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둘째 날 촬영도 잘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귀국했다. 사실 둘째 날에는 별 거 없었다. 요트를 타고 바람을 맞으며 촬영하는 것이었고, 저마다 요트를 탈 생각에 신이 났었다. 그 중에서도 정국이는 모든 스포츠를 가리지 않고 좋아했기 때문에 이러한 수상 레저마저도 엄청 기대하더라. 그 모습이 소년처럼 풋풋해보였고, 난 그저 좋았다. 일이긴 하지만 정국이와의 작은 추억을 하나하나 쌓을 수 있다는 생각에 좋았다. 요트에 탈 수 있는 인원의 수가 제한이 되있었고, 우리는 카메라 감독님과 기본적인 메이크업과 옷을 담당하는 스탭분들과 함께 요트에 올랐다. 처음에는 요트 촬영에 대한 깊은 생각이 없었는데, 막상 올라타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멀미를 하진 않을까, 물건을 떨어뜨리면 어쩌나 하는 작은 걱정들부터 시작해서 바람이 세게 불면 머리가 많이 망가지지 않을까, 촬영을 망치면 어쩌나 까지 혼자 앞서나가 걱정을 하고 있었다. 난 쓸데없이 걱정이 많아서 탈이다 정말.. “아, 또 전정국 신나서 바다에 뛰어드는 거 아니냐?” “ㅋㅋㅋ형. 정국이 완전 신났는데요?” 보트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출발했고, 정국이는 정말 즐기고 있었다. 다같이 모여있는 보트 앞 쪽에서 태형오빠와 함께 영상을 찍고 있었는데, 그 것으로는 부족했는지 보트 끝에 기대 서서 바다 쪽으로 몸을 숙였다. 그러자 석진오빠가 정국이가 바다에 뛰어드는 거 아니냐며 물었고, 그에 지민오빠가 정국이가 정말 신나보인다고 답했다. “형, 형. 이거 봐봐.” “ㅋㅋㅋㅋ전정국, 진짜 웃기게 나왔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국이가 자기 셀카가 웃기게 나왔는지 태형오빠에게 보여주었다. 진짜 웃겼는지 태형오빠는 입을 크게 벌리며 웃었고, 그게 궁금했던 석진오빠는 그들에게로 갔다. 잠시 후 석진오빠도 목에 핏대를 세우고 얼굴이 빨개진 채로 유리창 닦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양 손은 그의 배로 향한 채. 가만 보면 석진오빠가 웃을 때, 그의 몸은 여러 저러 반응을 보이느라 많이 바빠보였다. 나도 그들을 보니 미소가 지어졌다. “탄소, 멀미 안 나?” 방탄 멤버들끼리 어울리며 웃고 있는 모습에 나도 기분이 좋아져 미소를 담은 채로 바다를 내려다 보았다. 어느 새 내 옆에는 정국이가 와 있었고, 형들과 있던 그 짧은 순간에도 나를 보고 있었나보다. “나 하나도 안 나. 다행이지?” “응.” “걱정 덜어줘서 고맙네.” 내가 멀미를 하면 본인도 힘들 걸 알았는 지 멀미를 안 하는 날 내려다보며 웃으면서 고맙다고 하더라. 멀미를 하지 않은 건 천만다행이였다. “아! 내 수건!” “헐, 남준이형! 지민이가 수건에 바다 떨어뜨렸는데 어떡해요?” “응? 뭐라고?” “바다에 수건이 아니고?” “아, 말이 잘못 나왔어요ㅋㅋㅋ” “ㅋㅋㅋㅋ김태형. 어쩔 수 없지 뭐. 주울 수도 없으니까 조심해.” “수건아 미안하다.” 촬영의 막바지에 접어들었고, 다같이 모여서 바람을 맞으며 이야기를 하던 중에 지민오빠가 목에 걸고있던 수건이 바람에 날려 바다로 떨어졌다. 