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A Dancing Teddy
궁
2
핸드폰만 가져오자는 생각이 들자마자 문 밖으로 열심히 뛰었다
"마마!!!!"
아니 언니 퇴근한 거 아니었어???
"언니! 저 핸드폰만 가져올게요!!!"
마마님!! 결국에는 상궁 언니한테 붙잡혔다 진짜 체육은 갑이다 인정해 어차피 충동적으로 나갔던 거라 상궁 언니가 이끄는 대로 터덜터덜 따라갔다 현관문 앞에서 먼저 들어가시라고 자기는 나 들어가는 거 보고 가겠다는 말에 최상궁 잘 자... 하고 들어왔다
내 취향에 맞지 않던 옷을 벗고 목욕을 했다 인간이란 동물은 적응력이 정말 대단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어느 물건이 어디 있는지 딱딱 찾아서 내 인생 통틀어 제일 크고 깨끗한 욕조에 입욕제까지 넣고 반짝거리며 불투명해진 물 안에 누워 호화스러움을 느꼈다
몸을 닦고 나와서 하루 종일 입고 있던 라이언 잠옷을 입고 기분 좋은 노곤함에 얼른 침대로 가 누웠다
"아 맞다 내 이불.."
여주는 어렸을 때부터 덮고 자던 애착 이불이 있었는데 어딜 가던 무얼 하건 매일 그 이불이 있어야만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런데 급하게 입궁한 지금은 이불이 없어 잠을 못 자는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냥 자보자 하고 계속 눈을 감고 있었지만 쉬지 않고 뒤척거렸고 또 그 긴 밤을 아무것도 없이 보내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늦은 밤이니 황자들께선 다 주무시겠지 하고 또다시 방을 나와 궁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말만 돌아다녔다지 그냥 1층에 내려가 방문도 못 열고 복도만 기웃거리다 다시 2층에 올라온 것뿐이지만
2층 소파에 자리를 잡고 앉아 책을 폈다 무슨 책이지? 하다 궁금증에 페이지를 넘기다 13페이지가 보일 때쯤 소파에서 쿠션을 안고 잠이 들어버린 여주였다그
렇게 어둡지만 밝고 길었지만 짧았던 궁에서의 첫 밤이 지나고 해가 떠오르면서 창문에는 빛이 담기기 시작했다
"엥 나 여기서 잤나..."
창문을 뚫고 강하게 들어오는 햇빛에 잠에서 깬 여주는 기지개를 켜며 어제 어쩌다 소파 위에서 잠든 건지 생각하다 지금 시간이 몇 시지 하고 놀라 헐레벌떡 자신의 끝 방으로 들어가 확인했다
다행히 알람이 울리 7분 전이었고 알람을 끄고 화장실로 들어가 씻고 나왔다 나와서 오늘은 무슨 옷을 입을지 고민하고 있을 때쯤에 상궁 언니가 와서 문을 열어줬다
"언니!"
"마마 전 언니가 아니라 최상궁입니다 밤엔 잘 주무셨어요?"
"힝.. 네 최상궁님 다 씻고 옷 고르는 중이었어요"
최상궁을 반갑게 맞이하고 다시 드레스룸으로 들어가 오늘은 무슨 단정한 옷을 입을지 고민하다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어제저녁과 똑같이 최상궁이 머리를 말려주면 나는 화장을 했다
그리고 분명 늦지 않게 1층으로 향했지만 또 자신 빼고 모두 앉아있는 황자들에 당황해 아침인사를 하고 자리에 가서 앉았다
아침메뉴는 미역국에 간단한 반찬이 있었지만 종류는 어마어마하게 많았고 어제와 데자뷰로 한마디도 없이 이어지는 식사에 체한 것처럼 속이 안 좋았다
그래도 밥을 남기는 건 예의가 아니기에 억지로 맛있는 음식들을 입에 넣었고 어제 봤던 6 황자를 힐끔힐끔 쳐다봤다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된 건지 틈도 없는 얼굴에 참 희한한 일이야라고 생각이 들 때쯤 작게 하품하며 풀린 눈을 보고 동일인물이 맞구나 하며 정적인 황자들과는 달리 그나마 인간미가 보이는 6 황자에 어딘지모를 마음 한구석이 편했다
그렇게 기계적이던 아침식사가 끝나고 나는 방으로 올라갔다 몇 분이 지나지 않아 송내관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어제 최상궁이 말한 디자이너 선생님이라며 한 분을 소개해주셨다
"안녕하세요 디자이너 카카예요 잘 부탁드립니다 황태자비님~"
"헐 진짜 그 카카쌤이세요??? 대박 저 선생님 이번 전시회도 갔었어요! 책도 샀고 집에 굿즈도 있어요!"
