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ITTLE SERVANT.11
W.christmas rose
세훈×준면 톡,토톡. 톡,타타닥. 세나의손이 자판위에서빠른속도로 움직였다.가끔씩 킥킥대며웃고,올-하며감탄을하는것을보니 아무래도친구와 신나게카톡을하는듯싶었다.그런데그것이 벌써사십분째,그옆에서 평소본방을놓쳤던 드라마를보며 곱게빨래를개키는준면에겐 결코고와보일리가없다.준면은알듯말듯 슬며시세나의눈치를보며 티비의음량을높였다.더욱커진 드라마속의 사람들이떠들어대는소리에,세나가살짝미간을찡그렸다.뭐야김준면,귀안들려? "아니,그냥드라마소리가 잘안들려서요." "청력은있을때지켜라,그거늙으면 아-무소용없는거다." 알-간? 세나가얄밉게눈을흘기머 준면의동그란뒤통수에 제손을부비적댔다.어쩜저리 남매가하는짓이 소름돋도록똑같을수가있는지.준면은입을삐죽내밀어 소리없는아우성을쳤다.준면의레드와인빛깔의 머리칼이사르륵,하고 세나의손가락사이로 흩어졌다.아,저 조잡한손버릇도똑같다.역시가족끼리의피는 속일수가없나보다.그렇게몇분동안을 무료하게 티비만바라보다가,준면은 한순간제공허한 머리속을지나쳐간생각에 눈을동그랗게떴다.불과며칠전 저와가장가까운사이이자 이고민을털어놓을수있는 민석에게제고민를 털어놓았었다.핸드폰을켜 카톡창에들어가 자판위에서 두손은한참을방황을하다가,끝내머뭇머뭇하며 손가락을움직였었더랬다. "누나,혹시 지랄병이라고아세요?" "우리세훈이가걸린 고질병이지.그지랄병있잖아,그거우리집안대대로 전해져내려오는 병중에하나야." "지랄병에걸리면 지랄견이된다네요." "존나듣기만해도 무서운병이네." 그렇다.준면은며칠전,민석이제게애기해주었던 지랄병이라는 도끼병뺨치는 고질병에대해기억해냈던것이다.'준면아,너혹시 희대의지랄병이라고아니?' 민석이뜬끔없이 보내온카톡은,준면을인상쓰게만들었다.저새끼또왜저러지.눈을쭉찢으며 신경질적으로 핸드폰을덮어버린 준면은이내 시끄럽게울려대는 핸드폰에손에감겨있던 고무장갑을빼내고서 홀드키를 내렸다.여전히 처참한몰골인 액정때문에 잘보이진않았지만,그래도 비스듬히액정을기울이면 볼만했다. -며칠전에 너가나한테 말한거있잖아 -아무리생각해봐도말이야 -그거너지?^ㅇ^ ......쓸데없이 이런거엔눈치빠른놈,준면은 민망함에 얼굴을붉혔다. -너그러다가 지랄병걸린다 준면아 정말로 조금있으면 민석의말대로 지랄병에걸릴 가능성도있을것같았다.제친구니뭐니해서 상담하는글들을보며 욕을날려주었던준면이였것만,정작당사자가되고나니 체면을챙기는일따윈없었다. 정말로 당사자가되어버리니 쪽팔리든뭐든 이젠상관이없어져버렸다,정말로.... * 세훈은오랜만에 단잠에빠져들어 평소에꾸지않던 꿈을꾸었다.꿈속에서자신은 사랑하는자신의 연인과함께 한가로이tv를보며 웃고있었다.참으로 행복하고,따듯한꿈이였다.그렇게한참을 웃고만있다가,옆을돌아보았다.자신의연인의 얼굴이햇빛에비춰져 잘보이지가않았다.세훈은눈을찡그리며 그녀를보려 그녀에게더욱 몸을가까이다가갔다.그녀가자신에게로 천천히몸을돌리자,반사되는 햇빛이점차모습을감추며 세훈의시야를트게해주었다.세훈이그녀에게로 몸을숙이자,어째서인지 그녀는세훈에게서 멀어졌다. 눈부신봄날의햇살이 전부거둬지고,마침내 어둠만이 거실안에자리했을때 그녀는온데간데없이 제앞에서 사라져버리고야말았다.마치잡히지않는 연기들처럼.헉,세훈은그만 달콤한봄날의 꿈에서로부터 깨고야말았다. * "근데너요즘 입맛이없어보인다? 이누나가 걱정되는데,준면아." 걱정되기는무슨,준면은밥알을연신 깨작깨작거리다가 제게물어온세나의물음에 고개를쳐들었다.이윽고 그녀의밥알들이 수북히쌓아올려진 밥그릇을보고선,준면은코웃음을쳤다.세나는 그런준면이 어지간히안쓰러웠는지,이내고기한점을 준면의밥위에다가 살포시얹어주었다.이거먹고 다시포동이로돌아와.세나의날선말투에서 어딘지모르게 걱정스러움이느껴져,준면은미소를지었다.그리고 어느샌가습관이되어버린 힐끔거리기로 바로앞편의세훈을 흘깃,쳐다보고 밥그릇에얼굴을쳐박았다.정말로 자신은근래들어 이상해진것이틀림없다,그렇지않고서야 저리세훈의상태가 걱정될리가.... "도련님,고기좀드셔보세요.어제간을해놓은건데,오늘은숙성되어서 더맛있을겁니다." 준면의옆자리앉아있던 유모가걱정스런말투로 세훈의앞자리에 고기접시를살짝밀어주자,세훈은도리질을치며 그것을거부했다.그런세훈을 몰래쳐다보는준면은,그저속이탈뿐이였다.지금도저렇게말랐는데 밥을안먹으면 혹시쓰러지는거아닐까? 같은허무맹랑한 걱정같은것말이다.그렇게일분간을 세훈을탐색하다가,세훈과 한순간시선이마주쳤다.준면은갑작스런 목막힘에켁켁거리며 급하게물을들이켰다.