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조직물/야동엘] 간병인 장동우 04 | 인스티즈](http://img341.imageshack.us/img341/4761/37525595.jpg)
간병인 장동우, 04ㅡ자괴감自愧感
[인피니트/조직물/야동엘] 간병인 장동우 04 |
병신같지만 호원이 좋았다. 분명 싫다고 몸부림 치고 있었지만 자꾸만 호원에게 기대고 싶어지는 제 마음이 슬프고 처량했다. 나는, 이호원을 어떻게 대해야만 할까. 아마 그 질문의 답을 찾는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리라, 짐작했다. 온 몸에 힘이 쭉 풀렸다. 답을 찾기 전에 그냥 죽어 버릴까. 어쩌면 그 길이 더욱 편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애초에 만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동우야?"
동우가 쓰러졌다.
[야동] 간병인 장동우 04 자괴감自愧感
조용한 사무실 안에 색색거리는 동우의 숨소리와 그에 맞춰 연기를 내뿜는 가습기 소리만이 울려퍼졌다. 수건을 적셔 동우의 잠든 얼굴을 닦아내는 호원의 우직한 손. 자면서도 계속해서 불안한 듯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땀을 흘리는 동우 때문에 호원은 벌써 세 차례 물을 받아오는 길이였다. 한 손에는 수건을 쥐어들고 동우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호원의 눈동자 초점이 흐렸다. 분명 감흥 없는 무표정을 유지하고는 있었지만, 두 눈동자 안 겉잡을 수 없는 슬픔이 담겨 있었다.
"내가 미안해…."
동우는 자면서도 계속해서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다 중얼거렸다. 잠꼬대라는 것을 알면서도 불현듯 심장 한 켠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은 기분에 자꾸만 화들짝 놀라는 제 자신이 우스웠다. 호원은 적신 수건을 놓고 동우의 이마에 제 손을 가만히 갖다 대 보았다. 미간을 좁혔다. 뜨겁다 못해 터질 것만 같다.
"… 뭐가 그리 미안한데."
멍하니 중얼거렸다. 물론 동우가 듣지 못할 것임을 잘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잠든 동우 앞에서라도 말하지 않으면 답답해 죽을 것만 같았다. 여전히 손은 동우의 이마 위에 갖다댄 호원이 한숨을 한 번 내 쉬었다. 해야 할 일들이 아직 많이 남았지만 모든 업무들을 제쳐두고 동우 앞에만 두 시간째 앉아 있는 호원이였다. 도저히 다른 일들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갑자기 텅 빈 제 마음을 꽉 채운 동우가, 반갑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두려웠다. 10년 만에 느끼는 이런 기분이 낯설기 그지없었다.
자는 동우가 예뻤다. 호원은 불현듯 동우의 이마에 입술을 맞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 역시도 덧없는 짓. 호원은 10년 전 자신을 버리고도 여태 찾지 않은 동우를 원망해야만 했고, 또한 동우가 제 친 형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어야만 했다. 입술을 맞춘다고? 그러기엔 동우는 너무나도 먼 곳에 서 있다.
"미안한건 난데."
동우 앞에서 혹시 이성을 찾지 못하게 될까봐 두려웠다. 동우의 떨리는 눈동자를 바라보다 보면 어깨가 으스러지도록 안아 주고 싶었다. 조곤조곤 울먹일 듯 속삭이는 동우의 입술을 먹어 버리고 싶었다. 동우의 하얀 몸과 옷가지 안으로 드러난 쇄골에 얼굴을 묻고 싶어졌다.
하지만 그것 역시 자신의 허망한 바램으로만 담아두어야 한다. 동우에게 최대한 차갑게 보여야만 했다.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대신 동우에게 상처가 될 만한 욕짓거리들을 내뱉어야만 했다. 그게 이호원이자 불렛의 보스로서의 체면, 책임, 임무였다.
"… 사랑해."
변성기가 다 지나고 제법 어른의 면모를 갖춘 호원의 중저음 목소리가 듣기 좋았다. 나직이 동우에게 속삭여 보지만 역시나 잠든 동우는 말이 없다. 애초에 대답을 바라고 던진 말이 아니였으니, 그걸로 되었다. 호원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틀 전 건진 마약 밀매매 관련 거래가 있었다. 해야 할 일이 많은 한 조직의 보스였기 때문에 더이상 동우 앞에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얼떨결에 제 간병인을 간병해주고 있는 꼴이 되어 버린 상황에 피식 웃음이 비집고 나왔다. 호원은 누워 있는 동우를 내려다보았다. 자는 모습이 10년 전과 하나도 변한 것이 없었다. 난, 난 이렇게도 많이 변했는데.
