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좀 봐.
싫어.
지금 아니면 더 이상 볼 기회도 없을 테니까 고개 돌리고 나 봐. 부탁조에도 너는 끝까지 고개를 돌리려 하지 않았다. 익숙하게 뺨을 내려쳤다. 너는 항상 내가 손을 올리도록 유도한다. 뺨을 내리치고 나서야 두 시선이 제게로 향한다. 발갛게 부어오른 왼쪽 뺨의 붓기는 한동안 사라지지 않을 듯 했다. 마음에 들었다. 여느 때와 같이 필사적으로 눈물을 참으려 애쓰는 째진 두 눈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ㅡ 좋아해,
- 거짓말.
ㅡ 믿어.
- 싫어.
네 입술은 일그러진다. 항상 내 앞에서는 도도하기 짝이 없던 얼굴이 잔뜩 흐트러진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진작에 이럴 걸, 하고 후회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내 관점에선) 너와 나의 마지막이었기에 나는 곧 이런 생각을 접어냈다.
뺨을 내려치는 날에는 항상 너에게 키스를 했다.
그러나 나는 오늘 네게 키스하지 않았다.
ㅡ 나 싫어하지?
- 응,
ㅡ 그럼 됐어.
고개를 끄덕였다. 나를 보는 너의 얼굴은 평소와 달리 잔뜩 일그러진 표정이었지만 나는 더 이상 기대하지 않기로 했다. 나를 싫어하는 네게 상처입히지 않기로 했다. 나는 간다, 비로소 간다. 열아홉의 철없는 객기의 흔적만을 남긴 채로 간다.
ㅡ 다음부터는 안 올거야.
- ....
ㅡ 잘 있어, 갈게.
- 미친놈.
진짜 갈게,
죽으러.
심장이 저릿하다.
나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내가 많이 애처롭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보았던 네 얼굴이 꼭 울고 있는 것 같았지만, 말을 하지 않았다.
심장이 저릿하다.
나는, 나는 너를….
사랑해,
사랑하고 있어.
정말이야.
마지막에 나는 웃었던 것 같다.
<열아홉의 마지막 여름, 최민호가 김기범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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