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와 함꼐 여행을 떠나요 02
02.
고속버스에 몸을 실고 창밖을 내다 보았다. 기쁨에 들썩거리는 엉덩이를 힘겹게 내리 누르고 이어폰을 꼽았다.
월요일에 전화가 온 이후로 한 번 더 전화가 왔었는데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부모님 동의서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전화가 온 이튿날 등기로 온 서류를 엄마에게 내밀었다.
수요일에 가서 일요일에 오는 일정이라 본의 아니게 학교를 삼일을 빠져야 했지만 시험이 끝나고 가는것이기 하고 돌아온 일요일 다음날인 월요일이
방학식이었기 때문에 수업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처음엔 그래도 어떻게 학교를 빠지냐던 엄마의 말에 나라를 잃은 독립투사처럼 울다 절망에 빠져
비실거리자 몇시간 지나지 않아 허락을 받아냈다.
그런 나를 한심하게 보는 오빠에게 중지를 내물어주기도 하고 말이다.
"그렇게 보고싶냐. 봐서 뭐 어쩌게 그 못난 얼굴 들이밀면 엑소가 더 싫어힌디. 니가 안가는게 엑소를 위한 일임"
"야!"
그렇게 나를 도발한 오빠로 인해 제 324차 남매전쟁이 일어난 건 안비밀이다.
지방에서 살아서 공방을 뛸적마다 새벽잠에 쫓기며 실었던 고속버스였지만 이젠 파라다이스. 라이프이즈 원더풀이다!
당첨된 사실이 다시 생각나자 심장이 쿵쿵 거렸다. 얼마나 쿵쿵 거리냐고 묻는다면 입을 벌리고 있으면 팔딱거리는 심장이 입으로 나올 정도라 말해두겠다.
한시간 반정도를 달리자 서울에 도착했다. 팬싸 응모때문에(팬싸 당첨돼서 온적은 없다) 자주 와서 그런지 지방인임에도 무섭거나 하지는 않았다.
능숙하게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MBS에 도착했다.
건물에 도착하기전 발고 매끄러운 피부를 위해 쿠션팩트를 꺼내 몇번 찍고 입술에 틴트를 발랐다. 옷매무새도 정리하고 두손을 꼭 쥐고 커다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도착하면 전화하라는 작가언니의 말이 기억나 전화번호부에 들어가서 MBS작가언니라고 저장된 번호를 꾹 눌렀다.
그러자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벨소리가 났다. 핸드폰을 든 어떤 여자가 나에게 다가왔다.
"ㅇㅇㅇ씨 맞으시죠?"
"네!"
"이쪽으로 와주세요."
자신을 한가인이작가라고 소개한 언니는 저번에 내게 전화한 그 언니와 동일인물이었다. 언니를 따라가자 사무실이 있었다.
주말임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 하고 있어 엄숙한 분위기가 났다. 언니는 그 옆의 유리로 된 작은 방으로 안내했다.
"헉!"
"괜찮아요 긴장풀어요. 이제 5일동안 일거수일투족을 찍힐텐데 뭘~"
갑자기 들이 밀어지는 카메라에 본능적으로 얼굴을 가리며 고개를 숙이자 어깨를 어루만져주며 내 긴장을 풀어줬다.
회의식 테이블이 길게 뻗어져 있었는데 그 가운데에 나를 앉히고 언니도 내 반대편에 앉혔다. 테이블위에는 딸기 스무디가 자리잡고 있었다.
옷에 마이크를 달고 어색하게 웃었다.
"자.. 우선 자기소개좀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ㅇㅇ ㅇㅇ시에서 온 18살..."
"아니 카메라 보고 푸흡"
"흐악. 어떡해."
언니를 보며 진지하게 자기소개를 하는데 언니가 웃음을 터드리고 손으로 카메라를 가리켰다. vj아저씨도 같이 웃음이 터지자 얼굴에 열이 확 몰려왔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흐흐 거리며 얼굴을 책상에 묻었다.
"자 다시합시다~"
"네. 후아.. 안녕하세요 ㅇㅇ ㅇㅇ시에서 온 18살 ㅇㅇㅇ입니다."
"ㅇㅇ이라고 부를게요."
"네, 그리고 말씀 낮추셔도 돼요"
내 말에 알겠다며 웃는 언니가 종이를 슬쩍 보더니 그 다음 질문을 던졌다.
"지금 심정이 어때? 신청할때 될 것 같았어?"
"하... 진짜. 꿈에서도 생각못했고, 처음 공지 뜰때 엄청 욕했거든요. 아니 왜 이런 프로그램을 하냐고.