"어머~ 황태자비 마마가 제 팬이라니 황송하옵니다~"
"힉 아니에요!!"
여주는 평소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서 업계 최고인 디자이너 카카를 존경했었다 이제 나 성덕인가 생각이 들 때쯤 송내관 님께서 상황을 정리해주셨다
너무 급하게 입궁 준비를 한 탓에 초등학생 방처럼 꾸며진 방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옷과 주얼리 등 내 취향으로 사이즈를 다시 재서 맞춤 제작하는 작업을 카카 선생님 직접 해주신다고 했다
"그럼 일단 사이즈부터 재볼까요"
"앗 네!"
너무 존경하는 선생님 앞이라 긴장한 여주는 로봇처럼 서서 신체검사를 받는 듯이 카카쌤이 움직이라는 대로 움직였다
"어머~ 황태자비 비율이 장난 아니시다~"
카카 선생님의 특유한 말투에 대답하지도 못하고 어색하게 웃고 있으면 내 취향에 대해서 얘기하자며 자신의 계획을 촤르륵 내놓는 선생님이었다
"마마는 무슨 색 좋아하세요~? 분위기라던가~?"
"앗 저는 그냥 심플하고 모던한 스타일이 좋아요"
둘은 점점 말을 트더니 예술 얘기로 한참을 얘기했다 아침부터 시작한 대화가 점심때까지 이어졌고 다음 스케줄을 위해 아쉬운 첫 만남을 끝냈다
"마마~ 그럼 며칠 후에 봬요~ 오늘 너무너무 즐거웠어요~"
"안녕히 들어가세요 선생님!!"
문 앞에서 몇 분째 계속된 인사를 끝내고 송내관이 두 분이 꽤 말이 통하시는 것 같다며 웃었다 그리고 점심식사 후 황자들과의 수업이 있다며 첫 시간은 4 황자, 두 번째 시간은 6 황자와 세 번째 시간은 5 황자와 수업 후 저녁식사시간이라고 알려줬다
"그럼... 수업에 송내관이나 상궁 언니도 들어오시나요..??"
"아니요 마마 전 다른 업무를 보고 최상궁도 다과를 드리러 잠시 들어가기만 할 겁니다"
"그냥 들어와 계시면 안 돼요..?"
여주는 아직 무섭고 어색한 황자들과 단 둘이 한 공간에서 수업받기 부담스러워 그나마 편한 최상궁과 송내관에게 구조신호를 보냈지만 단칼에 거절 마며 마마는 잘해 내실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하는 송내관에 기분이 안 좋았다
"으아! 또 밥 먹어?!!"
여주는 점심 식사할 시간이라는 송내관의 말을 듣자마자 아직 불편한 배를 잡고 이번엔 늦지 말아야지 하고 일부러 더 빨리 출발했다
"하.... 가기는 싫은데 밥은 먹고 싶고.."
빨리는 나왔지만 최상궁의 옷을 잡고 늘어지며 거북이가 된 여주였다 다행히 이번에는 제일 먼저 도착해서 다 같이 들어오는 황자들을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황자님들"
"네 안녕하세요 마마"
자신들보다 먼저 도착해 인사하는 여주를 보고 당황스러웠지만 애써 안 당황한 척 인사를 받은 3 황자였다
오늘 점심 메뉴는 치킨이었다 파닭, 간장, 후라이드 등등 사이드 메뉴와 음료수까지 완벽한 한상차림이었다 와 궁에서도 치킨을 먹는구나 맛있겠다 생각하는데 동시에 배를 잡았다 아직 아침에 먹은 밥이 소화가 안되었기 때문이다
이거 진짜 맛있을 텐데 이거 진짜 먹어야 하는데ㅠ 하며 황자님들 때문에 말로는 꺼내지 못하고 속으로 엉엉 울면서 야금야금 주워 먹었다
"마마 괜찮으시옵니까"
"... 네.."
