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꾹~ 잘 잤어?” “응. 지금 일어났어. 짐은 다 챙겼어?” “아니, 아직! 일찍 전화했네? 나는 지금 밥 먹고 있어.” “나 잠깐 갈까?” “안돼~ 가리느라 나 다 먹으면 도착할 거 같아~” “알겠어. 아직 시간 많으니까 천천히 먹어.” “응. 근데 어떻게 출발한대?” “나도 아직 들은 게 없는데, 같이 가지 않을까?” “가은이 언니한테 연락 안왔네.” “매니저 누나도 자나보네. 같이 가면 계속 옆에 있을 수 있는데.” “나도, 꾹아..” 이른 아침에 눈이 떠져 밥을 챙겨먹고 있는데 정국이한테서 전화가 왔다. 되게 일찍 일어났네. 오늘은 특별한 촬영이 있는 날이다. 나 그리고 방탄소년단, 모두가 데뷔에 성공한 이후로 매년 다양한 컨셉으로 사진을 찍어 빅히트만의 잡지를 발매한다. 사장님과 우리는 같이 놀면서 촬영하니 즐겁고, 팬들에게는 시즌별 특별잡지를 소유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였다. 이 역시 선 예약으로 주문을 받을 만큼 인기가 높았고, 사장님은 마치 본인을 위한 촬영처럼 즐거워하셨다. 사실 이현 선배님은 요즘에 개인적인 사업으로 바빠지자 사장님께서 대인배 같은 마음으로 불참을 허락해주셨다. 올해 2018 컨셉은 최고의 휴양지에 속하는 사이판에서 즐기는 여름 물놀이였다. 이 촬영의 최고 장점은 사장님이 모든 지출을 담당하시는 무료 여행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촬영만 잘하면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는 그런 여행. 이번 촬영은 2박 3일 동안 이루어 진다. 이현 선배님을 제외한 사장님, 방탄과 매니저분들 그리고 나와 매니저 가은언니와 여러 스탭들이 함께 참여하는 빅히트의 사이판에서의 여름나기! . . . “여보세요?” “탄소야, 일어났어?” “가은언니, 저 아까 일어나서 밥 먹고 짐 싸고 있었어요.” “잘했네~ 오늘 방탄이들이랑 너랑은 공항까지는 따로 가고, 비행기만 같이 탈 것 같아.” “아, 그래요? 그럼 언니가 이쪽으로 오는거죠?” “응, 내가 이따 10시까지 너네 집으로 갈게. 아쉽지만 정국이랑은 이따 비행기에서 놀아.” “네, 그럴게요. 조심히 오셔요~.” 짐을 싸는 도중에 매니저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아쉽게도 정국이랑은 따로 가게 되었단다. 아무래도 우리가 오늘 촬영하러 출국한다는 것을 팬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신경쓰는 듯 했다. 언니는 가끔 우스갯소리로 내가 정국이와 처음 연애를 했을 당시에는 자기 밥 줄이 끊길 줄 알았다며 농담을 하곤했다. 지금은 우리 둘이 너무 잘 어울린다며 거의 팬급으로 응원을 해주긴 하지만. 언니와 함께 공항을 도착했을 때 방탄 멤버들은 이미 도착해서 공항을 가득채운 팬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날씨도 너무 더운데 우리를 잠깐이라도 보겠다는 마음으로 왔을 걸 생각하니 앞으로 팬들에게 더 잘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아!” 일일히 모두에게 악수를 해줄 순 없었지만 최대한 한 분이라도 더 해드리기 위해 집중하다가 앞을 못보고 나의 앞에서 걸어가던 정국의 등에 머리를 박았다. 팬들도 나도 정국도 전부 헉하며 놀랬다. 정국은 바로 뒤를 돌아 나를 내려다 보며 물었다. “괜찮아?” “응, 미안해. 악수하다가 앞을 못봤어.” “조심히 앞에 잘 봐야지.” 워낙 팬들과 가까이 서있던 터라 정국의 걱정스러운 말투를 들은 팬들은 하나같이 꺅꺅거리며 정국이가 오빠가 다 됐다며 소리쳤다. 그걸 들은 나도 정국이도 주변에 있던 분들도 웃음이 터졌다. . . . 출국심사를 마치고 드디어 비행기에 탑승을 했다. 다른 승객분들도 많았기 때문에 자리에 앉기 전까지는 행동에 신경을 썼다. 퍼스트 클래스의 문이 닫히고 그제서야 숨을 돌리며 옆자리에 앉은 정국이와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야~ 탄소야, 탄소가 맨날 정국이만 찾아서 오빠는 좀 속상하다? 오빠가 저 근육돼지랑 자리 바꿀까?” 그렇다. 석진오빠가 조용하면 이상한거다. 다른 방탄 멤버들도 조용하진 않지만 석진오빠는 나를 대하는데 있어서 대단했다. 다른 오빠들과도 장난을 많이 치지만 나와 나이차가 가장 많이 나서 그런지 석진오빠는 정말 제 여동생을 대하듯 나를 대했다. 나도 처음에는 뭐 이런사람이 있나 싶었지만, 그게 오빠만의 매력이자 나응 대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정국이의 반응을 보기위해 나를 이용하는 것이다. 어렸을 때와 달리 지금은 형들에게 시크하게 툭툭대기도 하고 형들보다도 더 형 같은 정국의 모습에, 멤버들은 나를 이용해 정국이의 어린 모습을 보고자 한다. “아, 진형.” 예상대로 정국의 탄식에 석진오빠만의 특유의 유리창 닦는 웃음소리를 내며 웃는다. 그 옆에 앉은 호석오빠도 큭큭거리며 웃는다. 내가 생각하는 독특한 웃음소리의 소유자들이 연달아 앉아있다. 이번 비행은 조금 시끄러울 거라 생각된다. 