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찍간장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교실에서 자신의 추종자들을 피해 도망쳐온 곳은 남자 화장실이었다. 다행히 둔한 그들은 종이 울리자마자 뛰쳐나간 민석의 뒤를 빠르게 쫓아오지 못해 민석을 놓쳤다. 민석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참으며 허벅지를 꽉 꼬집었다. 엄마, 대체 왜 날 초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서 이렇게... 내가 초능력만 없었어도 이런 학교에는 오지 않았을 텐데... 아랫 입술을 꽉 깨물고선 중얼거리던 민석이 혼자 있는 화장실이 답답했던 것인지 살금살금 나와 복도를 살피고선 빠르게 2반 교실로 들어섰다. 화장실에서 뛰쳐나와 이미 문이 열려있는 2반 교실로 후다닥 들어가자 2반 몇몇 아이들이 갑자기 튀어나온 민석을 쳐다보는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멋쩍은 표정으로 교실을 둘러보던 민석이 이내 민석아! 하는 소리에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종대에게 성큼성큼 걸어갔다.
" 종대야....... "
" 민석아....... "
민석의 모든 상황을 알고 있는 민석의 유일한 친구인 종대는 고생하는 민석이 짠하다는 듯 민석 대신 울먹이는 표정을 지으며 말없이 민석을 와락, 안아줬다. 자신을 알아주는 건 종대밖에 없다는 듯 민석도 몰려오는 찡한 감동을 뒤로하며 종대에게 매달리다시피 안겼다. 민석의 아담한 등판을 규칙적으로 토닥이는 종대의 손길이 종대의 마음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민석아, 난 널 이해해. 종대의 품에 안긴 민석은 떨어질 생각이 없다는 듯 종대의 허리에 두른 팔에 꽈악, 힘을 줬다. 고등학교에 올라오면 조금은 특별한 일상이 펼쳐질 것이라고 기대했던 민석은 특별해도 너무 특별한 학교 생활에 기댈 수 있는 곳은 종대밖에 없었던 것이다. 물론 종대도 애인까지 있는 게이이긴 하지만...
" 종대야, 예흥이 형이 너 부르던데. "
" 어!? 씽씽이 형! 민석아, 잠깐만! "
익숙하고 포근한 종대의 내음을 맡으며 잠시 평화를 누리던 민석은 종대의 뒤에서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에 짧은 평화는 얼마 지속되지 못하고 깨져버렸다. 종대가 순간 감았던 눈을 번쩍, 뜨며 교실 밖을 두리번 거리더니 이내 저의 품에 안겨있는 민석을 조심스레 떼고선 황급히 복도로 나가버렸다. 저에게 느껴지던 따듯한 종대의 체온이 사라지자 평화를 깬 장본인의 형체가 민석의 앞에 우두커니 서있었다.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단정하게 부착되어 있는 명찰에는 '도경수' 라는 이름 석 자가 번듯하게 새겨져 있었다. 민석이 누군데 방해하는 거냐는 듯한 눈빛으로 경수를 쏘아보자 경수가 멋쩍은 듯 하하, 웃으며 눈썹을 긁적였다. 경수의 어색한 웃음을 가만히 바라보던 민석이 뭐야, 짜증 나게. 라고 꿍얼대며 몸을 돌리는데, 경수가 황급히 민석의 어깨를 붙잡았다. 너 지금 나가면 너희 반 게이들이 너 붙잡아갈 텐데. 마치 다 아는 듯이 말하는 경수에 울컥, 하던 민석이 이내 맞는 말임을 깨닫고선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그런 민석을 가만히 바라보던 경수가 이내 씨익 웃으며 말했다.
" 매점 갈래? "
*
자신을 쫓아다니는 게이 삼인방, 아니 사인방과는 다르게 저와 맞는 눈높이와 밀려오는 안심에 친근함을 느낀 민석이 어느새 저의 옆에 앉아있는 경수에게 웃음을 비추며 경수가 썩 맘에 든다는 듯 경수가 사준 음료수를 손에 들고선 조잘조잘 열심히 떠들었다. 그런 민석을 흐뭇한 미소로 쳐다보던 경수가 이내 조용해진 민석에게 말을 붙혔다.
