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6-
용국의 말을 듣고는,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있던 힘찬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더 꾸물거리며 용국에 품에 파고 들었다. 고개 숙여 자신의 밑에서 꼼지락 거리는 힘찬이 귀여운듯, 용국이 한쪽 손으로 고개 숙이고 있던 힘찬의 턱을 잡아올렸다. 둘의 시선이 얽히고, 용국은 마른 입술을 혀로 적셨다. 혹여나, 건들이면 사라져버릴까봐. 한참을 뜸들였다.
"힘찬아."
용국은 힘겹게 한마디를 꺼내고 둘의 얼굴 사이를 조금 가깝게 했다. 콧잔등이 마주치고, 서로의 숨결이 닿았다. 느리게 감기는 힘찬의 긴 속눈썹도 보였다. 용국이 힘찬의 턱을 잡고 있던 손을 조금 올려, 엄지손가락으로 힘찬의 입술을 천천히 쓸었다. 애달프게 몇번이고 행동을 반복하던 용국은, 자신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아래를 보고 있는 힘찬에게 말했다.
"..키스, 해도..될까?"
힘찬이 놀란듯, 아래를 보던 눈을 용국과 마주한다. 용국의 먹먹한 한마디에, 조금은 미안한듯이 고개를 푹숙이며 고개를 젓는다. 용국은 가만히 힘찬의 입술에 있던 손을 내리며 흔들리는 검은 머리칼과, 정수리를 보았다. 벚꽃이 핀다고 해서 마냥 봄은 아니였다. 아직, 그는 겨울이였다.
힘찬은 미안한지, 고개 숙여서 다시 용국의 품에 파고 들었다. 이제는 용국이 꽉 껴안지 않고 힘찬이 꽉 껴안아 주었다. 힘찬의 머리칼이 용국의 가슴팍을 간지럽혔다. 용국은 힘찬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시간이 지나니 품에서 몸살이 다시 도진것 같다며, 끙끙 앓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 미안해서 일것이다. 힘찬은 항상 그랬다. 미안하면 애교를 피우거나, 괜히 관심을 다른 곳으로 이끌었다. 괜히 미안하지만, 사과하기 뭐해서 그러는 것 같다는 게 내 생각이지만. 또-,
"어디가 아픈데?"
- 그걸 알면서도 나는 항상 모르는 척한다.
_
용국이 용기내어 고백한 날 뒤로는, 힘찬이 눈에 띄게 온순해졌다고 해야하나, 여튼 그런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 자신의 말도 잘들어주고 순응하는 힘찬의 모습에 용국은 힘찬이 자신의 고백을 긍정의 뜻으로 받아준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아직도 '키스' 그 단어만 생각하면 머리가 복잡해 지기는 하지만. 지금 용국과 힘찬은 나른한 주말오후를 만끽하고 있었다. 힘찬이 쟁반을 구해오더니 가지런하게 침대위에 앉아서, 길게 뻗은 손가락으로 참하게 사과를 깍고 있고, 옆에서는 힘찬이 깎아 놓는 족족, 포크로 주워 먹는, 쟁반 쪽으로 길게 엎드린 용국이 있었다. 힘찬이 그런 용국을 못마땅하게 쳐다보았다. 그런 힘찬의 시선을 아는 지 모르는지. 마지막 사과조각 까지 포크로 집는 용국을 보고는, 힘찬이 칼을 내려다 두고 포크를 잡아채어 용국의 입에 마구잡이로 쑤셔 넣었다. 어디서 많이 본듯한 모습이였다. 아, 그때 모임이 있었을때 자신의 입에 샐러드를 구겨 넣던 힘찬이 어렴풋이 기억났다. 그리고, 잠시 사라진뒤 기분이 안좋던 힘찬의 모습도 함께. 꾸역꾸역 입에 사과를 씹던 용국을 보고는 힘찬이 눈을 흘긴뒤 다시 칼을 꺼내든다. 쟁반에서 새빨간 사과를 다시 집어 들었다.
"김힘찬."
