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야동] 츤데레ツンデレ 21
방과후는 그렇다 쳐도, 본디 울림예고 학생이라면 오전 수업 시간에는 휴대폰을 내는 것이 의무였기 때문에 매일 아침 이곳에선 한 반 당 한 명씩 있는 휴대폰 수거 도우미들이 활개를 치고 다니곤 했다. 하지만 선생도 아니고, 기껏해야 같은 반 놈일 뿐인 수거 도우미의 말을 호원은 순순히 들어줄 리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호원에게서 풍겨져 나오는 아우라는 생각보다 파급력이 장난이 아니였던 터라 수거 도우미들은 호원이 부러 말 하지 않아도 알아서 호원을 모른 척 하고 지나가곤 했다. 호원이 수업시간에 대놓고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어도 못 본 척, 가끔 가다 호원이 '나도 내야 돼?' 하고 물어오기라도 하면 깜짝 놀라 손사래를 치며 '아냐, 아냐'를 외치곤 했으니(물론 호원이 애초에 저런 식으로 묻는 일은 거의 드물었다). 이 정도만 설명해도, 호원이 이 학교에서 얼마나 영향력 있는 존재인지는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호원은 가장 조용한 학생 축에 속했지만, 그 누구도 호원을 건들지 않을 뿐더러 호원의 행동을 절대 속박하거나 간섭하려 들지 않았다. 그 이유를 굳이 설명하자면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호원의 절친이 싸이코 남우현이라는 것과, 입학 시즌부터 큰 이슈가 되었던 호원의 중학교 시절 소문들이 그러했다. 1대 9로 주먹질을 했다더니, 의형제가 있다더니. 그 소문들은 생각보다 자잘하게 시작해서 후에는 1대 9로 싸워서 대승을 이루었다, 의형제가 뒷빽이 장난이 아니다 등등 점차 거창하게 퍼지기 시작했고 이내 몇 달이 지나자 조금씩 수그러들었다. 정작 사실이 아닌 내용이 다분했지만 호원 스스로가 직접 해명하려 들지도 않았기 때문에 호원의 이미지는 결국 그렇게 '쎈캐 이호원' 으로 굳어져 버린 것이었다. 호원 자신도 그렇게 굳어져 버린 제 이미지를 별로 언짢아 하진 않았다.
아무튼 호원은 이랬다. 그리고 지금 역시도 책상 밑에서 핸드폰을 만지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메시지 입력 창을 켜 두고 계속해서 액정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뭐라 내용을 보내기는 해야 하는데, 마치 할 말이 딱히 생각이 안 나 한참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처럼. 그리고 계속해서 애꿎은 액정을 닦아내고 있는 호원의 표정은 살풋 굳어 있었다. 경직된 표정과 불쾌한 표정이 섞인, 아무튼 간에 참으로 오묘한 표정이었다. 늘상 호원이 추구하던 무표정과는 조금 달랐다. 마치 엄청난 고뇌에 빠진 연구원의 표정이라고 설명할 수 있으려나.
"아, 썅.."
호원이 조용하게 욕지기를 뱉었다. 열심히 필기 중이던 호원의 짝꿍이 순간 흠칫하다가, 다시 필기를 이어가는 것 외에는 별 변동이 없었다. 못 들었으니까. 호원은 지금 혼자만의 괴리감에 빠진 듯 했다. 아마 계속해서 메시지 창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을 보면, 누군가에게서 도착한 메시지가 호원의 심기를 계속해서 건드리고 있는 것임이 분명했다. 썅, 썅, 썅! 차마 내뱉지 못한 말들이 호원의 머릿속을 계속해서 맴돌았다. 결국 호원은 답장을 보내지 못하고 핸드폰 홀드를 잠가 버렸다. 탁- 그리고 홀드 잠기는 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오전 수업 끝을 알리는 종도 울렸다.
"야 야 이호원! 야!"
