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32.
학연이는 너를 보내고 난 뒤에도 멍하니 네 집 문만 바라보다가 이마를 매만지며 피식피식 웃어.
믿을 수 없는지 계속 웃으면서 걸어가는 학연이의 뒤로, 익숙한 그림자가 비쳤어.
입대를 얼마 남겨두지 않았지만, 아직 머리를 자르지 않은 홍빈이였어.
얼굴이라도 보여줄까 싶어서 온 네 집 앞에서 홍빈이는 주먹을 꼭 쥐었다가 한숨을 길게 내쉬며 손을 펴.
그리고 다음날, 내일이면 여기 없다는 생각에 너는 아침 일찍부터 기지개를 쭉 펴고 네 방을 청소하고는 커텐도 떼 버렸어.
어제와는 또 조금 다르게 화장을 하고 홍빈이가 그렇게도 좋아하던 티에 바지 하나인 차림으로 홍빈이네 집 앞으로 가.
한참을 기웃거려도 없는거 같아, 혹시나 싶어서 홍빈이가 자주 가던 미용실에 가 보니 아니나 다를까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어.
동글동글한 뒷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또 오랜만이라 너무 반가워서 너는 입술을 꾹 깨물고 눈물을 참아.
그리고 벽에 붙어 있다가 고개만 살짝 내밀어 홍빈이를 보고 있었어.
곧, 윤기가 흐르던 까만색 머리가 싹둑싹둑 잘려 나가는게 보였어.
숨어서 이러고 있는 것도 웃기지만 너는 눈을 뗄 수가 없었어.
다 자른건지 씻으러 들어가려 일어나길래 너는 잠깐 움찔거리다가 다 씻었겠지 싶어서 다시 훔쳐보는데 뭔가 홍빈이랑 눈이 마주친거 같아 다시 벽에 딱 붙어.
설마 봤겠나 싶어서 다시 마음을 추스리고 보는데, 그새 계산까지 다 하고 나오는건지 짧아진 머리를 툭툭 치며 걸어나오는 홍빈이가 보여.
"머리 짧아도 잘생겼네..."
혼잣말 하듯 중얼거리며 홍빈이가 사준 목걸이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너였어.
너를 본건지 아닌건지 헷갈렸던 홍빈이는 잘못봤겠지 싶어, 휘적휘적 집으로 향하고 있었어.
너는 바쁜 걸음으로 뒤를 쫓으며 홍빈이의 뒷모습만 훔쳐보고 있었어.
예전같았으면 금방이라도 불렀을 홍빈이의 이름이였지만 오늘은 그렇게 다시한번 마주보게 되면 떠나지 못할까봐 두려워서 너는 마음을 접어.
결국 홍빈이네 집 앞까지 졸졸 따라가던 너는 홍빈이가 들어가는 거 까지 보고는 발걸음을 돌려.
그리고 다음날, 너는 모든 걸 정리했다고 생각하고는 공항으로 향해.
혹시나 네가 외국으로 간다는 걸 알아챈 사람이 있을까봐 휴대폰까지 꺼두고는 비행기에 올라.
홍빈이가 몇년 전에 걸어줬던 목걸이를 이제야 네 손으로 뺐어.
많이도 닳은 줄을 한참이나 매만지다가, 나중에 줄이라도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준비해 왔던 케이스에 목걸이를 넣어.
몇 개월 뒤, 몇년 뒤를 상상하며 감기지 않는 눈을 애써 꾹꾹 참으며 너는 그렇게 몸이라도 멀어져 가고 있었어.
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양조절 실패
뎨둉
이제 아마 당분간은 이 글에 불맠이 없을지도ㅠㅠ
단편으로 핫하게 만나여
공주들은 조만간 봅시다 보고 싶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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