" 걔네가 자꾸 들러붙으면 걔네 끌고 우리 반으로 와. "
" 왜? 뭐, 욕이라도 해주게? "
" 내 초능력이 힘이야, 야수의 힘. "
경수의 초능력 자랑에 난 걔네 얼릴 수 있는데 생기부 때문에 가만히 있는거야, 병신아. 라고 말하려던 민석은 진지함 서린 경수의 눈빛에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꾹꾹 눌러삼켰다. 걔네가 너 쫓아다니는 건 이미 전교에 소문난 일이라 나도 알고 있었는데, 나도 걔네 마음에 안 들어. 조곤조곤 말을 읊는 경수에 민석이 이유나 들어보자는 듯 왜? 라며 경수의 눈을 쳐다봤다.
" 너 쫓아다니니까. "
" 뭐? "
살풋 웃으며 말하는 경수를 벙찐 표정으로 바라보던 민석의 질문과 동시에 울려버린 수업종에, 경수가 민석의 반문을 못 들은 척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성큼성큼 걸어가던 경수가 갑작스레 몸을 홱 틀고선 말했다. 조심히 들어가, 민석아. 어, 어... 얼떨결에 대답해버린 민석이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 하고선 폰을 꺼내 들어 종대에게 카톡을 보냈다.
종대야![[EXO/슈총/다각] 초능력 학교에 어서오세훈 01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9/7/2973781409d66612b658e93aee6af933.jpg)
응! 민석아
아까 너 두고 가서 미안해 ㅠㅠ 내가 잘못했어.
아니, 그건 괜찮은데... 너희 반에 동성애자는 너 하나야?![[EXO/슈총/다각] 초능력 학교에 어서오세훈 01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9/7/2973781409d66612b658e93aee6af933.jpg)
야 뭐 그런 질문을...
나만 있는 건 아니고 학생회장도 동성애자라 그러던데?
학생회장? 그게 누구야?![[EXO/슈총/다각] 초능력 학교에 어서오세훈 01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9/7/2973781409d66612b658e93aee6af933.jpg)
아까 나한테 씽씽이 형 왔다고 얘기해준 애 못 봤어?
넌 어떻게 니 학교 회장도 모르냐 ㅋㅋㅋ
씨발. 민석이 저의 휴대폰을 바닥에 던질 뻔한 것을 간신히 억누르며 욕을 내뱉었다. 이 미친 새끼가... 지도 게이면서 어디서 선심 쓰는 척이야, 이 씨발, 야수의 힘이면 다야? 존나 발을 얼려버려, 씨발. 염병할 회장 새끼. 온갖 육두문자를 내뱉던 민석이 이내 침착하자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말했다. 그래, 게이가 나쁜 게 아니잖아. 그 학생회장이 날 좋아할 리도 없는데, 그렇지? 그래 민석아, 왜 그렇게 흥분을 하고 그러니. 어느새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을 느끼던 민석이 또다시 카톡! 하고 울리는 휴대폰을 흘끗 쳐다봤다.
맞다 민석아, 아까 경수가 씽씽이 형 왔다고 해서 복도로 갔는데 없었어... 나랑 점심 먹고 씽씽이 형네 반 갈래? (◕‿◕✿)?
부들부들, 떨리는 손짓으로 휴대폰을 꽉 쥔 민석이 생각했다. 도경수 새끼, 존나 썰어 먹어.
*
종대의 간곡한 부탁에 어쩔 수 없이 3학년 층에 올라온 민석은 장예흥, 일명 씽씽이 형을 보자마자 씽씽이 형! 하며 달려가는 종대를 보며 생각했다. 게이도 저렇게 예쁘게 사귈 수 있구나. 마치 자식의 연애 장면을 보는 듯한 기분을 받은 민석이 엄마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둘을 쳐다봤다. 이씽은 저의 가슴팍에 부비적대는 종대에 살풋 웃다 종대와 자신에게서 조금 떨어져 있는 민석을 보며 반갑게 손을 흔들며 가까이 오라고 손짓을 했다.
