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조련 |
애들끼리 한참을 시끌시끌하다. 무슨 얘기하고있냐고 물으니까 김태연이 고백을 받았다고 한다. 근데 더 신경 쓰이는건 김태연이 그 옆에서 눈에 확 보일정도로 표정을 망치고 있는거다. 내맘을 모르는지 아는지 왜 나한테만 그러는지 머리가 복잡하다. 교실을 등지고 나와버리는데 귀에 김태연이 애들한테 짜증을 낸다.
미묘해 죽겠다. 김ㅂ태연이랑 내가 미묘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다. 톰이랑 제리가 서로 접시 깨부수고 빗자루로 때리다가 눈맞아서 썸 탄다고 하면
"응? 아, 마셔야지." "정수연. 너는?"
짜증이 나서 화장실 갔다온다 하고 변기 위에 앉아서 멍을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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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가 충전되는 기분이다. 콧김을 내뿜으며 겨우 참았다. 숙소 벽에 기대 앉아서 늘어져 있는데 김태연이랑 황미영이 봉봉을 마시면서 들어온다.
"권유리는 술 숨긴다고 옆방갔고, 뭐 최수영은 매점 찾으러 갔겠지."
괜히 또 짜증이 난다. 뭔가 김태연이란 인간이 싫어지고 그런 짜증이 아니라 그러면서도 먼저 말은 못거는게 짝사랑 하는 여고생의 프라이드이자 마지막 자존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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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술을 마시고 싶진 않다. 겁이 난다. 그래서 지금 뭐가 뭔지 침인지 술인지 모를정도로 그냥 마셔대고 있다. 얼마 좀 지나자 김태연은 얼굴이 거의 딸기가 됬고 최수영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혼자 하고 있다. 근데 나도 제정신은 아니다. 양을 조절 한다고 하긴 했는데 저놈의 김태연 안보겠다고 괜히 오바한게 이제서야 좀 올라오나 보다. 김태연이 나를 일으켜 세운다. 나는 눈물이 범벅이 된 얼굴로 손을 휙 뿌리치고 내가 내발로 갈거라면서 넘어진다.
"이불 깔았으니까 저기서 자." "왜." "감기 걸려, 멍충아." "내가 알아서 한다고!" "밖에 애들있어. 조용히 해."
"으어어어엉-" "왜 우는데?" "왜 우냐고?" "응. 왜 우는데."
"뭐." "넌.. 너는.." "내가 뭐." "넌 나한테.." "......." "빗자루다. 이 멍청아." "뭐?" "니가 맨날 걸레질하고! 나는 빗자루로 쓸고.." "자라, 정수연." "내가 빗자루로 쓸어담은 쓰레기가 얼만큼이나 될거 같냐? 어?" "정수연, 자라니.." "이~따만할거다. 니네 집보다 클거야, 멍청아. 흐헤헹ㅎ" "알았으니까, 이제 자자. 정수연. 응?" "그만큼.." "응. 자자." "그만큼 너 져아하는데.." "........" "내가 이 짜식아. 널 쓰레기장 만큼 져아한다니까? 흐헿 쓰레기장." "정수연." "좋아해.. 으엉.. 좋아해."
김태연 바짓가랑이를 잡고 울었다. 김태연 바지를 눈물로 다 적셨다. 김태연이 아무말도 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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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깨질 것 같다. 미치겠다. 아침 먹으라는 방송이 나왔는데도 잠 안깬척 누워있다. 살짝 실만큼 눈을 떠 천근만근한 짱구를 들어올리니 방 안이 난장판이 되어있다. 아무 소리도 안나는거 같던 욕실에서 갑자기 누가 나온다. 그 사람이 문을 열고 나간다. 어지러워서 다시 긴장을 푼다. 어쩌지, 어쩌지.
"자, 이제 방을 청소 하도록 합니다. 쓰레기통을 비우고, 놓고가는 물건이 없게 욕실까지 잘 점검하십시오. 욕실 쓰레기통은 비우지 않아도 됩니다."
이제 나한테 장난도 안치겠지, 이제 말도 안걸겠지. 미쳐버리겠네.
"응?" "빗자루 좋아한다며."
"아니라고?"
"......." "안좋아하냐고오." "좋아해.." "얼만큼?" "........" "아, 얼만크음." "쓰레기장 만큼.."
김태연이 또 씨익 웃더니 아하하핳ㅎ 하고 웃는다. 웃겨 죽겠나 보다.
"쓰레기통 비우러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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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의 조련 |
"..걔랑 사귈꺼야?" "누구." "강동언인가, 뭔가.."
쓰레기를 탈탈 털던 김태연이 비죽 웃는다. 그 얼굴을 보고 뭐야, 사귈꺼냐니까. 하고 심통을 부렸다.
"사귈까?" "그러시든지." "진짜?" "........" "사겨?"
"아, 안됀다고!"
김태연이 웃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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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련왕이 끝났네요ㅠㅠ 처음 써본거라 애착이 가네요..ㅎㅎ 손팅&신알신 감사했습니다!
이제 또 탱싴 써 올릴건데.. 그것도 많은 관심 주실꺼죠....?(애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4페이지로 넘어가면 올리던가 내일 올리던가 할게요!
홈매트를 기억해주세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