내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였는지 괜찮냐며 묻는 송내관에 대답할 기운도 없어 간단히 대답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계속 이어진 식사자리에 속이 울렁거려 결국 못 참고 1 황자에게 말했다
"저.. 황자님 정말 죄송하지만 이만 들어가 봐도 될까요..."
"네 뭐"
들어가도 좋다는 1 황자의 말을 듣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문 밖으로 나가는데 갑자기 올라온 토 끼에 입을 막고 방으로 뛰어갔다
방에 도착해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갔다 밖에선 최상궁 언니가 마마 괜찮으시옵니까?? 하며 문을 두들겼고 나는 속을 비워냈다 언니가 많이 걱정할까 봐 얼른 정리하고 문을 열었다
"네 괜찮아요 언니"
"마마 어디 편찮으신 게 아니옵니까?"
"네? 아 아니요 많이 놀라셨어요? 저 때문에??"
"그냥 잠깐 울렁거리기만 했어요 언니 저 죄송한데 수업 전까지만 쉴 수 있을까요?"
최상궁은 여주의 진지한 모습에 혼자 쉴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줬다
"마마 그럼 수업 전에 뵙겠습니다"
탁-
최상궁이 나가고 여주는 또 울렁거리는 속을 붙잡고 또 화장실로 가 토를 했다 원래 어디가 많이 아프고 연약한 스타일이 아닌데도 어제 먹은 밥이 체한 건지 오늘은 컨디션이 너무 안 좋다고 느꼈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두통과 울렁거리는 속에 한참을 뒹굴거리다가 1층 주방으로 내려가 물 한 병을 가지고 올라와서 속을 진정시키고 가만히 누워있다 보니 수업할 시간
언니가 올라와서 수업받을 방이 어디인지 알려주며 같이 가주었다 1층 계단 쪽 방이었는데 문을 열자마자 헉했다 벽을 가득 채운 책장에 빈틈없이 꽂아진 책들과 앉기만 해도 책이 술술 읽힐 것 같은 큰 책상에 드라마에서만 봤던 사장님 책상까지 있었다
"마마 앞으로 4 황자님과의 수업은 이곳에서 하실 겁니다 수업 열심히 하세요 마마 그럼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자신의 키를 훌쩍 넘는 책들에 정신이 팔려 최상궁의 말소리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며 높은 곳에 있는 책도 구경해보고 싶어서 사다리에 올라가 맘에 드는 책을 한 권 뽑아 펼쳐 읽고 있는데 방 문이 열리는 소리에 깜짝 놀라 책을 놓쳤다
"죄송해요 4 황자님"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이 4 황자님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재빨리 사다리에서 내려와 책을 줍고는 혹시 더러워지거나 구겨진 부분이 있을까 책을 탁탁 털어냈다
"수업 시작할까요"
4황자의 말에 책을 원래 자리로 돌려 놀 생각도 못하고 먼저 의사에 앉은 4 황자를 따라 맞은편 의자를 끌어 앉으면 황자님이 오늘은 첫 수업이니 간단히 과목별 테스트만 보겠다고 하셨다
문제는 20문제씩 수학, 국어, 영어 등등 있었고 여주는 원래 공부를 잘하는 편도 아니고 벼락치기 스타일이라 시험지를 보자마자 머리가 하얘졌다
"황자님... 저.... 연필 좀 빌릴 수 있을까요..??"
뿌각-
"..?.... 설마.. 아....."
연필이 연필이 부서졌다 나 연필 부서진 거 처음 봐 황자님은 부서진 연필을 급하게 정리하시더니 다른 펜을 주셨다
"감사합니다.."