" 오랜만이야, 민석아. "
" 안녕하세요, 형. "
이씽의 품에 안겨 그르릉대는 종대를 보며 조금은 외로워진 민석이 뻘쭘한 듯 뒷머리를 긁적이며 살짝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창문을 바라보는데, 갑작스레 제 눈앞에 다가온 익숙한 인영에 화들짝 놀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뒤로 주춤, 하던 민석이 저의 다리에 걸려 어어, 하며 기우뚱하는 민석에 루한이 재빠르게 팔을 뻗어 민석의 허리를 감쌌다.
" ... "
조금은 부끄럽고 요상한 꼴이 되어버린 모습을 보며 종대가 오오, 하며 의미 모를 감탄을 내뱉었다. 그런 종대에 민석이 퍼뜩 정신을 차리며 앙칼진 손짓으로 저의 허리를 감싼 루한의 팔을 팍, 쳐냈다.
" 니, 니가 여기 왜 있는데. "
말을 더듬는 민석에 픽 웃던 루한이 어깨를 으쓱, 하며 말했다. 너 쫓아온 게 아니라 이씽이 형 보러 온 건데? 능글능글한 루한의 선분홍빛 입술을 바라보던 민석이 저 새끼 입을 영원히 얼려버릴까, 생각하다 이내 참으려는 듯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런 민석을 가만히 쳐다보던 루한이 인상을 구기고 있는 민석의 미간을 꾹꾹, 누르며 말했다.
" 우린 운명인가 봐, 민석아. "
퍽. 아, 아파! 민석에게 정강이를 걷어차인 루한이 펄쩍, 뛰며 저의 정강이를 양손으로 감쌌다. 쬐깐한 게 힘만 세선. 중얼거리던 루한이 혼자 씩씩대는 민석이 귀엽다는 듯 아픔을 참으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내 민석의 옆에 있는 의자에 민석을 끌어당겨 민석의 등을 토닥이며 앉혔다. 민석아, 재밌게 해줄게. 민석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던 루한이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조심스레 손짓을 했다. 영문을 알 리 없는 민석이 뭐하는 거야, 라며 일어나려 했으나 갑자기 붕, 떠버리는 의자에 깜짝 놀라 히익! 하며 굳어버렸다. 교실 바닥과 2cm가량 떨어져 버린 의자에 민석이 뛰어내리기는커녕 너무 놀라 뻣뻣하게 굳어있는 수밖에 없었다. 아, 뛰어내리면 되는데, 김민석, 내려, 내리란 말야, 내려가. 겁이 많은 민석이 어느새 울먹이는 표정으로 몸이 굳어 움직이지 못하는 저의 몸을 속으로 탓하였다. 그런 민석의 반응을 더 해도 된다는 긍정의 의미로 착각한 루한이 이내 손짓을 까딱, 했다. 그러자 민석을 실은 의자가 조금은 빠르게 지면에서 점점 떨어져 갔다.
" 아, 아, 내, 내려줘, 이게 뭐야! "
겁에 잔뜩 질려 말도 제대로 못 하는 민석을 올려다보던 루한의 얼굴이 별안간 붉어졌다. 어떡해, 귀엽잖아... 겁에 질린 민석이 귀여웠던 루한은 계속해서 손짓으로 민석이 앉아 있는 의자가 교실 곳곳을 누비도록 하였다. 사람이 너무 놀라면 소리도 못 지른다더니... 퍼렇게 창백해진 민석의 안색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던 종대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런 종대가 이해 간다는 듯 종대를 안고 있는 이씽이 불안한 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사람 신체처럼 초능력도 청소년기엔 성장 단계라던데, 저렇게 막 초능력을 써대면...