차가운냉수가 목구멍을타로내려가자,준면은 그나마진정이되는건지 다시젓가락을들었다. "도련님이좋아하시는 고기인데....안드십니까?" "아,괜찮아 유모.오늘따라 이상하게입맛이없다." "뭐야,오세훈이새끼.너지금이누나따라 다이어트하는거냐?" "지랄,아니거든.넌그렇게수북히밥을 쌓아놓고도 다이어트가가능하냐? 누가보면 시골촌에사는 머슴이먹는밥인줄알겠다." "어쩌라고,너님알바가아니거든.준면아,저새끼고기안먹으니까 우리끼리다해치우자." "예...??" "허이구,아무튼 쓸데없이 존나까다롭기만하다니까." 준면은그저멍하니 자리에서일어나는 세훈을눈으로만이라도 쫓았다.준면은 눈으로는 세훈을따라가며 손으로는 젓가락에붙은 밥알들을전부입안에 집어넣었다.세훈의모습이 이층에서사라져버리자,준면은덩달아자신도급해져 밥을먹는둥마는둥 식사를끝마쳐버렸다.그런준면의앞에서 그것을지켜본세나는,단일분동안 절반이나남은밥을 아무런반찬이나국과함께 먹지않은것을보며 오늘따라저택의식구들이 전체적으로 이상해졌다고생각했다. "잘먹었습니다,저는 식사가다끝나시기전까지 방에좀가볼게요." 준면은의자에서일어서며 또다시한번냉수를들이켰다.사실아까전에 아무런반찬도없이 급하게구겨넣은밥들이 문제가된모양이였다.체한듯한 느낌은들긴했지만,준면은여의치않았다. "이상하다,원래봄이면 입맛이더잘돌지않나....그렇지않아,유모?" "잘먹던사람의입맛이 갑자기떨어지는데는 다각기다른이유가있습니다." "그럼왜저러는거야 대체....아픈건가?" "뭐...그럴수도있지만,그건아닌것같고 또다른이유가있죠." "뭔데,뭔데???" "슬픈일이있거나...아니면,이런좋은봄날에 상사병이라거나." 헐,세나는속으로 대박이야!를외치며 자리에서벌떡일어났다.그러다가그만 식탁에무릎을 찧어버려,무릎을감싸쥐고선 온갖엄살을 다부려댔건만 세나는지금준면의상태가 연애사업이잘안돼는 애들의공통점이라는것을 생각하고있었다.어느새 무릎에후시딘을 바르고있던세나의입가에,베시시미소가뜨였다.준면아기다려,이누나가 그까짓연애상담 백번이라도더해주마. * "너진짜 요즘따라이상한거알아?" "내가뭐." "아니그렇잖아,내가뭔말해도 멍하니있기만하고....니가그렇게좋아하던 쭉쭉빵빵한누님들에도 반응이없고...이야,그날라다니던 오세훈다죽었네.다죽었어." "아,짜증나니까 저리꺼지기나하라고" "앗,혹시......고자?" 이시발!!!! 세훈이소파에비치되어있던 쿠션들중하나를집어 종인에게로던지자,종인은장난스레웃어보이며 두팔을교차해막아섰다.내기진짜 저깜둥이새끼랑 연을끊든가해야지.자신이 심각한표정을 짓든지말든지,여전히웃음꽃을피우는 눈치없고얄미운 종인이였다. "그러면 왜그러는건데,대체.남자새끼가 찌질하게 그러고있지만말고 어여말해봐." "그게.....아니야,됐다.내가너한테뭘말하겠냐." "아씨!!! 야!!! 존나드라마예고편이세요? 하던애기를마저하던가!!! 너같은애들이제일짱나,새끼야." "아 알았어,알았다고 말해주면될거아냐." "그래서,고민이뭐길래그래." "....그저께말이야,꿈을꿨는데...." 옆을돌아보니 한순간에제연인이 사라져버린무서운꿈이였다.세훈은아직도 그꿈만떠올리면 한기가느껴졌다.사실은 이꿈도요근래에 처음꾼것이아니였다.몇년전에,그러니까 한삼사년전쯤에 미국으로유학을가서 매일같이꾸던꿈이였다.꿈의 내용은늘똑같았다.소파에편히누워있는자신과 그런자신의옆에서 웃고있는그녀였다. "그게 사년전쯤그때에 내가잠에들때마다 매일꾸던꿈이였어." "야....이새끼야,잊었다며.그여자잊었다며." "그랬지.그랬는데 왜이러는지 나조차모르겠어,답답해." "하긴....나같아도 그때의일들을 모두잊으라고하면 노이로제걸릴것같긴해." ".....이거,그리워하는건가?" "나도모르지,그건너만아는거지.그런데그여자가 다시너의꿈에나왔다면 그건아무래도 그리움인것같다.그러니까 너도그만옛추억에 얽매여살지나마." "나보고어쩌라는거야,이미잊을거다잊었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사진한번보고나니까 다시다기억나잖아." 가장아픈거나 가장행복했던기억들은 잊으려해도잊을수가없었다.세훈은그것을 지난사년간,한국으로부터 멀리떨어진타지에서 낯선사람들과 어울려살면서 깨달았다.다잊었다고 자부했는데,그랬었는데. * 세훈이의 갑작스런진지모드...진짜안어울린다..빨리위기를끝내든가해야지...ㅋㅋ...암호닉예전에신청하셨던분들 다기억하고있어요...그러니까 글에안적혔다고 걱정안하셔도됩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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