녹초가 된 학생들 사이에서 비집고 나온 성열이 호원을 잡아다가 복도 밖으로 끌었다. 이거 놔라, 호원이 성열의 손목을 탁 쳐냈지만 성열은 그런 호원을 무시한 채 다시 호원의 옷깃을 잡곤 어디론가 걷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남자 화장실. 항상 성열이 비밀을 털어놓을 때 주로 애용하던 장소다. 호원은 잔뜩 불만스런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난 꼭 무언가를 말해야겠다, 싶은 성열의 간절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어느 정도 간파한 후에야 성열을 따라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 뭔데"
"진짜 대박, 와 대박 초대박!"
그리고 도착한 남자 화장실 세면대 앞. 살짝 남은 물기를 옷깃으로 문지르곤 그 위에 올라타 앉은 성열이 가만히 서 있는 호원의 어깨에 두 손을 올리곤 꾹 눌렀다. 뭐야, 치워. 그리고 여전히 불만스런 호원의 표정만큼이나 성열의 눈망울도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다. 야, 놀라지 말고 들어.
"..남우현 고백했대."
"어쩌라고."
"..으잉?"
진짜 어쩌라고, 싶은 호원의 표정과 얘가 지금 장난하나? 싶은 성열의 표정이 겹쳤다. 이 두 사람의 반응이 왜 이리도 대조적이냐고 물으면, 그 답은 아마도 둘의 성향이 지나치게 다르기 때문이리라. 남 이야기라면 소매부터 걷고 나서서 이것 저것 관심 보이는 성열과는 달리 호원은 제 일 아니면 왠만한 일에는 통 관심을 갖지 않는 타입이기 때문이었다. 설령 그 상대가 제 베프 남우현이라고 쳐도.
호원의 두 눈이 점차 가늘어졌다. 감히, 이성열 네가, 설마 이딴 일로 날 여기까지 끌고 온 건 아니겠지? 마치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 했다. 그리고 자신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흘러가는 호원의 반응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성열이 우물쭈물 대다가 이내 급히 입을 열었다. 자, 잠깐만!
"또 뭐"
"근데 더 놀라운 건, 사귄다는 거야. 진짜루."
"그럼 사귀겠지. 남우현 그 새끼 어장 하나는 끝내주.."
"아니, 상대가 김성규라니까!?"
..김성규?
그제서야 호원의 가늘던 눈망울이 점차 원래대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김성규? 3학년 김성규? 전교 회장 김성규?
"미쳤냐, 김성규가 남우현 같은 애랑 왜 사겨"
"그러니까 그게 대박이라고! 야, 너도 이제 내가 왜 이랬는지 이해 가냐?"
"아니, 김성규가 남우현 같은 양아치 새끼랑 왜 사귀냐고. 말이 안 되잖어"
"그걸 내가 아냐고! 아니 뭐 우현이가 예전부터 김성규 좋다고 맨날 치대긴 했었지만,"
그렇다고 진짜 사귈 줄은 몰랐는데.
성열은 마치 해탈한 사람처럼 제 손을 머리에 갖다 대었다. 성규 형도 미쳤지 진짜.. 멍하니 중얼거리는 모냥이 꼭 바보 같단 생각이 들어 피식 웃음이 비집고 나왔다. 물론 호원 제 자신도 적잖이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저렇게 멘탈 붕괴가 올 정도는 아니라고 보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성열은 참 리액션이 과한 것 같다. 지는 김명수랑만 잘 되면 될 것을, 왜 김성규의 연애사까지 걱정해주고 있는 건지, 호원은 알 수 없었다.
"근데 확실해?"
"그렇다니까, 내가 오늘 문자 온 거 보여줄게"
성열이 제 바지 주머니 깊숙히 숨겨 두었던 휴대폰을 꺼냈다. 앞서 설명했듯 호원이 말 없이 휴대폰을 쟁취해 가는 타입이라면, 성열은 그것과는 조금 다르게 핸드폰 수거 도우미를 먹을 것으로 잘 꼬드겨서 핸드폰을 내야 하는 일을 면하곤 했다. 모범생 명수가 휴대폰을 안 낼 리 없으니 성열은 늘 애꿎은 호원에게 심심해, 놀아줘 등의 실없는 문자를 보내곤 했다. 뭐, 답장이 오는 경우는 거의 드물었다.