제가 안될게 뻔하니까 그런데 ㅠㅠ 제가 됐어요 ㅠㅠㅠ 아.. 진짜 눈물날거 같아"
그 이후 시덥지 않는 여러질문에 대답하자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스무디가 완전히 녹아 물이 되자 마지막 질문이 나왔다.
"자 마지막으로 엑소내에서 좋아하는 순위는 어떻게 돼?"
"네? 순위요..? 하하하"
"너무 많은가 그럼 1등이랑 꼴등만 말해볼까?
"꼴등이라뇨. 꼴등이 있을리가."
"1등은 있단 소리네? 그럼 1등 말고는 뭐 비교할 가치가.."
"으악 언니 그렇게 모시면.. 다 좋아요 다 똑같이 좋단말이에요"
우는 소리를 하자. 작가 언니가 그런게 어디있냐며 어차피 이건 방송때만 나가는 거라며 달랬지만 입을 열 수가 없었다.
내 입을 벌릴려는 언니와 다물려는 나의 대치는 약 3분간 더 이어졌고 언니 귀에만 슬쩍 말하는 걸로 타협을 봤다.
'크리스요'
소근소근 작게 말하고 떨어지자 언니가 웃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 후에는 언제 어디서 만나서 촬영을 할 것인가 등등의 몇가지 전달사항과 공지사항을 들음으로서 인터뷰가 끝이났다.
핸드폰에 메모한 사항들을 쭉 읽는데 촬영일까지 2주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다.
"수요일 오후 2시 인청공항... 미쳤다 진짜"
아까까지만 해도 꿈같던 이야기가 훌쩍 현실로 다가온 듯한 기분이었다.
+
"헐 ㅇㅇㅇ 개부러워"
"그러니까 우리 엄마아빠는 왜 안가냐고!"
아무리 친해도 당첨이 되었다고 말하기가 조금 껄끄러웠다. 특히 민정이는 나보더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 않는 수니라 말하기가 미안한 감정이 들기도 했고,
어차피 티비에 나올거 미리 알려 봤자 좋을 거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예진와 민정이 그리고 반아이들의 부러움을 한가득 받으며 책가방을 챙겼다. 든것도 없이 텅텅 빈 책가방이 가볍기만 했다.
2시까지 인천공항에 가야한다고 하자, 체험학습 신청서를 냈음에도 0교시와 1교시까지는 수업을 들으라며 학교로 내몰았다.
교정을 나오자 주차되어 있는 엄마의 차에 올랐다.
차에 타자 점점더 실감되는 듯한 기분에 웃음이 끊이질 않자 엄마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두어시간을 달리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뿔테안경을 벗고 힘겹게 렌즈를 꼈다. 방송탈 생각에 이거저거 찍어바르며 미리 연습을 해봤지만
기술없는 내가 해봤자 부자연스러워질 뿐 이뻐지지 않자 그저 원래 하던 방법으로 간단하게 마쳤다. 썬크림을 바르고 씨씨와 쿠션팩트로 피부결을 정리하고
눈썹선을 따라 약간 둥글게 눈썹을 그렸다. 아이라인은 위 점막만 채우고 자연스러운 섀도우를 바르고 틴트를 발랐다.
거울속에 비친 나는 그저 여느 고딩과 다르지 않은 비주얼이었다. 혹독한 다이어트로 삼키로를 감량했지만 티가 나지 않아 조금 우울했다.
이 굵은 다리로 애들사이에 서서 카메라에 잡힐 생각을 하면 정말 속이 뒤집어지는 기분이었다.
시계를 확인하자 1시 20분이 조금 넘어있었다. 일본에가서 쓸 돈을 쥐어주고 어서 내리라며 재촉을 했다.
손에들린 돈을 확인하자 5만엔정도였다. 갑자기 손에 들어온 큰돈에 어리바리한 얼굴로 엄마를 쳐다보자 엄마가 시크하게 말했다.
"앨범 백장사봐야 니네 오빠들 입에 들어가는 거 없으니까 뭐 사주고 싶은거 있으면 그걸로 사먹여. 그래도 가는 니네 오빠들이랑 볼장다보고와서 정좀 떼!
어휴 그것들한테 들어간 돈이 벌써 얼마야."
"엄마! 사랑해!"
그렇게 말하며 엄마를 꼭 끌어 안자 엄마가 나를 툭 떼어내고 트렁크 문을 열었다.
"내려"
엄마한테 손을 흔들고 차에서 내리가 더운 바람이 훅 끼져 올라왔다. 트렁크에서 커다란 캐리어 두개를 꺼내 양손에 쥐고 공항안으로 향했다.
공항안에 들어서자 익숙한 얼굴의 작가언니가 나를 향해 다가왔다. 그와 동시에 나를 주시하는 수많은 카메라에 헉 숨을 들이키고 뒤를 돌았다.