" 안 될 텐데... "
콰당. 이씽의 말이 끝나자마자 불안하게 기우뚱거리던 의자가 교실 바닥으로 빠르게 추락해버렸다. 이내 콰당하는 의자 소리와 함께 민석이 아침과 같은 상황으로 철퍼덕, 교실 바닥에 고꾸라졌다. 쯧쯧, 혀를 차는 종대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루한이 시퍼렇게 질린 얼굴로 민석에게 빠르게 다가갔다. 빠, 빠오즈!
" ... "
" 괘, 괜찮아? 만두야, 민석아, 아, 이씽이 형! 장예흥! 형 힐링, 힐ㄹ... "
어쩔 줄 몰라하며 불안한 몸짓으로 민석을 이리저리 살피던 루한이 퍽,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뒤로 나뒹굴었다. 내가 오늘 너 때문에 두 번이나 넘어졌어, 개새끼야. 힘이 잔뜩 실린 민석의 주먹에 맞아 고꾸라진 루한은 차마 넘어진 상태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역시나 죄인은 말이 없다. 그저 짜증 가득한 표정으로 꾸깃꾸깃해진 교복을 툭툭, 털며 일어나는 민석에 이씽이 신기하다는 듯 민석에게 말했다.
" 민석아, 너 의외로 쿨하구나. "
이씽의 감탄 섞인 말에 민석이 생긋, 웃고선 먼저 간다며 교실에서 빠져나와 저의 반으로 향했다.
*
" 야, 미개루! 너 뭐 했는데 민석이한테서 저렇게 살기가 뿜어져 나오냐? "
루한이 교실에 터덜터덜, 힘 빠진 걸음걸이로 들어오자마자 자리에 앉아 민석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쳐다보던 백현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빠르게 루한에게 다가갔다. 그런 백현을 불쌍한 눈빛으로 쳐다보던 루한이 이내 교실로 들어오는 선생에 무거운 걸음걸이로 사물함을 열었다. 열었는데...
" 루한, 자리에 안 앉아? "
굳어 있는 루한의 뒷모습을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던 선생이 루한에게 쏘아붙이자, 루한이 어... 하는 곤란한 소리를 내뱉다 이내 조심히 저의 책을 꺼냈다. 그런 루한을 가만히 쳐다보던 반 아이들의 입에선 풋, 하는 웃음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루한의 손에 들린 교과서를 보며 선생이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내뱉었다.
" 나가. "
꽁꽁, 루한의 손에 들린 교과서는 퍼렇게 얼어 각진 얼음 덩어리를 연상시키고 있었다. 차마 민석의 짓이라고는 말할 수 없던 루한이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애써 참고선 민석을 조용히 쳐다봤다. 저를 향해 비웃음을 짓고 있는 민석의 모습까지도 예뻐 보이는 건 대체 왜일까. 여러 가지 감정이 섞여 슬픈 웃음을 짓던 루한이 민석이 손수 얼려 준 자신의 교과서를 품에 꼭 안고선 교실을 나가려는데, 루한의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찬열이 벌떡, 일어섰다.
" 선생님, 제가 녹일 수 있습니다. "
" 뭐? 박찬열, 넌 가만히... "
화르륵ㅡ 하는 소리와 함께 찬열의 손에서 나온 불은 루한의 교과서를 통째로 녹여버렸다. 물론 교과서도 단 몇 초 만에 재로 변해버렸지만.
" 둘 다 나가. "
" 아뇨 선생님, 저는... "
" 네 불로 셀프 고문 시켜버리기 전에 나가. "
찬열이 히잉, 하며 축 처진 눈빛으로 민석을 바라봤다. 민석아... 공부에 집중하는 네 모습을 지켜보고 싶었는데... 중얼거리던 찬열이 저를 향해 빠르게 날아오는 분필에 루한과 함께 재빠르게 교실에서 나왔다. 물론 얼마 못 가서 옥신각신하는 루한과 찬열의 음성에 선생이 차라리 교실에 있으라며 다시 턴백시키긴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