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오늘도 나를 안만나시겠다. 이거야?
"못만나는거야. 정정해주지 그래."
-어쨌든 지금 리스씨가 나보러 안온다는거잖아.
"못가는거야."
-아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입술을 못문댄다는거 아니냐고!!!!!
결국엔 까랑까랑하게 울리는 제 어린 애인의 목청에 크리스는 서류를 들추다말고 한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을 귀에서 멀찍이 떨어뜨렸다. 아직 어려서 그런가 아주 힘이 넘치네 넘쳐. 난감한듯 반대편 손으로 제 이마를 조금 문지른 크리스가 어느새 조용해진 휴대폰을 다시 귀에 가져다댔다.
"지금 누구보다 너를 안고 싶은 사람은 나라는걸 좀 알아줬으면 싶은데."
-.......
"종대야."
-........
"베이비."
-.........
"이번 프로모션만 끝나면 ㄷ..."
-너 틀렸어.
"..또 너라고 하지."
-지금 누구보다 너를 안고 싶은 사람은 나야.
"........"
-짜증나 끊어.
뚝-하고 끊긴 전화에도 크리스는 가만히 휴대폰 액정을 내려다 볼 뿐이었다. 이런 시간낭비 굉장히 꺼리는 편이기는 하다만...
귀여운 애인의 사랑스러운 투정에 잠시 넋이 나갈 틈 정도는 제자신에게 허락하는, 이제는 꽤나 인간적인 면을 갖춘 크리스였다.
백현은 조용히 잠든 경수의 얼굴을 내려다봤다. 경수의 생일날, 그 난리통을 겪고 나서 방송 정지는 물론이요, 크리스의 거센 분노와 악플과 비난의 홍수속에서 살...
뻔했지만 그 길로 경수와 손을 잡고 푸켓으로 떠난 변백현이 한달을 그대로 연락두절로 보냈더터라 종국에는 제발 돌아만 와달라는 크리스의 애원과 사랑하는게 무슨 죄냐는 동성인권단체의 데모, 그리고 사랑에 눈이 먼 백현와 경수의 팬들의 지지로 소동의 끝이 났다. 귀국 당일에는 어떻게 알았는지 인권 단체장이 나와 백현과 경수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며 사진을 찍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두분덕에 동성애에 대한 시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웃으며 말을 건네는 단체장의 말에도 백현은 그저 대충 주억이며 경수의 어깨를 끌어 안아 직접 차를 몰고 온 크리스가 무안하게 제 차로 경수를 이끌었다.
또 그렇게 거의 한달을 도경수와 집안에서 뒹굴며 보낸 백현은 이제 서서히 본격적인 해외 프로모션을 준비해야 한다는 크리스의 독촉 전화에 오늘도 눈을 떴다. 한번만 더 잔화하면 프로모션이고 나발이고 뗏목타고 도경수랑 날라서 사냥하고 돌로 불지피며 살아버린다는 다소 허무맹랑한 변백현의 협박에도 모르척 눈감아주며 넘어가는 크리스는 예전보다 많이 유해졌다. 아마도 그의 귀여운 애인때문인것 같기도.
경수가 깨기전에 미리 아침을 준비하려던 백현은 차마 침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다시 경수의 옆에 누웠다. 아니 어떻게 한번 보고, 두번 보고, 세번 봐도....
"진짜...미치겠네 도경수."
예뻐죽겠단 말이지.
"이거봐! 내 이럴줄 알았어!"
"..귀신같이 아네 그건 또."
"너 왜 뻥쳐! 당근 안넣었다며!!안넣었다며!!이거 당근아니고 뭔데!!"
"그냥 좀 먹어라. 니 서방이 그렇게까지 했는데."
"그러는 너는 왜 오이 안먹냐!!내거에는 오이있는데 왜 니꺼에는 없어!!"
"오빠는 오이 안먹어도 존나 건강하지만 넌 아니니까."
"나도 존나 건강해!!!당근 안먹어도!!"
"씁-욕하지말라고 했지."
"너는 왜해!"
변백현이 계속 보고싶은 애인의 얼굴까지 참아가며 만들어낸 샌드위치를 들고 아침 댓바람부터 큰소리치는 저 백치미는 해가 중천에 뜨고서야 일어난 도경수 되시겠다. 죽어도 생야채는 잘 안먹는지라 그거 좀 먹여보겠다고 변백현이 아침부터 당근을 채썰어 계란부침 속에 넣어봤는데 그걸 또 알아낸 도경수는 잔뜩 찌푸리며 열변을 토했다. 아니, 내가 먹기 싫은 당근을 먹으면 지도 오이를 먹어야지 왜 나만 먹으래. 나름 타당한 이유를 드는 경수지만.
"오빠랑 너랑 같아?"
"뭐가 달라!"
"너 저번주에도 병원갔지."
"...ㄱ..그게 뭐!"
"병원 왜갔어."
"........"
"너 면역력 약하니까 자꾸 사람 많은데 갔다오면 아프잖아."
"....그거랑 당근이랑 무슨 ㅅ.."
"너 내가 언제 병원가는거 봤어?"
"......"
"내가 아픈거 봤어?"
"......."
"봤어 못봤어."
"..못봤어."
"그럼 오빠는 오이 안먹어도 괜찮아 안괜찮아."
왠지모르게 말리는것 같지만...
"..괜찮아.."
이래서 이커플이 2년하고도 반년이 더 넘도록 찐-하게 사랑하고 있는건지도.
"....어?"
오랜만에 사무실에 행차한 백현을 기다리고 있던건 피곤에 쩔은 크리스도 아니었고,
"오랜만이네 백현씨."
정상에 오른지가 한참이지만 아직까지도 동네 아이들마냥 장난을 쳐대며 서로를 놀려대는 멤버들도 아니었다.
"잘지냈어?"
저와 경수를 울리고 웃게 한 애증의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 를 함께 했던 감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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