 사는 집에서 잘 크면 됐지. 사람들의 시선이 바꾸자 어느 순간부터 학교에서나 어디에서나 가난하다고 저를 함부로 대하는 일들이 모조리 사라졌다. 그렇다고 지난 어린 날의 기억에 대해 미움도 증오도 없었지만 오히려 잔잔한 마음이 더 고역이였다. 하지만 한 번 가라앉은 마음은 제 형 준면과 찬열이 아버지 회사를 물려 받아 번듯한 다니는 것을 보게 되자 또 다른 안도감을 만나 더 짙어졌다. 징징, 울리는 진동에 경수는 주머니에 넣어둔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경수야 나 이제 곧 들어가 같이 밥 먹자 - 찬열」
경수는 몇 번이고 들여다 본 문자를 손가락으로 훑으며 별 중요하지도 않은 문장을 속으로 다시 곱씹었다. 알았지? 재촉하듯 찬열이 다시 보내온 문자에 경수는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 가끔씩 같이 있지 않아도 자신을 보고 있는 것처럼 마음을 달래주는 찬열이 고맙기도 하고 괜시리 마음 한 켠이 울려 경수는 무어라 답장을 해야 할지 고민하다 그저 짧게 응, 한 글자를 보냈다. 찬열은 그래도 만족할 것이라 경수는 휴대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변한 경수처럼 찬열과 경수 사이도 조금씩 변해 경수는 굳이 찬열을 형이라 부르지도 찬열도 경수에게 형이라고 부를 것을 강요하지도 않았다. 형제라고 하긴 가까운 사이. 어느 누구도 그 사실을 꼬집어 말하진 않았지만 둘만 흐르는 미묘한 기류에 그저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
아, 마지막 계단 오르던 경수는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에 몸을 굳혔다. 경수가 집에 점점 스며들 무렵 잔잔하던 마음에 잊고 있던 물음표 하나가 그려졌다. 변백현, 어떠한 답도 낼 수 없지만 간간히 들려 오는 피아노 소리와 변성기를 거쳐도 여전한 노랫소리가 그를 짐작하게 했다. 그리고 마주칠 때 마다 묘한 눈빛과 붕대를 감고 사는 왼손도. 아직도 피아노를 끊지 못 했음이 분명하다. 계속 해서 집안을 울리는 피아노 소리에 경수는 가슴이 답답했다. 마치 속마음을 다 들킨듯 부끄럽기도 해 주저앉은 몸을 서둘러 일으켜 제 방문 앞에 섰다. 제 방을 마주한 백현의 방에선 벌써 세 번째 같은 구간이 연주 되었다. 답답한 마음이 배가 된 경수가 제 몸을 숨기듯 방안으로 들어가 문을 꽉 닫았다. 피아노 소리가 들어올 수 없게. 침대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 쓴 경수가 무심코 책상 위에 올려진 액자로 시선을 돌렸다. 어릴 적 제가 아버지 옆에서 머쓱하게 웃고 있는 모습. 저절로 미간을 찌푸린 경수는 눈 뜨자마자 사진 바꿔야겠다 마음 먹고 찬열과의 약속을 잊은 채 포근한 이불 속으로 몸을 더 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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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드디어 즐거운 나의 집 유년기를 마친 거 같네요. 갑자기 성장한 경수가 당황스러우실 거 같은데 원래부터 쓰려고 한 내용이 있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경수 따라 저도 혼란이지만 그래도 나름 전 잘 맺은 거 같아서 다행이네요ㅎㅎ 지루한 내용을 잘 읽어주신 모두 분들 모두 감사해요! 암호닉분들 사랑합니다. 하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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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합 ㄹㅈㄷ였던 드라마 커플 누구인거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