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 처져 물기 어린 나의 어여쁜 고양이가 내 곁에서 고운 숨결을 늘어 놓으며 방심한 얼굴로 잠에 들었다. 난 아직도 물기가 있을 것 같은 고운 뺨을 한번 훑었다. 내 손자국이 선명하게 찍힌 양 뺨이 나를 또 다시 흥분시켰다. 이 참에 몸에 문신이라도 박아줄까-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엉성하게 입혀져 있는 옷을 살짝 걷어내자 황홀하게 패인 쇄골이 눈에 찼다. 이쪽이 알맞겠군. 왼쪽 쇄골을 꾹꾹 눌르자 잠결에 뒤척이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으응….”
플레이어 기기에서는 이름 모를 반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노래를 감상하며 침대 옆에 바로 놓인 거울을 눈에 담았다. 점 하나 없는 하얀 시트에 어울리는 그림이였다. 고양이가 집을 나간 이후로 매번 그리던 구도였고, 그때마다 생각했었다. 저 거울 안에 꼭 어울리는 풍경을 담겠노라- 역시 직접 눈으로 확인 한 결과, 몹시 만족스러웠다. 난 지독한 소유욕을 뽐내며 녀석의 목덜미에 입술 자국을 남겼다. 과도를 입술에 머금은 듯한 달콤함이 뼛 속 까지 전해져 왔다.
“으응…. 그만해 하야토.”
부어오른 뺨에 입술을 가져다 대자 이승현은 낯선 이의 이름을 부르며 나를 살짝 밀쳤다. 하야토……? 사랑스러운 목소리에서 내뱉어진 낯선이의 이름에 가라앉았던 왼 손목이 다시 팔딱거렸다. 일본에서 꽤나 이름 좀 날렸다는데, 헛소문이 아니군.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쳐졌다. 달콤한 꿈을 꾸는지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올려주자 입가에 어여쁜 미소를 걸치며 잠꼬대를 하는 고양이의 어색한 모습에 말초신경까지 반응해왔다. 기분 좋아보이는 얼굴을 한 이승현의 입술을 조용히 매만지며 물었다. 승현아, 하야토가… 누구야? 방에 울리는 제법 섬뜻한 음성에 꿈을 꿀 정도로 깊게 잠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번쩍 눈을 뜬 이승현이 제 실수를 파악했는지 얼굴빛을 바꾸며 나를 올려다 보았다. 응? 하야토가 누구야? 제 머리를 넘겨주며 묻는 주인에 대한 공포감으로 파랗게 질려버린 녀석을 위해 더욱 다정하게 질문해주었다. 대체, 하야토가 누구냐고.
“아…아무도 아녜요.”
“글쎄? 아무도 아니라기엔 네 표정이 너무….”
심상치 않은데? 난 속 부터 차오르는 질투심에 이를 빠득 갈으며 이승현의 멱살을 움켜 쥐었다. 빨리 말해. 대체 누구야. 날카로운 히싱 소리를 낼 것만 같은 표정으로 이승현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무것도…. 지독하게 황홀한 입술에서 나오는 거짓말은, 나를 일깨워주기 충분했다. 난 어깨를 돌리며 앙큼한 고양이의 작은 입술을 내리 쳤다.
“이 앙큼한 입이 또 거짓말을 하네.”
“……정말 아무것도….”
“죽여야하나.”
더러운 짓을 범해놓고도 살고 싶은지 고개를 미친듯이 가로 젓는다. 그럼 왜 죽을 짓을 해. 응?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고양이의 애처로운 심장 박동수를 느끼며 펄떡거리는 목덜미에 입술을 묻었다. 잡아 뜯을 기세로 힘을 주어 빨아 들이자 녀석의 눈물에 어깨가 적셔졌다. 뭘 잘했다고 울어? 적반하장의 못된 고양이의 버릇을 고쳐주기 위해 뺨을 한번 더 내리치려다, 떨고 있는 어깨가 가엾어 하늘까지 치켜 올렸던 손을 내려놓고는, 대신에 말랑한 입술을 힘 껏 잡아 뜯었다. 어떻게 혼내줄까. 이 못되고 더러운 고양이를.
“어디부터 괴롭혀볼까.”
“한…한번만 봐 주세요! 제발요…. 앞으론 절대 안 그럴게요. 제발 한번만….”
“그럴까…그럼?”
내 애증하는 연인의 말인데, 들어 줘야지. 난 순간 고양이의 심장을 후벼팔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이 생각이 나 인자한 가면을 바꿔 쓰고는, 쭈뼛 선 고운 털을 다정하게도 쓰다듬어 주었다. 갑자기 돌변한 나를 불안하다는 눈빛으로 올려보던 녀석이 나의 명령에 눈을 꽉 감았다. 공포감에 여전히 떨려오는 작은 몸뚱아리를 안고는 지독하게 밀려오는 향을 음미했다. 밀려오는 질투심을 자제할 이유는 없었다.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금세 일정한 숨을 내뱉는 이승현을 확인 한 후 정집사를 다시 불러, 아까부터 머릿속에서 계획하고 있던 무모한 미션을 내뱉었다.
“도쿄에 거주하고 호스트바와 조금이라도 관련 있는 선에서, 하야토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를 모조리 잡아서 가둔 다음, 이승현 사진을 보여서 반응을 본 후 나에게 보고해.”
충성심 깊은 집사는 고개를 끄덕인 후 바쁘게 방에서 나갔다. 굳건한 걸음을 지켜보며 누워있던 나는 다시 시선을 이승현에게로 돌렸다. 하야토……. 새빨간 자태를 뽐내는 미치도록 증오하는 입술에서 나온 낯선이의 이름은, 나의 질투심과 소유욕을 일깨워주기 충분했다. 난 입술을 축이며 도쿄에 거주하는 모든 하야토들에게 행운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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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후에나 올 것 같네요 ..
안녕 ㅠㅠ 보고싶을꺼에요 ㅠㅠ..
너무 짧아서 죄송시럽네요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