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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뇽토리 팬픽입니다.
- 타연예인으로의 변경이나 커플 변경을 금합니다.
- 재밌게 읽어주세요.
- 읽으신 후 가능하면 감상을 남겨주셨으면 합니다.
  런투빅뱅 완결방의 이 팬픽이 올라온 게시글에 댓글, 혹은 쪽지 등으로 읽으신 후 소감이나 아쉬운 부분등 꼭 남겨주셨으면 합니다.
  후에 시즌 2를 쓰게되거나 다른 팬픽을 쓰게 될 때 참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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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연기] by 투더투더

왕따연기 01

19살.

드디어 고3이 된다.

그리고 이 일년만 버티면 내가 그토록 바랬던 연기자가 될 수 있담말이다!!!

나 이승현.

이미 2년전에 연기자 시험에 합격했다.

기획사에서도 날 간절히 원했었는데!!

평범하게 우리 가문의 회사를 이어 받길 바라던 엄마는 기획사를 찾아가서 결국 내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지... 흑.ㅠㅠ

이 귀한 아들을 두고 내기가 뭐냐구우~!

그 이후로 내게 mission이란 것이 생겼다!

고등학교 3년동안 엄마와 기획사가 공동으로 내는 주제에 맞는 학생이 되어보아라- 라는!

이 것만 mission clear 한다며언~ 20살 꽃다운 나이에 그리고 그리던 연기자가 될 수 있다~

흑- 나는 아역부터 하고 싶었다규.

왜, 왜, 왜!!! 엄마가 나서서 아들 앞길을 막는건데?!!

어쨌든 엄마에게 힘없는 아들일 뿐인 나는 그 후부터 내게 주어진 역할을 죽도록 열심히 수행했다.

1학년 땐 학교 수석의 모범생역할을 해야했다.

훗, 뭐 이런것 쯤이야-

(사실 밤을 지새우며 코피가 멈출날이 없는 하루하루를 보냈었다지;;)

2학년 땐 학교 짱의 역할.

어릴때부터 운동신경 하나는 끝내주는 나라서 1학년 때 보다는 수월하게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3학년이 되는데....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들어야 했다...... 두둥...!
 
"뭐, 뭐라구??! 엄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구우~!!"

"왜, 아들. 하기 싫으면 지금이라도 포기하던지~ 엄마는 대 환영이란다~! 호호호~"

"누가 안한대!!! 해, 한다구!! 까짓거! 왕따 역할 한다구!!"

"호호호, 그럼 수고해~ 이번엔 특~별히 엄마가 신경써서 뽑은 item 이니까 대충 넘길 생각하면 두고보자구, 사랑하는 아들~!"

"헉..."

"그리구 아들~ 기획사 쪽에서 널 못믿는지 왕따 분장해줄 코디를 제발 한 명만 붙이게 해달라고 사정 사정 하길래 

엄마의 넓은 아량으로 허락해줬으니깐 이따 만나보라구~ bye~! 아들~!"

뚝.

자기 할 말만 열심히 하고 끊는다....ㅜㅜ

이 맘쯤이면 이 생각이 안들 수가 없다.

과연 우리 엄마는 아들을 사랑하는 걸까.

아니야, 내가 아들이 맞긴 한거야?!!!

어디서 숨겨놓은 아들이 반짝 나타나는거 아냐, 이거?!!

으악!!!

항상 소리소문없이 날 전학시켜 친구 한명 연락도 안되게 하구.

이젠 학교에서 왕따까지이~

맘 넓은 내가 참자~!

또, 잘생기고.

또, 귀엽구우~

어휴, 게다가 머리도 좋네!

쌈질도 잘하잖아?!

돈도 많네.

못하는게 뭐니, 이승현.  난 네가 참 좋다. 캬하하하하.

"띵동~"

응?

이사온 집이라 올 사람이 없는데에~

"누구세요~"

"동영배. 나 코디."

아하, 왕따 분장 시켜줄 코디 등장이시구만...ㅜ

씁쓸하다아-

아무리 네가 용을 써봐라.

이 훤칠한 외모가 어디가나. 크크큭~

어디.....가...는구나.....

"이, 이, 이게 뭐야!!!!!!!"

동영배는 만족스런 웃음을 지어보였고.

거울안에 있는 건.....

누구야.

설마, 나 아...아...아니지?!!!!!!
내가 봐도 주먹을 불러일으킬만한 얼굴.

주근깨 투성이에.

머리엔 기름칠을 어쩜 그리 잘 했는지.

한 이주는 방치한 듯한 떡짐에.

교복은 무슨 1990년대 유행 힙합이냐규!!

헐랭헐랭하다.

아빠꺼 빌려 입은거 같어... 흐흡.ㅜㅜ

동영배, 넌 맘에 안들지만. 니 실력은 인정 안 할 수가 없구나...ㅠ

"야!! 동영배! 이정돈 너무 심하잖아!! 이렇게까지 안해도 충분히 왕따연기 잘 할 수 있거덩!!!"

"기획사에서 너 확실히 하래. 이번 일년만 버티면 된다구 니 인정사정 봐주지 말고 최~대한 더럽혀놓으랬어."

아쓉. 그 양현석인가 양갱인가 뭔가 하는 노무 사장. 제귈.

"아아아앙~ 영배야앙~! 구러면~ 나 요 머리만이라듀 감고가면 안될까앙? ^^*****"

내 초 필살기 애교 세트.!!

이거에 안넘어간 사람이 없다 이 말이다~! 움하하하. ㅋ

딱 한명... 우리 엄마 빼고...

움.... 표정을 보아하니 한 명 더 늘겠군아...

"아씨. 너 분장했을 땐 내 눈앞에 얼굴 들이대지마라. 오바이트 나와. 첫날이라 많이 봐준거라구. 자꾸 그러면 더 하는 수가 있어!"

"히끅.... 알겠어....ㅜ .... 근데 이 간지나는 교복은 모야아? 이건 내 대비용이군아?! 와아!!! 나 이거 입을래에~0.0"

 

"이건 내꺼."

 

"으엑? 너... 너도 가?"

 

"당연하지. 나 코디 겸 감시자. 큭 하하~"

 

이 놈 오늘 첨 보지만 불안해 죽겠다.

 

화창했던 이승현, 앞날이 씨커멓구나....ㅜ

 

드디어 고등학교 앞.

 

저 의리 없는 동영배는 내 감시자래놓구선 쪽팔리다고 저 멀리 뛰어갔다.

 

재섭써.

 

자신감 이승현. 이렇게 의기소침해지는건 정말 오랜만이다.

 

아니, 처음인듯.

 

그렇게 난 터벅터벅 교무실로 향했다.

 

 

 

 
왕따연기 02

 

 

 

안떨어지는 발걸음 진땀빼며 옮겼더니.

 

교무실까지 한 30분은 걸린 것 같다.

 

 

 

드르륵~!

 

 

학교가 왜이렇게 꼬라먹었어?!

 

문이 너무 시끄럽잖아!

 

시선 집중되게....ㅠ

 

사람들 눈에 띄는걸 무지하게 좋아했던 이승현인데 이제 자신감이 땅을 파고 들어가겠어 ... ㅠㅠ

 

 

오 마이 갓! 역시나...선생님들 눈초리가 말이 아니다.

 

역시- 선생님들은 모든 제자를 사랑하지 않았던 거야- 흡.ㅠㅠ

 

지들도 사람인데 얼굴 안가리겠냐규.

 

슬프지만 내가 선생이었어도 없는 잘못 만들어서 패주고 싶거덩. ㅠ

 

 

쭈뻣쭈뻣-

 

가장 가까이에 있는 쌤한테

 

"저... 전학..와.왔는데요.."

 

아싸, 그래 이승현. 니 연기력 죽지 않았구나. ㅋㅋㅋ

 

더듬는 말투- 완벽해 !

 

왕따의 기본이지. 캬캬~!

 

무쟈게 자뻑에 취해있을 무렵.

 

그 쌤은 화들짝 놀라더니 황급히 다른 사람을 가르키면서 저리 가란다ㅡㅡ;

 

지목당한 쌤 얼굴도 착찹한 표정.

 

아씨!!! 지네 얼굴은 잘난줄아냐~!! 지나가던 개가 비웃겠다, 흥!!

 

내가 무슨 좀비라도 되나고.

 

표정들 좀 펴시지요-?!

 

"아아하하하하;; 이.승.현. 맞니?"

 

제자 이름 좀 친근하게 불러줄 수 없습니까, 선.생.님.

 

"에.... 네.. 네."

 

 

날 멀리하는 선생님 덕분에 한 5m는 되는 거리를 유지하고 따라간 곳은 3학년 9반.

 

아직 밖에 있는 나를 벌써 소개중이신가보다.

 

"오늘은 전학생이 한 명 더 있었네요, 일년동안 함께할 친구니까 사이좋게 잘 지내세요."

 

그런 말 하시려면 선생님이 먼저 모범을 보이셔야지요 ㅡㅡ++

 

근데 한 명 더라니... 설마. 동영배 같은 반인가ㅡㅠ 하긴 감시하러 왔다니까 같은 반이겠지.

 

 

교실로 들어서려는데....

 

"와아아~!"

 

눈치없는 놈들의 환호소리...

 

왜이래, 이승현.

 

넌 멋진 놈이라규~! 자신감을 갖어!

 

미안하다 애덜아- 니들이 기대하는 전학생이 아니라서어~ 하하하하하하하하..호호호호..흐흐흐흐흐..흑흑흑ㅠㅠ

 

웃다가 흐느껴가며 억지로 들어서자마자.

 

교실에 정적이 흐른다.

 

어후! 더워.

 

"아...안.. 녕? 나는..이..이승.현..이라고..."

 

"아, 쒸펄. 입이 막혔나. 좀비같은 새끼가."

 

머, 머, 머, 머시라?!!

 

조..좀비...ㅡㅡ

 

일년 후에- 두고봅시다~?!

 

"저기 빈자리에 가서 앉으렴. 조회는 이만하고 수업준비들해라."

 

급 마무리하고 가버리는 선생님.

 

눈 앞에는 환하게 웃으며 아이들에 둘러쌓인 동영배.

 

아악!!!

 

약올라!!!

 

안돼겠다.

 

왕따하다 홧병으로 돌아가실지도 몰라.

 

black list라도 만들어야겠어ㅡㅡ!!

 

1번은 내 소개 망친 놈.

 

2번은 선생이 갖을 도덕성을 안갖은 담임.

 

그리고 동영배는 그래도 코디니까 10번에 해주지, 뭐. 캬캬~

 

어후! 좀 편해진다.

 


어쨌든 맨끝 비어있는 자리로 향했다.

 

'철푸덕-'

 

이..이게 뭔소리? 이. 온몸에 짜릿하게 전해오는 고통은 뭐?

 

"하하, 이 새끼야. 더러운 교복 내 가방에 훑고 지나다니지마. 역겨워."

 

이쯤되면 연기자 이승현으로서 참고 참고. 연기 돌입-

 

"흐윽. 흑- 아... 미..미안... 조심.할..게..히끅!"

 

"어우~ 미친 놈. 엎어져서 짜지말고 자리로 꺼져."

 

 

 

빛나는 연기 발하며 자리로 가는데.

 

 

"어우, 지용이한테 좀비 바이러스라도 옮기면 어떡해.ㅜㅠ"

 

"옮기기 전에 지용이한테 맞아죽을걸?"

 

"아우 근데 좀비 머리 좀 봐. 개기름 반짝 거린다."

 

"저 잠자리 안경이 더 토나와."

 

 


빠직ㅡㅡ+

 

저것들이 속삭이는 것도 아니고 아예 대놓고 저런다.

 

그래도 '여자는 보석처럼 아끼자'라는 내 신조가 있지 않는가!!

 

black list 행은 면해주겠어.

 

아,,, 내가 생각해도 너무 맘이 바다같은거 아니냐규!

 

아... 화창했던 시절 나의 lady 들이여... 보고시프이!

 

근데 지용이?

 

그게 누구지?

 

내 짝인가?

 

어디갔는지 조회시간부터 안보이는 걸 보니 날라린가봐ㅡㅡ

 

아, 이 반엔 착한애 좀 없나.....................ㅠ

 

첫교시 수학.

 

열내며 수업중인듯한데.

 

지겨워 죽겠다.

 

1학년때 코피쏟아가며 공부했던 것들이잖아, 다.

 

이 미션만 아니었어도 벌써 수능쳐서 대학 가고도 남았을거다.

 

졸려죽겠는데

 

왕따의 기본 그 두번째가 뭔가.

 

바로, 수업 시간에 절대 졸지 않기, 미치도록 집중하는 척 보여야해.

 

 

 

수업이 한창인데 문이 드르륵 열리고 터벅터벅 걸어와 내 옆자리에 툭하니 앉는 자식.

 

날 힐끗 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리고 턱을 괸다.

 

나쁜놈인줄 알았더니.

 

천사구나~!

 

얼굴도 잘생긴게~ 날 보고도 욕하지 않았어. 감동이...

 

헉!! 이승현 왜이렇게 불쌍해졌냐고.

 

처음 사람봤는데 욕하는게 이상한거지.

 

하지만..... 감동이다. 눈물나겠어 ㅋㅋ

 

 

"뭘 계속 꼬라봐. 좀비 새끼."

 

아, 씹할..

 

천사는 개뿔.

 

방금 했던 생각 다 취소다!

 

 

 

"오늘 9반에 전학생 두명 있다고 들었는데 둘이 나와서 이 문제 풀어봐."

 

더 어려운 문제 없숩니까.

 

암산이 다되네-

 

그나저나 저 동영배자식은 정말 맘에 안든다.

 

확 왕따연기 때려치고 기획사에 저 자식탓으로 몰아버릴까????

 


어쨌든.

 

분필들고 우물쭈물.

 

수업은 전교1등처럼 듣되 공부는 바닥을 기어라.

 

누가 봐도 깔볼만한.

 

아, 완벽해-

 

이런 무대는 너무 좁다구.

 

빨리 세계적인 무대에 서야한다구.

 

엄마 듣고 있습니까~~~~~

 

 

 


내 왕따 생활은 정말 완벽했다.

 

첫날은 그냥 할만하다 했는데

 

둘째날부터 본격적인 괴롭힘이 시작됐다지ㅡㅡ

 

툭하면 주먹이 날아오고.

 

매점 심부름은 기본이며,

 

덕분에 용돈은 바닥을 보이고.

 

듣도보도 못한 욕들이 귓가에서 떠날 날이 없었고...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너무 많아.ㅡㅠ

 

덕분에 black list를 적는 나의 수첩은 하루에 한장씩 넘어가고.

 

내 진짜 모습을 아는 유일한 영배랑은 둘도없는 베프가 됐다.

 

물론 집에서만.

 

여전히 그 자식은 치사하게도 학교에선 날 멀리한다.

 

인기관리라나 뭐라나.

 

왕따라도 친구 한 명쯤은 있어도 상관없는데, 흥!!!

 

역시 아직은 재섭써.

 

그게 내가 아직 니 이름을 수첩에서 지우지 못한 이유란다.

 

아, 이유가 또 있었지.

 

자꾸만 왕따 분장 item을 연구해서 만들어온다는거.

 

덕분에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더 괴기스러워져가-

 

 

 

 

 

 

 


 

왕따연기 03

 

 

 

 

 


"지용아아~"

 

"야야, 쥐새끼!"

 


ㅡㅡ 아우. 또왔다.

 

 

저 시끄러운 소음의 주인공은 누구시냐면.

 

무려 내 짝꿍 권지용님의 절친 되신단다.

 

아무리 친해도 그렇지 다른반인데 하루에 얼굴을 몇번이나 보는건지.

 

저 놈들만 오면 소음 데시벨이 하늘을 찌르는 것같아ㅜㅠ

 

 

'지용아아~~'하면서 짧은 두팔 쩌억 별려가며 방방 뛰는 저 모자란 애는 강대성이란다.

 

성격이 밝아서 구김없이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만

 

그저 모두 부정적으로만 보이는 요즘 나에겐 단지 오지랖일 뿐.

 

그래도 우리 지용이 드디어 짝생겼다면서 내게 가장 호의적인 태도와 많은 말을 걸어주는 놈이다.

 

미안하지만 난 그런 세계로 뻣는 오지랖 별로야-

 

 

그리구 그 옆에 항상 붙어서 쥐새끼를 연발하는 저 애는 최승현이란다.

 

나랑 이름이 같길래 매일 숙이고만 있어서 그대로 굳을 뻔한 고개 힘겹게 들어서 얼굴 한 번 힐끗봐줬었는데.

 

너도 out.

 

나보다 키크고 잘생긴 놈은 질색이다.

 

 

왕따생활하면서 귀만 더 밝아졌는지... 사실은 너무 심심해서 옅듣는 버릇이 생겨버린것 같아....ㅠㅠ

 

그래서 꼭 이 세사람이 내 베프인 양 거의 모든 신상정보와 어제 무슨일을 했고, 무슨 뻘짓을 하고 다녔는지 모르는게 없다.

 

은근 다들 의외로? 멍청한 짓을 많이 하고 다녀서 학교에 있는동안 나의 거의 유일하다고 할 수 있는 재밋거리라지~!! ㅎㅎㅎ

 

 

"승효나~ 승효나~ 최승효나~ 야이 씹! 개승효니, 짐승같은 놈!!!!!!!!!!!"

 

"야이...!!! 옆에 붙어있는데 몇번을 불러!!!! 우리 대성이 드뎌 미쳤구나~?!

 

 죵~ 권죵~ 쥐새꺄~ 야, 미친 땅콩만한 쥐새끼!!! 니가 요즘 상대 안해주니까 대성이가 나한테 대들자너어~!"

 

 

음... 내가 보기엔 둘다 똑.같.다.

 

제발 그 이름은 한 번 씩만 불러줄 수 없는거냐구!!

 

 

"흐그윽~ 승효나~ 지용이 요즘 너무 씹는다. 우리 지용이 오디 아푼고 아냐?"

 

하면서 대성이가 정말 울 것 같은 얼굴로 권지용 이마를 짚었다가 눈밑을 잡고 쭈욱 내려봤다가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보더니 

 

'흐음~'하며 한마디 한다.

 

"상사병나셨구만?!"

 

"으엑~?! 권죵아~ 왜, 요즘엔 걔 안와? 킥킥. 그러게 말이라도 걸어보라니깐 그렇게 튕기더니 바보같은 자식~ 키키키키킥킥킥!!!! 

아우 우리도 걔 얼굴 한 번 봐야되는데~ 히히"

 

"무슨 일 있나? 고3 올라와서는 한 번도 못봤어."

 

 

오우, 씨크하신 짝꿍님께서 상사병이란다.!! 크크큭!!

 

아 오랜만에 기분 좋아. !

 

니 불행은 곧 내 기쁨!

 

미안하다 지용아, 초콤만 웃을게~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띠리리리리~

 

어느새 점심시간 알리는 종소리~!

 

하지만 난 전혀 기쁘지가 않다.ㅠㅠ

 

점심시간이면 더 심해지는 괴롭힘.

 

ㅡㅡ++ 저 자식 종 울리자 마자 나한테 고개 돌리는 거 봐.

 

 

"야, 좀비! 매점가서 과자 좀 사와."

 

"아... 그...근데... 돈...."

 

"뭐? 돈? 심부름 한 두번 하냐? 썩은걸 쳐먹고 왔나. 튀어갔다와라아?!"

 

"아...알았...어..."

 

 

오랜만에 오늘 저녁엔 맛있는 것 좀 시켜먹으려고 아껴둔 피같은 내 돈 만원.ㅠㅠ

 

흐윽ㅠㅠ

 

내 꿈을 위해 투자한다 생각해야지.ㅠㅠ

 

눈물을 머금고 매점앞에 도착했는데 왠걸.

 

매점 리모델링이라니요.

 

학교 매점 꼬랐든, 깔끔하든 학생들 오는 건 똑같은데 무슨 리모델링이냐구우!!!!

 

 

할 수 없이 교문을 나서려는데.

 

 

허억~!!!!!!!!!

 

저거 뭐...뭐...야....

 

내 안경이 미치지 않았으면-

 

 

 

교문 앞 저 녀석은-... 두둥-! 김..종..현..

 

괘...괜찮아..~! 아무리 저 녀석이 눈치가 빨라도 분장한 건 못알아 볼거야...

 

삐질삐질 땀흘려가면서 최대한 교문 구석에 붙어서 한 걸음 한걸음~

 

아휴~! 이제 꽤 나온것 같아!!! 후우~!

 

 


"야야야, 거기~!"

 

흠칫!

 

헉...

 

뒤도 안돌아보고 걸음을 빨리하는데.

 

 

"야야, 들은거 다 알아! 좀비!"

 

ㅡㅡ+

빠직.

 

김종현 개쉐리.

 

 

할 수 없이 천천히 뒤를 돌아보는데 언제 내 앞까지 왔는지 눈이 마주쳤다.

 

 

"아.아..아... 나.. 불렀...어..?"

 

"응, 너."

 

 

다른 학교 교복입고 남의 학교에서 왜 얼쩡대냐구! 것도 이시간에.

 

막무가내 김종현, 아직 여전하구나?!

 

유일하게 보고싶지 않았던 놈.ㅡㅡ

 

고등학교 2학년 때 만난 친구였는데

 

친구로서 심하다 할 정도로 날 좋아하더니

 

 

결국 듣고 싶지 않았던 이 녀석의 고백을 들어야만 했었다는 슬픈 이야기가...흐윽~

 

정말 처절할 정도로 차줬음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무슨일 있었냐는듯 나타나서는 그때부턴 아예 대놓고 애정 공새를 해댔었다.

 

징그러운 놈.

 

 

 

"...할...말...있어?"

 

"음~ 이승현?"

 

 

헉.

이 자식 설마 나 알아본거야?!!!

 

넌 정말 날 끔찍이 진심으로 좋아하나보군하!!!!

 

은근 감동....

 

흠흠. 이럴때가 아니지.

 

 

"저...아...닌데요.. 잘 못 보신거...같..은..데......"

 

 

갑자기 무서워지는 저 놈 표정

 

삐질삐질- 눈치만 보고 있는데.

 

"장난쳐? 명찰에 이승현이라고 박혀있구만. 좀비랑 놀아줄 만큼 시간 남아도는 사람 아니거든. 

 

어쨌든. 물어볼게 있는데 말야. 혹시 삼학년에 이승현이라고 없어? 너 말고 잘생긴 애루다가."

 

 

ㅡㅡ 역시. 긴장했던 내가 멍충이다.

 

 

"저 밖에...없..는데요..."

 

"아씨!! 마지막 남은 학굔데 이 자식 어디로 간거야! 자퇴했나. 어쨌든 고맙다. 가던 길 가."

 

"네..."

 

 

무서운 자식.

 

나 찾겠다고 동네 고등학교 몽땅 뒤지고 다녔나보다.

 

오싹한게- 소름끼친다.;;

 

죽을 병 걸렸다고 편지라도 남기고 올걸 그랬나.;;

 

 

 


갑자기 나타난 김종현 때문에 점심시간 겨우 10분 남은 시간에 힘들게 사온 과자를 내밀었는데.

 

툭 하고 바닥으로 내팽겨처지더니 그 녀석 발에 눌려 펑 터져버리는-

 

내 자장면을 포기한 과잔데.

 

흐윽!

 

너 이자식 오늘부로 black list 1번이다. 내 배를 굶긴 죄에 내 자장면 값을 밟아버린 죄.

 

 

"과자를 만들어왔냐? 뭔짓했는지 몰라서 더러워서 못먹겠다, 좀비."

 

하더니 갑자기 그 큰 주먹에 나를 향해 힘을 싣는다.

 

살짝 요리조리 왠만큼 안아픈 곳만 골라서 주먹과 발길질에 갖다 댔다.

 

2학년때 쌈질하는 역할 안하고 이거 했음 나 벌써 하늘나라갔을지더 멀라.

 

한참을 맞고 있었는데 때마침 들어온 선생님 덕분에 멈춰졌다.

 

 


"학생, 괜찮아? 수업 신경쓰지 말고 빨리 양호실부터 갔다와."

 

"..네.."

 


행복해~!! 양호실은 무슨.

 

이 주먹 간지럽다, 간지러워.

 

주먹만 컸지 힘도 없는 새끼가.ㅡㅡ

(자뻑 이승현. 말은 이랬지만. 아무리 피해서 맞았어도 여기저기 쑤시고 아린걸. 남들 같으면 실려갈 정도로 맞아놓고 꼭 저런다. 자기 만족이라나. ㅋ)

 

안경다리가 부러졌는지 삐걱대는 것 같아 저기 구경중이신 우리 코디ㅡㅡ+ 영배한테 따라나오라는 눈짓을 보내곤 옥상으로 향했다.

 

나가면서 흐느껴주는 것도 잊지 않고.ㅋㅋㅋ

 

 

 

 


아~ 공기 좋아.

 

걸리적 거리는 안경을 옆에 벗어놓고 편하게 누웠다.

 

와아~ 행복해!! 눈을 감고 바람을 느껴본다.

 

살랑거리는 바람이 코끝을 건드려와

 


야하는데.

 

 

 

 

이노무 두꺼운 메이크업때문에 얼굴이 답답하기만하다.

 

아우씨.

 

 

 

 


'덜컹'

 

문열리는 듯한 소리.

 

영배가 왔나보다.


"동영배. 나 안경 나사 나갔나봐. 쪼여줘~"

 

 

"아..저..."

 

잘 들리지도 않는 목소리로 뭐라고 하려는듯 하는 영배를 무시하고.

 

 

 

"아 글구 영배야~^^* 나 방굼~ 과자사느라거 내 자장면값 다 써버려쏘! 이따가 저녁에 너가 맛있는거 사죠야대~ㅎ"

 

"..."

 

"대답안해?! 히끅... 사주기 싫다 요거지... 친구는 연기자 되겠다구 왕따연기 하느라거 얻어 터지고 있는데 구경만해놓구서는! 

 

두고바라~ 내가 연옌되면 너부터 쫓아내주마. 흥! 치사하고 더러워서 안먹는다! 글구 나중에 나 배우되면 너 코디로 쓸 맘 

 

눈꼽만큼도 없으니깐 나중에 써달라고 애원하기만해봐. 이승현 코디는 아무나 하는 줄 아나? 

 

뭐, 자장면 사준다고 약속만 하면 용서해주께~! 꺄~! 아니다. 탕수육도~!!"

 

 

"..."

 

 

"ㅡㅡ 됐다. 됐어. 빨리 안경이나 고쳐죠."

 

 

"..."

 

 

 

 

 


'덜컹'

 

 

"헉헉, 이승현 눈짓만하고 나가버리면 어디로 가는지 어케 아냐구!!! 양호실이랑 뒷뜰이랑 죄다 다 찾아 다니다 왔잖...아...."

 

 

 

 

 


...

정적....

 

 

 

 

동영배 지금들어온거야?

 

그럼 나 여태까지 누구랑 대화한거야ㅡㅡ;;

 

 

 

 

 

몸을 벌떡 일으키곤 손을 더듬어서 안경을 찾아 쓰는데...

 

흐릿했던 사람형상이 또렷하게 보여오기 시작한다.

 

 

 


저 멀리에는 당황한 듯한 동영배가 있었고.

 

 


요기에는 얼굴에 히죽~ 미소를 띄고 있는 ...

 

 

 

 

"이승현~ 아까 못알아봐서 미아안~!"

 

 

 

김..종..현...

 

 

 

 

오~! 마이~! 가뜨~!!!!!!!!!!!!!!!!

 

 

 

 

 

 

 


 

왕따연기 04

 

 

 

 

집에 돌아온 영배와 나.

 

 

"으아아아앙~!!"

 

"그러게 왜 혼자 누워서 쭝얼거려?! 진짜 왕따냐?!"

 

"훌쩍.. 나쁘으~은~ 놈~!!! 으아아아앙!!!"

 

"겨우 한 명 안건데 뭘그래. 너 좋아하는 애라며어! 그럼 비밀은 지켜주겠지~"

 

"그 자식은 약아먹어서 어떻게든 날 협박할게 분명해!! 왜 늦게 튀어 올라와서 난리야!! 다 니 탓이야! 흐엉!!!"

 

"음... 그래 다 내 탓하자!! 니가 좋아하는 자장면, 탕수육 다 사줄게~ 군만두도 추가~햇~! 캬캬."

 

"훌쩍. 저엉마알?"

 

"웅. 대신에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 힘든것도 아니구, 돈들어가는 것두 아니구~"

 

"머얏?! 역시 그런거였어. 왠일로 착한 일 좀 하나 했다. 머... 나 돈 쫌만 빌려죠. 그럼 들어줄게!"

 

"오케! 접수! 부탁이 뭐냐면... 이게 다 널 위한 거야. 호호"

 

 

하면서 방에 쪼로로 달려들어가더니 병 하나를 꺼내 들고 온다.

 

내 앞에 쓰윽 내밀더니.

 

 

"나도 나름 코디잖아. 니가 요즘 많이 힘든거 같아서~ 내가 널 위해서 며칠동안 고심해서 만든 향순데 이제 널 줄 때가 된 것 같아.^^"

 

병도 예쁘고.

 

며칠동안 고생해서 만들었다니..

 

날 생각하긴 하눈구나아~!

 

흐윽- 영배야. 감동했어, 나.ㅠㅠ

 

코디가 별에 별 재주가 다 있구나....!!

 

 

'치익-!'

 

기대에 찬 눈빛으로 나를 주시하는 영배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손목에 살짜꿍 뿌려주고 부비적 거리는데~

 

 

 

 

ㅡㅡ++ 우웩!!!

 

 

 

"너, 너, 너, 너!!! 내 코 썩으면 니가 책임 질거야? 질거냐규!!!!!"

 

쓰레기장 냄새ㅡㅡ;

 

"으- 효과 죽인다. 내가 만든거지만 자알~ 만들었네. 근데 좀 저리 좀 가서 얘기해."

 

"흐엉~ 분장 지우느라거 몇 십분을 씻고 나왔는데!! 또 씻어야 되잖아아아아앙 ㅠㅠ!! "

 

"종현인가 뭔가 하는 놈이 또 찾아오면.. 니가 아무리 좋아도 이런 냄새 풍기는데 가까이 오겠냐? 다 널 위한거라니깐?! 필요없음 말어!!! 이리내!"

 

 

흐음~

생각해보니까.

 

그럴듯한데?!

 

 

그 자식 당장 내일 또 갖잖은 오토바이 타고 교문에서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르는 일.

 

확실히 해둬서 나쁠건 없자노오?!

 

이왕 왕따 하는거 확실히 하자구!

 

 

"헤헤, 알아써^^ 미아안~ 우리 코디. 잘쓸궤 ㅎ"

 

 

하자마자.

 

눈을 반짝이는 이 자식.