팍
"헐 어떡해 아 죄송해요 진짜 죄송합니다"
볼펜 뚜껑이 잘 안 열리길래 온 힘을 줘서 뺐더니 열리자마자 볼펜 잉크가 터졌다 책상과 치마, 손바닥에 묻어 어정쩡하게 일어나 있으면 황자님이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주셨다
"이거 안 지워질 텐데.. 괜찮..."
"네"
"네.."
손수건으로 급하게 닦고 손수건을 드리려다 제가 빨아서 돌려 드리겠다고 했다 결국 서로 사이좋게 펜 하나씩 부러트리고 다시 문제 푸는 시간이었고 아무리 봐도 모르겠는 문제에 머리까지 뜯으며 풀었다
방에는 황자의 노트북 키보드 소리와 황태자비의 볼펜 소리만 남발했다 한참이나 도돌이표던 방에 황자님 다 했습니다라는 말소리가 들리자 황자는 노트북을 옆으로 치우고 시험지들을 채점하기 시작했다
여주의 성적은 황자가 생각했던 수준보다 낮았다 못 본건 20점, 잘 본 건 60점 평균 40점대였다 제일 못 본건 영어였는데 황태자비에겐 앞으로 꼭 필요할 과목이었다 황자는 제 1순위를 영어로 잡고 빠르게 머리를 굴려 시간표를 만들었다
"앞으로 진행할 수업 시간표입니다"
"특히 영어시간에는 영어로만 대화할 것이고 모든 과목은 기초부터 진도 나가겠습니다"
"네에...."
황자가 프린트기에서 뽑아온 종이를 건네며 하는 말에 시무룩한 얼굴로 축 쳐져서 두 손으로 받았다
띠리리리링띠리링
갑자기 울리는 알람에 깜짝 놀라 몸을 떨었다
"이제 다음 수업 가실 시간이네요 밖으로 나가시면 최상궁이 대기하고 있을 겁니다 마마"
"앗 네 그럼...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4 황자님"
탁-
방문을 닫고 문에 기대어 깊은 한숨을 쉬었다 머리 쓰는 거 너무 힘들었어하면서 주저앉았다 그렇게 신세한탄을 하고 있다가 저 멀리서 나를 보고 뛰어오는 언니에 힘들게 웃으며 다음 수업 가자고 했다
"언니 근데 저 짐은 언제 가지고 올 수 있어요?? 아니면 핸드폰 한 번만 빌릴 수 있을까요..? 제 친구가 많이 걱정할 거예요ㅠ 점장님한테도 말 못 드렸고요..."
"집은 저녁식사 후 저랑 밤늦게 다녀올 거예요 아직 마마님은 공식적인 황태자비가 아니셔서 몰래 다녀와야 하거든요"
"흐음 네!"
여주는 마냥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루아침에 없어진 자신을 걱정했을 사람들에게 어떻게 사정 설명을 해야 하나 걱정하다 갑자기 생각난 궁금증에 최상궁 언니한테 질문했다
"언니 그러면 제가 기사로 난 거예요?!"
"네 마마님은 기사 못 보셨나요?"
"당연하죠!!! 제 어디까지 기사로 났나요...?"
"마마님 학교와 나이, 이름이랑 사진도 올라왔습니다..."
"네!? 제 사진까지요????"
너무 놀라서 걸음걸이를 멈추었다 내 사진? 여주는 SNS를 활발히 하는 편이 아니어서 올려 둔 사진은 많이 없었지만 항상 연예인 목격담이라던지 과거사진, 졸업사진 등이 올라왔던 것처럼 자신의 모습을 많은 사람들이 알까 걱정했다
이제 자신은 일반인이 아니라 완벽한 공인이다라는 생각과 자신을 모르는 사람들의 입소문이라던지 악플이 걱정되었다
"하아... 언니.. 저 욕 많이 먹고 있나요...?"
"감히 제가 봤을 때는 아직 욕은 많지 않고... 누군지 궁금하다 정도..?입니다.."
