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海 |
"떨리니?"
이 사람이 나중이 돼어도 후회하지 않게 도와주려는 것 뿐이다.
정말루 본인 혼자서 듞달같았던 걸까. 돌아올 사람이라고 믿지를 못하고 괜히 서운함을 주었던건 아닐까 하는 마음이다. 술병이 더 기울어지는 만크음 수연 속도 기울어진다. 진득하니 저 사람 오기만을 기다리겠다고 마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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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선착장에 섰다. 차에서 내리니 왠 사내가 타지 사람의 향이 나면 의심을 하고 들거라고 왠 액체를 태연 주변에 잔뜩 뿌린 뒤에야 선착장 근처로 갈 수가 있었다.
심장이 멎을 듯이 뛰고 눈가에는 이미 눈물이 마구 고여 있었다.
드디어 바다위에 자욱하게 드리웠던 안개 속에서 작지만 번지르르한 배 한척이 선착장에 가까워졌다. 안개 때문인지 눈물 때문인지 앞도 잘 보이지 않을 만큼 애가 탔다.
한참을 질질 짜며 남정네들이 드리날리 하는 그 다리를 뚫어져라 보고 있는데 드디어 여자들이 내리기 시작했다. 머리카락이 휘청거릴 정도로 사람 같아 보이지 않을만큼 꼴이 말이 아니었다.
다리 힘이 풀려 벽을 부여잡고 주저앉았다. 그래도 놓치지 않고 얼굴을 확인하려 애쓰는데, 여자의 휘날리던 머리가 역풍으로 인해 확 걷어지자,
앙상하게 말라버린 쇄골께와 고아원에서 탈출할 적에 그 비척거리던 몸새 모두.
태연은 보고도 믿을 수가 없을 정도로 비슷한 느낌이었지만 시야가 흐린 탓에 확인 할 수가 없어 울지도 못하고 그 얼굴을 계속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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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뻑 죽은 것 마냥 자다 일어나 보니 벌써 해가 중천이다. 수연은 황급히 전화기를 들어 확인하다가 연락이 오지 않아있는 것을 보고 심장이 쿵덕거리었다. 새벽에 보았으면 연락이 와있어야 하구 닿아야 하는데 이 사람이 연락이 없으니 무언가 맘이 심상치가 않다. 당장 연락을 해보려다가 별안간 든 생각에 손을 멈추었다.
어련히 이사람이 알아서 할까, 혹시나 혼자 극성을 부려 근심 가득한 사람한테 연락했다가 혹시나 귀찮은 마음 품을까봐 그러지도 못하겠다.
수연은 애꿎은 손가락을 씹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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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없는 다리를 어찌어찌 끌어올려 그 남자들 눈에 띄는 순간 죽은거나 다름없다고 신신당부 하던 말들 모두 잊어먹고서 그 얼굴을 향해 막 달려든다.
시야가 흐릿흐릿 구려져도 막 달려들면서 소리를 막 내자 그 여자가 이쪽을 바라본다.
그 얼굴을 찾는데 그여자도 이쪽을 보고있다. 막 발버둥을 치는데 눈도 보이지 않고 다리고 팔이고 뻣뻣하니 굳어서 제맘대로 돼질 않는다.
욕을 해주어야 하는데, 그 머얼간 뺨을 붙잡고 욕이라도 해주어야 하는데. 이 팔다리를 끌어잡고 놔주지를 않는다. 제 딴에는 이미 그사람에게로 달려가고 있는데 몸은 점점 멀어지고, 눈알이 멈춘 듯 아예 이젠 사리분간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눈앞이 시뿌옇다.
찢어질 듯한 귓속에 태연은 막 울면서 몸부림을 친다. 마악 이년아, 저년아 욕을 하기도 해보고 이거 놓으라고 해봐도 혀가 도통 움직이지를 않는다.
온몸이 석고틀에 부어놓은 것처럼 뻣뻣하니 굳어 이몸이 아닌 것 같아 태연은 더 본인이 병신같구 속이 타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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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아."
이렇게 망설이기도 벌써 몇 시간째라 마치 어린애도 아니면서 어린애처럼 눈물도 짜내다가 결국에는, 결국에야 전화기를 들어 미움받기를 예상하고 입을 잘근거리며 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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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계속 한국에 있을 사람 생각도 겹쳐 정신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집념으로 눈을 부릅뜨는데, 왠 날카로운 것이 별안간 왼쪽 팔뚝 속으로 쑥 들어오는가 싶어 냅다 비명을 내질렀더랬다.
그 고통도 금새 무뎌지는가 싶더니 슬금슬금 미쳐가는 사람처럼 침을 줄줄 새흘리며 뻣뻣하니 굳어가던 몸이 주욱 쳐지며 그대로 정신을 잃는다.
사랑하는 것이 죄더냐, 보고파 하는 것이 죄였냐. 정신이 흐릿해져 가는 틈에 구둣발인 사내 대엿 명이 막 돌아다니는 듯 하다. 아무런 힘이 나질 않는다.
금새라도 저기 있는 저 여자 얼굴을 보고픈 마음이 있는데 그마저도 허락을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 태연은 이럴 줄 알았음에도 눈뜨고 귀를 베인듯이 아리고 쓰리다.
막 웃음이 흘려나오는것이 그래두, 그래두 닮은 사람이라도 본 것이 어디냐. 태연은 갑자기 그렇게 위안을 하면서까지 본인을 기분 좋게 만들어 갔다.
왠 약에 맞아 정신을 잃어가면서 태연은 그렇게 웃었다.
눈에는 눈물자욱인지 뭔지 모를 것이 지맘대로 흘러 쓰러진 여자를 더 한없이 초라해보이게 한다.
거센 바람에 그 배가 이리저리 휘척거린다.
어느덧 그 자욱했던 안개가 모두 걷혀 있는 것이 무슨 일이라도 있었냐는 듯이, 아무도 모르게 그렇게 조용히 걷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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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수가 없는것을, 닦달할수밖에 없는것을 이해해주었으면. 하고 발을 동동댄다.
근데,
참 바보같다는 생각을 하고 실실 웃는다.
이사람아, 당신은 나를 이렇게 만든다.
다시 전화번호를 입력하고 얼른 목소리를 듣고 싶어 콩딱대는 심장을 잡는데,
-이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무언가 잘못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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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
......오늘은 짧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