"으아아. 어떡해."
"왜, 왜? 카메라? 이거 가지고 그러면 어떡해 애들 도착하면 더 많을 텐데. 너한테만 돌아가는 카메라가 2대야. 긴장풀어."
언니가 토닥이며 어루달래고서야 고개를 돌려 카메라를 응시할 수 있었다.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주위를 살폈다. 쿵쿵 뛰는 심장이 엄청나 온몸의 맥박이 다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긴장감에 입술을 꾹 깨물고 괜히 머리를 만졌다.
아직 삼십분가량이 더 남았고 어떻게 해야할지를 몰라 언니를 향해 시선을 두었다. 그러자 커다란 스케치북에 무언가를 슥슥 적고선 나에게 펼쳤다.
[2시까지 마음대로 행동해]
낭패다.
차라리 무언가 지시를 내려주면 편할텐데 마음대로 하라니! 안절부절 이리저리 서성이다 카페에서 버블티를 시키고 야외 테이블에 앉았다.
아무말 않고 그저 멀뚱히 앉아있자 보다못한 작가언니가 건너편에 앉았다.
"어때, 지금 기분이?
"미칠거 같아요 흐으 어떡해요."
"있잖아. ㅇㅇ아"
"네?"
"실은 애들 아까부터 와있었어"
"...네?"
무슨 소리인가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아 몸을 굳히고 멀뚱히 쳐다보자 등뒤쪽에서 어수선한 인기척들이 느껴졌다.
발소리가 한두명이 아니었다. 아, 헐.
이거 내 수니의 촉이 말하는데 분명 엑소다 엑소야!
"꺄악"
그 생각이 스쳐간 순간 심장이 저기 지하 아득한 곳으로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입에선 자동으로 비명이 나오고, 몸이 확 숙여졌다.
"안녕!"
"와아아. 네 여러분 드디어 만났습니다. 예에에!"
"예에에!"
내가 소리를 지르자마자 들려오는 익숙하고도 산만한 소리에 몸이 움찔했다. 이건 기습이야 반칙이라고. 2시라면서 이런게 어디있어!
누군가 내 어깨를 어루만지는 느낌이 들었다.
"안녕"
머리위에서 민석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미친 진짜 민석이의 목소리야, 밍소쿠가 내 어깨를 만졌어!
"어떡해 어떡해. 엑소야. 엑소라고. 엄마아.. 이런게 어딨어 두시라면서.. 허어"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웅엉거렸다. 끙끙거리며 들려오는 소리에 반응하자 애들이 더욱 시끄럽게 요란을 떨었다.
"고개 들어봐~ 안녕?"
"와 여행간다! 안녕. 와 이쁜거 같아"
"친구가 쑥스럼이 많은거 같아요."
백현, 찬열, 디오순으로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까말까 고민하다 이내 고개를 들고 앞을보자 백현이가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자리잡고 있었다.
"어떡해에.. 엄마아. 흐어"
백현이와 오래 눈을 마주치기 힘들어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자 타오와 루한이 있었다. 초록색으로 까맣기는 뭐가 그냥 미친 섹시 그 자체인 타오와
순백의 천사사의 비주얼이었다. 얼빠지게 보던 중 눈이 마주치자 손을 들어 인사해주는 행동에 깜짝 놀라 또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자
준면이가 다정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있었다. 오오 준멘. 준멘..!
미칠 것 같은 기분에 또 다시 고개를 돌리자 종인이와 민석이 그리고 종대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니니야. 저 입술에 입을 맞춘다면 난 죽어도 좋아. 민석아! 헉 종대야! 숨을 쉴 수가 없다.
심장이 튀어 나올 것 같은 기분에 이를 질끈 물고 또다시 고개를 돌리자 나의 뚜이짱이 무심하지만 미소진 얼굴로 나를 내려다 보고있었다.
태평양처럼 넓은 어깨나 내가 앉아있고 크리스가 서있어서 그런지 큰 키가 더욱 커보였다.
시바알. 이게 최애어택인가 보다.
다른 애들을 보고 간신히 버텼던 내 멘탈이 최애어택에 함락되었다.
"에,엑소. 어헝, 어떡해 어엉허엉"
+
다음편 쪄왔습니다. 아니 왜 댓글이 안달리는가! ㅠㅠㅠㅠ 엉엉 조회수랑 너무 차이나잖아요 ㅠㅠ 재미없어도 보시고
짧게 봤다고 댓글이라도 써주세요 ㅠㅠ
찡찡찡찡찡
이건 빙의물이져 네 제 빙의물입니다. 그러므로 저 ㅇㅇㅇ은 시로따지면 화자=작가가 되겠네요.
그럼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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