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별명
따분한 오후. 따뜻한 햇살. 하지만 나는 따뜻한 햇살을 맞을 수 없다. 왜냐? 오늘 나는 약속이 없으니까!
침대에 엎드려 누워서 핸드폰에 저장되어있는 전화목록을 뒤졌다.
[이지은]
그래 시작은 달콤하게 평범하게 이지은한테 전화 해보자.
"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있어.. "
아냐 난 괜찮아. 이지은이 내 인생의 마지막 친구는 아니잖아?
[정수정]
얘는 전화 받자마자 욕 할거 같긴한데, 어쩔수없지.
" 고객님의 전화기.. "
" 씨발 그놈의 고객님!!!!!!!!! "
한숨이 터져나왔다. 아쉬운 한숨은 아니였다. 내 자신에 대해 안쓰러움의 한숨이였다.
22년을 살면서 내 전화를 한번에 받아주는 친구 하나 없다니. 그래도 꽤 괜찮은 삶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침대에서 앞구르기 뒷구르기 까지 다 하니까 정말 심심함의 극치였다.
멍 때리며 누워 있는데, 갑자기 이 심심함의 원인이 부모님에게로 돌아갔다.
오늘 왜 하필 여행을 갔을까? 일부러 나 약속없는거 알고 간건 아닐까?
" 풉 "
헛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할 짓이 없다보니 별 말도 안되는 생각도 하는구나.
이렇게 침대에 멍하니 누워있으면 더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할 것 같아,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침대 옆에 있는 책상 의자에 힘없이 주저 앉았다.
그리고는 책상 귀퉁이에 먼지가 가득 쌓인 책들의 제목을 읽어 나갔다.
" 아낌없이 주는 나무? 음 저거 재밌었지. 초딩때.
늑대의 유혹? 저것도 재밌었지. 초딩때.
황홀한 글감옥? 제목만 봐도 황홀하게 재미 없겠네.
개념원리 수학I? 토나와.
.....신나는 추억 보따리? 저건 뭐야? "
아마 전세계에서 가장 힘없는 목소리를 뽑는다면 내가 일등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힘없이 책 제목을 읽어나갔다. 쓸데없는 리액션도 함께.
한참을 읽었을까, 내 자신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있을 즈음에, 흥미로운 책 제목이 눈에 띄었다.
<신나는 추억 보따리 6학년 2반 서울엑소초등학교>
아마 초등학교때 만들었던 문집인것 같았다.
제목은 흥미가 가는데, 왠지 읽고 싶지는 않았다.
초6이라.. 그때가 아마 내 흑역사의 절정이였지?
" 표지부터 많은 아이들의 흑역사가 봉인된 책 같은데.. "
표지는 같은반이였던 친구들의 얼굴이 그려져 있는 표지였다.
분명히 동창이였고, 같이 6학년을 보낸 친구들이 였는데, 확실히 동창회를 안하니까
얼굴이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 내 기억력이 나빠서 그런가?
" 음... "
살짝 떨리는 손을 무시하고 표지를 넘기니, 차례가 나왔다.
☆일번! 우리들의 신나는 일기~
☆이번! 우리들의 신나는 졸업사진~
....뭐가 그렇게 신나는데?
차례부터 이렇게 오글거리다니. 심하게 걱정이 됬지만
나는 그래도 으리의 한국인! 꿋꿋이 페이지를 넘겼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ㅋㅋㅋㅋㅋㅋ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어느새 오글거리다는것도 잊고 문집을 넘기며 낄낄거리는 나를 발견했다.
아직 내 일기는 나오지 않아서 그런가, 아주아주 재미있다.
" 설마 이게 내 일기인가? "
한참이나 배가 찢어질듯 웃어 제끼니, 대망의 내 일기가 나왔다.
읽었냐고? 당연히 스킵했다. 읽을 필요도 없다. 읽어봤자 오늘 밤에 이불에 하이킥이나 하겠지.
" ....헐 "
내 일기를 넘기니 아까보다 훨씬 편해진 마음가짐으로 나머지 애들의 일기를 낄낄대며 읽어내려갔다.
그런데, 많은 아이들 이름속에 익숙한 이름이 눈에 띄었다.
< 부산여행은 잼있어요> 13번 변백현
....? 설마 엑소 백현은 아니겠지?
< 부산여행은 잼있어요> 13번 변백현
부산여행은 넘넘 재밌어욧!!!! 오늘 처음 부모님과 함께 갔는뎅~~~
부산엔 먹을게 죵말 마나요!! 햄볶했어욧!!!헤헤헤~~
담에 또 갔으면 좋겠당~~ 담에는 우리반 칭구들과 같이 갔으면 좋겠당~~~
..말투보니까 아닌거 같긴 한데..하긴 백현이라는 이름이 우리나라에 딱 한명만 있겠어?
설마 내가 엑소 백현이랑 동창이겠거니 라고 생각하며 <우리들의 신나는 사진~>
이라는 페이지로 넘어갔다.
제목부터 일기보다 훨씬 많은 흑역사가 담겨 있을 거 같은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 아~ 얘 내 짝꿍이였는데!! "
오싹한 느낌이 들어도 확실히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을 한장 한장 유심히 살펴보니,
옛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도 내 기억력이 심하게 나쁜건 아니였어.
