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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이번 편은 우결의 찝찝한 결말입니다.
다음편에서 에필로그를 통해서 백도들이 우결을 하차하면서 남길 영상.
그리고 그 뒤의 그들의 간단한 일상을 담을 예정입니다.
의자에 앉은 경수의 머리를 수건으로 말려주던 백현의 눈에 축 쳐진 경수의 어깨가 들어왔다. 안그래도 맨날 좁다고 콤플렉스라더니 제가 먼저 항상 이렇게 접어놓고 다니는걸 모르는 모양이다. 백현은 천천히 경수의 머리를 말리며 입을 뗐다.
"도경수."
"...응."
"오늘도 게임할까."
"...게임?"
어제의 끝말잇기를 잇는 새로운 게임.
"응."
"...갑자기..?"
"도경수 말대로 신혼여행인데 재밌는거 해야지."
"...또 끝말잇기?"
"아니. 오늘은 다른거."
"...뭐?"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저를 바라보는 경수의 이마에 쪽-하고 입맞춘 백현이 그대로 입술을 떼지않고 속삭였다.
"비밀게임."
느즈막히 점심때가 되서야 호텔방에서 나온 경수와 백현때문에 감독은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썩은 표정으로 그들을 반겼다. 아무리 마이웨이의 정석을 걷는 커플이라지만 아니, 방송 말아먹으려고 작정했나. 분량은 뽑아야하는데 이제서야 기어나오다니...
하지만 오늘의 컨셉이 무언가. 바로 이 둘의 계획으로 철저하게 이루어진 신혼여행이 아닌가. 말없이 뒤따르며 둘의 모습만 담아야하는 감독은 벌써 345번째 한숨을 삼켜내고 있었다.
"밥먹으러 가야지."
"엉. 뭐먹지."
"뭐먹고싶은데."
"..어차피 안된다고 할거잖아."
"아니야. 오늘은 오빠가 다 허락해줄게."
"..진짜?"
진짜? 하고 눈을 새초롬히 뜨는 꼴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도경수가 아주 불순한 음식이 먹고싶은 모양인데..
"...그래, 진짜."
"그럼 나 햄버거!!"
제주도까지 와서 햄버거를 먹겠다는 도경수.
니가 햄버거를 먹으면 니 뒤에 있는 서른에 다다르는 스텝들 모두가 햄버거를 먹어야한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는걸까. 감독은 눈앞에서 날아간 다금바리가 제게 손을 뻗는듯한 환각을 느끼며 눈물을 머금고 맥도날드로 발을 옮겼다.
"..그래, 햄버거먹자."
"진짜? 진짜로? 진짜 햄버거 먹어도돼?"
"도로 무른다."
"왜!!왜!!무르지 마!!무르면 너 남자아니야!!꼬추떨어져!!!하늘땅 별땅 퉤퉤퉤해 지금!!!!"
"....."
"빨리!너 맥도날드 앞에 가서 나한테 안되겠다고 말바꾸면 안돼 진짜!!!빨리 하늘땅 별땅 퉤퉤퉤해!!!어서!!!"
무엇이 도경수를 이리도 절박하게 만들었는가. 평소에 도경수가 건강해야 나라가 건강하고 나아가 전세계가 평화롭다는 신조가 인생의 좌우명인 변백현은 유독 음식에 민감한 도경수의 몸때문에 뭐든지 유기농 건강식품으로 그의 위를 채워왔다. 그런 그가 웬일로 햄버거를 허락한다니. 도경수는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제 자신의 핏줄을 느끼며 제가 아는 최대한의 약속의 표현인 하늘땅 별땅 퉤퉤퉤를 종용했다.
"..나 참...."
"빨리 하라니까?"
"...하늘땅 별땅 퉤퉤퉤.."
"...."
"...됐냐?"
변백현이 정말 침을 뱉을듯이 강렬하게 퉷퉷퉷! 한 사실을 모르는 도경수는 그저 입술을 크게 벌려 맹하니 웃을 뿐이었다.