[야미친나ㅏ김성규랑사귄다곰시발김성규!!!!ㅠㅠㅠㅠㅠㅠㅠ우리잤잤´▽`♥아힣존나좋아시박ㅠㅠㅠㅠㅠ]
이야. 문자 한 통으로도 이렇게 감정 전달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남우현밖에 없으리라, 생각하며 호원이 혀를 끌끌 찼다. 흥분감에 달아올랐을 우현의 표정이 벌써부터 대충 짐작이 갔다. 하긴, 하늘 같은 선배와도 다름없는 김성규, 자신들이 사는 세상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을 것만 같은 김성규와 사귀게 되었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 조금은 이해가 가기도 했다. 야 이 미친 새끼야 이 도둑놈 새끼ㅇ.. 잔뜩 화가 나서 답장을 입력하고 있는 성열을 뒤로 한 채 호원이 수도꼭지를 비틀었다. 콸콸.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을 대충 그릇 모양으로 손을 모아 받아내곤 얼굴에 흩뿌렸더니 금세 물방울들은 호원의 얼굴에 정착했다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후아, 호원의 한숨과도 같은 큰 숨이 둘 뿐인 화장실을 메웠다.
"..야, 그래도 좋겠다 남우현은"
"왜? 너도 성규 형한테 관심 뒀었냐?"
"내가? 설마 미쳤다고. 그냥 부럽잖아"
"뭐가 부러운데? 응? 뭐가 호원아?"
부담스럽게 고개를 들이미는 성열의 얼굴에 대고 호원이 젖은 손을 탈탈 털었다. 아 물 튀기잖아 개새야! >ㅜ< 대략 이런 표정을 지으며 눈가를 소매로 슥슥 닦은 성열이 아까 그랬던 것처럼 호원의 어깨를 또다시 꾹 잡아 눌렀다. 어? 뭐가 궁금하냐고. 설마 너도 게이 입문이냐? 내 주위는 이제 다 게이 월드야 그럼?
.. 하여튼 저 쓸 데 없는 호기심 병 하고는, 병신 같은 이성열. 괜히 찔리는 기분이 들었지만 호원은 애써 혀를 끌끌 차며 말을 이었다.
"아니, 그냥 남우현이 좋다고 한 번 찍은 사람들은 무조건 넘어오게 되어 있잖아. 저번에 이성종도 그렇고, 이번에도"
"음. 그렇긴 해"
"그게 부럽다고. 누구는,"
누구는 지금 그게 안 되서 짜증나 죽을 것 같은데. 호원이 말을 꾹 삼켰다.
중간에 말을 하다 말았으니 당연히 성열은 이해할 리 없었다. 누구는 다음에 뭐? 성열이 호원의 어깨를 쿡 찍으며 물었지만 호원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괜히 말 하면 더 추궁 당할까봐도 있었지만, 호원 자신이 짝사랑(사실 이 기분이 짝사랑인지 뭔지도 잘 모르겠지만) 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심지어 남자에게 이런 기분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굳이 알리기는 싫었기 때문이었다.
후아, 아니다. 됐다 치아라. 호원은 연신 한숨을 뱉으며 제 어깨에 닿은 성열의 손가락을 밀어냈다. 그리고 점차 쿵쾅대고 있는 제 마음을 애써 가다듬었다. 그래도 자꾸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 그 세 글자가, 자꾸만 멤도는 세 글자, 한 단어가..
장동우가.
사실 아까 전 수업 시간에 계속해서 정처 없이 핸드폰을 만지작 거렸던 이유도 장동우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그냥 정말이지, 아주 잠깐 생각났을 뿐인데. 정말 잠깐 보고 싶었을 뿐인데. 자꾸만 그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는 제 자신이 답답하고 막막했다. 그리고 또 그걸 견디지 못 해서 문자를 보내버린 바보 같은 자신도.
「지금 전화 하면 방해되요?」
정말이지, 아주 조금 보고 싶어서 보낸 것 뿐이었다. 그 뿐이다. 살가운 답장은 바라지도 않았다. 어차피 오전 수업 중이라 생각했었으니까.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 아니었다. 과연 동우 선배 스스로가 보낸 답장이 맞긴 맞을까? 싶기까지 한, 참으로 당황스럽기 그지없는 답장 내용이 호원의 머릿속을 하루종일 어지럽게 했던 것이다.
