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writing/661382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EXO/백도] 보통의 연애 中 | 인스티즈

 

 

그냥 가요 (feat.조현아)

 

 

 


 

보통의 연애 中

 w.샐리비

 

  

 

  

  

“미친.” 

  

  

  

그대로 입으로 욕설을 작게 내뱉은 경수가 자신의 머리를 마구마구 헝클었다. 왜 하필 이 시점에서 조별 과제일까. 옆에서 김종대는 과탑인 후배녀석과 같은 조가 되었다며 기뻐하고 있었고, 박찬열은 다른 분반 수업을 듣기에 이 수업에 없었으며. 나는 왜 도씨이고, 너는 왜 변씨일까. 그리고 우리 사이에 그렇게도 많던 박씨라던가, 가끔 있던 방씨는 왜 없는 걸까. 잠시 쉬는시간에 교수님이 붙여 놓은 조별 발표과제 명단을 보며 다시 한번 머리를 싸맬수 밖에 없었다.  

  

  

 

 

 

도경수, 변백현. 

  

그 이름을 믿을 수가 없어 재차 확인한 경수가 잔뜩 구겨진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이제 막 앞으로 나가서 조원 이름을 확인하는 백현의 뒷통수가 보였다. 왜 하필 2인1조의 과제인걸까. 여전히 뒷통수만 경수에게 보이며 확인을 하는 백현의 손가락이 자신의 이름에서 멈추었다. 아마 너도 당혹스럽겠지. 옛 연인과의 단 둘의 조별과제라니. 하필 이건 왜 또 전공인걸까. 

  

  

 

 

 

  

   보통의 연애 中 

  

  

  

 

 

 

 

 

D-9. 그러니깐 이 디데이가 뭐냐면 말이다. 바로 전공과제조 발표날짜이다. 2주를 필사적으로 변백현을 피해다니고, 오는 낯선 변백현의 번호로 걸려오는 연락도 받지 않던 경수는 김종대와 변백현 연합군의 작전으로 포위망이 좁혀지더니 결국 지금 이렇게 변백현과 마주 앉는 도서관에 앉아 있었다. 김종대는 이미 후배녀석과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 아니, 쟤네 둘 뿐만이 아니라 다른 조들도 어느 정도는 완료로 만든 상태겠지. 앞에서 노트북을 켜는 변백현을 슬쩍 보고는 고개를 숙이고는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일주일 전에 애인이 생긴 박찬열에게 카톡을 몇 번 던져보았다. 하지만 답이 올리가 절대 없다. 

 

 

 

 

 

 

 

 

 

“자료맥락은 대충 잡아놨거든?” 

“...” 

“그러니깐 문화콘텐츠화를 통한 사례들을 몇 개 조사하는 게 남았단말이야.” 

“...” 

“대답 좀 하지?” 

 

 

 

 

 

 

 

종이를 몇개 펼치더니 설명을 해주던 변백현은 대답이 없는 나를 향해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노트북으로 몇 번을 두드리더니 내게 내밀어보인다. 하얀색 한글창에 변백현이 두드린 글자들이 펼쳐진다. 

 

 

 

 

 

 

 

「너 언제까지 나랑 말 안할껀데?」 

 

 

 

 

 

 

 

언제까지. 말을. 나는 너와 별로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왜? 그 이유가 무엇일까. 

 

 

 

 

 

 

 

「언제까지 이럴껀데?」 

 

 

 

 

 

 

 

 

말 없이 모니터만 죽일듯이 노려보는 경수의 행동에 다시 한번 백현이 노트북을 돌렸다. 그리고는 다시 몇 번 두드린다.  

대체 왜그러냐는 그 말에 경수는 할말을 잃었다. 내가 대체 왜 그러냐고. 그 이유가 무엇일까. 

 

 

 

 

 

 

 

 

 

「쪼꼬미. 대답 안해줄꺼야?」 

 

 

 

 

 

 

 

 

쪼꼬미. 네가 나를 향해 부르던 그 애칭. 순간 울컥하는 마음에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려 내 앞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 녀석으로 향했다. 드디어 반응 해주네. 라며 짤막하게 웃는 변백현이 너무나 얄미워지려고 한다. 나는 잠시 나의 동그란 두 눈을 한 번 깜빡였다. 그리고는 변백현의 노트북을 향해 손을 뻗으려고 하면. 

