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떴다. 어느덧 해가 저물어 있었고 머리는 깨질 듯이 아파왔다. 지끈 거리는 머리에 관자놀이를 꾹꾹누르며 누워있던 맨바닥에서 몸을 일으켰다. 집안에 퀴퀴한 냄새가 감돌았다. 성규는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지만 우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기로 마음 먹었다. 간밤에 제가 뭘 한것인지는 몰라도 온몸이 쑤시기 까지 한걸 보니, 아마 술을 먹고 필름이 끊겼으리라 생각했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던 성규가 문득 떠올렸다. ‥근데 어제 누구랑 술을 마셨더라? 거하게 취했었던 모양인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아. 핸드폰, 핸드폰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성규는 제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어 핸드폰을 찾았지만, 주머니는 텅텅 비어있는 상태였다. 결국엔 핸드폰을 찾고자 집안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집안을 뒤져도 나오지 않는 핸드폰에 성규가 골치 아프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렸다. ㅡ 아,대체 어디간거야. 내 핸드폰..바꾼지 얼마 안됐는데. 결국 서랍장 안에 있던 전화번호부를 꺼내어 들었다. 김명수 이름 석자를 보고 바로 명수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죄송합니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 이오니‥' 없는 번호. 성규는 전화번호부를 팔락이며 다음 장으로 넘겼다. 낯설은 이름 석자. '남우현' ‥남우현? 내가 다니던 병원 원장이름인가.. 누구더라? 순간적으로 다시 아파오는 머리에 성규는 전화번호부를 내려 놓고 주방으로 향했다. 냉장고문을 열곤 물을 벌컥,벌컥 마셔 제꼈다. 성규의 목울대가 일렁이고 시선은 주방 맞은편의 방으로 돌아가있었다. 하얀색 문에 을씨년스럽게 빨간 X표시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자물쇠. ‥ 우리집에 저런 방이 있었던가? 성규는 먹던 물통을 내려 놓고 을씨년스런 방문 앞에 서서 문고리를 돌렸다. 물론 당연히 자물쇠 덕에 문이 열릴리가 없었다. 문고리를 여러번 잡아 돌리던 성규는 이내 체념한듯 거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베란다로 시선을 돌리며 생각했다. 창문 정돈 안 막아 놓지 않았으려나? 왠지 창문으로 들어 갈 수 있을거 같은데.. 베란다로 발걸음을 옮기던 성규는 갑자기 급해진 용무에 급히 화장실로 향했다. 볼일을 보던 성규가 제가 일어났을 때 났던 냄새가 문득 화장실에서도 난다는 생각이 든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ㅡ 아, 대체 이건 무슨 냄새야? 골머리 아파 죽겠네. 손을 씻고 나온 성규가 다시금 베란다로 향했다. 아까 그 방으로 추정되는 방의 창문에는 커튼이 쳐져 있었다. 성규가 창문으로 손을 가져다 대고 밀자 드르륵, 하고 의외로 창문은 쉽게 열렸다. 제 시야를 가리는 거추장스러운 커튼을 쳐냈다. 어두워 보이지는 않았지만 대충 실루엣 정도는 알아 볼수 있었다. 침대, 서랍장, 옷장.. 그리고 침대 위에 볼록하게 솟은 무언가. 뭐지? 옷 쌓아 놓은건가? 아니면 베게? 한참 방안의 동태를 살피던 성규가 이 방에서 또한 제가 조금전 맡았던 냄새가 나는 것을 느꼈다.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지만 성규는 방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창문을 넘어 방으로 들어갔다. 장독 같은게 발에 걸려 넘어질 뻔 했지만 다행이 중심을 잡아 넘어지는 것은 면할 수 있었다. 물론, 조그만 장독같은 것도 깨지지 않았고. 어둠에 익숙해진 성규의 눈이 형광등 스위치를 찾았다. 벽을 더듬어 볼록하게 솟아 올라와있는 버튼의 감촉에 불을 켰다. 형광등이 깜빡, 깜빡, 깜빡. 세번 정도 깜빡이 더니 방을 환하게 비췄다. 어둠에 익숙 해졌던 성규의 눈이 갑작스레 빛을 받자 저릿저릿 해왔다. 그것도 잠시 조금 익숙해 졌을 때 즈음 성규는 침대 쪽으로 성큼성큼 다 가가 이불을 걷어 내었다. 그리고, 잊고 있었던 기억들이 모두 돌아 오는 듯 했다. 오똑한 콧날, 처진눈매. 그리고 저를 향해 달콤한 말을 했었던 두툼한 입술까지. …아, 남우현. 그래 맞아.. 우리 평생 같이 살기로 했었지 우현아. 되 돌아 오지 않는 대답에 성규가 옅게 웃으며 자리에 앉아 우현을 보았다. 그리곤 자연스레 우현의 옆에 누워 우현을 올려다 보았다. 미안해, 요즘 내가 자주 안보러 와서 화났어? 알았어 알았어, 대신 오늘은 같이 자자 우현아. 사랑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