"아하... 하긴 저 같은 애가 갑자기 대한민국의 황태자비라니 이해해요.."
뭘 이해한다는 건지는 몰라도 워낙 남의 시선 신경 안 쓰고 자존감도 있던 여주였는데 직책이 직책이다 보니 전과 비교되게 꽤 의기소침해졌다
"마마.... 힘내세요 궁에서 아직 공식적인 발표도 안 했고 제가 마마를 고작 이틀 뵈었지만 마마는 분명 좋은 분이셔요 아주 훌륭한 황태자비가 되실 겁니다"
"최상궁... 고마워요ㅠ"
최상궁의 말에 감동받고 기분이 한결 괜찮아진 상태로 다음 수업을 할 방에 도착했다 그리고 또 인사를 하고 저 멀리 간 언니에 여주도 문을 열고 방에 들어갔다
"우와...."
분명 방금까지 있던 책방도 크고 멋졌는데 이곳도 장난 아니었다 큰 캔버스, 작은 캔버스에 아름다운 그림들이 잔뜩 그려져 있었고 알록달록한 물감은 색별로 종류별로 붓도 이곳저곳 엄청 많았다 헐 저거 도자기야?? 힉 컴퓨터도 디게 좋아 미술이 주 과목인 황태자비에게는 이곳이 천국인 것 같았다
차마 남의 물건 함부로 만지지는 못하고 눈으로만 살피며 구경했다 그러다 쿵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면 6 황자님이 계셨다
"아 안녕하세요 황자님..!"
급하게 인사를 하면 네 황태자 비마 마하고 받아주신 황자님에 새삼스럽게 호칭이 낯설어 머리를 긁적였다
"미술 좋아하세요?"
"앗 네"
"그럼 이 방에 있는 재료로 뭐 만들고 싶은 거 있으세요? 좋아하는 거나"
"... 아크릴 물감..?"
방안에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 힘들고 힘들게 생각해 고른 답변이었다 평소에 용돈이 많은 편이 아니어서 이렇게 많고 좋은 재료들은 오랜만이었으니까
"그럼 오늘은 자유주제로"
"여기 있는 것들 모두 자유롭게 사용하세요"
황자님은 할 말을 끝내시고 하시던 작업이 있으신지 이젤을 세팅하고 금세 집중하셨다 나는 무슨 그림을 그릴까 생각하다 적당한 캔버스를 세팅하고 아크릴 물감과 물통, 붓을 가지고 자리에 앉아 황자님처럼 집중했다
오랜만에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려 너무 재밌었다 6 황자님은 노래를 틀으셨고 처음 들어보는 장르나 노래와 아는 노래가 섞여 들렸다 여주도 무슨 일을 할 때 음악을 들으며 하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집중하느라 앙 다물어졌던 입이 즐거워서 보조개를 보이며 길게 늘여졌다
역시 그때 주방에서 본 황자님이 황자님이 맞았어 궁에 들어와 오래간만에 맘 놓고 편한 분위기에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그림을 그렸다
똑똑-
"마마, 황자님 들어가겠습니다-"
"저... 마마 이제 다음 수업 들어가셔야 합니다"
"아 네"
한참 그림 그리기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최상궁의 알림 소리였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지난 건지 나도 몰랐고 황자님도 모르셨던 것 같다 최상궁의 말에 황자님을 봤더니 자리에서 일어나며 대답하셨다
"잠시만요!"
사용하던 물감과 팔레트, 붓들을 급하게 정리했다
"황태자비 마마 그냥 가세요 정리는 제가 하겠습니다"
여주가 사용하던 자리를 치워주는 황자와 재촉하는 언니에 감사하다 인사를 하고 얼른 방 밖으로 나갔다
"아 황자님 혹시 다음 수업 때 그림.. 계속 이어 그려도 될까요?"
"...."
