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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나의 집

 

 

 

 

 

 

  "오늘 입학이잖아."

 

 


   찬열이 대뜸 경수 품으로 꽃다발을 내밀며 쑥스러운 듯 변명을 했다. 자연스럽게 꽃다발을 안은 경수가 빨간 장미와 하얀 안개꽃이 어울려진 꽃다발 안으로 얼굴을 살짝 밀어 꽃내음을 맡았다. 시들지도 않았네. 살짝 눈을 뜨자 눈치를 보며 신발코만 땅에 문지르는 찬열의 모습이 꽃을 건낼 때와는 달라 피식 웃음이 샜다. 예쁘다, 근데 요즘 누가 꽃다발을 챙긴다고 그것도 다 큰 남자애가. 소리내 웃은 경수가 다시 꽃다발을 찬열의 품으로 밀어주자 찬열이 곤란한듯 제 머릴 긁적였다. 꽃다발이 멋있는 얼굴과도 꽤 잘 어울려 한 발짝 물러나 감상하던 경수는 잔뜩 삐뚤어진 넥타이를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다시 찬열 곁으로 다가섰다. 매번 해 줘도 모르나봐.. 경수의 꾸중이 들리지도 않은지 경수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는 찬열 돌려받은 꽃다발이 아쉬운지 뒤로 감춘 꽃다발을 자꾸 부스럭거리며 제 손으로 주물거렸다. 꽃 고마워요. 넥타이를 마지막으로 목에 알맞게 당겨주며 경수가 속삭이자 찬열이 경수의 이마에 입 맞췄다. 별 말씀을요. 

  

 

 

 

 

**

 

 

 

 

 

  "아프면 오늘 쉴래? 형이 데리러 올 수도 없는데.. 속 불편하면 다시 집으로 가고"

 

 

   룸미러로 뒷자석에 앉은 경수를 흘끗 바라보는 찬열에 경수는 살살 고갤 저었다. 차에 타고 줄곧 기분이 별로로 보이는 경수가 의아해 찬열이 차를 멈추고 몸을 돌려 바라보았지만 그 시선 마저 피하는 경수를 보곤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집 밖으로 나와 찬열이 꽃을 건냈을 때만 해도 기분이 좋았는데 지금 경수의 기분은 무얼로도 형용할 수가 없었다. 걱정하는 찬열에게 흔히 보이는 억지 웃음도 지을 수 없이 속이 울렁거렸다. 애써 속을 잠재우며 제 무릎에 놓인 꽃다발 속 붉게 물든 장미와 하얀 안개꽃을 만지작거리던 경수는 찬열이 저를 보던 것처럼 흘끗 조심스럽게 제 옆자리를 훑었다. 경수의 불안한  마음은 아는지 모르는지 백현은 저와 찬열이 무슨 대화를 나누거나 말거나 벌써 몇 분째 오도카니 창 밖만 바라 보고 있었다. 차에 타기 전 찬열과 마주 해 웃는 저를 백현이 봤을까. 아침 일찍이라 잠시 잠들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게 아니라면..  밀려드는 불안감에 경수는 제 아랫 입술을 감췄다. 씁, 뒤에도 눈이 있는지 시선은 앞으로 고정한 찬열이 주의를 줬다. 작게 고개를 끄덕인 경수는 붕대로 감긴 백현의 왼손을 보며 괴롭히던 아랫 입술을 손가락으로 훑었다.

 

 


  차에서 내리고도 내내 백현의 눈치만 살피던 경수는 백현이 앞서 눈앞에서 사라지자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강당에서 지루한 연례가 시작하고 끝날 때에도 집요하게 주위를 훑는 경수의 눈은 시커먼 남자애들만 비출 뿐 백현은 존재하지 않았다. 묘한 안도감이 생긴 경수는 제가 배정된 반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밟을 때도 자신과 같은 중학교 친구들을 만나 시시한 농담을 하자 오히려 기분이 더 좋아졌다. 변백현이랑은 마주칠 일이 없겠구나. 복도를 사뿐히 걸어 제 반 앞에선 경수는 꾸역꾸역 정리가 안 된 신발장의 신발들 사이로 제 신발을 구겨 넣었지만 좀처럼 칸이 좁고 적어 번번히 실패했다. 아래로 굴러 떨어진 제 신발을 주워든 경수가 한 켠에 단정히 놓인 신발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마 성격 급한 아이들이 이곳을 못 보고 정신 없이 한 쪽에 몰아 넣은 것이 분명했다. 단정한 신발이 마치 제 전용 좌석인 양 한 가운데 놓여있어 제 신발을 위해 신발을 옆으로 살짝 민 경수가 옆으로 민 신발로 자꾸만 시선이 보탰다. 아, 수차례 더 확인하던 경수는 제 입술을 물었다. 단정한 신발이 꼭 백현과 닮아있었다.