아니 잠깐만, 이사진..가운데..저 빨강통통이..왜저렇게 익숙...
" 헐 쟤 내 첫사랑이잖아!!!!!!!!!!!! "
초등학교때를 어렴풋이 기억해내면, 초6때 열렬히 좋아했던
첫사랑 얼굴이 간신히 기억이 난다. 첫사랑한테 발렌타인 데이날 초콜렛을 만들어서 준다고 나댔다가
집안 다 태워먹을 뻔 했었는데...
아무튼 저 얼굴 분명히 내 첫사랑이 맞다. 저 옷도 기억이 난다.
내가 좋아하는 애가 빨간 옷을 입고 왔다며, 나도 빨간 옷을 빨리 사야 커플티가 된다며
엄마한테 몇 시간을 졸랐었는데..
왜 저딴 촌스러운 옷을 좋아한거야.. 콩깍지가 꼈었던게 틀림없다.
근데 이상하게도 첫사랑 얼굴은 또렷이 기억이 나는데,
이름이 기억이 안난다.
이름에 ㅂ이 많이 들어갔던거 같은데...
" 뭐야 진짜 엑소 백현이잖아? "
확실하다. 내 초딩 동창, 그러니까 내 초딩때 첫사랑이
분명히 엑소 백현이다.
엑소 팬은 아닌데, 몇 달전에 이지은이 귀엽지 않냐며 엑소 백현이라며
저 사진을 들이 밀었던게 생각이난다.
그때는 왜 생각이 안났을까.
엑소 팬은 아니였는데, 엑소 멤버 중 한명이
내 친구였었다는 생각이 드니, 심장이 뛰었다.
연예인!!!!!!!!그것도 아이돌!!!!!!!!!!!!!내 동창이 아이돌!!!!!!!!!!!!!!!!!!!!!!!!!!!!!!!!!!!!!엑소라고!!!!!!!!!!!!!!!!!!!
" 헐 주소랑 번호랑 이메일 싹다 있어.. "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문집 맨 뒷장을 펼쳐 보니,
<13번 변백현> 서울 OO구 OO동 OO아파트 OOO호 * 010-1234-5678 * baekhyun0506@네이버쩜씨오엠
심장이 아까보다 더 크게 뛰었다. 주소는 아마 옛날 집인듯 했고,
번호는 벌써 바뀌었으리라 생각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번호를 과감히 저장하고 문자를 보내봤다.
수신자:엥ㄳ소ㅂ뱁ㄱㅋ현
혹시..엑소 백현 맞아요?
너무 급하게 저장한 탓에 오타가 무지막지하게 났지만, 가볍게 무시했다.
오타따위는 지금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건 엑소의 백현이 내 초딩 동창이라는 것이다.
사실 번호는 바뀌었을 가능성이 크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고
이메일에 큰 기대를 걸었다.
이메일을 귀찮게 바꿨겠어?
말투가 굉장히 찌질해 보인다. 마치 답장을 매우매우 바라는 사람처럼.
어쨌든 빨리 문자답장이나 이메일 답장이 왔으면 좋겠다.
근데 바쁜데 이메일을 보려나?
***
초등학교 동창이 엑소 백현이였다는
대박 사건도 잊고 책상에서 잠이 들었던거 같다.
깨보니 시간이 벌써 밤 10시를 지나고 있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기도 전에 급하게 책들 사이에 껴있는 핸드폰을 집어, 홀드버튼을 눌렀다.
발신자:엥ㄳ소ㅂ뱁ㄱㅋ현
아닙니다.
그래. 초6때 번호를 아직까지 쓰고 있다는게 더 이상해.
급격히 소심해진 나는 떨리는 오른손을 왼손으로 붙잡고 네이버 메일로 들어갔다.
그런데
안왔다..ㅎ...아무것도 안왔다...ㅎㅎ
더 충격인건 읽지도 않았다..
이메일은 번호보다 더 기대했었기때문에 실망도 컸다.
실망감을 가득 가지고 컴퓨터를 끄고, 침대로 터덜터덜 향했다.
그리고 방 불도 끄고, 조용히 잘 준비를 했다.
띠링
꿈에서라도
백현이와 만나는 꿈을 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잠에 드려는 순간
문자가 온 것 같았다.
그래서 스탠드 옆에있던 핸드폰을 더듬더듬 찾아서
홀드 버튼을 누렀더니, 환한 불빛때문에 눈을 간신히 뜨고 문자를 읽었다.
발신자:엥ㄳ소ㅂ뱁ㄱㅋ현
혹시나 해서 말씀 드리는데,
사생이시면 제 번호 지워주세요.
............? 이건 무슨 개소리야...?
사담
오늘 글을 두개나 올리네요.. 민폐는 아닌지...ㅎㅎㅎ...
암튼 오늘부터 새로운 글 시작하는데!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 글은 쓰차당했을때 아련하게 임시저장함에 고이 저장해뒀던 글이에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재..재..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좋겠다...(소심)
사실 이글은 3편까지 썼다는건 안비밀!!!!!!!!!!!!!!!!!!!!!!!!!!!!!!!
결말은 행쇼라는것도 안비밀!!!!!!!!!!!!!!!!!!!!!!!
해피엔딩!!!!!!!!싸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