 

 

 

 

 

 

 

 

“백현선배! 여기 계셨네요?” 

 

 

 

 

 

 

 

변백현의 전 여자친구의 등장에 내 행동도, 변백현의 시선도, 이 모든게 멈추어버린다. 

 

 

 

 

 

 

 

 

“얼마나 선배 찾으러 다녔는지 몰라요. 자, 일단 이거 받으시고. 아, 경수선배꺼는...” 

 

 

 

곤란하다는 듯 웃는 경아는 내가 보아도 귀여웠다. 그녀의 미안하다는 듯한 얼굴에 살짝 고개를 내저었다. 변백현의 손에는 경아가 건네준 따뜻한 카페라떼가 들려져 있었다. 카페라떼. 나와 네가 카페에만 가면 주문하던 너와 나만의 것. 무언가가 찝찝해져온다. 그녀도 다 아는 걸까. 한 학기동안의 연인이라면. 아, 무언가 공유되어있는 추억을 들킨 기분이다. 엿같게도. 나는 내 감정표현에 솔직하다. 그러므로 지금 나는 절대 웃고 있지 않을 것이다. 변백현의 앞에 앉아서 무언의 말을 아끼는 경아를 보면서 나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변백현의 시선이 내게로 쏟아진다. 아까 변백현이 체크해준 자료들을 캘린더 안에 대충 구겨넣었다. 

 

 

 

 

“가시려구요?” 

 

 

 

 

 

변백현도 아닌 경아가 경수의 퇴장이 반갑다는 듯 웃어보인다. 아니, 아무런 뜻이 없는데 그렇게 느껴지는 쪽은 경수였겠지. 그런 경아의 말에 고개를 한 번 끄덕인 경수가 이내 자신의 가방을 들어올렸다. 변백현은 여전히 나를 쳐다만 보고 있다. 

 

 

 

 

 

“나 간다.” 

 

 

 

 

 

두루뭉실하게 둘을 향해 말을 내뱉고 도는 나의 뒷모습이 별로 좋지 않다는 건 녀석도 느꼈을 것이였다. 변백현 앞에 놓여있는 노트북의 한글 창은 하얗다. 지금 나의 머릿속처럼 그냥 하얗기만 하다.  

 

 

 

 

 

 

 

 

쪼꼬미. 쪼꼬미야. 

 

 

 

변백현은 곧 잘 경수를 이렇게 부르곤 했었다. 그때마다 짜증난다는 듯한 표정으로 변백현을 노려보면 녀석은 나의 머리카락을 마구마구 헝클어 놓고는 했다. 갑작스런 너의 고백과 함께 시작되었던 17살의 너와 나의 연애는 서로를 마주만봐도 좋았다. 좋았지. 그래, 그럴때가 있었는데. 

 

 

 

 

 

 

 

 

 

‘화났어?’ 

‘...’ 

‘또 대답안하는 거보니깐 화났네. 그치?’ 

‘...’ 

‘오해라니깐’ 

 

 

 

 

 

 

18살. 그러니깐 사귀기 1년을 넘어가고 2년을 향해 달려가던 18살의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던 그 때쯤이였던가. 늘 공부하던 독서실을 뒤로 하고 변백현을 따라서 녀석이 공부를 하던 도서관 열람실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는 마주본 채로 공부를 하다가 잠시 경수가 피곤한 두 눈을 비비며 책상에 머리를 붙였다가 뗐을 때. 변백현에게 다가온 한 여학생이 포스트잇을 단 채로 음료수를 건네는 모습이 보였다. 질투나도록 그 여학생은 예뻤다. 변백현이 평소에 말하던 긴 생머리의 그녀가 아니던가. 나는 여전히 머리를 붙인채로 그 여학생과 변백현을 힐끔 바라보았었다. 야, 받지마. 절대로 음료수 받지마. 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는 나의 바람과는 달리 고맙다며 음료수를 받은 변백현이였다. 개새끼가. 애인을 앞에 두고 다른 사람과 놀아나려는 그 꼴을 보니 배 알이 꼴려왔다. 그리고 곧 장 그 자리에서 일어나서 짐을 쌌다. 나는 보기와는 달리. 아니 딱 봐도. 질투가 많다. 그리고 그게 변백현의 앞에만 가면 정말 거세진다. 걷잡을 수 없이. 