 

역시 삐진. "척"!! 이었던 거야ㅡㅡ

 

나는 엄마 다음으로 얘가 너무 무섭돠 ㅡㅠ

 

 

"승효나~ 맘에 들어?"

 

베시시 웃으면서 물어보는데~ 얘도 은근 귀여운데가 있다니깐?!

 

"웅!*^^*"

 

 

그 때.

 

 

스윽~ 봉지하나를 뒤에서 끌어오더니.

 

 

"저기~ 이거눈~ 3일동안 밤새서 연구한 비듬대용가룬데...."

 

빠직!!!!

 

저 쬐끄만 쉐리가ㅡㅡ++

 

내 꾹꾹 참아뒀던 인내를 니가 드텨 터트려 주는구나.

 

너 오늘 죽어봐라!!!!

 

 

 

 

 


"아아아아악!!!!!!!!!!!!!"

 

그날 밤새 지속된 비명소리에 주민의 신고에 의해 경찰이 출동하는 헤프닝이 벌어졌다는 비화가....;;

 

 

 

 

 

 

 

 

갸웃, 갸웃.

 

힐끔거리면서 교문을 주시하는데.

 

어제 내 모습에 정이 뚝 떨어진건가?

 

당연히 있을 줄 알았는데~

 

종현이 자식이 없다!!!!

 

이게 왠일.

 

캬캬캬캬캬~ 이럴 줄 알았음 향수도 안뿌리고 오는건데~ 아우쒸~!

 

기분 좋게 교실로 들어서는데~

 

 

 

"야, 좀비!! 쓰레기장에서 뒹굴다 왔냐?"

 

"아우 쓉. 냄새땜에 머리아퍼. 으윽!!"

 

 

아이들의 온갖 비난을 들어가며 자리에 앉았다 ㅠㅠ

 

 

책상위에 팔을 올리고 고개를 묻고 있다가 살짝 옆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어랏?!

 

 

저거... 저거...

 

 

지용이 책상위에 뭔가 눈에 띄는게 있는데!!

 

몇 달전에 잃어버렸던 내 지갑 아니더냐!!

 

저걸 왜 저자식이 갖고 있어!!

 

아무리 좀 애가 사납다고 생각은 했어도~

 

소매치기까지론 안봤는데

 

저노무 자식 못된 노무 자식!!

 

그거 잃어버리고 내가 얼마나 가난한 생활을 했었눈데.. 훌쩍.

 

잡았다, 이 도둑놈.

 

아, 아직 그대로야~

 

엄마랑 기획사에서 만들어줬던 가짜 신분증도 그대로규~

 

에엑.

 

김종현이 억지로 껴놓은 나와 김종현 자식의 사진도 그대로구.

 

난 이 자식이랑 사진 찍은 적이 없는데.

 

무려. '합성' 이란걸 해서 만들어왔다ㅡㅡ

 

너의 열정 정말 대단해~

 

 

 

 

 

 


'퍽!'

 

 

 


머리가 갑자기 확 책상을 향해 충돌하는 이 느~낌~

 

손에 있던 지갑이 확 사라지는 느~낌~

 

 

 

아오.

 

머리아퍼..

 

"미친- 남의 물건 함부로 건드리고 지랄이야!!"

 

 

 

'퍽-!'

 

 

 

결국 의자에서 굴러 떨어졌다. 아야.... 아퍼...

 

 

 

"씨발. 그 더러운 손으로 한 번만 더 건드려봐."

 

 

 

'퍽-!'

 

 

 

열심히 아무도 모르게 피해서 맞고 있지만.

 

역시 소문이 사실이었나.

 

이 자식이 이 학교 짱이라는 것 같던데-

 

몸 놀림 부터가 다르다.

 

말은 거칠게 해도 몇 달이 지나도록 나를 때리거나 한 적은 없었는데.

 

게다가 요즘은 상사병이니 뭐니.

 

조용히 있더만.

 

왜 나한테 짜증이야?!!!

 

내 지갑 내가 만지겠다는데!! 이 도둑노옴~!!!

 

 

 

어우.

 

얘는 아파서 더 못 맞겠다.ㅡㅡ;

 

 

"후웁... 미..미..안... 내..거랑...비슷해..서...잘못..했어..흡.."

 

 

그래~ 이승현~ 연기 죽이고~

 

 

"제길-"

 

훌쩍거리는 날 보더니 더 때리기도 짜증났는지 훽하니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때부터였지- 권지용의 괴롭힘이 시작된건.

 

 

 

 

 

 

 

썰렁해진 교실에 조회를 위해 담임이 들어온 모양이다.

 

몸도 쑤시고 냄새때문에 머리도 아퍼와서 계속 머리를 박은채 잠에 들려던 중이었다.

 

 

 


"오늘 전학생이 한 명 왔어요. 들어와."

 

 

무슨 전학생들은 다 이 반으로만 오나.ㅡㅡ

 

이미 날 겪어서 인지 전학생이란 소리에도 쥐죽은 듯 하더니 성큼 성큼 누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자

 

 

 

"와아아!!!"

 

소리를 질러대는데-

 

아우 귀아퍼. 누군지 몰라도 분명 나보다 못난 놈일걸. 흥.

 

아니다. 여자 일 수도 있어.!!!!

 

여자? 여자?!!!! 이쁜 여자?!!!!

 

흠흠-!

 

고새 아팠던건 다 까먹고 고개를 획 들었는데.

 

 

 

"안녕~ 얘들아~! 김종현이라고해! 잘 지내보자~ 선생님, 저 저기 앉을게요."

 

 

 

ㅡㅡ

나... 소름끼쳐....뒷골이 오싹하다.....

 

 


내 뒷자리에 와서 앉더니

 

 

"이승현~ 반가워~ 잘 지내자~"

 

 

내가 추천하나 하겠는데...

 

너도 나랑 연기자해볼래?

 

너한텐 연기자의 끼가 흐르는 것 같아.... ㅡㅠ

 

 

 

"..으...응..."

 

 

떨떠름한 나한테 웃으면서 작게 속삭인다는 말이-

 

"너, 나랑 안 사귀면 다 까발린다. 대답은 방과후에~ 오케?"

 

ㅡㅡ+

 

그나저나 널위해 향수까지 뿌려줬는데 왜 효과가 없는거야!!

 

비위가 엄청 좋나...

 

 

 

 

나중에 알고 봤더니.

 

 

비염이란다ㅡㅡ

 

 

 

비듬대용가루라도 어떻게... 얻어볼까....

 

영배야- 연구 좀 더 해라-

 

 

 

 

 

 

 


왕따연기 05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시간은 왜이렇게 빨리 가는거냐구 ㅠ

 

방과후라고?

 

 

그래.. 이승현. 침착해져-

 

생각, 그래! 너도 생각이란걸 해보면 뭔가 답이 나올거야-!

 

 

사귀자고?

 

내 비밀을 가지고 협박하는거지 지금, 김종현 자식이?!

 

내가 그렇게 만만하냐!!

 

내가 자존심때문에라도 너랑 못사귀겠다! 아니, 안사겨!!!!

 

니가 나불거려봤자 아무도 믿어줄 사람 없거등-

 

너만 미친놈 취급받지, 뭐.

 

맘대로해라! 니 나풀거리는 주둥이 함 열어봐! 내가 꿈쩍하나!!!

 

 

 

.
.
.

 

 

 

(사실... 무섭다...ㅡㅠ)

 

미친 공룡자식...히끅 ㅠㅠ

 

 

 

 

 

 

 

 

 

쉬는시간-

 

어떻게든 종현이 자식을 피하기 위해 쉬는시간이 되면 교실을 뛰쳐나갔다.

 

 

 

길고 길었던 화학 시간이 끝나고-

 

살금살금 뒷자리에 앉아 졸고있는 종현이 옆을 지나가눈데에!!

 

 

번뜩!!

 

눈을 뜨는게 아닌가;;;

 

무슨 호러찍냐고!!!

 

 

다다다다다다-!

 

정말 무섭게 달려서 교실을 나서려는데에-

 

 

 

쿵-!

 

뒤로 자빠져버린 이 자세...

 

젠장-

 

엉덩이도 아푸구...

 

머리도 아푸구...

 

히익?!!

 

살짝 만져본 이마가 퉁퉁 부어있다.ㅡㅠ

 

어떤 새끼야?!

 

 

 


"씨발. 미친 좀비새끼가 아침부터 돌았나."

 

"아..저...저...그게....미안...해..."

 

나와 같은 자세로 바로 앞에 넘어져있던...

 

 

권지용...

 

아후.

 

나 얘한테는 미움받기 싫거덩!!

 

그래, 다 까놓고!!

 

아주 솔직히!!

 

얘는 맞아주기 넘 아푸다규....ㅜㅜㅜ

 

맞다가 나도 모르게 주먹 나갈지도 몰라-

 

 


일어서면서 교복을 탁탁 털더니, 이게 왠일?

 

앞으로 걸어서 내 앞에 떡! 오더니.

 

손을 내민다.

 

무...무섭게 왜이러냐....

 

손을 잡고 일어서면서 "고..마...워.." 하는데...

 

 

'퍽-!'

 

 

 

...ㅡㅡ^ 나 지금 또 엎어진거 맞지?!

 

개같은 권지용!!!

 

방심하고 맞은지라 입가가 보기 흉하게 툭 터졌다.

 

 

 

한 번 더 지용의 손이 위로 올라가고 눈을 질끈 감았는데-

 

 

 

아무런.. 느낌이 나지 않는다?

 

아- 쫄은거냐구. 이승현. 부끄러헝.ㅜ

 

눈을 살짝 떠보자 이건 무슨 상황인지-

 

 

종현이가 지용이의 팔을 꽉 잡고 히죽거린다.

 

 

"오랜만이네?"

 

응? 오랜만?

 

둘이 아는 사인가?

 

"... 너... 니가 왜 여기있어..."

 

라고 말하는 지용의 표정이 좋지않다. 당황한 듯한 표정?

 

어쨌든. 저 놈 표정이 어떻든 말든-

 

다 집어치우고-

 

다 상관없이-

 

김종현...

 

아- 나 감동먹었오 ㅡㅠ

 

백마탄 왕자님이 이런 느낌인가봐아아~ 멋..있..다..+_+

 

 

권지용 팔을 꽈악 잡고 있던 손을 거두고 내 팔을 잡아 일으키더니 터진 입가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니 못생긴 얼굴 더 못생겨지겠다- 양호실가자."

 

 

 

하면서 멍한 권지용 옆을 스쳐가다가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권지용을 향해서 무어라 속삭였다.

 

'내꺼엔 눈짓도 주지 말라고 했었지. 얘도 내꺼야'

 

 

 

그렇게 종현이에게 이끌려 교실을 나서고 있었다.

 

 

 

"어머, 종현이봐. 잘생긴 애가 너무 착하다."

 

자꾸만 내 귓가에 웅성거리며 멀어져가는 소리들..

 

착하긴 개뿔- 흥!

 

 

 

 

"야!!! 아퍼!! 좀 놔!!"

 

"..."

 

쳇- 저자식- 들은 체도 안한다ㅡ 어디서 본 건 많아가지고 다 따라하지 아주!

 

무지막지하게 끌려간 양호실.

 

그 날라리 같은 양호쌤은 오늘도 없다.

 

왕따 생활하면서 선생님들 등쌀에 못이겨 자주 왔었는데 얼굴을 본게 딱 두번있었다.

 

그 덕에 약 위치는 내가 다 꿰고 있었지-

 

어쩌면 그 선생보다 내가 더 잘 알지도 모르겠다.

 

양호실에 들어서자마자 입가에 바를 약을 꺼내기 위해 발걸음을 떼는데-

 

종현이가 날 놓아주지 않는다.

 

"아, 손을 놔줘야 약을 바르지!!"

 

짜증섞인 목소리로 톡 쏘아주었는데 종현이의 표정이 진지하다.

 

".... 너.. 이거 계속 해야되?"

 

진지하게 묻는 종현이를 애써 무시하면서 약을 찾아 꺼내며 퉁명스럽게 답했다.

 

".... 당연하지! 지금까지 한게 아까워서라도 계속해야겠다. 왜."

 

"너... 맞는거... 여기저기 갖잖은 애들이 너한테 욕하는것도... 너 무시하고, 너 괴롭히는것도- 보기 싫다. 내 맘이... 너무...아파..."

 

"그...그러게 누가 전학같은거 오래?!"

 

"그동안 니가 힘들었을 게 자꾸 상상되서... 너무 아파... 나 더 밀어내지마. 

그냥 너 힘든 동안, 삼학년 끝나는 동안만 니 옆에서 조금만 도와줄게. 더이상은 안바랄게. 

사귀자고 더이상 보채지도 않을게.. 그냥 너 이 일 끝날때까지 옆에 있게만 해줘.."

 

"..."

 

 

아무 대답이 없는 나를 조용히 응시하다 '후-'하고 한숨을 쉬더니 내 손에 쥐어진 약을 가져가 입가에 발라준다.

 

아플까봐 걱정이 되는지 약을 바르는 손길이 조심스러운게 느껴졌다.

 

 

 

 

따뜻하다-

 

권지용에 의한 상처를- 종현이가 치료해주고 있다-

 

 

종현은 약을 다 바른 손을 떼고 조용히 일어서더니 천천히 뒤돌아 양호실 문쪽을 향해 발을 떼었다.

 

"학교에서 나한테 신경 쓰지마. 내가 맞고 있어도 절대 오늘처럼 도와주는 오지랖도 다신 보고싶지 않아. 

나한테 웃어주지도 말고, 차라리 다른 애들처럼 욕해."

 

내 말에 잠시 가던 발걸음을 멈추더니 더이상 듣고 싶지 않았는지 빠르게 나가버렸다.

 

 

 

아~!

 

이게 아닌데!!!!

 

아직 말 안끝났는데!!

 

개쉐리- 말은 끝까지 듣고 나가야될거 아냐?!!

 

종현을 따라서 수업중이던 교실로 급하게 들어갔다.

 

 

내 자리에서 펜과 교과서, 연습장을 꺼내들고 엎어져 있는 종현이 옆자리에 앉아 연습장에 끄적거리기 시작하는데-

 

아씌- 근데 저 자식은 왜 계속 띠꺼워?

 

권지용- 아까 날 못때린게 분했는지 뒤로가 앉는 나를 계속 띠껍게 쳐다보더니 고개를 돌린다.

 

 

ㅡㅡ+ 짜증나.

 

 

어쨌든- 끄적끄적-

 

엎어져 있는 종현이 옆구리를 펜으로 꾸욱 눌러 연습장을 들이 밀었다.

 

 

 

 

'말은 끝까지 듣고가야지! 공룡아-

 

 학교에선 그렇게 해주는게 나 도와주는거라구.

 

 내가 무슨일을 당해도 맘으로만 생각해주고 슬퍼해줘.

 

 가까이 하지마.

 

 

 

 어디까지나 학교에선-

 

 마지막말은-

 

 

 

 

 

 

 


 우리 사귀자.'

 

 

 

 

 

 

 

 

 



 

왕따연기 06

 

 

 

1년동안 나만 바라보는게,

 

내 멋대로인 입 덕분에 들을거 못들을거 온갖 욕을 다 먹어도 실실거리며 다 견뎌주는게,

 

제 멋대로 사라진 나 찾겠다고 며칠을 동네방네 다니며 고생한게,

 

거의 찾아볼 수 없던 진지함으로 날 걱정해주는게...

 

 

 

너무 고맙고 너무 미안했었어-

 

매일 귀찮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이제와서 나 힘들때 도와주는 널 이렇게 다시 생각하는게-

 

어쩌면 너무 이기적인거 같은데-

 

.
.
.
.
.

 

근데 나 어떡하니-

 

 

 

벌써 내가 미쳤나 싶다ㅡㅠ

 

아악!!

 

이승현-

 

사랑에 그렇게 목말랐었냐규ㅡㅠ

 

맨날 얻어터지기만하다가 나 챙겨주는거에 또 감동먹어서뤼..

 

맘약한 이승현- 또 한 번 넘어갔구나-

 

 

그래, 그럼!!

 

뭐, 저 정도면 잘생겼지- (가끔보면 정말 공룡같지만)

 

뭐, 저 정도면 성격좋지- (내가 가장 싫어한다고 자부하던 오지랖이지만)

 

뭐, 저 정도면 머리좋지- (꼴지는 안하잖아?)

 

 

으우ㅡㅠ

 

억지로 짜맞추지 말자. 그냥 날 좋아하니까 된거야. 그래~ 그럼!

 

 

 

 

 

그 연습장을 보여주고나서 괜히 부끄러워서 바로 앞에 있던 내 자리로 돌아갔는데

 

그래- 그때까진 좋았다.

 

수업받는데 뒤통수가 왜이렇게 따갑던지-

 

권지용은 또 왜저러는지. 정확히 종현이가 권지용에게 뭔지 모를 말을 속닥였을 때. 그 때 그 표정으로 계속해서 날 쳐다본다.

 

아, 씹할!! 둘 다 그만 좀 쳐다보지이?!ㅡㅡ++

 

자꾸 날 보며 히죽거리는 종현이 자식때문에 정말 이대로 가다간 어쩌면 내 왕따 연기가 끝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뒤를 보고 무서운 눈빛을 하고 입모양으로 '학교'라고 뻥끗거려보이며 눈치를 줬다.

 

눈치하난 최고지-

 

고새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

 

으음~! 그래 좋다. 그것도 맘에 들어-

 

이제부터 좋은 걸 하나씩 찾아보면 되는거라규!! 아자아자, 화이링, 힘내자 이승현...

 

 

 

 

 

 


"띠리리리~"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또 다시 고개 돌리는 저 미.친.놈.

 

너 때문에 내가 점심을 못먹어서 야위고 있다규....ㅡㅠ

 

 

"야, 좀비. 매점가서 과자...."

 

 

"야! 씹할♡ 좀비 새끼! 미친놈- 따.라.나.와.-"

 

 

... 내가 그렇게 상관하지 말라고 했건만- 매점 심부름 빼내주려는 거지 저거?

 

좋아~ 나한테 욕하는 건 참아 줄 수 있는데!

 

..근데 나 그런 어색하고 사랑스러운 욕은 태어나서 처음 듣는다ㅡㅡ;

 

너 연기자 같이 해도 되겠다고 생각한거 취소다. 퉷퉷!

 

 

"아.. 저.. 저기..."

 

내가 우물쭈물 거리자 종현이가 나서서 한 마디 한다.

 

"미안한데- 얘 좀 데려갈게. 미친 놈이 잘 해줬더니 기어오르잖아- 과자는 내가 나중에 사줄게^^"

 

"아냐, 됐어. 어차피 사와도 안먹을거였어."

 

저 놈 내가 사오는 과자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맨날 밟아버리더니- 먹을 생각이 없었던거야?!

 

넌 수능 끝나자 마자 병원으로 실려갈 준비 하고 있어라ㅡㅡ+

 

 

 

 


어쨌든 종현이를 따라서 옥상까지 올라갔다.

 

 

 

"야, 이 미친!! 내 살다살다 그런 이쁜 욕은 첨 들어본다, 새꺄."

 

"그럼 어떡해~ 너랑 먹을라구 도시락 싸왔담말야앙~ 자기."

 

"........"

 

충격- 잊고 있었던 일을 또 생생하게 일깨워주는 자식-

 

아, 나 사귀고 있었지.

 

뭐라 할 수도 없구. 흐윽- ㅡㅠ

 

 

근데.. 뭐, 뭐? 도시락?

 

 

"+_+ 도....도시..락?? 쭁! 내가 이래서 널 좋아한다. 히히- 으엑?! 이고 너가 다 만든고얌? 히익~! 자기, 사랑해!!!"

(... 드디어 우리 승현이- 배고파서 제정신이 아닌가봐-;)

 

 

"아~"

 

"아~! 아앗! 입 터져서 아푸당...ㅡㅠ"

 

"알겠어, 작은 걸루~ 아~"

 

"아~"

 

 

 

'철커덩-'

 

 

 

....이 학교 옥상은 왜이렇게 찾는 사람이 많담말인가....

 

젠장- 또 권지용이다- 너랑 오늘은 인연인가봐- 하핫! ㅡㅠ

 

입벌린 채 굳어버린 우리를 쓰윽 보더니 "김종현, 미친 자식-" 하고는 다시 나가버리는데-

 

다행히, 날 의심하진 못하고 좀비자식 좋아하는 종현이만 미친 자식 된 듯. ㅋㅋ

 

난 죄없다?!

 

ㅋㅋㅋㅋ

 

 

 

 


오늘 하루 종일 종현이 때문에 어떻게 하루가 갔는지도 모르겠다.

 

쟤때문에 일이 더 생긴 것 같아.ㅡㅠ

 

그냥 괴롭힘 당하기만 하면 됐었는데... 이제 자꾸 끼어들려는 저 놈 한테 눈치까지 줘야되고.. 아후-

 

몸이 천근 만근-

 

수업 끝나고 힘들게 종현이 자식을 떼어놓고 집으로 돌아왔다.

 

 

 


"영배야-동영배~! 야!! 똥영배!!!"

 

"저.. 저기.. 오늘 너 나가서 놀다올래? 요즘 한 번도 못놀았잖아 ㅎ"

 

"ㅡㅡ+ 너 뭐 잘 못한거 있지. 맨날 들키면 어쩌냐구 안보내주더니 왜 이래?! 오늘 힘들거덩. 나 집에서 쉴거야"

 

"그..그게... 그럼 니 방에 박혀있어."

 

"야!!!! 뭔일 저질렀지, 너!! 거실에서 꼼짝도 안 할거니까 니가 쳐박혀있던 말던 맘대루해!!!"

 

 

 

 

'띵동-'

 

 

 

ㅡㅡ^


"누가 내 집에 손님 초대하래에?!"

 

 

삐질삐질 땀만 흘리는 영배-

 

전에 비듬가루 사건으로 한 번 훔씬 패준 이후로는 예전보단 내 말도 쬐에끄음 잘 듣고, 씨크하게 대하면 저렇게 삐질 거린다. ㅋㅋ

 

귀여워 ㅋㅋㅋㅋㅋㅋ

 

 

 


누구지.

 

누군가 들어오려는 거 같은데....

 

아.. 이거 불길하다-

 

 

문도 열기전부터 너무 시끄러운게-

 

 

음.... 많이 듣던 소음인데-

 

 

 

 

 


히익?! 설마?!

 


"야!! 누구야?!!"

 


"아, ...대성이랑 승현이랑 지용이...^^:;;; 하핫^^; 자꾸 오겠다고 난리를 치잖아아앙^^;;;;;;;;"

 

 

 

 


ㅡㅡ; 방으로 뛰어들어가려던 찰나... 문이 열리고 마구마구 들어오는 저 자식덜...

 

 

"용배야~! 우리 와떠!!!! 먹을것두 사왔돠!"

 

"야, 이 미친 대성이- 왜 친한 척이야? 울 용배는 나랑 더 친하거등~ 그치 영배야아?"

 

"최승현, 짐승!! 여기 영배가 나한테 알려준거거등! 너 나가!! 쥐새끼도 같이 나가!!"

 

 

.
.
.

 

시.끄.럽.다.

 

 

 

 

 

 

살금- 살금-

 

지네끼리 떠드느라거 나는 안중에도 안들어오는 모양이다. ㅋㅋ

 

거의 다 왔어!!

 

이제 문만 열면....

 

 

 

 

 

"영배야!!! 근데 저거 누규야??!! 친구랑 같이 살어엉?!!!!"

 

"안녕!! 나 최승현이야!!"

 

 

 

 

ㅡㅡ^ 동영배 개자식, 오늘 경찰 한 번 더 와도 난 모른다-

 

못알아보겠지? 몰알아볼거야.. 고럼고럼~!

 

 

 

 

"아핫^^;; 아.안녕..?"

 

 

 


뒤를 돌아보며 해맑게 인사해줬는데..

 


"와아~!! 디게 귀엽다!!!"

 

"잘생겼다, 잘생겼다!!!! 이름이 뭐야?"

 

 

 

 

역시... ㅋㅋㅋㅋㅋ

 

 


이 와중에도 저 씨크하신 권지용님은 멍한 얼굴로 인사 한 번 안한다.

 

분장 하나 안하나 어쩜 저렇게 똑같이 싸가지 없게 대할까, 권지용은?!

 

 


"쟤는 이승현이구... 고3때부터 같이 사는 친구."

 

빠직!

 

생각없는 동영배- 이름이라도 바꿔 말해야지ㅡㅡ

 

그래도 아무도 못알아보는 듯했다.

 

하긴 내가 봐도 딴사람 같거덩...

 

 

 

 

몇분이나 됐을까-

 

앉아서 사온 과자에 맥주 쬐끔씩 들이키고 있는데..

 

 

나 체할꼬가타-

 

권지용이 나만 쳐다봐-

 

 

 


"켁켁-!"

 

결국 목이 매여버렸는데-

 

 

 

 

'띵동-!'

 

아우씌- 저 자식은 도대체 몇명이나 초대한거야!!!

 

여기가 너네 집이야?!!!!!!!!

 

파티라도 열지 그랬냐-

 

 

 

"내가 열게"


도저히 권지용 눈빛을 참을 수가 없어서 문이라도 열어주러 나갔는데-

 

ㅡㅡ 눈빛이 고대로 내 움직임을 따라 다닌다ㅡㅡ

 

혹시.. 알아봤나....?;;

 

 

 

 

문이 열리고-

 

 

 


"자기!!!!!! 나 왔어!!!!!!"

 

 

 


허걱-

 

종...현...아;;;

 

 


들어와서는 집안을 두리번 두리번 하더니.

 

 


"어머, 우리 학교 애들 아냐. 나가서 놀자, 나가서!! 내가 저기 물 좋은데 알아~"

 


하자마자 강대성과 최승현은 벌떡 일어나더니 앞장을 섰고..(지들도 남자라고..ㅡㅡ)

 

일어설 생각을 안하는 권지용을 억지로 끌고 나가면서

 

 


"자기, 나 담에 올게~ 보고싶어도 참아~!!"


하면서 사라지는.....

 

 

 

 

 

 


** by 지용

 


이승현-

 


그 애를 처음 본건 고등학교 2학년때였다.

 

아는 형이 운영하는 곳이라서 자주 들리던 클럽이 있었는데 첫눈에 보고 반했었지-

 

약간은 쳐진 듯 귀여운 눈매와, 오똑한 코, 붉던 입술- 귀여운 얼굴에, 그 애가 한 번 웃으면 어둡던 클럽 안이 환해지기라도 하는 듯 했다.

 

그 애를 보기 위해 하루도 거르지 않고 클럽에 들러 눈으로 그녀석만 쫒고 있었지-

(둔팅이 같던 그 녀석은 그렇게 눈치를 줬건만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했었다. 알고는 있었을까? 그 클럽의 한 5분의 1 정도는 널 보러 왔었다는거-)

 

어느날 좀 많이 취했던지 지갑을 떨어뜨리고 사라져서 그 지갑을 들고 생각했었다.

(이 지갑 쟁취하는데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ㅡㅠ 이승현 추종자(?)같은 수많은 경쟁자들을 제치고 사투끝에 얻었다지..ㅜㅠ)

 

다음에 만날 땐 꼭 이걸 전해주면서 말을 걸어봐야지- 라고.

 

떨리는 맘을 단단히 먹고 다시 찾아간 클럽에는 오늘도 그 아이가 있었다.

 

그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는데...

 

나를 탁 막아버리는 사람이 있었지.

 

"할 말이 있는데... 잠시면 돼."

 

하던 그 사람을 따라 나왔는데.

 

"내꺼엔 눈길도 주지마. 니가 매일 바라보는 이승현. 넘보지 말라구."

 

김종현이었지....

 

 

 

그런 말 따위 상관하지 않았다.

 

단지 처음 갖는 이 심장의 저릿한 느낌을 그대로 두고 싶지 않아.

 

마음만이라도 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승현은 그 이후로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았고, 나는 버릇처럼 하루에 한 번은 클럽을 들러 그 녀석을 찾곤 했다.

 

나도 모르게 내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린 녀석...

 

그렇게 그리고 그렸는데....

 

대성이와 승현이에게 억지로 끌려오다시피 해서 오게된 집에서 우연히-

 

몇 달만에 그 녀석을 다시 볼 수 있었다.

 

 

 


여전..하구나...

 

여전히 귀엽고, 여전히 예쁘고, 여전히 해맑았다.

 

보고싶었어...승현아...

 

 


얼마나 바래왔던 날인데 오늘도 김종현이 나타났다.

 

항상그랬다.

 

내가 승현이를 볼 때면 항상 김종현이 그의 곁에 있었고, 승현이에게 다가가려 치면 항상 그가 날 막았다.

 

눈엣 가시같은 존재-

 

 

 

 

종현이는 승현일 바라보던 날보더니 급하게 끌고 나가려했지-

 

순순히 종현을 따라나섰다.

 

할 얘기가 많았거든.

 

 

 

 


그렇게 집에서 나온 넷은 엘레베이터를 타고 밑으로 내려왔고, 아파트를 조금 나와 그를 불렀다.

 

"야, 김종현."

 

냉랭한 내 말투에 시끄럽게 장난치던 승현과 대성이도 우리를 보며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너 지금 뭐하는 짓이야?"

 

"뭐가."

 

"이승현이랑 무슨 사이야-"

 

"사귀는 사이-"

 

"하- 그럼 다른 이승현은."

 

"사귀는 사이지-"

 

"미친새끼."

 

'퍽-!'

 

 

 

있는 힘껏 얼굴을 내리쳤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입가에 붉은 피가 번져갔다.

 

 

 

참을 수가 없었다.

 

내가 거의 1년을 바라보기만 했던 아인데... 너무 예뻐서 차마 더러운 내가 다가가기조차 걱정될 만큼-

 

그런데 저 녀석이 그 애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사람과 그 애를 두고 양다리를 걸친다는 건가?

 

 

갖잖아, 정말-

 

 

"왜, 니가 그렇게 쳐다만 보던 이승현, 내꺼인거 직접 눈으로 확인해서 충격인가? 내가 말했지. 내꺼니까 눈짓도 보내지 말라구- 이제 확실히 알았으면 니 마음에서 지워."

 

"... 이승현이 니 그 새끼랑 놀아나는거 알고도 가만히 있을 거 같아? 미친새끼."

 

"아하~ 어쩌나. 승현이도 아는 사실인데-"

 

 

"...개새끼. 꺼져."

 

 

 

 


투둑-

 

눈물이 쉴새없이 앞을 가로 막는다.

 

분명히 패자는 나였고, 나는 그를 부러워만 하는 입장이었으니까-

 

부정하고 싶었지만 사실이었다.

 

 

"지용아.. 니가 얘기했던 애가 오늘 본 이승현이야..?"

 

"휴- 아니다. 대답 안해도 되. 그냥 울어. 맘껏 울고 임자있는 새낀 지워버려."

