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야동엘] 간병인 장동우 04.5 | 인스티즈](http://img839.imageshack.us/img839/7269/60786135.jpg)
간병인 장동우 04.5 이호원의 회상
* 포커페이스 속마음을 나타내지 아니하고 무표정하게 있는 얼굴.
* 소시오패스 자신의 성공을 위해 어떤 나쁜 짓을 저질러도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사람. 감정 조절 능력이 매우 뛰어나고, 10명 중 4명 꼴로 나타남.
"… 개 새끼."
30분 늦게 문을 열고 나타난 호원의 얼굴을 보자마자 명수가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허나 이런 명수의 반응을 예상하기라도 했다는 듯 호원은 태연히 명수의 맞은편에 앉았다. 제아무리 명수가 보채 봤자 호원은 이런 것 따위에 죄책감을 느낄 사람은 아니였으므로. 여전히 호원을 죽여 버릴 듯 쳐다보고 있는 명수의 두 눈이 꽤나 살벌했다. 마냥 순진한 학생인줄로만 알았더니. 제법 컸다는 생각을 하며 호원이 제 앞에 놓여 있는 물잔을 들었다. 한 손에 플라스틱 물잔을 들고 빙빙 돌리는 호원의 장난이 거슬렸다.
명수가 쾅 소리나도록 식탁을 크게 내리쳤다. 식탁을 내리치는 명수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니놈 어깨가 아니라 머리에 총알을 꽂아 넣어야 했어."
"그러지 그랬냐."
"씨발놈아, 동우 형 데려와."
호원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오랜만에 보는 비릿한 웃음에 명수가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누구에게든 기분 나쁠 법한 비웃음이다. 웃는 소리 같기도 하고 우는 소리 같기도 한 호원의 웃음은, 어딘지 모르게 묘하게 사람을 잡아 끌곤 했다. 명수는 그게 싫었다. 마치 조종 당하고 있는 기분이랄까.
소리내서 옅게 웃는다. 무슨 의도로 웃는 건지 통 종잡을 수가 없었다. 하긴, 원래부터가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였다. 적어도 제가 아는 이호원은.
명수는 호원이 동우의 친형제라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고아원에서부터 죽 둘을 지켜봐 온 명수였기 때문에, 호원이 동우의 존재를 10년 동안이나 찾아 해맸다는 것 역시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늘상 동우를 옆에 끼고도 불안해 하곤 했었다. 행여 호원이 동우의 얼굴을 알아보기라도 할 까봐 동우를 데리고 불렛을 만나러 간 적도 없었고, 먼저 불렛에 관한 이야기를 꺼낸 적도 없었는데. 어떻게 알게 됐는지 연유가 궁금했지만 일단은 동우를 되찾아야만 했다.
동우가 없으면 명수는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호원이 동우를 잃어버린 10년 동안 명수의 옆 자리를 꿰찬 동우는 어느덧 명수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로 자리잡고 있었다. 명수 역시도, 호원과 마찬가지로 동우가 있어야만 했다.
진지하게 호원에게 말했다. 형을 돌려줘.
"내가 왜."
"뭐?"
"장동우 좋아하냐?"
명수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유독 호원은 명수 앞에서는 더욱 여유로웠다.
여전히 대답을 못 하고 망설이는 명수 앞에서, 호원은 말을 덧붙였다. 장동우 좋아하냐고.
"대답도 잘 못 하는 주제에."
"……."
"난 좋아한다."
"… 뭐?"
전혀 예상치 못한 호원의 대답에 명수의 눈동자가 커졌다. 좋아한다니. 명수는 호원이 어떤 의도로 제게 이런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자신의 쌍둥이 형에 대한 가족으로서의 의미인지, 아니면 제가 동우에게 느끼는 감정과도 같은…, 그런 연민의 의미인지.
"… 무슨 뜻이야?"
"귓구멍 막혔나."
호원은 짜증스레 명수를 쳐다보다 다시 물잔을 빙빙 돌리기 시작했다. 자꾸만 질질 끄는 호원의 말투가 명수는 답답할 따름이였다.
호원의 입이 그제서야 느릿하게 열리기 시작했다. 매우 느리게, 띄엄 띄엄. 명수는 침을 꿀꺽 삼켰다.
- 좋아한다고.
- 내가.
- 장..
"보스!"
그때였다. 벌컥 하고 문이 열렸다. 입을 반쯤 열던 호원의 시선도, 그런 호원을 불안하게 지켜보던 명수의 시선도 모두 문 쪽으로 쏠렸다.
