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exorable
─멈출 수 없는,
完
"혹시 이름이…"
"차학연인데, 그건 왜요?"
홍빈이 죽여야 하는 사람은 믿을 수 없게도 학연과 완전히 똑닮은 사람이었다. 이름까지도…. 힘없이 웃어보이며 자신의 머리를 쓸어넘긴 홍빈은 멍하니 학연과 닮은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말끔한 정장, 반반한 얼굴. 학연은 이런 사람을 어디서 본 적이 있었나싶어 한참을 생각해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자꾸만 바라보는 홍빈의 시선에 괜히 낯간지러워 말을 꺼내려고 하는데, 뒤돌아가는 홍빈의 모습에 아무런 말도 꺼낼수 없었다. 뒤도 한번 안 돌아보고 앞만 보고 가는 홍빈의 걸음이 왠지 모르게 낯설지 않았다. 뭐지…. 분명 본 적도 없는 얼굴 이었는데 왜 이리도 마음이 간질간질한건지…. 자신의 마음을 도통 이해할 수 없는 학연이었다.
"…뭔데, 도대체."
"형이 왜 거기 있는건데, 말도 안되잖아."
모퉁이를 돌고 그가 안보이는 곳에서, 홍빈은 그만 다리 힘이 풀려 주저 앉아버렸다. 분명히 홍빈이 학연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흰 천을 덮은채로 누워있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방금 마주친 차학연과 똑 닮은 사람. 홍빈은 도저히 지금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쌍둥이도 아니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 닮은 둘에 소름이 끼칠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차학연으로 착각할 정도로. 너무나도 둘은 똑 닮아있었다. 두어번 머리를 세차게 흔든 홍빈은 상부에게 받은 문자를 수십번 읽고 또 읽어댔다. 이름 차학연…. 차학연. 아른거리는 정신을 간신히 부여잡고 눈 앞에 자꾸 겹쳐보이는 둘을 손으로 휘젖어 없애버렸다. 생각나게 하지마. 형, 나 지금도 충분히 괴로워.
"…근데, 이 와중에 웃긴건 좋다는거지."
"형일리도 없는데, 왜 심장이 두근거렸을까."
저절로 한숨나오는 이 상황에서 학연과 똑 닮은 사람을 머릿속에 그려보니, 웃긴게 하나있었다. 그냥 차학연을 닮았다는 이유 하나로 심장이 두근거렸다는게….
"꼭, 형이 살아 돌아온것만 같아서…. 좋아."
*
다음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홍빈은 학연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상부의 명령을 조금씩 거절하기 시작했다. 자꾸 울려대는 전화를 저 멀리 던져버리고 무시한것도 벌써 4일째다. 단 한번도 이런적이 없었던 홍빈이 자꾸 이러니까 의심이 된 상부는 홍빈을 찾느라 애쓰고 있었다. 지금 자신이 어떤 상황에도 처한지 모르고 그저, 홍빈은 학연과 닮은 그 사람만 졸졸 따라다니고 있었다. 그는 알바를 많이 하는건지 꽤나 왔다갔다하는일이 많았다. 숨어서 지켜보는게 꽤나 힘들었지만 홍빈이 할수있는거에서는 그게 최선이었다. 다짜고짜 그를 보고 형, 맞죠? 내가 그토록 보고 싶었던 학연이형. 아니에요? 라고 할수 없는 노릇이었다.
"…자꾸, 왜 따라와요?"
"…"
"몇일전부터, 저 멀리서 나 계속 지켜보고 있었죠?"
"…"
"아니면, 말고…"
가게로 들어가려는 학연의 손목을 꽉 잡고는 홍빈은 한참을 놓아주지 않았다. 점점 아파져오는 손목에 인상을 팍 쓰며 홍빈을 쳐다봤지만, 도저히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으니 미치고 팔짝 뛸지경이었다. 왜, 사람을 그런식으로 쳐다봐요…?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어트릴 홍빈의 눈을 바라보며 학연은 애써 웃어보였다. 자신의 손가락을 이용해 홍빈의 입꼬리를 올려주니 여태껏 참고 참았던 눈물이 그제서야 홍빈의 볼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홍빈의 눈물에 당황한 학연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만 있었다. 형-. 하며 안겨오는 홍빈을 학연은 떨쳐낼 수 없었다.
"갑자기, 왜 이래요"
"…"
"울지마요."
등을 쓸어내리는 손길에 한참을 울어댔던 홍빈은 정신이 돌아왔는지, 급하게 학연의 품에서 벗어났다. 아, 죄송합니다.
"…나 궁금한거 못 참는데, 안 말해줄거에요?"
"…"
"그렇게 계속 입 꾹 다물고 있으면, 답답한데…."
