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뇽토리/여신]Parting personate
어둡게 꺼져있던 불이 탁- 하고 켜졌다. 나는 내 눈도 갑작스레 밝아진 환경에 따가웠지만 곤히 잠든 이승현이 걱정이 되어 손으로 녀석의 눈을 가려주었다. 밝은 시야 속에서 보인 범인은, 최승현이였다.
“뭐냐 너네. 합쳤냐?”
“그런 거 아니야.”
“그럼 왜 같이 자?”
“이승현 깨겠다. 불 끄고 말 해.”
난 밝은 시야에 눈을 찌푸리며 말했다. 못산다며 한숨을 쉰 최승현이 불을 꺼주며 방에서 나갔다. 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지금 무슨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도 모르겠다. 술 취한 이승현이 울며 내 방으로 들어왔고, 나에게 안기며 같이 자자고 칭얼댔다. 별 다른 일도 치룰 것 없이 이승현은 골아 떨어졌고, 술 냄새에 취해 깜깜한 밤을 꼬박 새운 난 덕분에 이승현을 감상하고 있었다. 헤어진지 벌써 횟수로는 이년이 다 되고 있는데, 녀석은 가끔 술에 취하면 이년 전 이승현이 되고 만다. 난 응석을 부리며 나에게로 조금 더 가까이 머리를 대는 이승현을 꼬옥 안았다.
“너 일어났지.”
“…….”
“이승현.”
“…네.”
대답은 조금 늦게 떨어졌다. 난 부러 이승현의 머리를 내 목쪽으로 더 당기며 말을 이었다. 녀석의 무방비한 얼굴을 보게 된다면, 어떤 말이 나갈지 몰랐기 때문이였다.
“술을 얼머나 마신거야. 곧 일본 활동인데, 몸 버리잖아.”
“죄송해요….”
“나한테 왜 죄송해. 네 몸한테 죄송해야지, 멍청아.”
“안 마실려고 했는데….”
이승현은 잠결에 껴안은 내 허리에 손을 어색하게 때며 웅얼거렸다. 목에 닿아있는 이승현의 입술 덕에 심장까지 간지러워졌다. 난 숨을 깊게 내리쉬며 이승현에게서 살짝 떨어졌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쉬웠다. 공간이 생기고 시선이 마주닿자 금세 어색함이 감돌았다. 녀석은 눈을 비비며 방을 한참을 보다가, 침대에서 내려왔다. 실례가 많았어요. 꼭 모르는 사람처럼 구는 이승현의 얼굴이 미웠다. 난 멋쩍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더블 사이즈의 침대가 더욱 비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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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현이 안 들어왔지.”
“그걸 왜 나한테 묻냐?”
신경질적으로 흘러내리는 머리를 쓸어올리며 반문했다. 뭐…그냥. 영배는 어깨를 으쓱하며 내 방에서 나갔다. 언제 부턴가 이승현에 관한 일들은 전부 나에게 질문하기 시작했다. 헤어진 후 이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난 버릇처럼 시계를 봤다. 2시 27분. 핸드폰 액정이 번쩍이며 내 신경을 건들였다. 애꿎은 핸드폰에 화를 풀며 난 이불을 뒤짚어 썼다. 신경 쓰지 않기로 했으면서…. 내 자신에게 열번이고 백번이고 되새겼다. 신경 쓰지 말자. 눈을 감고 잠들려 애를 썼다. 자꾸 떠오르는 이승현의 얼굴을 지우기 위해, 듣고 있던 엠피쓰리의 재생목록에 5곡이나 자리하고 있는 이승현의 노래를 지웠다.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대체 뭔데 그렇게 생각이 나는지…. 감정이 이토록 흔들리는 상황은, 이년동안 단 한번도 없었다. 물론 나도 사람인지라 아려왔던 적은 몇 백번이고 있었지만, 지금 처럼 녀석의 얼굴이 떠올란다던가 앵앵 거리는 목소리가 재생된다던가 하는 그런 중증은 결코 없었다. 별 시답지 않은 생각까지 떠오르며 내 잠자리를 방해했다. 곤두선 신경 사이로 시끄럽게 들리는 이승현의 목소리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3시 12분. 45분 동안이나 이승현이란 사경에서 헤매고 있었다. 술에 잔뜩 취한 목소리에 혹시나 싶었는데, 역시나 내 방으로 들어온다. 난 쿵쿵거리는 심장을 자제하며 졸린 눈을 연기했다.
