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금 재생 안 되시는 분들은 ★ 여기서 들어 주세용 !!)
[뇽토리/여신] 애증의 소나타 12 - 1 track
값비싼 플레이어 기기에서 흘러 나오는 클래식이 또 다시 반복 되고 있었다. 나는 지겨울만큼 익숙한 음을 따라 부르며 무섭게 번쩍이는 식칼을 무심히 바라보았다. 노래가 막이 나고, 또 다시 같은 노래가 반복이 되었다. 도입부의 지루함에 견디지 못하고 결국 왼쪽 손목에 가만히 칼날의 끝을 겨누었다. 차가운 감촉에 힘을 꽤나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통증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눈 시리게 튀어오르는 혈관을 바라보다 눈을 꾹 감았다. 나는 사회 피라미드의 소수를 차지하는 일명 지배계층이였다. 태어나 세상 밖으로 나온 순간부터 나는 1등급이였다. 남들보다 한발, 아니 열발은 더 앞선 출발점에서 시작했으며 누릴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을 누리고 살았다. 또한 성인 남성이라면 의무로 다녀와야 하는 군대를 면제받았고, 수 많은 감시를 피해 야비한 법으로 세금을 내지 않았다. 짧은 시간 동안 부동산 불법 투기를 밥 먹듯이 하였고, 국가에서 나오는 돈으로 해외를 제 집 드나들 듯 돌아 다녔다. 그래, 나는 서민들을 괴롭히는 일명 ‘더러운 부자’였다. 그 뿐만이랴, 나는 잡히지 않을 쾌락을 노래하는 마약 중독자였고, 결정적으로는 성적 소수자였다. 좋게 말하면, 동성애자. 보편적으로 말 하자면, 호모. 자살을 하는 이유는 이 정도면 충분히 설명된다고 생각한다. 피라미드의 가장 밑바닥인 일명 달동네 거주자들, 부족함을 몸소 느끼고 사는 민중들은 배부른 소리라고 나를 손가락질 할 것이였다. 내가 이해가 되질 않는 것 처럼, 나 역시 그들이 이해 되질 않는다. 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던 가난한 민중들에 대한 연민을 생각하며 왼 주먹을 쥐었다 피었다를 반복했다. 흥건한 피 아래로 손목을 난도질 한 자국이 선명했다. 난 눈을 더욱이 꽉 감았다.
“…님! 도련님! 지용 도련님! 대답 좀 해주세요. 어디 계세요? 도련님?”
“……여깄어.”
“방에 계세요?”
“응. 노래 듣고 있어. 들어오지 마.”
“또 아침 굶으시는 거에요?”
“박집사.”
“예? 감자스프와 파르페로 간단하게 준비 할까요?”
“아침에 죽는 건 너무 멋 없으려나?”
“도련님 설마. 또….”
“아무래도 그렇겠지? 맞아…. 아무리 생각 해 봐도, 아침에 죽는 건 너무…멋 없다.”
그러니깐 나 좀 살려봐. 나른하게 늘어지는 몸을 느끼며 의자에 기댔다. 왼쪽 손목에서 시작해서 피바다를 만들고 있는 푸른색의 시트를 바라보다 어지러워져 눈을 감았다. 독하기로 유명한 마약을 할 때보다 몇배는 강한 쾌감이 일었다. 몇 시간 전 부터 지독하게 반복 되는 12-1번 트랙이 이 순간, 환상적인 만큼 아름답게 들려왔다. 잔잔한 음을 따라 부르며, 허겁지겁 달려와 나를 들쳐 업는 집사의 양복에 얼굴을 묻었다. 나는 비겁하고 야비하며, 선량한 시민들의 돈을 뽑아 먹길 좋아하는 소수계층의 마약쟁이에, 자살을 밥 먹듯이 하는 비도덕작인 동성애자, 그리고 하나 더 보태서 지독한 겁쟁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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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여기서 조각으로 끝낼지..
아니면 중편? 정도 될지
모르겠네유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