그리고, 그 시선의 종점엔 호원의 비서가 서 있었다. 무언가 급한 소식이 있는 모양인지 숨은 잔뜩 헉헉대고 있었다.
"보스, 지금 병원으로 가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호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동우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야동엘] 간병인 장동우 04.5
딱, 딱.
끝없는 적막함을 채우고 있는 것은 호원의 손톱 뜯는 소리 뿐이었다.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그 소리마저도 굉장히 작게 울려퍼져서, 사실상 호원과 비서가 타고 있는 차 안은 거의 무기력하다시피 조용했다.
뒷좌석에 앉아 창 밖을 내다보고 있는 호원의 표정이 평소와는 달랐다. 아무리 고된 일정 속에서도 특유의 그 여유로움만은 잃지 않았던 표정이였다, 헌데 지금 호원의 얼굴은 불안함을 가득 머금고 있었으니. 호원의 정처 없는 시선은 제가 탄 차를 씽씽 지나치고 있는 창밖 다른 차들에 머물렀다. 작은 소형차부터 시작해서, 가까이 다가서면 그림자 때문에 그늘이 져 버리는 엄청난 크기의 트럭들까지. 다들 여유없이 빠르게 지나간다.
- 여유, 여유. 여유라.
호원은 속으로 제가 생각한 것들을 중얼거려 보았다.
항상 표정만은 여유로움이 그득하게 넘쳤다, 한 쪽만 살짝 올린 입꼬리부터 아주 미세하게 휘어지는 특유의 눈웃음까지. 허나 그것 역시 겉치레일 뿐이었다. 호원의 마음은 언제나 여유롭지 못했다. 겉모습은 여유로운 척, 그러나 사실은 하루하루 바쁘고 고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어렸을 적부터 적잖이 경험했던 외로움이 이제는 완전히 무뎌져서 무감각해진 것. 그래서 마치 가면 쓰듯 다른 사람에게서 제 자신을 철저하게 속일 수 있는 능력을 지니게 된 것, 그 뿐이었다. 외유내강이라는 말이 있다면 호원은 그 반대였다. 겉은 딱딱하고 날카로운 가시들로 둘러싸여 있어 그 누구도 그 위를 올라서지 못하게 무장하고 있지만, 정작 그 속은 언제 무너지고 부서질 지 짐작할수조차 없을 정도로 무디고 약해빠진. 그런 호원을 아는 이는 얼마 되지 않았는데, 어쩌면 지금 운전 중인 비서는 이런 두 얼굴의 호원을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병원이 가까워질수록 무릎 위 가지런히 교차되어 있는 두 손이 조금씩 떨려오고 있었다. 그런 호원을 백미러로 흘끗 훑은 비서가 짧게 한숨을 쉬었다. 이다지도 긴장한 모습이라니, 낯설었다.
차를 세우곤 문을 여는 비서를 따라 밖으로 나온 호원이 비서에게 다가가 손바닥을 슥 내어 밀었다. 여전히 손은 떨리고 있다. 그래, 그가 그토록 숨겨왔던 불안감이 슬금슬금 고개를 내밀고 있는 것이다. 왜 오늘따라 제 감정을 쉬이 숨기지 못할까, 비서는 그런 호원을 앞에 두고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포커페이스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조절하던 보스가. 아마 그 이유는 '장동우' 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라고, 비서는 감히 짐작해 보았다. 아직까지도 떨리고 있는 손 하며, 요 근래 부쩍 수척해진 얼굴 모양새는 호원이 장동우로 인해 망가지고 있다는 증표와도 다름없었다. 그러고 보니 어느덧 장동우가 보스의 사무실에서 지내게 된 지 약 삼일 정도가 흘렀다.
보스(호원)는 늘 장동우와 있을 땐 저를 사무실 밖으로 물렀다. 고로 그 안에서 둘이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듣지는 못하였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다음 날 잠에서 깬 둘의 모습이 날이 갈 수록 초췌해지는 것이 썩 보기 좋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악몽이라도 꾸는 걸까.
- 언제까지 곁에 두실 겁니까.
- 내가 죽을 때 까지.
아니면 내가 장동우를 죽일 때 까지.
그게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하하. 어느젠가 제가 건넨 질문에 짧게 답했던 그의 웃음은 아릿했다.
그리도 대단한 사람이였던가. 그간 수 년 동안 모든 괴로움과 외로움들을 꾹꾹 숨기며 살아왔던 호원의 삶에 급작스레 비집고 들어온, 장동우.
