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호닉 ~
늘 그렇듯 ㄱㄴㄷ 순!
ㄱ ◁
끵끵 , 거북이 , 고구마 , 거지같은 영어문법 , 고기만두 , 낄낄
ㄴ ◁
노노 , 뉴늉
ㄷ ◁
돌하르방 , 도시락 , 됼됼 , 둠둠
ㄹ ◁
레이이리오레이 , 럽드
ㅁ ◁
만두 , 마카롱 , 민트
ㅂ ◁
비타민 , 뿌요정 , 봉골레 , 버블 , 바이미 , 빵야빵야 , 블루레몬, 배터리
ㅅ ◁
심장이큥큥 , 섹시백 , 쇼리 , 새벽반 , 시엔 , 삼겹살성애자
ㅇ ◁
여우달 , 유부초밥 , 엑수호 , 음란면 , 웅야웅야 , 예승이콩먹어콩 , 유플러스 , 이랴 , 우끼끼 , 오리곡이
ㅈ ◁
조화 , 준짱맨
ㅋ ◁
캔디 , 킨더 , 쿨핑구
ㅌ ◁
태기
ㅍ ◁
포코팡 , 팔랑팔랑 , 팬더눈 , 피치 , 판다
ㅎ ◁
홍홍 , 하트하트 , 허허허 , 허니 , 해바라기
영어 ◁
abc
숫자 ◁
10
예쁜 미성에 폭풍 가창력이지만, 매번 형들에게 밀려서 파트는 별로 없고
프로필에는 175로 나와있지만 실제 키는 16X에
여장 한번 시켜보고 싶을 정도로 선이 곱고, 하얗고, 예쁘게 생긴 너징은
사실 남자가 아니라 여자야.
어쩌다 보니, 남장을 하고 SM의 신인 보이 그룹 엑소의 13번째 멤버이자 막내가 되었지.
물론 너징이 여자라는 사실은 SM의 고위 간부급 사람들과 너징 담당 코디 스타일리스트 말고는 아무도 몰라.
심지어 엑소 멤버들도.
이런 너징의 썰을 풀어볼게.
오전에 스케줄이 없어서 너징은 너징 침대 위를 뒹굴거리며 나른하게 오후를 보내고 있었어.
확실히 20살이 되니까, 학교도 가지 않고 그래서 널널해진 시간이야.
너징은 침대 위에서 가만히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잠깐 얕은 잠에 들기도 하고, 또 잠에서 깨면 다시 침대 위에서 뒹굴거렸지.
그러다 그 반복되는 행동이 지겨워져서 너징이 하품을 쩍- 할 때 쯤, 마침 방으로 들어오던 세훈이 멈칫하곤 너징 하품하는 모습을 보더니 낄낄 웃다가 하품 할 때 입 좀 가리고 하라며 너징을 타박해.
너징은 대충 고개를 끄덕여주고는 다시 하품을 했어.
그에 세훈이 " 그렇게 계속 자기만 하지 말고, 좀 의미있게 책 좀 읽고 그래라. 너 그러다가 오후에 스케줄 갈 때 팅팅 부어서 얼굴 타조알된다. "라고 하며 자신의 핸드폰 충전기를 빼어서 밖으로 나갔어.
너징은 거실로 나가는 세훈의 뒷모습을 보며 코웃음을 쳤지. 자기는 온종일 게임만 했으면서. 누가 누구한테 의미있게 보내래ㅋ
그래도 너징은 세훈의 말도 어느 정도 일리는 있는 것 같고, 고등학교 졸업 후에 너징이 완전히 게을러지고 퍼진 것도 같아서 오랜만에 책이나 읽을까?, 하고는 방 안을 둘러봤어.
그런데 책이 있을 리가 있나...
막내라인들끼리 쓰는 방에는 갖가지 옷들이 널려있고, 가방들, 악세서리(특히 타오 거), 모자, 팬 레터와 선물들이 제대로 정리가 안 된 채 놓여있었어.
그나마 자주 입는 편한 옷들은 손에 잘 닿는 곳에 대충 게어 놓은 게 다였지.