용국의 부름에 힘찬이 사과에서 시선을 때지 못하고 그냥 계속 말하라는 듯, 용국을 향해 턱짓한다. 둥글게 깎이고 있는 사과 껍질이 쟁반위로 쌓인다. 용국이 시선을 점점 쌓여가는 사과 껍질에 고정했다. 힘찬이 힐끗 용국이 눈치 채지 못하게 용국을 쳐다봤다가 다시 아무일없다는 듯이 사과를 깎았다.
"모임 갔던, 그날 말도 없이 어딜간거ㅇ.."
"앗,"
말도 끝내기 전에 사과를 깎던 칼에 힘찬이 손을 베여 손끝에서 붉은 피가 뚝뚝, 떨어져 침대 시트를 적셨다. 용국이 물어볼것도 잊어버리고는 자리에서 벌떡일어나 힘찬에게 다가갔다. 괜히 힘찬에게 허튼 질문을 한게 아닐까 싶어서, 옆에서 용국이 피가 흐르는 자신의 손가락을 보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으니 힘찬이 조심스럽게 피가 흐르는 상처를 햝아 올린다. 으, 쇠맛. 금새 인상을 찡그리며 혀를 빼어 물었지만. 그 모습이 마냥 용국에겐 하나같이 야해보였다. 방금 전 까지는 사과를 꽤나 잘깎던것 같아 보였는데, 왜 베였지? 그런 생각을 하다가, 그새 잊어버릴까 싶어, 다시 질문을 마음속으로 되새겼다. 꼭, 물어봐야지.
용국은 힘찬의 붉은 혀 끝을 멍하니 바라보다, 휴지나 가지고와. 라는 명령아닌 명령에 침대에서 일어났다. 씨발, 내가 그렇지. 김힘찬 한마디에 별말없이 순응하는 제 모습을 보자니,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힘없이 일어난 용국은 여기저기 서랍을 몇번 뒤지다가 밴드를 찾아 힘찬에게 내밀었다, 자, 여기. 자신이 밴드를 구해 올때까지 혀로 상처를 햝던 힘찬이 마른 입술을 한번 쓸고는 입을 다물었다. 용국이 주는 밴드가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 들고는 척척, 스스로 잘붙였다. 그러고는 가만히 그모습을 지켜보는 용국을 올려다본다.
"왜."
"아까 물어본거, 대답해줘야지."
"그게 뭔데."
힘친이 용국을 향해 한쪽 입꼬리만 올려 웃었다. 비웃음. 명백한 비웃음이였다. 용국이 인상을 팍구겼다. 갑자기 기분이 상했다. 힘찬은 별일 아니라는듯, 정말로 못들었다는 듯이 손으로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방금 전 까지 나른했던 분위기는 갑자기 사라졌다. 공중에서 얽힌 둘의 시선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왜 사람말 무시해? 아- 너 좋다고 하니까 사람 만만해 보이냐? 한껏 짜증을 낸 용국의 말에 힘찬이 발끈한다. 내가 언제 무시했다고 그래? 그리고, 그 고백했던 일이 왜나와? 힘찬의 당돌한 대답에 용국이 바람빠지는 소리를 냈다. 용국이 힘찬의 손목을 잡아 끌어서 침대에서 내려오게 했다. 용국은 지금 기분이 뭐라 말할수 없이 이상했다. 힘찬이 자신의 말을 분명히 듣고도 못들었다고 한것과 (또 이것에 대한 의문점과), 사과를 잘깎다가 자신이 말을 거니 손을 베여 버리는 힘찬의 모습에, 좋아한다고 말한 자신이 싫어져서 깔보는건 아닌가 싶어서. 자신의 앞에 억지로 마주서게 된 힘찬의 머리체를 잡아 옆으로 고개를 돌려서 머리칼 사이에 보이는 힘찬의 귀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괜히 대답하기 싫으니까, 사과 잘 깎고 있다가 일부러 손 베인거 아니야?"