 

 

 

 

 

 

 

 

 

‘같이가자니깐?’ 

‘...’ 

‘오해야. 그 여자 우리 사촌누나야.’ 

‘...’ 

‘쪼꼬미. 아직도 대답 안해줄꺼야?’ 

 

 

 

 

 

 

 

 

 

 

 

 

사촌누나. 어쩐지 웃는 눈매가 비슷하더라니. 이번에는 이런 일에 질투를 한 내가 부끄러워져서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앞서 걷던 걸음을 멈추었다. 그러자 녀석은 씨익 웃으며 내 손을 마주 잡아온다. 아마, 녀석은 나의 오해가 풀림과 동시에 머쓱해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모양이였다. 늘 변백현은 이렇게 이해심이 많았다. 

 

 

 

 

 

 

 

 

 

 

 

‘쪼꼬미. 질투하는 것도 왜 이렇게 귀엽냐.’ 

 

 

 

 

 

 

 

 

 

 

 

녀석의 말에 슬쩍 미소를 띈 내 모습을 본 녀석이 이번에는 나를 녀석의 품 안으로 끌어 당겼다. 그러자, 녀석의 섬유유연제와 함께 녀석만의 특유한 비누향이 내 코를 찔러온다. 아, 아. 우리의 뒤에는 바스락 소리를 내는 낙엽이 내려 앉는다. 뒤에는 가로등이 켜져 있었고. 우리는 그냥 그렇게 서로를 품에 안고만 있었다. 기분 좋은 가을이였으며, 너와 내가 함께 맞는 두 번째의 가을이였다. 

 

 

 

 

 

 

 

* * * * *

 

 

 

 

 

 

 

 

 

 

 

 

[이메일주소좀] 1 오후09:21

 

 

 

 

 

공과 사를 구별하자는 생각에 마음에도 없던 변백현의 번호를 저장했다. 남에게 적어도 피해는 주지 말자는 신조로 그동안 하지 못했던 조사들을 샅샅히 한 후에야 변백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현재 시간은 밤 9시 30분. 몇 분을 기다려도 답이 없다. 이미 저장되어있는 한글 파일을 다시 한 번 훑고 핸드폰을 보아도 여전히 대답은 없었다. 괜한 초조한 마음에 변백현의 프로필을 한 번 눌렀다. 그러자 하얀색 스냅백을 쓰고 브이자를 그리고 있는 녀석의 모습이 선명하게 핸드폰 안에 담긴다. 웃는 것도 여전히 귀엽다. 다시 한 번 불안해져오는 마음에 급하게 녀석의 프로필에서 다른 동기들의 프로필관찰로 넘어갔다. 그렇게 대충 한 시간을 보낸 경수가 다시 한번 메시지창을 켜보았다. 그러나, 변백현에게는 여전히 답이 없었다.

 

 

 

 

 

 

 

 

 

“어, 왜?”

[야. 경수야. 뭐하냐.]

“그냥 있어. 왜?”

[나와, 나와. 여기 과자야.]

“술 먹었냐?”

[응. 야 빨리와. 오랜만에 동기들끼리 뭉쳐보자. 야, 박찬열 저 개새끼 자작하지말라고 했다?]

 

 

 

 

 

 

 

 

 

시끌벅적한 동기들의 목소리에 잠시 눈가를 찌푸렸던 경수가 대충 알겠다며 대답을 하고 외투를 걸쳤다. 약간 들떠 있는 김종대의 목소리와 저쪽에서 박찬열이 소리를 지르는 모습에 이미 헬게이트가 열렸다는 것을 미리 깨달았어야 했는데. 경수는 그저 이 답답한 초조함에서 벗어나자는 생각으로 무작정 과자료실로 향했다. 과자료실 문을 열자 이미 한껏 얼굴이 빨갛게 변한 박찬열이 경수를 가장 먼저 반겼다. 아니, 사실 경수의 왼쪽 손에 들려져 있던 안주용 과자들과 몇 병의 소주에 더 환호를 했다고 하는게 옳을 것이다. 으아, 진짜 진상이 따로 없구만. 자리에 앉자마자 늘 그렇듯 입장샷! 을 외치며 소주와 맥주를 말아주는 박찬열과 이번 학기에 복학한 다른 동기들의 외침에 그대로 몇 잔을 들이 마셨다. 아, 헬게이트는 이미 열렸고, 경수가 나갈 틈도 없이 술잔을 부딪히기 바빴다.