너징은 이런 방에 책이 있을 거라고 기대도 안 했지만, 만약 있다고 하더라도 방 안에 한가득 쌓여있는 물건들 사이에서 책을 발굴해 낼 자신도 없어서 그냥 포기하고 준면에게 가서 책을 빌려달라고 하기로 했어.
너징은 끙차, 하며 허리를 일으켜서 기지개를 편 다음, 몸 위에 대충 덮여져 있던 이불을 옆으로 치워내고 느릿느릿 방 밖으로 나갔지.
" 형, 준면이 형. "
" 어? 우리 막내, 왜? "
너징은 거실로 나가자마자 어렵지 않게 준면을 찾을 수 있었어.
소파에 앉아서 조용히 독서를 하던 준면이 한 번에 너징 시야에 잡혔기 때문이었지.
너징이 준면의 어깨를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면서 부르자, 책에서 시선을 떼고 너징을 바라보며 웃는 준면이야.
너징도 준면을 따라 실실 웃으면서 준면의 옆에 앉았지.
" 무슨 책 읽어? "
" 시 모음집. 책장에 있길래 읽어보려고. "
" 형, 형이 읽었던 거 아직 숙소에 있어? "
" 응. 왜? 책 읽게? "
" 응! 책 추천해줘! "
너징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준면에게 말하자, 준면이 피실피실 웃으면서 너징 뒷머리를 쓰다듬더니 알았다고 말했어.
그리곤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서 너징을 일으켜줬지. 너징은 쫄랑쫄랑 준면의 뒤를 따라서 방으로 들어갔어.
" 자꾸 짐들이 쌓여서 몇 권은 집으로 보냈어. 그래서 지금 10권 정도밖에 없어. 읽고 싶은 거 있으면 골라가. "
" 형은 뭐가 재밌었어? "
" 난 다 괜찮았는데. "
" 뭐야. 추천해준다며! "
" 여기 있는 거 다 추천이야. 이 중에서 읽고 싶은 거 골라. "
준면의 말에 너징은 슬쩍 입술을 부루퉁하게 내밀었지만, 준면이 " 씁. "하며 장난스럽게 너징 입술을 툭, 쳤기에 입술을 도로 집어넣을 수밖에 없었지.
너징은 신중히 책장에 나열된 책들의 제목을 훑으며 고민했어.
뭔가 이거다! 하고 필이 꽂히는 게 없었다고 해야 하나.
한참을 앞에서 고민하고 있는 너징을 보던 준면이, " 나는 거실에 있을테니까, 책 고르면 그냥 빼서 가져가. "라며 너징 어깨를 두어번 툭툭 쳐주고는 밖으로 나갔어.
너징은 알았다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고.
너징이 눈을 이리저리 굴려대며 이미 한 번 훑고 지나간 제목들을 다시 훑는데, 아까는 미처 못 봤던 책이 너징 눈에 들어왔어.
제목이 적혀 있지 않아서 단순하게 엘범인가?, 라고 생각했던 너징은 엘범이라기엔 작은 크기에 고개를 갸웃하며 그 책을 꺼냈어.
쑤욱, 하고 가볍게 뽑힌 책은 표지의 모든 면이 빨간색으로 된 책이었어. 표지의 앞 면에도, 뒷 면에도 제목은 적혀있지 않았지.
딱딱한 표지를 한 번 넘기자, 금색의 큼직한 폰트로 「 미자 탈출한 오징어에게 」라고 적혀있었어. 그리고 그 밑에 조금 더 작은 폰트로 「 징어야, 스무번째 생일 축하해. 」라고 적혀있었지.
그제야 너징은 이 책이 어떤 책이었는지 생각났어.
너징의 20번째 생일 날, 팬들에게서 엄청난 양의 편지와 선물이 왔었는데 그 중에 이 책도 있었어.
너징이 편지를 하나하나 읽어보고, 선물도 열어보고, 케이크도 먹고, 하다가 조금 두꺼운 책을 보곤 나중에 읽어야겠다고 생각하며 맏이 라인 방 책장에 꽂아놨던 거지.
그리고 까맣게 잊었었는데, 이렇게 찾게 될 줄이야.
너징은 괜히 쩝, 하고 입맛을 다시며 책장을 끝까지 촤라락 넘기다가 맨 마지막 페이지에 검은색 폰트로 적혀있는 글귀를 봤어.
