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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전정국/김석진] 낙하산, 전정국 01 | 인스티즈






낙하산, 전정국 01

-w. 븨국






사무실은 곧 소란스러워졌다.

이번에 들어올 새 연습생이 낙하산이라는 소문이 빠르게 퍼졌고, 불미스러운 일로 동거동락한 멤버 한명 제이슨이 빠지게된 나머지 데뷔조 연습생들은 적막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같이 고생해 연습생 생활을 청산하고, 한몫 단단히 챙겨 효도하잔 가장 자신만만했던. 여러사람 빠지고 들어오는게 익숙한 이곳에서 제일 힘들게 이 악물고 버텼던 제이슨이였으니까. 데뷔조에 잘리게된후 빠진 제이슨의 빈자리를 가장 크게 실감하고 있는 멤버들은 의욕도, 희망도, 꿈도 사라졌다.

근데, 낙하산이라니. 제이슨의 빈자리에 낙하산을 꽂아넣다니.

















〃..마음에 안들어, 다 개 같아











신고있던 신발을 곤두박질 치며 바닥에 주저앉은 지민은 낮게 읊조렸다. 구겨진 종이처럼 쓸모없는 쓰레기로 느껴지는듯 했고, 곧이어 눈시울이 붉어졌다. 다들 힘들게 고생했는데, 남들 다 하는 데뷔, 우리는 왜이렇게 한번이 힘들까. 매번 무산되고 진행되고를 반복하는 이 시스템에 신물이 날 지경이였다. 어디 데뷔만 무너지는가. 몇번이고 진행되는 물갈이에, 마음을 줄수도, 안줄수도 없는 애매한 상황에 지민은 힘겨워했다.













〃앉아, 아직 아무말 없으셨어










감정적으로 변한 지민을 바라보는 석진은 손짓하며 앉으라고 제지했다. 울음이 터질듯해 아랫입술을 꽉 물고있는 지민이 안쓰럽고, 애처로웠다. 부르르 몸을 떨며 뒤돌아서 흐느끼는 그를 바라보며, 석진 또한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으니까. 제일 맏형. 9번 무산된 데뷔조에 10번째 기회. 그 천금같은 기회의 그는 리더였다. 모두들 조그만 손짓에도 파스스 떨어져 버릴것같은 상태에, 석진은 자신 마저 그렇게 되버리면 안된단 자기최면에 지칠 정도였고. 동생들을 어떻게든 진정시켜야 했다.













〃 이렇게는..죽도 밥도 안된다구요

〃그만











한동안 말없던 태형이 일어나 지민을 제지하려는 석진에게 소리쳤다. 무겁다. 한번을 형에게 대든적없었던 태형이 주먹을 쥐고 일어서 석진을 날카롭게 노려보며 말을꺼냈고, 석진 또한 태형 역시 제이슨에게 많이 의지했던걸 알고있었으니까. 하지만 이대론 안된다. 이대론..무슨일이 곧 벌어질거같아 석진은 태형 역시 진정시켜야했다. 













〃 일단 앉아. 형이 이야기해볼게

〃..형 이번도 데뷔못하면, 잘릴 거 알고 있으시잖아요..














석진은 데뷔 적정선 나이까지 차버렸다. 그렇다. 이제는 데뷔를 못하게된다면 회사를 옮기게 된다해도, 데뷔를 할수있을지. 일말의 빛 조차 없는 상황이였다. 그렇기에 석진은 더 단단해져야했고, 그 누구보다 절실했기에 더더욱 감정적으로 바뀌면 안된다는걸 잘 알았다. 석진은 태형을 힘껏 끌어안으며 어색하게 등을 쓸어내렸고, 다독였다.

그리고 곧 다독이는 석진의 어깨에 푹 고갤 숙인 태형은 흐느끼기 시작했고, 석진의 어깨엔 작은 얼룩이 번지고있었다.













〃..데뷔하고싶어요









-










오전의 소란스러운탓에 사무실은 분주하게 움직이고있었고, 제이슨이 빠진 나머지 데뷔조 멤버들은 잠깐 바람을 쐬러 나가려던 찰나. 석진은 사무실에 실장님과 대표의 대화를 듣게됐다. 그리곤 적당한 눈치를 주며 태형에게 멤버들을 데리고 먼저 나가있으라 말하고, 태형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멤버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 안그래도 회사 분위기도 그렇고, 이렇게 낙하산으로 같이 조합하면 반발이..

〃 어차피, 끝물 애들 데리고 적자나 면해보려 데뷔시키는건데. 낙하산이고 뭐고 가릴처지가 어디있어? 한살이라도 어린애 데려다 넣어야 잘팔리지

〃..그건 그래도















석진은 두눈을 감았다. 연습생들 사이에서도 자신과 멤버들이 데뷔조에 들어갔단 소식만으로도 질타와 눈총을 많이 받고있던 처지라, 이번 데뷔가 무산되길 바라는 연습생들도 많았고, 회사 입장에서도 그 사정을 모를리 없었으니까. 그나마 데뷔 전 프로그램으로 인지도 좀 있었던 제이슨이란  핵심 멤버가 빠지게 된후 더 미궁속으로 빠지게 됐고 석진은 전전긍긍했다. 