"...넌 줘도 못먹냐 어떻게..."
백현이 쯧-하고 혀를 차며 도경수의 햄버거를 가져가는 사이 도경수는 살포시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오랜만에 맡는 상하이 치킨버거의 향기에 취한 도경수는 재빨리 껍질을 벗겨 입으로 가져가다 마요네즈가 묻은 양상추의 테러를 맞아 바지를 더럽히는 지경에 이르렀다. 제 바지에 안착한 양상추를 멍하니 바라보다 빨리 화장실에 가서 닦고 오라는 백현의 말에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난것은 그 다음.
백현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진즉에 아까부터 프론트에서 받아온 나이프로 햄버거를 잘라주려 했건만 굳이 통째로 먹는게 맛있다는 도경수의 똥고집을 어찌 이길 수 있었을까. 백현은 아직 포장도 뜯지 못한 제 햄버거를 둔채 경수의 햄버거를 먹기좋게 4등분으로 나누어 흐트러진 패티를 정리했다.
"감독님."
변백현의 신중한 작업을 구경하며 감자튀김을 먹던 감독은 갑작스레 저를 부르는 백현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죄송해요."
"..뭐가?"
"저희...그만하기로 결정했어요."
백현은 조용히 경수가 먹을 햄버거를 정리하며 계속 말을 이었다.
"그만둔다 어쩐다 거창하게 무슨 특집처럼 하는것도 싫고..저희 이거 그만 찍는다고 해서 헤어지는것도 아닌데 이별여행..이런것도 아니잖아요 그냥..이번 여행끝으로 저희는 하차한다고 감독님께서 말씀 좀 해주세요. 필요하시면 인터뷰나 영상같은건 저희가 찍을게요."
"..이유 물어봐도 돼?"
"....뭐랄까..."
이제는 경수의 쟁반에 담긴 감자튀김을 쏟고 케쳡을 짜내는 백현의 표정은 여전히 변화가 없다.
"이제는..충분한것 같아요."
"뭐가?"
"그냥..다요. 시선도, 응원도, 비난도.."
"......"
"그리고...우리가 변하고 자라는것도..이제는 충분한것 같아요 감독님."
이번에는 경수의 콜라 뚜껑을 열어 얼음을 하나씩 건져내는 변백현.
"...경수가 감독님께 말씀드리는거 죄송해하고 신경쓸테니까 촬영끝날때까지 모른척하고 계시다가 그냥 수고했다고 한마디 해주세요. 그럼 알아듣고 또 맹하니 웃겠지만."
"......."
"그렇다고 저는 안 죄송하다는거 아닌거 아시죠?"
씩-하고 웃는 백현이 그제서야 저를 쳐다봤다. 처음에 봤던 그와는 사뭇 다른 표정. 아, 정말 변백현이 자라고 변했구나. 감독은 느꼈다.
경계하고 이를 내세워 경수와 저가 아닌 다른이의 어떠한 접근도 반기지 않던 그가 이제는 경수가 아닌 다른이에게 제법 순한 웃음도 비칠 줄 아는 남자가 됐다. 감독은 작게 웃었다.
자리로 돌아온 경수가 앉자 이번엔 백현이 일어나 손을 씻으러 화장실로 향했다. 백현이 잘라놓은 햄버거와 짜놓은 케쳡소스, 그리고 도경수 배아프지 말라고 하나하나 다 견져놓은 얼음을 본 도경수는 햄버거 한조각을 들어올리려다 아직까지 손 댄 흔적이 보이지 않는 백현의 쟁반을 바라봤다.
"감독님."
이번엔 저를 부르는 경수의 목소리. 경수는 백현의 쟁반을 제앞으로 끌어왔다.
"그...저....있잖아요...그게...."