「 이런 팬이라서 미안해. 」
...? 미안하다고? 너징은 대체 왜 팬이 미안하다는 건지 이해가 되질 않아서 미간을 찌푸리며 이해하려 애쓰다가 곧 포기했어.
책을 탁 덮은 너징은 일단 선물로 받은 책이니까 이거 먼저 읽기로 하곤 그 빨간 표지의 책을 들고 막내 라인 방으로 돌아왔지.
가볍게 침대로 다이빙한 너징은, 곧 허리를 펴고 침대 헤드에 등을 기대어 앉았어. 그리고 책의 표지를 넘겼지.
생일 축하한단 글귀가 써있는 페이지를 넘기자, 본격적으로 책 내용이 시작되었어.
문학인지 제목은 ' 봄을 닮은 너에게 '였지. 너징은 제목을 세 번을 반복해서 읽은 후에 본문 내용으로 시선을 내렸어.
「 벚꽃이 흐트러지게 피고, 그 주변으로 신입생들의 설레어 들뜬 목소리가 울려퍼질 때. 나는 너를 보았다. 남자밖에 없는 까만 머리통들 사이에서, 유난히 작았던 너를. …… 」
너징은 첫 문장이 시작되고 얼마 안 있어서, 그 책에 몰입해서 쭉 읽고 있었어.
조금 뒤로 갈 수록,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나왔는데 그 이름들이 아주 낯익어서 너징은 슬쩍 웃었지. 그러고는 책에서 잠깐 눈을 떼어내고 곰곰히 생각했어.
' 이게 그 말로만 듣던 팬픽인가? '라고 말이야.
너징과 멤버들은 팬들이 엑소 멤버들끼리 커플링을 만들어서 팬픽을 쓴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어.
커플링 이름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지.
루민, 찬백, 오백, 백도, 클첸, 클타, 세준, 세종, 찬종, 카디, 세루 등등등 다른 멤버들끼리 엮은 커플링들도 많았지만, 너징과 멤버들을 엮은 커플링들 역시 메이저급으로 많았어.
찬징, 카징, 세징, 백징, 됴징, 슈징, 루징, 클징, 타징, 레징, 첸징, 면징, 이렇게 모든 멤버들과 엮이는 건 다반수이고 다른 그룹의 남자 아이돌들과도 엮일 때도 있었지.
너징을 사이에 두고 벌이는 삼각구도도 인기가 많은 편이야. (Ex- 됴징백, 찬징첸, 클징타, 루징민, 레징면, 카징세 등등등)
심지어 꼭 읽어봐야 한다는 레전드 팬픽의 커플링이 대부분 너징 관련 커플링...
아무튼 너징은 이런 식으로 너징 관련 커플링의 종류도, 인기도 몰랐지만 그냥 팬픽이 있다는 것과, 몇몇 커플링 이름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으로 접한 팬픽에 빠져서 읽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몰랐어.
제목도 문학같았는데, 보다보니까 진짜 정말 재밌는 거야. 글 쓰는 솜씨도 뛰어나고.
그런데,
「 찬열은 징어에게 키스를 하며 손을 옷 속으로 …… 」
" 헐, 뭐??!!! "
그래. 처음 너징이 봤던 그 순수하고 아련하고 달달하고 풋풋한 첫사랑 팬픽은 사실 훼이크였어.
그 책은 금손님들이 쓰신 레전드 팬픽 모음이었는데, 너징에게 온 선물이라 모든 커플링이 너징 관련된 커플링이었거든.
근데 모두들 수위가ㅎ 장난 아니라서 말이야ㅎ
아, 물론 소문난 금손님들이 쓰신만큼 스토리도 탄탄하고 여운도 엄청나긴 한데, 너징이 너징과 멤버들로 쓰여진 수위 팬픽을 제대로 읽을 수 있을까?
너징은 수위 장면이 나오자마자, 너징도 모르게 책을 텁! 덮었다가 또 깜짝 놀라서 다시 폈어.
그랬더니 이번엔 다른 내용의 팬픽이 쓰여있었지.
너징은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고 천천히 다음 팬픽을 읽었어.