 

 

 

 

 

 

 

 

“야, 형식아. 변백 아직도 안왔냐?”

“어? 자리에 없네. 아직도 화장실에서 안왔나봐. 어디갔지?”

“집에 갔나? 야, 전화해봐.”

 

 

 

 

 

 

 

 

 

종대의 말에 형식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꺼냈다. 아, 여기에 변백현도 놀고 있었구나. 그제서야 변백현이 이번 학기에 복학한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였다. 그리고 바로 경수의 옆에서 울리는 전화벨소리는 분명 변백현의 것이였다. 조심스럽게 그 핸드폰을 들어올려보이자 형식이가 입을 삐죽인다. 이 새끼 술도 못해서 어디에 박혀 있는 건 아닌지 몰라. 앞에서 박찬열이 다시 한 번 술잔을 부딪혔다. 이 정신없는 틈에 술잔을 받고 변백현의 핸드폰을 형식이의 손에 쥐어주었다. 얘 분명 어디 강의실에서 혼자 있을꺼야. 한 번 돌아다녀봐. 경수의 말에 형식이 알겠다며 자료실 밖을 나갔다. 

 

 

 

 

변백현은 선천적으로 술을 잘 못했다. 한 잔만 먹어도 온 몸이 빨갛게 달궈지는 그 녀석을 보면서 선배들 조차 그에게 술잔을 권하는 일들을 별로 없었다. 대신 그 술잔들은 말술이라고 통하던 내게 모조리 들어왔다. 옆에서 변백현은 미안하다는 듯 나를 쳐다보며 테이블 아래로 나의 손을 잡아오면 나는 그 손에 잠시 힘을 주었다 풀었다. 

 

 

 

 

 

 

 

 

 

 

‘오늘은 제가 마시겠습니다.’

 

 

 

 

 

 

 

 

 

 

나의 앞에 놓인 술병들이 늘어나고, 나와 함께 시작했던 선배들 둘이 나가떨어졌을 때 쯤, 나의 정신도 몽롱해져가고 있었다. 다른 동기들 보다 술 잔을 두배나 받은 나에게도 한계가 오고 있나보다. 앞에서 다시 한번 술잔을 건네는 07학번 선배님의 얼굴이 두개가 되더니 곧 세개가 되었다. 그리고는 어지럽게 떨리는 팔로 겨우 술 잔을 받았다. 그런 내가 다시 한번 술 잔을 입술에 가져다대기도 전에 그 술잔은 녀석의 힘으로 가로채졌다. 술도 못하는게 그 술잔을 빼앗아서는 들이 마신다. 그러자, 선배는 반갑다는 듯 백현에게 잔을 다시 한번 건넸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옆으로 고꾸라졌었다.

 

 

 

 

그리고 몇 시간이 흘렀을까. 과자료실로 살짝 열어둔 창문에 빛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술을 먹으면 그토록 많았던 새벽잠이 없어지고는 했다. 눈을 떠보니 책상위의 술병들이 몇개씩 놓여져 있었고, 누군가가 치우다가 포기한건지 어제 먹은 치킨의 뼈들이 모아져있기도 했고 다른 한 쪽에 곤두박질 쳐져있기도 했다. 앞에 쓰러져 있는 선배 몇명과 박찬열을 슬쩍 본 후에야 나는 녀석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변백현. 분명 나 대신 어제 술잔을 받던 모습이 녀석의 마지막 모습이였다. 그렇다면 분명 어딘가에 취해있다는 사실인데. 초조해진 마음에 왼쪽 손의 주먹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는 곧장 과 자료실 부터 시작해서, 단대 호수와 화장실들을 샅샅히 뒤져보았지만 녀석은 보이지가 않았다. 어떡하지. 전화를 몇 번 걸어보아도 여전히 받지 않는 변백현이 너무나 걱정이 되었다. 그렇게 곧장 강의실이 있는 3층으로 올라서면서 다시 한번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희미하게 어디선가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변백현!!’

