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히 무언가를 즐겨 먹는 편이 아니었다. 좋아하는 음식이 있다던가. 자주 허기가 진다던가. 그런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어째선지 자신은 늘 통통함을 유지했다. 아니, 이젠 ‘뚱뚱’이라는 표현이 더 알맞을 지도 모르겠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통통한 체형이었지만,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로 근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을 때부터 통통이라기 보단 뚱뚱한 체형에 속했으니까. 늘 주위에서 들려오는 말이 있었다. 뚜렷한 이목구비가 아깝다며, 다이어트를 해보는 것이 어떻느냐고. 그러나 경수 자신은 그런 조언 아닌 조언에 항상 고개를 젓곤 했다. 본디 주위 시선을 의식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원래 사람을 볼 때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않는 자신의 가치관이 한몫 하기도 했다. 그래서 늘 무감하게. 자기 소신껏 해야 할 일을 하고,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피하고. 여느 평범한 고등학교 2학년의 생활을 이어나갔다. 친구가 없는 것도 아니고. 다이어트를 하지 않으면 죽는 것도 아닌데 굳이 힘을 들여 살을 빼야 하는 지 자신으로서는 의문이었다. 분명, 그렇게 생각했다. “도경수.” 그러나 지금. “나 왔어. 고개 들어 보라니까?” 경수의 인생은 형편없이 뒤바뀌어 있었다.
특명! 도경수 다이어트 프로젝트
빙다리핫바지
외모지상주의의 표본. 눈 앞에서 껄떡대고 있는 놈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딱 그거였다. 경수는 책을 쥔 손에 더욱 힘을 가하며 무시하듯 책장을 넘겼다. 엷은 쌍꺼풀이 진 놈이 허, 바람빠진 웃음을 터뜨렸다. 그와 동시에 왼쪽 가슴 한 켠에 달린 남색 명찰이 흔들린다. 변백현. 꽤나 멀쩡한 이름 세 글자가 똑똑히 박혀있는. “어째 더 찐 것 같다?” 무시하는 게 답이다. 경수는 시종일관 묵묵부답이었다. 이내 앞자리에서 의자 끄는 소리가 들려왔다.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제가 뚱뚱해서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닌데,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는 이미 은연 중에 왕따 비스무리한 것이 되어 있었다. 그 이유는 단 한 가지. 같은 반이 되자 마자 기분이 더럽다는 듯 면전 앞에 욕설을 갈기고 간, 변백현이라는 놈 때문이었다. 변백현은 소위 반에서 ‘잘 나간다’고 불리는 아이인 듯했다. 열 아홉이나 먹고도 그 짓을 하고 싶은 건지. 경수는 기분이 나쁘다기 보단 귀찮았다. 배배 꼬인 말투로 아침마다 말을 걸어오는 것도. 어깨를 툭툭 쳐오는 것도. 경수는 백현의 말에 대답하는 법이 없었다. 그만하면 질릴 법도 한데, 무어가 그리 마음에 안 드는 지 괴롭힘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사실 괴롭힘이라고 느껴지지도 않았다. 신경 쓰이지도 않았고, 딱히 변백현을 기억에 남기고 싶지 않았다. 그것이 설사 한 귀퉁이일지라도 말이다. “돼지 새끼.” 백현의 표정이 미묘하게 비틀렸다.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재미 요소가 떨어졌다. 한 마디 더 해줄까 싶다가도 눈꺼풀을 내리깔고 조용히 책을 읽는 경수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본다. 볼에 살집이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이목구비가 뚜렷했다. 쌍꺼풀도 져 있었고, 둥그런 콧망울도 나쁘지 않았다. 백현의 시선이 조금 더 아래로 내려갔다. 그곳엔 입술이 박혀있다. 단 한 번도 그 모양이 바뀌는 것을 본 적이 없다. 화를 내며 비틀리는 것도, 행복에 겨워 호선을 그리는 것도. 저는 본 적이 없었다. 그곳에 한참 머물다 고개를 들었다. 경수의 동글동글한 눈동자와 마주친다. “뭘 봐.” “네가 먼저 봤잖아.” “안 봤어. 새끼야.”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다시금 내리 까려던 경수의 시선이 불현듯 무언가를 포착했다. 희여멀건한 볼에 붙어있는 먼지가 신경 쓰였다. 떼어 줄까. 그냥 둘까. 몇 초 사이에도 경수의 머리는 수 없이 돌아갔다. 곧 이어 결심한 경수의 통통한 손가락이 들어 올려졌다. 서서히 제 얼굴께로 다가오는 그것에 백현은 옴짝달싹하지 않고 가만히 멈추어 있었다. 그러다, 차가운 감촉이 닿는 순간 참지 못하고 소리쳐 버린다. “어딜 만져! 이 더러운 새끼가.” 의자가 나뒹군다. 경수는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서 손을 내리지도 못하고 더 뻗지도 못했다. 시선이 느껴졌다. 온몸을 찌르고 드는 여러, 아니. 수십 개의 시선이 느껴졌다. 눈을 굴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모두가 동작을 멈추고 한 마음 한 뜻으로 저를 바라보고 있다. 변백현과 하나도 다를 것없는 그런 눈으로. ‘더럽다’, 고. 이를 갈던 백현이 요란스레 교실을 빠져나가자 그 느낌은 더욱 거세졌다. 여지껏 받던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기에 생소하고 낯설었다. 백현에게 동화되어 어울리기 싫다, 는 시선은 여럿 받아왔지만 지금처럼은 아니었다. 이들은 혐오감을 담고 있다. 자신의 뻗어진 손끝을 노려보며. “…아니야.” 경수의 입술에서 자그마한 목소리가 새어나왔지만 아무도 듣지 못한다. 뻗어진 손을 거두었지만 시선은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읽던 책의 책장이 흘러드는 바람에 힘없이 넘어갔다. 무서운 정적이 이어졌다. - 새 글이에요. 모자란 글이지만, 재미있게 봐주세요! ㅎㅅㅎ
이 시리즈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현재글 [EXO/찬디백] 특명! 도경수 다이어트 프로젝트 1 18
11년 전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전후상황 알고 나니까 이이경 AAA에서 한 수상소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