익숙하고도 새로운, 가깝고도 먼 장동우라는 불청객과 직면해야만 하는 호원이 안쓰러웠다. 정작 그런 호원은 비서의 걱정어린 눈빛을 무시한 채 제 손바닥을 흔들어 보이지만서도. 야. 호원의 부름에 그제서야 정신이 퍼뜩 든 비서가 호원을 내려다 보았다. 예, 보스. 애석하게도 호원의 키는 비서보다 약 한 뼘 정도 작었다.
"차 키"
"예?"
"달라고."
비서의 손에 들린 차키를 직접 뺏어 든 호원이 차를 잠그곤 유유히 병원 입구로 걸어들어갔다. 운전이라면 극구 사양이라던 보스였는데. 그간 제가 비서 겸 매니저 일을 맡아 오면서 호원에게 차 키를 건네줬던 일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지금의 이 상황은 의외일 수 밖에 없었다.
- 태울 거야, 그 녀석.
앞장서서 걷던 호원이 말했다. 태워 보고 싶었거든. 내 차에. 말귀를 잘못 이해하고 순간 움찔하다 호원이 몇 마디를 덧붙이고 나서야 놀란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비서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뭐라 대답할 만 한 말거리가 없었다. 그리고 호원은 여전히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묘한 단어였다. 물론 호원의 요지는 차에 태운다는 것이 맞겠지만, 자칫하면 불에 태워 없앤다는 뜻으로 동봉되기도 하므로. 물론 보스라면 가능할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하지만 비서의 주관대로라면 호원은 제가 사랑하는 사람을 결코 태우지는 못할 것이 분명했다.
제 발로 운전을 하겠다니. 위험한 일임은 분명했다. 보스는 제 몸을 함부로 가눠서는 안 되었다. 게다가 저번 펠렛, (L) 과의 마찰 뒤로 호원을 호위하며 단 한 시도 맘 편할 날 없었던 저였기에. 그래서 그닥 반갑지만은 않다. 뭐 귀찮은 일 하나 덜었으니 그걸로 되었지만. 멋쩍은 기분에 뒷머리를 슥슥 긁었다.
"잠깐."
호원을 뒤따라 병원 안으로 걸어들어가려던 비서의 시야에 호원의 굵직한 팔뚝이 닿았다.
"여긴, 나 혼자 간다."
"위험합니다."
" 군말 말고 꺼져."
다소 비장한 표정으로, 마치 몇 초 이내 제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으면 한 방 주먹을 갈기겠다. 싶은 기세의 호원이었다. 호원은 마주하는 사람의 진을 알게 모르게 쏙 빼 놓는 힘이 있었다. 그저 무언의 그 특유 분위기만으로도. 호원의 향수 냄새가 문득 코를 찔렀다. 이상하다 싶었다. 원래 보스는 향수를 싫어하는데.
아무튼, 그렇게 비서가 손을 떼는 모습까지 확인한 후에야 호원은 홀로이 병원 안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가볍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딱히 무거운 발걸음도 아니었다. 아주 자연스럽게. 아까 전 잠시나마 잃어버렸던 여유로움을 다시 되찾은 모양이었다. 물론 여유로움이 아니라 여유롭게 보이기 위한 위장술이라는 것을, 비서는 알고 있었다. 호원의 실루엣이 병원 밖 유리 새로 투영되었다. 그런 호원을 멍하니 바라보다, 비서는 반대편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때마침 주머니를 배회하던 제 손에 담배 한 갑이 쥐어졌다. 망설임 없이 라이타에 불을 붙여 한 모금 들이마쉰다. 담배라 함은 질릴 정도로 피워댔지만, 정작 처음 입구를 갖다댔을 때의 그 몽롱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후우. 뿌옇게 피어오르는 연기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사라졌다.
"장.. 동우."
보스의 혈육이라 그랬던가. 문득 궁금해졌다.
"어떤 사람일까."
어떤 사람이길래 두 명을 쥐고 이렇게도 흔들어 대는 것일까.
이호원, 그리고 김명수. 둘 다 바보가 되어가는 것 같다고, 비서는 생각했다. 그것도 정확히 호원이 동우를 납치해간 딱 그 시점부터.