자꾸만 큰 눈을 굴려대며 백현의 쟁반에 있는 케쳡을 짜내는 경수의 표정이 귀여웠다.
"저희가 이 프로그램...계속 못할것 같아요.."
힘들어 보이지만 끝까지 말을 잇는 경수의 모습에 감독은 처음 듣는 이야기인것처럼 눈을 동그랗게 떠보였다.
"백현이가 말씀드리기 죄송해할 것 같아서 제가 미리 말씀드리는거에요.."
이번엔 백현의 햄버거 껍질을 예쁘게 까서 먹기 좋게 접어놓는 손길.
"저 진짜 너무 감사드리고 있어요. 정말..."
아주 끝까지 이 게이커플은 사람 염장지르기로 약속했나보다.
"그런데 왜 그만두고 싶은지 물어봐도 돼?"
"....제가 그만 자라야 할 것 같아요."
이제는 저를 보며 예쁘게 웃는 경수에게서 아까의 백현이 보였다.
"백현이가 지금에 머물고 싶어하니까요."
끝까지.
"그래서 저도 여기서 멈추려구요."
정말..이 둘은.
"여기서 한걸음이라도 더 가면 백현이 울어요."
농담을 하듯 말해놓고 제가 웃는 경수 뒤로 어느새 백현이 가다왔다.
"무슨 얘기했어. 왜웃어."
"니 얘기."
"내 얘기? 뭐."
"너 못생겼다고."
"니서방인데 못생기면 니손해지."
"..그..그런가?"
"당연하지."
"그..그럼 어떡해?"
"뭘 어떡해. 나 잘생겼어 못생겼어."
"잘생겼어!!"
"그럼 된거야."
"그래?헤..."
그래....평생 그렇게 연애해라. 내가 졌다 졌어. 나도 니네꼴 안보면 좋다 그래. 오랜만에 외쳐볼까.
이 썩을 놈의 낭만게이들아!!!!
"..비밀게임?"
"응."
"그게 어떻게 하는건데..?"
"근데 이건 좀..오래 하는거야."
"......"
"오늘부터 우리 도경수랑 오빠랑 비밀을 만들어서 지키는거야."
"......."
"오늘부터 하나씩."
".....오늘은 무슨 비밀인데..?"
"우리가 사랑하는거."
"....이미..사람들이 다 알잖아."
"그래도..."
제머리를 말리던 수건을 아직도 들고 있는 백현의 손이 제머리 위로 올라왔다.
"우리가 얼만큼 사랑하는지는 모르잖아."
"......"
"우리가 이렇게..."
"........"
"우주만큼이나 사랑하고 있다는건 모르잖아."
"........"
"우리가 서로를..."
"........"
"인생이고 미래고..목숨이라고 생각하는것도 사람들은 아직 모르잖아."
"........."
"그러니까 이 비밀을 지키려면....."
"........."
"이거 그만해야겠네. 그치?"
나즈막히 제게 말하는 백현의 눈을 바라봤다. 아직도 조금은 두려움을 담고 있는 눈빛. 제품을 벗어나 홀로 설 도경수를 두려워하는 눈빛. 경수는 알 수 있었다.
아..이남자가 지금을 간직하고 싶어하는구나. 아직도 나를 품에 안아 가두고 싶어하는구나. 나를..지켜내고 싶어하는구나. 변화가 필요하다면..그건 변백현이 할지언정 도경수는 이자리에 머물러 한결같길 바라는구나. 겁많고 약하고 아직은 변백현의 손길이 언제나 필요한 그런.
언젠가 제사랑은 울타리라고 했었다. 그렇기에 아직은 불안정한 변백현의 높은 성을 이자리에서 조금은 마물러 감싸줘야겠다고 경수는 생각했다.
"..그러게."
경수는 조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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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 에필로그를 마지막으로 우결이 완전한 완결을 맞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 여기까지 함께 달려주시느라 수고하셨어용 ♥다음 에필로그가 진짜 완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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