 

항상 티격태격 하는 애들이었지만, 내 맘을 가장 잘 알아주고, 날 가장 생각해주는 친구들-

 

항상 고마운 녀석들-

 

 

 

 

 

 

 


**by 이승현


아, 두통-

 

어제 컨디션이 별로더니 결국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아악...ㅡㅠ

 

 

"영배야아~ 나 오늘만 그 향수 안뿌리면 안될까아?ㅡㅠ"

 

"응?"

 

"나 머리가 너무 아프...ㅡㅠ 그 냄새 맡으면 올라올거 가타...ㅡㅠ"

 

"오늘 하루만 쉴래? 얼굴도 안좋다. 학교에는 내가 말할게."

 

 

ㅋㅋ 역시 어제 애들 초대한 일로 쫌 손 좀 봐줬더니 사근사근하다 ㅋㅋ

 

귀여운 자식. ㅋㅋㅋ

 

아~! 인심썼다, 동영배.

 

black list에서 지워주겠어 ㅋㅋㅋ

 

 


"아... 나 개근이 조건이잖냐...ㅡㅡ; 하루라도 빠진거 알면 엄마한테 당장에 전화올걸...ㅡㅠ"

 

 

 

 


학교에 어떻게 도착했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냥 지끈거리기만 하던 머리에 점점 열도 나는것 같구...

 

 

아흑- 엄마한테 울면서 전화라더 해볼까아?!!!!

 

좋다- 감정잡고!

 

울준비 끝- 

 

번호를 꾸욱 꾸욱 누르고-

 

 

'띠리리리링~'

 

엇!! 받았다.

 

"흐윽- 어..엄마... 나... 흑..."

 

"아들~! 바쁘니까 끊어!"

 

뚜-뚜-뚜-뚜-

 

ㅡㅡ

 

 


기대한 내탓이오-

 

어지러워서 원망할 힘도 없군하-

 

 

 

 


소란스러운 아침 교실-

 

아침부터 최승현과 강대성은 남의 반에와서 썩은 얼굴하고 있는 권지용 기분을 풀어준답시고 재롱을 떨고 있었고-.

 

몇몇 남자아이들은 격투기 놀이를 한답시고 놀고 있었고-.

 

시끄러운데-

 

 

힘겹게 자리에 와서 앉았다.

 

 

좀 누워서 자면 나을것 같아서 고개를 묻고 엎어져 있었는데-

 

 

 


"킥킥- 야, 좀비! 격투기 놀이 좀 하자-"

 

씨발.

 

힘들게 잠에 빠지던 중이었는데 미친 놈이- 아침부터 건드린다.

 

"씹냐?! 고개 안 쳐들어?!"

 

 

 

 

뭐하는 짓-.

 

머리채가 잡힌채 고개가 휙하니 들린다.

 

ㅡㅡ++

 

찌릿-

 

 

 


헉. 나도 모르게 눈빛이 그만-

 

빨리 눈을 풀고 그 녀석의 손이 하는 대로 힘없이 일어섰다.

 

 

 

 


"헉- 대성아. 쟤 째리는거 봤어? 어우 무섭다."

 

"응? 몰라~ 캬캬캬캬캬~"

 

ㅡㅡ 안어울리게 눈치빠른 최승현하며, 지켜오던 이미지 고대로 멍충한거 티내는 강대성-

 

 

 

 

어쨌든 격투기는 무슨-

 

나갖고 패고 놀려는거지, 지금.

 

아 젠장- 오늘은 컨디션이 영 아니거든. 너네랑 놀아줄 힘이 없단다아-  ㅡㅠ

 

 

애절한 눈빛으로 종현이의 손길을 기다렸는데-

 

도움안되는 자식. 

 

필요할때는 없다.

 

 

지각인 모양인데...

 

 

 

 

'퍽-'

 

쉴새없이 주먹이 날아들고 발길질이 오는데, 최대한 피해서 맞고 있지만- 오늘은 너무 힘들다-

 

그렇게 한참을 맞고 있는데

 


오늘 아침에 아프다고 한게 걸리기라도 했는지 같은반되고 생전 처음으로 영배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지-

 

흑.. 눈물난다- 영배야ㅡ

 

 

주먹을 날리던 몇 명에게

 

"매점가자 애들아~ 오늘은 내가 쏠게~"

 

라며 데리고 매점으로 가줬다.

 

 

 

 

아... 교실에 앉아있기도 힘들것 같아-

 

쉴만한데 없나?

 

옥상도 맨날 누가 드나들구-

 

ㅡㅠ 더럽지만 화장실 변기뚜껑 위에라도ㅡㅠ

 

교실을 나서는데-

 

 

 

 


"대성아- 좀비 맞는거 봤어?"

 

"웅. 불쌍해ㅡㅜ 히끅ㅡㅜ"

 

"아니, 그런거 말구. 막. 안아픈데만 골라서 맞잖아. 몸놀리는거 못봤어?"

 

"캬캬캬캬캬캬캬!!!! 최승현 드뎌 미쳤구나. ㅋㅋㅋㅋㅋㅋ 맨날 맞기만하는 앤데 무슨 골라맞아. ㅋㅋㅋ 쌈 좀 하는 자식이 왜이래?! ㅋㅋㅋㅋ 멍충이 ㅋㅋ"

 

"움- 아닌데- 하여튼하여튼~"

 

 

 

 


최승현이랑 강대성이 좀비 어쩌구 한거 같은데.. 뭐라는거야-

 

아우, 신경쓰지 말자-

 

머리야-

 

 

 


화장실에 가서 잠시 앉아서 관자놀이를 꾸욱 누르고 있었다.

 

 

그때.

 

 

촤아악-

 

 

씨발!!!!!!!!!!!!! 개새끼!!!!!!!!!!!!

 

 

 

머리부터 발끝까지 물이 뚝뚝흘러-

 

 

비싼것 좀 쓰라니깐 말도 안듣더니 분장한 화장들은 얼룩덜룩 손에 묻어나오고-

 

아무래도 집에 가서 영배한테 연락해야겠다.

 

아... 추워....

 

 

 

 


집에 들어서서 영배번호를 꾸욱- 눌렀다.

 

'딸깍'

 

 

 

 

 

 

 

 

 

 

"띠리리리리~"

 

"승효나~ 저거 영배 전화다~"

 

"영배 매점갔는데~ 허걱 이거 이쁘뉘(이승현) 전환데?"

 

"오오~ 받아봐받아봐~ 어제 인사도 제대로 못했는데 인사도 할겸~"

 

"그럴까?

 

'딸깍'

 

"여보....."

 

"야, 나 분장 다 지워졌어. 수업듣지말고 지금 바로 집으로와."

 

'뚝-'

 

.
.
.
.
.

 

"왜 이렇게 빨리 끊어어~! 나도 인사할려구 했는데!!! 미친 짐승아!!"

 

"음... 이상한데-"

 

"왜? 승현이 아냐?"

 

"음... 맞는데... 목소리도 어제 그대로구... 어쨌든 지금 집으로 바로 오라는데?!"

 

"왜? 영배오라는거 아냐?"

 

"뭐, 어때. 우리도 이제 친군데- 나 수업듣기 시로~ 이쁘뉘 보러 가쟈~~~~"

 

"옥키!!"

 

 

 

 

 

 

 

 

 

 


 

왕따연기 07

 

 

 

 

 

**by 최승현

 

 

 


'띵동~ 띵동~!'

 

"..."

 

"뭐야, 아무도 없는거 아냐아?ㅡㅠ"

 

 

 

 

'덜컥-'

 

"승효나!!!! 문 열려 있다아~!!!"

 

 

 

 

 


"이쁘뉘~!!!!!!!!!!!!!!!!!!!!!!"

"승현아앙~!!!!!!!!!!!!!!!!!!!!"


.
.
.
.


"헉."

 

"이게 뭐야. 저 축축하게 바닥에 쓰러져 있는거... 저거... 뭐지..., 대성아...;"

 

"사람쓰러진거 아냐아?!! 누구지? 우선 침대로 옮기자!! 야, 짐승!! 힘 남아도는 니가 옮겨!"

 

 


급하게 거실 구석에 쓰러져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는데-

 

 

"아악!!!!!!!!!!!!"

"아악!!!!!!!!!!!"

 

"이... 이 사람.... 지용이네 반 좀비 아냐아?!!!"

 

";;;;;;;;; 얘가 왜 여깄지?"

 

"어쨌든... 빨리 침대로 옮겨!!!"

 

"사랑하는 대승아~ 니가 옮기면 안될까아?ㅡㅠ 나 은근 결벽증있다규ㅡㅠ"

 

"ㅡㅡ++ 그래두 오늘은 냄새는 안나잖냐-"

 

"아...알겠어ㅡㅠ 열 많이 나는거 같으니까 너눈 물이랑 수건이나 챙겨와~"

 

"웅~!!"

 

 

빠르게 안아들어 영배 방으로 향했다.

 

 

 

아ㅡㅡ 축축하고-

 

찝찝하고-

 

착한 내가 참자~!! 사람 하나 살린답시고!!

 

사내 새끼가 왜이렇게 가벼운지 꼭 여자 하나 들고 있는거 같아-

 

 

 

침대에 눕혔는데 많이 아픈지 신음소리를 낸다.

 

이마를 만져보니 불덩이 같이 뜨겁고-

 

 

"대승아!!! 얘 불덩이 같아!! 빨리 가져와!"

 

하며 대성이를 재촉하고는 손을 떼었는데-

 

 

 

아쒸!!

 

착한 짓 좀 하려고 했던 내 인내심을 다 없애주는군하-

 

이 꾸정물 뭐냐구ㅡㅡ^

 

더럽다, 더럽다 했지만- 이정도일 줄이야- ㅡㅠ

 

아픈애라 참는다, 내가... 흑...ㅜㅜ

 

 

 

 


응?

 

자세히 보니까 꾸정물이 아니다?

 

이게 모야!?

 

이거 화장품아냐?????!!!!!!!!

 

 

 

 

수건과 물을 가지고 들어오는 대성이에게서 수건에 물을 묻혀 휙 뺏아들었다.

 

 


쓱삭-쓱삭-

 

 

 

"야, 짐승!! 왜 아픈애 간호해주는 척 괴롭히냐!! 얼굴 닳겠다!!!"

 

"대...대성...아...  이것 좀 봐바..."

 

"응? 뭘? ...꺄악~!!!!!!!!!!!!!!!!!!!!!!!!!"

 

"이...이쁘뉘잖아...."

 

"헉- 부..분명히 좀비였눈데- 헐랭이 교복도 그대로구, 떡진 머리도 그대로구... 헉... 화장한거였어?! 그..그니까- 승현이가 우리반 좀비 승현이라구?!"

 

"...허고고곡-"

 

 

 

멍-

 

 


한 오분정도 서로 말이 없었다.

 

거의 패닉상태라고 해야할까?

 

도저히 머릿속에서 상황정리가 되질 않는데-

 

그러고보니 아침에 좀비.. 쫌 이상했다.

 

눈빛에서 안어울리게 포스가 느껴지는가하면, 맞는것도 뭔가 맞아주는듯한 느낌-

 

역시 싸움하면 알아주는 내가 잘못봤을리가 없었던거야!!!!!

 

그럼 도대체 왜!! 울 이뿌뉘가 그런 좀비짓을 하고 있냐구우~!!

 

내가 가진 상식선에선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군하!!

 

 

 


"하아-"

 

 

승현이의 신음소리에 한참 지속되던 정적이 깨졌다.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해서 승현이가 아픈걸 잊고 있었던ㅡㅡ;

 

 

"대성아, 우선 승현이 옷 젖었으니까 옷 좀 갈아입혀주고 자세한건 영배한테가서 물어보자."

 

"...아... 응!!"

 

 

 

이거 병원을 보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몸이 덜덜 떨리고, 온 몸에 열이 심하다.

 

대성이한테는 옷을 찾아오라고 시키고.

 

 

빠르게 교복 단추를 풀러 옷을 벗겨내는데-

 

 

 

 

 

화르륵~

 

어익후.

 

이게 뭐야.

 

그 말로만 듣던 씩스팩인가-

 

울 이뿌뉘 연약한 줄만 알았는데 몸도 좋아.+_+

 

게다가 자꾸 들려오는 신음소리-

 

미.치.겠.다.

 

나 변태 짐승 아니라규-

 

정신차려, 최승현!!!!!

 

 

 

 


빠르게 옷을 들고 후다닥 뛰어들어오는 대송이 덕분에 갈 곳 잃은 내 눈을 두고. ㅡㅠ ㅋㅋ

 

옷을 입혀준 뒤 아직 살짝 얼룩이 남은 얼굴을 깨끗이 닦아주었다.

 

 

아- 눈이 다 정화되는 느~낌~

 

맨날 저 시커먼 대성이 보다가 하얀 이뿌뉘 보니까 눈이 다 맑아지눈군하!!! ㅋㅋㅋ

 

 

 

 

 

"대성아, 승현이 수건 좀 다시 갈아주고 있어! 나 지용이한테 전화 좀 할게"

 

"응? 지용이는 왜?!"

 

"얌마. 영배한테 가보려면 누가 승현이 좀 봐줘야할거 아냐. 아픈 애 두고 혼자가리?"

 

"흠+_+ 하긴- 이런 기회를 놓치면 안도ㅑ지잉~! 아픈데 간호해주면서 사랑이 싹트는거라규. 히히히히~"

 


ㅡㅡ 저 대성이 자식. 항상 듣고싶은데로 바꿔듣지- ;; 이론만 빠삭한 자칭 연예박사라는 자식. 

 

어쨌든. 쟤 말도 일리있는 말인고가타. ㅋㅋㅋ

 

 

 

 

익숙한 번호를 누르고 귀에 가져다 대었다.

 

신호음이 몇차례 흐르더니 지용이 목소리가 들린다.

 

흐흐흐- 너 참 좋은 친구 뒀다.흐흐흐~ 캬캬. ㅋㅋ

 

 

 

 


"지용아!!"

 

"어후. 얌마. 귀아퍼. 조용히 말해!"

 

"나 지금 승현이 집이야."

 

"... 거긴 왜 갔어."

 

"그런건 나중에 물어보구~! 지금 우리가 어딜 가봐야되거덩. 승현이 혼자있는데. 이쁘뉘 열이 불덩이 같구. 많이 아프니까능 당장 튀어와라~!!"

 

"...."

 

 

 

 

 

 

"대쏭, 렛츠꼬우~! 컴언~요! 영배한테 꼬꼬꼬우~!!"

 

 

 

 

 


** by 지용

 

 

전화를 끊자마자 계속해서 달렸다.

 

중간에 약국에 들러 갖가지 종류의 약을 사들고 승현이가 있을 집 앞에 섰다.

 

 

 

하- 종현이를 보냈어야했나....

 

 

 

문앞에서 잠시 주춤하다가 안으로 들어섰다.

 

어디있는지 굳이 찾을 필요도 없었다.

 

불규칙한 숨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들어서자 침대에 누워있는 승현이가 보였다.

 

생각보다 심한 상태에 놀라 혼자 분주하게 움직였다.

 

입을 살짝 벌려서 해열제를 먹이고 계속해서 열이나는 얼굴을 닦아주었다.

 

몇시간이 지나자 열이 많이 내린 듯 해서 부엌을 뒤져서 죽을 끓였다.

 

 

 

배 많이 고플텐데... 쫌 괜찮아진거 같은데 깨워볼까?

 

 

 

살금살금 승현이 옆에 앉아서 깨우려다가-

 

또다시 그 귀여운 미모에 눈을 뺐겼다지-

 

자고있는 모습도 아기같아-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그대로 계속해서 조심스럽게-

 

붉은 입술 앞까지 다가갔다.

 

 

번뜩- 정신이 들고. 아픈애한테 뭐하는 짓인가. 혼자 자책하며 고개를 돌리려던 찰나.

 

 

"하아-"

 

 

얼굴에 닿아오는 승현이의 숨결과 신음소리에-

 

결국 본능을 억제하지 못하고 살며시 입술을 마주했다.

 

 

 

보드랍다-

 

할짝-

 

달콤한 그의 입술을 살짝 핥았다.

.
.
.

움찔-

 

 

순간 움찔하는 승현이를 느끼고 눈을 살짝 뜨고 승현이의 얼굴을 살폈는데.

 

 

 

 

 

 

오마이갓~!!

 

 

 


반짝반짝-

똘망똘망-

 

 

 

저.... 반짝 거리는 눈빛을 어떡하냐구우......ㅡㅠ

 

 


승현이는 날 보는게 겨우 두번짼데......;;

 

 

 

 

순간 경직된 몸을 일으키고

 

 

 

 

"미....미안....."

 

 

 

 

화끈거리는 얼굴을 돌리고 그대로 일어서서 집을 나섰다.

 

미쳤어, 미쳤어, 미쳤어, 권지용!!!!!!!!!!!!!!!!

 

 

 

 

 


**by 승리

 

 

물컹 물컹

보들 보들

 

갑자기-


끈적-

 


이....이게....뭐야....

 

이상한 느낌이 들면서 눈을 번쩍 떴는데-

 


꺄악~!!!!!!!!!!!!!!!!!

 

 

권지용?

 

 

 

 

잠에서 깬 날 보더니 놀라 얼굴이 빨개지면서 말을 더듬는게-

 


아~ 귀엽다. ㅋㅋ

 

처음보는 모습이었다.

 

매일 씨크하고, 무덤덤하고, 짜증쟁이인 권지용이었는데-

 

 

 

 

권지용이 뛰쳐나간 방에 홀로 앉아 상황정리를 해보자면-

 

영배한테 내가 분명 연락을 했고.

 

그리고 쓰러져버린것 같은데...ㅡㅜ

 

깔끔 미남으로 돌아온 걸 보니 영배가 왔다 가고, 권지용이 온듯한데-

 

 

 


계속해서 지용의 얼굴이 눈앞에 맴돈다.

 

잠시나마 느꼈던 그 입술의 촉감과 함께-

 

.

.

두근-

 

 

 

 

허걱!! 이승현, 왜이래!!

 

 

 


어쨌든.

 

훗~ 지금 권지용, 나한테 반한거야?

 

별것도 아닌 자슥~ 캬하하하하하하~!!!!

 

 

 


많이 나았지만 아직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 배고파...

 

아프면 조용히 아프기만 할 것이지. 이 노무 배에는 거지가 들었는지 아무 상황에서나 고픈지-

 

주머니에 몇 천원 집어넣고 죽이라도 사올 생각으로 집을 나섰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아파트를 나서려는데 아까 도망치듯 뛰쳐나가서 계속해서 여기에 있었는지 권지용과 마주쳤다.

 

자학이라도 하는 듯 문앞에 쭈그리고 앉아 고개를 묻고선 자기 머리를 쥐어밖았다 말았다- 말도 아니다.

 

그러다가 나를 보고는 또 놀래는 폼이 너무 웃기다.

 


"쿡-"

"아. 하하하하;;"

 


저 어색한 웃음 어쩔거냐구. ㅋㅋ

 


"아픈데.. 어디가?"

 

"아. 많이 나은거 같애. 죽이라도 좀 사오려구."

 

"죽?... 아.. 그거.. 아까 내가 너 잘 때 끓여놨는데..."

 

오우- 감동0_0

 

"정말? 고마워*^^* 그거 먹어야 겠다. 너도 같이 먹고 가~"

 

라고 말했지만- 사실 죽 데우기 귀찮아서 아픈 핑계로 권지용 좀 시켜먹어 보자는 생각이 컸었지-

 

"아니다. 죽 처음 끓여본거라... 그냥 저기 죽집 가서 사줄게. 그거 먹자."

 

"에이, 정성이 있는데~ 그러지 말고 빨리와."

 

 

 

 

집으로 올라와서 가만히 누워서 권지용이 차려오는 모양새만 쳐다보고 있었다.

 

쟤한테도 저런 모습이 있었구나...

 

쑥쓰럽게 수저를 내미는 걸 보고있다가 한 입 떠서 입안에 넣었는데

 

 

 


우엑-

 

죽은 못끓여도 맛은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었는데-

 

죽이 이렇게 맛없을 수도 있구나....ㅡㅡ;

 

 

 

 

차마 저렇게 기대하는 눈빛에다 찬물을 끼얹어주고 싶지가 않아서 입맛이 확 떨어진 입에 꾸역꾸역 밀어넣었다.ㅡㅠ

 

 

 

"저기- 승현아. 너한테 예전부터 주려고 했었던게 있는데... 이거-"

 

 

또 한숟갈 힘겹게 입에 담는 나에게 갑자기 뭔가 들이미는데-

 

헉. 이거 내 지갑!!!

 

반가워 해야 했는데-

 

이제 이걸 보면... 이거 좀 만졌다고 날 그렇게 패대던 권지용이 생각나서 그닥 반갑지도 않아져버린-

 

근데 이거 훔쳐간거 아니었나? 왜 다시 주지?

 

그냥 쳐다만 보고 있는 내게 또 다시 말을 건낸다.

 


"사실은- 너는 나 본지 얼마 안되지만.. 나는 너 2학년때부터 알고 있었다? 

 

아는 형이 하는 클럽이 있었는데- 가면 너가 있더라구... 너 보려구... 그 클럽에 하루도 빠짐없이 갔었어. 

 

어느날은 취했는지 지갑을 떨어뜨리고 갔는데... 이거 주면서 말이라도 걸어봐야지 했는데... 언제부턴가 보이질 않더라구..."

 

 

 

허걱- 설마 그 상사병 주인공이 나였어????!!

 

지금 이거 .. 고백하는건..가... 오노~! 안돼.!! 

 

 

더이상 같은 반 사람을 왕따 이승현이 아닌 나에게 가까이 해선 안될 것 같았다.

 

두려웠다. 몇 년을 지켜온 꿈을 이루지 못 할 까봐-

 

또 처음으로 보는 해맑은 네게 상처를 줄까봐-

 

 


더이상 듣고 싶지 않아-

 

그만-...

 

 


"더이상은 내 감정 숨기고 싶지 않아. 나 너 좋아해. 아니, 사랑해."

 

"...."

 

나에게 상처만 주던 권지용이 이제는 사랑을 말하고 있다.

 

 

 

'두근 두근-'

 

심장이 저려온다.

 

 

 

"너무 부담갖지마. 그냥 이 말 꼭 하고 싶었어... 

 

그리고.. 이런 말 하는게 주제넘어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종현이한테 휘둘리지마... 한 사람 심장을 다 갖어도 모자라는 그런 애라구, 너는... 

 

반밖에 안되는 그런 사랑 주는 자식 깨끗히 놔버리라구..."

 

 

왕따 이승현과 날 두고 하는 말이겠지-

 

어떡하니, 지용아-

 

니가 아는거랑 다르게-

 

종현이는 나란 사람한테 넘치는 사랑을 주거든.

 

그 애의 심장엔 나만 가득하거든.

 

나만 바라봐준 세월이 1년이 넘거든.

 

이제 겨우 눈길을 주는 나에게 내가 미안하리만큼 감사하고 있는 애거든.

 

이런 종현이 두고 흔들리려는 나.

 

 

 

그럼 안돼는거잖아-

 

아무리 못되고 이기적인 나라도, 이럼 안되는 거잖아.

 

미안하다...

 

 


"말 함부로하지마. 나, 종현이... 사랑해."

.
.
.

"... 아픈데... 이런 말 꺼내서 미안했다... 몸 조심하구... 가볼게..."

 


상처받은 눈빛-

 

그 눈빛을 남긴채 사라졌다.

 

조금 전 학교에서만해도 너무나 미운 놈이었는데-

 

그 녀석의 안타까운 모습에 맘이 너무 아프다.

 

이 변덕스러운 맘을 어쩌면 좋을까..

 

 

 

 


주르륵-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무슨 이유에서 흐르는 눈물인지 영문도 모른채.

 

그냥 그렇게....

 

 

 

 

 

**by 지용

 

김종현만 바라보는 니가 너무 밉다.

 

니 소중함도 모르는 놈-

 

그런 놈이 뭐가 좋다고...

 

 

 

니가 종현이가 좋다면-

 

종현이와 행복하다면-

 

종현이가 한 쪽을 정리할 수 있게 하면 되지 않을까.

 

종현이가 너만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줄게.

 

너의 행복을 위해서-

 

 

 

 

 


**by 승리

 

 

어젯 저녁부터 이상하더니 오늘 아침까지 영배가 자꾸 내 눈치를 보는게 수상하다.

 

 

 

"야! 왜 그래, 너?!"

 

"으응???"

 

"왜 자꾸 눈치보고 난리야?"

 

"내...내가?^^; 아무 일도 없지~^^;"

 

"그럼 힐끗 거리지 말고 빨리 분장이나 해엣! 지각한다구~!"

 

"아.. 다 됐어... 근데 승현아~ 이 비밀.. 종현이까지 포함해서 한 세명쯤은 알아도 상관없지 않을까아?"

 

"뭔 헛소리야?! ㅡㅡ++ 완벽해야한다구!! 절대, 네버!! 종현이는 이제 어쩔 수 없고. 끝날때까지 절대 없어야 되. 알겠어?!"

 

"아... 아.. 그렇지.. 그래야지^^;;; 하하하;;;"

 

"뭐야, 그 어색한 웃음 뭐야.. 누가 알았어?"

 

"무슨!! 야야. 늦겠다. 빨리 나가자!!"

 

"히익?! 나 먼저 나간다~!"

 

 

 


수업이고 뭐고 잘 들려오지도 않고 옆에 앉아있는 지용이 신경쓰여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종현이는 어제 학교에 조퇴한 내게 계속해서 걱정하는 눈빛을 쏘아대는데-

 

 

미안하지만- 신.경.꺼 주겠니-

 

 

 

그냥-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았다.

 

아무 신경도 안쓰고.

 

아무런 생각없이-

 

 

 

어제까지만해도 한없이 다정했던 권지용이

 

또다시 아무렇지도 않게 날 무시하는데-

 

그게 너무 아프다..

 

 

 

 

 


점심시간이 되고.

 

매일 매점 심부름을 시키던 그 놈은 이제 항상 종현이가 종 땡 치자마자 친한척 데리고 사라졌다 돌아온다.

 

 

 

지용이는 입맛이 없는지 자리에 그대로 앉아 대성이와 승현이만 기다리는 듯 했다.

 

삼삼오오 앉아 밥먹기를 시작하는 애들을 지나서 식판을 들고 내 자리로 향했다.

 

 

'퍽'

 

 

자리에 거의 다다랐는데 어떤 미.친.놈에 의해 발이 걸려 넘어졌는데-

 

 

 

"...씨발"

 

 

 

헉- 큰일이다;;

 

넘어지면서 들고 있던 식판이 떨어지고 앉아있던 지용이의 바지와 신발 여기저기에 묻어버렸다.

 

 

"저...저기... 미안...해...."

 

 

지용이의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지더니 금새 입꼬리가 올라간다.

 

 

소름끼쳐....

 

 

 

"씨발-

 

 

 

 

  핥아."

 

 

 

 

 

 

 

 

 

 

 

 



 

 

왕따연기 08

 

 

 

 

 

"씨발. 핥아."

 

 

 


예상치 못한 말에 내게 발을 건 놈도 놀란 얼굴이고, 밥을 먹던 아이들도 행동을 멈추고 조용히 이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몇 초 지나자 싸하던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고 금새 몇몇 아이들은 내 곁으로와 깐죽대며 구경하기 바빴다.

 

 

 

 

"크큭. 야, 좀비. 씨발. 못들어쳐먹었냐?!"

 

"꼴에 자존심은 있냐. 미친놈 ㅋㅋ"

 

"그러게, 밥을 엎어도 니 새끼한테 엎어야지. ㅋ"

 

 

이런 저런 말들이 주변에서 들려왔다.

 

 

 

그냥 이승현이라면 못했겠지만-

 

왕따 이승현이라면 자존심따위 버리고-

 

연기 연습이라는 일념하에-

 

꿈을 이루려면 독해져야한다는 생각으로-

 

이런 수모따위 별 것 아니었지만...

 

 

.....상대가 권지용이다.....

 

 

 

 

 

 


"종혀놔~ 빨리와~ 밥 다먹겠돠~"

 

오늘도 매점심부름의 주인공은 멀리에서부터 교실에 들릴정도로 시끄럽게 소리를 질러댄다.

 

 

 

 

 

 

아무런 미동도 없이 서 있는 나를 한참 무표정으로 쳐다보더니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자 갑자기 씨익 입꼬리를 올린다.

 

 

 

'퍽-'

 

"으윽-"

 

 

지용이 발을 들어 배를 강하게 내리 찼고, 그로인해 배를 살짝 움켜잡고 무릎이 꿇렸다.

 

 

"자세 하나하나도 도와줘야 하나?"

 

 

하더니 구경하던 아이에게 눈짓을 주자 뒤에서 누군가 등을 발로 꾸욱 누른다.

 

 

"마지막으로 말한다. 핥아."

 

 

 

눈을 질끈 감았다.

 

 

스스로 주문을 걸고, 또 걸었다.

 

왕따 이승현이 아닌, 이승현을 잊어버리자고-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승현과 권지용을 잊어버리자고-

 

단지 권지용은 처음부터 날 달가워하지 않았고, 날 괴롭히기만 하는 단지- 짝으로 얽매여 있는 관계일 뿐이다-

 

그 외에, 더이상은... 없다...-

 

 

 

고개를 숙였다.

 

바닥에 가까이 고개를 묻었다.

 

 

'할짝-'

 

 

미친- 씨발 새끼 권지용-

 

 

단지 이 상황때문이 아니다- 왜 인지 모르겠다. 그냥 순간 권지용이 원망스럽고- 권지용때문에, 강하던 이승현이 한없이 약해짐을 느꼈다...

 

 

 

 

 


"오래 기달룠지, 지용....... 헉...."

 

대성이의 목소리가 들렸고-

 

 

"야, 쥐새끼 담부터 니가 울반으로!!.....너....뭐....뭐하는...짓이야...."

 

최승현의 굵직한 목소리가 들렸고,

 

 

 

"배고파~아~~............."

 

종현이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대성이와 승현은 들어서자마자 빠르게 뛰어들어와 날 일으켜 세웠고

 

"권지용, 미친놈- 불쌍한 자식...."

 

이란 말과 동시에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의 권지용에게 주먹을 날렸다.

 

 

 

 

 

몸이 일으켜 세워짐과 동시에 강하게 먹었던 마음이 풀어지는 느낌이었고, 너무도 꾹꾹 담고 있던 눈물이 이젠 더 담을 곳이 없는지 흘러내리려했다.

 

빠르게 몸을 돌려 교실을 나섰다.

 

 

 

 

"스...승현아!!"

 

충격을 받은 듯 그 자리에 굳어버린 종현이 교실을 나서는 승현을 따라가려 몸을 돌리자 영배가 종현을 잡았다.