“뭐야 넌.”
“혀엉….”
“또 술 먹었냐?”
차갑게 내던진 목소리가 우습게도 가늘게 떨렸다. 난 헛기침을 하며 나에게 앵겨오는 이승현을 살짝 피했다. 덕분에 녀석은 내 침대에 향수 냄새를 풍기며 쓰러졌다. 또 어느 년이랑 있던거야. 난 기분 나쁜 냄새를 치우려 방문을 활짝열었다.
“술 먹었어요….”
“그래 보여.”
“형이랑 잘려구, 일부러 먹었어요.”
“뭐?”
“술 마시면 형이 나 안피하니깐…. 그래서 같이 잘 수 있으니깐….”
형이랑 다시 사귀는 거 같으니깐…. 이승현이 중얼거리며 눈을 감았다. 난 살짝 굳은 표정을 하고는 떨리는 심장을 애써 잠재웠다. 볼 상 사납게 쿵쾅거리는 심장과, 우습게도 빨개진 볼을 가까스로 진정시키고 내 침대에서 대자로 누운 이승현을 살짝 흔들었다.
“이승현.”
“…….”
“자는 척 하지 마라. 사람 심장 떨리게 해놓고.”
“….”
난 곤히 자는 연기를 하는 이승현을 흔들어 깨웠다. 야, 일어나보라고. 난 술에 꼴아 잠꼬대를 하는 이승현의 벌게진 볼을 두어번 건드렸다. 내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쌕쌕 하는 어린 아이 같은 숨만 내뱉으며 잠에 들고 말았다. 저저- 몹쓸 술버릇. 난 한숨을 내뱉으면서도 삐져나오는 웃음을 자제하지 못하고 흘렸다. 일단 깨면 보자, 이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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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의 애 같은 얼굴을 밤새 노려보고 있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나보다. 눈을 뜨니 되려 이승현이 나를 똘망한 눈으로 올려다 보고 있었다. 난 밤새 팔베개를 해준 덕에 짜릿해진 왼쪽 손을 빼며 이승현을 바라보았다.
“너 어제 일은 기억 나냐?”
내 물음에 고개를 숙이고 풋 웃던 녀석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곰 탈을 쓴 여우라고 생각하며 이승현의 예쁜 정수리를 아프지 않게 쿡 눌렀다. 이승현은 그런 내 행동에 내가 죽고 못 사는 웃음을 보이며 내 목쪽으로 얼굴을 가져다 댔다. 대놓고 유혹하는 모습에 아침부터 심장이 떨려왔다.
“혼난다.”
“형한테 되게 좋은 향이 나요.”
“아침부터 험한 꼴 나기 싫으면 얼굴 떼라.”
“험한 꼴?”
“궁금해?”
이승현에게 대답할 시간도 주지 않고, 나에게 앵기는 녀석의 어깨를 돌린 후 잽싸게 위로 올라탔다. 이런거. 난 멍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는 이승현의 하얀 목에 입술을 묻으며 말했다. 나 애태우게 한 벌. 숨을 깊게 마시며 연한 살을 흡입했다. 자국 남는데…. 말로만 내뱉으며 내 목을 더욱 끌어안는 모습에 정신이 빠질 것 같다고 생각하며 흘러 내리는 머리를 쓸어 올렸다.
“형 그럴 때 되게 잘생긴 거 알아요?”
“알아.”
“치…. 말을 못해.”