그리고, 그 날 나한테 왜 그렇게 모질게 대했냐고 내가 묻잖아 지금. 용국이 힘찬의 피어싱을 잡아 뜯듯이 잡아 당겼다. 용국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한 힘찬이 앓는 소리를 냈다. 용국이 기어코 힘찬의 귀를 찢어버렸다. 두쪽으로 갈라진 귓볼이 너덜너덜 했다. 꼴에 용국에게 눈물 보이기 싫다며 입술을 꽉 깨물고 눈물을 그렁 그렁 매달고 있다. 죽일듯이 자신을 올려다보지만, 결코 용국의 물음에는 대답해주지않는다. 그런 힘찬의 모습에 더 용국이 더 화가 난걸까. 힘찬의 머리체를 한껏 뒤로 젖혔다. 힘찬은 양팔로 용국의 어깨를 힘껏 밀어 내고 있지만, 용국은 미동하나 없었다. 왜, 대답안해주는건데. 왜, 대답할수 없는 건데. 처음엔 그저, 궁금했었다. 나에게 왜 그랬는지, 하지만 나를 향해 비웃는 힘찬을 보고는 느꼈다. 아-, 그냥 넘어갈 일이아니구나. 분명히 얜, 나한테 뭘 숨기고 있구나. 못들은 '척' 하는 거구나. 힘찬머리칼을 쥐고 뒤로 젖힌 용국은, 힘찬의 튀어나온 목젖에 짧게 입맞추었다. 용국이 입술을 때지 않고 목선을 타고 내려가다가 목덜미를 강하게 물었다. 힘찬이 짧게 비명을 내질렀다. 아퍼? 내가 지금 너한테 받은 상처는 이거 보다 배로 아픈데? 용국이 살짝 햝으며 떨어지고는 쓰게 웃었다. 힘찬의 허리를 단단히 잡은 한쪽 팔에 더욱 힘을 주어 잡았다. 도대체 난, 너로 인해 무슨 감정을 배우고 있는 걸까. 용국이 다시 목덜미에 고개를 묻었다. 자신의 머리칼을 잡아오는 힘찬의 손아귀가 느껴졌다. 또 다시 강하게 물었다. 머리칼을 쥐어 잡아 당기는 느낌과 함께 맞은편에 서있는 힘찬의 다리가 심하게 떨린다는 걸 느꼈다. 조금의 동정심을 느끼고 다시 힘찬과 눈을 마주치니 죽일듯이 바라보는 눈빛은 전과 같았다. 용국은 허리를 잡고 있던 손을 내려 힘찬의 엉덩이를 꽉 움켜쥐고는, 귓볼이 너덜너덜한 힘찬의 귀에 속삭였다.
"독한년."
용국이 두 손에 힘을 서서히 빼며 힘찬을 놓아주었다. 힘찬이 용국의 구속에서 벗어나자 있는 힘껏 용국의 왼쪽 뺨을 강타했다. 짝-, 하는 소리와 함께 용국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저 용국은 헛웃음만 지었다. 고개가 젖혀진 상태로 눈만 돌려 힘찬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침대위 쟁반에 있는 칼이 보였다. 허-, 또 웃음이 나왔다. 미쳤나봐, 내가. 나쁜 생각 까지 하게 된건지, 용국은 고개를 바로 한뒤 가만히 힘찬을 내려다보았다. 자신에게 괴롭힘을 당해서 한껏 더럽혀진 힘찬이 이뻤다. 이런 생각을 하는 용국은, 또 자신이 제 정신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힘찬이 피식피식, 웃기만 하는 용국의 행동에 기분이 나쁜지 좁아진 미간이 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재밌냐, 너는? 이 상황이? 어, 재밌어. 용국의 대답을 듣고는 더 화가 나는지 침대옆 탁자위 물건을 다 쓸어버린다. 듣기 싫은 굉음이 들리고, 아무 감정없이 그 모습을 지켜보던 용국은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화장대도 가서 쓸어버려"
그냥, 너 꼴리는 데로 다 해먹어, 씨발. 용국이 거칠게 머리를 헤집고는 화장대로 성큼성큼 걸어가서, 그 위에 있던 물건들을 죄다 바닥으로 내쳤다. 아까보다 심한 굉음이 들리고, 깨진 유리병 조각을 하나 쥐어 들었다. 살갗에 파고 들어 붉은 피가 타고 흘렀다. 힘찬이 그런 용국의 행동에 문쪽으로 뒷걸음질 쳤다.
"어딜가."