둘은 알고 있다. 둘 중 그 누구도 장동우를 본질적으로 수유하지 못한다는 것을. 사촌, 그리고 동생의 신분으로서. 비록 한 쪽은 장동우의 어린 시절을 함께 하고 다른 한 쪽은 그 뒤의 시절부터 함께 했다는 점에서 그 시기는 크게 갈렸지만. 허나 알면서도 장동우를 놓지 않으려 하는 것은 영원히 풀지 못할 난제였다. 결국 그 사이서 목 졸려 죽는 것은 애꿎은 제 자신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지금 제 자신이, 누구 편을 들고 있는지조차도 잘 모르겠다.
- 썅, 내가 무슨 죄야.
지금 이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장동우 때문에 제 차를 홀랑 뺏겨 버리는 꼴이 되고 말았으니(물론 애초에 호원의 소유였지만서도). 가뜩이나 차비도 없는 터라 먼 길을 걸어가야 하는 제 자신이 처량해졌다. 보스 저 미친개 같은 새끼. 속으로는 호원의 욕짓거리를 중얼대며 비서는 무거운 발을 내딛었다. 바지 주머니에 쑤신 오른손이 뭔가 허전했다. 허한 제 마음만큼이나. 거기에다 지금쯤 함께 있을 호원과 동우를 생각하니 여간 찝찝한 것이 아니였다. 분명 또 피 튀기는 육탄전을 벌이고 있을 지도 몰랐다.
「지잉- 지잉-」
그 때였다. 이윽고 울려대는 진동에 탁 멈춰 선 것은.
아아, 액정 위로 뜨는 이름이 오래간만이다. 반가워야 하는데. 그다지 반갑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되려 한숨부터 새어 나오는 것은 왜일까. 채 다 피지 못한 담배를 땅바닥에 지져 껐다. 하나, 둘, 셋. 진동이 세 번 더 울리고 나서야 핸드폰 플립을 열였다.
- 응 왠일이야?
최대한 자연스럽게, 애써 밝은 목소리로.
「성열아.」
* *
문고리를 잡았다. 꾹 닫혀 있어 영원히 열리지 못할 것만 같았던 문은 의외로 쉽게 열렸다. 그리고,
아아,
호원은 낮게 탄식했다.
잔뜩 웅크리고 있는 야윈 몸뚱아리. 흥건한 눈물 자욱, 수그린 어깨, 그리고 한없이 절망적인 녀석의 얼굴.
눈 앞에 펼쳐지는 가여운 장동우의 형연은, 호원을 몹시도 아프게 한다.
호원은 동우에게 천천히 다가섰다. 앞에서 내려다 본 동우는 작았다. 작고, 약하고,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다.
"호.. 원."
동우는 울먹였다. 문득 호원의 뇌리에는 하얀 나비가 스쳤다.
동우와 함께 보냈던 마지막 날 제가 불태우고 짓밟았었던, 결국에는 두 날개가 갈기갈기 찢어지고 그을린 채 그렇게 죽어 버린 하얀 나비가.
- 나비는 아름다웠다. 그래서 망가뜨리고 싶어질 만큼.
"… 장동우."
호원은 동우와는 조금 텀을 두고 입을 열었다. 그리곤 다짜고짜 동우의 손목을 꽉 그러쥐었다. 갑작스런 호원의 행동에 깜짝 놀란 동우가 발버둥치려 팔을 뒤틀었지만 호원이 보스라는 자리를 괜히 꿰차고 있는 것은 아니였다. 그래봤자 호원의 손바닥 안이다, 이 말이다.
역시나. 뭔가 아까 전부터 동우의 손이 굼뜨다 싶었더니. 하얀 붕대가 칭칭 감겨져 있었다. 동맥과 정맥을 감싸고 있는, 딱 그 지점에. 동우가 부러 말하지 않았지만 호원은 눈치챌 수 있었다.
손목을, 그었구나.
"놔, 이거"
".. 왜. 그었어?"
도대체 왜 그었어? 싶은 호원의 표정과, 그걸 몰라서 물어? 싶은 동우의 표정. 지극히도 상반되었다.
눈물 방울이 그렁그렁 매달려 있는 그 모습조차도ㅡ
- 장동우는 아름다웠다. 그래서 망가뜨리고 싶어질 만큼. 동우는 울고 있는 제 스스로를 추하게 여겼지만, 호원은 그 모습이 그렇게 예뻐 뵈지 않을 수 없었다.
* *
호원은 소시오패스₁였다.