그걸 본 태형오빠가 남준오빠에게 지민이가 바다에 수건이 떨어졌다는 말을 수건에 바다가 떨어졌다고 했다. 오랜만에 듣는 태태어였다. 남준오빠는 딱 알아채고 웃으며 조심하란다. 지민오빠는 저 멀리 바다의 위로 보이는 수건을 바라보며 미안하다 사과했다. “아! 구해와, 구해와.” “지민씨!!” 정국이는 자신에게 제일 만만한 건지, 착한건지 모르겠는 지민오빠에게 수건을 구해오라며 지민오빠를 부르는 그 특유의 목소리로 소리쳤다. 정국이가 너무 귀여워서 나도 멤버들도 소리내서 웃었다. 그렇게 촬영을 끝냄으로써 우리는 이번 사이판에서의 스케줄을 전부 끝낸 것이었다. 각자 옷으로 갈아입고 호텔로 이동했고, 각자 쉬는시간을 갖다가 저녁 8시에 로비에서 만나기로 했다. “정국아, 방 가서 씻고 정리하고 있어!” “나 잠깐 브이앱 좀 켜려구.” “라이브 하려고?” “응응. 난 아침에 짐 정리 다 해놨거든, 그래서 여기까지 온 김에 팬들이랑 얘기도 하게.” “응. 근데 나도 옆에 있어도 돼? 같이 있고 싶은데.” “ㅋㅋㅋㅋ안돼! 팬들이 왜 둘이 같이 있냐고 물어볼거고.. 아무튼 막 이것저것 물어보면 우리는 얼버무릴거고 결국엔 눈치채실지도 몰라...” “으이구, 겁쟁이.” “근데 우리 형들도 할 거 같은데, 같이 하는 건 어때? 그럼 우리 더 볼 수 있잖아.” “음.. 그럴까? 그럼 우선은 내 팬들 먼저 만날래~” “나 10분 정도만 하고 이따 오빠들 하고 있으면 거기로 갈테니까, 거기서 만나던지 하자!” “알겠어. 서두르다가 다치지 말고.” “카톡할게.” 8시가 되려면 아직 2시간도 더 남았다. 그래서 나는 처음 사이판에 온 기념으로 라이브를 켜고 팬들과 만나기로 했다. 정국이가 같이 있고 싶어하는 눈치였지만 여기까지 촬영하러 왔는데 팬들을 간접적으로라도 만나고 싶었다. 팬들은 눈치가 빨라서 우리 둘만 있는 모습을 보면 들킬지도 모른다고 내가 거절하자, 그럼 자기 형들이 할 때 다같이 모이자고 제안했다. 그건 사실 나쁘지 않았다. 빅히트 식구들끼리 모여있는 모습으로 보일테니까. “여러분..스포는 해드릴 수가 없어요.. 나중에 잡지 나오면 그 때 우리 같이 확인해요! 죄송합니다...” 팬들과 라이브를 시작했고, 작게 스포를 해달란 얘기가 나왔다. 내 개인활동이었으면 조금씩 해드릴 수 있지만, 이건 소속사 스케줄이기 때문에 알려드릴 수가 없었다. 괜히 실망시켜드리고 싶지 않았고, 다음에 잡지가 나오면 같이 얘기하자고 말했다. 10분정도 하고 있었을까, 정국이에게서 카톡이 왔고 화면에 보이지 않게 확인했다. ‘지금 지민이형 방에서 라이브 한대’ ‘태형이형까지 우리 셋이 할 것 같아’ ‘올래?’ 지민오빠 방에서 막내라인끼리 같이 라이브를 할 거라고 카톡이 왔고, 내 라이브 방송 채팅창에도 지민이가 라이브를 켰다는 말 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방탄와 내가 같이 있는 걸 알기 때문에 알려주는 듯 했다. “아, 지금 오빠들이 라이브 하고 있어요? 저도 마침 카톡을 받았는데, 여러분, 우리 거기서 만날까요?” 속으론 눈치를 보며 팬들에게 물었다. 그들도 보고 정국이도 보려면 이 방법 밖엔 없었다. 팬분들은 빨리 가라고 재촉했고, 나는 라이브를 종료하고 정국이에게 답장을 보내며 방문을 열고 나갔다. “아,” “앞에 보면서 나와야지.” “너한테 답장하느라~ 꾹이 나 데리러온거야?” “응. 