"…"
아무런 말없이 뒤돌아 멀어져가는 홍빈을 바라보며 학연은 마지막으로 소리쳤다. 이 말만은 꼭 해야될거 같아서….
"…근데 이상한게, 나는 왜 이리 그쪽이 익숙할까요?"
"…"
"분명히, 나는 그쪽을 한번도 본 적이 없는데, 참 이상하죠?"
끝까지 한번을 돌아보지 않는 홍빈이 야속했다. 무슨 말이라도 시원하게 해주면 좋을텐데. 여전히 입만 꾹 다물고 있는 홍빈이 학연은 계속해서 신경쓰였다. 학연은 이상하게 자꾸 홍빈이 마음에 거슬렸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다음 날.
딸랑-. 문 여는 소리에 손님을 맞이하려 숙였던 고개를 드니, 그토록 얘기한번 하고 싶었던 홍빈이 자신의 눈앞에 서있었다. 그런 홍빈에게 한번 웃어보이고는 이런저런 말을 걸어봐도 돌아오는 대답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자신만 자꾸 얘기하는거에 대해 심통이 난 학연은 입술을 툭 내밀고선 휙 고개를 다른곳으로 돌려버렸다. 그런 학연의 행동에 귀여워 홍빈은 자신도 모르게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홍빈의 웃음소리를 들은 학연은 돌려진 고개를 바로 하고는 홍빈을 쳐다봤다. 음…, 과일 주스. 주문을 끝낸 홍빈은 창가 자리쪽으로 가 앉았다. 앉자마자 홍빈의 눈은 분주하게 이리저리 움직이는 학연을 살피기 바빴다. 보기만 해도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손님 주문 하신…"
"제 이름 이홍빈이에요."
"네?"
"이홍빈, 기억해둬요."
"이홍빈, 기억해둬요."
"…아, 네."
해맑게 웃어보이는 학연이 예뻐보였다.
*
오늘도 어김없이 모든 알바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이었다. 누군가가 따라오는 느낌에 그냥 홍빈이겠지 하며 생각한 학연은 뒤돌지 않았다. 집 대문을 열려고 손을 뻗는 순간, 누군가가 학연의 어깨를 감싸안아왔다.
"…아, 놀래라."
"…"
"왜 자꾸 이래요, 사람 짜증나게."
"…"
"무슨 말이라도 좀 하던가."
깜깜한 어둠속에서 보이는거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두 눈을 찡그리며 보이지 않는 홍빈의 얼굴을 보려고 애썼다. 힘없이 축 처진 홍빈의 몸이 학연에게 또 한번 안겨들었다. 자신의 품을 파고들어오는 홍빈에 당황한 학연은 멍하니 가만히 서있기만 했다. 홍빈이 쓰고 있던 모자가 추락하고 보이지 않던 얼굴이 보이자 학연의 두 눈동자가 불안한듯 쉴새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 왜 이래요. 어디 다쳤어요?"
다정한 학연의 목소리에 홍빈은 두 눈을 깊게 감았다가 떴다. 자꾸만 감길려는 눈을 억지로 뜨며 마지막일 학연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함께했던 추억들이 머릿속으로 스쳐지나가며 마지막까지도 홍빈을 힘들게 했다. 학연은 상상치도 못한 홍빈의 모습에 경악을 하며 폰을 들어 119로 전화하려 했다. 하지만 막아오는 홍빈의 손길에 학연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불안에 떨고 있었다.
"많이 다쳤잖아, 어서 병원가야해요."
"…"
"이러다 그쪽 죽을수도 있다고요. 그러니까, 병원가요. 당장."
다시한번 누를려는 손길을 막아버린 홍빈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차학연, 차학연."
"…"
"어쩜 그렇게 똑같을수가 있어요, 사람 마음 아프게…"
"…그게, 도대체 무슨"
"사랑해요, 사랑해…"
눈물을 흘리며 병원에서 학연을 끌어안고 한참을 학연의 이름을 불러댔던 홍빈의 모습과 지금 그의 모습은 똑같았다. 힘없이 축 처져 있는 홍빈의 몸을 억지로 끌어안은채 엉엉 소리내며 울고 있는 그….
"…무슨 말이라도 좀 해봐요. 나 아직까지 궁금한게 너무 많은데."
"…"
"이렇게 가면 어떡해요."
홍빈의 얼굴을 쓸어내리는 학연의 손길에도 홍빈은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꼭 감은 두 눈위로 학연의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흰 셔츠에 스며드는 홍빈의 피에도 자꾸만 학연은 홍빈을 안으려 했다. 피범벅해진 손가를 내려다보며 울부짖었다. 듣기만 해도 아픈 울음소리가 한참을 울려퍼졌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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