이승현의 투정 아닌 투정에 웃다 말고, 고개를 내려 녀석이 제일 민감하게 구는 배꼽에 입술을 맞췄다. 아악! 하지마요~ 아침이라 허스키해진 목소리로 나를 밀어내는데, 그보다 더한 흥분제는 없을 거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 살아있는 흥분제. 난 답지 않은 생각에 괜히 우스워져 실없는 웃음을 흘리며 녀석의 요구대로 입술로 돌아가 젖어있는 샐쭉한 입술에 입을 맞췄다. 촉촉거리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려, 왠지 얼굴이 달아올랐다. 내 무게에 답답한지 나를 밀어내며 자신이 위로 올라가는 이승현의 대담한 모습에 난 넋이 나간 사람처럼 녀석의 얄쌍한 얼굴을 보고 있었다.
“어쭈구리.”
“무겁죠? 복수에요.”
마치 윙크를 하는 것 처럼 눈을 휘더니, 내 목을 그대로 끌어 안고 수염이 나 까슬한 턱에 입을 맞춘다. 따가울 텐데, 괜찮아? 짧게 짤려진 귀여운 밤톨같은 머리를 쓸어주었다.
“이러고 싶어서 어떻게 참았어요?”
“그러는 너는.”
“형이 나 더 좋아하면서.”
“그건 그렇다.”
“뭐에요…. 미안해 지게?”
미안하면 좀 내려오지? 갈비뼈를 꾹 누르고 있는 이승현을 삐딱하게 바라보자, 녀석은 미안했는지 혀를 내밀며 웃더니 금세 내려와서는 다시 내 옆에 얌전히 누워 나를 올려다 본다. 팔베게를 해주느라 밤새 희생한 팔이 뻐근해져 어깨를 돌리며 기지개를 하자, 녀석이 무방비 상태로 뻗혀있는 내 허리를 꽈악 끌어 안았다. 예상치 못한 포옹에 심장이 들떠옴을 느꼈다. 하늘을 향해 들어올린 손으로 이승현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바보처럼 새어 나오는 웃음을 자제 하지 않고 흘렸다.
“형 근데 배 고프지 않아요?”
“배 고파?”
“응. 형 입술 먹으면 배 불를 줄 알았는데, 부족하다.”
“그런 야한 말 누구한테 배웠냐?”
“왜요? 형도 배우게요?”
“아니. 누군지 찾아서 보상 해주게. 야 근데 너 어제 누구랑 놀았어.”
“태준이랑 태준이 선배들이요.”
“죽을래? 너 어제 향수 누구꺼야. 여자 있었어, 없었어.”
“있긴 했는데…. 그 누나들이랑 별 말 하지도 않았거든요?”
“누나들? 한명도 아니고?”
“아악! 또 왜 그래요~ 난 형 밖에 없는 거 알면서.”
“웃긴다. 내가 너 여자 만난거 모를 줄 알고?”
“……형 알고 있었어요?”
“아아- 그건 넘어가고. 어차피 나도 만난 적은 있었으니깐.”
“아우, 얄미워…. 나보다 더 좋았어요?”
“어. 가슴 존나 컸거든.”
“헐…….”
이승현은 내 말에 눈을 흘기며 침대에서 내려오더니 상처 받았다는 표정을 하고는 방에서 나갔다. 난 입술을 삐죽 거리며 쿵쾅거릴 이승현이 눈에 그려져 행복한 미소를 띄우고 따라 나갔다. 물을 마시며 다리를 꼬고는 나를 노려보는 얼굴로 다가가 입술을 맞추며 머리를 헝클어 주는데, 영배방에서 나온 최승현이 그런 우리를 보며 먹던 과자봉지를 떨어 트렸다.
“너네 뭐냐…. 합쳤냐?”
“그래. 왜? 꼽냐?”
“내 이럴 줄 알았지…. 존나 꼴불견들.”
“어차피 살던 집 가서 다시 살꺼야.”
에? 진짜요? 내 말에 이승현이 반문했다. 다시 쪽쪽거릴텐데 또 방해 받고 싶냐? 이년 전 잠깐 함께 살았던 집을 떠올리며 물었다. 내 질문에 녀석은 웃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소름끼치도록 행복한 순간을 만끽하며 이승현의 무방비한 입술에 깊게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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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왕~~!!
조각글에서 단편글로 재탄생~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