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는 생각보다 붐볐다. 주말도 아니고, 한창 북적일 때인 저녁시간도 아니였는데도. 카트를 끌어다가 막 입구에 발을 디딘 내가 입을 헉 벌리고 서있자 내 어깨에 팔을 올리고 서있던 종인이 걸음을 재촉했다.
“사람 디따 많은데?”
“빨리 사고 가자.”
내가 얘랑 같이 온 게 잘못이다. 귀찮은 기색이 역력한 얼굴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저번에 같이 장보러 왔다가 내가 신라면을 살까 진라면을 살까 고민하는 새에 진열장에 있는 라면을 죄다 끌어모아 카트에 집어넣으려고 하는 걸 겨우겨우 말린 뒤론 절대로 데려오지 않으려 했는데, 어찌저찌 하다 보니 또 같이 와버렸다. 뭐 옆에 종인이가 있는 게 더 좋기도 하니까. 슬쩍 올려다본 후드를 뒤집어 쓴 머리가 단정하게 내려앉아 있었다.
“오늘은 절대 막 쓸어담고 그러면 안돼.”
“어어.”
듣는건지 마는건지. 허리에 손을 두르고 어깨에 턱까지 걸친 종인이 때문에 걸음이 더뎌졌다. 한 두번 있는 일도 아니라서 그냥 옆 냉동진열대의 샐러리를 들어 상태를 요리조리 살폈다. 샐러드나 할까. 곰곰히 생각하다 좋겠다 싶어 카트에 넣으려는 찰나, 손목이 홱 붙들려 버렸다. 깜짝아.
“그거 왜 넣어.”
“왜?”
“맛없어. 이거넣어 이거.”
샐러리를 냅다 진열장으로 던져버리고 베이컨을 집는 손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어이없이 웃었다.
“나 샐러드 할거거든.”
“저 초록색 파같이 생긴거보단 맛있어.”
은근 가만 보면 초딩입맛이다. 빼꼼 고개를 돌려 가라앉은 눈을 잠시 황당하게 쳐다보다 허리를 잡은 손을 잡아 풀어 마주보고 섰다. 잘생긴 얼굴이 아직도 조금 잠에 젖어있었다. 역시. 특유의 나른한 눈이 뭔일이냐는 듯 깜박였다. 대체 뭘 먹고 이렇게 큰 건지, 나보다 한참 위에있는 얼굴을 목을 젖혀 올려다봤다. 적어도 나는 지금 엄청 진지했다. 조르지 말라는 심산으로
“종인아. 나는 지금 샐러드할 재료… 읍.”
얘가 미쳤나! 내가 진지하게 말하는 동안 습 입맛을 다신 종인이 갑자기 달려들었다. 짐승도 아니고! 너무 놀라고 주위 시선이 걱정되기도 해서 얼른 밀쳐내버렸다. 장난스럽게 식 웃고있는 얼굴이 얄미웠다.
“아. 이쁘다.”
“너 미쳤어? 여기서 대놓고 그러면 어떡해!”
“너 진짜 주부같아.”
느긋한 저음과 즐거운 듯한 얼굴에 나는 차마 더 이상 뭐라 할 수가 없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본 사람 없나 살피는 내 볼에 가볍게 입술을 갖다대 뗀 종인이 어정쩡하게 서있던 내 몸을 돌려 다시 허리에 손을 감았다. 한숨을 내쉰 나는 베이컨을 빼앗아 들고 카트에 넣었다. 낮게 웃는 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못말린다. 김종인도 나도.
으어ㅏ어어어어어어어어엉ㅇ
카디최고... 카디 짜세... 카디좀 팍팍 밀어줘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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