라이브 계속 보고있다가 맞춰서 나왔어.” “내꺼?” “당연.” “오~ 역시 내꺼네?” “ㅋㅋㅋㅋ또. 얼른 가자.” 정국이에게 답장을 하느라 앞을 못보고 나왔는데 누군가의 가슴팍에 부딪혔다. 단단한 가슴팍의 주인이 누군가 고개를 들고 바라보니, 내 남자네? 어쩐지 낯 익은 느낌이더라니. 정국이는 계속 내 방송을 보고 있었단다. 내가 종료하는 거에 맞춰서 옆 방에서 자신도 준비하고 나왔다고. 내가 정국이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는데, 역시 내 꺼라는 말이다. 그 말을 건네자 정국이는 눈웃음을 한가득 지으며 웃었다. 웃는게 정말 이쁘단 말이지.. 쪽- 주변을 신경 쓸 겨를 없이, 웃는 정국이에 홀린 듯한 느낌이 들었고, 누구보다 빠르게 까치발을 들어 그의 목에 양 팔을 두르고 쪽 소리가 크게 날 정도로 입을 맞췄다. 내 온 힘이 갑자기 본인에게 쏠려서 당황할 법도 한데, 정국이는 그 당황스러움도 잠시 내 허리를 꽉 잡아 더 진하게 입술을 맞대더라. 다행히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깜짝 놀랐네. 앞으로 자주 해줘.” “많이 놀라면 안 좋은데~” “좋은 놀램이었어. 알겠지?” “봐서ㅋㅋㅋ” “빨리 약속해. 앞으로 자주 해주겠다고. 안 그럼 라이브에서 한다.” “와, 전정국이.. 그 협박 들어주겠다ㅋㅋㅋ” 깜짝 놀랐지만 너무 좋았으니까 앞으로도 자주 해달라는 정국이에 웃음이 절로 났다. 겉은 상남잔데, 속도 상남자라니깐. 정국이의 말에도 계속 거절하자 라이브 방송에서 뽀뽀를 하겠다는 협박 아닌 협박에 순순히 응하기로 했다. 나도 좋지 뭐. “야, 이 배신자들아! 탄소도 같이 방송하기로 했으면 내가 진작에 왔지! 어? 너네 이런식으로 할래? 한 두 번도 아니고 이렇게 중요한 말만 쏙 빼놓는 이유가 뭐야?! 어? 내가 맏내라고 무시하는 거야?! 어?! 탄소야! 너가 말해봐!!! 오빠도 꼈으면 싶었는데 쟤네가 말린거지?!” “핰핰ㅋㅋㅋ핰ㅋ핰ㅋㅋㅋㅋㅋ앜ㅋ 이 형 얼굴 터지겠다ㅋㅋㅋ” “석진이 형, 이 정도면 거의 우리 랩퍼 라인에 들어와도 전혀 위화감이 없겠는데?ㅋㅋㅋㅋ” 처음은 석진오빠, 그 다음 웃느라 말도 제대로 못하는 호석오빠, 남준오빠. 지민오빠 방으로 들어온 나와 정국이가 함께 라이브 방송에 참여했고, 그 후로 1분도 안되서는 제대로 안 닫혔던 방 문이 벌컥 열리더니 석진오빠와 호석오빠, 그리고 남준오빠가 줄지어 들어왔다. 석진오빠는 들어오자마자 한다는 말이 저 말이었다. 숨을 쉬지도 않고 얼굴이 새빨개져선 내가 온다는 걸 자신에게 귀뜸조차 해주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호석오빠와 우리들은 숨이 넘어갈 정도로 웃어 재꼈고 남준오빠는 그런 석진오빠의 말빨을 칭찬하며 랩퍼라인에도 손색이 없겠다고 칭찬했다. 운 좋게도 내가 정말 의도치 않게 참여하게 됐다고 변명할 수 있었고, 석진오빠는 그제서야 숨을 급하게 몰아쉬며 의자를 끌어다 모니터 앞에 앉았다. 팬들도 영상에 비친 오빠의 모습이 웃겼는지 채팅창에 ㅋㅋㅋ으로 도배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라이브방송을 30분 정도를 진행했고,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종료했다. 