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수호] 지여애모(只汝愛慕)
06
타오가 수많은 사람들을 헤집어다니며 준면을 찾아다녔다. 이 사람은 사고를 안 치면 혀에 가시가 돋히나, 진짜! 제가 주막에서 계산을 하는 틈을 타 사라진 준면이었다. 주변에 있겠거니 하고 주변 상점을 돌아다녀봤으나 준면은 보이지않았다. 그제서야 상황의 심각성을 느낀 타오는 쉴새없이 뛰었다.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혔지만 타오는 달리기를 멈출 수 없었다. 혹시라도 잘못된건 아닐까, 어디 다친건 아닐까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제발, 무사히만 있어주시길. 타오가 속으로 간절히 기도하며 속도를 올렸다.
터벅터벅. 인적이 드문 골목길인데 제 발자국 소리가 아닌 낯선 이의 발자국 소리가 뒤이어 더 들렸다. 준면이 잠시 멈추면 따라 멈추고 준면이 걸음을 재촉하면 그 발소리 또한 빨라졌다. 수상한 낌새를 느낀 준면이 초조해져 주먹을 꽉 쥐었다. 제 뒤를 따라오는 사람을 모른척하며 빠른 걸음으로 골목길을 빠져나와 사람이 꽤 있는 곳으로 걸었다. 많은 사람들때문인지 발걸음 소리가 약해질 쯤, 이때다 하고 준면이 달리기시작했다. 입술을 질끈 깨물고 죽자살자 뛰었다. 19년 인생중에 제일 열심히 뛴 순간이라해도 거짓이 아니다싶을정도로 힘차게 뛰었다. 일부러 여러 사람들사이를 비집어들어가며 시장바닥을 헤집고다녔다. 숨이 턱끝까지 차올라 더이상 뛸 수 없다 생각될쯤 준면이 뛰던 걸음을 멈추었다. 두 무릎을 잡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허억, 따돌린건가?"
그리고 준면의 어깨를 덥썩 잡아오는 큰 손.
"제기랄. 쪼그만게 뛰기는 겁나 잘뛰네."
키가 크리스만큼 커보이는 장신의 남자 넷이었다. 얼굴이 시퍼렇게 질린 준면이 뒷걸음질을 쳤지만 사내들은 가소롭다는듯 웃었다. 사내들이 준면의 턱을 잡고 오른쪽, 왼쪽 돌려가며 준면의 얼굴을 살폈다. 혹시 계집이냐? 달리긴 했어? 큭큭. 사내들은 남자로썬 견디기 힘든 치욕스러운 말을 서슴치않고 해댔다. 그러나 이 상황을 벗어날 마땅한 방법이 없는 준면은 남자들의 시선을 피할 뿐 이었다. 어깨를 잡고있던 남자가 준면의 몸을 더듬었다. 산적마냥 털이 덥수룩한 손이 제 몸을 더듬는 기분은 그야말로 더러웠다. 준면이 몸을 비틀어 남자의 손을 피하려 발버둥쳤지만 다른 사내들의 손에 잡혀 그 애처로운 움직임마저 저지당했을때, 준면은 앞이 새까매지는것을 느꼈다.
"돈은 더 없는것같고, 데려가자."
"예!형님."
제 몸을 더듬던 남자가 사내들의 대장격이었나보다. 준면에게 돈이 더 없다는것을 알아차린 사내들이 준면이 도망가지못하게 양옆에서 팔을 붙들었다. 조용히 따라오는게 좋을 거야, 길에서 험한 꼴 당하기 싫다면 말이야. 그러고는 준면의 입을 큰 손으로 턱하니 막아왔다. 사내들은 준면을 끌고 상인의 가게로 다시 향했다. 사내들의 손에 이끌려 가게로 가는 도중 사람들이 꽤 많이 모여있는 번화가에 도달했을 때, 준면이 자신의 입을 막고있던 남자의 손을 세게 깨물었다.
"으악!"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갑자기 찾아온 아픔에 준면이 입을 막고있던 손이 떨어져나갔다. 준면이 크고, 간절히 소리질렀다. 살려주세요. 제발, 제발 저좀 살려주세요.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눈길들이었다. 괜한 일에 휩쓸리기싫다는 사람들의 냉정한 눈빛에 준면은 절망했다. 손을 깨물린 남자가 화를 주체하지못하고 준면의 머리채를 거친 손길로 휘어잡았다.
"씨발, 예쁘장해서 좋은 대접해줬더니 눈에 뵈는게 없지?"
남자가 준면의 뺨을 후려갈길 기세로 손을 높게 쳐들었다. 준면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매서운 소리가 제 뺨을 훑고 지나갔다. 생각보다 더 큰 아픔에 준면이 단발마의 비명을 질렀다. 입안이 터지기라도 한듯 비릿한 피맛이 혀에 베어나왔다. 그리곤 정적. …뭐지? 준면이 겁먹은 눈을 천천히 떴다. 제 뺨을 내려쳤던 그 남자의 목에는 장도가 겨누어져있었다. 준면이 눈을 요리조리 흘겼다. 남자의 목에 칼을 대고 있는 또 다른 남자. 타오였다.