 

 

 

 

 

 

 

 

 

 

 

 

살짝 열려져 있는 강의실 구석에 녀석은 쭈그린채로 잠이 들어 있었다. 다급한 마음에 녀석의 앞으로 달려가서 녀석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자, 으- 라는 작은 신음소리를 내며 힘 없이 몸이 흔들린다. 아, 다행이다. 다행이라는 생각에 녀석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자 힘 없던 그의 몸이 그대로 나에게 안긴다. 너의 좋은 향기와 함께 술 냄새가 풍겨 온다. 평소에 술 냄새라면 질색을 하던 내가 지금 이 풍겨오는 너의 술 냄새까지 좋다고 느껴진다. 아, 아. 나는 정말 미쳤다. 너에게.

 

 

 

 

 

 

 

 

 

 

 

 

 

“야. 경수야. 내가 머리가 존나 아파서 그런데 내가 2층까지는 다 돌아봤거든?”

“어?”

“변백현 좀 찾아줘봐”

“미친놈아. 김종대시켜”

“김종대 저기 뻗었어. 야, 나도 존나 어지러워. 니가 그나마 늦게왔으니깐 우리보단 맨 정신일꺼 아니야.”

 

 

 

 

 

 

 

 

 

 

 

 

 

 

 

형식이가 앓는 소리를 하며 이미 저 쪽에서 뻗은 김종대의 옆으로 가서 조심스럽게 눕는다. 하, 진짜 이 미친새끼들이. 또 뒤치닥거리하라고 부른 것 같기도 하고.동기들, 선배들 사이에서 말술이라고 불리던 경수의 일은 이런 뒤치닥거리도 가끔 포함이 되어 있었다. 이번에는 진짜 가기 싫었다. 다른 동기들이라면 잡아서 엉덩이라도 존나 걷어차면서 질질 끌고 들어왔겠지만, 무려 변백현이였다. 다시 핸드폰을 들어 보니 변백현은 이미 오래전에 취해있었다는 듯 여전히 내 메시지가 읽히지 않았다. 하, 짜증이 몰려오는 한숨을 내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셔도 마셔도 얼굴이 하얗게 변하는 나를 탓해야 하는 그런 상황이였다.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박찬열의 등을 고의로 걷어찬 후에야 과자료실을 빠져 나왔다. 시계바늘은 새벽 4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징한 것들이다. 대체 얼마나 마시려고 저러는건지. 좀비같은 동기들의 자유로운 술판에 혀를 내두른 경수가 능숙하게 강의실 계단을 올랐다. 박형식이 찾지 못한 변백현의 위치. 어딘지 알 것 같았다. 사용하지 않는 강의실은 잠가놓는다. 그러나, 3층에서 열려져 있는 강의실은 딱 하나다. 2층에는 없다고 했으니. 그러니깐 변백현이 술만 먹으면 들어가는 강의실의 패턴은 똑같다는 거다.

 

 

 

 

 

 

「313」

 

 

 

 

 

강의실 호수였다. 가볍게 계단을 오른다. 아까 박찬열이 건넨 폭탄주가 갑자기 위로 훅 하고 올라오는 듯 하다. 정수기에 대충 입을 쑤셔넣고는 물을 벌컥벌컥 마신 경수가 자신의 손 등으로 입술을 닦아냈다. 그리고는 능숙하게 강의실 문고리를 돌리자, 부드럽게 열린다. 그리고 역시나 변백현은 구석에서 쭈그려있기만 하다. 그 때 처럼. 꼭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마냥 가만히.

 

 

 

 

 

 

 

 

 

 

 

 

 

* * * * *

 

 

 

“미친놈.”