「 “오징어, 사랑해…….” 뜨거운 숨과 함께 징어의 귓가에 말을 내뱉은 종인이 징어의 쇄골로 입술을 …… 」
" 으아아아앙아아ㅏ아앙아아앜!!!!!!!!!!!!!!! "
너징은 5분도 지나지 않아서 다시 책을 닫아버렸지.
너징의 이상한 비명소리에 거실에 있던 몇몇 멤버들이 놀라서 너징 방으로 들어왔어.
근데 하필 같이 들어온 멤버들이...
" 오징어, 왜 그래? "
" 뭐야. 무서운 꿈 꿨어?! "
박찬열, 김종인...ㅎ..
너징은 급하게 도리질을 치면서 책을 이불 속으로 숨겼어.
그에 방으로 들어온 멤버들 중 하나인 백현이 " 그건 뭐야? "라며 성큼성큼 걸어와서 너징이 이불 속으로 숨겼던 책을 꺼냈지.
너징은 보면 안 된다는 생각에 뒤늦게 백현에게 팔을 뻗었지만, 백현은 이미 책을 펼쳐서 보이는 내용을 읽고 있었어.
" 뭐야, 이건. ' 백현은 징어의 하얀 어깨를 깨물었… '......? 이거 뭐냐? 그... 팬픽? 팬픽이야? "
굳이 소리내어 읽지 않아도 됐는데, 입 밖으로 또박또박 읽는 백현을 거의 포기한 채 바라봤던 너징은 그래도 끝까지 다 읽지는 않는 백현에 조금이나마 안도했어.
너징은 팬픽이냐는 백현의 질문에 대충 그런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거렸고, 찬열과 종인은 눈을 빛내며 관심을 보이고 있었지.
그 둘이 금방 백현이 있는 쪽으로 다가와서 다른 거는 어떠냐고 물어댔고, 백현은 책장을 조금 더 넘기다가 곧 책을 덮더니 너징에게 돌려주었어.
" 팬이 준 거야? "
" ...당연하지. "
" 다 읽고 나 줘. 백징 부분 재밌는 것 같다. "
" ...뭐? "
너징이 백현의 말을 파악하기도 전에 찬열과 종인도 연달아 말했어. 자기들도 그 책 읽어보고 싶다고.
자신들이 팬픽에 어떻게 씌였을 지 궁금한가봐.
너징은 다 너징과 엮여있는 내용이라 좀 민망했지만, 읽고 싶다는데 못 읽게 할 수도 없고, 또 아까 말했다시피 스토리가 탄탄하고 재밌어서 왠만한 문학작품 못지 않았기에 대충 고개를 끄덕여줬어.
그러자 찬열이 자기 먼저 빌려간다며 빨간 표지의 책을 들고 방을 나가.
뒤이어 종인이 " 형! 찬열이 형! 형 다음은 나!! "라고 소리치며 따라 나서는 모습을 본 너징은 뒷머리를 긁적이다가 시간을 확인하고는 씻으러 욕실로 들어갔어.
*
너징은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그 빨간 표지의 책은 엑소 멤버들에게 돌려가면서 읽혔어.
한글이 서툰 중국 멤버들은 어떻게 읽었는지는 몰라도, 다 읽었다나봐.
그 사실을 알게 된 너징은 괜히 너징이 민망해져서 그 날 하루 동안은 멤버들을 설설 피해다녔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다음 날부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갔으니, 너무 걱정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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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 졸려ㅠㅠㅠㅠ
원래 못 올 것 같았는데, 또 들고 왔습니닿ㅎㅎㅎㅎ헿
다음 주부터 5월 둘째주까진 시험 때문에 못 올 거 같아요ㅠㅠㅠㅠ힝
대신 시험 열심히 쳐서 다시 돌아올게요!;ㅅ;
그리고 이번 주 내내 안타깝고 눈물이 났던 세월호...
제발 한 명이라도 좋으니까 살아서 구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랑 한 살차이밖에 안 나는데, 차디찬 바닷물 속에서 져버린 꽃들이 너무 안타까워서..ㅠㅠ
기적처럼 태어났으니, 제발 기적처럼 돌아와줬으면 좋겠습니다.
맞다. 그러고 보니 오늘 루한 생일이네요.
루한, 생일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