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다. 모두들 복슬한 겉옷 챙겨입고, 새옷 장만하고, 겨울잠 따숩게 하는 계절이라지만 그 여자에겐 먹이가 떨어져 곧 뒤져버릴것만 같은 보릿고개다.
휴게소 구석 의자에서 수첩을 뒤적거린다. "서산.. IC로 빠지면.. 18km.."
파싹 말라 금방이라도 부스스 조각나버릴것같은 입술이 굳게 닫힌다. 그 여자는 수첩을 닫아 작업복 깊숙히 집어넣고 김밥을 입속에 욱여넣는다.
잔뜩 멕여오는 느낌에 금방이라도 울음이 쏟아져 나올것만 같다. 그리운 사람을 찾기위한 몸부림, 그 끝이 보이지 않음에 더 단단히 고개를 젓는다. - "우웁." "아이고, 미안." 눈이 반절 쯤 풀린 늙은 사내가 여자에게 사과를 건넨다. 여자는 그 밑에 쭈그려 앉아 입을 손등으로 닦아낸다. 말이 닦아내는 것이지 수치스러움과 더러움은 차마 추스리지 못한다. 여자는 깊은 한숨을 진하게 뱉어낸다. 늙은 사내가 바짓 가랑이 매무새를 정리하며 말한다.
"그래도 익숙하잖아?"
여자는 손에 묻은 이질감과 타액들을 휴지로 닦아낸다. 늙은 사내는 그걸 흐뭇한 낌새로 바라보며 웃는다. 여자는 휴지를 휴지통 안에 패듯이 던져놓는다.
"참 매력있어." "연락은요?"
맞은편 쇼파에 쓰러지듯 앉는 여자에게 늙은 사내가 칭찬을 곁들인다. 여자는 일말의 신경도 쓰이지않는다는 듯이 본래 말하려던 것을 말한다.
"연락? 없지."
여자는 그 말을 듣자 두 손을 포개어 얼굴을 감싼다. 눈물이 비죽거리며 새어나오려고 한다. 벌써 몇 차례 들어오는 말인데 쉽게 마음이 떨어지지 않는것은 물론이고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것 또한 다름이 없다. 여자가 손을 떼어내고 애써 참은 눈물을 삼켜내려 숨을 가다듬는다.
"아, 내가 하도 딱해서 말이야."
여자는 눈동자를 옮겨 늙은 사내의 부시럭 거리는 손을 지켜본다. 어라, 이게 어디갔지? 손은 바지 앞주머니에서 뒷주머니로, 윗옷 안주머니로 바쁘게 움직인다. 늙은 사내 윗옷 안주머니에서 나온건 옷 속에서 구겨진 번들거리는 명함이었다. 여자는 손을 급히 옮겨 종잇쪼가리를 집어든다.
"중극에 탈북한 사람들 위주로 찾는 흥신소가 하나 있다는데, 뭐. 이나라 사람들이면 왠만하면 다 찾는대나봐. 굳이 연변에서만 뒤지는건 아니고, 북경이나 광동 쪽도 손댄다니까, 뭐 한번 부탁해보던가."
여자가 뭔갈 말하려다 굳게 입을 다물고는 흥신소 사무실을 빠져나간다. 냉동차에 올라타자 마자 칫솔과 치약을 꺼내 양치질을 시작한다.
"씨발새끼, 씨발놈."
잇몸이 부서질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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