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아직 어렸다. 흰 종아리가 눈에 부시도록 살랑거렸고 곰실거리듯 피어오르는 유방은 잦아들 생각을 하지않았다. 늘씬하게 뻗은 다리와 향긋하게 움트는 곡선은 숨겨지지 않았다. 내 욕망을 잠식해들어가기 시작했다. 버스 창 밖으로 눈 여겨 보았던 여름날의 너는 참으로 명쾌한 느낌이었다. 쫑쫑거리는 발끗과 동그란 두상이 눈에 엿보이도록 질끈 묶은 머리, 머리는 허리께에서 휘감기며 가느다란 허리를 여미고 있었다. 펜 가장자리로 아무렇게나 휘갈긴 느낌이었다. 너는 살기에 가까운 생기를 띄었다. 하얗듯 검붉던 피부와 늘씬하게 내려온 허벅지는 욕망을 기립시키는 것 같았다. 무의미하게 흘러가던 심장이 째각거리기 시작했다. 너는 당장이라도 멀리, 쫑쫑거리며 달아나 버릴 것만 같았고 나는 너를 기다려줄 만한 여유가 없었다. 너는 내 죄의식의 불꽃을 훅 꺼뜨렸고 다시 욕구라는 초에 심지를 당겼다.
넌 진정한 나의 처녀였다.
진득한 땀방울이 흐르는 길거리에서 너와 나는 자주 마주쳤고, 너는 Y세탁소집 맏딸인 것 같았다. 그래, 단호한 듯 단아하게 내려오던 목선이 닮았더라. 그 여리한 손끝이 전부 Y세탁소 아줌마를 닮아있는 것 같았다. 나는 틈만 나면 Y세탁소 앞을 기웃거렸고 운이 좋은 날에는 널 마주할 수 있었다. 너는 늘 고아했고 내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존재였다. 남색 칙칙한 빛 교복을 입어도 너는 너만의 맵시가 살았고 헐렁한 체육복에 가려져 있어도 번듯하였다. 너와 스치듯 마주할때면 항상 욕정이 불끈하였고 주체할 수 없는 욕심이 울렁거렸다. 그 파도에 휩쓸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였다. 널 내 손아귀에 쥐고 관능적인 네 곡선을 비틀며 울부짖고 싶었다. 너와 부둥켜안고 개와 늑대가 되어 히끗한 새벽을 맞이하고 싶다. 그 모두 이제 기억과 추억으로 쏠렸을 뿐.
넌 진정한 나의 처녀다.
허리를 쓸고 지나가던 머리칼이 댕강 잘리고 네 옷차림이 교복으로 한정되었을 때, 나는 어찌나 고개를 들지 못하였는지. 너는 깨끗하고 보드라웠다. 내가 글로는 감히 너를 풀어내지 못할 정도로 넌, 넌…. 정확히 널 표현해 내기엔 이 활자들의 나열이 지겹기만 하다. Y세탁소에 네가 나타나는 날도 조금씩 줄어들었고 너도 내 감각에 무의미해지는 듯 했다. 기억 속 너는 물을 탄 듯 자꾸만 흐려졌고 이젠 더이상 너의 이목구비조차 그려지지 않을 정도로 멀게졌다.
집 창문 밖으로 어슴푸레 Y세탁소에 걸린 교복이 나른거린다. 칙칙하기 그지없는 양복에 비틀거리며 다리를 밀어넣고 넥타이를 올린다. 넥타이가 강하게 내 목을 움켜쥐고 놓을 생각을 않는다. 그리고 너와 같은 나이, 새파란 청춘이 되었다면 널 조금 더 바랄 수 있었을까. 지금 입고 있는 이 바지대신 저 맨질한 교복이라면 널 바라는 마음이 조금 감해지거나 가해질 수 있을까.
마냥 그런 것 같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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