용국이 손에 피를 한가득 묻힌 체로, 힘찬을 보며 보기 좋게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가,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갔다. 힘찬이 순간 온몸에 신경이 바짝 서는 기분이 였다. 이 지붕아래 사람들, 하나같이 다 무서웠다. 무슨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탁한 용국의 눈빛이 힘찬을 조금씩 뒷걸음질 치게 만들었다. 눈에 띄게 더욱더 표정이 굳는 용국이 였다. 움직이지말라고 용국이 핏대까지 세우며 고래고래 소리질렀다. 힘찬이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순간, 힘찬의 뺨 위로 무언가가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화장대로 비친 자신의 얼굴에는 짧지만, 얇은 줄 하나가 그어지더니 그 줄 사이에서 쉴새 없이 붉은 피가 흘렀다. 미친듯이 힘찬이 소리를 질렀다. 용국이 좋아하던 힘찬의 눈에서도 쉴새 없이 눈물이 쏟아져나왔다. 다리에 힘이 풀려서 그 자리에 주저앉은 힘찬은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울분을 터트렸다. 용국은 그런 힘찬을 그저 멀리서 바라봤다. 그러고는 화장대 옆 깨진 유리병 조각들중 또 하나를 집었다. 유리병 조각을 쥔 용국이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날카로운것이 자신에게 파고 드는 기분이 좋았다. 씨익, 한쪽 입꼬리를 올려 웃은 용국이 힘찬에게 조금씩 다가갔다. 이제는 탈진할 정도로 우는 힘찬의 모습에 괜시리 기분이 좋아졌다. 용국이 지나간 자리에는 용국의 혈흔이 떨어져 있었다. 조금씩 걸어서 힘찬의 앞에 도착한 용국이 쥐고 있던 유리 조각을 바닥에 내려두고, 자신의 얼굴을 감싸고 미친듯이 울며 용국을 올려다보는 힘찬에게 눈높이를 맞추어 그 앞에 쭈그려 앉았다. 자신의 상처난 뺨을 감싸고 있는 손가락 사이에는 피가 흘러내렸다. 힘찬이 기진맥진한 상태로 용국의 어깨를 힘없이 때린다. 그런 힘찬의 손목을 붙잡아 내리며, 용국이 유리조각을 쥐어서 자신의 혈흔이 가득한 손바닥으로 힘찬의 다치지 않은 쪽 뺨을 천천히 쓸어내린다. 용국의 찢어진 손바닥에서 나오는 혈흔이 힘찬의 한쪽 뺨을 덮혔다. 힘찬의 얼굴이 눈물과 혈흔으로 범벅이 되었다. 꽤나, 새로운 구경거리였다. 용국이 또 한번 힘찬의 뺨을 쓸며 말했다. 왜 날 무시해, 왜 말해주지 않는거야, 그럼, 이런일은 없었을 텐데. 용국의 광기어린 눈빛에, 겁에 질린 힘찬이 벌벌떨며 가만히 듣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상처는 아프지 않게 이쁘게 치료해줄게, 널 이렇게 아프게 하면, 내 마음도 아프단 말이야.. 응? 용국은 지금 이렇게 자신의 앞에서 한없이 무너진 힘찬의 모습이 좋았다. 항상 자신을 이겨먹던 힘찬이 자신의 앞에서 이렇게 울고 있으니 말이다. 용국이 한번더 얼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이제보니까.
"우는 것도, 이쁘네"
이렇게, 순하면 얼마나 이뻐. 안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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๑^▽^๑
안녕하세요...! One chance 작가 끙_끙 입니다! 개학때문에 많이 늦었지요?ㅠㅠㅠ죄송해요ㅠㅠㅠ
그리고 조금의 슬럼프 때문에 힘들어서 늦었어요ㅠㅠ그 점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ㅠ
그리고 용국이가 힘찬이에게 화낸이유가 이해가 가시지 않는 분 계세요?
저의 못난 필력 이 부족해서 이니, 수정하겠습니다! 지적해주세요..!
암호닉 신청 받구요, 암호닉 분들 정말 힘이납니다♥♥♥
쭈야
쪼꼬
체리
부농이
떡
생라면
킁
반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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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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