 

 

"지금은 내가 가는게 낫겠어-"

 

영배의 말에 알았다는 듯이 발길을 멈췄고, 영배가 승현이 사라진 곳으로 향했다.

 

 

 

 

**by 종현

 

 

최승현에게 손목을 잡힌채 나가던 권지용이 종현 앞을 스쳐 지나갔고, 종현은 똑똑히 들었다.

 

 

 

'이런 꼴 보기 싫으면 당장 헤어져.'

 

 

라고 속삭이는 것을-

 

 

 

입맛도 싹 가셨다.

 

그대로 자리로 돌아가 고개를 묻었다.

 

'나 때문이구나... 내가 괜히 너 도와주겠답시고... 힘들게만 하는구나...'

 

 

 

 

 

 

**by 영배

 

몇층 아래의 화장실로 들어서는 승현을 확인하고 빠르게 뛰어 뒤따라 들어갔다.

 

 

 

"끄윽- 우엑-"

 

천하에 이승현이 많이 비위 상했겠지-

 

먹은 것도 없을 텐데 억지로 속을 게워내고 있었다.

 

조용히 다가가 승현이의 등을 살짝 토닥여주었다.

 

 

 

한참을 날 쳐다보지도 않던 승현이는 이제 지쳐버렸는지 일어서서 고개를 숙인채 벽에 기대어 섰다.

 

 

 

 

"...영배야... 나... 이 일... 포기...할까...?"

 

"응?"

 

 

승현이에게 되물었다.

 

 

내 귀가 이상한건 아닌가-

 

그의 말을 못들어서도 아니었고. 단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자기가 하고싶은거 하나도 못하고, 하루하루 매일 치욕스러웠어도 끝까지 완벽을 이야기하며 포기 할 수 없다던 아이였는데-

 

오늘 같은 일이라면 그에게 있어 치욕스럽긴 했을테지만 예상 못했을 일은 아닌듯 싶다.

 

 

사실 지금 승현이가 이렇게 힘들어하는 것 조차 이해가 되질 않았다.

 

평소같으면 굳이 이런 일에 내가 따라오지 조차 않았을 것이다.

 

승현이는 강한 아이였고, 연기에 대한 욕심 또한 대단했으니까-

 

평소같았으면 집에서 내게 별에 별 욕을 섞어가며 화를 풀고 끝냈을 아이였으니까-

 

그런데 아까 교실을 나서는 승현이의 얼굴에 억지로 참고있는 눈물이 보여서, 혼자 놔둘수가 없었다.

 

승현이와 코디와 연기자라는 사이로, 또는 친한친구, 또는 룸메이트라는 관계로 그를 본 이후로 처음보는 모습이었으니까-

 

 

 

 

분명 다른 이유가 있어-

 

 

 

 

 

 

"들었으면서 다시 물어보지마, 새꺄- 입아퍼."

 

 

"... 지금까지 잘 참아왔잖아. 누가 뭐래도 네가 원해서 하던 일이었잖아."

 

 

"헤헤, 연기자- 그까짓거 해서 뭐하냐. 20살 되고 쬐끔 있음 아저씨지, 뭐. 군대도 가야되지- 연예인 그거 힘들기만 하다더라-"

 

 

"니 꿈이었잖아. 몇 년을 바라본 꿈."

 

 

"꿈이야 몇 번이고 바뀔 수 있는거지, 쨔샤. 난 뭐 애기때부터 연예인 한다고했겠냐? 요즘은 연예인도 별로래. 내가 모자란게 뭐가 있냐.

 

이 일 안하면 큰 기업 하나 물려주겠다는 엄마도 있지. 나 그거 물려받을 만한 머리는 된다? 연예인보다 이게 더 멋있지 않냐? 크큭."

 

 

"... 솔직히 말해-"

 

 

"하하, ... 흥미 없어졌거든."

 

 

"다시."

 

 

"... 이런 일 이제 지긋지긋하고, 비위상하고, 열받아."

 

 

"... 솔직히."

 

 

 

 

"... 권지용이... 좋아져버렸어.... 흡...흑..."

 

 

"..."

 

 

 

 

 

담담한 표정일 줄 알았던 승현이의 얼굴은 이미 눈물로 범벅이 되어있었고,

 

담담한 척하려던 그는 내게 속 마음을 고백해보이면서 서러운 눈물을 그대로 보여줬다.

 

승현이를 안아 토닥여주었다.

 

이제야 그의 말을 이해 할 수 있었다.

 

 

 


"흑... 영배야.... 영배야..."

 

"...응?"

 

 

 


자신의 가슴을 주먹을 쥐어 툭툭 쳐보인다.

 


"나.. 너무 아파... 가슴이 너무 저려...."

 

"미친놈-"

 

"권지용이... 한없이 다정하게 굴었던 녀석이... 하루아침에 날 비참하게 만드는데... 견디기 힘들다... 흡..흑... 하아-"

 

"니가 결정해라- 널 믿는다. 니가 연기자로서든, 내 친구로서든. 니 결정 믿고, 도와줄게-"

 

"큭... 영화찍냐. 너한테 멋진 대사 안어울리거든? ... 먼저 올라가... 나 쫌 이따가 바로 따라 올라갈게..."

 

 

 

 

 

 

**by 이승현

 

 

 


영배를 보내고 텅빈 학교 체육관에 앉아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영배가 믿어준다던 내 결정은- 도저히 답이 나오질 않았다.

 

 

어쩌면 내가 내린 결정을 나마저 후회할 지도 모르겠다.

 

 

 

그냥 마음이 가는대로-

 

마음이 시키는대로 몸을 움직였다.

 

 

내 마음은... 너무나 지쳐있었다....

 

 

 

 


핸드폰을 손에 쥐고 번호를 꾸욱 눌렀다.

 

 

"어머나, 아들~ 전화 잘했네. 저번에 아프다고 조퇴했던데 엄마가 몰랐을거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야. 호호호."

 

 

"... 엄마..."

 

 

"개근이 약속이었지? 뭐, 맘 넓은 마미가 아들 아팠다니까 한 번만 눈감아줄테니까 걱정 말어 아들~"

 

 

"아니...그럴 필요 없어....

 

 

             나... 그만 할래..."

 

 

 

 

 

 

 

 


 

 

왕따연기 09

 

 

 

 

 

 

 

"개근이 약속이었지? 뭐, 맘 넓은 마미가 아들 아팠다니까 한 번만 눈감아줄테니까 걱정 말어 아들~"

 

 

"아니...그럴 필요 없어....

 

         나... 그만 할래..."

 

 

 

 

 

 

 

"아들~! 정신 좀 차렸어? 호호호, 포기한다는 뜻이 무슨 뜻인 줄 알고 말하는 거지, 아들?!"

 

"회사... 물려받겠다고..."

 

 

"그리고?"

 

"..그리고...?"

 

 

"아들, 경영공부해야지~ 영국에서~"

 

"으..응?!!!"

 

 

"아참, 내일부터 학교 시험이라던데- 그건 마치고 오는게 낫겠지, 아들~?!

 

영국에서 공부 할 준비 마쳐놓고 아들 붙잡으러 갈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호호호호~"

 

"어...엄...마!!!!"

 

 

 

 

 

뚜뚜뚜뚜-

 

난 분명히 심각했는데-

 

뭔가 당했다- 란 느낌이 드는건 뭐냐구우~!!!!

 

 

 

 

영국이라니-

 

오히려 잘 된 일일지도 모르겠다.

 

권지용도 깨끗하게 잊어버리고-

 

미안한 마음만 앞서는 종현이 얼굴을 보지 않아도 될테니까-

 

 

아니다- 혹시 몰라.

 

종현이 자식 영국까지 쫓아올지ㅡㅡ;

 

여태까지 행동들을 종합해보자며언~ 그 놈은 그러고도 남을 놈이다.

 

 

 

 

 

 

떠날 생각을 하니 모든게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내일부터 시작해서 며칠있음 끝나게될 시험만 지나면 이 지긋지긋한 왕따 생활과도 안녕이고-

 

화려한 생활만이 펼쳐질 것이다-

 

빅토리 그룹 후계자로서의 멋진 생활말이다.

 

 

그렇지~ 그래, 이승현은 그런게 어울리지.

 

몰래 뒤에서 눈물이나 짜는 짝사랑은 안어울려-

 

이 귀티나는 얼굴 묻어두지 말고, 남들 시선 한 몸에 받아가며 즐겨야-

 

그게 이승현이지!

 

 

 

 

그나저나-

 

내게 며칠의 왕따 생활의 시간이 아직 남은 건-

 

오히려 잘 된 일인 듯 하다.

 

날 항상 지원해준 영배와.. 자꾸 망각하게 되지만 현재 사귀고 있는 종현이와.. 이별을 준비할 시간이 필요했다.

 

 

 

 

 

 

 

엄마와의 통화 후 갑자기 편안해진 마음에 체육관에서 잠시 쉰다는게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핸드폰을 보니 영배와 종현이로부터의 부재중 전화가 수십통이 와있었고, 문자 몇개가 남겨져 있었다.

 

 

 

 

 

 

[너 내일 시험이라 학교 일찍 끝나는거 알고는 있어? -영배-]

 

우씌-

이 쉑-

그런건 일찍 일찍 알려줘야지이-

 

 


[무슨 일 있는거 아니지? -종현-]

 

 

[전화 좀 받아라 제발- -종현-]

 

 

[도대체 어디있는거야? 종현이가 많이 찾더라. -영배-]

 

 

[너 믿는다- 바보같은 짓 하고 있는거 아니지? 보면 집으로 바로 기어들어와라. -영배-]

 

 

[혹시학교니지?학교면이ㅐ로당장도망가 -종현-]

 

 

 

 

 


응?

 

도망가라뉘.?

 

급히 쓴듯 엄청난 오타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다 통화버튼을 눌렀다.

 

 

 

 

 

 

 

 


*by 종현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를 것 같던 얼굴을 하고 나가던 승현이는 수업이 끝날때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가방을 매고, 승현이의 가방을 한 쪽 어깨에 맸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승현이가 자주 가던 옥상이나 뒷뜰, 양호실을 한참 찾아봤는데 보이지 않는다.

 

 

 

"아, 자주가던 클럽에 가볼까"

 

하고 발걸음을 돌려 교문을 나서려다가 운동장 건너 체육관이 눈에 들어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지막으로 그 곳을 향하는데-

 

 

 

 

 

 

 

"아니, 이게 누구야."

 

운동장 구석 외진 곳에서 누군가 말을 걸어왔고, 그에 이어서 여러명의 아이들이 우르르- 모습을 드러냈다.

 

 

 


아-

 

 


"아- 씨발."

 

"하하하. 오랜만에 만났는데 첫마디가 욕이면 쓰나-. 서운한데, 이거?! 크큭-."

 

 

 

 

이 학교로 전학오기전-

 

승현이가 학교 짱이었을 때였지-

 

이쁘장한 승현이가 만만해 보였던지 틈만나면 우리쪽을 노리곤 했었다.

 

 

이승현 그 자식이, 한 번 빡돌면 미친 개보다 무섭지.

 

무슨 일이었는지 기분 다운이던 승현이를 건들였다가 우리 쪽에 된통 깨졌었는데 그 때부터 우리를 목표로 벼르고 있었던 놈들이다.

 

 

 

 

 

"미친놈들."

 

"듣자 하니까 김종현이 이승현 찾아서 갔다는 소문이 있던데- 여기에 있을 줄은 몰랐네.

 

교복 입은거 보아하니 여기로 전학온 모양인데-잘됐네! 권지용 좀 보러 왔거든.

 

이승현이랑 너한테 갚아줄 것도 있겠다- 너랑 이승현 좀 밟아주면서 몸 좀 풀고 있어야 겠네. 크큭."

 

 

"그 시원찮은 주먹으로 아직 니 새끼가 똘마니들 끌고 다니는게 대단하네-"

 

"아, 씨발. 보자보자 했더니 기어올라?!!!!! 개새끼, 좋게 말할때 불어라. 이승현 어딨어."

 

 

"몰라. 갑자기 사라져서 소식도 없는 놈을 내가 무슨 재주로 찾아?!!"

 

"니 새끼가 변한게 하나도 없네. 쓸대없는 용기말야- 크큭- 니 새끼 지금 혼자라구."

 

 

 

 

'퍽-'

 

 

 

"으윽-"

 

 

 

말을 마치기 무섭게 종현의 복부를 걷어차고 종현의 어깨에서 가방을 뺐어 들어 옆의 아이에게 던지며 말했다.

 

 

 

"뒤져봐- 이승현이란 이름 나오나-"

 

"젠장-"

 

 

갑자기 가해진 충격에 웅크려졌던 몸을 펴고 자신을 향해 둘러싼 놈들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한 명 두 명..., 쓰러진 놈들은 티도 나지 않을 정도로 수가 너무 많았다.

 

 

 

"민석아- 이승현 이름 나왔다-"

 

 

젠장-

 

한 아이가 손을 높이 들어 승현이 지갑을 흔들어 보이며 외쳤다.

 

한 눈을 판 사이 주먹이 강하게 얼굴을 강타했고, 비릿한 피맛이 입안 가득 퍼져왔다.

 

빠르게 대 여섯명의 아이들이 몰려와 양팔을 강하게 붙잡았고, 발길질이 이어졌다.

 

 

 


"띠리리리리~"

 

 


"야, 김종현 주머니에 핸드폰 빼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옆 주머니를 뒤져 핸드폰을 빼 민석이에게로 향했고 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제발- 제발-

 

이승현만 아니기를-

 

 

 

 

 

 


'딸깍'

 

 

 

"종현아- 무슨일이야?"

 

"이승현-"

 

 

"...누구야."

 

"나? 훗.. 김민석."

 

 

"씨발- 종현이는."

 

"아이고. 이걸 어쩌나- 이승현 있는데 불랬더니 입다물다가 얼굴이 못쓰게됐네?! 크큭- 하하하하!!"

 

 

"미친 새끼- 어디야."

 

"너희 학교 운동장 뒤쪽."

 

 

 

 

 

 

 

 

*by 승리

 

 

 

 

젠장!!! 주먹하나 안뒤지던 애가 왜 얻어터지고 지랄이야!!!

 

 

 

체육관을 박차고 나와 빠르게 달렸다.

 

대충 눈짐작으로도 거의 백명은 되 보이는 무리가 눈에 들어왔다.

 

 

 

종현아...

 

 

 

 

"김종현!!"

 

 

 

운동장에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에 내 쪽으로 수많은 시선이 꽂혔고, 그 사이에서 김민석이 보였다.

 

 

여전히 재수없게 생겼어-

 

 

 

 

"넌 뭐야?! 씨발- 이승현은 안오고 미친 좀비같은 새끼가 어디서 깝쳐?!"

 

 

아.... 나 분장했지....;;

 

멋있게 김종현!! 외쳤는데-

 

ㅡㅡ; 젠장-

 

 

 

 

 

"미친 새끼- 승현이 안와."

 

"찌질하게 생긴게 입에 욕을 달면 쓰나-"

 

하더니 양옆에 아이들에게 눈짓을 보낸다.

 

 

 

 


아쒸...

어떡하지...

 

나 지금 왕따 이승현인데-

 

싸워? 맞아?

 

 

 


에라- 모르겠다.

 

포기하기로 한 마당에 맞을 필요가 뭐가 있어?!

 

 

 

 

 

한 명 한 명 차례로 앞에 쓰러뜨렸다.

 

웃고 있던 민석의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스쳐지나갔고,

 

 

 

"야! 씨발!! 한 번에 덤벼!!"

 

 

 

라며 민석이 소리치자 우르르 몰려들어 온다.

 

 

 

 

 

몇 십명을 쓰러뜨렸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덤벼오는 덕에 땀이 비오듯 했고, 점점 주먹에 힘이 실리지 않았다.

 

 

그때였다-

 

 

 

 

 

 

"김민석 미친새끼- 일대일로 붙자고 부르더니 애새끼들을 몇명이나 끌고 나온거야?! 자존심도 없는 새끼-"

 

"큭- 너도 저 꼴 나지 않으려면 무릎이나 꿇는게 좋을거야, 권지용."

 

 

 

 

쓰러져 있는 종현을 향해 눈짓을 하며 말하는 민석을 따라 시선을 돌리던 지용은 종현을 보고 놀란 얼굴을 해보였다.

 

 

 

 

 

 

 

 

'권지용'
'권지용'
'권지용'
.
.
.


권지용??

 

 

고개를 돌려 확인하려던 순간 주먹이 옆구리를 강타했고, 내 시선이 머무른 곳에는 정말로 권지용이 있었다.

 

 

순간 마주친 두 눈-

 

 

 

 

권지용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씨발- 김민석- 싸움도 못하는 저 새끼는 왜 패고 지랄이야?!!!! 나 보러 왔으면 조용히 할 일이나해. 괜한 사람 족치지 말고-"

 

"크큭- 이승현 불렀더니 저 새끼가 와서는 우리 애들 몇 십명을 이렇게 만들어놨는데- 받은건 돌려줘야지, 안그래?"

 

 

"뭐? 헛소리 지껄이지 마."

 

 

 

지용의 주먹이 들어올려졌다.

 

 

 

 

 

 


거기까지-

 

누군가에 의해 머리가 잡혀 고개가 올려졌고, 무차별적으로 주먹이 날아왔다.

 

더이상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그대로 맞고만 있었다.

 

 

왕따 생활을 한 탓인지 맷집이 좋아져 왠만큼 견딜만했다.

 

 

그러나 얼굴 여기저기가 터져있었고, 고인 침을 뱉자 피가 섞여나왔다.

 

더이상 반응하지 않는 날 건드렸다가 죽기라도 할거라고 생각했는지 그들은 권지용에게로 관심을 돌렸다.

 

 

 

 

 

 

 


한 모습, 한 장면씩-

 

꼭 만화책의 한 컷, 한 컷 처럼 머릿속에 박혀온다.

 

4일만 지나면 볼 수 없는 그-

 

 

 

 

 


두근-두근-

 


제길-

 

또 다시 그를 담으려는 눈길과, 뛰어오는 심장소리를.. 제어할 수가 없었다.

 

 

 

 

내가.. 너 많이 좋아하긴 하나보다... 권지용...

 

 

 

 

 

 

 


그도 많이 지쳤는지 한 대씩 맞고 있었고-

 

 

 


순간 권지용을 향해 뒤에서 각목을 들어올리던 아이를 발견하고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피곤함도 싹 가셨다.

 

 

각목을 들어올린 아이의 손목을 한손으로 잡아 제지하고,

 

그의 손목을 비틀었다.

 

"으윽-" 하는 신음소리가 들려왔고 그대로 명치를 발로 차 쓰러뜨렸다.

 

 

고개를 돌려 권지용을 확인하자 날 보고 있었는지 놀란 얼굴을 감추지 못했고-

 

 

 

 

아휴-

 

모르겠다. 이판 사판이다.-

 

 

 

권지용을 향해 붙어오는 아이들을 하나씩 제지하면서 권지용에게 말했다.

 

 

"최승현이랑 강대성한테 연락해. 머릿수도 거의 줄었으니까 둘으로 충분 할거야."

 

"...어? 으..응."

 

 

 

권지용의 연락을 받은 최승현과 강대성이 도착했고, 남은 일은 둘에게 맡겼다.

 

 

 

한숨을 돌린 권지용이

 

"저기 체육관에 들어가 있어. 종현이 좀 보내고 갈테니까-"

 

몸이 많이 지쳐있던 지라 고개를 끄덕여 보이곤 체육관으로 향했다.

 

 

 

 

 

 

 


*by 지용

 

 

바닥에 떨어져 있던 종현의 핸드폰을 주워들어 '승현'을 검색해 통화버튼을 눌렀다.

 

 

 

"띠리리리리~"

 

 

 

옆에서 시끄럽게 울리는 전화를 보고

 

'아.. 이건 우리반 이승현 번혼가...'

 

 

 

다시 전화부를 검색했다.

 

 

그러나 더 이상 승현이란 목록은 존재하지 않았고, 최근 통화목록등에도 방금 체육관으로 들어간 승현의 번호외엔 이승현의 번호를 찾을 수 없었다.

 

 

 

아- 씨.

 

 

 

 

 

 

"지용아아~ 괜찮아?!!!!"

 

"쥐새끼!!!!!!! 이런데를 혼자 오면 어떡해?!"

 

 

 

 

 

싸움을 끝냈는지 다가오는 대성이와 승현에게 종현을 맡기고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발에 걸리는 무언가-

 

자신이 며칠전에 승현에게 건냈던 지갑이었다...

 

 

 

 

 

뭐...지...?

 


이게 왜.. 여기 있어?

 

 

 

 

 

 

이상한 것 투성이었다.

 

종현이가 가지고 있던 건가..

 

 

 

 

 

 

그건 그렇다 쳐도 우리반 좀비 놈은 대체 뭐람말인가.

 

 


분명히 몸놀림이 한 두번 싸워본 솜씨가 아니었다.

 

매일 맞기만 하고 당하기만 하던 녀석이었는데-

 

심하게 더듬던 말투는 연기였던 듯이 전혀 더듬지 않고 내게 말을 건냈었다.

 

...

 

 

 

 

 

 


복잡한 머리를 두어번 세차게 흔들다가 체육관으로 향했다.

 

 

 

 

 

 

 


*by 승리

 

 


'덜컹-'

 

 


매트앞에 쓰러지듯 기대어서 열리는 문을 바라보았다.

 

조용히 다가와 옆에 털썩 기대어 앉았다.

 

 

 

"너... 뭐냐...?"

 

 

 

아흑-

 

어떡해, 어떡해?! 확 내가 이승현이다-

 

니가 좋아하는 이승현이다.

 

라고 말해버릴까-

 

 

 

 

하지만 용기가 나질 않는다.

 

어떡게 생각할지-

 

못생기고 더러운 왕따 이승현을-

 

 

 

 

"뭐...뭐...가...?"

 

"몰라서 물어? 아까 싸운거 말야. 한 두번 싸워본 솜씨가 아니던데-"

 

 

"아...아하^^;;; 그..그냥... 매일... 맞..다..보니까..."

 

"음.... 말은 왜 또 더듬어."

 

 

"나.. 어..원래..그..래.."

 

"흠.... 내가 예민했나.. 미친- 종현이 보고 빡쳐서 뛰어들었냐? 믿을만한 백 없으면 무모한 짓 하지마, 임마."

 

 

"아..응..."

 

하더니-

 

 

 

 

갑자기 내 앞으로 와 쪼그리고 앉더니-

 

어디서 구해왔는지 약을 꺼내 손에 쭈욱 짜서 터져버린 내 얼굴에 손을 댄다.

 

 

 

"아앗!"

 

"아, 씨. 움직이지마. 이건, 뭐. 각목 막아준 값이라구 해두자."

 

 

"..."

 

"크큭. 근데 너 내일 시험인데, 범생이가 뭐하는 짓이냐. 수업시간이고 쉬는시간이고 공부에 쳐박혀 살던 자식이-"

 

 

"아.. 아..^^; 괘..괜찮아..."

 

 

 

약을 바르던 지용의 손길이 멈춰지고 옆에 누워버린다.

 

...아쉽다...

 

 

 

 


눈을 감고 지용이 말했다.

 

 

 

 

 

"너... 종현이랑 헤어지면 안될까?"

 

"응?"

 

 

"종현이 좀... 놔주라... 부탁이다."

 

"..."

 

 

"내가... 좋아하는 녀석이 하나 있는데... 거의 2년을 짝사랑만 했어. 말도 걸기 힘들구.. 옷깃만 스쳐도 떨리는 그런 녀석인데...

나는 싫댄다... 종현이만 좋댄다... 종현이만.. 사랑한대.."

 

 

 

 

말을 잇는 지용의 감은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 내렸다.

 

가슴이 저릿해온다.

 

 

 

그게 아닌데... 그게 아니야...

 

권지용만 좋아서... 권지용만 사랑해서...

 

그래서 괴로워 죽을 것 같다구....

 

 

 

 

 

"힘들지만.. 잊어보려구.. 아니, 많이 잊었지.. 얼굴 안보고... 내 몸 바쁘게 움직이니까 그거 별로 어려운일도 아니더라...."

 

 

 

 

난 이렇게 힘든데..

 

나도 니 얼굴 안보면.. 잊을 수 있을까?

 

 

 

 

"근데 하나.. 그 자식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서.. 사랑 그거.. 혼자만 하는 느낌- 일방적인 사랑이란 그 느낌... 내가 해봐서 알거든.

 

내가 겪고 있어서.. 잘 알거든.. 너무 맘이 아픈 거란거..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해 지는 거란거..

 

그래서 그 애는- 그 애 사랑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아프지 말았으면 좋겠어.

 

그녀석은 아프거나- 괴롭지 않아야되. 웃는 모습이 너무 예쁘거든. 그 모습만은- 그 행복만은 지켜주고 싶거든-..

 

내가 못나서, 아무것도 해줄게 없어서. 그 하나라도 해주고 싶었는데..."

 

 

"종..현이랑.. 헤..어질거야... 4일쯤.. 후에.. 시험만 끝나면.. 그럼 나.. 머..멀리 떠나거든.."

 

 

 

"하- 미안하다."

 

"아냐.."

 

 

"그동안 괴롭혔던것도.. 미안하다.."

 

"..."

 

 

"너에대해서 나쁜 뜻은 없었어.. 그냥 이런 모습 보면 종현이가 널 포기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래서.. 크큭.. 나 참 이기적이지.?"

 

 

 

 

 

그 후로 한동안 서로 말이 없었다.

 

 

 

 

 

 

 

 

 

**by 지용

 

 

 

 

 

이 녀석과 툭 터놓고 말을 한게 이렇게 편할 줄 몰랐다.

 

 

 

눈을 감고 한참을 미동 없이 누워만있었다.

 

몸이 너무 지쳐있기도 했고, 오랜만에 느끼는 편안함에 이를 깨고싶지 않았다.

 

 

 

 

 

한참이 지나고 얼굴 위로 무언가 닿아오는 느낌이 들었다.

 

따끔따끔-

 

약을 발라주는 듯했다.

 

 

 

착하기만 한 놈-

 

맨날 괴롭히던 놈 약이나 발라주고 있고... 차라리 한 대 치고 도망이라도 갔으면.

 

 

 

그럼 내 맘이 좀 더 편할텐데-

 

 

 

 

 

얼굴위에 머물던 손길이 멀어지고...

 

 

 

아쉽다... 뭔지 모르겠지만... 아쉽다란 이 느낌은 뭘까...

 

 

 

 

 


몇 초의 정적이 흐른 뒤-

 

 

 

"지용아. 미안하다.. 내가 아무것도 해줄게 없어서, 니 앞에서 당당해질 수가 없어서. 미안하다-"

 

 

라는 조근조근한 말소리와 함께 발소리가 체육관 밖으로 멀어져 갔다.

 

 

 

 

 

 

 

 


젠장-

 

더듬는거.. 연기잖아..

 

내가 예민해서 잘못들었던게 아니었잖아..

 

제길- 도대체 뭐야?

 

 

 

 

 

 

 

 



 

 

 

 

왕따연기 10

 

 

 

 

 

 

 

 

**by 영배

 

 

 


부들부들부들~~~~

 

 

 

 


"스...승현아...."

 

 

 

싸우고 온듯 엉망인 승현이 바로 방으로 들어가자 걱정이 된 듯 영배가 따라 들어왔는데...

 

 

 

노트 한 권을 들고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다.

 

 

 

 

 

얘.... 진짜... 미친거 아냐?!!!

 

 

 

말걸기도 무서워.ㅜㅡ

 

 

동영배! 사나이 중의 사나이!! 용기를 내보자. !!

 

 

 

 

책상앞에 앉아있는 승현이의 어깨를 살포시 ..

 

 

잡지도... 못하고...

 

 

검지 손가락 하나를 뻗어 살짝 건드리자 마자-

 

 

고개를 획 하니 돌리더니 날 죽일 듯이 째려본다.

 

 

 

 


"아..아하..하..하^^;; 괘.. 괜찮아??^^;;;;;;;;;"

 

 

 

 

 


싸나이 동영배-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게 뭐냐고 묻는다면-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다.

 

 

 

이승현이라고ㅡㅠ

 

 

 

 

 

"아악!!! 동영배!!!! 나.. 나.. 쒸바- 시험끝나면 이 일 관두고 영국으로 가기로 했거덩?!!! 

 

조용히 맘 정리 좀 할까 해서 앉았는데!!!!  이것 좀 봐!!!! 이 개쉐리들이!!!! 넘 많자나!!!!!!!!!!"

 

 

 

 


결국 포기하기로 했구나...

 

 

라고 심각하게 생각하기도 전에-

 

 

이해 못 할 말을 계속해서 내뱉는 승현이를 한참이나 조용히 쳐다봤다.

 

 

 

 

 

 

"이...승현아- 너 나랑 내일 어디 좀 갈까?"

 

"뭐?! 어디!!"

 

 

"정신병원.   특별히 내가 쏜다."

 

"ㅡㅡ^ 이런!!!!! 씨퐐!!!!! 개영배놈아!!!!!!!"

 

 

하더니-

 

 

부들부들 들고있던 노트를 내 가슴에 명중시킨다.

 

 

 

 

 

아흑-

 

아퍼....ㅡㅠ

 

 

 

 

 

 

잉?

 

black list?

 

 

 

...헐.......

 

 


빼곡히 들어차 있는 이름들과 상세한 부가설명;;

 

 

so~ cooooooooooool 한 줄 알았는데에~

 

 

역시-

 

 

 

넌 내 기대 이상이군하- +_+

 

 

 

 

 

 

 

 


대충 쭈우욱 살펴보니 최다 등록자는 매점 심부름을 죽어라 시켜먹던 정민이와 권지용 정도 인듯...

 

 

 

 

 

허걱-

 

 

 


가끔가다 보이는-

 

 

동.영.배.

 

 

 

 

부가설명에 따르자면-

 


- 씨바- 애들한테 인기가 너무 많다.             ... 꼴뵈기싫다.

 

- 내 애교 3종 세트가 안통한다.

 

- 비듬대용가루를 쳐 만들어왔다.

 

- 이 놈이 빨리 옥상으로 안와서 종현이한테 들켰다. 종현이랑 쌰바쌰바 한거 아냐, 이거?!

 

- 또 안자고 뭔가 덜그럭 거린다. 이상한거 또 만들어오면 그 땐 이판사판이다.

 

- 얹혀사는 주제에 지네 집인 척한다.  언젠가 꼭 내쫓고 말테다.

 

 

.
.
.등등등....ㅡㅡ;;

 

 

 


헐....

 


너무한다, 이승현.

내 맘을 그렇게 몰라주냐. 히끅!ㅡㅠ

 

 


그래도 가끔씩 동영배라고 써놓았던 걸 펜으로 찍찍 그어놓은 것들도 눈에 들어왔다.