〃투자자 김 이사님 눈에 들어온 애, 전정국? 얘 데뷔 못시키면 끝장이야. 이미 거의 손익분기점고 뭐고 데뷔한 애들도 망해서 들어오는 시기에 그 데뷔조 애들까지 망하면 오실장이나 여기 대표로 앉아있는 나 모두 모가지 날아가는거라고














아, 전정국. 석진은 얼핏 그 익숙한 이름을 기억했다. 지난번 월말평가 끝나고 데뷔조 이름이 호명됐을때 제이슨과 다투던 장이사의 대화속에 나온 이름이였으니까. 무슨일인진 몰라도 제이슨은 전정국을 싫어했고, 데뷔조에 이름을 올리는것 조차 싫어했으니. 석진은 의아했고, 결국 그 합의를 보지못해 제이슨은 데뷔조에 잘린듯 했다.













〃 그러니까, 무조건이야. 무조건.













확고한 대표의 의사에 오실장은 아무말도 못한채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오실장은 데뷔조 멤버들의 마음을 잘 알고있었다. 그러다 얼핏 인기척을 발견하고 괜히 헛기침 한번하며 대표회의실을 빠져나오고 보니, 고갤 숙이고있는 석진이 눈앞에 있었다. 석진은 아무말도 할수가없었다. 그런 오실장은 석진의 팔을 끌며 지하 휴게실로 데려갔다.














〃석진아

〃..저 때문인거죠? 애들 데뷔못하는것도, 연령대 확 높아지니까 괜히…













오실장은 석진을 끌어안았다. 석진은 이순간 알수없는 죄책감의 무게를 견딜 수 없었다. 석진의 꿈은 너무컸고, 현실은 너무 무거웠으니까. 여태 잘 참아왔잖아. 오실장의 위로에도, 석진은 도저히 견딜수없었다. 이제 정말 끝이구나. 끝났구나 난. 석진은 그 어느때보다 비참했다. 














〃데뷔 할수있어, 그리고 성공할수있어.마지막으로 참아보자 한번만
















안무 연습실에 혼자 앉아있던 석진은 제이슨이 남기고간 운동화를 만지작 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동거동락했던 만큼 쉬운결정은 아니였겠지만, 한순간에 데뷔조에 나가서 회사까지 옮긴건 아무렴 강한 정신력의 석진이여도 흔들리기 마련이였으니까. 곧이어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렸다. 바람쐬러 나간 멤버들이 돌아왔고 앉아있던 석진도 멋쩍게 멤버들을 맞았다. 태형은 석진의 표정을 읽었을까, 석진의 어색하게 짓는 표정을 보며 태형은 석진의 팔을 끌며 옥상으로 향했다.














〃형, 무슨일있죠

〃무슨일은, 아니야 아무것도. 바람은 잘 쐐고..

〃 형, 제이슨 형 신발 보고있었잖아요. 무슨일인데요












늘 어떤일이 생기면 멤버들은 제이슨을 찾았다. 석진 역시 동갑내기 친구, 연습생 동기인 제이슨을 찾았다. 그 누구보다 공감을 잘해주고 필요한 조언을 아끼지않은 성격 탓에 제이슨은 힘든 멤버들에게 형이였고, 나무였고 그늘이였다. 이런 존재인 제이슨의 흔적을 가지고있었다는건 태형이 보기엔 석진이 고민거리가 있다는걸 알기에 충분했다.














〃전정국

〃그게 누구에요?

〃낙하산.














태형은 아무말 하지않고 생각에 잠긴 석진을 보며 알수있었다. 받아드리기로 했구나. 태형은 알수없는 마음이 들었다. 제이슨형이 떠나고 난뒤로, 마음이 심란했던건 제이슨이 떠났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로인해 데뷔가 무산될까 걱정했기 때문일까. 그로인해 석진은 어떤생각으로 전정국을 받아드리기로 했을까. 태형은 혼란스러워 옥상에 놓여있는 의자에 앉아 땅만 바라봤고, 그때 석진은 입을 뗐다.














〃데뷔하고싶다며, 하자. 데뷔













-














〃 자, 정국아. 인사드려 오늘부터 너랑 데뷔 준비할 형들이야














정국은 어색한 발걸음으로 오실장과 함께 지하 안무연습실로 들어섰다. 오실장의 한마디에 맞춰보던 안무를 뒤로한체 음악을 끄고 모두 일제히 정국을 바라보았지만, 그 시선은 곱지않았다. 어딘가 모르게 무거운 분위기에 정국은 쉽게 입을 떼지못했고, 다들 그를 원망하는 눈빛이 느껴진걸까. 정국은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고있었다. 모두 건조하게 정국을 바라본뒤 인사를 건네려는 정국을 무시하고, 음악을 틀며 다시 안무를 맞추고있었다.
















-









01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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