야 미친놈아 일어나봐. 라고 중얼거리는 경수의 목소리가 들리기는 하는 건지 눈도 뜨지 못한 채 입꼬리만 올라가는 녀석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풍겨오는 술 냄새에 잔뜩 미간을 찌푸린 경수가 잠시 띵해오는 머리때문에 쭈그려서 자신의 무릎에 얼굴을 묻고 있는 백현의 옆에 주저 앉았다. 아, 마지막에 김종대새끼가 주는 잔은 받지 말껄. 급 후회가 밀려오지만 지금 와서 후회해봤자 해결되는 일은 없었다.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러주자 그나마 띵함이 덜해왔다.

“야, 변백현.”

“...으..으..무..ㄹ...”

 

 

 

다 쉬어가는 목소리로 낸 단어가 물이였다. 고개를 내저은 경수가 주춤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팔자가 어쩌다가 이렇게 꼬이려는 건지. 한숨을 푹 내쉬고는 바로 앞의 정수기에 대충 물을 담았다. 분명 부족하다고 아우성 쳐댈 놈이지만, 지금 나도 죽겠는데 지가 뭘 어쩔까. 성큼성큼 다시 강의실 안으로 들어가 변백현의 머리를 살짝 밀었다. 그러자 몸이 옆으로 쓰러지려한다. 아오, 이 화상이. 간신히 그 몸을 잡고는 변백현의 고개를 잡아 올렸다. 야, 냉수 먹고 속 좀 차려라? 라는 경수의 말이 들리기나 하는 건지 입을 내미는 폼이 꼭 어미새한테 먹이를 받는 아기새 같다.

 

 

“씨발. 내가 어쩌다가.”

 

 

 

전 애인 술 뒤치닥 거리를 하고 있는건지. 물을 마시던 변백현이 이내 자신의 등 뒤의 벽에 몸을 기댔다. 그러자, 아까는 볼 수 없던 변백현의 얼굴이 달빛에 반사되어 보인다. 이렇게 가깝게 서로, 아니 녀석을 쳐다보는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새하얀 피부​와 웃으면 예쁘게 휘어지는 그 눈매와 여전한 콧대와 쪼그만한 입술.

 

‘경수야.’

‘어’

‘나 키스해도 될까?’

 

 

 

 

눈치나 무드라고는 코빼기도 찾아볼 수 없는 18살의 변백현이 경수의 머릿 속에 등장했다. 수줍게 웃던 변백현을 보고 그러던지. 라며 쿨하게 대답을 내 놓은 경수의 얼굴이 말과는 다르게 빨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할게’

‘어’

 

 

 

여전히 퉁명스러운 말투로 대답을 한 경수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지그시 감았다. 이내 녀석이 쓰는 샴푸 향이 경수의 코 끝을 간지럽혔다. 나, 첫 키스하는거겠지. 두근두근 거리는 가슴을 붙잡고 한 참이나 두 눈을 감은 경수의 머릿 속은 오직 키스. 키.스. 그것 뿐이였다.

 

 

 

 

찰칵-

 

 

응? 다가와야할 녀석의 입술 대신 경수의 귓가에 들려오는 건.

 

 

 

 

 

‘푸하하. 도경수 표정봐.’

‘...?’

‘완전 진지해. 우리 경수. 오빠랑 키스하고 싶었어요?’

‘야 씨발 새ㄲ..’

 

 

 

 

 

그제서야 백현의 장난이였다는 사실을 깨달은 경수의 입에서 욕설이 나올 때. 다시 한 번 백현이의 샴푸향이 경수의 코 끝을 간지럽혔다. 이게 대체 뭐지. 라는 표정으로 커진 두 눈으로 꿈벅꿈벅 뜨고 있으면, 경수의 입에서 자신의 입술을 뗀 백현이 지그시 눈을 내리깐 채 경수를 쳐다본다.

 

 

 

‘눈..안 감을꺼야?’

 

 

 

 

 

 

 

그제야 스르르 눈이 감기는 경수를 확인한 백현이 소리 없이 웃어보였다. 그 날따라 별은 무척이나 밝았으며, 차갑다고 가디건을 걸쳐 입었던 날씨는 이유 없이 따뜻한 온기를 남겨주고 있었다.

 

“..ㄱ..ㅕㅇ수야..”