 

 

 

 

 


**

 

 

 

 

 

   최대한 조용히 중간 자리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던 경수는 들어올 때부터 저를 빤히 바라보는 아이를 바라봤다. 익숙한 얼굴처럼 보였지만 영 알 수 없는 얼굴에 쫓는 시선이 제가 아닌지 확인하려 몇 번을 주위를 둘러보다 시선 대신 맨 끝 자리에서 책을 읽는 백현을 찾았다. 안경을 쓴 채 꽤 두꺼운 책을 넘겼다. 안경을 쓴 모습을 본 것이 처음인 데 불구하고 원래 쓰던 사람처럼 잘 어울려 경수는 백현이 책을 읽는 것을 몇 번이고 몰래 훔쳐봤다. 무게가 나가는 책을 내려 놓은 백현이 내려간 안경을 고쳐 쓰는 손에는 붕대가 없었다. 왜 붕대가 없지? 이제야 눈치챈 경수의 둥그런 눈이 더 크게 떠 가느다란 백현의 왼손을 집요하게 훑었다. 어렸을 적 잠든 경수를 괴롭히던 상처들이 모두 사라져 있었다. 그 사이에 나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빤히 바라보는 시선을 느꼈는지 백현이 고개를 들자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놀란 경수는 숨을 들이켰지만 백현은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 차라리 시선을 피해줬으면 좋을텐데.. 경수는 제 머릿속을 지나다니는 생각에 동의하는 것 말고는 아무런 미동도 할 수 없었다.

 

 

 

 

 


  "경수야!"

 

 

 


   시선을 못 피하고 숨만 들이키던 경수가 큰 소리에 제 책상으로 저절로 몸이 돌아갔다. 바보같은 제 모습을 상상하던 경수는 창피함과 민망함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큰 소리가 난 제 책상 시선이 쏠린 건 아닐까 주위를 훑자 몇 번 눈길을 주던 아이들이 다시 제 할 일을 찾았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경수가 고갤 들자 아까 저를 쫓던 그 아이가 서있었다. 아까부터 저를 봐왔던 게 맞았구나. 백현이 혹 저를 계속 쳐다보고 있진 아닐까  뒤가 몹시 궁금했지만 이내 제 어깨를 잡는 아이 때문에 돌아볼 여력이 없었다. 경수야 이게 얼마만이야! 외침에 가까운 목소리에 눈을 살짝 찡그린 경수는 찬찬히 제 앞에 선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 봤다. 동그란 콧날과 두터운 입술, 쌍커풀 없이 진한 눈을 차례대로 눈으로 짚었다. 영수야? 제대로 목소리가 나오진 않았지만 알아 들은 듯 아이가 호탕하게 웃었다. 그때 너 서울로 올라온 게 정말이였구나? 나도 너 가고 얼마 후에 바로 올라왔는데.. 한층 높아진 목소리로 주저리 떠드는 영수에게 경수는 그저 고갤 끄덕였다. 영수는 달동네에서도 얼마 없는 또래 중 경수와 가장 친한 친우였다. 어렸을 적 제 집에 붙은 서울 지도를 보며 종일 얘기 하고도 늘 아쉬워 하며 헤어졌었는데, 마치 잃어버린 기억이라도 찾은 듯 반가운 마음에 경수는 모처럼 소리내 웃었다.
 

 

 

 

 넌 변한 거 없다, 여전히 쬐끔하고 눈도 크고.. 우리 영수경수! 이어지는 실없는 소리에 그만 웃고만 경수가 제 어깨를 놓고 건내는 영수의 손을 맞잡자 더 신난 듯 주저리주저리 얘기를 꺼냈다. 

 

 



  "아버지는 잘 계셔? 내가 찾아뵈야 하는데 나중에 집 같이 가자 어?"

 

 

 


 


    저와 다르게 영수는 달동네의 추억을 잘 간직한 듯 만나 놀던 놀이터도 세세하게 묘사해 경수의 기억을 되살려주는 듯 했으나 저도 모르는 아버지 소식에 경수의 미간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잘 계셔. 단호하게 말한 경수가 맞잡아 흔들던 손을 빼내자 머쓱한 듯 영수가 제 손을 바지춤에 문질렀다. 백현이 혹시나 들었을까 불안한 마음으로 뒤를 돌자 백현은 처음처럼 다시 책을 읽었다. 한치의 흐트러짐 없는 모습에 아무래도 못 들은 것 같아 안도감에 한숨을 쉰 경수가 다시 영수를 바라보자 의아한 듯 웃음기 서린 영수의 눈이 백현을 훑었다.