이걸로 감사해야하나...

 

 

 

 

 


무..섭..다..

 

 

 

 

 

 

"야, 코디! 내 결정 믿고 뭐든 도와주겠다고 했었지?! 그거 오늘밤 중으로 통계내놔. ㅎㅎㅎ

 

 씻고 나올궤 ♡"

 

 

 

 

 

 

 


*by 승리

 

 

 

 


"빨리해!! 시험 늦어!!"

 

"어차피 포기하기로 했다며! 무슨 분장이야! 그냥 쳐 가!!!"

 

 

"ㅡㅡ+ 권지용."

 

"그냥 확 까발려! 좋아한다. 내가 그 승현이다. 걔도 너 좋아한다며! 잘됐네!! 해피엔딩!! 사겨!!"

 

 

"... 종현이 .. 배신하기 싫다... 받은게 너무 많아-.. 차라리 그냥 조용히 혼자 떠나는게 나아-"

 

"미친- 맘에 없으면 종현이 그만 놔주는게, 그게 종현이한테도 잘하는 일이라구-"

 

 

"알아. 헤어질거야- 헤어질건데.....  종현이한테 아픔만 주고, 나만 행복하는건- 좀 이기적이잖아..."

 

"아휴!!! 답답하다, 답답해!! 바보, 멍충이, 이승현!!"

 

 

"나도 답답하다, 이자쉭아... 그래두  기왕이면 의리있는 멋진놈이라고 해두자구. 하하..."

 

 

 

 

 

 

 

하마터면 시험에 늦을 뻔 했다.

 

숨 돌릴 틈도 없이 앉아서 문제를 풀어나갔다.

 

 

 

첫 교시가 끝나고 두번째 시험 감독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아자~!

 

 


학교에서 무섭기로 소문난 학생주임 쌤.

 

 

 

 

나이쑤으~!!

 

 

 

 

 

 

 

영어 투성이인 시험지를 받아들고 빠르게 풀어나갔다.

 

한 15분쯤 지났으려나..

 

 

다풀었돠-

 

 

 

 


끼야~

 

이승현 천재냐고.캬캬캬캬 ㅋㅋㅋㅋ

 

한참을 자뻑에 빠져있다가-

 

 


가만히 의자에 앉아 20분쯤을 기다렸다.

 

 

 

그리고...

 

 

count down!

 

 


5...4...3...2...1...

 

 

 

"서....선..생..니..임..ㅠ"

 

 

울듯한 표정으로~!

 

오케~!

 

아놔. 이거- 연기 물올랐다.... 

 

 

 

 

"학생, 왜.?"

 


"..뒤..뒤에서 자꾸... 보..여..달라구...."

 

 

 

 

때마침 종소리가 울리고 주임쌤은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며 정민이가 쓰고있던 OMR 카드를 벅벅 찟어버리곤 교무실로 질질 끌고 갔다.

 


끌려가는 정민이의 눈초리를 살포시 무시해주고,

 

'헉!'하는 표정의 벙찐 영배도 살포시 무시해주고.

 

 

 

 

 


나 쫌...

 

살꼬가타-

 

 

 


맘 한 구석이 뻐엉~! 뚫리는 느~낌~!

 

 

 

 


그러게 지는 손이 없어, 발이 없어?! 매점은 니 새끼 발로 다녀오세요-

 

 

 

 

 

 

 

 

 

 

 

마지막 삼교시, 시험이 끝나는 종소리가 울리고 기분좋게 가방을 싸고 있는데에-

 


"야, 좀비 새끼. 돌았냐!?"

 


교실 뒷쪽에서 아까 끌려나갔던 정민이 인상을 있는대로 찌푸린채 버럭버럭 소리를 지른다.

 

 


"으....응?... 저.... 저기... 미..안.."

 

 

"씨발. 공부도 존나 못하는 새끼꺼 컨닝을 왜 해? 내가 또라이냐?! 개새끼-"

 

 

 


하며 주먹을 복부에 꽂아보인다.

 

 

 


"아악- 잘못..봤..나봐.. 미안해.. 흡..."

 

 

 

 

 


다시 주먹을 올리는 걸 보다가 고개를 그 애 가까이에 가져가 조용히 속삭였다.

 

"개새끼- 따라나와-"

 

라고.

 

 

 

 

기가막힌 표정을 한 정민을 뒤로한 채 눈물을 흩날려주고 교실을 나와 뒷뜰로 향했다.

 

 

 

 


다와서 뒤를 돌아보자 정민이가 열받은 얼굴을 해보이며 서있었고,

 

 

"야, 좀비. 방금 뭐라고 했냐?"

 

"아......."

 

"참, 나-"

 

하며 날아오는 정민의 주먹을 간단히 한 손으로 막아 세게 쥐고 살짝 비틀어 주고 말했다.

 

 

"개새끼, 따라나오라고 했었지, 아마?"   라고.

 

 

썩소라고 했던가-

 

일명- 썩소를 지어주고오~ 정강이를 세게 찼다.

 

괴로운듯 신음소리를 내며 무릎을 꿇는 정민이 옆구리를 강타했다.

 

 


"헤헤, 아후! 속이 다 후련하네! 

 

받은건 돌려줘야 인심이지, 안그래? 미안하게 됐네~ 받은건 많은데 이거 밖에 못해줘서. ㅋㅋ

 

왜 좀.비.놈. 한테 맞고 다니냐. 아우~ 쪽팔리는 새끼~ 더 쪽팔리기 싫으면 . 꺼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재빠르게 일어나 절룩거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사라진다.

 

 

 

나 너무 착한거 아니냐며-

 

이런걸... 그 .. 도덕책에서.. 관용이라고 하던가.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쓸데없는 생각에 빠져있다가 교실로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떼는데-

 

 

 

 

 


"하- 도대체, 너.... 뭐냐?!"

 

 

 

 

 

 

 

 

.............지..용..이??

 

 


 

 

 

 

 

 

 



 

 

 

 

왕따연기 11

 

 

 

 

 

 

 

**by 지용

 

 

 

 

아우..

 

어제 몇 대 맞은게.. 아직 좀 아려온다-.

 

아무리 싸움질만하고 다니고, 공부도 못하는 놈이라지만 시험에 빠질 순 없지~

 

만사가 귀찮다는 듯한 몸을 겨우 일으켜 학교에 도착했다.

 

 

 

 

 


근데- 저거 누구야...

 

 

 

 


시험을 위해 다섯 줄로 일렬로 늘어선 책상-

 

자신의 번호에 맞는 자리에 앉았는데, 대각선쪽으로 예상치 못했던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저거... 좀비 아냐?!

 

 

 

 

 

 

분명히 어제 나보다 먼저 민석이 패거리한테 맞기 시작했고,

 

대성이와 승현이에게 연락을 하라고 내게 시켜놓고는 그동안 내 앞에서 그 많은 주먹들을 다 감당하던 놈이었는데-.

 

 

등교하면서 '지금쯤 그 녀석.. 병원에 실려가 있으려나...'라고 생각했던거와 달리

 


내 눈앞에 보이는 녀석은 얼굴에 난 상처 몇군데를 빼면-, 너무나도 멀쩡했다...

 

 

 

 

갸우뚱-

 

 

 


확실히 어제부터 이상했던 녀석이기에, 

 

평소같으면 '그동안 애들한테 너무 많이 맞어서 맺집이 쎄졌나보지, 뭐.'

 

라며 넘길 일이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게다가 오늘은 뭔가 다른 날과 달랐다.

 

행동 하나하나 예전과 다른 것은 없었지만, 뭔가 풍기는 느낌이 다르달까-

 

어제 일이 머릿속에 박혀있는지라 내가 예민한 탓이겠지..했는데

 

 

 

녀석은 내가 의심을 풀 쯤, 또다시 내게 큰 호기심을 던져주었다.

 

 

 

 


컨닝도 안 한 놈을 컨닝했다며 고자질을 하질 않나..

 

(예전이었다면, 컨닝을 해도 조용히 입닫고 있었을텐데-)

 

 

 

 

 

내 호기심은 시험이 끝나고 더 극에 다달았다.

 

억울하게 잡혀갔던 정민이가 그 녀석에게 화가 많이 난 듯 교실에서 난리를 치고 있을 때였지-

 

 

꽤 가까운 곳에서 그 둘을 지켜보던 난...

 

 

 


분명히 들었다-.

 

 


아니, 사실. 조금의 짐작이었다- 입모양과 몇 몇 약간씩 들려오는 소리로 내 멋대로 조합한-.

 

 

 

'개새끼- 따라나와-'

 

라고 한 것 같은데-

 

기가막힌 표정의 정민이가 그를 따라 씩씩대며 교실을 나가는 것을 보고 내 짐작을 확신했다.

 

 

 

 

 

'이거- 재밌겠는데-?!'

 

 

 

 


풀리지 않는 커다란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조용히 정민의 뒤를 따랐고,

 

 

 


이승현은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어제의 더듬지 않던 말투로 다시 돌아와있었고, 주먹 또한 예사롭지 않았다.

 

 

 

 

 


교실에 가려는 듯 돌아서는 녀석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녀석의 길을 막고 물었다.

 

 

 

"하- 도대체, 너.... 뭐냐?!"

 

 


얼굴에 당황한 빛이 역력하더니 또다시 이젠 내게 통하지 않을 시치미를 떼보이는데-

 


"아...아.. 뭐..뭐..가? 하...하.."

 

 

 

 


아- 씨발-

 

얘는 나를 바보로 아는 것인가-

 

그 더듬는 연기에 내가 또 바보같이 속아 넘어가길 바라는 것인가-

 

 

 

 

 

 

"띠리리리리~"

 

 

 


그 때 주머니속의 핸드폰이 시끄럽게 울렸고, 액정을 확인하자 [짐승목소리] 란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핸드폰에 대고 신경질 섞인 목소리로 어디냐는 최승현에게 대답을 해주고 나서 끊고-


고개를 돌리자-

 

 

 


좀비 녀석이..없다..

 

 

 

 

 

 

아씨!! 궁금한건 못참는다고!!

 

 

 

 

 

 

 


빠르게 교실로 돌아왔지만 녀석의 가방은 이미 사라져 있었고,

 

모두 하교한 후의 교실에- 

 

대성이와 승현이만 날 반가고 있었다...

 

 

징그런 자식들-

 

 

 

우리는 삼총사라나 뭐라나-

 

꼭 집도 함께 가야한다며 매일 기다리고, 내 위치를 확인해대는데-

 

꼭 내 보호자 달고 다니는 듯한 느낌-

 

 

뭔가... 왠지 모르지만... 쪽.팔.리.다.

 

 

 

 

 

 

 


"뇽~!! 뭐하다 이제 와앙~!?"

 

"건방진 쥐새끼, 누가 전화를 그따구로 받어?! 싸가지없는 놈~!"

 

 


아.. 시끄럽다...

 

 

 

 

 

 


"야, 너네- 내가 재밌는 얘기해줄까?"

 


하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눈이 초롱초롱해진다.

 

 

"응응!!!"

 

"뭔데에~!?"

 

 

 


"우리반 좀비 있잖아. 걔 좀 이상해. 어제부터 하도 이상해서 아까 몰래 좀 뒤따라 갔었는데- 정민이 패고있는거 있지!!

아, 말 더듬는 것도 연기하는 거더라니까?!"

 

 


한창 신나서 주저리 주저리 얘기하고 있었는데-

 

 

 


뭐지, 이녀석들.

 

리엑션 최고를 자부하던 놈들이 반응이 없어서 얼굴을 봤는데-

 

뭔가 사색이 된 듯 한 느낌?!

 

 


뭐... 뭐야...

 

 

 

 

 


'좀비가 좀비가 아니었나보다-'

 


이게 쫌 소름끼치는 얘기일만도 한가...

 

 

 

 


"너네.. 왜 그래? 듣고는 있는거야?"

 


재미없는 반응에 얘기를 중단하고 되묻자 서로 심각한 표정을 하더니 승현이 내게 말을 건낸다.

 

 

 

 

"지용아. 놀라지 말고 들어. 사실...."

 

 

 

 

 


"야!! 최승현!! 안돼! 영배가 절대 비밀이라고 했담말야!! 입싼 짐승놈아!!"

 

하면서 대성이가 말을 가로챈다.

 

 


"야, 강대성. 지금 그게 중요해? 지금 지용이 말하는거 보면 몰라? 어차피 이 비밀도 금방 들통난다구!!"

 

"그래두... 2년이 넘도록 고생한거라며... 어떻게 그걸 우리가 함부로 말해..."

 

 

"그게 3년이 다 되갈때 밝혀지든, 지금 밝혀지든 똑같잖아. 오히려 더 길어지면 걔만 개고생하는 거라구."

 

"아악!!! 모르겠다!!! 하나도 모르겠다!!!"

 

 


....

 

 


이 자식들이 나를 앞에 세워두곤 지네끼리 비밀 어쩌구 하는데-

 

ㅡㅡ; 나 왕따야? 왜 나만 몰라.

 

삼총사 어쩌구 하더니- 나한테 비밀이 있었던거야?!

 

 

 

 


"야. 뭐야. 빨리 말해봐!!"

 

결국 못참고 둘에게 소리쳤다.

 

 


둘은 또다시 한참이나 날 바라봤고,

 

대성이는 착찹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버렸고,

 

승현이 입을 열었다.

 

 

 

"권지용. 절대. 놀라거나. 좌절하거나. 방황하거나. 그럼 안돼. 응?"

 

"아우. 그래. 그래.!"

 

 

"있지....

 

너네반 왕따 이승현말야..

 

 

 

 


니가 좋아하는 이승현이다."

 

 

 

".......... 무슨... 소리야?"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았다.

 

원래 말을 좀 빙구같이 하는 승현이기에- 더욱더.

 

 

 


"아씨-. 그니까! 너가 좋아하는 이승현이 왕따 분장하고 연기하는게 너네반 왕따 이승현이라고!!!"

 

"....마..말도안돼."

 

 

 


멍한 나를 바라보더니 이번엔 대성이가 와서 사정을 설명했다.

 

연예인이 되려는데 이 연기를 확실히 해야 연예인이 될 수 있다는둥-

 

도대체 뭐가 뭔지-.

 

 

 

 

 

 

우리반 왕따 이승현이 이상하다-

 

 

 

 

 

 

젠장-....

 


재밌는 일인 줄 알았는데-

 

 

아주 괴로운 일이 되버렸다-.

 

 

 

 

 

 

......믿을 수 없어......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계속해서 뛰었다.

 

숨이 가빠져오고, 다리에 힘이 풀려와도-

 

억지로 젖먹던 힘까지- 계속해서 뛰었다.

 

 

 

뛰는 동안에도 머릿속이 복잡했다.

 

 

한없이 귀엽던 이승현의 모습과-


내가- 권지용이 욕하고 때리던 이승현의 모습이

 

 

 

자꾸만 겹쳐져왔다.

 

 

 

 

 

 

 


혹시나.


정말, 만약에.


이게 사실이라면-

 

 

 

 


그땐 나 어떡하지....?

 

 

 


니 얼굴을 내가 어떻게 봐.

 

난 왜이렇게 못난 짓만 하는 걸까.

 

 

 


정말 이게- 사실이라면........

 

 

 

 

이승현- 하- 정말 이기적이다-

 

꿈뻑 속는 나 보고.. 재밌었어...?

 

 

 

 

 

 

 


영배의 집 앞에서 초인종에 손을 올렸다가, 땠다가..

 

도저히 누를 용기가 나질 않았다.

 

 

 


결과를 알 수 없기에-

 

그들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모르기에-

 

 

 

 

"후우-"

 

심호흡을 한 번 하고선 초인종을 눌렀고, 영배가 문을 열어주었다.

 

 


"어? 왠일이야, 지용아?"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는 영배가 보였고,

 

그 뒤로 방금 씻고나온 듯이 머리를 수건으로 탁탁 털어보이는 승현이가 보였다.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도 내 심장은 그를 향해 반응했다-.

 

 

 

 

 

 

"이승현."

 

그를 부르자 고개를 갸웃- 하더니 내 앞으로 다가왔다.

 

 

"오랜만이네. 무슨.. 일이야?"

 

".... 사실대로 대답해줘. 너... 혹시... 우리반 이승현이야...?"

 

 

"...."

 

 


차라리 못들을 걸 들었다며, 어이없다며, 날 미친 놈 취급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는데-

 

 

대답이 없다....

 

 

놀란 얼굴로-

 

 

 

 

영배도 마찬가지였다..

 

 

 

 

 

"대답해!!"

 

나도 모르게 버럭 화를 냈고, 이에 움찔하던 승현이 입을 열었다.

 

 

 

 


"아...아냐.. 무슨 소리.."

 

라던 승현의 말을 영배가 가로챘다.

 

 

 

"이승현. 이렇게 된 마당에 더이상 변명하지마.

 

권지용-.... 니가 듣고온게- 사실일거다."

 

 

 


"...."

 

그대로 문을 박차고 나섰다.

 

 

힘겹게 참아왔던 눈물이 쉴새없이 흘러내렸다.

 

 


"흐흡... 이승현... 승현아... 미안해... 미안해...."

 


허공에 한없이 이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by 종현

 

 


"헤에~ 종혀나~"

 

 

살짝 취기가 돌았는지 실실 웃어보인다.

 

 

"야!! 김종혀뉘!!.... 어라?! 대답안해?! 히히.."

 

"..."

 

 

그래.. 나 정말-. 대답을 일부러 피하고 있었다.

 

승현이 입에서 나올 말이 무서워서...

 

 

 

 

 


오후 쯤 승현이에게서 연락이 왔다.

 

할 얘기가 있으니, 예전에 자주 보던 클럽에서 보자는.

 

 

 


눈치빠른 김종현.

 

분명 이승현이 내게 데이트를 청해올리는 없었다.

 

그 녀석은 날 사랑해서 사귄게 아니었으니까-

 

고마움 이었을 것이다- 미안함이었던지- 아니면.. 절대 이것만은 아니길 바라지만.. 동정의 마음이었을지도 모른다...

 

 


승현이와 사귀기 시작한 날부터- 행복했지만, 난.. 이별을 예감하고 있었달까.

 

그게- 오늘인 것 같아- 더이상 승현이의 말을 듣고싶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있을까봐 그렇게도 열심히 마음을 다져왔었는데-

 

소용없는 일이었나봐-

 

 

 

 

"이씨.. 야!! 너 나 씹냐!!"

 

"하-. 왜."

 

 

"히히. 움.. 나 너한테 할 말 있다니까."

 

"....... 그래.. 해봐."

 

 

"헤헤. 두개가 있눈데에~ 뭐 먼저 들을래~ 일번, 이번?"

 

손가락을 하나 둘 펴서 내 얼굴앞에 들이대는 승현이 때문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래. 김종현.

 

쿨하게 보내주자.

 

왜, 그런거 잘하잖아, 나.    마음 아파도 안아픈척- 철판깔기.

 

 

예전에 승현이한테 차였을 때도 그랬었지-

 

모진말에 심장이 할퀴어져도, 웃지 않으면 네가 날 대하기 힘들까봐.

 

 

억지로 웃으며 내 심장에 스스로 상처를 냈었지..

 

 

 

 

마지막 선물이다, 이승현.

 

쿨하게 끝내줄게-.

 

 

 


"음... 이번."

 

"이번?! 음~ 오케이~ 이번이 뭐냐면은~...

 

나~ 왕따 연기 관둘거야. 영국 가기로 했어~ 영국가서 경영 공부 좀 배우고 회사 물려받기로 했거등~ 히히."

 

 

"그렇게 하고싶어하던걸....."

 

"그만!! 그만~!! 이제 일번 차례다~!! 일번은... 우리.. 헤어지자."

 

 

 

 

"..."

 

 

 

 

막상 그 말을 들으니 목이 메였다.

 

웃어줘야하는데...

 

 

 


대답없는 날 보더니 술을 몇잔 더 들이킨 승현이가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만다.

 

 

 

"흐윽- 미안해.. 미안 종현아... 내 멋대로라서 미안...흡..."

 

 

 

"..... 남자가 되서 쪽팔리게 울고그러냐. 그만울어. 누가 보면 내가 때린 줄 알어, 이 자식아."

 

"너.... 너... 나 버리지마.. 연락 안되거나 하면 지구 끝에서라도 찾아갈테니까... 알겠지...?"

 

 

 

못된놈... 꼭 내게.. 나랑 헤어지자. 하지만 넌 나만 사랑해야되. 라고 말하는 듯.. 이렇게밖에 안들린다...

 

 

 

 

"이게.. 내가 왜. 연락을 끊던 말던 내 맘이다, 뭐."

 

".. 내가 너무 좋아하는 친구니까.. 너무 사랑하는 친구니까.."

 

"... 징그러운 자식.."

 

 

 

 

그렇게 한참을 더 마셨다.

 

술을 먹어도 먹어도 취하지 않는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야. 너는 이제 그만먹어. 너 요즘 살쪄서 데려가기 힘들어."

 

 

술잔을 뺏어들고 말하자 나를 살짝 노려보더니

 

 

"뭐어?! 요즘 살빠져서 고민이구만!! 술 살이라도 만들어야겠다, 임마."

 

라며 내 손의 잔을 뺐으려고 버둥거린다.

 

 

"쿡-."

 

 

 

그 모습이 귀여워 웃음이 났다.

 

이런 녀석- 내 눈앞에 없으면 안될거 같은데.. 내 곁이 아니라도 내가 볼 수 있는 곳에 있었으면 좋겠어....

 

 


"승현아.. 영국.. 안가면 안돼? 연기자하고 싶다고 했었잖아... 조금만 더 참으면.. 그럼 3학년도 끝나.."

 

 

내 말에 승현이는 쓴 웃음을 짓더니 버둥거리던 손을 내렸다.

 

 

 

"연기자.. 나도.. 하고싶다..."

 

 

"근데 왜. 지금까지 한게 아깝지도 않아? 그렇게.. 힘들어..?"

 

 

갑자기 승현이는 두 손으로 머리를 휘저어놓더니-

 

 

또다시 꼬여가는 혀로 말을 잇는다.

 

 

 

"아아~!! 이거.. 이거는 내 비밀인데에~ 인심 썼다! 넌 내 베프니까는~! 일번, 이번 했으니까- 이건 삼번!!"

 

하고 또 다시 손가락 세개를 펴서 눈앞에 가져오더니 작은 입을 오물오물 거린다.

 

 

"... 있지... 권지용이... 권지용이 그때 나 좋다더라. 하하. 근데 .. 나도 그자식이 좋아져버려서...

 

그래서어- 날 좋아한다고 고백하던 권지용이 차가운 얼굴로 날괴롭히는데에~

 

그게.. 그게 있지.. 너무 맘이 아파서- 그래서 못하겠어..

 

그거.. 감당이 안되더라..."

 

 

 

사랑이란게 그렇게 힘든거란거...이제 너도 알았구나...

 

 

 

"바보야. 그럴땐 그냥 니 마음가는데로 하는거야. 니 마음을 솔직하게 밝히면 되는거야."

 

태연한척 조언하지만, 사실 그렇지 못하다..

 

 

권지용을 떼어놓으려고 얼마나 노력을 했는데-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

 

널 바라보는 녀석을 느꼈을 때 들던 불안함이 이걸 예견한거였을까?

 

 

 

 

"너두고.. 너두고 내가 어떻게 그 자식이랑 행복해.."

 

 

씁쓸한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내가 사랑하는 녀석이지만- 정말 바보다-

 

 

 

"야, 이, 멍충아. 나중에 죽어라 나 원망하지 말고! 지용이 잡아. 그 자식이.. 너.. 많이.. 좋아한다..."

 

"에? 너도 알고 있었어?"

 

 

"어쨌든.. 나는 너 행복한거 보는게- 그게 좋다.. 내일이라도 당장 꼭 잡아. 꼭."

 

"...."

 

 

 


대답이 없는 승현을 보다가 집으로 가기위해 승현을 일으키던 찰나.

 

클럽으로 들어서던 지용이와 눈이 마주쳤고,

 

승현이와 함께인 내가 맘에 안든건지, 뭔지 모르겠지만.

 

그대로 지용인 다시 문을 나섰다.

 

 

 

 


시선으로 쫓은 지용의 행보는 승현의 집과 같은 방향이었고,

 

 

사라져가는 지용을 보다가 잡고있던 승현이의 팔을 툭 내려놓았다.

 

 

 

 


"야. 이승현. 너 많이 안취한거 다 알아. 나 피곤하니까 혼자가."

 

"에이. 치사하다, 흥! 혼자갈거야! 오지마!"

 

 

하면서 성큼 성큼 걸어가는 승현이..

 

 

 

 

 

 

..그 뒤를 거리를 둔 채 따라갔다..

 

 

 

 

 

 

 

 

 

 

 

 


*by 지용

 

 


또다시 버릇처럼 옮겨진 발 앞에는 승현이를 처음 봤던 클럽이 있었다.

 

승현이 일로 엉망진창인 마음을 술로 달래려는 맘으로 클럽을 들어서는데-

 

승현이와 함께인 종현이와 눈이 마주쳤다.

 

 

 

 

아..

 

 

 

차마..

 

승현이를 마주할 수가 없었다.

 

미안하고, 또 미안해서.

 

 

 

 

양다리나 걸친다며 욕하고 때렸던 종현이도 보기 힘들었다.

 

니가 정말 승현이에게 필요한 사람이었어-

 

 

 

 

 

왜 진작 승현이를 알아보지 못했을까...

 

 

 

 


정말로 사랑하는데...

 

 

 

 

 


한참을 걷고 또 걷다가 누군가와 세게 부딪혔다.

 


고개를 들어 상대를 확인하자 눈앞에 웃고있는 민석이 보였고, 나즈막히 혼잣말을 내뱉었다.


"하- 잘됐다."라고-

 

 

 

쌩뚱맞은 내 말소리에 '쳇'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던 민석이가 입을 열었다.

 


"개새끼. 그래. 잘만났네. 안그래도 니 새끼한테 당한거 갚아주려고 벼르고 있었거든."

 

하더니 목덜미의 옷깃을 잡아채고선 옆의 살짝 구석진 곳으로 간다.

 

 

 

 


그냥 그대로 있었다.

 

그가 이끄는대로 이끌려갔다.

 

 

 

 

 

내 아픈 마음 잊어버릴 정도로.. 몸이 많이 아프면 그 맘을 잊을 수 있지 않을까...

 

 

 

 

 

그대로 저항 한 번 하지 않았다.

 

 

 

 

 

그런 나를 보며 "뭐야." 하고 한 번 쳐다보던 민석은 이때다 싶었는지 계속해서 주먹을 휘둘렀다.

 

꽤 많이 맞았는데도-

 

몸이 꽤 많이 힘든 모양인데도-

 

그럴수록 맘이 더 아파져 오는 것 같아.

 

 

 

눈물이 앞을 가려와-

 

 

그대로 눈을 감았다.

 


눈을 감은 채 그의 주먹을 맞고 또 맞았다.

 

 

 

 

입 속에 비릿한 피맛이 번져와도-

 

그대로- 그렇게-

 

 

 

 


그대로 정신을 잃고 싶은데-

 

 

세상은 그마저도 내게 허락치 않았다.

 

 

 

 

 

 

어느 순간- 

 

나를 향하던 주먹은 더이상 없었지만-

 

계속해서 둔탁한 소리가 없어지진 않았다.

 

 

 

 

감았던 눈을 서서히 뜨고 짜증섞인 눈으로 내게 나타난 달갑지 않은 정의의 사도를 보았고,

 


어두운 골목에서 그는 민석이가 쓰러질때까지 잔인하도록 거칠었고,

 

그가 쓰러지자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서야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나 패던 힘은 다 어디다 두고 맞고만 있냐? 바보같이..."

 

 

 

 

 

 

 

 


이승현이었다..

 

 

 

 

 

 

그를 보자 또다시 눈물이 차오른다.

 

참을 새도 없이 그대로 흘러내린다.

 

 

 

 

 

"흐읍... 미안.. 미안해...."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쥐어짰다.

 

 

 

 

 


한참 그런 나를 쳐다보다가 승현이가 내 옆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뭐가 그렇게 미안한건데-"

 

"못알아본것도, 괴롭힌것도.... 전부다- 전부..다... 미안해...흐읍.."

 

 


"음- 그것뿐이야? 더 없어?"

 

"..."

 


대답없는 내 얼굴을 살짝 돌려 자신의 눈과 마주치게 한다.

 

니 눈... 마주 할 자신이 없는데....

 

 

 

 

"내 맘 뺏어간거- 멋대로 권지용이란 사람한테 내 심장이 떨리게 만든거.. 그건?"

 

"..으...응?"

 

 

갑작스런 물음에 정신을 차리고 억지로 피했던 눈을 그에게 맞춰보이자마자

 

 

 

 


바로 다시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승현이의 한 쪽 팔이 내 목 뒤를 받혔고,

 

다른 한 손으로 내 얼굴을 감싸왔다.

 

 

 


그의 입술은 너무도 부드럽고 달콤했다...

 

 

조금 정신을 차릴 무렵-

 

내 입술을 살짝 핥아오는 그 때문에 다시 한번 아찔졌고,

 

 


그는 기대어져 있던 내 머리를 살짝 벽에서 떼어내어 거친듯 부드럽게 졌혔다.

 


그에따라 다물어졌던 내 입술이 살짝 벌어지자 그의 혀가 입속을 탐했다.

 


내 혀를 옭아오더니, 숨이 찰대로 차버린 날 눈치 챘는지 입술을 떼었고,

 


떨어진 입술로 내 입가의 상처에 살짝 입을 맞추더니-

 

 

 


귓가에 대고 나즈막히 속삭였다.

 

 

 

 

"다 용서해줄게-. 대신에 나 피하면 그 땐 정말 용서 안할거야...

 

 

 

 

 

 

사랑해, 권지용......."

 

 

 

 

 

 

 

 

 

 

정신을 차리고 승현을 쳐다보자 그의 뒤로 조금은 멀리 종현이가 보였다.

 


내 눈이 자신을 향한 걸 봤는지 종현이는 슬픈 미소를 지어보이더니 시야에서 사라졌다.

 

 

 

 

 

 

 

 

 


 

 

 

 

왕따연기 12

 

 

 

 

 

**by 승리

 

 

 

"으으으으~!!!!!"

 

"또냐?"

 

핸드폰을 보며 소리를 지르는 나를 영배가 힐끗 보더니 금새 무관심한 말투로 톡 쏘아버린다.

 

 


"응..."

 

 

 


그렇다.

 

 

 

내가 엄마에게 '왕따 연기 그만하겠다!'라고 선언을 한 뒤로 기획사에서 오는 전화가 끝도 없었다.

 

 

어떡하지- 하다 몇 번 받았었는데..