"…동우야?"
동우를 가만히 내려다 보던 호원의 풀린 두 눈이 가늘어졌다. 호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 잠든 동우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
"… 개 새끼."
30분 늦게 문을 열고 나타난 호원의 얼굴을 보자마자 명수가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이런 명수의 반응을 예상하기라도 했다는 듯 호원은 태연히 명수의 맞은편에 앉았다. 여전히 호원을 죽여 버릴 듯 쳐다보고 있는 명수의 두 눈이 꽤나 살벌했다. 마냥 순진한 학생인줄로만 알았더니. 제법 컸다는 생각을 하며 호원이 제 앞에 놓여 있는 물잔을 들었다. 한 손에 플라스틱 물잔을 들고 빙빙 돌리는 호원의 장난이 거슬렸다. 명수가 쾅 소리나도록 식탁을 크게 내리쳤다. 식탁을 내리치는 명수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니놈 어깨가 아니라 머리에 총알을 꽂아 넣어야 했어." "그러지 그랬냐." "… 씨발놈아, 동우 형 데려와."
호원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오랜만에 보는 비릿한 웃음에 명수가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누구에게든 기분 나쁠 법한 비웃음이다. 소리내서 옅게 웃는다. 무슨 의도로 웃는 건지 통 종잡을 수가 없었다. 하긴, 원래부터가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였다. 적어도 제가 아는 이호원은.
명수는 호원이 동우의 친형제라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고아원에서부터 죽 둘을 지켜봐 온 명수였기 때문에, 호원이 동우의 존재를 10년 동안이나 찾아 해맸다는 것 역시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늘상 동우를 옆에 끼고도 불안해 하곤 했었다. 행여 호원이 동우의 얼굴을 알아보기라도 할 까봐 동우를 데리고 불렛을 만나러 간 적도 없었고, 먼저 불렛에 관한 이야기를 꺼낸 적도 없었는데. 어떻게 알게 됐는지 연유가 궁금했지만 일단은 동우를 되찾아야만 했다.
동우가 없으면 명수는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호원이 동우를 잃어버린 10년 동안 명수의 옆 자리를 꿰찬 동우는 어느덧 명수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로 자리잡고 있었다. 명수 역시도, 호원과 마찬가지로 동우가 있어야만 했다.
진지하게 호원에게 말했다. 형을 돌려줘.
"내가 왜?" "뭐?" "장동우 좋아하냐?"
명수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유독 호원은 명수 앞에서는 더욱 여유로웠다. 여전히 대답을 못 하고 망설이는 명수 앞에서, 호원은 말을 덧붙였다. 장동우 좋아하냐고.
"대답도 잘 못 하는 주제에." "……."
"난 좋아한다." "… 뭐?"
전혀 예상치 못한 호원의 대답에 명수의 눈동자가 커졌다. 좋아한다니. 명수는 호원이 어떤 의도로 제게 이런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자신의 쌍둥이 형에 대한 가족으로서의 의미인지, 아니면 제가 동우에게 느끼는 감정과도 같은…, 그런 연민의 의미인지.
"… 무슨 뜻이야?" "귓구멍 막혔나."
호원은 짜증스레 명수를 쳐다보다 다시 물잔을 빙빙 돌리기 시작했다. 자꾸만 질질 끄는 호원의 말투가 명수는 답답할 따름이였다. 호원의 입이 그제서야 느릿하게 열리기 시작했다. 매우 느리게, 띄염 띄염. 명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좋아한다고.
내가.
장…
"보스!"
벌컥 하고 문이 열렸다. 입을 반쯤 열던 호원의 시선도, 그런 호원을 불안하게 지켜보던 명수의 시선도 모두 문 쪽으로 쏠렸다. 그 시선의 종점엔 호원의 비서가 서 있었다. 무언가 급한 소식이 있는 모양인지 숨은 잔뜩 헉헉대고 있었다.
"보스, 지금 병원으로 가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호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동우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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