"네"
6 황자의 대답을 듣고 잡고 있던 문 손잡이를 놓았다
"마마 다음 수업은 5 황자님 수업이라 옷을 갈아입으셔야 해서 얼른 가야 늦지 않으실 거예요"
"원래 탈의실이 있사오나 그곳은 황자님들만 사용하시는 탈의실이라 마마님의 탈의실이 생기기 전까지는 방에서 갈아입으셔야 합니다"
옷을 먼저 챙겨 와 방으로 향하면서 발은 빠르게 말은 조곤조곤 설명하는 상궁 언니였다 연습복은 그냥 평범한 티에 반바지였다 궁안에서 그렇게 가벼운 차림은 처음이라 괜히 민망해져 상궁 언니 뒤를 따라 연습실로 향했다
"6 황자님 수업 진짜 재밌었는데.."
"에이 마마 5 황자님 수업도 즐거우실 거예요"
목적지에 도착하자 문 앞에서 언니는 또 잘하고 오라 말한 다음 바람과 함께 사라졌고 나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번에도 당연히 방에 내가 먼저 와있겠다고 생각했지만 방안에는 이미 6 황자님이 계셨고 혹시 또 늦은 게 아닌가 싶어 얼른 들어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6 황자님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오늘은 먼저 몸부터 풀고 진도 나갈게요"
여주는 사실 댄스동아리도 해봤었는데 한국무용은 많이 다른 분야고 무용 경험과 유연성이 없어서 춤을 못 출까 겁을 먹고 있었다
황자님은 잔잔한 노래를 틀으시더니 몇 가지 몸풀기 동작을 보여주시고 따라 해 보라고 하셨다 하지만 여주는 황자님의 유연함을 따라갈 수 없었다 황자님 정말 대단하시다 생각하고 황자님을 따라 하느라 아픈 몸을 붙잡고 애썼다
황자님은 내 모습을 보시더니 힘을 실어 꾹꾹 눌러주셨다 아아아아 하마터면 황자님한테 욕할뻔한 입을 꾹 막고 인상을 쓰며 참았다 황자님이 미우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괜히 나 같은 평범한 아니 수준 이하? 가 황태자비가 돼서 황자님들도 고생이시다
"몸은 풀었으니 처음 스텝 먼저 나갈게요"
"넵"
"이거 허리에 두르세요"
"예? 이거...."
황자님은 치마를 주셨다 길고 얇은 치마 무용하는 사람들이 입던 게 이 옷인가? 근데 이거 이렇게 입는 게 맞나....? 처음 입어보는 옷에 당황해 두 끈을 잡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
"이렇게 묶어서 입는 거예요"
"아.. 아 감사합니다"
황자님이 끈을 가져가시더니 허리에 끈을 묶어주셨다 여주는 또 폐가 됐다는 생각에 고개가 숙여졌다
몸 풀기처럼 황자님이 먼저 시범을 보여주셨고 나는 따라 했다
"여기부터 저기 벽까지 숨을 들이쉬고 원투 쓰리 포 원투 쓰리 포"
"숨을 들이쉬고... 원투 쓰리 포 원투 쓰리 포"
다행히 몸치는 아니어서 동작을 틀리진 않았다 대신 황자님이 보고 계셔서 더 떨렸지만..
마마는 치마를 이렇게 잡으시고 손은 이렇게 하세요 이게 고정 자세입니다라는 말에 곧바로 동작을 따라 하며 이렇게요..? 했다
점점 몸을 쓰고 집중하자 땀이 흘렀고 팔에 있던 머리끈으로 긴 머리카락을 모아 높이 묶었다
기본 스텝을 가볍게 배우고 황자님은 앞으로 하실 독무를 보여주신다며 노래를 바꾸고 1분 30초가량의 무용을 보여주셨다
황자님은 생각보다 훨씬 대단하셨다 춤 선은 물론이고 표현력과 표정연기에 정말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보여주셨던 모습은 새발의 피구나.. 저걸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며 깊은 곳에 있던 도전 용기가 활활 타오른 여주였다안
"마마"
무가 끝나고 노래를 멈추신 황자님이 고개를 돌리시며 나를 부르셨다
[암호닉]
미네
온도꾸리
전개가 느린지 빠른지 모르겠네요ㅠ
초반에는 이렇게 느리고 갈수록 괜찮아질거에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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