 

 

 

처음엔 차근차근 내 얘길 들어주더니,

 

다음엔 토닥토닥 타이르고선,

 

귀가 따갑도록 신경질도 냈다가,

 

내게 빌기도 했다가...

 

 

 

여하튼-

 

 

도저히 받아줄 전화가 못됐다.

 

영배도 한동안 그 전화로 못살겠다며 난리를 치더니 요즘은 왠일인지 조용하다.

 

 

 


"그러게 나처럼 꺼두라니깐?!"

 

"아-! ㅋㅋ 가만보면 너도 은근 머리 좋아?!ㅋㅋ"

 

 

"ㅡㅡ; 전화 꺼둔게? ㅡㅡ; 가만보면 너도 참 띨띨하다?"

 

"우씌!!!!"

 

 

 


어쨌든 전화를 꺼둘 심산으로 종료버튼에 손을 가져가다가...

 

 

 

 

가만 가만..


혹시.. 지용이한테 연락오면 어쩌지?

 

 

 


하고 핸드폰을 켜진 상태로 놔뒀다.

 

 

 

 

이를 보던 영배가-

 

 

"뭐야. 니 핸드폰땜에 나도 시끄러워 죽겠어. 빨리 꺼!!"

 

라며 소리를 바락바락 질러댄다.

 

 

"아.. 그게 아니구.. 받아야되는 전화가 있어서어~ 쫌만 참아~ 영배야 ^^*"

 

 

내 꽃웃음 까지 날려줬건만 맘에 안든다는 표정으로 핸드폰을 훽 낚아채더니 베터리를 분리시켜버렸다.

 

 

"아악!! 안돼 안돼!!"

 

"야!! 너 친구도 없잖아! 그냥 꺼!"

 

 

저 자식이 괜히 짜증이다.

 

나 왕따인거 또 다시 일깨워주는 나쁜 자식.

 

 

 

 

"아씨!! 우리 지용이 연락 올지도 모른담말야!!!!"

 

 

 

"..우..리.. 지용이?!+_+"

 

 

고개를 내쪽으로 획 돌리더니 이건 뭐냐는 표정으로 되묻는 자식-

 

그냥 짐작되면 그러려니 할 것이지 다시 물어보기는-

 

 

 

..북흐럽게..+_+

 

 

 

"헤헤, 있지, 뭐, 그게- 어쩌다보니까..그렇게 됐어. 헤헤"

 

 

얼굴을 두손에 묻어가며 발랄하게 말했건만-

 

반응이 영 맘에 안든다.

 

 

 

"종현이 어쩌구- 의리 찾을때는 언제구 고새 지용이 잡아왔냐? 덜떨어진 놈."

 

 

"치이- 어떡해?! 어떡해, 그럼?! 너무 좋은데 어떡해?! 내가 사귄다는데 왜 니가 짜증이야?!

 

..ㅡㅡ+너..혹시.. 지용이 좋아하는거 아냐, 이거?!"

 

 

"미쳤냐."

 

 

"아냐. 눈빛이 뭔가 수상해- 너 내일부터 지용이 곁 100m 접근 금지!"

 

 

"아- 참나. 사랑하면 바보된다더니. 아주 캐바보가 됐구나, 너."

 

 

"뭐?!"

 

 

 

하고 영배에게 손에 집히는 물건이란 물건을 잡아서 던지고 있었는데-

 

 

 

문득-

 

 

좋은 생각이 났다.

 

 

 

 

"있지, 영배야. 나 천잰가봐. ㅋㅋㅋ"

 

 

예상은 했지만- 저 자식 또 아니꼽게 쳐다본다.

 

 

 

"또 뭔 헛소리야?"

 

"기획사에서 전화 더 안오게 할 방법 생각났어.!"

 

 

"뭔데?"

 

"나 대신 연기자 할 사람 하나 소개시켜주면되지!!"

 

 

"바보야- 너니까 거기서 저렇게 난린거 아냐! 니가 좀 귀엽게 생겼냐?!!"

 

"흐흐흐흐~ 이제서야 속마음을 보여주는구나아~?! 그치?! 니가 생각해도 내가 촘 마~이~ 귀엽지?! 캬캬~!!"

 

 

"아으~~~ 말실수, 말실수, 말실수!!"

 

 

 

하더니 입을 쭈욱 내밀어 툭툭 쳐보였다.

 

 

 

치이~

 

 

 

"뭐, 어쨌든. 소개시켜 줄 사람 생각해놨어, 나. !!

 

음.. 인정하기 싫지만~ 잘생겼고, 입만 닫으면 카리스마도 있어."

 

 

"그게 누구냐고."

 

 

 

 

"헤헤, 최승현."

 

 

"헐....... 너 살자고 친구를 파냐....."

 

 

 

 

결국 최승현은 자신도 모르게 나에 의해서 사진이며, 핸드폰 번호가 기획사로 갔다는.....

 

 

 

 

뭐, 쬐에끔~ 미안하긴하다.

 

 

 

 

 

 

 

 

 

 

시험 둘째날-

 

 

 

 


기름 철철이던 머리는 안녕-

 

80년대 잠자리안경도 저 멀리-

 

구린내 나는 향수는 하수구로 콸콸-

 

빌려입은 교복은 저기 저 수거함 속으로-

 

두꺼운 메이크업에 숨못쉬던 보송보송 피부들은 세상밖으로-

 

 

 

 

 

 

 


기분 좋게 등교하는중인데...

 

 

"야, 동영배. 너 저~기~ 떨어져서 가야지. 인기관리하라구.ㅡㅡ+"

 

 

항상 인기관리 한답시고 날 뭣처럼 버리곤 저 멀리 떨어져서 가던 영배 놈이.

 

이제서야 내 옆에 붙어서 걸어오는데..

 

 

 

 

얄미운 자식.

 

 

 

"그럼~ 그럼~ 인기관리해야지~ 꺄아~ 다들 우리만 쳐다보잖아~ 자고로 잘생긴 애들은 붙어다니는게 팬서비스라구. ㅋㅋ"

 

 

자꾸 붙어오는 영배를 툭툭 쳐내다가-

 

 

'잘생긴 애들은'에서- 결국 헤벌쭉 해버린....ㅡㅠ

 

 

 

 

금새 영배 어깨에 팔을 두르고 교실문 앞까지 도착해서~

 

문을 열기위해 손을 들었는데-

 

 

 

 

히익~!

 

깜짝이야-

 

 

 

갑자기 뒤에서 튀어나온 손에 의해 문이 열렸고,

 

내 목에 손이 둘러져 오더니 그대로 꽉 힘을 준 채 교실안으로 질질 끌고 들어간다.

 

 

 

거의 헤드락 수준이랄까.

 

 

 

아씨.

 

처음으로 분장안하고 등교하는건데, 멋지게 짜잔~! 등장하려던 내 계획이 철저히 무너졌다.ㅠ

 

헤드락걸려선 주춤주춤 끌려들어온 꼴이라니..

 

 

씨발.

 

이 새끼 누구냐고!!!!

 

 

 

 

내 목을 둘렀던 손에 힘을 살짝 풀더니 내 귓가에 대고 쩌렁쩌렁 소리를 질러댄다.

 

 

 

 

 

"이쁘뉘~!!! 나 연예인됐어!!!!!!!!!!! 낼부터 기획사로 연습오래!!!!!!!!!!!! 꺄아~!!!!!!!!!!

 

니가 잘생긴애 있다구 추천해줬다며~!!! 이쁘뉘는 하는짓도 이뻐~ 하하하~!!!"

 

 

 

 

..........

 

 

 

 

 

아- 실망이다.

 

 

 

 

내가 실망한 이유는 두가지가 있는데-

 

 

첫번째는 사실..

 

툴툴 짜증내면서도- 혹시 권지용인가? 하는 기대감을 저버린 짐승때문에-

 

 

두번째는..

 

어떻게 내 비밀을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걸 떠벌린게 최승현이라고 영배가 알려주기에-

 

그 끈질긴 기획사에서의 연락으로 인한 괴로움을-

 

너도 당해봐라-

 

라는 거였는데-

 

 

 

저렇게 좋아하니까.. 실망뿐이더냐- 짜증까지 솟구친다.ㅡㅡ^

 

 

내가 힘들게 노력에 노력을 하다 결국 포기한 꿈인데 저자식이 그걸 하루만에 낚아채가버렸어.ㅡㅡ

 

 

내가 추천해놓고 배아파하는건 좀 그렇지만은.....

 

 

 

 

정말 배아파 죽겠는걸 어떡해?!!!!!!!!!!!!!

 

 

 

 

한참 좌절감에 빠져있는데-

 

여기저기서 웅성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야, 쟤 누구지? 잘생겼다+_+"

 

"아악~!! 진짜 귀엽다~!!"

 

"전학생인가? 쟤 건드리지마- 내꺼내꺼!"

 

 

 

아-

 

여자에게 약한 이승현-

 

고새 기분이 좋아져 생긋 웃어보였다.

 

 

 

"오아- 이쁘다- 뭐, 닮았는데..."

 

 

 

 

 

흠흠-

 

 

 

 

사람들이 차인표 좀 닮았다고 하더라규- 하하하하하하

 

 

 

 

 

하며 자뻑에 빠져있는데.

 

 

 

 

 

"아~! 맞다. 그거 닮았어!! 팬더!"

 

ㅡㅡ+

 

 

내 콤플렉스 다크써클을 콕 찝는거지, 저거?!

 

 

고새 또 기분 확 상해서 자리에 가서 앉았다.

 

 

 

 

그 때 누군가 내게 다가왔다.

 

 

 

 

"친하게 지내자-"

 

 

하면서 손을 내민다.

 

 

 

그 손을 바라보다 고개를 들어 상대의 얼굴을 바라봤다.

 

 

 

 

 

...

 

맘넓은 이승현-

 

어제의 적도 오늘의 동지가 된다는데-

 

참을 인 자를 몇 번이나 세기면서어~

 

경련이 일어날것 같은 얼굴에 힘들게 활짝 미소를 지어가며 손을 잡았다.

 

 

"그래^^"

 

 

 

 

그런 나를 보다가 갑자기 고개를 휙휙 돌리더니 내 어깨를 툭툭 친다.

 

 

 

"야야야, 빨리 일어나."

 

 

 

갑자기 호들갑을 떠는 녀석 때문에 무슨 일이지하고 살짝 일어나려는데-

 

 

"우리반에 존나 드럽고, 못생긴 좀비가 하나 있는데!! 거기 걔 자리람말야.! 뭐 옮을지도 몰라.

 

쫌 정신도 이상한거 같애. 평소엔 답답하다가 가끔 미치면 주먹도 쓴다?! 어쨌든, 최대한 좀비놈이랑 안엮이는게 좋아!

 

저기~ 저거 남는 자리야. 저기 앉어~!"

 

 

 

 

우으으으으으~!!!!!

 

 

저 새끼가 내 인내를 한계에 다다르게 만드는구나!!!

 

뭐시 어쩌고 저째?!

 

뭐가 옮아? 정신이 이상해?

 

미친 개새끼!!!!

 

부르르르 주먹을 꽉쥐고- 어금니를 꽉 깨물고

 

 

 

"하하, 정민아."

 

"응? 어? 내 이름 어떻게 알았어? 헤헤."

 

"너 또 좀비놈한테 쪽팔리게 맞고싶냐?"

 

"..으..응?? 너- 뭐...뭐야..."

 

"내가 그 존나 드러운 싸이코 좀비 이승현이다."

 

라고 말하며 이승현 한글자 한글자 마다 내 가슴의 이름표 글자를 툭툭 쳐보였다.

 

 

"하하;;; 장난치지..마"

 

헛웃음소리를 내는 정민이 표정이 가관이다-

 

 

 

그리고....

 

반 애들의 얼굴도- 벙찐 표정-

 

 

그 많은 시선이 다 나를 향하고 있었다.ㅡㅡ;

 

 

몇몇 내 list에 올랐던 놈들은 슬그머니 시선을 돌리고 고개를 묻기 시작했지-

 

 

"시험보게 니 자리로 꺼져."

 

 

 

 

 

 

 

 

시험감독 선생님이 문을 열고 들어왔고, 앞에서부터 전해지는 시험지를 한 장 받아 책상위에 내려놓았다.

 

 

 

"흐음-"

 

작게 한 숨을 쉬고 지용이의 자리에 시선을 뒀는데-

 

 

 

 

텅 빈 자리만이 내 눈에 들어올 뿐 이었다.

 

쳇-! 날라리 같은 새끼-

 

앞에 놓인 시험지를 열심히 보고 있을 때 쯤 뒤에서 문이 열리고 터벅터벅 권지용이 들어왔다.

 

 

놓여있던 시험지를 빠르게 풀고 심심해서 시험지에 깨작 거리다가 

 

 

권지용에게 눈길을 뒀다.

 

 

^^**********

 

^^****

 

^^

 

 

^^;;;;

 

 

 

ㅡㅡ

 

 

ㅡㅡ;

 

 

ㅡㅡ^

 

 

ㅡㅡ+

 

 

ㅡㅡ+++

 

 

 

 

 

 

ㅡㅡ++++++++++++++++++++++++++++++++++

 

 

 

 

아- 씹할!!!!!!

 

둔해 빠진건지,

 

 

이정도로 쳐다봤으면 한 번쯤 쳐다볼만도 하잖아!!!!

 

 

시험을 열심히 푸는거면 내가 말도 안해!

 

 

저거저거,

 

시험지는 한 번 쳐다도 안보고

 

손에는 컴퓨터싸인펜을 든 채, 오엠알카드에만 끄적 거리는데-

 

겨우- 찍는 거면서 뭐가 그렇게 신중한지.

 

 

 

표정만보면 노벨상감이다.

 

 

 

짜증이 나버려 고개를 돌리려는데 권지용이 그제야 힐끗 눈만 굴려 쳐다보더니-

 

 

이번엔 아주 눈이 휘어져라 생긋-

 

 

 

..어라?

 

 

 

그러더니 감독관 몰래 무언가를 내 쪽을 향해서 살짝 들어보이며, 활짝 웃는다.

 

지용이의 손에 들린 것에 눈을 돌리자 손에는 오엠알 카드가 들려져 있었는데-

 

 

카드에 검게 마킹한 숫자들의 모양이-

 

 

 

 

..헐......하트를 만든다..

 

 

....하하;.....ㅡㅡ; 덜떨어진 놈-.

 

 

 

세상 다 가진듯 활짝 웃는 놈을 향해 정색을 하며 혀를 낼름 내밀어보이곤 책상위에 엎어졌다.

 

 

 

 

 

 

 

 

 


**by 지용

 

 

 

 

 


아...

 

반응이 너무 냉담하다-. ㅡㅠ

 

 

한창 승현이의 냉랭한 표정에 기운빠져 있었는데 첫교시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왔고..

 

 

 

"뇽~!"

 

"쥐새키~!!!"

 

 

 

 

시끄러운 소음도 들려왔다-.

 

내 자리 주변으로 재빠르게 뛰어오더니 자고있는 승현이를 또 힐끔 쳐다보고선 대성이가 말을 잇는다.

 

 

"야. 너 어제 어떻게 됐어?"

 

"음.. 쉿- 조용히해에- 나.. 승현이랑 사겨."

 

 

하면서 헤벌쭉 웃는 나를 보더니 둘이서 방방 뛰면서 꼭 나보다 더 좋아하는 눈치다.

 

 

 

 

"ㅋㅋ 근데 승현이는 이제 분장 안해도 된대? 연기자 안해?"

 

"음... 그러고보니까.. 그렇네?! 이따 물어봐야겠다."

 

 

심각하게 얘기하는 나를 보더니 승현이 입을 열었다.

 

 

 

"뭐, 어쨌든 학교에서도 이뿌뉘로 돌아오니까 좋은데에?!

 

아, 그리고.! 지용아~!!! 이쁘뉘의 추천으로 이 형님이 기획사에서 캐스팅됐다는거아니냐~ 낼부터 연습가기루 해따아~!!+_+"

 

 

"히익?!! 우리 승현이가 너를? 말도안돼."

 

 

"참나. 고새 또 우리 승현이랜돠. ㅋㅋ"

 

 

"어쨌든! 그리고 너 자꾸 승현이한테 이쁘다 어쨌다 친한척 찝쩍대지마, 짐승-."

 

 

"흥~! 그거 알라나~ 이쁘뉘 연약해보이는게 씩스팩도 있다?!"

 

 

"뭐..뭐?! 니가 그런걸 어떻게 알아?"

 

 

"봤으니까- 헤헤. 어어~ 시험 시작하겠돠아~ 우리간다~!!!!!"

 

 

 

 

 

 

"아우. 저 빙구."

 

 

 

 

 

그렇게 1교시는 냉담했던 승현의 표정만을 남긴채 슬프게 지나갔고,

 

2교시는 머릿속에 씩스팩 얘기만 자꾸 맴돌아, 혼자 얼굴이 붉으락 해지면서 다 지나갔고.

 

 

 

담임 선생님이 어제 봤던 과목의 채점표를 앞에 붙여줌으로써 종례시간이 끝났다.

 

 

 

 

 

게시판에 붙어있는 아이들을 무관심하게 쳐다보다가-

 

 

 

 

 

"와~ 승현이가?"

 

"아- 잘생긴애가 머리도 좋네."

 

"승현이 어젠 안왔었으니까... 그럼 진짜 저게 좀비가 시험본거 나온거 맞어? 정말 좀비가 승현이었다고?"

 

"와아-. 말로만 듣던 엄친아네."

 

 

 

 

교실을 나서며 웅성웅성 거리는 아이들을 말을 듣다가 궁금증에 게시판 앞에 가서 섰는데 내 옆으로 승현이가 다가왔다.

 

 

 

 

 

영어 : 이승현 100

 

한문 : 이승현 100

 

화학 : 이승현 100

 

 

 

 

 

와-

 

이거 내 애인 맞지?

 

자랑스럽다, 승현아.

 

 

 

 

괜히 내가 더 기분이 좋아져서 옆에 있던 승현이 머리를 헝클면서

 

 

 

"우리 애인, 자랑스럽다."

 

라고 한마디 건내자.

 

 

 

 

날 보던 승현이도 웃으면서 내 머리를 헝클더니

 

 

"우리 애인, 쪽팔리다."

 

라고 한마디 하더니,

 

 

 

"30점, 23점, 42점.

 

아-. 내가 너 하트나 깨작거릴때부터 알아봤다."

 

 

 

란다-.

 

 

 

 

...........

 

 

 

 

 

할 말이 없다....

 

 

 

 

"풀 수 있는데! 안풀어서 그래!"

 

 

 

변명을 해보지만.. 비참해지는건 어쩔 수 없다.ㅡㅠ

 

 

 

 

 

 

"이따가 옷 갈아입구 수학책 들고 우리집으로 와. 과외들어간다."

 

"뭐, 뭐? 그게 뭐야!"

 

"이승현 애인 수업이라고. 뭐, 신부수업정도로 생각해. 헤헤."

 

"...."

 

"안오면 듀거~!! 영배야~! 종현아~! 빨리와~~!!! 집에가자~~~"

 

 

 

 

 

날... 버려둔채 교실 밖으로 사라졌다.

 

 

 

 

 

같이 가려고 짐승이랑 대성이도 보내버렸는데-. 흐음...

 

 

 

 

 

권지용, 처량하다....

 

 

 

 

 

정령 나의 첫 데이트는 좁아터진 방에서의 공부람말인가... 흐윽....

 

 

자...잠깐...

 

 

방?

 

 

 

 

좁아터진...방?

 

 

 

 

 

 

 

씨익~

 

 

 

 

 

 

 

 

 

뭐, 첫 데이트치고 나쁘진 않네. 하하하하하-

 

 

 

 

 

 

 

 

 

 

 

 

 


 

 

 

왕따연기 13

 

 

 

 

 

 

 

 

쓰읍-

 

 

이게...

 

.
.
.
.
.

 

뭐냐구우!!!!!!!!!!

 

 

 

 

 

공부를 배운다는 명목하에 승현이와 알콩달콩 할 줄 알았던 과외가....

 

 

 

 

 

 

 

 

 

 

 

 

어떻게 된거냐면.

 

 

 

 

 

 

 

 

 

 

기분 좋게 룰루랄라 승현이 방에 상을 펴고 마주보고 앉았다.

 

 

맞어-

 

이때까지만해도 좋았지.

 

 

 

열을 내며 날 가르치는 승현이를 멍 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아니, 사실 멍한건 아니었지.

 

이런 저런 공식들이 자꾸 들려오는데 뭔 말인지 도통 모르겠기도했고,

 

사실 그보다 더한건.

 

짐승이 봤다던 씩스팩을 나도 확인해봐야한다는 사명감?에 활활타서 머릿속에 수학이고 뭐고 전혀 들어올 자리조차 없었다.

 

 

 

 

 

"..이렇게 하는거야~ 이제 알겠어?"

 

 

갑작스런 승현이의 물음에 절래절래 흔들어보였다.

 

 

 

"흠... 너 듣고는 있는거야?"

 

 

의심의 눈초리를 해보이는 승현이를 향해 다시 고개를 세차게 끄덕여보이자 할 수 없단 듯이 다시 펜을 들었다.

 

 

 

"휴우~ 알겠어. 다시 천천히 해줄게~ 이 문제는~"

 

 

오물 오물, 조근 조근 귀엽게도 말한다.

 

 

 

 

 

"음.. 그러니까 그래프는 이렇게 그려지겠지? 여기까지는 알겠어?"

 

 

미소를 지으며 내게 물어오는 승현이에게

 

또다시 세차게 고개를 도리도리-

 

 

 

 

하자마자.....

 

 

 

 

그 하트를 마킹해서 보여줬을 때의 정색을....

 

 

 

 

 

"야, 이..이.. 멍충아!! 벌써 6번째 설명하는거잖아!!"

 

 

 

헉....

 

무..서..워.....ㅠ

 

 

저 멀리 놓았던 정신줄을 끌어서 제자리에 담아 놓고, 정신을 바짝 차렸다.

 

 

 

쉴새없이 쏟아지는 잔소리에 거의 죽을상이 되어가고 있었는데

 

 

 

 

 

"승현아~"

 

라며 영배가 쥬스와 과자를 쟁반에 담아서는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사....살았다....

 

 

 

 

"승혀나~ 부탁이 있는데에~ 나도 과외해주면 안될까아?"

 

 

공부랑 담쌓은 줄 알았던 영배가 대뜸 승현이에게 말했고, 승현이는 상관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상 한 쪽 빈자리를 톡톡 쳐보인다.

 

 

이거이거.. 내 계획은 이런게 아니었는데...ㅠ

 

 

하지만... 어쨌든 승현이 화가 끝까지 치밀기 전에 이 타이밍에 끊어준 것에 우선 고마워 할 따름이다.ㅠ

 

 

 

 

 

그렇게 우리는..

 

 

 

 

그.. 내가 기.대.했.던 '좁아터진 방'에서 둘이 아닌 셋이서 옹기종기 모여앉게 되었다..ㅠㅠ

 

 

"영배왔으니까 다시 설명한다? 권지용, 넌 7번째니까 못알아듣기만해봐!"

 

라며 엄포를 놓는 승현이때문에 머리가 아파졌고,

 

7번째라는 말에 옆에서 키득거리는 영배때문에 짜증이 솟구쳤다.

 

 

 

 

 

 

이번엔 정말 열심히 들었는데...

 

이제 거의 설명이 끝나가는거 같은데....

 

 

 

점점 더워지고, 이마에 식은땀이 송글송글 맺혀온다...;;

 

 

어떡해, 어떡해.!!

 

 

그러다 흘깃 혹시나해서 두려운 마음으로 영배쪽을 힐끔 쳐다봤는데.

 

허걱-

 

다 알아듣는듯한 표정이다.ㅡㅡ;

 

 

 

 

 

망했다...

 

 

 

 

 

"그래서 그래프는 이렇게~ 그려지는거야~"

 

끝났구나..........

 

 

순간 정적-.

 

 

조용하던 분위기를 영배가 깨버렸다.

 

 

 

"아~!! 와아- 승현아, 너가 알려주니까 학교에서 듣는것보다 훨씬 잘 들어온다아~"

 

 

하면서 작은 눈으로 휘어져라 웃어보이는데 그게 저렇게 얄미울 수가 없다.

 

 

 

영배를 보며 뿌듯해하던 승현이가 내게 고개를 돌리더니

 

 

 

"권.지.용. 너는.?"

 

"아하하하.; 아~ 이제 알겠네!!! 하도 들어서 그런가 이제 쉽다, 야. 하하.."

 

또 솔직했다가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이럴땐 그냥 아는척 넘어가는게 최고지.

 

 

 

 

승현이도 이제야 웃어보인다.

 

휴.... 힘들다, 힘들어.

 

 

 

그때

 

"어? 승현아~ 내가 다시 풀어봤는데~ 여기서 갑자기 막힌다. 요기만 다시 해주라~"

 

라며 영배가 재촉했고, 승현이는

 

"아~ 그럼, 지용아. 너가 해봐 저거."

 

 

 

 

....

 

동영배 개자식.

 

....

 

 

 

 

 

이래서 거짓말하곤 못산다는 거군하....

 

 

 

 

우물쭈물하는 나를 보더니 공부하던 상과 떨어진 곳에 있는 책상위에 다른 책을 한 권 펴더니

 

 

"이 멍충아! 넌 시험이고 뭐고, 미분이고, 적분이고, 다 필요없고! 걍 로그부터해! 쉬우니까 여기서 혼자 독학해!"

 

라고 소리소리 지르면서 나를 의자에 앉혀놓곤 영배만 데리고 뭐라뭐라 중얼거리는데.

 

 

 

 

 

그거까진 참아줄 수 있었는데 자꾸 중간 중간 키득 거리질 않나, 내겐 욕만 퍼붓던 승현이 입에서 칭찬이 마르질 않는다.

 

 

 

 

 

에이, 쒸!!!!!!!!!

 

"야! 나 로그 다했어~ 너무 쉽다, 야. 나도 그냥 시험공부할거야!! 멈춰, 멈춰!! 거기서부터 나도 같이해. 이제 머리가 좀 돌아가는거 같아!"

 

 

하면서 냉랭한 승현이의 표정을 꾸욱 꾸욱 무시한 채 상에 털썩 앉아서 책을 툭 올려놓았는데-

 

 

 

 

 

이런.

 

 

 

 

 

앞에 있던 쥬스가 승현이 쪽으로 넘어가버렸다.

 

ㅡㅡ;;;

 

되는 일도 없지.

 

재수 드럽게 없구나... 흐윽.ㅠㅠ

 

 

 

승현이의 눈치를 보다가 옆에 있던 휴지를 주워들고 다시 쳐다봤는데.

 

 

 

 

 

헉.

 

 

 

 

 

갑자기 입꼬리를 올리더니-

 

 

 

 

 

내게 한마디 툭 던졌다.

 

 

 

 

 

 

 

 

 

 

 

"씨발- 핥아."

 

라고......................

 

 

 

 

 

 

 

 

 

 

 

 

 

 

스..승현아... 너.. 참.. 뒤끝있구나.......

 

 

 

 

 

 

 

 

 

 

 

 

 

얼어버린 날 보더니-

 

 

"어쭈~ 자세 하나하나도 도와줘야되?"

 

하더니 영배랑 키득키득 거린다.

 

 

 

그런 둘을 보다가 쏟아진 쥬스쪽으로 서서히 접근하자 승현이가 순식간에 당황한 얼굴을 해보인다.

 

 

"야..야~ 농담도 구분 못하냐? 응?"

 

 

하는데 숙였던 고개를 들어

 

 

 

 

'할짝-'

 

 

 

승현이 입술을 살짝 핥았다.

 

 

 

 

 

"우...우으.. 너.. 너 뭐하는짓이야!!!"

 

 

하면서 얼굴이 쌔빨게져서는 영배 눈치를 보고있고,

 

영배는 그야말로 못볼꼴을 봤다는 표정이다.

 

 

 

 

"헤헤, 핥으라며."

 

 

베실베실 웃어보이는 나를 보더니 이내 빨게진 얼굴을 푹 숙인다.

 

 

 

쿡- 귀여워-

 

 

 

 

 

"아하하.;; 아! 준수!! 준수 연기하는거 봐야되는데! 깜빡했다!! 나 티비 좀 보고올게 둘이 하고 있어! 아..하하하;;;"

 

 

 

멋쩍은 웃음을 짓더니 금새 도망치듯 방을 나섰다.

 

 

 

 

 

 

근데... 준수는 또 누구야?!

 

"야. 동영배. 준수가 뭐야?"

 

내 물음에 영배는 아직도 뭐 씹은듯한 얼굴로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멍충이. 원시인이냐? 그 유명한 배우를 몰라?"

 

"치이- 연예인같은거 관심없다구."

 

"김준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안다. 뒤쳐진놈-. 승현이가 연기 잘한다고 맨날 모니터까지 하고~ 어쨌든 승현이가 쩰로 좋아하는 배우야.

 

사귄다는 애가 그런것도 모르냐?"

 

"이씨. 어제 오케이하고 오늘 이러고 있는거잖아! 첫 데이트 날 공부 못한다고 구박받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거다.

두고봐. 내일 무지하게 잘 봐줄 테니까-. 야. 빨리 이거 가르쳐줘봐."

 

 

 

 

승현이가 없어 아쉽긴 했지만, 확실히 잡생각이 없으니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듯한.

 

 

 

 

그렇게... 부푼 기대를 안았던 과외는 정말 말그대로 진정 과.외. 가 되버렸다는....ㅡㅠ

 

 

 

 

 

 

 

 

 

 

 

 

 

 

 

 

 

다행히 다음날 받은 수학 시험지엔 아는 문제들이 몇 보였다.

 

그렇게 시험 셋째날인 오늘의 마지막 시험인 수학과목이 끝났고, 모자라는 시간때문에 종이 치기 몇 초전에 마킹을 힘겹게 끝냈다.

 

비록 시간은 모자랐지만-

 

이렇게 문제를 풀어보는게 얼마만이더냐-

 

 

 

 

기분좋게 가방을 싸고 주위를 둘러봤는데 승현이가 보이질 않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영배 자리도 흘깃- 종현이 자리도 흘깃- 해보았으나....

 

 

혹시나가 역시나로-

 

 

 

 

역시나 지들끼리 가버린 모양이다.

 

 

 

 

 

아우.

 

나 사귀는거 맞냐구.

 

승현이 나 좋아하는거 맞긴 한거야?!

 

 

 

 

한창 좌절에 빠져있을 무렵 짐승과 대성이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다.

 

 

 

 

 

그러더니 내 앞에 앉아 실실대며 최승현이 입을 열었다.

 

 

 

"야, 쥐새끼! 너 어제 뭐했냐아~ ㅋㅋ"

 

"공부."

 

 

"에이, 뻥치치마. 변태 쥐새끼. 히히"

 

"ㅡㅡ; 정말 공부했다니까."