"타오!"
"마마, 제 뒤로 오십시오."
준면이 팔을 붙들고 있던 사내들이 타오의 칼과 준면을 번갈아보며 눈치를 살피더니 준면의 팔을 슬그머니 놓아주었다. 준면이 재빨리 타오의 뒤로 몸을 숨겼다. 준면이 제 뒤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타오는 남자에게 겨눈 칼을 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화를 주체할 수 없었다. 저는 혹여나 닳을까 만지지도 못하는 고귀한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에게 아무렇지도않게 손을 댄 이 남자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 아직도 이 남자가 준면이 머리채를 휘어잡고 뺨을 내려치는 장면이 눈앞에 생생했다. 타오가 칼을 더 바짝 들이댔다. 남자가 살려달라며 중얼거렸지만 타오의 귓가에는 들리지않았다.
"타오. 그만해. 그정도면 됐어."
제 뒤에 있던 준면이 제가 칼을 잡고있는 팔을 붙들어내렸다. 고개를 설레설레저으며 그러지말라는 뜻을 담은 눈으로 저를 올려다보았다. 어쩔 수 없이 준면에겐 약할 수 밖에 없는 타오가 남자에게 겨누었던 칼을 내려 집어넣었다. 스르릉하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남자를 위협했던 검날이 자취를 감췄다. 장터에서 이런 구경이 흔치는 않은 지라 준면과 타오 주위로 사람들이 꽤 모여있었다. 그제서야 주위사람들이 다 저희를 주시하고있다는것을 알아차린 준면이 급히 자리를 뜨려했다. 그 때, 둥그렇게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이 반으로 쫙 갈라섰다. 누군가가 뒤에 시종처럼 보이는 둘을 거느리고 준면과 타오를 향해 걸어오고있었다. 느리지도 급하지도 않은 걸음이었지만 걸음걸이에서는 위엄이 묻어나왔다. 남자의 얼굴이 구분될 수 있을만큼 가까이 왔을때 준면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크리스?"
한달마다 한번있는 장날, 더군다나 한해의 시작이라고 여기는 춘삼월(春三月)의 장날은 태평국에서도 꽤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날이었다. 그 날엔 황제가 서민복장을 하고 장터로 감찰을 나가 국민의 민심을 살피는것이 태평국 대대로 내려오는 무언의 관례였다. 그러나 이번 해에는 황귀비시해건으로 인해 떠들썩해진 궁을 두고 직접 출타(出他)하기엔 시기가 적절치못하다 여긴것인지 황제가 해야할 일이 황태자인 크리스에게 떠밀려내려왔다.
양반의 행색을 한 크리스는 단촐하게 제 수행관인 경수와 호위관인 카이, 둘만을 데리고 길을 나섰다. 거리는 북적거렸다. 본디 사람이 많은 곳을 그리 좋아하지않는 크리스의 표정이 어두웠다. 장터 곳곳을 거닐다가 크리스의 눈에 띈것은 북적거리는 사람들이었다. 광대놀음도 다 끝났을 시간이라 이렇게 모여있을 이유가 없을 터인데. 크리스가 군중무리쪽으로 걸어갔다.
"쯧, 저 청년은 괜히 고운 외모탓에 험한 꼴 당하는 구만."
"그나저나 옆의 저 검은 사내는 누구람. 저런 값비싸보이는 장도를 가질고있을만한 행색이 아닌데그려."
사람들의 말소리에 두 사람의 인영이 크리스이 머릿속에서 스쳐지나갔다. 고운외모의 청년과 옆의 검은사내. 크리스가 제 앞을 가로막고있는 사람의 어깨를 툭툭 쳤다. 사람이 왜 치냐는듯 짜증이 묻어나는 얼굴로 돌아보았다. 크리스는 그런 사내에게 거만한 얼굴로 제 품안에 지니고 있던 휘장을 꺼내보였다. 황태자의 그것이었다. 휘장을 알아본 사내가 급히 머리를 조아리며 뒤로 물러섰다. 그 뒤의 사람들또한 휘장과 크리스를 번갈아보더니 이내 길을 터주었다. 일자로 곧게 난 길을 걸어가 군중들 정중앙의 남자들에게 다가갔다. 아, 역시 이런 예감을 왜 다 들어맞는것인지.
"..따라오거라. 여기서 간단히 말로 끝날 문제가 아닌것같구나."
크리스는 그말만을 남겨두고 매정하게 등을 돌렸다. 크리스의 등을 따르던 경수가 준면과 타오에게 따라오라 손짓했다. 죄를 지은 사람은 말이 없는 법. 준면이 조용하게 뒤를 따랐다.