아주 완벽한 싸이코의 형태를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였고, 더럽고 방탕하거나 사람만 보면 해치고 싶은 충동이 이는 것은 더더욱 아니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보통 사람들과 같다고 볼 수도 없었다. 확실한 것은 호원은 다른 사람과는 달랐다. 그 사실은 호원 스스로도 어느정도 잘 알고 있었는데, 아마 이것은 태어나면서부터 워낙에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탓에 그냥 하나의 이념으로 머릿속에 콱 박혀 버린 것임이 분명했다. 마치 유전인 것 처럼, 태어날 때 부터 원래가 그랬던 것 과도 같은. 어렸을 적 원장에게서 하루에 두 번 꼴로 쓰레기 소리를 들어가며 살았으니 그럴 만도 했다.
why? 의문점은 전혀, 작용하지 않았다. 그저 하나의 순리이자 그것이 인생의 섭리. 나는 쓰레기이며, 뭐라고 반박할 가치조차 없는 그런 폐륜아.
왜? 라는 토를 달 수조차 없는 그런 밑바닥.
왜 나는 쓰레기입니까?
넌 그냥 쓰레기니까.
그래, 이유 따위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하루종일 깜깜한 원장실 안에서, 그 수 많은 모진 냉대와 폭력을 악으로 버텨 내고 끔찍하다 못해 혐오스럽기까지 한 조롱들을 반박조차 하지 못하고 묵묵히 받아들이기만 했었던 이유. 이유? 이유라기보단 그것은 호원의 운명이자 임무였다. 너는 밑바닥에서 태어났으니 뭘 하던 쓰레기고 아무리 발버둥쳐도 결국엔 밟히게 되어 있다고, 원장의 음흉한 웃음은 말 하고 있었다. 호원은 그 눈빛을 똑똑히 보았다. 그리고 참았다. 버텼다. 오기로, 깡으로, 어떻게든 살아야겠다는 집념 하나로. 이왕 쓰레기로 태어난 거 정말로 개 같이 살아보자, 그것이 호원의 신조였다.
또 하나, 호원의 곁에는 늘 동우가 있었다. 이호원에게 장동우란 황량한 사막 속 작고 깨끗한 오아시스. 호원은 동우 때문에 참았고 동우 때문에 버텼으며 동우 때문에 살아갔다. 자신의 쌍둥이 형. 유일한 혈육인데다가 함께 고아원에서 일생을 보냈던 탓에 호원과 동우는 서로를 무던히도 믿고 의지했다. 특히 호원은 그랬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동우를 좋아하니까. 믿을 놈 하나 없고 더럽기 그지없는 세상에서 오롯 제 형 장동우만은 너무도 희고 고왔으니까. 어느 순간부터 그냥 호원에게 동우는 형제, 엄마 그리고 그 이상의 의미로 전향되어 버렸다. 그리고 호원은 그런 동우가 너무나도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을 자신만이 누릴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해했다. 불운하기 그지없던 제 인생에 딱 한 가지 작용하는 행복이란 그것 하나뿐이였다. 그저 장동우라는 딱 하나. 호원은 동우의 아름다움을 소유할 수 있어서 그 모진 아픔을 참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호원의 인생에 김명수라는 불청객이 하나 굴러들어온 것은, 호원과 동우가 열 다섯살을 넘긴 지 얼마 되지 않던 때였다.
또한 호원의 마음 속 매장되어 있던 잔인함과 난폭함이 서서이 드러나기 시작했던 시기와도 같았던. 2001년의 3월 1일.
호원은 눈을 감았다. 영원히 잊은 줄 알았는데, 하필이면 기억해 내 버리다니.
2001년의 여러 글자들이 호원의 머릿속을 헤집었다. 소년원, 남우현, 살인, 또다시 소년원.
호원은 혼란스러움에 한 손에 움켜쥔 동우의 팔목에 힘을 더 주었다. 호원의 손이 또다시 떨리고 있었다.
- 실패.
포커페이스 실패다.
내일 학교가는데 4시 와 신기록...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이거 쓸 시간이 너무 없어요ㅠㅠㅠㅠ미칠것같아요 내용도 완전 부실하고 으악!!!ㅠㅠㅠㅠ
연재 텀 늦어져도..그래도 이해해 주실거죠?ㅋㅋㅠ.ㅠ다들 느무느무 오랜만이에요 보고싶었어요 그대들..♡
얼른 자러 가야되는 관계로 자세한 인사는 츤데레에서 하겠습니다!ㅎ.ㅎ그대들 안부가 궁금해요~~긴댓글 스릉흔드 부잉부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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