옛 생각에 피식 웃던 경수가 이어 들려오는 자신의 이름에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벽에 기댄 백현을 쳐다보았다. 지금 저 입에서 내 이름이 나온거지? 의아한 마음에 변백현의 옆에 나란히 앉았다. 이러고 있으니깐 옛날 같았다. 우리 이렇게 늘 나란히 있었는데. 처음 친해지자고 손을 내밀었을 때도. 네가 좋다고 고백했을 때도. 우리가 첫 키스 했던 그 날도. 그리고, 헤어지기 직전에도.

 

 

 

“경수야..”

“응. 백현아.”

 

 

듣지 못할 녀석의 부름에 나는 대답했다. 옛날 처럼. 그 누구도 부럽지 않던 우리들의 아름답고 예쁜 그 시절 처럼.

 

아, 아. 나는 녀석을 미워했다. 정확한 이유없이 헤어지자고 했던 녀석을. 헤어짐을 고한 너에게 등을 돌려버린 나를 잡지 않은 너를. SNS에 종종 올라오던 여자친구를 사귀던 너를. 아무렇지 않게 내게 인사하던 너를.

 

하지만, 나는 은연 중에 녀석을 그리워했다. 공중전화로 몇 번이나 녀석에게 전화를 걸어보았고, 군대에서도 녀석에게 보내지 못할 편지만 주구장창 써댔다. 또, 휴가를 나오는 날이면 혹시라도 녀석과 마주칠까 녀석과 함께 다니던 그 곳을 정처없이 서성인 적도 있었다.

 

 

 

 

 

“백현아.”

“...”

“사실, 많이 보고 싶었어.”

 

 

이젠 혼자 중얼거림도 멈춘 녀석에게, 나는 듣지도 못할 그 말을 내뱉고 있었다.

많이 보고싶었어. 백현아. 어쩌면 나는 너를.

 

 

 

 

“많이 좋아해.”

“...”

“처음 만났을 때도. 다시 너를 봤을 때도.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어쩌면 계속 좋아할지도 모르겠어.

너는 먼저 끝나버린 이 사랑을, 왜 난 자꾸 간직하려고 드는 건지.