동궁의 자선전, 황태자의 처소에 적막이 흘렀다. 크리스는 의자에 앉아서 둘을 쳐다보았고 타오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듯 고개를 숙이고있었다. 누가 입을 먼저 여나 경쟁이라도 하는 양 계속 되던 정적을 깬것은 다름아닌 준면이었다.
"저기..타오는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제가 졸라서 어쩔 수 없이 따른것입니다."
준면에게서 맨 처음 나온 말이 타오를 감싸는 말이란것에 짜증이 났다. 크리스가 저따위 변명이라면 듣지않는것이 더 낫겠다 생각했다.
"그 입 다물거라. 듣고싶지않다."
"그래도..!"
"다물라하였다."
크리스의 목소리는 좀처럼 격앙되지않았다. 그러나 전보다 더 무거운 무게를 실고 준면에게 향했다. 이번만큼은 제 잘못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을 아는 준면이 이내 침묵했다.
"볼은 왜 그꼴인것이냐."
"신경쓰지않으셔도 됩니다."
"그것은 내가 결정하는 것이다. 바른대로 고하지 않는다면 네 호위무사의 목숨은 없을줄알거라."
"..장터에서 수상한 사내들에게 붙잡혔습니다. 그들과 실랑이를 벌이다가,"
크리스가 그만하라는듯 손을 들어올려 준면의 말을 저지시켰다. 점입가경(漸入佳境)이었다. 멋대로 궁을 나간것도 모자라 천한것들에게 손찌검을 당했다니. 크리스가 목표물을 타오로 바꾸었다.
"나는 내것에 손대는것을 매우 싫어한다. 알고있느냐?"
"..예."
"너는 네가 직접 손을 댄것으로도 모자라 천한것들에게도 손을 허락하였느냐."
"제가 직접 손을 대다니, 그게 무슨."
타오의 물음에 크리스는 대답하지않았다. 화원에서 본 둘의 모습을 투기라도 하는것인가. 혹여나 저의 속좁고 부끄러운 마음을 들키기라도할까 타오의 말에 대답을 하지 못한 자신이 우스웠다.
"호위의 뜻을 모를 정도로 아둔한것이냐, 아니면 호위무사로써의 사명감이 없는것이냐."
크리스의 날카로운 지적에 할말이 없어진 타오가 그저 면목이 없단 말만 되뇌었다. 크리스의 말에 틀린것이 하나도 없다는게 더 화가났다. 온 마음을 바쳐 모시겠다 맹세한 주인을 다치게한것도 저였고 힘든 일을 겪게한것도 어찌보면 다 저의탓이었다. 준면이 장터에 놀러나가자할때 조금 더 강경한 태도로 말렸어야했는데. 준면을 때린 남자도, 지금 저를 질책하는 크리스도 아닌 제 자신에게 화가 났다. 한심한 놈. 타오가 속으로 끊임없이 자책했다.
"너에게 나흘간 네 처소에서의 금족령(禁足令)-외출을 금하는 명령-을 내리겠다. 그간 근신을 하며 네 잘못을 반성하도록하라."
"그럼 호위는..!"
"한순간의 실수로 주인을 위험속에 내버려두게되었다는것을 명심하거라."
"..예.명심,하겠나이다."
"넌 이제 나가보거라."
타오가 가볍게 목례를 하고 방을 나섰다. 그에 준면이 따라 나서려하자 크리스가 준면의 손목을 잡아왔다. 넌, 아직 나랑 할말이 남아있지않느냐.
| 세컨드에요⊙♡⊙ |
분량조절한다고 이번편은 좀 이상한 부분에서 끊겼네요ㅋ.ㅋ 그나저나 6화까지 텍스트파일이 50kb정도 되던데 아직 제가 구상해놓은 제일 중심사건은 코빼기도 안나왔거든요.. 상당한 장편 스멜~,~그래도 연재를 하게되니깐 읽어주시고 기다려주시는 독자분들때문에 게으름피우지않고 쓸수있게 되는것같아요 항상 감사합니다^,^! 그리고 읽고 짧게나마 감상평을 남겨주셨으면 하는 작가의 바램^.ㅜ 댓글의 길게 못적기때문에, 말주변이 없기때문에 같은 이유는 저희의 소통을 막는 이유가 되지못해요! 불ㄲ끈! 소통하면서 독자분들의 지여애모에 대한 생각을 듣고싶답니다ㅜ.ㅜ |
| 암호닉S2 |
펠리컨 슈웹스 송편 카카오톡 그린티 아이셔 복숭아 콜팝 돌기 만두 스폰지밥 후후 마귀 슈잉슈잉 징어 두루미 꿀꿀이 다엘 홍홍 됴르르 속미인곡 이빠 땡삼 식빵녀 |
암호닉은 10화부터 다시 받을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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