비행기 안에서 정국이는 거의 카메라만 만졌다. 나를 찍느라, 그 사이사이에 자신에게 도발하는 형들에 반응을 하느라 바빴다. 나는 그 모습에 또 웃었고, 여유롭게 내 사람들의 모습을 구경했다. 우선 사장님은 눈을 감고 아빠같은 인자한 미소를 띤 채 헤드폰을 통해 노래를 듣고 계신 듯 했다. 진 오빠와 호석오빠는 여전히 정국이를 도발하기에 바빴고, 태형오빠는 옆에 앉아있는 남준오빠에게 영어공부를 배우고 있었다. 지민오빠는 수면안대를 끼고 잠에 들었고, 윤기오빠는 핸드폰으로 쿠마몬 영상을 보는 것 같았다. 비행기에 잠깐 있는 것만으로도 자신들의 성격과 취향을 보이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쪽- 그러다 문득 정국이와 눈을 마주쳤고 정국이는 그대로 내게 다가와 입술을 짧게 부딪혔다. 옆에서 계속 장난을 치던 석진오빠와 호석오빠가 그 모습을 보고선 쿠션을 내리치면서 막내가 이제 장난없다, 우리도 저 커플 앞에서 해보자는 등 쓸데없는 소리를 하다 서로의 눈을 잠시 마주치더니 안대를 끼고 등받이를 끝까지 내린 후 잠을 청했다. “부끄러워..” “오늘 한 번도 안했잖아.” “그래두..” “같이 차타고 왔으면 이미 많이 했을텐데, 그래도 지금 하면되니까 좀만 더 하자.” 그렇게 말하고는 내 얼굴을 양 손으로 잡아 입술을 몇 번 더 부딪히는 정국이었다. 정국이는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대담해졌다. 가끔은 형들 앞에서 손도 막 잡고, 뽀뽀도 한다. 그럴수록 형들은 본인들도 정국이 같은 여자친구를 사겨야 쌤쌤일 것 같다며, 정국이는 전생에 팔불출이 틀림없었다고 놀려댄다. 하지만 나도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던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이게 진심으로 심장이 아픈 적이 많았다. 너무 설레고 떨려서. 아무리 남자친구라지만 이렇게 잘생기고 멋있고 섹시하면 늘 새롭다. 누군가는 상대방이 편해져서 연애가 질린다고 말하지만 정국이와의 연애에 있어서는 그럴 일은 없을 듯 하다. 끈질기게 날 놓아주지 않던 정국이는 하나 둘 고개를 돌리며 움직이는 여러 스탭들에 의해 멈춰졌다. 연애한지 좀 됐지만 아직까지 가까운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우리의 연애를 비밀로 하고있다. 아, 정국이랑 연애한지는 2년이 다 되어간다. 서로 좋아하는 마음은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지만, 나중에 물어보니 정국이는 자기가 적어도 어느정도 자리를 잡은 후에 고백하고 싶었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서 이름을 알리고 미국의 빌보드 차트에까지 순위가 걸릴만큼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나서야 나에게 고백을 한 거라고 했다. 나도 정국이에 대한 호감이 있었지만 이미 연예계에 발을 들인 후라 나중이 걱정되었기 때문에 사장님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국이가 이미 허락을 받고 나에게 고백한 거라니 거절 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우리의 연애가 시작되었고, 다행히 아직까지 알려진 소문이나 루머들은 없는 것 같았다. 나는 그렇다 쳐도 정국이는 혹시나 형들에게까지 피해가 가지 않게끔 나름대로 조심했다. “탄소, 가방 줘.” “응, 안 무거워?” “하나도 안 무거워. 내가 들고갈게. 내 카메라만 들어줘.” “그래! 이거 가벼워. 내가 들게!” “그리고 내 옷 소매 잡아. 그 정도로 오해 안 해.” “네~” 정국이는 자연스럽게 내 가방을 본인이 들고, 카메라를 나에게 맡겼다. 아까 전에 출국 할 때 처럼 내가 중심을 못잡고 부딪히는 일이 있을까봐 마음이 편하지 않았던 정국이는 자기 옷의 팔 소매를 잡으라 했고, 걱정하느라 아무것도 못할 나를 생각하고 이 정도로는 아무도 오해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사실 정국이는 이런 작은 한마디로도 나를 아무 걱정 없게 만든다는 걸 아는 듯 했다. 방사장님-남준-슈가-태형-호석-석진-지민-정국-나 순으로 움직였다. 정국이의 얇은 후드의 소매를 잡을 채로 카메라 가방을 목에 걸고 내 가방을 어깨에 걸친 채로 비행기에서 내렸다. “와, 역시 빅히트 오지구여,” “지리구여.” 공항에 나와있는 팬들을 둘러보며, 예전에 열심히 배웠던 급식체 말투를 자연스레 사용하는 태형오빠였다. 바로 뒤 이어 호석오빠가 받아쳤다. 누가 초딩들 아니랄까봐-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 심사를 하고 나왔을 때 역시나 우리를 반겨주는 팬들이 공항을 가득채우고 있었다. 이미 해외에 이름을 떨친 경험이 많았던 우리들은 외국인들의 환대를 받으며 기분 좋게 사이판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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