 

 

"ㅋㅋ 승효나~ 얘 부끄러운가바앙~"

 

"아씨!! 진짜 공부했다니까.. 있지. 들어봐바."

 

 

하고 진지하게 말하자 또 둘이서 딱 붙어서는 눈을 반짝반짝 거리면서

 

 

"뭔데?"

 

"뭔데?"

 

동시에 말한다.

 

 

 

 

"사실 자기도 첫 데이튼데 설마 공부하고 싶겠어?라고 생각했었는데 정말 죽어라 공부만 시키더니~

 

못알아듣는다고 짜증만내고~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난 같이 가려고 기다리는데 항상 영배랑 종현이 데리고는 휙 사라져버리고.

 

얘 나 좋아하는거 맞긴 한건지 모르겠어. 사실 승현이가 고백할때도 걔가 좀 취한 상태였어서...

 

혹시 취중에 어떨결에 한 말인데 책임지느라 사귀네 어쩌네 하고 있는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심각하게 듣고있던 대성이가 한마디 툭 던진다.

 

 

"음- 그럼 이렇게 해보자."

 

"뭘?"

 

 

"테스트해보는거야~ 사실 니가 미안하답시고 승현이한테 너무 꼼짝도 못했잖아. 맨날 좋아선 헤벌쭉하기만하고."

 

"내..내가 언제!"

 

 

"으휴~ 들어봐~ 어쨌든 그러니까 막 관심없는 척, 불러도 가지말고 , 짜증내면 받아주지 말고 니가 더 화를 내보람말야."

 

"그..그러다 정말 끝나면 어떡해?"

 

 

"바보야. 승현이가 널 정말 좋아하는거면 아마 못참고 너한테 앵길걸? 뭐, 아니라면 끝내는게 나은거지~"

 

"흠...."

 

 

"뭐, 어려운것도 아니잖아. 그냥 너 평소에 하던데로 하면되~! 씨크 권. 돌아와~ 씨크 권~!!!"

 

 

 

 

한창 고민을 하고 있는데 가만히 듣고 있던 최승현이 옆에서 거든다.

 

 

"와아~ 대승이~ 요런쪽으로는 머리 잘돌아가네?! ㅋㅋ"

 

"그치! 그치, 승효나?! 죵~!! 오늘 당장부터 시작해! 오케?"

 

 

 

 

"음....으..응..."

 

대답은 했지만, 아무래도 떨떠름하다.

 

 

 

 

 

별로 내키지 않는데....

 

 

 

 

 

그 때 핸드폰 진동이 왔고, 화면가득 편지그림이 메워졌다.

 

 

확인버튼을 누르자

 

 

 

 

 

[지용아~ 이따 7시에 학교앞으로 좀 나와ㅋ - 애기]

 

 

 

 

라고 뜨는 문자에 기분이 좋아져서 답장을 누르고 몇 글자 치고 있었는데 대성이가 핸드폰을 훽하니 뺏어버린다.

 

 

 

 

"야! 가져와."

 

"야~ 튕기라고! 며칠동안만 문자와도 씹고, 전화와도 씹어~ 애를 태우라니깐?!"

 

 

"..."

 

"이따 7시에도 나가면 안돼~ 알겠지?"

 

 

 

 

그래. 딱 며칠만이다.

 

승현이 마음을 좀 더 확실히 하기 위해서.

 

 

 

"후우- 알겠어."

 

 

 

 

 

 

 

그후로 마음을 굳게 먹고 핸드폰을 이불에 묻어놓곤 두 귀를 틀어막고 있었다.

 

그렇게도 가지 않던 시간이 점차 7시를 지나가기 시작하더니 금새 10시를 향하고 있었다.

 

 

 

 

 

 

 

 

 

 

 

 

**by 승리

 

 

 

 

 

 

 

공부하겠다며 안나오려던 영배를 억지로 끌고나와 금은방에 도착해서 맘에 쏙드는 심플한 반지를 샀다.

 

 

 

"커플링이냐?"

 

"웅^^*"

 

 

활짝 웃어보이며 주머니에 반지 케이스를 손으로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사귄지 이제 3일인데 무슨 벌써 커플링이야?"

 

 

 

 

"도망갈까봐. 표시해놓을라고."

 

 

 

 

 

"응?"

 

 

되묻는 영배를 향해 작게 대꾸했다.

 

 

"나 내일 영국간다."

 

 

 

그러자 영배는 놀란 눈을 해보인다.

 

"너 그거 안가기로 된거 아니었어? 뭐, 준비하는 것도 없고 너무 태평하길래.. 안가는건줄 알았는데...."

 

"준비는 엄마가 다 해놓는댔구, 난 그냥 몸만 가면 된댄다. 안가려고 계속 얘기해봤는데 이길 수가 있어야지."

 

 

"권지용은 알고 있어?"

 

"아니, 아직. 오늘 말하려구."

 

 

"너도 너지만 권지용도 참 불쌍하다. 가면 언제 오는건데?"

 

"음.. 내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게 있는데- 그것만 잘되면 며칠안에도 올 수도 있고,

 

뭐, 안되면 적어도 1년은 있어야 할 거 같은데..."

 

 

"생각하고 있는게 뭔데"

 

"음~ 이승민. 우리 형. 어떻게든 꼬득여봐야지."

 

 

"에? 너네 어머니도 못이긴다며- 형이 안하겠다고 해서 너한테 물려받으라고 그러는거라고 하지 않았어? 근데 너가 어떻게 설득하냐."

 

"에휴- 그니까. 그래도 이승현, 한다면 하잖냐. 부딪혀는 봐야지. 헤헤."

 

 

 

 

멋적게 웃어보이는 나를 보더니 영배가 내 머리를 헝클어놓는다.

 

 

 

"이승현, 몸 조심하고. 잘다녀와라. 그 계획 꼭 성공하구."

 

오랜만에 듣는 영배의 다정한 목소리-

 

 

그래서 괜히 떠난다는게 더 실감이 나서 울컥하는 눈물을 꾸욱 참아본다.

 

 

 

 

"치이- 고맙다. 아~ 벌써 7시 다되간다. 나 지용이 만나러 가야되서... 갔다올게!"

 

 

라는 말을 남기고 학교 앞으로 향했다.

 

 

 

 

 

가는길에도 머릿속이 복잡하다.

 

 

 

뭐라고 하면서 주지?

 

 

'지용아, 사랑해?'

 

'고무신 거꾸로 신으면 죽는다?'

 

 

도저히 마땅한 말이 생각나지 않아서 괴로운데 생각보다 너무 빨리 학교가 보여 떨리는 마음이었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 지용이가 오지 않았다.

 

 

 

 

"음.. 늦나? 다행이다... 뭐라고 할 지 생각하고 있어야지..."

 

 

 

 

 

 

 

 

 

꽃샘추위로 봄이 다가왔음에도 추워진 날씨는 시간이 지날 수록 더 겨울의 차가움이 묻어나왔다.

 

 

 

 

 

 

 

 

 

 

 

 

 

 


 

 

 

 

 

 

왕따연기 14

 

 

 

 

 

 

 

점점 쌀쌀해지는 날씨에 움추려 있다가 다시 한 번 시계를 확인했다.

 

 

 

9시가 다되가는 시간을 확인하고선 다시 핸드폰을 손에 들었다.

 

 

 

 

 

벌써 몇 통째인지도 모르겠다.

 

 

 

 

계속해서 연결음만 귓속에 들어오고 권지용의 목소리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다른 때 같았으면 벌써 별에 별 욕을 섞어가며 돌아가고도 남았을 시간이지만,

 

 

오늘은 그런 평범한 다른 날들과는 다른날이다.

 

 

 

 

오늘이 아니면 안되는데- 제대로된 인사도 못하고 가면 안되는데- 꼭 기다려달라고 얘기해야하는데-

 

 

 

 

 

 

 

지용이 집으로 찾아가볼까?

 

 

 

하다가..

 

 

 

이씨!! 내가 왜!! 자존심이 있지- 흥이다! 안나오기만해봐라.

 

 

인상을 있는대로 구기고 뾰루퉁해져서는 교문 옆 담벼락에 기대어 서있었다.

 

 

 

 

 

 

1분이가고-

 

또 1분이 가고-

 

또 1분이....

 

 

 

 

아악!!!

 

10시가 다 되간다...

 

 

 

 

자존심이고 뭐고 다 필요없다.

 

 

 

오늘 아니면 안되는걸.

 

 

 

 

 

하도 오래 한 곳에 서있어선지 저려오는 다리를 툭툭 쳐보이다가 결국 집으로 가기로 결심하고 발길을 돌렸는데...

 

 

하-

 

 

 

 

 

 

 

지용이네 집이 어디지?

 

 

...

 

 

 

우리 서로 너무 모르는게 많아-

 

 

 

 

 

 

"후우~"

 

 

 

한 숨을 작게 쉬어보다가 지용이네 집을 묻기위해 핸드폰을 들어 영배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지만, 자는건지 도통 받질 않는다.

 

 

 

...답답해!!!!!!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대성이나 승현이 번호를 알아놓는건데...

 

 

 

 

 

 

 

점점 더 추워져가고-

 

 

 

매일 맞지 않았던 일기예보는 왜 오늘따라 척 들어맞는건지-

 

 

 

 

비가온다더니 한 두방울 떨어지기 시작한 비가 점차 세차게 내려온다.

 

 

 

 

 

 

"우으으으~ 추워... 권지용 이 새끼. 나타나기만 해봐라. 뒈졌어!!!"

 

 

 

거리에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비가 오기 시작하자 금새 줄어들었고,

 

 

울적해지는 마음을 달래기 위해 괜히 크게 짜증을 내어 보지만 그 소리는 메아리처럼 울려 다시 내 귀에만 들릴뿐-

 

 

들어주는 사람도 없이 나혼자 짓걸인 말을 또 나혼자 들어야 된다는 것에 더 울적해져 온다.

 

 

 

 

 

 

젖어오는 머리카락은 얼굴에 촥 붙어버릴 정도로 많은 물기를 머금었으며,

 

 

 

추위에 떨던 몸에 딱 붙어버린 옷은 그나마 남아있던 온기를 몽땅 빼앗아가는 듯 했다.

 

 

 

 

 

 

"으우...추워..."

 

 

 

두 손을 모아 입앞에 대고 '호~'하고 불어보다가 또 갑자기 울컥.

 

 

 

 

마지막인데, 마지막 날인데, 권지용과 함께하는 마지막인데. 내가 널 얼마나 힘들게 사랑했는데...

 

 

 

 

 

 

그 크던 짜증은 금새 울컥해진 저린 마음의 크기로 바뀌어버렸다.

 

 

 

 

 

 

 

다시 걸어본 전화에서는 역시 음성 사서함으로 돌린다는 음성만 들려왔고, 여자의 목소리가 지시하는데로 메시지를 남겼다.

 

 

 

 

 

"얼어죽겠다, 이, 개자식아!!!!!!!!"

 

이 한마디만-

 

 

 

 

 

신경질적으로 닫은 핸드폰을 주머니에 던지듯 집어넣고-

 

 

 

 

 

집에 갈거야!-

 

 

 

라고 맘을 먹었는데 도저히 발이 떨어지질 않는다.

 

 

 

10시 10분을 넘어서는 시계를 보다가-

 

 

 

"쳇. 20분만 더 기다려준다."

 

 

라며 낮게 읖조리고는 담벼락에 쪼그려 앉아서 무릎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째깍 째깍-

 

 

 

 

시계바늘 가는 소리가 귓가에 울린지 오래-

 

 

 

 

 

더이상 짜증낼 힘도 없어 조용히 고개를 들어 확인한 시계는 30분을 지나고 있었다.

 

 

 

 

 

...

 

 

 

 

 

 

"오호라~ 3시간 30분.!! 씨이!!!! 고무신을 거꾸로신든 말든!!! 잘 먹고 잘살아라. 퉤퉤!!"

 

 

 

 

하며 일어서서 발걸음을 떼는데,

 

 

 

 

 

 

 

 

세차게 내리던 비가 내 머리위에 그늘이 지면서 순식간에 그쳤다.

 

 

 

 

 

 

 

 

고개를 들어보니 큰 검은 우산이 머리위에 있었고,

 

 

고개를 돌려 뒷쪽을 바라봤을 때, 3시간 반동안 억지로 꾸욱 꾸욱 눌러왔던 눈물이 터져나왔다.

 

 

 

 

 

"싫은데- 나 고무신 거꾸로 신기 싫다고."

 

 

 

 

 

 

 

귓가에 작게 속삭여 오는 따듯한 기운에-

 

 

 

 

 

꽁꽁 얼었던 얼음이 녹듯이, 꽁꽁 얼었던 심장이 풀려 오는 것 같아.. 더 서럽게 눈물을 흘렸다.

 

 

 

 

 

 

쪽팔려서 울기 싫은데, 심장이 제 멋대로 반응해..

 

 

 

 

 

 

 

 

"흐엉- 못됐어, 못됐어 권지용. 흐윽-"

 

 

 

 

 

분명히 권지용이 나타나면 죽어라 욕을 해주리라-

 

 

다 필요 없다. 끝내자- 라고 소리 칠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상황이 이렇게 되니 그런 생각은 언제 했었냐는 듯 머릿속이 하얘졌다.

 

 

 

 

 

 

"너, 너!! 너 안올까봐 얼마나 무서웠는데에.. 흐윽... ... 흡."

 

 

 

 

 

 

그렇게 한참을 지용이 품에 안겨서 서럽게도 울었다.

 

 

지용이는 아무말 없이 내 등만 토닥여 줄 뿐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머리가 아프도록 울고나니 점점 마음이 가라앉는 것 같았고,

 

 

묻혀있던 내 얼굴을 꺼내어 지용일 보기위해 들어보았다.

 

 

 

 

"피식-"

 

 

 

 

 

...ㅡㅡ

 

서러운 눈으로 쳐다봤는데- 그 싸가지없는 권지용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지-

 

 

...

 

 

ㅡㅡ^

 

 

 

 

 

그 웃음을 보자마자 정신이 제대로 돌아오는 느낌이었다.

 

 

 

 

 

아, 씨.

 

 

내 앞에 무릎을 꿇어도 모자랄 놈이... 웃어?!!!!

 

 

 

 

그런 권지용이 괴씸해져서 한껏 노려봐주며 입을 열었다.

 

 

 

 

 

"이씨. 우습냐?!"

 

 

한참을 울어서인지 화가나서 꺼낸 내 말이 목이 메인탓에 살짝 삑사리가 나자-

 

 

 

 

"푸힛-"

 

하면서 웃음을 터뜨린다.

 

 

 

 

 

 

쎄~한 바람이 내 몸을 스쳐왔고, 비에 쩔은 내가 초라하게 느껴져서 내 앞에서 피식거리는 권지용에게 정말로 화가날 참이었는데.

 

 

 

 

 

엄지손가락을 들어 내 볼에 흘러내린 눈물을 쓰윽 문질러주더니 한 손엔 우산을 든채로 힘겹게 겉옷을 벗어 내 어깨에 둘러주면서

 

 

"귀여워, 우리 애기."

 

라고 속삭이는데-

 

 

 

 

 

"치이-"

 

 

 

애기라는 말이 기분 나빴을 법도 한데 오히려 듣기 좋다.

 

 

 

 

 

아마, 너라서 일거야...

 

 

 

 

 

 

 

 

"춥지. 우리 집에 좀 들어갔다가 가. 코코아 타줄게-"

 

 

 

나를 이끌었고, 지용이의 손을 따라서 발걸음을 옮겼다.

 

 

 

 

 

 

 

몇분을 서로 말없이 걷다가 우산을 올려다 봤는데, 너무 내 쪽으로 많이 온 듯 싶어 지용이를 보았는데

 

 

한 쪽 어깨가 흠뻑 물을 먹은 채 였고, 간신히 머리만 살짝 걸친 채였다.

 

 

 

 

 

치이- 누가 멋있어 할 줄 아나?!

 

흥이다!

 

 

 

 

뾰루퉁한 표정을 지어보이다가 지용이의 허리춤을 잡고 내 쪽으로 끌고와 팔로 허리를 둘렀다.

 

 

 

 

 

살짝 눈을 크게 떠보이던 지용이에게

 

 

 

 

 

"비 다 맞으면서 나만 우산 씌어주면, 누가 감동먹을 줄알어? 그런거 됐으니까 내 옆에 딱 붙어... 이게 더 좋아."

 

 

라고 속삭이자 나를 보며 생긋 웃어보인다.

 

 

 

 

 

 

 

그렇게 지용이는 얼굴에 미소를 띄운채-

 

나는 뾰루퉁한 표정으로-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지용이 집에 도착했다.

 

 

 

 

 

들어서자마자 지용이가 챙겨주는 옷을 받아들고 갈아입었고, 그동안 지용이는 달콤한 코코아를 타서 내 앞에 내밀었다.

 

 

코코아를 받아들고 홀짝홀짝 마시다가 앞에 있던 탁자에 내려놓고 나만 뚫어져라 쳐다보는 지용이를 쳐다봤다.

 

 

 

 

 

뭐가 그렇게 좋은지 히죽히죽거리는데-

 

 

 

 

 

 

도저히 알 수가 없다.

 

 

 

 

내가 너 였으면 미안해서 고개도 못들었어, 임마.

 

 

 

 

 

저 뻔뻔함은 어디서 나오는건지...

 

 

 

 

 

 

 

그래도 자꾸만 웃어대는 지용이 모습에 기분이 좋아진다.

 

 

"화내기 전에 그만 웃어어~!"

 

 

투정부리듯 말하는 내게 지용이 말을 건낸다.

 

 

"마누라. 잔소리 좀 그만해."

 

 

라며 웃는 지용이 때문에 어이가 없어져서

 

 

"내가 왜 마누라야! 너가 내 마누라해라. 권지용 마누라. 헤헤"

 

 

"이거봐. 웃으니까 더 애기같은데?!"

 

 

"우씨. 싫어. 싫어, 싫어!!"

 

 

좁은 집에 쩌렁쩌렁 울리도록 소리치는 날 가만히 보다가

 

 

 

 

 

"왜 나오라고 했던 거야?"

 

 

 

라고 물어온다.

 

 

 

 

 

 

 

 

나 참, 뻔뻔해서.

 

 

 

 

어쩜 얼굴하나 안변하고, 정말 궁금하단 표정만 짓고선 물어오는데-

 

 

 

 

 

어이가 없어서 벗어뒀던 옷 주머니를 뒤져 케이스를 집어든채 권지용을 향해 툭 던져버렸다.

 

 

 

허벅지를 케이스 모서리에 맞았는지 인상을 쓰며 문지르는걸 보고 살짝 미안해졌는데,

 

 

 

케이스를 열어 확인하는 걸 보고 부끄러워져서 쇼파에 올라와 고개를 묻고 있다가 살짝 들었다.

 

 

 

 

 

 

 

나란히 있는 두개의 반지를 보더니-

 

 

내가 봐왔던 권지용 중에 가장 환하게 웃어보이는 그다.

 

 

 

"이.. 이거.."

 

 

 

 

더듬거리며 말하는 지용이에게- 이제는 말을 해야할 것 같았다.

 

 

 

 

 

"지용아... 있지... 나 연기 그만 둔거. 연기자 포기하고 엄마 말대로 영국에서 경영공부하려고 했었거든..

 

 

사실 그 결정 할 때는.. 니가 너무 좋은데.. 냉정하게 날 괴롭히는 널 보면.. 너무 마음이 아파서.. 견디기 힘들어서..

 

 

그래서 영국가는 것도 좋다고했는데... 이렇게 되고나니까- 어떻게든 그 때 버텨볼걸 하는 생각이 드네...

 

 

지금에 와서 후회해도 어쩔 수 없는거구..

 

 

나... 영국간다... 내일...

 

 

길면.. 1년이 될 수도 있어..

 

 

기다려..줄 수... 있지?

 

 

그리고... 나.. 웃으면서 보내 줄 수 있지?

 

 

그래야 나도 웃으면서 갈 수 있을 거 같은데.. 맘편히 있을 수 있을거 같은데..."

 

 

 

 

 

 

지용이의 얼굴이 어두워지는가 싶더니 고개를 푹 숙이고 있어서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다 나때문이네..."

 

 

 

 

작게 한마디 내 뱉더니 또 적막하다.

 

 

 

 

 

 

"...안 갈 수는 없는거야...?"

 

 

"...."

 

 

아무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하아~!"

 

 

 

크게 한 숨을 내 쉬더니 숙여져있던 고개를 들어올리고 얼굴 가득 기분 좋은 미소를 보여줬다.

 

 

그제야 내 맘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듯 했다.

 

 

 

 

 

"너 나 가있는동안 아무데도 못가게- 내꺼라고 표시해놓는 거니까능!!! 꼭 끼고다녀!!"

 

 

"치이- 그럼 껴주던가. 무드없게 던지고 그러냐?!"

 

 

 

지용의 말에 가까이 다가가 반지를 하나 빼서 그의 손가락에 끼워주며

 

 

 

 

"사실, 쪽팔려서 말 안하려고했는데-

 

 

....사귀는거...종현이 빼고는 니가 처음이다?. 아..음..그니까... 니가- 내 첫사랑이라고...

 

 

그래서 많이 서투르고... 표현도 잘 못하겠구... 안좋아해서가 아니구... 너무 부끄러워서 틱틱 거리는거... 알지?

 

 

앞으로는 고치도록 많이 노력할게.."

 

 

 

 

 

 

얼굴이 붉어지는게 스스로 느껴질만큼 열이 올랐다.

 

 

 

 

 

"치이- 영국 가는 김에 그런거나 배워와라, 이참에.

 

 

... 몸조심하고... 너야말로 나 잊어버리면 죽는다아?!"

 

 

하면서 내 손에 반지를 끼워준다.

 

 

..행복하다...

 

 

 

 

 

 

 

 

 

 

 

 

한참동안 나를 티비앞에 앉혀두고선 방에 들어가더니 나오질 않는다.

 

 

ㅡㅡ

 

 

우씨. 뭐야.

 

 

놀아달라구우!!!!!

 

 

 

 

 

방문 쪽으로 눈을 휙 돌리자 때마침 권지용이 흰 종이 하나를 손에 들고 휙휙 날리면서 다가온다.

 

 

 

 

 

"뭐야, 권마눌! 내일 간다고! 나 간다고!!! 놀아달라고!!!"

 

 

 

... 내가 생각해도 좀.. 유치하달 정도의 몸짓과 투정을 부렸는데-

 

 

 

 

 

내 앞에 들고왔던 종이를 쫘악 펴보이더니 마주 앉았다.

 

 

"짜잔~ 50문 50답-"

 

 

"으응? 갑자기 무슨?"

 

 

"생각해봤는데- 우리 서로 모르는게 너무 많아. 명색이 애인인데 너 가기전에 기본적인 거라도 알아둬야지~"

 

 

"음~ 하긴- 사실 나 아까 너네 집도 몰라서 못찾아오고 계속 비맞고 서있었다?"

 

 

하니까- 지용이 얼굴에 실망하는 빛이 역력하다-

 

 

 

 

"애인 집도 모르는게 자랑이다?!"

 

 

 

 

"우씨!!! 어쨋든! 나도 할래. 서로 물어보기! 너부터 해봐."

 

 

 

그렇게 기본적인 가족사항에서부터 키나 몸무게 같은 신체 사항....등을 물어왔다.

 

 

 

 

 

 

 

"음 다음건.. 존경하는 사람"

 

 

"김준수! 내가 쩰로 좋아하는 사람이야.+_+"

 

 

라고 하자마자 지용이 표정이 좋지 않은데-

 

 

 

 

 

 

 

"쩰 좋아하는 사람?!!"

 

 

 

 

 

아하- 그거구나..

 

 

"아니~~~~ 쩰 좋아하는 배우라고. 하하하^^;;"

 

 

 

 

 

 

쪼잔한 자식-

 

 

 

 

 

 

"다음- 이상형은?"

 

 

아~ 이런 질문은 쉽지! 

 

 

항상 내가 꿈꿔오던 이상형이 내겐 딱 잡혀있었다-

 

 

 

 

 

"음~~~ 키크구우~"

 

 

"....또."

 

 

 

"음~ 아! 똑똑했으면 좋겠어~"

 

 

"............또."

 

 

 

"또 있었는데. 뭐였더라.. 아아!! 나이 많은 사람~ 연상!!"

 

 

"......................하하ㅡㅡ;"

 

 

 

"헤헤. 너누운~?!"

 

 

하면서 해맑게 되물었다.

 

 

 

"욕안하고."

 

 

"....하하; 또오~?"

 

 

 

"잔소리 안하고."

 

 

"..................또..오?"

 

 

 

"연하."

 

 

 

 

 

 

 

 

 

"...............................죽을래에~?!!!!!!!!! 재섭써 권지용!!!!!"

 

 

 

 

 

 

 

 

"먼저 시작한게 누군데?!"

 

 

"? 뭘!!!!"


"키작고 돌대가리에 동갑이라 존나 미안."

 

 

"아.........하하......;;; 내가... 그랬어?^^:"

 

 

"엉. 니.가."

 

 

"에이~ 원래 이상형이랑 애인은 다른거래~"

 

 

하면서 온갖 애교를 보여주고 나서야 그녀석의 꽁한 맘이 풀렸다.

 

 

 

 

 

참.....

 

 

쪼잔한 자식이다-.

 

 

 

 

 

하나 더!!! 내 이상형은 맘 넓은 사람이다-.

 

 

...이건 저얼대!! 입밖에 끄내놓지 못한. 나만의 생각이란거-.

 

 

 

 

 

 

 

 

결국 갖잖은 질투때문에 우리의 50문 50답은 그 질문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고,

 

 

 

 

새벽 3시를 향해가는 시간에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됐다는데도 우리 애기 누가 잡아간다면서 기어코 집 앞까지 데려다 주는 지용이었다.

 

 

 

 

나 사실... 됐다고해서 너가 정말 안바래다줬으면 완전 삐쳤을거다..? 헤헤.

 

 

 

 

 

 

 

 

집앞에 도착해서 지용이에게 짧은 인사를 건네고 돌아서려는데 지용이가 살짝 내 옷자락을 잡아 끈다.

 

 

 

 

"응?"

 

 

하고 뒤를 돌아보자

 

 

 

 

"승현아-"

 

 

하고선 뜸을 들인다.

 

 

 

 

 

"...응?"

 

 

".....해...."

 

 

 

 

"뭐? 안들려어~"

 

 

"사랑..해..."

 

 

 

 

피식- 귀여운 자식- 

 

 

 

 

"응?!!!!! 뭐라고?!!!! 크게 좀 말해봐!!!"

 

 

"아씨.. 사랑.. 한다..고..////"

 

 

 

 

"아우!! 하나도 안들리네- 그냥 얘기하지마! 나 들어갈거야!"

 

 

 

하면서 몸을 틀어 가려는 척하자-

 

 

 

"사랑한다고, 이승현!!!!"

 

 

 

 

 

 

허억- 놀려주려고 장난친거긴 하지만-

 

 

너무 크게 소리쳐대는 지용이 때문에 움찔했다.

 

 

 

 

 

"내가 그렇게 좋아?! 뭐 4번씩이나 얘기해주고 그래~ 나도 귀있어~~"

 

 

 

 

하면서 까불까불 거리는데 내 팔을 훽 잡아채더니

 

 

 

 

 

 

 

 

부드러운 입술이 닿아왔다.

 

 

다물어진 입술을 핥아오는 그의 리드에 맞춰 살짝 벌리자 들어오는 혀는 입안을 온통 헤집어놓았고,

 

 

숨이 차오르는데도 버틸 수 있을 정도의 약간의 떨어짐만 허용할 뿐 계속되는 가쁜 키스로 정신이 아찔해져온다.

 

 

 

 

 

그야말로 짜릿한 키스-

 

 

 

...

 

 

 

아씨. 선수야. 선수!!

 

 

 

 

많이 해 본 솜씨-

 

 

 

 

젠장젠장젠장!!!

 

 

그래. 양보한다-

 

 

 

 

 

 

 

 

이승현이 권지용 마누라 해줄게-

 

 

 

 

 

 

 

 

 

 


 

 

 

 

 

 

왕따연기 15

 

 

 

 

 

 

 

 

 

 

오늘 아침 등교 전에 본 거울 속에는...

 

 

 


말끔하고 나름 간지난다고 자부하던 권지용은 없었다.

 

 

 


잘 보이지도 않을 만큼 퉁퉁 부어버린 눈으로 인해 자신의 모습이 어떤지 확인하기도 힘들정도였다.

 

 

 

 

 


"휴우-"

 

 

 

 

 

 

 


작게 한 숨을 내쉬어 보다가

 

 


부어버린 눈이 원망스러운듯 조금은 강하게 툭툭 쳐보이기도했다가

 

 


쭈욱 늘여보기도 했다가

 

 


눈에 힘을 주고 껌뻑껌뻑 수차례반복해보지만 달라질 건 없었다.

 

 

 

 

 

 


승현이가 집에 들어가는 걸 확인할 때까지 억지로 참아오던 눈물이 밤새 터져버린게 화근이었다.

 

 

 

 

 


웃으며 보내달라는 부탁을 차마 흘려 넘길 수가 없어 터져오려는 심장을 애써 쬐여왔는데

 

 

 


밤새 울었다는 티가 확확 나는 얼굴로 학교에서 승현이를 대하고 싶지 않았다.

 

 

 

 

 

 


잠도 오지 않아 학교 갈 준비를 평소보다 한 시간이나 빨리 했지만 거울을 보며 우물 쭈물 망설이는 사이에 시간이 꽤 많이 흘러가버렸다.

 

 

 

 

 

 

 

 

 

 

 

 

 

 

 

 


시험이 방금 시작한 듯한 교실에 주춤주춤 들어서서 자리에 앉아 대충 찍어내리고는

 


이쪽으로 시선을 두는 듯한 승현이때문에 고개를 묻고 눈을 감아버렸다.

 

 

 

 

 

 


시험이 끝나는 종소리가 울리기 무섭게 내 등을 툭툭 쳐왔고,

 

 


고개도 들지 않고 아무런 반응 없이 자는 척을 했다.

 

 

 

 

 


"지용아아~ 지용아아아아~~~"

 

 

 


한참을 늘어지는 목소리로 내 어깨를 흔들며 부르던 승현이-

 

 


"야아아~ 너 안자는거 다 알어."

 

 

 


이 말에 괜히 뜨끔해져서 내게 어울리지 않는 연기는 집어 치워야했다.

 

 

 

 

 

 

 


귀찮다는 듯 한 쪽 팔을 들어 올리며 휙휙 저어보이곤

 

 


"아우. 너 바래다 주느라 늦게 잤더니 피곤해 죽겠다, 야."