모이기 전까지는 여전히 여유로웠기 때문에 스탭들 중 한 분이 챙겨왔던 보드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나중에 정국이한테 들었는데, 윤기오빠가 정국이에게 나로부터 적을 한 명이라도 쉽게 해치우기 위해서 본인에게는 라이브 방송 하는 것을 안 말했냐고 했단다. 정국이는 그게 무슨 소리냐며 웃었지만 윤기오빠는 정말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정국이가 소유욕이 강하네. 짜식. 그래야 남자지! 어렸을 때 부터 강하게 키워온 보람이 있구나. 형은 널 응원한다, 정국아.’ 라고 말했다고... . . . 공항에 도착해서 출국 수속을 밟고 제 시간에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정국이와 나는 역시나 서로의 옆자리를 채웠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우리는 밖에서 하지 못하는, 평범한 연인들의 꽁냥꽁냥한 연애질을 했다. 막내로서 형들을 웃기는 장난으로 똑같이 날 웃겨주는 정국이에 체감시간 40분만에 한국에 돌아왔다. “나 숙소에 가?” “네~ 어차피 내일 회사에서 만날거잖아~” “그건 내일이잖아.” “이미 12시 지났거든요~” “아, 김탄소...” “ㅋㅋㅋ누굴 닮아서 이렇게 귀여워? 너무 내껀데?” “말 돌리지 말고.” “꾹~ 팬들이 숙소 근처에서 다 기다리고 있을텐데, 멤버들 다 들어가는데 너 모습만 없으며 괜히 의심 받는다? 그랬으면 좋겠어? 우리 오래 연애할거잖아~” “그럼 오늘은 숙소 갈게. 대신 내일 하루종일 내 옆에 붙어있어.” “헐~ 내일 내 일정이 하루종일 전정국 옆에 붙어있는 거였는데 우리 통했네?” “김탄소, 이러니까 안이뻐 할 수가 없지.” “이따 전화하자.” 후.. 정국이가 계속 우리 집에 온다는 걸 말리느라 애먹었다. 내일도 회사에 만날걸 알면서도 공항에 도착해서부터 계속 조르는데 거절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나도 그러고 싶으니까.. 가끔 이렇게 애처럼 매달릴 때면 남 몰래 납치해버리고 싶다. 나는 항상 저렇게 조르고 매달리니까 정국이는 날 납치하고 싶겠네? 큼큼... 아무튼 게다가 우리가 지금 시간 쯤에 도착하는 걸 팬들은 진작에 알고 있었기 때문에 혹시라도 숙소에 들어가는 정국이의 모습이 없으면 의심할 게 뻔했다. 정국이가 그걸 알면서도 조르는 모습을 보니 마음 한켠으로는 미안하기도 했다. 잘 타이르니 결국 내 말에 항복했지만, 구냥 끝내면 전정국이 아니지. 내일 하루종일 자기 옆에 붙어있어야 한단다. 우울해 할 정국이를 위해 능글맞게 내일 나의 일정이 바로 그거였다고 말하니 얼굴 가득 개구진 웃음을 지었다. 마지막까지도 전화 계획을 세워두고. 벤을 타고 집에 도착해서는 짐을 정리하고 가볍게 샤워를 하고 나왔다. 이번 스케줄에서는 둘 만이 아니더라도 정국이와 얼굴을 마주했던 순간들이 많아서 그런지 피곤함이 덜했다. 정국이와의 긴 통화를 마치고 나서야 건조해진 얼굴에 수분 충전을 할 수 있었다. 스킨 로션을 바르고 서랍에서는 입술팩을 꺼내 입술 위에 올려 놓았다. 다음 날 정국이와 하루종일 붙어있을 것에 미리 대비하는 나의 자세다. 이유는 따로 말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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