 

 

 

  "쟤랑 아는 사이야?"  

 

 

 

  제 귀에 소근거리는 소리에 경수의 눈이 좀 더 크게 떠졌다.

 

 

 

 

 

  "쟤 부잣집 아들이잖아, 피아노가 취민데 돈 좀 써서 별관에 따로 음악실도 두고 있다더라.. 우리는 꿈도 못 꾸는데 맞지?"

 

 

 

 

   동의를 구하는 눈을 멍하니 바라보던 경수는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영수의 말투에는 분명히 시기과 열등감이 담겨져 있었다. 저의 집보다 높다란 담벼락을 세워 좋은 차와 좋은 음식들을 가득 가진 것에 대한 시기와 질투가 합쳐진 열등감. 어렸을 적 서울 지도를 종일 바라보던 저와 영수의 모습이 떠올라 경수는 영수의 얼굴을 다시 제 눈에 담았다. 나도 저 아이와 같은 집에 산다고, 사는 것뿐만 아니라 성이 다른 형제라고 하면 어떤 눈으로 나를 바라보게 될까. 생각을 이어가던 경수는 덜컥 겁이 났다. 배신감이 들어 아마도 저와 거리를 둘 것이다. 그러면 나는.. 영수의 큰 손이 머리 위로 내려 앉았다. 역시 우리 착한 경수는 똑같아. 똑같은 것은 없었다. 자신이 포함될 수 있는 곳은 아무곳도 없다고 느낀 경수는 억지 웃음을 지으며 영수의 손을 치워냈다. 오히려 열등감에 사로잡힌 것은 경수임이 분명했다.

 

 

 

 

 

 

 

**

 

 

 

 

 

 


  "조퇴하는 게 좋겠지?"

 

 

 



   다정스레 말하는 영수에게서 음식 향이 끼쳐왔다. 토가 밀려왔다. 하지만 애써 참은 경수가 자리도 바꿔가며 저를 살피는 영수에게 희미하게 고갤 끄덕였다. 영수와 재회 아닌 재회 이후 도통 모든 게 손에 잡히지 않았다. 급식도 선생님의 말씀도 계속해서 걸어오는 영수의 물음도 대충 답만 한 채 경수는 책상 위로 몸을 엎드려 종일 수업 시간을 보냈다. 책상을 짚고 일어서자 노을덕에 발개진 교실이 꼭 붉은 봉숭아 물이 든 것 같았다. 경수랑 처음하는 야자인데 아쉽다. 복도에서 떠드는 아이들을 툭툭 건드리던 영수가 아쉬운 기색을 내비쳤다. 따로 대꾸를 하지 않은 경수가 혼자 있는 제 신발을 꺼내 들고 가볍게 손 인사하자 그 손을 잡은 영수가 꾸역꾸역 현관까지 따라 나오며 배웅을 했다. 깨끗한 신발을 부러 질질 끌며 걷자 조용한 운동장에 먼지가 일었다. 경수가 뒤를 돌아 어두워지는 학교를 바라봤다. 본관 옆 별관에 불이 켜져 있었다. 경수는 불이 켜진 공간이 음악실이란 것을 단번에 알아차리고 다시 무거워진 몸을 급히 돌려 빠르게 학교를 빠져나왔다.

 

 

 

 

너무 오랜만이 아닐지 몰라요ㅎㅎ 생각보다 꽤 많이 늦어진 거 같아서 어떠실지ㅜㅜ 역시 손고자는 울어야죠

영수경수는 제 조그마한 위트.. 저만 웃긴 게 함정. 오늘은 노래도 영 맞지 않는 거 같네요ㅜㅜ

 

암호닉 뿌뿌님, 떡덕후님, 손톱님, 아뉴님, 여세훈님, 옹스리옹옹님, 정류장님, 배또님, 올리브님, 저금통님 모두 감사해요.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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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떡덕후) 허ㅠㅠ 아직 이해 안가는 부분이 조금 있네요! 나중에 정주행하면 이해하겠죠 뭐 오랜만이에요 세옹님 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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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손톱이예요ㅎㅎ경수영수귀엽네요ㅎㅎ맨날그렇듯이브금이참좋네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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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배또에요 정말오랫만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영수경숰ㅋㅋㅋㅋㅋㅋ 백현이랑 경수는어뜨케될지 저는 다음편도 기다립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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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여세훈이에요...대박...흐흐...경수영수귀여워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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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대박이네용!옹스리옹옹입니당 영수흐음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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