 

 


"치이. 너 근데 너무 심한거 아니냐?!"

 

 


목소리만 들리는데도 그 말투로 뾰루퉁한 승현이 얼굴이 떠오른다.

 

 


"내가? 내가, 뭐.?"

 

 


"흥. 됐다, 됐어."

 

 

 

 


하는 승현이를 향해 엎드린 채로 주머니를 뒤져 오늘 아침 시험에 지각하면서까지 

 

 

 


교무실에 들러 거의 난동을 피우며 얻어온 것을 꺼내들고 흔들어보였다.

 

 


금새 손에서 그 종이가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이게 뭔데에?!"

 


하면서 잠시 조용하더니.

 

 

 

 

 

 


"어맛!!! 지.. 지용아!!! 이거.. 이거..."

 

 

 

 

 

 

 


후훗.

 


효과가 있었다.

 

 


예상한 시나리오.

 

 


ㅋㅋㅋ

 

 

 


승현이 과외덕분에 (사실 결국은 독학을 해야 했지만.)

 

 


생애 처음으로 수학에서, 것도 어렵다는 이과 수학에서 67점이란 점수를 맞은것.

 


67점이라고 우습게 볼 수도 있겠지만, 결코 나 권지용에게만은 우스운 것이 아닌 기적이라고 할까.

 


항상 30점에 간당간당 걸치던 예전의 점수에 비하면 엄청난 과외의 결과였다.

 

 

 

 

 

 

 


"똑똑한 사람이 좋다고 했냐?"

 

 


"..."

 

 

 

 


승현이는 자기가 생각해도 신기한 모양인지 말이 없었다.

 


거기에 괜히 더 우쭐해져서는 웅얼웅얼 말을 이엇다.

 

 

 

 


"너 영국 가있는 동안은 딴짓 안하고 공부만해서 더 놀래줄테니까 기대하고 있어.ㅋ

 


아, 그리고 남자는 군대가서도 큰댄다?! 우유도 먹고 농구도 할거다, 나.    나중에 와서 부러워하지나마.

 


음.. 나이는 뭐, 내가 노력해도 어쩔 수 없는거니까~ 그거 하나는 니가 양보해. 오케?"

 

 

 


내 말이 끝나자 승현이가 조용히 있더니 입을 열었다.

 

 

 

 

 

 

 


"크큭~ 푸하하하하하.. 아흐~ 권지용. 미치겠다. 크큭. 아우~ 배아파.ㅋㅋ"

 

 


잘 나가던 내 머릿속에 담겨있던 시나리오가 갑자기 엇나가는 순간이었다.

 


ㅡㅡ;;  이건 무슨 반응인지...

 

 

 

 


꿋꿋히 들지 않던 고개를 살짝 들어 승현이를 봤는데 정말 배를 부여잡고 꺽꺽대며 웃고 있었다.

 

 

 

 

 

 

 

 


"너... 너... 과목 석차 좀 잘라내고 오지 그랬냐. 푸힛! 폼잡기는. ㅋㅋ

 


시험에도 난이도란게 있어요~ 니가 천재냐? 고작 몇시간 열공했다고 등수가 확 올라가게?!"

 

 

 

 


눈물이 맺힐 정도로 웃어대는 승현이 손에서 종이를 확 뺏어들었고 승현이는 2교시 감독관이 들어오는 것을 보며 자리로 돌아갔다.

 

 

 

 

 

 

 


뺏어든 종이를 책상에 딱 펴놓고 뚫어져라 쳐다봤다.

 

 


...

 

 


꾸깃 꾸깃-

 


구겨서-

 


쓰레기통을 향해 신경질적으로 날렸다.

 

 

 

 

 

 

 


32명 중에 31등이란다ㅡㅡ;

 

 

 


사실... 그래도 오르긴 올랐다... 1등수...;;

 

 

 

 

 

 

 


수학 등수때문에 짜증이 났던 것은 나중에 듣게 된 사실때문에 웃어넘길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32등이..

 

 

 

 

 

 


영배였다는것.

 

 

 


ㅋㅋㅋ  잘난척하더니 쌤통이다. ㅋㅋㅋ

 

 

 

 

 

 

 

 

 

 

 

시험이 모두 끝나고, 이제는 정말 눈이야 퉁퉁 부엇건 어쨌건 승현이가 갈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승현이에게 다가가기 위해 일어서다가 교실문이 거칠게 열리는 소리가 나 종례를 하려는 것 같아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 때.

 


"아드을~!!!"

 


교실에 울려퍼진건 담임 쌤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보자마자 감탄이 나올 정도로 고운 우아한 여자가 들어섰고, 그 주변으로 양복을 빼입은 사내들 몇이 함께했다.

 

 

 


"오호호~ 컴온~ 아들~ 시험끝났으니까 영국가야지?!"

 

 


뭐.. 뭐.. 뭐?! 영국?!

 


놀란 얼굴로 쳐다본 승현이 얼굴은 난감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질려있었다.

 

 

 

 


"뭐해 아들? 엄마 바쁘단다. 호호호.  빨리 짐싸!"

 

 

 


어물쩡대는 승현이를 향해 웃으며 말했지만 사실 그건 웃는게 웃는게 아니었다.

 


나조차도 숨이 막힐 정도로 소름끼쳤으니까.

 

 

 


왜 그렇게 강했던 승현이가 엄마에게 만은 꼼짝을 못했는지 이제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엄마..;; 내가. 내가 갈게. 공항에서 보기로 했잖아.."

 

 


"아들. 내 아들이지만 믿을 수가 있어야지. 호호호. 이 엄마는 뭐든 확실한게 좋단다? 알고있지, 아들?"

 

 

 

 


"치. 엄마 아들이니까 못믿겠지. 흥."

 


하며 소심하게 중얼거리는 승현이다.

 

 

 


결국 경호를 하는 듯한 사내들이 승현이를 향해 다가왔고 승현인 어쩔 수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서며 나를 바라봤다.

 

 


생긋

 

 


환하게 웃어보이며 '금방올게. 기다려.' 라고 입모양으로 말을 건낸다.

 


공항이라도 같이 갈 작정이었는데 허무하게 끌려가는 승현이의 마지막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도 승현이를 향해 눈이 휘어져라 생긋 웃어보였다.

 

 

 

 


승현이를 편한 맘으로 보내주기 위함이었는데 의도와 다르게 나를 본 승현이 표정은 별로 좋지 않아보였다.

 

 

 

 


사내 몇 명이 승현이를 둘러싸며 나가버렸고, 

 


나는 그런 승현이를 향해 계속해서 웃는 얼굴로 끝까지 함께했고, 

 


만족스런듯한 표정을 짓던 승현이 어머니는 나를 힐끗 쳐다보는 듯 하더니 금새 미소를 지으며

 

 

 


"씨유 레이럴~ 수고 많았어요. 호호호"

 

 


하면서 교실을 나선다.

 

 

 

 

 


교실안은 그야말로 정적 그 자체였고, 승현이와 대성이가 문을 발칵 열고 들어옴으로 인해 정적이 깨졌다.

 

 


"지.. 지용아;;;"

 

 


둘은 정말 걱정스러워 죽겠다는 듯이 나를 쳐다봤다.

 


나.. 괜찮은데.. 승현이 가는거 보면 정말 괴로울 줄 알았는데.. 근데 정말 이상하게도 괜찮은데...

 

 

 

 

 

 


"야. 권지용. 너때문에 울 이뿌뉘가 가는데 맘 불편하겠다, 야!!"

 


하면서 최승현이 나를 향해 톡 쏘아대자 대성이도 금새 맞장구를 쳐댄다.

 

 


"맞어. 맞어. 지용아. 너 지금 그..그... 좀비같다.


이뿌뉘 분장했을 때 만큼이나 징그러워."

 

 


하면서 심각하게 말하자 짐승이 대성이의 머리를 주먹으로 툭 쳐보이며 쏘아댄다.

 

 


"야. 강대승이. 아무리그래도 그거보단 봐줄만하다."

 

 


"그런가? ㅋㅋ  하긴. ㅋㅋㅋ"

 

 

 


그런 둘을 한심하게 쳐다보다가 교실뒤에 있는 거울을 향했는데...

 

 

 

 

 

 


어이쿠.

 

 


내가 웃어보일 때 왜 승현이가 가면서 그런 표정을 지엇는지 알만하다.

 


퉁퉁부은 눈에 억지로 지은 미소는 그야말로.

 

 

 

 


개같다.

 

 


게다가 입은 웃는데

 


얼굴엔 나도모르는새 눈물 범벅이 되버린걸...

 

 

 

 

 


절로 고개가 떨구어지고나니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나는 지금 괜찮은게 아니라.

 


죽을만큼 괴롭다는걸.

 


어제부터 괴롭던 마음이라 그걸 정상으로 느껴버렸다는걸.

 

 

 

 


이제 이승현은 내 곁에 없다는걸....

 

 

 

 

 

 

 

 

 

 

 

 

 

 

 

 

 

 

 


<5개월 후, 영국>

 

 

 

 

 

 

 

 

슬금 슬금....

 

 

 

 

 

식은땀이 온 몸을 뒤덮었다.

 

 

 


고개는 앞만 향한 채로 두 눈을 휙휙 돌려서 눈치를보다가

 


한걸음 한걸음 뗀지 약 5분..

 

 

 


조금만 더 가면 저들의 시야 범위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한 발자국만 더.....!!

 

 

 

 

 


"도련님!!"

 

 

 

 

 


그 때 등뒤에서 소리치는 남자때문에 머리털이 쭈삣 서는 느낌이 들었다.

 


뒤를 돌아보자 덩치 큰 사내 셋이 나를 향해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고,

 


놀란 맘을 어찌 할 줄 모르다 죽어라 앞만 향해 달렸다.

 

 

 

 


정말. 죽어라. 뛰었다.

 

 

 

 

 


만약을 대비해 그들 몰래 감춰두었던 오토바이를 타고 목적지로 향하기 위해 오토바이가 있는 곳을 향해 달렸다.

 

 

 

 


우씨.!!

 


여기서 이럴 줄 알았음 좀 더 가까이에 숨겨두는건데!!

 

 


전속력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거리가 꽤 남아있었고, 세명의 사내들은 점차 가까워지고 있었다.

 

 

 

 

 

 


"아씨!!!!! 따라오지 말라고!!!!"

 

 

 

 


하지만 소리쳐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이번 도망은 성공적일 듯 싶었다.

 

 


오토바이가 저 멀리에 보이기 시작했고, 조그마한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형을 만나러 갈 수 있어!!

 

 

 

 

 


그렇게 들뜬 마음에 시선을 그대로 오토바이에 고정하며 저것 아니면 안된단 심정으로 다리에 힘을 더하는데.

 

 

 

 


순식간이었다.

 

 

 

 


오토바이가 내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건.

 

 

 

 

 

 

 


쿵-

 


꽤나 빠르게 달리던 터라 누군가와 부딪혀 심하게 넘어져버렸다.

 

 

 


어찌나 힘이 센 사람인지.

 

 


그 사람이 부딪힌 충격에도 꼼짝않아 충돌로 생긴 충격은 오직 내게로 배가 되어 돌아왔다.

 

 

 

 


아으~

 

 

 


팔꿈치 여기저기에서 붉게 피가 나기 시작했고 다리가 바지 안에서 상처를 내고 있는지 몇군대가 붉게 물들고 있었다.

 

 


아픈것도 문제였지만 지금은 얼마 거리가 남지 않은 저 사내들의 얼굴이 더 문제였다.

 

 

 

 

 


어디서 그렇게 힘이 났는지 다시 벌떡 일어서서 오토바이로 뛰어가고 있었는데 누군가 내 팔을 덮썩 잡아왔다.

 

 


부딪힌 사람이었다.

 

 

 


"아.. 죄송해요!! 저 여기 학교 다니고 이승현이라고 하니까 몸에 무슨 문제있으시면 찾아오세요!! 지금은 바빠서.. 죄송해요!!!!"

 


급하니까 영어로 했어야 할 말이 한국어로 주루루룩 튀어나와버렸고,

 


에라 모르겠다 싶어서 그냥 팔을 쳐내고 다시 뛰려는데..

 

 

 

 

 


넘어지고 팔잡히느라 이것저것 시간이 지체된탓에 결국 사내들이 날 따라잡아 내 양팔을 움켜 쥐었다.

 

 

 

 

 


"아악!!! 볼 일이 있다고 하잖아!! 딱 1시간만!!"

 

 

 

 


아무리 내가 발악을 해봤자 사내들은 굳건한 표정에 변화도 없었고, 주변의 학생들은 왠 미친 한국인인가 라는 듯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아휴.

 


이번에도 실패다-.

 

 

 

 

 

 


벌써 도망을 시도한지 57번째.

 


실패도 이로서 57번째.

 


도둑놈이라도 된양 질질 끌려가는 것도 이제 곧 있으면 57번째가 될 차례였지.

 

 

 

 

 

 


그 때였다.

 

 

 


척하니 내 팔을 잡아오는 또다른 손이 느껴졌고

 

 

 

 

"내 몸에 문제가 있는게 아니라 그 쪽 몸에 문제가 있는거 같아서요."

 


라는 말이 들려온다.

 

 

 

 

 


아마도 아까 부딪힌 놈인듯.

 


한국 사람이었던 듯 싶다.

 

 

 


급한 상황탓에 제대로 얼굴보고 미안하다고도 못했는데.

 


내 몸을 걱정해주는 말에 고마워서,

 


이왕 잡힌김에 사과나 제대로 하자란 생각으로 그 사람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순간 모든게 다 멈춰버린 듯 했다.

 

 

 

 

 


내가 보고 있는거.. 이거 .. 꿈 아니지?!!!

 

 

 

 

 

 


갑작스럽게 자신들의 임무를 방해하는 사람이 나타나자 사내들은 정중하게 그를 떼어놓으려했다.

 

 

 

 


그 때. 

 


그는 이 모든게 꿈이 아니라고 대답이라도 해주듯 내 팔에 멍이 들 정도로 꽈악 힘을 주어 잡았다.

 


그래. 이렇게 아픈거 보니 꿈은 아닌 것 같았다.

 


멍했던 내 얼굴에 아픔으로 인해 살짝 미간이 찌푸려졌고,

 

 

 

 


그 때 그는 나를 힘차게 잡아끌어 있는 힘껏 달렸다.

 

 

 

 

 

 


방심하던 사내들의 손이 쉽게 풀어져 나갔고, 나는 이 상황을 정리해 볼 시간도 갖지 못한채 또다시 그를 따라 죽어라 뛰었다.

 

 

 

 

 


이로 인해

 


도망을 시도한지 58번째.

 


실패는 57번.

 


도둑놈이라도 된양 질질 끌려가는 것은 56번.

 


그리고.. 첫번째의 성공이었다.

 

 

 

 

 

 


또.... 이게 내 인생에 그에게 신세 지게될 첫번째 사건이었다.

 

 

 

 

 

 

 


왠만큼 사내들이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우리 둘은 가뿐 숨을 몰아 쉬며 골목의 벽에 기대어 있었다.

 


아직도 뭐가 뭔지 정리가 되지 않는 나는 다짜고짜 내 옆의 은인에게 소리쳤다.

 

 


손가락으로 나도 모르게 삿대질을 해가며.

 

 

 

 

 


"맞죠? 맞죠?!  맞아! 확실해!! 아악!!!"

 

 

 

 


그 앞에서 혼자 묻고 대답하고 하는 모습을 보더니 씨익 입꼬리를 올린다.

 

 

 

 


땀에 가득 절은채로 환하게 웃는 모습에 주변이 다 환해지는 듯 했다.

 

 

 

 


"여긴 왠일이에요? 이렇게 돌아다녀도 되요? 왜 혼자에요?"

 


끊임없이 재잘거리는 나를 보더니 작게 실소를 터뜨린다.

 

 

 

 


"쿡-. 하나하나 물어볼 수 없어요? 하하. 

 


드라마 촬영차 왔다가 영국에선 자유로우니까. 좀 누리고 있었죠."

 

 

 

 

 


아. 드라마 촬영있었구나....

 

 

 

 

 

 

 

 


그렇다. 그는 김준수.

 

 

 

 

 


내가 그토록 닮고 싶어하고, 내 롤 모델이었던 그가 내 눈앞에 나타났고, 내 쉴새없는 질문에도 친절하게 답해주고 있었다.

 

 

 

 

 

 

 

 

 

 

 


 

 

 

 

왕따연기 16

 

 

 

 

 

 

 

 

"고마워요!"

 

머릿속에 맴도는 말이 너무 많아서 결국 대뜸 고맙다는 말을 뱉었다.

 

 

"그냥. 급한일이 있는것 같아서.. 혼자 구경하는것도 질려가던 참이었거든요."

 

 

 

 

내 앞에 있는 김준수가 꿈인 것만 같아 나도 모르게 헤벌레 쳐다만 보고 있었던것 같다.

 

"저 이제 드라마 촬영 가봐야해서요. 그럼."

 

그가 살짝 고개를 까딱해보인다.

 

 

 

 

 

 

 

내 머릿속 가득히 자리잡고 있던 내 행동의 1순위.

 

'형을 만나야한다.' 는 구석에 꼬깃 꼬깃 박혀버린지 오래.

 

 

 

 

그대신 내 머리를 가득 채워버린건.

 

'김준수다.'

 

라는것.

 

 

 

 

 

 

 

 

반쯤은 놓아버렸던 정신줄을 찾고보니 내 앞에서 당황스럽단 듯이 낑낑거리고 있는 김준수가 보였다.

 

 

 

 

 

"저.. 저기요..."

 

 

 

 

 

한 쪽 팔을 꽉 잡고있는 내 두 손을 떼어내기위해 얼굴이 빨게질 정도로 힘들쓰고 있는게 눈에 들어오자 정신이 번뜩 드는 듯 했다.

 

 

 

 

아...

 

쪽팔려...

 

 

 

 

이런 힘이 있는 줄 알았으면 내 힘으로 도망쳐서 형한테 진즉에 갔으리라..

 

 

 

 

민망해져 잡고 있던 두 손에 힘을 풀어주자 도망치듯 빠져나간다.

 

 

 

 

이상한 미친놈 본 듯한 얼굴을 하고선-.

 

 

 

 

 

ㅡㅡ.

 

 

아 씨발.

 

 

안그래도 영국에서 미쳐버릴 참이었는데 너 뒈졌어.

 

 

라고 할만한 표정이었지만.

 

 

 

 

 

 

어디까지나 김준수가 아닐 경우고.

 

 

 

 

 

니가 누구냐.

 

김준수 아니더냐.

 

 

 

그런 표정마저 빛이 나는구나..+_+

 

 

 

 

 

 

 

 

 

 

 

이제와서 생각하는거지만.

 

몇개월전의 생활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나 정말 좀비같았다...

 

 

 

힐끗 힐끗 눈치보며 도망치듯 빠른 걸음을 걷는 그를 정말 좀비 마냥 쫓았다.

 

 

 

 

입으로는 쉴새없이 질문을 퍼부으면서.

 

 

 

"정말 키가 180이 넘어요? 에이. 나보다 별로 안큰거 같은데 뭘."

 

"..."

 

 

"눈물 연기 할 땐 무슨 생각하는데 그렇게 닭똥같은 눈물이.."

 

"...."

 

 

"왜 키스신은 안찍어요?"

 

"....."

 

 

"와.. 결벽증있어서 스킨쉽 못한다던데 그게 진짠가?"

 

하고선 꼬질꼬질해진 내 손을 살짝 갖다대고 표정을 살핀 후 "아닌가보네." 하고 한마디 내뱉었다.

 

"......."

 

 

"음. 아니면 저번에 난 스캔들이 진짜였나? 막 질투하고 그래요?"

 

".........."

 

 

"그럼 입냄새나나? 아는 실력있는 치과의사있는데 주선 좀 해볼까요?"

 

"........... 아니거든요."

 

 

"어맛. 그... 그럼... 설마... 그거 진짜에요?"

 

"..."

 

 

"진짜구나.. 루머겠거니 했는데. 진짜 게이였구나?!"

 

"아니, 이 사람이!!!!"

 

약간은 화가난듯 날 보며 갑자기 멈춰서선 소리치며 말한다.

 

 

 

"에이. 아니면 말고. 하하.^^;;"

 

사실 조금.. 그래 아주 조금이다... 좀 쫄아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자

 

매서운 눈으로 날 보더니 피식 헛웃음을 지어낸다.

 

 

그런 그에게 나는 한마디 했다.

 

 

 

 

 

 

 

 

"...

웃는거 보니까 맞구만?"

 

 

 

 

 

"..."

 

 

 

 

 

어디서 이런 싸가지가 나왔는지는 I don't know.

 

 

지쳐가는 영국생활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을지도 모르고.

 

일시적인 것일 거라고 믿고 싶을 뿐.

 

 

 

내가 이때 평소의, 제정신의 이승현이었다면 나조차도 경악했을 모습이었다.

 

 

 

 

 

 

 

"저기요. 비밀 지켜줄테니까 촬영장 구경 좀 시켜줘요."

 

 

한참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그에게 지지 않으려고 최대한 새초롬하게 눈을 뜨고 그를 쳐다봤다.

 

 

그런게 있다.

 

남자들의 세계?에선.

 

무심코 눈을 마주쳤어도.

 

먼저 피하면 지는 것이라고.

 

눈물이 나도록 눈을 부릅뜨는것.

 

 

 

쓸데없는 이번 싸움에서는 내가 승자였다.

 

 

 

 

 

 

"쿡. 

 

대신 촬영장가서 시끄럽게 하면 안돼요."

 

 

 

"헤헤. 네! 그리구 반말해요. 저 19살이니까."

 

 

내 꿈인 연기자들이 득실거리는 곳에 갈 생각을 하니까 기분이 좋아져 그의 팔을 잡고 흔들 거리며 걸었다.

 

 

"그래. 너도 편하게 불러라."

 

 

 

 

 

"그래. 준수야. ^^*"

 

 

 

 

 

결국 첨보는 사람한테 머리를 한대 쥐어 박히고 말았다지.

 

 

 

 

 

 

 

 

 

 

 


결국 도착한 촬영장 구석에 앉아서 나는 쥐죽은 듯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은채로 미동도 없이 촬영현장만 살폈다.

 

 

 

그래. 이곳이 내가 그렇게 그리던 곳이었다.

 

스텝들은 너도나도 분주하게 움직였고,

 

모든 시선은 연기하는 그들만을 향했고,

 

카메라며 조명이며 스텝들로 둘러싸여 작은 감정조차 잡기 힘들것같은 상황에서

 

실제 상황인듯 움직이는 그들.

 

 

 

 

 

아.. 나도 자신있는데...

 

 

 

 

 


잠시 쉬는 시간이 있었고, 준수형이 내 옆으로 다가와 내 머리를 헝크러 뜨리며 입을 열었다.

 

 

 

"피식- 시끄럽게 하지 말란게 이렇게 죽은척 조용히 있으란것 까지는 아니었는데."

 

그런 형을 올려다보았다.

 

 

 

"형. 있죠..."

 

"응?"

 

형은 말에 뜸을 들이는 날 보며 짧게 듣고있다는 걸 알리는 듯이 대꾸해줬다.

 

 

 

"내 꿈이 뭐였는지 알아요?"

 

"꿈? 뭐였는데?"

 

 

 

"연기자."

 

 

 

"정말? 근데 왜 과거형이야? 보아하니 지금도 꽤나 관심있는거 같은데."

 

 

 

갑자기 연기자를 포기해야했던 내 상황이 떠올라 꽤나 우울해진 마음으로 시선을 먼 곳에 두었는데.

 

 

 

 

 

 

 

 

아씨....

 

제길....

 

큰일이다..

 

 

 

 

낮에 나를 놓쳤던 사내들이 저 멀리 보이기 시작했고, 도망갈 주변을 둘러보니 양복을 차려입은 사내들이 군데군데 보였다.

 

 

 

 

 

 

"저기, 형. 내일 오늘하고 같은 시간에 그 장소에서 나 좀 한 번만 더 도와줄 수 있어요?"

 

"보상같은거 있나?"

 

 

 

"뭐든요."

 

"에이. 니가 뭔데. 내일 나 바빠."

 

 

 

그 순간에도 날 발견한 그들의 모습이 점차 커다랗게 다가오고 있었다.

 

 

 

 

 

 

"형. 귀 좀 대봐요."

 

뭐냐는 듯이 가만히 있는 형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형 혹시 개와 늑대의 시간. 그거 알아요?"

 

"알지."

 

 

 

"거기에 이준기 나오죠? 직업이 뭔지도 알아요?"

 

"국정원 요원이잖아. 그게 왜."

 

 

 

"그게 나거든요."

 

 

 

 

내가 생각해도 어이 없는 발언이었지만.

 

 

나 혼자 힘으론 도망칠 수 없다는 걸 한 두번 느껴본것이 아닌지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진지하게 얼토당토 않는 발언을 툭툭 내뱉었다.

 

 

 

 

"저...정말?"

 

 

 

정말 신기하게도 그는 믿는듯한 눈치였다.

 

당장은 속는것에 고맙지만

 

 

 

한편으론

 

뭐, 저런 바보가 있나..

 

내가 존경하는 김준수가 이럴수가..라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일이 잘 안풀려서 의심을 받았는데 오늘은 다시 가봐야 할거 같거든요. 내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몸 조심해."

 

진지한 그의 얼굴을 보며 만족하고선 뒤를 돌아 사내들 쪽으로 내가 먼저 다가갔다.

 

 

 

 

 

 

 

 

 

 

 

 

 

*by 준수

 

 

 

"푸하하하. 아하. 큭.. 푸힛.."

 

 

눈물이 쏙 빠질 정도로 웃어대고 있는 날 보더니 감독님이 흥미롭다는 표정을 하고선 다가왔다.

 

 

"김준수 왜 이래?"

 

날 툭 치며 한마디했다.

 

 

 

 

 

"오늘 웃긴 놈을 하나 알았거든요. 크큭."

 

 

"웃긴놈? 아까 같이 왔던 애 말하는거야?"

 

 

 

"네. 하하."

 

좀처럼 그치지 않는 웃음을 가라앉히며 대답하자 감독님이 고개를 돌려보다 물어왔다.

 

 

 

 

"어디 갔어? 캐스팅 제의 좀 해볼까했더니만."

 

 

 

"연기자가 꿈이라던데요?"

 

 

"그래? 잘됐네. 소개 좀 시켜줄 수 있어?"

 

 

"언젠간 소개시켜드릴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는데요."

 

 

"에이- 시켜주면 시켜주는거지, 그게 무슨 미직찌근한 말이야?"

 

 

"지금은 그 친구 바쁘거든요."

 

 

"왜. 뭐하는 친군데?"

 

 

 

 

"쉿. 국정원 비밀 요원."

 

 

 

"뭐?"

 

 

 

아까 승현이 말에 지었던 표정처럼 진지하게 말하자 감독님 역시 속아 넘어가는 눈치였다.

 

 

 

 

 

 

 

 

 

 

 

한동안 예정보다 길어지는 영국 촬영 스케줄 때문에 많이 지루하던 참이었는데 흥미로운 일이 생겼달까.

 

 

 

 

 

 

 

 

 

 

 

 

 

 

다음날 약속시간보다 한시간쯤 앞서서 그 애의 것으로 보이는 오토바이 위에 걸터 앉아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도련님!!!!!"

 

 

 

멀리서 들리는 소리에 씨익 입꼬리가 올라갔다.

 

 

 

 

 

 

멀리서 날 보고 던진 키를 잡아서 그의 옆으로 몰아 승현이를 태우고 달렸다.

 

 

 

 

 

"오늘 할 일이 뭔데?!"

 

 

"오늘은 이승민이라고, 설득해야할 사람이 있거든요. 그 사람 만나러 가야되요."

 

 

"뭘 설득해야되는데?"

 

 

"너무 많이 알려고하면, 다쳐요."

 

 

"이 일에 날 끌어들인게 누군데? 말해봐. 나 그런거 잘해. 설득하는거. 도와줄게. 국가를 위한 일이라는데, 뭐."

 

 

승현이는 한참이나 고민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아마 거짓말을 지어내느라 고민한 것이겠지만.

 

 

 

 

 

 

 

 

 

 

 

 

 

 

 

"근데. 이거 되면, 그럼 넌 이제 이 일 그만 하는거야?"

 

 

"네. 제 임무는 이게 다거든요."

 

 

"그럼 끝나고는 뭐할건데."

 

 

"우선 한국에 돌아갈거에요."

 

 

"그런거 말고. 당장 일없이 백수되잖아. 백수."

 

 

"아~ 상관없어요. 한국에서 학교 마저 다녀야죠."

 

 

"에이. 그러지말고. 할 일도 없는데 연기자해라. 도와줄게."

 

 

"그럼 나야 좋죠. 근데 이 일이 생각보다 어려운 거거든요. 일년이 걸릴지도 모른다구요."

 

 

"오케이!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by 승현

 

 

 

갑자기 날 두고 혼자 형을 만나러 들어가버린 형을 바라보다 밑져야 본전 이란 생각으로 툭툭 땅을 발로 차며 기다리고 있었는데.

 

 

한 시간쯤을 기다렸을까.

 

 

 

 

 

예상과 다르게 준수형은 만족스럽단 얼굴을 하고선 내 눈앞에 나타났다.

 

 

 

 

 

 

"오케이! 한국가자!"

 

 

 

 

 

 

잘 못 찾아왔나?

 

분명 우리 형네 집 맞는데.

 

우리 엄마도 쩔쩔매는 우리 형네 집.

 

 

 

 

 

 

"정말이에요? 정말 그렇게 하겠대요?"

 

"그럼."

 

 

"정말이죠?! 아니면 나 한국가다가 비행기 통채로 붙잡힐지도 몰라요!!!?"

 

이건 진심이었다. 우리 엄만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었으니까.

 

 

 

 

"속고만 살았냐?"

 

"으아... 형... 멋있다..."

 

 

 

 

그래.

 

사실이다.

 

멋있었다.

 

 

 

 

단 한 시간만에 까탈스런 우리 형을 잠재운게.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이 사람 우리 엄마보다도 더하고, 우리 형보다도 더한.

 

 

 

독종 중에 독종일 수도..

 

 

 

어쨌든 지금 내가 들은 형 말이 진실이라면.

 

 

나는 곧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고, 연기자가 될수도 있을 것이며,

 

 

무엇보다 나를 가장 설레게 만드는 것은


지용이를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아악!!!!



후훗.



서프라이즈해줘야지.




기다리구 있어, 지용아!!!
------------------------------------------------------------------------------------------------------------------------------






















대표 사진
독자1
진심 우와ㅠㅠㅠㅠㅠ내용도길고 승현이완전좋아요ㅠㅠㅠㅠ 준수랑 어떻게되는지도궁금하고 빨리 지용이랑 만낫으면.ㅠㅠㅠ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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