너의 헝클어진 머리 위에 자꾸만 작아지려는 내 손을 위에 올렸다. 내 마음이 전해졌으면 좋겠다. 아니, 니가 내게 다시 와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현실은 혹독한 겨울일 뿐이었다. 밖은 저렇게 화창한 봄인데.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대표 사진
독자1
하늘이에요!!ㅠㅠㅠㅠ경수의 마지막말ㅠㅠㅠㅠ너무좋와요ㅠㅠㅠ어서 둘이 다시 좋아졌으면ㅠㅠㅠ분위기ㅠㅠㅜㅠ대박ㅠㅠㅠㅠ잘보고갑니다~~
11년 전
대표 사진
샐리비
하늘님!!늘 댓글 고맙습니당. 경수의 아련한 분위기..이게 백도의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아 저는 왜 경수의 큰 눈망울만 보면 이런 아련한 분위기와 함께 욕하는 경수가 떠오르는지 모르겠어요...경수야...많이 좋아해여..내가...ㅎ...ㅎ.. 댓글 늘 감사합니당! 다음편 업데이트되엇어용 :)
11년 전
대표 사진
독자2
또치입니다 으어아 근질근질해요 아 진짜 경수도 참....백현이의 마음은 어떠려나요 아무 맘도 없이 그렇게 대한거면 정말 가 되지않을까요 후하후하 왜이렇게 간지러운지 찰칵-하는데까지 심장 부여잡고 윽윽거렸지 뭐에요 요즘은 낮에 너무 더운 것 같아요ㅠㅠㅠㅠ밤엔 쌀쌀한데 말이죠 몸조심하세요 감기걸립니다 항상 감사드려요
11년 전
대표 사진
샐리비
헐!!!!!!또치또치또치님!!!!!!!! 진짜 제가 또치님을 뵐 면목이 없습니당..즐거운편지도 연재 끝을 내버리고..고백도 지금 몇달째 업데이트가 안되는건지..ㅠㅅㅠ..6월말에 얼른 폭풍 업데이트 하도록 하겠습니당. 지난 겨울에 개인사가 많았어요. 이래저래 일이 많았던 연 초였던지라 쉽게 다시 못 온 것도 있어요. 이제 따뜻한 여름이 다가오네요. 밤에는 서늘하고 낮에는 덥고. 이런 날 꼭 감기걸리기 쉽더라구요. 몸살이나 감기 조심하세용ㅠㅠ저는 요 며칠간 비염과 목감기때문에 폭풍 잠을 잤네요ㅠㅠ..또치님 다음편 업데이트되었어용! 늘 좋은하루되셔요 ~~~:)
11년 전
대표 사진
독자3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당최 경수시점으로 보면 백현이마음을 잘 모르겠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와 근데 저는 왜 이렇게 이걸 보면서..우는..아 경수시점으로 보면 괜히 불쌍하고 막 그르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대표 사진
샐리비
알쏭달쏭한 백현이의 마음이죠. 경수시점이라서 더 그래보이는 것 일 수도 있어요. 다음편에는 아마 백현이의..ㅎㅎ다음편이 완결입니다. 간단한 단편을 이렇게 보내드려요..ㅠㅠ 짝사랑하는 사람 마음이 다 경수 같은 것 같아요. 괜히 까칠하게 나왔다가 또 지난 날을 떠올리기도 하는 미련을 보이기도 하고. 결국 좋아하는 마음은 더 커져버리고 마는 그런 마음이요. 독자님 늘 제 글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당. 다음편 업데이트되었어요~~~:)
11년 전
대표 사진
독자4
상츄에요...아진짜ㅜㅜㅜㅠㅜ경수 왤케 불쌍해요...아련아련 ㅠㅠㅜㅜㅜㅜ백현이도 마음 있는거겠죠...?ㅠㅠㅠ아근데 여친뭐냐고...엉어유ㅠㅠㅠㅠㅠ빨리 잘됐으ㅕㄴ 좋겠어요
11년 전
대표 사진
샐리비
헐 상츄님..이게 진짜 얼마만입니까ㅠㅠ저는 그저 면목이 없슴당..흐귱.. 백현이를 잊지 못하는 경수 시점인지라 아련한 경수라지요. 저 방금 경수랑 조인성님이랑 드라마 찍는 그 사진 보고왔어요. 왜이렇게 경수는 쪼꼬미일까요. 제 남자ㄷ....ㅋ...죄송해요ㅎㅎ휴ㅠㅠ..상츄님 다음편 업데이트되엇어용! 늘 저 잊지 않고 찾아와주셔서 너무너무 고마워요~~:)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배우/주지훈] 시간 낭비 _ #015
12.03 00:21 l 워커홀릭
[김남준] 남친이 잠수 이별을 했다_단편
08.01 05:32 l 김민짱
[전정국] 형사로 나타난 그 녀석_단편 2
06.12 03:22 l 김민짱
[김석진] 전역한 오빠가 옥탑방으로 돌아왔다_단편 4
05.28 00:53 l 김민짱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十一3
01.14 01:10 l 도비
[김선호] 13살이면 뭐 괜찮지 않나? 001
01.09 16:25 l 콩딱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十2
12.29 20:5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九1
12.16 22:46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八2
12.10 22:3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七2
12.05 01:4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六4
11.25 01:33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五2
11.07 12:07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四
11.04 14:5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三
11.03 00:21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二
11.01 11:00 l 도비
[방탄소년단] 경성블루스 一
10.31 11:18 l 도비
[김재욱] 아저씨! 나 좀 봐요! -024
10.16 16:52 l 유쏘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173
08.01 06:37 l 콩딱
[이동욱] 남은 인생 5년 022
07.30 03:38 l 콩딱
[이동욱] 남은 인생 5년 018
07.26 01:57 l 콩딱
[샤이니] 내 최애가 결혼 상대? 20
07.20 16:03 l 이바라기
[샤이니] 내 최애가 결혼 상대? 192
05.20 13:38 l 이바라기
[주지훈] 아저씨 나 좋아해요? 번외편8
04.30 18:59 l 콩딱
/
11.04 17:54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11.04 17:53
[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713
03.21 03:16 l 꽁딱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7
03.10 05:15 l 콩딱


12345678910다음
전체 인기글
일상
연예
드영배
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