「조까 씨발아 그만 치대」
정말 이걸 동우 선배 스스로가 보낸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대체 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 품에 안겼으면서, 온갖 이상한 기분 느끼게 하는 행동은 다 해 놓고선 도대체 왜 이런 문자를 보내는 건데? 호원은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도대체 이 황당한 문자에는 또 무어라 답장을 보내야 하는 것인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래서 아까 전 수업 시간에 욕지기를 계속해서 읊조렸던 것이다.
썅.. 동우에게서 온 문자를 다시금 되새기다 보니 또다시 욕지기가 새 나왔다. 아 썅! 이윽고 호원의 목소리가 화장실을 크게 울렸다.
"뭐야 이호원 갑자기 왜 그러냐..?"
"아, 씨발.. 아 아냐."
"야, 근데 내가 지금 생각해 본 건데 있지."
"뭔데 또"
"아까 니가 그랬잖아. 남우현이 좋다고 한 번 찍은 사람들은 무조건 넘어오니까 부럽다고"
"그래, 그랬지."
"나 그 이유를 알 것 같아!"
무언가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듯 성열이 뿌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슬슬 숙소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 성열의 눈동자가 너무나도 초롱초롱하게 반짝이고 있어서, 호원은 차마 가자는 말을 꺼내지 못하고 성열에게 되물었다. 왜 뭔데, 말 해 봐.
"내가 우현이가 성규 형한테 해 온 것들을 다 봐서 하는 말인데,"
"응."
"남우현 걔는 진짜 포기를 안 하는 것 같아. 솔직히 말이 되냐고. 애초에 이론 자체가 글러먹었었잖아. 김성규가 자기를 좋아하게 된다는 이론 말이야."
"그렇지."
"근데 솔직히 여자들은 그렇대잖아. 자기 좋다는 사람한테 더 호감 가진다고. 아니 뭐 성규 형이 여자라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그렇게 남우현이 지극 정성을 다했으니 안 넘어올 리가 없지. 솔직히 열 번 찍어서 안 넘어가는 나무는 없잖아."
"이성열 왠일로 바른 말 하네…."
"아무튼! 호원이 너도 지금 좋아하는 애 있음 포기는 진짜 하지 마, 진짜 포기는 아니다.
야, 남우현 같은 애도 있는데.. 솔직히 우현이보다는 니가 가능성 충분하지 않겠.. 야 어디 가냐?"
"아 미안, 너 먼저 숙소 가 있어라. 나 가 볼 데가 있어서."
성열의 말을 유심히 새겨 듣던 호원이 급히 결심한 모양인지 화장실을 나서 뛰기 시작했다. 야 이호원! 성열이 세면대에 걸터앉아서 호원을 급히 불렀지만 성열의 외침이 귀에 들어올 리 없었다.
분주해진 호원의 발걸음은 동우와 수현의 연습실로 향하고 있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러분 너무 보고싶었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정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20일만이ㅣ에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츤데레를 사실 연중할까도 생각해ㅗ봤지만...정말 혹시나! 혹시나 기ㅏ다리고 계셨을 분들을 위해 차마 연중은 못 했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으으 시ㄹ험을 이렇게 못 보는 게 아니였는데ㅠㅠ시험을 못 보니까 정말이지 쓸 용기도 시간도 하나도 안 나더라구요..ㅠㅠ이런 걸 쓸 자격도 되나 싶고..ㅠㅠㅠㅠ그래도..나름 초록글에도 올라가고 사랑도 많이 받았던 작품이었잖아요!!ㄱ꼭 보답해야지 싶었어요ㅠㅠㅠㅠㅠ다시 바닥부터 시작한다는 기분으로 정말 짬짬이 시간 되는 대로 열심히 쓰겠습니다ㅠㅠㅠ여러분 이제부턴 답글도 꼭 열심히 달아 드릴게요ㅠㅠㅠ정말 사랑해요 정말정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저 문자는 동우가 아니라 ㅜ수현이가 보낸거에여..ㅋㅋ혹시 기억 못하시는 분들은 20화 복습 강력추..천..!!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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